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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사회교과서 '노동 시각‘은 편파적?”

중·고교 교과서 노동 관련 내용 논란


국내 중·고교 사회과 수업시간에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의 내용이 대체적으로 노동문제를 어두운 시각으로 조명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노동부 산하 한국노동교육원이 내놓았다.

중학교 3종, 고등학교 14종 등 모두 17종의 사회교과서를 토대로 노동문제에 대한 시각을 분석한 결과 △노사관계 △임금문제 △실업문제 △노동시간 △사회보장제도 △직업세계 등에서 대부분의 교과서들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이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것이다.

반면 전경련 등 재계 역시 교과서가 반기업적 정서를 심는 편파성을 지닌다고 그동안 계속 지적해 왔다. 지난해 10월 대한상의가 교과서 26권 중 시장경제와 기업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되는 내용 62곳의 개선을 건의, 교육부가 42곳을 수정·교과서에 반영한 것도 그 노력의 결과였다. 사회교과서 노동 관련 내용에 관한 노동계와 재계의 주장을 들어봤다.


*노사갈등, 임금문제 등 노동자 일방 책임 전가
한국노동교육원 분석= 송태수 한국노동교육원 교수는 현행교과서는 전반적으로 노사갈등을 엄연히 발생하고 존재하는 사실로 인정하기보다는 발생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단정하거나, 이러한 부정적인 편견에서 노동자의 파업을 무조건 '폭력적'이거나 '극단적'인 표현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중학교 사회교과서(170쪽)에서 근로자가 "더 이상 못살겠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 줘라"고 요구하자 국가는 "노동자와 사업주간의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겠어"라고 서술돼 있다는 것.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도 물가상승이나 실업과 연결시켜 다루는 경우가 많다고 송 교수는 지적했다. 고교 사회교과서(244쪽)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10대들에게 유리할까 불리할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90년대 초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청소년 근로자를 3~4명 수준으로 줄였다"는 뉴욕타임스 기사가 인용돼 있는데, 이는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제의 근본 취지를 무시하고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의 주원인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5일제 도입에 대해서도 고교 경제교과서(100쪽)를 보면 "놀이문화만 발달하고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며 생산성을 뒷걸음치게 할 우려가 있다"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고 송 교수는 밝혔다.

또 송 교수는 '직업세계'와 관련해서도 "현행 교과서는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이나 차등의식을 조장해 학생들의 직업관 정립과 진로선택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 번의 직업선택에 성공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정태적 서술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송 교수는 "노동 또는 노사관계에 대한 균형적이고 체계적인 이해와 이에 근거한 이해갈등의 합리적 해결책 모색이야말로 사회집단간 상호인정과 포용적 태도 함양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교과서 안에 노동세계 또는 노사관계에 대한 독립된 장(障)과 절(節)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복지의 부정적 면 교과서 지적은 당연
한국경제연구원 견해= 재계는 "교과서 내용 중 일부 문제가 있긴 하지만 노동교육원의 지적이 모두 올바른 것도 아니다"고 반박한다. 노사분규를 지나치게 갈등적으로 묘사하거나 미래의 유망 직업을 단순화한 부분은 교육원의 지적에 일리가 있지만 사회복지 제도나 임금 인상,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문제점은 실제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성준 연구원은 "복지제도를 시행하면서 '도덕적 해이'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인상은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기업의 비용부담 증가, 물가인상, 고용감소 등의 부정적인 면이 있으므로 교과서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재계, 반(反)기업 정서 없애기 총력 기울여
한편, 재계는 우리나라 중고교생들 가운데 대기업이나 재벌에 대해 호의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학생은 20% 안팎에 불과하며, 특히 경제발전의 주체를 묻는 질문에도 10명 중 2명 정도만이 기업을 꼽아 기성세대의 반(反)기업 정서 못지 않게 청소년들에게도 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밝혔다.(10일부터 1주일간 552명 대상 '기업관ㆍ시장관에 관한 설문조사')

한국경제연구원 황인학 연구조정실장은 "기업의 독점성에 대한 반감 등 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정도가 연령이 낮아질수록 심각한 것 같다"며 "경제교육의 강화 등 시장경제 체제 유지를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전경련 등 재계는 ▷CEO들이 모교를 방문, 자신의 성공적인 기업생활 좌우명 등을 설명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기업과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도 높이기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 지속적 실시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을 의무로 규정한 내용 등 기업에 불리하게 기술된 42건의 중고 교과서 대폭 수정 등 학생들의 '반 기업정서'를 없애기 위해 총력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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