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1일, 충북 옥천군 안내면과 안남면에서 중봉 조헌의 발자취와 인근의 볼거리를 돌아보기로 했다. 처음 찾은 곳이 안내면 도이리에 있는 후율당이다. 후율당(충북기념물 제13호)은 중봉 조헌이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은현감을 파직당하고 옥천에 낙향했을 때 제자들을 가르쳤던 서당이다. 중봉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일으켰고, 영규의 승병과 합세하여 청주를 수복하는 등 왜병들을 막아내다 금산전투에서 700의병과 함께 장렬히 순국한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의병장이다. 율곡 이이의 제자였던 중봉은 후율을 호로 정하며 스승의 사상을 잇고자 했다. 안내면 소재지에서 가까운 정방사거리에서 보은방향으로 500여m 거리에 한문으로 '後栗堂'이라 새겨진 표석이 길에 서 있다. 그곳에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우측 길로 접어들어 400여m 가면 길가에서 후율당을 만난다. 돌담으로 둘러쳐 있고 북쪽으로 삼문이 나있는 후율당은 용촌 밤티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오며 중봉의 영정을 봉안한 사당이 되었다. 마을 안쪽에서 만나는 한옥도 옛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도이리에서 나와 37번 국도로 옥천방향으로 가다보면 다리를 건너기 전에 인포삼거리를 만난다. 이곳에서 안남 방향
무창포해수욕장의 해넘이와 신비의 바닷길을 보기위해 보령으로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하다 보면 꼭 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일정에 쫓겨 그냥 지나치기도 한다. 그동안 그냥 지나친 곳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36번 국도를 이용해 보령으로 가다 보면 청양군 정산면소재지 앞 벌판 가운데 2층 기단 위에 9층의 탑신을 올린 석탑이 서 있다. 이것이 보물 제18호인 서정리9층석탑인데 부근에 백곡사라는 절이 있던 고려 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안내판에 쓰여 있다. 대치터널이 뚫려 칠갑산을 넘나들기가 쉬워졌지만 옛 추억이 살아있는 칠갑산도림공원으로 차를 몰았다. 옛길에서 콩밭 매는 아낙네상과 면암 최익현 선생 동상도 보고, 스타파크천문대까지 등산로를 걸으며 칠갑산의 자연을 만끽했다. 평야지대를 달리는 장항선에 작아서 더 정이 가는 청소역이 있다. 청소면 진죽리의 청소역은 1961년에 건축한 벽돌조 역사로 지붕이 녹색이다. 근대 간이 역사의 건축 양식이 잘 드러나 있는 이 건물이 장항선의 역사 중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로 문화재청이 지정한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305호)이다. 달랑 택시 한 대가 역전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대여섯 명만 들어서도 꽉 찰 것 같
하얀 눈이 만들어 논 순백의 세상과 벌거벗은 나목들이 꽃피운 아름다운 설화가 유혹하는 겨울.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사람의 손을 잡고 여행길에 나서면 삶이 여유로워진다. 내륙에서는 호수가 바다다. 호수에 박힌 산들이 옹기종기 작은 섬을 만드는 내륙의 다도해가 대청호다. 대청호는 경부고속도로 청원ICㆍ신탄진IC에서도 멀지 않고, 물길이 만든 길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까운 곳에 전통문화유산을 모아 조상들의 삶을 재현한 문의문화재단지와 상설전시장인 대청호미술관이 있어 색다른 문화를 접하기도 쉽다. 대청호와 대청댐의 수문이 발아래로 펼쳐지는 곳에 작은 사찰 현암사가 있다. 현암사는 백제 달솔해충의 발원으로 고구려의 승려 청원선경 대사가 초창하였고, 신라 원효대사가 중창하였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봐 이곳이 삼국의 접경지대였음을 짐작케 하는 법주사의 말사다. 요즘 장승공원으로 유명해진 구룡산의 가파른 중턱에 위치하고, 대청호에서 올려다보면 다람쥐가 매달린 모습으로 보여 다람절이라고도 불린다. 현암사는 나뭇잎이 떨어져 대청호반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겨울에 찾아야 제맛이 난다. 현암정 휴게소에서 가깝게 보이는 현암사의 설경을 감상하고 100여m 걸으면 사찰
