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일자 각급 학교 교장 인사발령이 전국적으로 일제히 단행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입법 예고되어 극심한 국민적 갈등과 대립 속에 올해 3월 국무회의 의결로 개정된 교육공무원임용법령(「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3 제2항, 「교육공무원임 용령」 제12조의6 제2항)의 내부형 교장공모제 50% 확대 적용과 임용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 교장 인사발령에서 시·도교육청별로 내부형 공모 비율을 75%까지 높인 곳이 있고, 제1차 학교 심사순위와 제2차 지역교육지원청(고교는 시·도교육청) 심사순위가 바뀐 학교(지역교육지원청)가 교육청 감사를 받아 논란이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특정 단체 출신자 탈락, 공모과정의 문제 야기 등으로 공모 자체가 철회되기도 하였다. 또 소위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에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에 따른 특정 단체 출신 인사의 교장 임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실 교직경력 15년의 평교사를 내부형 교장공모로 임용하여 교육혁신과 학교개혁 의 견인차로 학교 현장에 신바람을 불어 넣겠다는 사고는 근시안적 탁상공론에 불과 하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공정성·투명성 담보라는 교장 인사의 기본 원칙을 무시 내지 오도(誤導)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교직경력 15년의 평교사를 내부형 교장공모로 임용하여 교육혁신과 학교개혁의 견인차로 학교 현장에 신바람을 불어 넣겠다는 사고는 근시안적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공정성·투명성 담보라는 교장 인사의 기본원칙을 무시 내지 오도(誤導)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학교·교육혁신을 위한 새로운 교장 임용제도의 고민과 도입
한국의 교원 승진 및 임용제도에서 새로운 ‘교장 임용제’ 도입을 고민한 것은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의 5.31 교육개혁 때이다. 당시 교사·교감·교장으로 계열 승진하는 일반적인 교원 승진제도를 개혁하여 학교에 신바람을 일으키고 학교혁신을 도모하고자 1996년 「교육공무원법」 제31조에 근거한 초빙교장제를 도입하게 되었다. 초빙교장제는 교장 자격 소지자 중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사해 초빙하는 제도다. 초빙교장제의 모태(母胎)가 된 교장공모제는 2007년 ‘미래 교육 비전과 전략(안)’ 에 바탕을 두어 초빙형·내부형·개방형 등의 체제로 시범 운영되다가 2012년 법제화 됐다. 교장공모제는 교장 임용방식 다양화로 승진 중심의 교직문화를 개선하고, 교육 공동체 구성원이 원하는 유능한 교장을 뽑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현행 한국의 교장공모제는 초빙형·내부형·개방형 등 세 유형이 있다. 초빙형 교 장공모제는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3 제1항에 근거하여 교장자격증을 소지한 교 육공무원 중에서 교장을 임용하는데 주로 일반 학교가 대상이다. 내부형 교장공모 제와 개방형 교장공모제는 각각 「교육공무원법」 제29조의3 제2항과 「교육공무원 임용령」 제12조의6 제1항에 근거하여 임용한다. 내부형은 초·중등학교 교육경력 15 년 이상인 교육공무원 또는 사립학교 교원으로서 총 공모학교수의 50% 범위 내에서 교장자격증 미소지자(교장자격증 소지자 포함) 선발이 가능한데, 주로 자율학교
와 자율형 공립고가 대상학교다. 개방형은 해당 학교 교육과정과 관련된 기관 또는 단체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는 교장자격증 미소지자(교장자격증 소지자 포함) 선발이 가능한데, 주로 자율학교로 지정된 특성화 중·고교, 특목고, 예·체능계 고교가 대상학교다.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에 따른 논란과 갈등
교장공모제의 유형인 초빙형·내부형·개방형 중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것이 내부형 이다. 2017년 12월 입법예고 후 2018년 3월 국무회의 의결로 개정되는 과정에서 논란이 되었던 것도 바로 교장공모제 내부형의 교장자격증 미소지자의 지원(응모) 비율 확대 문제였다.
교장공모제가 법제화된 2012년부터 교장공모제 내부형의 교장자격증 미소지자의 지원(응모) 허용 비율은 시·도교육청별로 공모 학교 수의 15% 이내로 제한돼 왔다. 이 제한 비율이 2017년 12월 입법예고에서 삭제돼 모든 내부형 교장공모제 학교에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의 지원을 전면 허용하는 쪽으로 개정될 위기에 처했었다. 입법예고 기간 중 교원·교육계 인사·학부모·교원단체 등을 포함한 전 국민적 저항으로 기존 비율 15%와 개정 비율 100%의 절충점인 50% 이내로 확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즉, 내부형 교장공모제 비율이 50% 이내로 확대 개정돼 단행된 첫 인사가 이번 2018년 9월 1일 자 교장 발령이었다. 하지만 새 제도가 정착도 되기 전부터 또 다른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고 있어서 우려스럽다. 몇몇 시·도교육청에서 내부형 교장공 모제 학교 비율 75%까지 확대, 제1차 심사순위와 제2차 심사순위의 뒤바뀜으로 인한 감사(監査), 공모과정 중 특정 단체 출신 응모자 탈락 구실 등으로 인한 공모 철회 등 다양한 문제가 빈발하였다.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쟁점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학교혁신, 교육개혁, 공교육 정상화, 학교장 자율책임경영제, 특색·특성화된 학교 경영, 학교 현장의 신바람 조장 등을 기저로 하여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교장자격증 미소지자의 교장 임용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도입 이후 본래의 순수한 취지와 목적에서 벗어난 임용으로 줄곧 현실과 유리(遊離)된 제도무용론의 중심에 자리해 왔다.
