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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부산교육청 재량권 일탈·남용" 해운대고 자사고 유지

부산지법 행정처분 취소 결정
"좋은 점수 받을 기회 박탈"

전국 무더기 취소 후 첫 판결
교총 "위법·비상식적 정책에 경종”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부산 해운대고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린 부산시교육청을 상대로 제기한 1심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해 전국의 자사고가 무더기 지정 취소된 이후 나온 첫 판결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교총 등 교육계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편파·불공정성을 입증한 판결이자, 일방적인 자사고 취소를 바로잡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18일 부산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최윤성 부장판사)는 해운대고 학교법인 동해학원이 제기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해운대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시교육청은 항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재판부는 부산교육청이 평가 기간 뒤 신설·변경한 평가 기준·지표를 소급 적용시킨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봤다.

 

재판부는 “해운대고가 2019년 평가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며 “해운대고에 불리하게 변경되거나 신설된 기준 점수와 최대 감점 한도, 평가지표가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면 원고는 최소 63.5점을 받아 변경 전 기준점수 60점을 충족해 자사고 지정기간을 연장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8월 해운대고는 부산교육청이 5년마다 시행하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70점)에 못 미치는 종합점수 54.5점을 받아 자사고 지정이 취소됐다. 부산교육청의 지정 취소에 교육부도 동의했다.

 

부산교육청은 자사고 지정기간 연장을 위한 기준점수를 2014년 60점 이상에서 2019년 70점 이상으로 10점이나 상향하면서 이를 2018년 12월 31일 해운대고에 통보해 학교 운영성과에 소급해 적용하고, 감사 등 지적사례로 인한 최대감점을 2014년도 3점에서 2019년 12점으로 9점이나 확대한 바 있다.

 

당시 이 같은 부산교육청 등 시·도교육청의  행태에 대해 ‘취소를 위한 억지’라는 비판이 교육계로부터 제기됐다.  이번 판결로 인해 교육계들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자사고 등 학교의 종류와 운영을 법률에 직접 명시해 제도의 안정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을 기하는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교총은 “고교체제라는 국가 교육의 큰 틀을 시행령 수준에서 취소하고, 아예 폐지하는 졸속 행정을 즉각 철회하라”며 “부산교육청이 항소의지를 밝혀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1심 판결은 교육당국의 위법하고도 비상식적인 자사고 폐지 정책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와 교육청이 5년 전 자사고와 한 테이블에 앉아 평가 내용과 기준을 협의해 합의하고, 이행에 협력했다면 지금과 같은 소송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면서 “항소를 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교육부와 교육청은 불공정한 평가로 초래한 혼란과 피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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