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의 줄기찬 요구에 정부가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을 검토하기로 했다. 교총과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8일부터 유치원 교원 서명운동을 통해 현장의 여론을 교육부에 보여주기로 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유치원 수업일수 추가 감축에 대해 “현재 국공립·사립 유치원 교사·원장, 학부모,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유치원 교사와 학부모 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 양쪽 의견을 듣고 조율해 개선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7일 유치원 수업일수 추가 감축과 관련해 “현장 상황에 맞는 방향을 모색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원 연간 수업일수는 코로나19를 고려해 180일의 10%를 감축한 162일로 줄었다. 그러나 초·중·고교가 온라인 개학을 하는 동안 유치원은 원격수업을 못 해 지난달 27일 94일 만에 개학했다. 이에 따라 유치원은 혹서기·혹한기에 계속 수업을 해야 수업일수를 채울 수 있어 교총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이 수업일수를 더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총과 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4월 3일 교육부를 대상으로 ‘정부의 무기한 개학 연기 발표’에 대한 공동건의서를 전달했다.
양 단체는 이어 5월 1일에도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 및 개학 일정’ 관련 2차 공동건의서를 교육부에 전달하고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 국공립유치원 교원 9634명이 모바일로 참여한 이 조사에서 90.4%(8709명)의 교원이 ‘연기된 일수만큼 감축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양 단체는 이에 대해 “현장 유치원 교원들은 원아들의 혹서‧혹한기 건강 관리, 장염‧독감 예방, 원아의 안전을 위한 난간․마룻바닥 등 교육 시설 개선공사 기간의 확보를 위해 방학을 더 줄이기보다는 수업일수를 감축해 유아의 건강과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긴급돌봄 기간을 수업일수에 포함하거나 법령 개정 등 특단의 수업일수 감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19일에도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 근거 마련’을 위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 요구 3차 건의서를 전달했다.
이후 교육감협의회도 현장 여론을 반영해 28일 정기총회를 열고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을 위한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과 원격수업 규정 마련을 건의하기로 결의했다.
교총은 정부에서 수업일수 추가 감축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8일 환영 논평을 내놨다. 하윤수 회장은 “유아들의 건강과 일선 유치원의 학사일정 파행을 예방하는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 등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 방안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총은 유치원 수업일수 감축을 위해 8일부터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 청원 서명운동’에도 돌입한 상태다. 교총은 “질병 전문가들은 감염병 사태가 지속될 수 있고, 사라졌다가 다시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며 “언제든 휴원과 개원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감염병에 따른 수업일수 감축 근거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치원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고 유아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 작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