첫째, 임용과정의 불공정성·반투명성 등으로 공신력을 잃고 교육공동체 구성원 간 대립과 갈등을 야기해 왔다. 모든 인사(人事)의 기본 원칙은 공정성과 투명성 담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그동안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상실한 채 특정 단체 출신(소속) 인사의 교장 진출 통로로 악용돼 ‘특정 단체 출신 교장 하이 패스’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실제 내부형 교장공모제 시행 이후 수도권의 90%, 전국 평균 71%가 특정 단체 출신(소속) 인사가 임용됐고, 서울 등 3개 시·도는 전원(100%)이 특정 단체 출신 교원이 임용되었다. 이는 전국 교육 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소위 ‘진보 교육감 전성시대’에 ‘보은·코드·낙하산 인사’ 및 교단의 선거·정치판화 등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라는 항간의 혹평에 대한 함의(含意)를 헤아려야 한다.
둘째, 교원 승진제도의 근간인 인사 구조와 체제(system)를 흔들어 교단 안정과 교육체제, 학교 질서 등을 무너뜨리고 있다. 현행 승진 구조인 교사·교감·교장 등의 계열은 60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교직 수행 과정에서 다양한 교육활동과 교육경력을 쌓아 승진하는 구조는 ‘종합적 역량’ 구축인 데 비해, 교육경력 15년의 내부형 교장 공모제는 오직 ‘연령’이 척도인 것이다. 현행 승진 구조와 규정상 교감 승진도 교육경력 20년이 돼야 만점인데, 교장 임용을 경력 15년으로 하향한 것은 교육전문성 원칙과도 상치(相馳)된다.
셋째,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에 대해 교원·학부모·정치권 등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특정 단체 조사 결과는 다르게 나온 사례도 있지만, 대체로 교원·학부모·정 치권·일반 국민 등 각계각층에서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교총·전학련·국회 이은재 의원실·류청산 교수 조사 연구 등).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우리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류다.
넷째, 젊은 교장이 학교혁신을 추동하고 학교 현장에 신바람을 일으키리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오히려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의 전문성 부족으로 학교 경영에 우려가 많다. 교직과 교원은 전문직이다. 전문직은 고도의 지식과 기술, 경륜 등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이 생명이다. 더구나 교장은 단위 학교의 학교 경영, 교육과정 기획·운영, 인사, 예산·회계 등 의사결정을 책임진 최고 경영자(CEO)다. 따라서 교장은 젊음과 패기도 필요하지만, 노련한 경륜과 전문성이 더 중요한 직책이다.
끝으로 외국에서도 대부분 교장직의 질 관리가 엄격하고 다양한 양성·평가·연수 등을 부과하여 교장을 선발(임용)하고 있다. 대다수 국가가 교장 임용 대상자의 다양한 역량을 세밀하게 평가하고 학교 경영의 전문성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교육경력 15년 된 교원들에게 ‘연령’을 척도로 교장직을 공모로 개방한 국가는 없다.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새 지평과 미래 비전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폐단은 학교혁신과 교육의 질 개선이라는 본연의 취지와 목 적에서 벗어나 비도덕적·비윤리적으로 임용돼 온 관행이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로 임용된 교장들이 일반 승진제로 임용된 교장들에 비해 지적·인성·리더십·인간관계 등 교장에게 필요한 능력·역량 등이 우수하다고 입증된 결론도 없다. 일반 승진제 교장들도 충분히 학교혁신, 교육개혁 등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데 굳이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확대한 것은 특정 단체 출신(소속) 교원들을 교장으로 에둘러 임용하고자 하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인사제도라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진정한 교장 임용제도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국민적 동의를 얻어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임용 척도(잣대)가 ‘연령’에서 ‘다양한 역량과 자질’로 전환되고, 교육감의 논공행상식, 편가르식 임용에서 탈피해야 한다. 특히 승진에 노력하는 교원들을 ‘점수 벌레’, ‘점수 기계’ 등으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학교의 기피 업무를 수행하고, 농어촌 오지 근무를 자원하고, 연구·연수 등에 매진한 교원들이다. 그들은 낮은 곳에서 헌신과 희생을 몸소 실천하고 나아가 학생 교육도 열심히한 모범 교원들이다. 그들에게 학생 교육을 소홀히한 속물 인간이라고 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 극히 일부의 부분을 일반화하여 전부를 폄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궁극적으로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임용 척도는 ‘연령과 최소 경력’에서 ‘종합적 역량과 자질’로 전환돼야 한다. 또 내부형 공모교장은 특정 단체 출신이 아니라, 당해 학교를 변화시킬 능력과 리더십의 소유자여야 한다.
어떠한 행정·정책과 제도도 이해 당사자들이나 국민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현행 내부형 교장공모제 역시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다만 세계화 시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학교혁신, 교육개혁의 기제와 견인차가 되려면 ‘종합 적 역량과 자질’을 구유(具有)한 변혁적 리더십 소유자가 임용되도록 제도 개혁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