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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안내방송은 여자, 의사 캐릭터는 남자…“IT업계에도 성차별 많았어요”

국회 발표회 연 방화초 학생들
그림책 만들어 ‘크라우드 펀딩’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 바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이번 수업을 통해 생각보다 많은 곳에 성차별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 안내방송 기계음은 왜 여성의 목소리이며, 엔트리 캐릭터 의사는 왜 전부 남자인지, 새로운 시각을 갖고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류지석·서울 방화초 5학년)
 

지난달 28일 서울 방화초 5학년 1반 학생들이 ‘IT업계 성차별 발표회’를 갖기 위해 국회의원회관을 찾았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개최한 이 행사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크라우드 펀딩’ 활동을 계기로 마련됐다. 지난해 12월 학생들은 IT업계의 성차별 해소를 주제로 ‘IT의 성차별 핫IT슈’라는 제목의 그림책을 제작, 배포하기 위한 펀딩을 시작했고 목표 금액 달성에 성공했다. 이 소식을 접한 김상희 부의장이 학생들을 초청해 발표회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림책에는 IT 관련 전공 분야 대학생 및 전임교원 성비 불균형과 그에 따른 문제점, 인공지능의 성차별적 데이터 편향 문제, 보다 평등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IT 기업에 바라는 점 등 22명의 학생이 정성껏 쓰고 그려낸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최서림 양은 “어릴 때부터 수학, 과학, 컴퓨터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나 시대적 분위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조차 할 수 없었던 ‘에이다 러브레이스’ 이야기를 책에서 봤다”며 “압도적인 남성 중심 문화 때문에 하버드대 컴퓨터 전공을 바꿀 수 밖에 없었던 ‘메러디스 브루서’ 이야기 등 90년대가 한참 지난 지금 과연 컴퓨터 분야에서 성비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해졌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교육통계서비스에 들어가 컴퓨터 학과에 재학 중인 남녀 성비 데이터를 받아 막대그래프로 변형했다. 그 결과 남녀 성비는 무려 3배 이상 차이가 났으며 교수 성비 불균형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희는 시리, 빅스비 등 인공지능 비서의 목소리가 여자라는 점, 챗봇의 캐릭터가 어린 여성으로 돼 있다는 점,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전부 예쁘고 몸매가 좋은 여성이라는 점, 인공지능 간호사가 여성이라는 점 등을 찾았어요. 저희는 IT업계와 세상 사람들에게 이를 알려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 그림책의 설계도를 그리고 한 명당 한 페이지씩 맡아 책임지고 글과 그림을 채우기로 했다. 이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 올린 결과 104%의 성공을 거둬 그림책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저희의 펀딩 소식이 실린 기사에 ‘여혐’, ‘남혐’과 관련된 악플이 달리는 등 전혀 예상치 못한 씁쓸한 경험을 하기도 했어요. 저희는 여성의 편만 들어달라고 이야기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세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 달라고 한 것입니다. 네 편, 내 편, 남자, 여자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 분열하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김동현 군) 

 

김상희 부의장은 “성평등에 대한 논의가 왜곡돼 가는 상황 속에서도 어린이들이 훌륭한 생각을 하고 목소리를 내는 모습에 감탄했다”며 “당당하게 성평등을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에 국회가 꼭 응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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