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선의 선택
필자에게 교직에 서 있는 동안 가장 잘한 일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아침독서지도를 시작으로 독서지도를 쉼 없이 해 온 일을 말하고 싶다. 독서지도는 생각하는 학생, 자기 인생을 설계하는 학생으로 기르는 데 최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툴툴거리는 학생에게는 훈화보다 동화(퐁퐁이와 툴툴이) 한 편을 읽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글자 읽기를 힘들어 하는 학생에게는 에디슨의 일화에서 힘을 얻게 했다.
책은 필자의 교직 생활에서 마법 상자였다. 상담이 필요한 학생을 도와주고 싶을 때는 감정코칭과 관련된 책을 읽고 이해의 폭을 넓혔다. 교육의 모든 길은 책으로 통했다. 더불어 내 인생의 장애물 앞에서도 책은 충분한 길잡이가 돼주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책은 어떤 경우에도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아니, 멘토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내 삶에서 책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행복한 시간에는 책을 가까이 하지 못했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사람보다 책이 주는 위안으로 버텨내곤 했다.
이 책은 공감이 가는 대목이 넘친다. 결코 새로운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어내게 하는 끌림이 대단한 책이다. 그것도 자신의 이야기로 진솔하게 펼친다. 독자들은 정직하고 담백한 저자의 고백을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아는 작가다. 아름다운 노래도 누군가의 모창으로 듣는 즐거움은 오래 가지 않는다. 다른 이의 노래를 자기만의 목소리로 재해석해 부를 때 감동을 안겨주듯,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글에 생명력이 강하다.
인문학 열풍에 편승해 독서에 관한 책들도 넘쳐난다. 살고자 마음먹은 사람에게,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을 시작한 사람에게 책은 가장 훌륭한 길 안내자임에 틀림없다. 새뮤얼 존슨은 "자기 삶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는 그것이 반드시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임을 잊지 마라"고 했다. 책은 바로 인간답게 살기 위한 가장 좋은 선택지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독서 실태는 실망스러울 정도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지금 힘든 우리에게 책은 최고의 피난처가 되어줄 수 있다. 그리고 상처를 치유해주고 다시 일어설 용기까지 안겨준다. 오래 사는 비결은 책 속에 넘쳐난다. 날마다 다른 사람이 돼가는 우리는 책이 안내하는 불빛만 따라가도 안전한 길, 내공이 깊은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까지 얻을 수 있으니!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이 깊은 내공을 쌓는 데 필요한 재료의 질과 양을 더하는 행위다. 내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격렬하게 부딪히기도 하고 마치 하나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섞이기도 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생각이 탄생한다. 그리고 여기에 내가 살면서 겪은 경험과 지혜가 합쳐지면서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내공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은 어떤 고비나 위기에서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인생을 꾸려 나간다. (9~10쪽)
죽음을 이겨내고 일본 최고의 기업가가 된 손정의나 술과 마약으로 망가졌던 삶을 추슬러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토크쇼 진행자가 된 오프라 윈프리를 만든 것도 다름 아닌 책이었다. 책은 나를 다독이고 위로하며,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당당한 자존감과 긍정의 힘으로 어디에서나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10쪽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피터 드러커는 취업과 동시에 대학에 진학했지만 학교는 한 번도 나가지 않고 오로지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공부했다고 한다. 당시는 강의에 출석하지 않아도 졸업 시험만 치르면 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나는 도서관에서 진짜 대학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때부터 시작된 공부는 평생 이어졌다. 3년이나 4년마다 통계학, 중세 역사, 일본 미술, 경제학 등등 분야를 가리지 않았고,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셰익스피어 전집을 천천히 주의 깊게 읽기, 발자크의 인간 희극 시리즈 읽기 등등 목표를 세워 가며 꾸준히 책을 읽었다.'고 밝혔다.
(33쪽)
영국 서섹스대학교 인지심리학과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서, 산책, 음악 감상, 게임, 커피 마시기 등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방법으로 흔히 떠올리는 활동들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바로 독서라고 한다. 6분 정도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68퍼센트 감소되고, 근육 긴장이 풀어지며 심박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연구를 진행한 루잇 박사는 "독서는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를 잘 충족시켜 준다. 무슨 책을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작가가 만든 상상의 공간에 빠져 일상의 스트레스와 걱정에서 탈출할 수 있으면 된다"고 전했다. (46쪽)
독서가 인생을 변화시켰으며 그래서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꾸준히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성실하게 읽은 독서량이 쌓여서 어떤 일도 자신감 있게 해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헤매지 않을 기준이 되어 준다. (67쪽)
'승자는 시간을 관리하며 살고 패자는 시간에 끌려서 산다.' 독서에도 통하는 말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 대부분은 시간이 없다고 변명한다.
