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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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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아직도 교직을 꿈꾸는가?

교사로서의 자존심은 ‘잘 가르치는 것’에서 나온다.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없는 교사는 아무리 능력 있고, 교육관련 부처의 고위직 관리라 하더라도 ‘잘 가르치는 교사’보다 높은 지위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것만이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존경받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는 무명교사가 되리라.’
내가 다니던 교대에는 일명, ‘센츄럴 파크’라는 작은 동산이 있었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꽃잎과 향기를 내는 꽃동산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나는 무명교사가 되리라’라는 글귀가 적힌 돌기둥이다. 따스한 봄날, 친구와 우연히 ‘센츄럴 파크’를 걷다가 아주 키가 작고 무수히 많은 가지가 뻗이 있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매화꽃처럼 빛을 발하는 하얀 꽃을 발견했다. ‘천리향.’ 그윽한 향기가 천리까지 간다고 해서 ‘천리향’이라고 했다. ‘그럼 나도 이 꽃처럼, 나의 향기를 천리까지 뻗을 수 있게 해야겠구나!’ 그런 순수하고 굳은 교직의 사명을 ‘천리향’ 향기에 실어 멀리 날려 보냈었다.
졸업을 하고, 학교에 발령을 받고, 나는 늘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천리향’ 향기처럼 교육의 향기를 멀리 보내겠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모든 것을 다 뿌리치고 훌륭한 교사가 되기 위해 밤낮없이 학교생활에 충실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곳에서 ‘교사의 전문성’은 무시되었고, 나 역시 더러 교직에 대한 회의를 갖게 되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 … 학생과 학부모의 무시
학교에서 학생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담임교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안타까운 현실은 학부모들이 담임교사와 학생 간에 갈등이 생기면 담임교사보다는 학교 관리자나 지역교육지원청 또는 그 이상의 교육 관련 부서에 민원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담임교사를 무시한 채, 학생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교육관련 부처에 민원을 제기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이는 교사에게 자율성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직뿐만 아니라 모든 전문직이 그렇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율성이다. 그것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에 못지않은 전문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전문양성 기관, 자격증 제도, 전문적 단체, 윤리강령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인권교육 등 수요자 중심 교육이 강조되면서 교사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게다가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육과정에 힘을 쏟아야하는 시간에 각종 위원회나 협의회 등의 형식적 교육활동을 쫓아다녀야 하며, 각종 공문과 행정업무에 시달린다. 결국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가르치는 일에 열의를 갖고, 전문성을 키워야 할 교사들이 다른 업무로 바쁜 모습을 보며, 학생들은 과연 존경심을 가질 수 있을까? 따라서 ‘능력 있는 교사’가 아닌 ‘잘 가르치는 교사’가 대우받는 교육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그것만이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교사들가 된 사람들의 초심은 ‘훌륭한 교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 초심을 보람과 책임감을 가지고 지켜 나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교사에 대한 위치를 확고히 마련해 주어야 한다. 가르치는 일에 열과 성의를 다하지 않고,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없다면 아무리 능력이 있고 고위직 업무를 봤다 하더라도 학교에 다시 돌아왔을 때, ‘잘 가르치는 교사’보다 높은 지위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잘 가르치는 교사’가 존경받을 수 있고, 가르치는 일에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생활할 수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 아니 사년지소계!
교육을 대변하는 핵심 용어 중 하나가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 교육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나타내는 교육이어야 인정을 받는다. 인간의 참된 도리를 가르치고 인간다운 인성을 길러주는 곳이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고 기능을 익히는 곳으로 전락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교육 통신’이며, ‘교육 전문가’라고 한다. 혹자는 ‘오늘날 교육은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이다’라고 씁쓸하게 말한다. 아닌 게 아니라 오늘날 교육은 ‘백년지대계’가 아니라 ‘사년지소계’라는 말이 어울린다. 그래서 능력 있는 교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신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변하는 교육 제도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런 현실에서 과연 청출어람하는 우수한 인재가 나올 수 있을까? 우리 모두가 반성해봐야 할 문제이다.


‘교사는 전문직이다’
일반적으로 교사는 성직관, 노동직관 그리고 전문직관으로 분류한다. 성직관은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교직관이다. 아직까지도 교직을 정신적 봉사활동을 하는 성스러운 직업으로 보는 견해가 남아있다. 그래서 교사들에 대해 성직자와 같은 소명의식, 사랑과 헌신, 봉사정신, 윤리적 행동 규범을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교직이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를 잡은 현대에 이르러서도 성직관은 교사들의 규범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남아있게 되었다.
또 다른 교직관으로는 노동직관을 들 수 있다. 교사 역시 ‘임금’을 받는 노동자로 보는 관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교사를 노동자로 보는 것에 대해서 교직 내외부에서조차 상당한 논란이 되고 있으며, 인식의 편차 또한 크다. 하지만 노동직관은 현실적이고 기술적인 관점에 기초했다는 의의를 지닌다.
마지막으로 교직을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으로 보는 전문직관이다. 국제적으로도 유네스코(UNESCO)와 국제노동기구(ILO)는 ‘교원 지위에 관한 권고’를 통해 교직을 전문직으로, 교사를 전문가로 규정하고 있다.


천리향 향기처럼 교육 향기가 퍼져나가기 위해
모든 전문직은 ‘전문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교사 역시 교직 수행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교사의 전문성이 최대한 발휘되어 학교교육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까?
오늘날 대한민국의 학교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이끌어 가고 있다. 물론 객관적인 점수나 수치가 모든 것을 대변해주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 교대나 사대에 입학하려면 전국 상위 3%의 성적이어야 가능하다. 또한 졸업 후에도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임용고시에 합격해야 교사가 될 수 있다. 이런 훌륭하고 역량 있는 젊은이들이 교사가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이들은 이미 교육 전문가로서의 충분한 역량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이 지속적으로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할 수 있도록 학생, 학부모, 사회, 국가는 ‘모든 교육방향이 교사의 전문성을 존경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제 또 따스한 봄날이 되었다. 많은 기념일 중에 유독 ‘달갑지 않은’ 스승의 날도 돌아온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천리향 향기’처럼 교육의 향기를 멀리 멀리 날려보자 결심한다. 교사로서의 마지막 양심을 걸고, 오늘도 아이들을 열심히 ‘잘 가르치자’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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