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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웃음 가득 벽화로 꿈이 자라는 학교 만든다

김재식 서울미아초 교장
지저분한 벽면 가리려고 시작
혼자서 틈틈이 그림작업 진행
다른 학교에 재능기부 하고파


27일 서울미아초. 교문을 한 걸음 들어서니 왼쪽 건물 외벽에 해맑게 웃고 있는 해바라기와 튤립, 아이들이 그려진 벽화가 눈에 띈다. 맞은편 건물에도 긴 외벽에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노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벽화 오른쪽 하단에는 작은 글씨로 ‘2016 김재식’이라고 써 있다. 벽화를 그린 이 학교 김재식 교장의 낙관임 셈이다.

김 교장은 지난해 서울미아초로 전근 온 뒤 갈라지고 곰팡이가 펴 지저분한 건물 곳곳을 동화 같은 그림으로 채웠다. 그러다보니 흔히 떠올리는 긴 담장 벽화가 아니라 건물 안팎 구석구석 그림 꽃을 피운 듯하다. 학교 건물로 들어서기 위해 올라야 하는 높은 야외 계단 측면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노란 스마일 풍선을 들고 있는 모습이 크게 그려져 있다. 건물 1층 담벼락 군데군데는 꽃과 나무, 동물 그림을 수놓았다. 도서관 입구 한쪽의 넓은 벽면에는 동화 피터팬의 장면을 연상시키는 대형 그림이 장관이다. 이 모두 김 교장 혼자 시간이 날 때마다 수시로 그려온 것이다.

김 교장의 학교 벽화 그리기는 이 학교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서울동신초교장 재직 시절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수리를 해도 해도 지저분한 벽을 페인트로 색칠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다 이왕 하는 김에 단색으로 칠만 하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면 어떨까 싶었다.

김 교장은 “학교는 아이들이 머물고 꿈이 자라야 할 곳인데 삭막한 것이 안타까워 밝은 그림을 그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벽화작업을 해본 적 없던 그는 인터넷으로 각종 정보를 찾아보고 페인트 가게를 찾았다. 기본 5색만으로도 적절히 섞어 다양한 색을 만들어 냈다. 각종 일러스트 책을 참고해 학교 벽화에 그릴 만한 그림들도 구상했다.
교장실에는 페인트가 묻는 작업복이 훈장처럼 걸려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학교에 색을 입히기 위해서다. 그림을 그리다 결재를 하거나 외부 방문객이 찾아와 서둘러 손을 씻고 교장실로 돌아가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때로는 휴일도 없이 학교에 나와 작업을 이어갔다.

김 교장은 “직접 벽화작업을 하니까 학교 전체를 칠하는 데 25만 원밖에 안들었다”며 “외부 업체에 맡겼더라면 수백만 원은 족히 들었을 것”이라고 흐뭇해했다.

벽화를 그리면서 학생, 학부모들과도 자연스럽게 소통이 늘었다. 처음에는 땡볕에 작업복을 입고 그림을 그렸더니 학생들이 ‘아저씨’라고 부르며 다가왔다. 그러다 나중에는 ‘교장선생님 아닌가?’, ‘교장선생님 같은데’라고 수근대며 질문을 쏟아냈다. ‘어떻게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세요?’, ‘교장선생님 화가세요?’, ‘화가만 하지, 왜 교장선생님이 됐어요?’ 등 익살스러운 질문과 즐거운 대화에 작업도 힘든 줄 몰랐다. 학교를 아름답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편지를 건네는 아이들을 보며 보람도 컸다. 학부모들도 학교가 확 바뀌었다며 반색했다.

김 교장은 “황량한 회색 시멘트 벽면을 곱게 색으로 입혀놓으면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우리 교장선생님 최고’라고 치켜세워준다”며 “그 칭찬에 저 또한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한국화를 전공한 화가로서 작품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평소 그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교직생활을 하면서 야간에는 미대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한 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내후년 퇴직을 기념해 개인전도 준비하고 있다.

김 교장은 “지저분한 벽면에 조금만 신경을 써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꿈꾸게 할 수 있다”며 “퇴직하면 다른 학교에도 벽화그리기 봉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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