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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아이들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날, 수능 D-30일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 왜 하필 지금인가!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 14일) 한 달을 앞둔 오늘(15일), 고3 마지막 학력평가(서울특별시 교육청)가 전국 고교에서 일제히 치러졌다.

 

대수능을 앞두고 치러진 마지막 시험이라 여느 때와 달리 1점이라도 더 올리려는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기만 했다.

 

특히 이번 시험은 수시모집 최저 학력과 정시를 목표로 공부해 온 아이들이 자신의 성적을 최종 가늠할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3교시(영어) 고사 감독을 위해 평소보다 일찍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연구부에서 문제지를 받아 교무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런데 교무실 앞 복도에 많은 아이로 북적거렸다. 순간,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자, 우리 반 아이들이 담임인 내게 달려오며 아침에 낸 휴대폰을 줄 것을 재촉했다.

 

“선생님, 휴대폰 좀 빨리 주세요.”
“무슨 일 때문에…”
“오늘 ○○대학교 합격자 발표일이에요.”

 

사실 핑계 같지만, 오늘이 3학년 마지막 학력고사가 있는 날이라 아침부터 바빴다. 그래서일까? 그 대학의 합격자 발표일을 깜박 잊고 있었다.

 

우선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나눠주며 합격 여부를 빨리 확인해 볼 것을 주문했다. 그런데 합격을 확인하려는 수험생의 동시접속으로 대학 홈페이지가 과부하에 걸려 인터넷 연결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계속해서 연결을 시도해 보았으나 에러만 발생 되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짜증 냈다. 참다못한 일부 아이들이 대학에 직접 전화를 걸었으나 그것 또한 소용없었다.

 

잠시 뒤, 인터넷이 연결되자 합격 여부를 알게 된 아이들의 아우성과 함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도 합격 여부를 아이들의 표정에서 쉽게 읽을 수가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가 합격하지 못해 그 안타까움은 컸다.

 

최초 합격한 아이들은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반면, 불합격한 아이들은 얼굴을 붉히며 못내 아쉬워했고, 그 아이 중 일부는 바닥에 앉아 울기까지 했다. 대학에서 부여한 예비번호 순위가 다소 빠른 아이들은 충원 합격을 기대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하필 고3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르는 오늘(15일), 굳이 합격자 발표를 한 대학 측의 저의에 내심 화가 났다. 점심시간, 한바탕 소란을 피운 후 아이들은 교실로 돌아갔다. 뒤돌아서 교실로 향하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왠지 무거워 보였다.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직 끝나지 않은 오후 시험(영어, 한국사, 탐구영역, 제2외국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수능을 코앞에 두고 예민해져 있는 아이들이 자신감을 상실하지 않을까 다소 염려되었다.

 

앞으로 계속되는 대학의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 결과에 얼마나 많은 아이가 울고 웃어야 할지 담임으로서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발표일이 수능 이전에 있는 아이들이 문제이다. 만에 하나 합격하면 다행이지만 떨어졌을 경우 그 후유증이 수능 시험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 대학에 합격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위로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노력은 절대로 결과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 잘 될 거야!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렴.”

 

오늘도 이 아이들을 위해서 담임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는 일이 없기만을 간절히 기도해 본다. 조금은 이른 감이 있지만 11월 14일(목요일) 시험을 끝내고 나오는 아이들을 위해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를 수첩에 적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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