하늘에서 유영을 하던 눈들이 아래로 내려와 온 대지를 백색 세상으로 만든다. 사람들의 어깨와 머리카락 위로 흰눈이 살포시 내려앉는다. 발자국들이 길게 기찻길을 만들며 졸졸 뒤따른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데 누가 겨울을 춥다고만 하는가? 오히려 눈 덮인 대지가 포근하게 감싸주고, 환경에 순응할 줄 아는 사람들이 감칠맛 나는 정으로 따뜻하게 안아준다. 그래서 겨울여행은 여행의 참맛을 아는 사람만 떠날 수 있다고 했다. 겨울에 잘 어울리는 도시가 춘천이다. 상류의 북한강과 소양강이 이곳을 호반도시로 만들어 주변에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다. 소양강 줄기를 막은 소양댐 가까이에 눈 내리는 날 연인과 함께하면 덤으로 멋진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여행지가 있다. 소양호의 한편에 우뚝 솟아있는 오봉산 기슭에 자리한 천년고찰 청평사다. 청평사는 깊은 산속에 있어도 호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다섯 개의 봉우리와 소양호의 젖 줄기 중 하나인 청평계곡의 풍광이 뛰어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려시대 청평거사로 불렸던 이자현과 조선시대 금오신화를 지은 김시습도 이곳에서 은거를 했다. 고려 광종 때 선사 승현에 의해 백암선원으로 창건된 후 보현원과 문수원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교장은 학교를 관리ㆍ운영하는 최고 책임자다. 초ㆍ중등교육법에는 교무(敎務)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ㆍ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학교운영의 최고 책임자에게는 지도기능과 관리기능을 최대한 발휘하며 교육목적을 효율적으로 이뤄내야 할 책무가 주어져있다. 아이들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하는 것이지만 책임자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교장에게는 더 도덕적인 품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가끔 자신의 책무를 망각한 못된 교장들이 저지른 비리로 교육계가 손가락질 받는 소식이 들려와 씁쓸하다. 이번에는 방과 후 수업권과 관련해 금품을 주고받은 전ㆍ현직 초등학교장 등이 무더기로 적발되었다. 여러 명이 관련된 사건의 내막이 아래와 같이 세계일보 23일자에 자세히 실려 있다. 방과 후 수업권을 따내려는 업체(웅진씽크빅)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전 충북 교육위원회 의장 고모(62)씨와 전직 초등학교장 이모(61)씨 등 3명을 구속 기소하고, 최모(62)씨 등 전ㆍ현직 초등학교장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중략~ 고씨 등 기소된 교육공무원들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 초등학교 방과 후 컴퓨터 수업권 계약을 따내려는 업체의
25번 국도를 이용해 청주에서 보은으로 가다보면 중간지점에 회인이 있다. 회인은 국도변에 있어도 청주방향으로는 피반령, 보은방향으로는 수리티재에 가로막혀 그동안 차량통행이 많지 않았다. 교통이 불편했던 이곳이 2007년 11월 청원상주간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IC가 생기며 어느 곳에서건 찾아가기 쉽게 탈바꿈했다. 회인에서 대전 방향으로 571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면 회남 소재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부터는 대청호의 멋진 풍광을 만끽하며 호반 길을 드라이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대문교를 지나 굽이 길을 돌다보면 왼편으로 큰 건물이 보인다. 휴게소로 착각하기 쉬운 이곳이 식당을 겸한 미니테마공원 ‘양지공원가든’이다. 넓은 주차장에 있는 조형물들이 범상치 않은 곳임을 알려준다. 표석에 써있는 대로 이곳이 대청호의 명소라는 것은 테마공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안다. 음식을 먹으며 연꽃, 촛대, 공작 등의 멋진 소나무들이 대청호와 어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일품이다. 이곳은 몸에 좋은 한방 재료를 넣어 만든 ‘한방메기구이’로 충북 향토음식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을 만큼 음식이 맛있는 집으로 알려져 있다. 쏘가리, 메기, 송어 등 싱싱한 회와 얼큰한 매운탕도 이 집이
