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이 한 초등학교 교장의 갑질 사건을 은폐, 축소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교직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현직 교감이 교장에게 갑질을 당해 신고를 하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두드린, 전례 없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자격 내부형 공모 교장의 갑질을 인정 안 하는 인천시교육청 감사실’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교장이 작년 9월 초 교감에게 ‘근평(근무성적평정) C를 주겠다’, ‘1년 만에 섬으로 날려 버리겠다’, ‘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보여주겠다’라고 술에 취해 막말을 쏟아냈다”며 “교감은 무시와 따돌림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정신과에서 두 달 이상 안정을 요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썼다. 이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교감이 인천시교육청에 갑질 신고를 했지만, 해당 교육청은 공개 사과를 받는 것으로 무마시키는 등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해당 교감은 인천시교육청 감사실에 8개 사안으로 갑질 신고를 했다. 4개월이 지난 이달 초, 감사실로부터 ‘8개 모두 갑질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는 회신문을 받았다. 다만,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학교장의 신뢰와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로 판단된다’며 교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실 관계자는 “(교장의 행위에)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어서 11월 1일 서면으로 신분상 조치를 했다”면서 “사안에 대한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보고 공정하게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교감은 조사 과정에서 민원을 제기한 자신과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면담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감사실 관계자는 “민원인이 제출한 자료가 구체적이고 충분했기 때문에 따로 요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국교총(회장 하윤수)과 인천교총(회장 이대형)은 지난 9일 “인천시교육청은 해당 사안에 대해 쉬쉬하지 말고 즉각 갑질 여부에 대한 재감사를 실시해 잘잘못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투명하게 진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교총은 “최근 교육감 측근들이 무자격 교장 공모제 시험 문제 유출 등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데 더해 무자격 공모 교장의 갑질 행위 논란이 발생했다”며 “봐주기식 은폐·축소가 이뤄진다면 신뢰도는 더욱 추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전 부산교대 총장)은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해 잘못된 관행과 의식을 바꾸는 노력은 교직 사회 전체의 몫이지만, 이를 선도하는 것은 바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라며 “코드에 따라 갑질 여부 판단과 처분 수위가 달라진다면 바로 그것이 불공정이며 정책 신뢰도를 스스로 추락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