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가족과의 해외여행은 설렘과 두려움이 가득한 법이다. 적지 않은 돈과 시간을 들여 쉽지 않은 결정을 한 여행길이기에 가족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여행을 하고 싶은데,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특히 어린 아이와 해외여행을 하게 되면 부모는 더욱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아이의 낮잠시간과 시차, 컨디션이 여행의 모든 것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부끼리 여행 다닐 때와는 전혀 다른 여행 스케줄을 짜야하고, 이를 고려해 숙소를 잡아야 아이도 부모도 모두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수 있다. 아이와 여행하기에 매우 좋은 도시, 조금은 낯선 런던의 풍경 속으로 출발해보자.
숙소는 왕립공원(Royal Park) 옆으로!
런던에는 왕가에서 운영하는 왕립공원들이 총 8개가 있다.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 사이에 엄청난 규모의 오래된 숲이 있다고 상상해보라. 예전에 왕이나 귀족들의 사냥터 등으로 사용하던 곳이며 왕가에서 관리하는 만큼 아주 높은 수준에서 보존되어 온 매력적인 곳들이다. 그중 런던 사람들이 매우 사랑하는 하이드 파크는 고급 주택단지와 대사관들이 주변에 있어서 쾌적하고 조용하다.
어린아이들은 여행지에 도착하는 순간 너무 많은 새로운 자극에 노출되기 때문에 숙소는 조용한 곳을 추천한다. 특히 아주 어린 아이들은 낮잠을 자야 하는데 시차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서 활동하기 시작한다. 어린 에너자이저들이 버둥거리면 아침 일찍 호텔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때 갈 곳이 공원만큼 좋은 곳이 어디 있을까. 무려 300년 전에 만들어진 반짝이는 호숫가 위로 여유롭게 날아가는 백조들과 산책하는 강아지들, 끝없이 펼쳐진 잔디는 아이들의 달리기 욕구를 만족시켜줄 것이다.
# Hyde Park & Kensington Gardens
켄싱턴가든은 영국 왕립공원으로 18세기에 하이드 파크를 분할해서 만든 공원이다. 빅토리아 여왕 이전엔 일반인 출입이 안 되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모두에게 오픈되어 있다. 크고 작은 다양한 애견들을 여기서 다 만났다. 산책로를 제외한 잔디밭은 탁 트여있고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도 켄싱턴궁전이 보인다. 켄싱턴궁전은 다이애나비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곳으로 그녀를 추모하는 공간이 공원 구석구석에 있었다. 유명한 관광지,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아이를 잃어 버릴까 노심초사하는 것보다 끝도 없이 펼쳐진 잔디밭에서 새와 강아지와 놀게 하자. 이곳은 아이 동반 여행객에겐 최고의 휴식처가 될 것이다.
놀이터를 검색하자! Play in London
유럽은 지역민들의 여가문화 조성 측면에서 도시 속 다양한 놀이공간을 창조하는 프로젝트 그룹이 활성화되어 있다. 특히 영국은 오래전부터 ‘놀이’가 아이들의 즐거움의 중심이자, 신체적·정신적 건강 발달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다양한 법률 제정을 통해 선포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건물과 도로에 놀이터를 점령당하는 현대 도시공간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까? 런던은 아이들이 시간과 공간을 극복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창조적인 환경과 지역사회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정책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선택하고 규칙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배우게 하는 곳이 놀이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창의성·책임감·협동심을 길러주기 위해 아이들에게 ‘스스로 놀이를 만들 것’을 주문한다. 그런데 과연 땅값이 비싼 런던의 도심에 놀이공간을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
# 돈을 아끼면서 도심에 놀이터를 만들자! London Street & London Play
휴일이 되면 런던의 일부 거리는 놀이터로 변신한다.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이뤄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분필 하나로 현관 앞에 놀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도심의 도로를 아이들에게 기꺼이 내어주고 몇 가지의 놀이도구로 도로가 놀이터로 변신하게 된 것은 부모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모든 아이는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한다는 주민들과 지역단체·정부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 정형화되지 않은 놀이터, Adventure Playground in London
런던 시내는 80여 개의 모험놀이터가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창조하고, 등반하고, 상상하고, 탐험하고, 식물을 기르고, 친구를 사귀고, 불을 피우고, 실험할 사물을 만들고, 시야를 넓히고, 한계에 도전한다. 모험놀이터는 건설 현장에서 남은 재료·나무·타이어·벽돌·로프 및 오래된 가구 등으로 채워지며, 놀이터의 어떤 것도 고정적이거나 비싸지 않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위험을 만나고 이를 해결하면서 위험을 다루는 능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약간은 위험해 보여도 그 위험을 만나면 어떻게 해결할지 놀이터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점,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해서 놀아야 한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한곳에 조금 더 오래 머물기! 자연사 박물관 with Wild Life Gardens
미술관과 박물관의 나라 영국. 무료인 박물관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여행코스이다. 그중 런던의 자연사 박물관은 1881년에 설립된 세계적인 자연사 박물관이다. 영국이 전 세계에서 수집한 다양한 동물의 표본 및 어마어마한 크기의 실물 화석들과 움직이는 공룡으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소이다. 하지만 런던 자연사 박물관 뒤편에 비밀의 정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곤충을 좋아하는 어린아이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1,000종에 가까운 영국의 자생 식물과 곤충들을 만날 수 있다.
박물관 한편에 방치되었던 잔디밭을 리모델링해서 만들어진 이 야생의 정원에서는 연못의 물을 떠서 물속에 살아있는 생물들을 관찰하는 살아있는 생태교육을 체험하게 해준다. 여기서 만난 올챙이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런던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길을 걷는 곳곳마다 볼거리로 가득 차 있는 매력적인 도시이다. 유명한 건축물·박물관·미술관·다양한 정원·공원·역사적인 장소까지. 하지만 런던을 아이와 함께 여행하면서 느낀 것은 그 많은 장소를 발전시키고 보전해온 전통과 시민정신을 본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특히 런던의 놀이터 사업과 문화는 미래세대 아이들을 위한 자치구 봉사자들의 관리, 지역구 협의회와 정부, 각종 시민단체의 협력 아래서 발전되어 온 것이어서 더욱 인상 깊었다.
<Tip> London Play는 런던의 놀이공간을 연구하고 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놀이터를 창조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그룹이다. 사이트(https://www.londonplay.org.uk/)에 들어가면 80여 개의 다양한 놀이터와 런던 스트리트 프로그램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1) 빅벤 & 런던아이 근처의 작은 놀이터 _ ‘Jubilee Gardens Adventure Playground’
2) 시간의 기준이 되는 곳 Greenwich Park & ‘Natural Playground’
3) Diana Memorial Playground(@Kensington Garde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