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유치원 확대를 골자로 한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 주제 현장 세미나가 사립유치원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에 대해 물리력으로 행사를 번번히 취소시키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5일 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에서 서울·경기·인천·제주 지역 유아교육 관계자를 대상으로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제4차 현장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유총 관계자 500여 명은 이날 세미나 개최 2시간 이전부터 장내를 검거, 개최를 반대했고 세미나는 결국 열리지 못했다.
기본계획안에는 현재 24% 수준인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을 2022년까지 40%로 올리기 위해 국공립유치원을 늘리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교육과정 운영의 내실화, 교원의 역량 및 지원 강화, 유아학교 정착을 위한 행·재정 체제 정비, 공·사립유치원의 균형 발전을 주요 정책과제로 삼았다.
이와 관련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4일 한국교총 회장과의 간담 자리에서 “3600여개의 단·병설유치원을 늘릴 계획”이라며 “이 중 3000여 개는 단·병설유치원을 확대하고 600여개는 사립을 공영형 법인유치원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유총은 “유아교육발전계획 수립 논의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면서 “유아교육의 재정지원 평등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또 “출산율 저하로 취원 유아가 해마다 감소하는데도 공립유치원을 신·증설하겠다는 것은 사립 유치원을 죽이는 정책”이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휴업도 불사하겠다”고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한유총은 지난 21일 대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3차 세미나도 무산시킨 바 있다.
김용일(한국해양대 교수) 연구책임자는 기자브리핑에서 “연구를 시작한지 이제 한달 반 정도 됐고 초반부터 현장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자는 취지였는데 시작도 못하고 무산돼 안타깝다”며 “국공립과 사립 유치원이 균형 발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공립유치원을 늘린다고 해서 사립이 죽는 제로섬 형태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강구하자는 것”이라며 “앞으로 한유총을 비롯해 많은 유치원 관계자들과 만나 대화하며 접점을 찾는 등 조정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만 5세 자녀를 두고 이날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었던 유경숙 씨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국립 단설 유치원을 가장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사립과 국공립을 같이 병행하는 정책을 모색하자는 건데, 논의의 자리마저 원천봉쇄한다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26일 입장을 내고 “의견 수렴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세미나를 봉쇄하고 중단시킨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우리나라 공립유치원 취원율은 OECD 평균(68%)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등 사립유치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불균형 해소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엄미선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장은 “이번 기본계획 수립은 공립만을, 사립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아교육 전반의 질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라며 “평등한 재정지원을 위한 법인화, 교원에 대한 지원 등 총체적인 그림을 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연구진은 오는 9월 21일 공청회를 거쳐 11월 완성된 기본계획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