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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학습방법 변천 70년, 한국 교실의 현주소는?

광복 70주년. 지난 70년의 한국 교육은 어떤 변화를 겪으며 전개되어왔을까. 미군정기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기에 걸쳐 나타난 교수·학습방법의 변천을 통해 오늘날의 한국 교실이 현주소는 어디인지, 교수·학습이 나아갈 방향과 과제는 무엇인지를 간략히 짚어보고자 한다.

국가수준교육과정 문서에 나타난 교수·학습방법의 변천
교육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교수·학습방법은 국가수준교육과정 문서의 교육과정 운영 항목에 제시되곤 한다. 미군정기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기에 걸쳐 나타난 교수·학습방법의 변천을 살펴보자.

미군정기 문서(1945.10.) _ 미군정기 즉, 1차 이전 교육과정 문서에 나타난 교수·학습 관련 사항은 거의 없다. 아직 한국어론 교과서가 마련되지 않았기에 일본어 교과서를 사용할 시 유의 사항 등이 눈에 띈다.

1차 교육과정 문서(1955.08) _ 교육과정 문서 내에 구체적인 교수학습 관련 사항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지만, 교육과정을 보편적인 기준으로 삼아 모든 학습지도 계획뿐만 아니라 실제 지도와 학습 평가가 이루어져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2차 교육과정 문서(1969.09.) _ 생활중심교육과정이 강조되면서 교과활동계획 및 운영과 관련하여, 아동의 심신 발달 과정의 특징, 흥미와 관심, 생활 중심으로 학습 경험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으며, 1, 2학년 학습지도에 있어서는 교과 간의 관련성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지도하고, 교과 내용의 학습지도에서 지적 내용의 이해나 지적 능력의 훈련에만 치우치지 말고 전인교육이 이루어져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교과 지식 외에 학생에 대한 발견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안내는 찾아볼 수 없다. 교수·학습 실천은 교사의 몫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3차 교육과정 문서(1979.03.) _ 운영 지침에 나타난 교수·학습 관련 항목을 살펴보면, 어린이의 개성과 특질을 바탕으로 한 교육과정 운영의 개별화를 천명한 점이 눈에 띈다. 2차 교육과정이 생활 경험을 중시하는 전인교육을 표방했다면, 3차 교육과정에서는 학생의 특성과 요구를 고려한 개별화 교육이 교실 수업에서 강조되어야 함을 시사 받을 수 있다. 2~3차를 통해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학생의 요구와 능력을 고려한 교수·학습방법 적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차 교육과정 문서(1981.12.) _ 학문중심교육과정이 구현된 시기로, 교수·학습방법과 관련하여 특기할만한 점은 소위 발견학습법(탐구학습법)의 주된 지도 방식으로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엽적이고 단순한 사실의 기억보다 탐구적인 활동을 통해 개념 및 원리를 이해하고 이를 새로운 사태에 적용하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게 함으로써 주입식, 설명식 학습지도 방식을 탈피하도록 했다. 또한 처음으로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의 기초학습 능력 신장과 학습부진학생 지도에 대한 고려를 찾아볼 수 있으며,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아이디어도 새롭게 제시되고 있다.

5차 교육과정 문서(1987.06.) _ 교수·학습 측면에서 4차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새롭게 제시된 내용은 학습 효과를 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 자료를 다양하게 활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과서 외에 다양한 교수·학습자료를 활용한 교수·학습활동을 권장함을 시사 받을 수 있다.

6차 교육과정 문서(1992.09.) _ 처음으로 시·도 교육청과 학교의 역할을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교수·학습과 관련하여 시·도는 각종 교육자료를 개발·보급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교원의 (학습) 지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과정 연수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는 각 학년별로 요구되는 학습 목표를 모든 학생이 성취하도록 하고 학생의 능력에 맞는 학습 기회와 방법을 제공하여 학습결손이 누적되거나 학습 의욕이 저하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고, 학습 활동에서 학생의 직접적인 체험활동(실험, 관찰, 조사, 수집, 노작, 토론, 견학 등)이 많이 이루어지고, 학습의 개별화에 노력하도록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전체 대집단 학습 외에도 소집단 학습 활동을 통해 공동(협력)으로 문제 해결하는 경험을 많이 갖도록 하고,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교과용 도서 외에 교육방송, 시청각 기교재, 컴퓨터, 각종 학습자료를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6차 교육과정은 시·도 교육청의 자료 개발, 보급 및 교원 전문성 연수 시행 역할 부여 및 단위학교에서 개별 학생의 능력에 맞는 교수·학습방법 적용, 협력학습을 포함하여 다양한 학습자 중심 교수·학습활동 등이 망라되어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교육과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7차 교육과정 문서(1997.12.) _ 시·도 교육청 외에도 지역교육청의 역할도 제시되어 있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교수·학습과 관련하여서는 교과, 재량활동, 특별활동 운영을 위한 각종 교수·학습자료를 시·도 교육청이 연구·개발하여 보급하도록 하고 있다. 단순 개발이 아니라 ‘연구’에 의한 자료 개발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역청은 수업 연구교사 및 교과별 연구회 활동을 지원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7차 교육과정이 수준별 교육과정이라고 불리는 만큼,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학습 집단 방식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초등은 학급 내, 중등은 학교 재량), 아쉽게도 총론 차원에서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안내는 6차에 비해 현저히 저조하다. 단, 각론 교과과정에서는 수업 시 고려 사항(사전 지식 활용, 학습활동, 피드백 등), 자료 활용 등에 언급을 일부 찾아볼 수 있다.

