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승진제도와 관련한 논의를 전개하는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규정이 교육공무원승진규정이다. 이 승진규정은 1964년 7월 8일에 제정되었으며, 지금까지 30여 차례 이상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수정과 보안을 반복하고 있다.
교원승진제도는 조직구성원으로서의 교사와 조직 간의 관계와 관련되는 문제이다. 한 교사가 교직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보상받게 되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승진이다. 즉, 한 교사가 교직에 입문한 이후에 자신의 전문성이 축적됨에 따라 보다 많은 책임과 역할을 담당하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도입한 정책이다.
또 한편으로는 조직의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충원의 수단으로 도입한 정책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승진정책은 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우리의 경우, 교원승진이라 함은 교사에서 교감, 교감에서 교장으로 직위가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언제부턴가 터부시 되고 오히려 학교 교육력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매도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과 조직에서 승진하고 싶다는 바람이 비판의 대상이 될수 있을까?
물론 지금의 교원승진제도가 교직사회의 전문성 향상과 건강한 경쟁을 강조하는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데는 한계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원승진제도는 시대적 흐름에 부합될 수 있도록 긍정적 변혁이 필요한 시점을 맞고 있다.
올 초부터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교원승진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승진규정 개정부터 인사제도 전반에 걸쳐 개혁안을 마련 중이다. 이번 호는 교원승진제도가 최근 들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진행되고 있으며, 주요 쟁점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떠한 모습으로 전개될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
들어가며
‘타인이 생각하는 나’와 ‘자신이 생각하는 나’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그림을 그려 보고, 타인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관리자 중심의 일방적인 평가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평가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교육공무원의 근무성적평정 방식도 관리자 중심의 일방적 평가에서 벗어나 동료교원평가를 포함하는 다면평가를 도입하였고, 이로 인해 과거에 비해 보다 객관적인 근무성적평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면평가는 분명 기존의 하향식 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고,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평가자의 한계 및 평가방식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오히려 평가의 정확도와 신뢰도가 감소하기도 한다.
최근 시·도교육감협의회를 중심으로 다면평가의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때 다면평가에 대한 장점과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다수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보다는, 교육적 관점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이로 인해 미치는 영향을 깊이 성찰하며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교원승진규정 중 다면평가에 대하여 시·도교육감협의회 설문조사 내용을 중심으로 다면평가의 장점은 살리되 한계는 보완하는 보다 현실적인 개선방안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제시하고자 한다.
다면평가제도의 이해
다면평가는 상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평가자(상급자·하급자·동료 등)로부터 피평가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피드백해 주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보통 피평가자의 업적·역량에 대한 다양하고 생생한 평가결과를 인사관리에 활용하거나 자기 인식 및 행동 변화를 유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교육공무원승진규정은 교육공무원의 경력, 근무성적 및 연수성적 등의 평정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승진 임용에 있어서 인사행정의 공정을 기함을 목적으로 1964년 제정된 이후 사회적 변화 및 시대적 요구에 따라 계속 개정되어 왔다.
교육공무원의 다면평가제도는 학년별·교과별로 교육과정의 편성·운영이 이루어지고, 교실 내의 활동이 주가 되는 교원업무의 특성상, 관리자 위주의 근무성적평정을 보완하고 근무성적평정의 객관성 및 타당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2007년 도입되었고, 수평적인 학교 조직의 특성을 반영하여 다면평가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다면평가제도 개선방안에 대하여
현재 시행되고 있는 다면평가제도의 취지와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학교현장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승진에 활용되는 다면평가 반영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 본래 다면평가는 관리자 중심의 하향식 평가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따라서 다면평가의 비율 상향 조정은 평가결과에 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고, 평가결과에 대한 불만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현재 적용되고 있는 교사 근무성적평정 합산점 산정방식은 비교적 최근에 변경된 제도로 신뢰성 및 지속성 측면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다면평가비율이 관리자평가비율을 초과하는 경우 피평가자가 지나치게 인간관계에 집중하여 소신 있게 업무를 추진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동료교사의 다면평가비율은 상향하더라도 50%를 초과하지 않는 것이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근무성적평정 시 정량평가 결과는 성과급에 활용하고, 승진평정에는 정성평가만 반영하도록 한다. 다면평가의 기본 취지는 동료교사의 정성평가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고, 개인의 정량평가 결과는 성과급상여금 평가에도 반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성평가비율과 정량평가비율이 승진평정과 성과상여금 평가에 다르게 반영되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오히려 각각의 평가의 목적을 불분명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정량평가는 정해진 항목별로 점수로 평가하고 있어, 다면평가를 실시하는 취지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교사근무성적평정의 다면평가에서 정량평가 결과는 승진평정 반영비율에서 제외하고, 성과상여금 용도로만 활용하는 것이 다면평가 도입의 기본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된다.
셋째, 관리자평가 및 다면평가 결과 합산 방식은 현행대로 학교단위로 실시한다. 현행 근무성적평정은 관리자가 다면평가를 확인하고 최종 평가 후 교육청에 제출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인 교장과 교감의 영향력이 발휘될 수 있어, 평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관리자와 다면평가자의 평가결과를 각각 별도로 교육청에 제출하여 독립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평가결과를 독립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교육청 단위의 새로운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고, 교육청 담당자의 업무가 폭증하는 등의 어려움이 발생하게 되며, 이와 같은 일련의 노력에 비해 그 효과는 미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관리자평가 및 다면평가 합산을 현행처럼 학교단위로 시행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다.
넷째, 다면평가자의 선정대상 규모는 현행과 같이 학교단위 자율로 구성하도록 한다. 현행 다면평가자는 2개월 이상 근무한 동료교사 중에서 3명 이상 100%까지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 다면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하여 다면평가자 선정대상을 50% 이상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정하게 되면, 소수의 평가자가 범할 수 있는 주관적 오류를 줄일 수는 있으나, 학년·교과중심으로 운영되는 교직의 업무 특성상 관련도가 낮은 동료에 대한 근무태도나 근무실적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워져, ‘인기투표’로 변질되어 평가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다면평가자의 선정대상 최소 인원을 일률적으로 확대하는 것보다 현행과 같이 3명 이상 100% 범위에서 학교여건 및 구성원의 의견을 고려하여 학교단위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무리하며
어느 조직이든 관리자에게 권한이 집중되면 구성원은 수동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 권한을 보다 수평적으로 부여하고 위임할수록 구성원은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보다 능동적으로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승진제도 또한 가급적 구성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하되 관리자가 가지고 있는 막중한 책무성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적절한 선을 찾아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 적절한 선은 결과에 있지 않고, 결과를 찾아 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면평가제도는 다양한 평가의 주체를 인사관리에 반영하는 제도이지만 미국과 같이 다면평가제가 일반화된 국가에서도 주체 사이의 평가가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는 평가결과를 승진이나 성과상여급 등과 연계시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실 보수나 승진보다는 평가결과의 공개를 통해 당사자 자신이 본인의 문제를 확인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다면평가 방식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성원이 민주적으로 참여하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향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균형 있는 기준을 마련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다면평가제도의 장점은 살리고 이상적인 접근으로 인해 발생하는 한계는 보완하여, 교원의 교육활동과 전문성 향상을 위한 피드백이 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