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정책연구소가 주최하고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하는 '2016년 현장교원중심 국가교육과정 4차 포럼'이 2일 서울 우면동 교총회관에서 열렸다.
'2015 개정교육과정의 성공적 현장 안착, 이제부터 시작이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현장 의견 수렴을 통한 교육과정의 효과적 적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1~3차 포럼을 종합·정리하는 소규모 좌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회는 홍배식 인천 숭덕여고 교장이 맡았다.
<주요 토론내용>
◇ 이경호 서울이태원초 교사=기초학력 부족 학생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 기본지식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학생들에게 토의·토론식 학생참여수업을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학생중심의 심층적 학습과 동기 고취를 위해 교수·학습과 교과시간 활용에 대한 교사의 재량권 확대도 필요하다. 다수의 교육선진국은 성취 목표만 제시하고 교육내용과 교육방법에 대한 교사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또한 학생참여형 수업에 대한 교사와 학생의 역량 강화가 수반돼야 한다. 거꾸로 수업, 하브루타 수업 등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교사들은 이론적, 추상적만 이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체험형 연수를 보강해야 한다. 강의식·암기식 수업에 익숙한 학생들에게도 표준 학생참여형 수업에 참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
◇ 박경아 경기 천천중 수석교사=교육과정 연수가 대부분 형식적으로 이뤄진다. 교육청 선도 교원이 교육부에서 연수를 받아 시·도교육청 소속 교사들에게 연수를 하고, 이 교사들이 소속 학교 교사에게 전달연수를 하게 돼 있지만 선도 교원마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번 교육과정에서 학습량의 적정화를 내세웠을 때 많은 기대를 했는데 발표된 내용은 성취기준은 종전대로 다 다루되 핵심성취기준에 더 비중을 두라는 것이었다. 교육과정을 재구성해도 성취기준을 다 다루려면 교과서 분량의 텍스트가 필요하다. 수업 외에도 행정업무와 학생·학부모 상담 등으로 정신없는 선생님들에게는 텍스트를 찾는 일도, 그와 관련한 교과협의를 진행하고 추진하는 일도 버겁다. ‘진정한 학습량의 적정화’가 필요하다.
◇ 김수겸 인천 백석고 수석교사=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 과목을 전담해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현장에서는 일반 선택과목이나 진로 선택과목을 우선 배정하고 교내 평균 시수 미만의 교사가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평정 방식은 학기단위에서 성취기준별로 전환해야 한다. 학기 단위 평정은 학습 과정보다 결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취기준별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학습과정에서 평가가 이뤄지고, 수업과 평가가 일치될 것이다. 학습태도를 평가할 수 있도록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이 선택한 과목은 어떤 형태로든 대학 입시와 연계시켜야 한다. 학생들은 선택과목을 조금 공부하다가 내용이 다소 어려워지면 극복하기보다는 다른 선택과목으로 관심을 돌린다. 극복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교육이다. 과목별 유급제 도입도 필요하다. 고등학교는 의무교육 기관이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장이 최소한의 학력을 인정하는 인증서가 될 수 있도록 과목별 유급제 도입을 제안해 본다.
기본지식 없인 토론·토의수업 안돼
기초학력 부족 학생 교육 강화 절실
현행 학기 단위 평정은 '결과'에 초점
'과정' 보게 성취기준별로 평가해야
◇ 전상훈 서울대치초 교사=핵심역량 함양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 특히 전문적 교사 학습공동체를 통해 핵심역량 중심 교육의 중요성을 공감할 수 있도록 교사를 위한 학습환경을 구축하고, 혼자가 아니라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반성함으로써 교사의 협력적 역량을 함께 기를 수 있게 해야 한다. 핵심 역량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과 공동체에 헌신하는 마음과 실행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매일 학생들이 보고 따라하는 학부모와 교직원들이 먼저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만 한다. 먼저 교직원들이 행복하게 교육관련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행복하지 않은 선생님은 결코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 배태식 경북 오상고 수석교사=교사 양성 기관의 교육과정의 변화와 임용시험 개선이 필요하다. 새내기 교사의 수업컨설팅을 해보면 교직 생활을 30년 넘게 한 교사보다 더 주입식 교육을 하는 것을 많이 목격한다. 또한 교사 상호간에 새로운 교수·학습방법이나 역량지도 방법을 서로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장의 최소 단위가 학교가 될 수 있도록 단위 학교의 교과교사 동아리를 활성화해야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성공을 위해서는 학생활동중심수업과 과정평가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연수는 매우 중요하다. 사례 위주의 연수와 그에 걸맞은 학습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과정평가 방법도 개발·보급해 교사들이 업무 과중 없이 손쉽게 평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 박정현 인천만수북중 교사=2015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각종 연수가 이루어지고 자료가 제공되고 있지만 교사들에게 그리 큰 공감을 불러오지는 못하고 있다. 일부 교사는 무관심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자유학기제가 전면 적용, 사회적 요구 변화 등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현장으로 안착될 수 있는 홍보와 안내가 더욱 절실하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 때마다 항상 지적되는 문제가 자율성 부족이다. 이번 교육과정은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더 많은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정된 체제가 아닌 유기체적 성격의 열린 교육과정으로 구성돼야 한다.
◇ 이경진 경기 고양국제고 교사=학생의 실질적 과목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 학생들의 교과선택권은 단순히 교육과정의 개정만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강사 부족, 수업시간 고정 등을 꼽을 수 있다. 교과교실제가 정체 중인데, 이미 확충해 놓은 교과교실제를 활용하고 강사자격 유연화 등을 통해 교과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교과선택권을 보장하고 탐구학습, 토론학습, 자기주도학습 등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블록타임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융합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서울 창덕여중의 경우 교과블록, 창체블록, 학교특색사업블록 등을 운영하며, 교과·비교과 간, 강사·교사 간, 학교·지역사회 간 수업을 시도해 ‘학생중심 수업’은 물론, 다양한 융합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 백선희 충남 천안신당고 교사=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한 수업 개선과 평가 방안의 변화가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교과별 핵심역량 함양과 핵심역량 요소를 수업에 반영할 때 교과의 특성을 감안해 성취기준과 성취목표를 중심으로 수업 과정안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데 고민해야 한다. 획일적인 평가에서 벗어나 교과 핵심역량에 요구하는 성취 수준과 성취 목표에 도달했는지를 평가해야 된다고 본다.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선도요원을 선발해 주요 핵심 내용을 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석교사회는 자체 연구회를 만들어 개정교육과정에 접근할 수 있는 수업을 개발하고 있다.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