2007 개정 교육과정(2007.02.) _ 6차 교육과정과 마찬가지로 시·도 교육청 및 지역교육청의 교수·학습 지원 활동을 명시하고 있다. 단위학교의 경우, 수준별 수업 운영 관련 항목이 포함되어 있고, 학교 교육활동 전반을 통해 인성교육이 통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며, 6차에서와 같이 학생 능력에 맞게 학습 기회와 방법 제공을 하여 학습 결손이 누적되거나 학습 의욕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며, 탐구적 활동을 통해(4차) 개념 및 원리를 이해하고 여러 가지 자료를 활용한 정보처리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하며, 개별 활동 및 소집단 공동 학습 활동을 강조하고, 교과 활동에서 학습의 개별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발표·토의 활동과 실험, 관찰, 조사, 실측, 수집, 노작, 견학 등의 체험활동이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명시하고 있다. 교사 전문성 신장과 관련하여, 동학년 모임, 교과별 모임, 현장 연구, 자체 연수 등을 통해 교사들의 교육활동 개선의 필요성을 적시하고 있다. 2007 개정 교육과정은 이상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적어도 교수·학습 영역에서는 다채로운 교수·학습활동과 방법 등이 종합적으로 나열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09 개정 교육과정(2009.12.) _ 교수·학습 관련 사항만을 살펴보면 2007 개정 교육과정과 별 차이가 없다.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원은 크게 국가 수준 및 교육청 수준으로 구분하여 제시하고 있는데, 국가 수준의 경우 주로 평가 관련 지원 사항으로 이루어져 있고 교수·학습 지원 관련 사항은 언급이 없다. 교육청 지원 사항 역시 주된 내용은 협의의 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는 항목으로 채워져 있고 교수·학습을 포함하는 교육과정 지침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상에서 국가수준교육과정 문서에 기초하여 미군정기에서 2009 교육과정 개정에 이르는 시기 동안 교수·학습활동과 방법에 대한 인식과 접근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가를 일별하였다. 교수·학습 측면에서 가장 다양하고 의미 있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6차 교육과정이었고,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평가, 교육과정 질 관리가 강조되었지만 교수·학습에 대한 고려는 적어도 총론 차원에서는 미비하였다고 여겨진다. 물론 국가수준교육과정 문서에 제시된 내용이 현장 교육, 교실 수업에서 그대로 실천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해당 교육과정 시기의 교수·학습의 지향성을 파악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5·31 교육개혁 이후 정부별 교수·학습 정책의 변천
이번에는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5·31 교육개혁방안(1995)’ 이후 각 정부별로 추진된 교수·학습정책의 변천을 살펴보고자 한다. 실제로 행정력을 동원한 정책 집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서로 제공되는 교육과정보다 현장 교육 실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더 강력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가 걸릴 때 정책 피로감 등으로 인해 학교 현장의 정책 불순응(Coombs, 1980; 김재웅 외, 2010 재인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한계도 있다.

문민정부(1993~1996) _ 문민정부는 5·31 교육개혁을 계기로 당시 학교 현장의 풀뿌리 운동으로 시작되었던 열린교육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나갔다. 열린교육은 학습자의 능력, 적성, 흥미 등에 있어서 개인차를 최대한 존중하고자 하는 ‘신교육 운동’이었지만, 이후 교실붕괴, 학력 저하 등의 문제가 제기되며 열린교육이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었다. 하지만 종래의 획일적 교실 교육에서 탈피하여 학습자의 요구와 개인차를 고려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데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국민의 정부(1998~2003) _ 문민정부에서의 교수·학습 개혁이 거대 담론 중심의 제도 개혁의 틈새를 비집고 새싹을 피운 시기라면, 국민의 정부에서의 교수학습 개혁은 학교, 교실교육 혁신 차원에서 교수·학습이 차지하는 위상의 중요성 및 기본 인프라(예: 중앙 및 시·도 교수학습센터 운영 등) 구축이 착수되어 교수·학습 개혁의 기반이 마련된 시기라 할 수 있다. 이는 당시 및 현재의 세계적인 교육개혁 흐름과도 일치하는 것으로서 종래의 교육개혁이 제도나 구조 개혁에 치중하였다면, 이제는 교수학습, 교사교육에 보다 비중을 두어 교육개혁을 이루어내야 한다는 시대정신과 일치하는 방향이었다. 교실 학습 정책으로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의 함양, 능력과 적성 중심의 수업, 실천 위주의 인성교육, 학생의 능력 수준을 고려한 수준별 수업 등이 도입되었고, 교사의 변화 없이 교수방법의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차원에서의 교원 관련 지원 정책, 교수·학습 환경 개선을 위한 시설 및 환경 개선 정책 등이 추진되었다.