세계 최고의 투자가인 워런 버핏에게 한 미국인이 편지를 보냈다. 성공으로 이끈 지혜가 무엇인지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답은 바로" 읽고, 읽고, 또 읽어라"였다고. 한다. 워런 버핏은 '매일 깨어 있는 시간의 3분의 1이상을 독서에 투자하며 다른 사람들보다 5배 이상 책을 읽었다'고 말할 정도로 엄청난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78쪽)
교사의 역할은 퍼실리테이터-촉진하는 사람
퍼실리테이터란 말 그대로 촉진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구성원들이 모여 회의를 하거나 함께 일을 할 때 힘을 모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그들을 자국하고 독려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가르치지 않는다. 구성원에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생각하도록 이끈다. 사소하게는 판서를 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일부터 시간을 관리하는 일까지 한다. (83쪽)
교사는 학생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점에서 퍼실리테이터다. 교사 자신의 인생도 잘 이끌어야 하고 제자들에게 길을 보여주고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도록 꾸준히 이끌어주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사람이다. 교사는 교실의 리더이자 학생들의 조력자로서 성장하고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리다. 교사로서 조력자 역할을 잘 하는 첫 번째 방법이 독서량을 늘리는 것이 필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교사는 매 순간 판단하고 평가하고 계획을 세워 학습지도에 임해야 한다. 인성지도를 비롯해서 진로지도 생활지도 등 해야 할 임무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자기계발에 게을리하는 순간 내가 맡은 제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시행착오를 안겨 주기 때문이다. 시대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에 민감해야 하며 변화하는 속도에 처지지 않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 독서임을 부인하는 교사는 단 한 사람도 없으리라. 교사로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방법 역시 독서라고 생각한다. 책은 생각을 달구고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멋진 선생님, 현명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면, 학생들보다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교과지도보다 더 어려운 일이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인간관계, 학생 간에 벌어지는 심리문제, 교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학생들로부터 받는 상처에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 해결책도 책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심리학이나 철학을 꾸준히 공부하고 인간의 심리를 꾸준히 공부하면 실전에도 자신감을 갖고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이나 학부모도 결국은 말로 설득하는 게 먼저다. 책을 읽지 않으면 생각이 빈곤하여 논리적인 말하기에 자신이 없으니 상대방을 설득시키기 힘들다. 감동은 설득할 수 있는 힘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가능하다.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기본적인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미이며, 사소하지만 기본적인 부분에서 완성도가 높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생각이 곧 언어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각'은 머릿속에서 언어로 치환된다. 언어로 표현되지 못하는 생각은 아무 의미가 없다.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96쪽)
결국 당신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자기 혁신을 이루느냐가 개성과 경쟁력을 결정한다. 책을 읽는 행위는 저자의 사고방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저자의 지적 수준이 높으면 높을수록 풍부한 지식과 고차원의 사고방식을 따라 배울 수 있다. 과연 책 한 권으로 그게 가능할까 싶겠지만 지적으로 자극하는 힘은 생각보다 커서 사람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하다.(99쪽)
잘 읽는 사람이 잘 듣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억지를 부리거나 고집을 부려서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상대방이 말하는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해를 하고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니 엉뚱한 방향으로 튈 수밖에 없다.
유연한 사고력을 가진 사람,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과는 대화하는 것도 즐거움을 안겨 준다. 독서가 부족하면 업무의 기본기가 약하고 머리를 쓰는 일을 못한다. 독서는 업무 능력과 지적 수준을 높일 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대우받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려 할 때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독서는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가장 값싸고 하기 쉬운 선택이다.
소크라테스는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해답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에 디지털 시대를 선도했던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오후를 함께할 수 있다면 내 모든 기술을 줄 수 있다' 고 했으리라. 지금 우리는 생각하는 국민이 되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것은 생각하는 교육으로 달성할 수 있다. 생각하는 학생을 기르기 위해 최선의 방법인 독서하는 학교, 책을 들고 다니는 아날로그 시대를 열어야 하는 절박함을 깨달을 일이다. 그야말로 '뭣이 중헌지' 생각하고 판단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는 독서에 몰입하는 교실이 이 나라을 구하는 가장 쉽고 절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