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 속에 녹음이 짙푸르게 우거지는 계절이 7월이다. 유난히 갈증 나는 여름, 지구의 이상기온을 몸으로 느낀다. 그래도 7월이 그리워지는 것은 아마 방학이 있어서일 것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학사일정, 그 업무의 구속으로부터 잠시 홀가분하게 자아를 찾고 재충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기말 평가와 교내 행사
방학을 시작하는 시기는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7월 19~21일 사이에 시작한다. 늦어도 28일에는 모두 방학에 들어간다. 하지만 마냥 마음 설레기에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 그것은 1학기말 평가에 대한 출제와 채점, 성적평가회 그리고 교내 행사들이다.
기말평가는 보통 3일에 실시하는 학교가 많다. 대개 늦어도 13일이면 끝난다. 3일간 또는 4일간 치르는 고사는 전산처리와 채점, 사정회 그리고 나이스 입력 기간을 고려한다면 담당 부서와 학사행정을 위해서라도 서두르는 편이 낫다.
사실 기말평가가 끝나면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1학기의 진도가 끝났으니 아이들이나 교사나 딱히 수업을 하는 게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각 학교에서는 나름대로 체험활동이나 행사를 기획한다. 기말고사 이후 꿈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캠프와 페스티벌을 시행하는데, 일부 학교에서는 이 주간을 ‘문화예술 감성주간’으로 설정해 북 카페, 1인 1악기 발표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에 아이들을 참여시킨다. 주말을 끼고 문학캠프나 수학, 과학캠프, 수련회 등을 하기도 한다. 더러 안전교육 차원의 심폐소생술을 가르치거나 보건교육, 글짓기나 미술대회, UCC대회, 동아리 평가, 스마트폰과의 이별주간, 나아가 ‘생활환경미화 심사’를 하기도 한다. 교사는 교사대로 청렴교육과 학생응급처치교육 등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인문계고등학교는 편하지가 않다. 10일에 ‘수능 세부계획’이 발표되고, 12일에는 ‘고3 전국연합모의고사’를 치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말고사 이후에도 ‘영어에세이대회’, ‘수리창의력대회’, ‘테마별 프로젝트 발표회’와 같은 대회를 해 내신 공부를 시킨다.
적극적인 경우 ‘학생중심 공개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고, 1학기의 행사와 소식을 정리해 ‘학교신문’도 발간한다. 초·중학교에서는 2학기 학급임원 선거를 이 시기에 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전교학생회장 선거와 임원선거를 미리 시행해 대학입시의 부담을 줄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선거는 책임감과 리더십을 갖추고 학교의 명예를 이어갈 수 있는 아이가 당선되도록 학생 전체에 홍보해야 한다. 자칫 역량미달의 아이가 당선되면 모두가 피곤해진다.
삼복더위가 있는 시기인 데다 AI 방역비상의 상황에서는 음식 섭취에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17일, 제헌절에는 아이들에게 헌법 수호의 정신과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훈화가 필요하다.
방학을 위한 다양한 체험활동
자, 이렇게 해서 방학에 접어드는데, 방학 날 일부 학교에서는 ‘전교직원 연수’로 모처럼 회식자리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방학은 쉬는 기간이 아닌 새로운 학습의 기회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이어 물놀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도 줘야 한다. 그래서 담임의 경우, 유용하고도 다양한 정보를 준비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초·중등 사이버가정학습으로 ‘꿀맛닷컴’을 운영한다. 다양한 학습활동이 마련돼 있어 유용하다. ‘서울 창의감성교육배움터’도 공연과 전시프로그램, 각 구청단위로 진행하는 다양한 체험활동이 안내돼 있어 추천할 만하다. 아무래도 여행이나 야외활동을 많이 하게 되는 시기이므로 겸사겸사 에어코리아를 알려주면 좋다. 이곳은 동네별 미세먼지를 예보한다. 또 식중독이나 자외선지수가 궁금하면 기상청에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행사를 추천하면 좋겠다. 집에서 무절제한 생활을 하기보다는 미리 계획을 짜서 활동한다면 안목도 키우고 생활의 활력소가 될 것이다.
대구 달성습지에서는 ‘맹꽁이야 놀자’라는 주제로 환경축제를 15일부터 개최한다. 이곳은 우리나라 맹꽁이의 최대 서식지로서 맹꽁이의 눈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곳이다. 포항에서는 7월 26일~30일 ‘국제불빛축제’를 개최한다. 물 맑은 경기 양평에서는 8월 31일까지 ‘메기수염축제’를 연다. 춘천에서는 ‘호수별빛나라축제’를 연말까지 개최한다. 전남 장흥에서는 탐진강과 편백 숲 우드랜드 일원에서 ‘정남진 물 축제’를 연다. 그밖에 전남 강진에서 ‘청자축제’, 충남 태안에서는 ‘백합꽃축제’도 열린다.
예술에 관심이 있는 경우,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을 추천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안팎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연극, 무용, 음악, 퍼포먼스, 영상 등 색다른 독립예술가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만화에 관심이 있다면, 19~23일 열리는 아시아 최고의 만화축제인 ‘부천국제만화축제’에 가면 좋겠다.
밤의 고궁을 산책하고 싶다면 서울 창덕궁을 가면 좋겠다. 이곳에서는 방학 내내 ‘창덕궁 달빛 기행’을 즐길 수 있다. 가장 다이내믹한 체험으로는 ‘신촌물총축제’를 소개한다. 8~9일, 이틀간 신촌 일대에서 열리는 이 행사는 말 그대로 아무에게나 물총을 쏘며 젊음과 재미를 만끽하는 이색축제다.
공모전과 경연대회도 풍성
학습과 관련한 공모전과 경연대회를 소개해보면, 서울시립대학교에서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서울시립대문화상’의 작품을 5일까지, 명지대학교에서는 문예백일장 작품을 7일까지 접수한다. ‘도산안창호기념관’에서는 청소년 대상으로 작품을 9월 30일까지 접수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로 ‘감사편지쓰기대회’는 7월 말까지 진행된다. 그 외 교육청별로 작품 공모를 하기도 한다.
경남예술고등학교에서 전국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음악경연대회’는 피아노, 관현악, 성악, 작곡 분야로 펼쳐지며 9월 20일까지 접수를 마감한다. 2017 ‘한국리스트콩쿨(피아노)’은 8월 21일에 접수 마감하므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동북아시아자치단체연합사무국(NEAR)에서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회화, 시각디자인, 수채화를 14일까지 공모한다. ‘만화 속 기후변화 이야기 공모전’은 충청남·북도, 대전광역시, 세종특별시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데, 에세이, 그림, 포스터를 16일까지 접수한다.
고등학생을 위한 팁으로는, 포항공과대학교가 전주와 대전 9일, 광주 16일, 서울은 23일에 각각 입시설명회를 갖는다.
방학은 누구에게나 힐링의 시간이 돼야 한다. 그러나 뜨거운 바닷가에서 등을 태우는 것만 생각하기보다는 시원한 계곡에서 새살 돋는 삶을 꿈꾸는 것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