참여정부(2003~2008) _ 참여정부의 교수·학습정책 전반은 국민의 정부에서 강조되던 정책 기조가 유지된 채 좀 더 구체화되고 실행 측면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추진되었다. 특히 국민의 정부에 이어 중앙 및 시·도 차원에서 전개된 교수·학습센터 사업은 당시 교수·학습 지원이라면 교수·학습자료 개발·보급 정도로 인식하는 수준에서 교실수업 개선 자체를 도모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냈다는데 그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교수·학습센터 사업 전개와 더불어 교수·학습 및 장학 관련 자료 및 지침은 교수·학습센터 홈페이지에서 전문적으로 관리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교사의 수업 전문성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교원능력개발평가 시범학교 운영 등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나친 이러닝 학습의 강조, 교수·학습 콘텐츠 물량 개발 및 건수 위주의 시·도 평가 정책으로 혁신 드라이브를 거는 과정에서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2008~2013) _ 이명박 정부의 교수·학습 정책은 각론 수준의 교수·학습 개혁에 초점이 맞추어 추진되었으며, 아울러 미래 사회 대비 창의적 인재 육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었다. 주요 교수·학습정책으로 학교 영어수업 개선, 수학교육 선진화, 교과교실제,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STEAM, 학업성취도평가 결과 기반 기초학력 향상 지원 정책, 다양한 수업 전략을 활용한 방과후활동 활성화 등을 들 수 있다. 이전 정부의 교수·학습정책은 국가-시도-단위학교의 3수준을 연계하는 보편적 정책으로 추진되었다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OO 중점학교, OO 창의경영학교로 불리는 단위학교 중심의 교수·학습정책이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학교 중심의 교수·학습정책(예: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은 교사 중심의 교수·학습정책(예: 열린교육)에 비해 구성원 전체의 인식 및 역량 재고를 요구하기에 효과성이 더 높을 수 있지만, 예산 지원이 중단되면 원위치로 돌아가기 쉽다는 한계를 지닌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에서는 각론에 치중하다 보니 기존의 정부와 달리 국가수준의 교수·학습정책을 총괄하는 마스터플랜(예: 교실수업개선 기본계획)이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근혜 정부(2013~) _ 박근혜 정부(2013~)의 교육정책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된 과도한 학력평가 정책이 현장의 정책 피로감을 심각하게 유발하였고, 인성교육이 소홀히 되었다는 문제 인식하에 초등학교 학업성취도평가 폐지 및 ‘꿈과 끼를 길러주는 학교’라는 모토 하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여 아이들이 과도하게 지식교육으로 몰리지 않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6차 교육과정에서와 같이 다양한 학생의 능동적 참여를 강조하는 교수·학습방법(예: 토론, 프로젝트학습, 거꾸로 학습 등등)이 강조되고 있으며 시·도 교육청 및 지원청에서도 혁신학교, 행복학교 운영 및 교실수업실천사례발표대회 등을 통해 이러한 정책 방향을 공유하여 추진하고 있다.

교육이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실천이라고 할 때, 특정한 지향만을 고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교수·학습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제는 특정 교수·학습방법이나 정책을 고집하기보다,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 그리고 다양한 학생들의 필요와 요구에 따른 맞춤형 교수·학습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교수·학습방법이나 관련 정책들의 흐름을 살펴보면, 교사 중심 ↔ 학생 중심; 학력 ↔ 창의·인성; 지식 ↔ 역량; 강의·설명식 ↔ 탐구·발견식; 수월성 ↔ 형평성; 분과 ↔ 융합 등등이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한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상호 배척하지 않고 서로 윈윈(Win-Win)·상생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잘 조합하여 학습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에 대한 묘안(妙案)을 찾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 교실의 현주소는· 향후 과제와 지향점
교실의 내밀한 과정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전후 학교 붕괴, 교실 붕괴 등의 학교 위기 담론이 활발해지며 그동안 성역으로 여겨졌던 교실의 빗장을 열고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활동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시도가 거세게 몰아치는데 기인한 바 없지 않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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