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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삶이 권태로울 땐 전통시장으로 달려가라!



필자는 다가오는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정신없이 분주한 우리의 전통 재래시장을 찾아보았다. 충남 서산 동부 전통시장은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재래시장으로 그 역사가 아주 깊다. 조선시대부터 5일장으로 자리잡아오다가 1956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개설되었으며, 최근에는 아예 상설시장으로써 그 기능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또한 충남 서북부 지역인 태안, 당진, 대산, 홍성, 예산, 덕산 등을 모두 아우르는 시장으로써 그 규모가 엄청나다.

1천 2백여 명의 상인들이 모여 서산의 가장 활기찬 경제동맥을 이어가는 경제의 구심점 서산동부시장! 때문에 서산 사람들은 오늘도 편리하고 깨끗한 할인마트를 마다하고 재래시장을 찾는다. 재래시장에는 대형마트에서는 만날 수 없는 훈훈한 인정과 우리의 어머니들을 닮은 순박한 미소와 인정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생기와 활력이 넘치는 우리의 전통 재래시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골라, 골라! 롱부츠 2만원! 가게마다 신상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질리지 않는 곳. 그곳은 바로 우리의 전통재래시장이다. 삶이 권태로울 때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고 상인들의 거친 숨소리가 가득한 삶의 현장으로 떠나보시라.



시장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수산물시장의 번화한 모습이다. 내륙과 바다를 낀 서산지역의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동부시장은 사시사철 싱싱한 해산물이 지천이다.

서산 동부 전통시장에는 이런 수산물 코너가 72곳이나 된다. 바닷가를 가까이 두고 있는 동부시장은 해산물의 양과 가짓수가 정말 많다. 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식당은 수산물을 사 가지고 가면 직접 요리도 해준다.

서산의 특산품인 태안의 꽃게와 대하. 그리고 어리굴젓의 원료가 되는 간월도 굴이 먹음직스럽다. 해가 떨어지는 어스름 무렵에 재래시장을 찾으면, 남겨진 것을 전부 모아 싸게 파는 ‘떨이’라는 독특한 문화를 만날 수 있다.



전통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제사음식이다. 특히 그 중에서도 문어는 조기와 더불어 제사음식에서 가장 귀한 품목이다.

시장에서 손님이 가장 많은 곳은 역시 먹을거리코너이다. 뜨끈뜨끈한 어묵과 떡볶이 그리고 튀김 한 접시면 영하의 추위도 아랑곳없다. 밖은 지금 영하 5도의 날씨지만 손님들은 꼬치어묵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동부시장을 찾으면 항상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어묵과 달콤한 호떡을 만날 수 있다.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살을 에일 정도로 춥지만 저자거리의 할머니들은 자리를 뜨지 못한다. 지독한 추위를 피하기 위해 비닐봉지를 머리에 눌러쓴 할머니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연신 물건을 사라고 외친다.

“할머니 그거 땅콩 얼마예요?”

검은 비닐봉지에 든 땅콩을 가리키며 필자 묻자 얼른
“만원만 줘” 한다.

“할머니 너무 비싸요. 조금만 깎아주세요” 했더니 금세
“그럼 9천원만 줘” 한다.

하루 종일 팔면 4만원에서 5만원 정도를 번다고 한다. 할머니 그 돈 갖다가 뭐하세요?
 
“응 먹을 반찬도 사고 남으면 손자 녀석들 용돈도 줘야지”

“힘들지만 그래도 그런 재미로 맨날 나와”



한복가게 앞이다. 알록달록한 한복이 명절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한복가게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귀여운 손자 생각에, 나이 지긋한 중년여성들은 출가한 딸들을 생각하며 행복한 추억에 잠긴다.



서산 동부 전통시장에는 주차장이 잘 구비되어 있다. 재래시장은 낡고 불편하다는 인식을 털어 버리기 위해 지금은 부단히 노력 중이다. 예전의 재래시장을 연상시키는 낡은 시설대신 쾌적하고 위생적인 화장실, 주차장, 공연시설 등을 갖춰나가고 있다. 2018년에는 대형버스주차장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 동부시장을 찾을 것이다.



서산 동부 전통재래시장 한복판에는 언제 어느 때고 각종 공연이 가능하도록 쌈지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얼마 전 이곳 상설무대에서 ‘KBS 6시 내고향’이 촬영되기도 했다. 서산동부시장 상인회에서는 앞으로 먹거리타운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산동부시장은 의류가게 70곳, 주단이불가게 35곳, 양복점 24곳, 철물점 17곳, 식료품가게 15곳, 정육점 14곳, 미곡상 8곳, 문방구 및 지물포 7곳, 신발가게 5곳, 야채가게 75곳, 일반노점 50곳, 잡화과일 42곳, 기타 44곳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하루 유동인구가 1,000여 명에 달한다.



전통재래시장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철물점이다. 부엌칼, 낫, 홍두깨, 방망이, 굴따개, 삽, 쇠스랑, 삼발이, 노끈, 석쇠, 망치, 빠루 등등 철물점에는 정말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물건이 구비되어 있다. 특히 올해에는 2017 전국 우수시장 유공 포상에서 서산 동부 전통시장이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삶이 권태롭고 짜증이 날 때면 우리네 삶의 현장인 전통시장으로 달려가라. 그러면 그곳에 진한 생선 냄새와 함께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금세 깨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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