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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작은 도둑 큰 도둑, 오십보백보다

일찍이 현대 서양철학의 밑그림을 그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BC427년 ~ BC347년)은 “정치를 외면하는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를 받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2,400년 전에 민주주의가 가장 꽃피웠던 그리스에서조차 시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도록 계도했던 것을 보면 인류사에서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치의 중요성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는 법, 한때 영국에서 6.25 전쟁으로 폐허 속에서 살아가던 우리의 모습을 보고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가 꽃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는 것과 같다"고 말한 <더 타임스>의 기사에 비하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일구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로 들어가 보면 한숨만 나오고 분노와 함께 3류 정치의 개혁을 한시도 늦출 수 없다는 결론이다.

 

4.15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다. 이는 중국 양(梁)나라 혜왕(惠王)이 정사政事)에 관하여 맹자에게 물었을 때, 전쟁에 패하여 어떤 자는 백 보를, 또 어떤 자는 오십 보를 도망했다면, 백 보를 물러간 사람이나 오십 보를 물러간 사람이나 도망한 것에는 양자의 차이가 없다고 대답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국민도 이와 같다. 정치를 조금 잘 하든 조금 못하든 국민이 힘들게 사는 것이 똑같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결코 행복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그럼 ‘좋은 정치’란 무엇인가? 고전(孔子)에선 “근자열원자래(近者說遠者來): (정치가)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까지 찾아온다”고 했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는 저질 정치인이 활개치고 또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고 이것이 나라냐고 목청을 높인다. 심지어 한국을 등지고 떠나고 싶다고까지 한다. 이럴수록 우리는 플라톤의 경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급한 자들의 지배를 받게 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요즘 우리 정치를 잘 묘사한 글들이 신문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그중 한 논설위원(김승현)의 글을 요약해 인용해 본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걸까. 요즘 정치권에 ‘도둑놈 비유’가 바이러스처럼 창궐하고 있다. 여야는 줄기차게 상대 당의 ‘의석 도둑질’을 고발한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악용해…국민 표심을 훔치려 한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얼마 전에 여당 대표는 제1야당을 향해 “위성정당이라는 반칙과 편법으로 의석을 도둑질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여당도 듣도 보도 못한 몇 개의 당과 연합해 비례정당을 만들었다. 이는 마치 “이웃집 사람이 마트에 들어가 물건(비례대표 의석)을 훔친 자에게 ‘도둑놈’이라고 온갖 욕을 퍼부어댔는데, 가만 보니 그놈이 자기보다 부자(총선 뒤 다수당)가 될 거 같다. 참을 수 없어서 그놈보다 부자가 되려고 자기도 같이 훔치기로 한다.”는 비유와 상통한다. 그렇다. 누가 더 나쁜 도둑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래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는 법이니까.

 

어떤가? 이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과연 이대로 좋은가? 물론 이런 와중에도 정치인의 도의를 지키려 고군분투하는 양심적인 소수도 있다. 하지만 중과부적이랄까. 그들의 주장은 허공에 떠도는 메아리일 뿐이다. 그래도 국민은 그런 정치인을 기억할 것이다.

 

이제 장물을 훔쳐 세탁하려는 도둑들의 등장이 4·15 총선에서 자행될 것이다. 우리 국민은 깨어있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악몽을 꾸며 ‘도둑이야’하고 소리칠 여유와 힘이 없어도 절치부심하며 국민주권의 기치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냉정하게 발이 저리며 구린내 나는 정치인들을 솎아내야 한다. 우리 정치에 햇볕이 드는 그 날을 실현해야 한다. 존경하는 국민 제위여, 깨어있자! 다시금 되뇌인다.

 

“정치를 외면하는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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