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듣고 싶은 수업을 직접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직업계고인 마이스터고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고교학점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오는 2022년에는 특성화고와 일부 일반고에 적용하고 2025년에는 전체 고교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핵심 교육공약이다.
교육부는 21일 전국 마이스터고 51개교에 고교학점제를 우선 도입하는 내용의 ‘2020학년도 마이스터고 학점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고교에서도 학생이 직접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 듣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다.
마이스터고는 산업계의 수요에 직접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이 탄력적으로 운영돼 상대적으로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에 수월한 환경이라고 설명한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마이스터고의 교육과정은 크게 바뀐다. 우선 교육과정 이수 기준이 ‘단위’에서 ‘학점’으로 변경된다. 1학점 수업량은 현행 17회에서 16회로, 총 이수학점은 현행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줄였다. 학교 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조절한 것이다.
자신의 전공이 아닌 다른 학과의 수업도 들을 수 있다. 최소 24학점 이상 취득하면 부전공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기계학과 학생이 소프트웨어 과목을 수강해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갖춘 기계 조작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공 내 세부 교육과정도 다양해진다. 소프트웨어 학과를 소프트웨어 개발과정과 정보보완 과정으로 세분화하는 식이다. 산업체, (전문)대학 등 지역사회 기관에서 전공 관련 실무교육을 이수하는 것도 학점으로 인정한다.
교육부가 고교학점제를 통해 기대하는 ‘고교 교육 정상화’는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함께 시행됐을 때 실현될 수 있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든 유불리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평가는 점수를 받기 수월한 과목에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마이스터고는 2012년부터 전체 수업의 40% 정도인 전공과목에 한해 절대평가를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어·영어·수학 등 공통과목은 상대평가다.
이날 교육부가 내놓은 평가·졸업제도는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일부 과목에서 최소 성취수준을 적용한다고는 하지만, 보충학습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보충학습 과정은 학생부에 기록한다. 학점제로 운영하는 대학의 경우 성취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F학점(미이수)을 준다.
고교학점제가 전체 고교로 확대되면 학교 현장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과목 증가에 따른 교원 확충 문제가 대표적이다.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를 운영한 A고 교사는 “기존 가르치던 과목에 새로운 과목을 맡게 되면 수업 준비와 평가 등 업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교사 수가 적은 농산어촌 지역 학교는 수업 개설조차 어려워 지역 간 교육 격차가 생기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마이스터고를 대상으로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면서 제도를 개선해나가겠다”라고 했다.
대입 개편안 발표에 대해선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는 “지금 대입제도 개편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대입제도를 개편할지 유지할지는 내년에 최종적으로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을 발표할 때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