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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단수기 동상] 원래 사람은 안 바뀌어요, 아니요 바뀔 수도 있어요

"만만치 않은 학생들일 겁니다. 작년 담임 선생님도 좀 힘들어하셨어요. 워낙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라…."

 

학교를 옮기고 처음 인사 간 날 들었던 이야기였다. ‘얼마나 힘든 아이들기에 그럴까?’라는 걱정 반, ‘내가 경력이 몇 년인데… 잘할 수 있겠지.’라는 자신감 반으로 한해를 시작했다. 미리 이야기를 듣고 담임을 맡았지만, 아이들은 소문(?)대로 개성이 넘쳤다. 5학년임에도 3월 한 달, 아니 1년 내내 아이들 생활 지도만 했던 것 같다. 
 

그중에서 첫날부터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덩치는 반에서 으뜸이고 내 이야기에 유난히 크게 반응하던 아이. 직감적으로 ‘아, 이 아이가 반에서 제일 말썽이 많은가? 이 애가 이 반 짱인가…’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일단 첫인상과 그 아이의 실제 모습은 많이 달랐다. 사람은 절대 첫인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걸 다시 느꼈었다. 이 아이는 내가 첫인상으로 그 애를 판단하고 지도했다면 큰일 날 뻔했겠다 싶을 정도로 달랐다.
 

내가 그 아이를 다시 보게 된 사건은 3월이 좀 지난, 이제 좀 새로운 반에 적응해 가던 날 오후에 벌어졌다. 그 애를 포함한 두 명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로 나에게 왔다. 의견 충돌로 싸움이 벌어졌고 내 앞에 그렇게 왔다. 자초지종을 들은 후 두 아이를 혼내는데 그 아이가 펑펑 울기 시작했다.
 

‘아… 이건 뭐지?’
 

별로 혼을 내지도 않았는데 눈물, 콧물을 짜며 울기 시작하는데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일이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이 아이는 굉장히 어린 아이였다.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자기 멋대로인…. 운 건 단지 기분이 나쁘고 억울해서였다. 원래는 좀 무섭게 혼내야 하나 생각을 했지만 이 아이한테는 그러지 않아도 될 거 같았고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할지 머릿속에 학생 지도 계획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먼저 그 애가 이번 상황에서 잘못한 부분을 짚어주며 아주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왜 혼이 나는지, 이런 경우엔 어떻게 행동하는 게 옳은지, 앞으로 어떻게 말과 행동을 했으면 좋을지를. 십 년 넘게 교직 생활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감이라는 게 생겼는데 이 아이를 지도하면서 드는 생각은 ‘아, 이 아이는 내가 열심히 하면 바뀔 수 있겠구나’라는 그런 감이었다.
 

생활 지도는 계속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무언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학기 초에 문제였던 것들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특히 단점이 줄어드니 그 아이의 장점이 점점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바뀌는 속도도 더 빨라졌다. 
 

이 아이의 장점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자면, 다른 아이들과 충돌은 잦았지만 여러 가지 일에 솔선수범할 줄 아는 아이였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나서서 할 줄 알았고 적극적이었다. 단지 자기중심적이고 인내가 부족할 뿐…. 난 이 아이가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많이 칭찬을 해주었다. 이 아이는 칭찬을 들을수록 더 신나서 잘할 거라는 걸 알았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태까지는 장점을 볼 수 없을 정도로 단점이 두드러졌기에 안타까웠고 고쳐주고 싶었다. 그래서 난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혹은 형, 동생들과 원만히 지낼 수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해주었고 그 아이는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바뀌기 시작한 그 아이는 첫 번째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시작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경향이 많아 다툼이 많았다. 하지만 점점 친구나 동생들을 배려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참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무슨 활동을 할 때 하다가 안 되면 쉽게 포기하려는 모습이 있었지만 참고 해내려고 노력하는 ‘인내’와 다른 친구들이 나에게 듣기 싫은 말이나 행동을 할 때 화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인내’하는 법을 배우고, 해나가고 있었다. 
 

"선생님 오늘 누가 이렇게, 이렇게 했는데 제가 선생님 말씀대로 참아봤어요. 그랬더니 안 싸우더라고요."
"그것 봐라, 노력하니까 되지? 잘했어."
 

나한테 와서 해맑게 자랑하던 모습이 아직도 가끔 생각난다.
 

어느 날 밤, 꽤 늦은 시간에 전화가 한통 왔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지.’ 그 아이의 어머니였다. 난 잘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었다. 하도 이상한 학부모들이 많았기에 이 분도 내 뜻을 오해하거나 잘못 알고 있지는 않을까 하면서.
 

"선생님, 제가 일이 늦게 끝나 늦은 시간에 전화 드립니다.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우리 아이가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시고 좋다네요. 잘 지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이 좀 지나서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감사하다는 말, 아이가 날 좋아한다는 말이었다. 뿌듯했다. 그리고 나의 진심을 알아주시는 어머님께도 감사했다. 가정에서도 지지해준다고 하니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1년이 흘렀다. 구체적으로 다 열거할 수도 없는 사건, 사고가 많았지만 1년이란 시간을 흘렀고 정말 열심히 생활지도를 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너희들 인생에서 많은 것들이 중요하지만 네 옆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것,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년 올라가서도 이 모습 변치 말고 서로 사이좋게 지내고, 조금 손해 본다는 생각으로 참고 양보한다면 6학년이 되어서도 친하게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참고 노력하면 분명히 그에 따르는 결과는 너희에게 오게 되어 있어. 선생님 믿어."
 

마지막 말을 끝으로 시원섭섭한 1년이 끝났고 그 날 저녁, 그 아이 어머니에게 문자가 왔다.
 

‘선생님 1년 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00이 신경 많이 써주시고 잘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00이가 선생님을 무서워할 때는 무서워했지만, 선생님 최고라고 하고 좋다고 집에서도 많이 얘기했거든요. 좋다고요.’
 

나도 질 수 없어 이렇게 보냈다.
 

‘네 어머님 저도 감사드리고요.^^ 00이 좋은 부모님 덕분에 멋진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칭찬해주세요.’
 

그리고 작년에 난 1년 동안 연수와 휴직으로 학교를 떠나있었는데 그러던 중 멋진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 00이 이번에 전교 회장으로 뽑혔어요." 모든 선생님이 걱정했다고. 하지만 난 될 만한 애가 됐다고 생각했다. 복직을 위해 연말에 다시 학교를 찾았을 때 "선생님들 전부 다 걱정했는데 정말 역대급으로 회장이 잘했던 해였어요. 00이 너무 잘하더라고요. 이렇게 잘할 줄은 아무도 몰랐어요."
 

왜 몰라? 난 알고 있었는데….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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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소감] 처음 다짐 잊지 않을 것

 

우선 좋은 기회에 글을 쓸 수 있어 저에게도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그때를 추억할 수 있었고 교사로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교사로 재직한 지 18년이 되어갑니다. 앞으로도 교사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교육하고 항상 노력하는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처음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아이들을 교육하려고 합니다.
 

처음 교사가 되면서 다짐했던 것들이 있습니다.

 

-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하자
- 바른 사람이 될 수 있게 안내하자
-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도와주자
 

다짐 잊지 않고 항상 아이들을 위하는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상, 좋은 기회 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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