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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 냄비 보다 뚝배기에 담자

인성교육진흥법시행령 제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반가움’과 ‘걱정’이 동시에 떠올랐다. 인성교육은 모두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본질과 목적을 생각하며 접근되어야 한다. ‘학교’에게만 강력한 프레임이 제시된다면, 인성교육은 이미 실패한 것이나 진배없다.

인성교육 이제는 실천이다-1- 인성교육의 참된 전개를 위한 제언
인성교육진흥법시행령에 바란다



얼마 전,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칠만큼 반가운 소식을 접하였다. 인성교육진흥법의 국회 통과. 지난 11년간 학교현장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제는 교육과정 및 교과서 연구를 하는 연구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반가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교편을 잡으면서 경험했던 부정적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흔히 정부가 교육과 관련한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면, 그에 따른 부담은 단위 학교와 교사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특히 교육 정책의 본질과 목적을 망각한 채, 단순히 실적 쌓기 위주의 행정 처리는 현장의 교사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교사들을 포함하여 정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이 사전에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러하질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적 쌓기 인성교육은 교육 아닌 업무
예를 들어 연구자가 몸담았던 인천의 한 학교에서는 인성교육과 관련하여 해당 교육청으로부터 다양한 업무 협조를 받았다(‘반드시’ 해야 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사실 이를 ‘협조’라고 말하기도 어렵긴 하다). 인성과 관계된 각종 주간을 만들어 이때에는 보다 ‘열심히’ 인성교육에 관심을 갖고 실행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그 주간이라는 것이 ‘친구사랑 주간’, ‘인성교육 실천주간’, ‘언어 사용 개선 주간’, ‘생명존중 주간’ 등으로 사실상 교사들이 평소에 실천하던 범교과적 인성교육과 다를 바가 전혀 없던 것이었다. 그러나 일단 이러한 ‘협조’ 사항들이 단위 학교로 ‘내려’오게 된다면, 그 학교의 인성교육 ‘업무’ 담당자는 매우 바빠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학년의 교사들도 인성교육 ‘업무’ 담당자로부터 요구받은 내용을 학년 교육과정에 반영하거나 관련 활동들을 실행하기 위하여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러하듯, 업무 협조를 ‘요구’한 입장에서는 증거자료, 소위 말하는 실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위 학교의 교사들은 각종 자료를 만들고 제출하며 성공적인 인성교육 사례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그러나 과연 이 자체가 인성교육의 본질에 해당하는지는 숙고해 볼만한 문제이다).

연구자가 보기에, 감히 예측해보지만, 이러한 상황은 인성교육진흥법시행령이 제정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더 안 좋아질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인성교육과 관련한 지침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매뉴얼은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교과별 혹은 교과 간 인성교육은 어떻게 시행해야 하는지, 학교 급별에 따른 인성교육 적용안은 어떻게 다른지, 효과적인 인성교육의 기준은 무엇이고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러한 프로그램을 평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개발되었는지, 그 도구는 질적 및 양적으로 접근 가능한지, 그리고 이 모든 부담을 교사‘만’이 지고 가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 사실상 공유된 정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위에서 지적된 문제들은 정책 과제로 논의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과물들을 바로 현장에 투입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자료가 현장에 투입되기 위해서는 보다 구조화되고 자세히 안내된, 즉 ‘친절한’ 형태로 제시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러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2월 27일 금요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인성교육진흥법시행령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주요 내용으로 ‘인성교육 종합 계획 수립’, ‘인성교육진흥위원회 구성 및 운영’, ‘인성교육 평가’, ‘교원의 연수’, ‘전문 인력 양성기관의 지정’ 등 인성교육과 관련한 제 사항이 폭넓게 논의되었다. 그러나 교육부가 보도 자료로 배포한 내용을 보았을 때 들었던 생각은, 단위 학교와 교사들의 부담이 상당히 커지겠다는 것이었다. 비록 ‘안’이기는 하지만 시행령에서 논의하는 주요 대상이 학교와 교사이기 때문이었다.


제발, 학교와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향후 인성교육이 어떻게 전개되든지 간에 그리고 인성교육진흥법시행령이 어떠한 방식으로 제정되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먼저 그것을 주도적으로 담당할 단위 학교와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이에 이들의 목소리를 대표한다는 심정으로 다음과 같은 제언을 감히 하고자 한다.

첫째, 인성교육은 단위 학교와 교사들만의 책임으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비록 학생들이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다름 아닌 가정이다. 가정의 노력 및 주도적 수준의 참여가 수반되지 않는 인성교육은 이미 실패한 것이나 진배없다. 지금도 인성교육의 주책임을 학교로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를 중심으로 한 시행령이라는 강력한 프레임이 제시된다면, 교사들의 부담은 그야말로 급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생 간 폭력, 심지어 때로는 사제 간 폭력도 학교로 귀책사유를 묻는 마당에 인성교육에서 그리고 시행령 자체에서 가정이 인성교육을 ‘지원’하는 측면에서만 언급이 된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정은 학교와 마찬가지로 인성교육의 주체로 올라서야 하며, 이를 향후 인성교육과 관련 시행령이 효과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선진국의 인성교육 성공 사례를 생각해 볼 때, 인성교육은 해당 공동체의 적극적 참여 더 나아가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요구한다. 언론이나 방송 등을 활용한 효율적 홍보나 국가수준의 캠페인 혹은 운동이 필요한 것이다. 즉, 모두가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범국민적 인성교육 방안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지 책임 소재의 분할이 아닌, 미래 대한민국 사회를 이끌어갈 학생들을 위한 거룩한 투자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저 일회적인 인성교육 프로그램의 제작 및 배포가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인성교육에 대한 철학을 대한민국 곳곳에 심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인성교육 실시와 관련하여 학교 현장에 불필요한 공문 생산과 소모적인 실적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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