충북의 남부지역인 옥천은 맑고 깨끗한 청정 환경을 자랑한다. 그러한 옥천에서 경치 좋은 곳으로 내세우는 8경 가운데 하나가 군북면 추소리에 있는 ‘부소담악’이다. 부소담악은 추소리의 자연마을(추동, 부소무니, 절골) 중 부소무니 앞 대청호에 펼쳐져 있는 700여m의 병풍바위들로 ‘물 위에 떠있는 산’을 의미한다. 부소담악은 병풍바위의 빼어난 자연경관과 파노라마처럼 길게 이어지는 암봉들이 어우러지며 사시사철 한 폭의 그림처럼 물 위에 떠있다. 이곳은 대청호가 생기기 전에는 추동을 돌아 부소무니 앞으로 굽이쳐 흐르던 금강의 물길로 큰 호수를 연상할 만큼 넓고 깊은 물길이 앞산자락을 적시고 있는 모습이 절경이었다. 그 당시의 바위산과 병풍바위 주변의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우암 송시열은 소금강이라 이름 지어 노래했다. 1975년 대청댐이 착공되며 인근에 살던 사람들은 고향을 떠났고, 추소리 절골에 있던 안양사 사찰도 사라졌다. 그렇다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빛이 바랜 것만은 아니다. 부소무니의 부소담악은 대청호에 물이 차면서 예전의 모습보다 더 자태를 뽐낸다. 특히 신령스러운 산봉우리가 구름위에 떠있는 것 같아 신비감마저 도는 물안개 피는 아침의 부소담악 풍경이
경부고속도로와 4번 국도가 지나는 옥천은 교통이 편리한 곳이다. 그런데 정지용 문학관이 있는 옥천의 구읍은 발전을 거부한 듯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영화촬영지를 옮겨놓은 듯하다. 죽향리를 비롯한 5개 마을을 구읍이라고 부르는데도 이유가 있다. 원래는 이곳이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던 옥천의 생활중심지였다. 그런데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개화기에 옥천역이 이곳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했다. 옥천역 주변으로 상권이 바뀌고 경부고속도로가 앞을 가로막으면서 구읍은 화려했던 흔적만 남아있게 된다.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만큼 구읍에는 볼거리가 많다.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있는 고향의 정경을 오롯하게 담아낸 향수 시인 정지용의 생가와 문학관, 전통 건축문화유산인 옥천향교와 옥주사마소, 일제강점기의 초등교육시설로 등록문화재인 죽향초등학교 구교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육영수 여사의 생가가 이곳에 있다. 또, 옛 모습 그대로인 집들이 많아 시대에 따른 주거형태의 변천사도 알아볼 수 있다. 구읍 자체가 작기도 하지만 정지용 생가를 중심으로 가까운 거리에 이웃하고 있어 찾아다니기도 쉽다. 누구나 알고 있는 시와 노래가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
청주시 경계선을 따라가며 문화답사를 하고 있는 청주삼백리가 2008년을 마무리하는 날(7일)이다. 참석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지만 부랴부랴 출발장소인 흥덕구청 주차장으로 갔다. 회원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다보니 HCN충북방송 촬영 팀도 보인다. 청주삼백리에서 제작한 안내지도로 오늘 답사 산행할 코스를 살펴보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되었다. 1년 동안 답사를 후원해준 유철호 이사님이 직접 운행하는 우진교통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중심가와 36번 도로를 달려 구성리 입구에 도착했다. 가까운 곳에 세워져 있는 목은선생영당 표석은 주변의 건물에 가려 도로에서 보이지 않는다. 세운 사람들의 무지를 탓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다. 이곳에서 청주시 상당구 주성동에 위치한 주성강당(酒城講堂)으로 가다보면 오늘 답사의 최종목적지인 상당산성이 산 뒤편으로 고개를 내민다. 낙엽이 진 겨울이라 배낭을 짊어진 회원들 여럿이 시골길을 걷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오랜만에 환경운동연합 김학성 대표를 만나 근황을 나누다보니 가까운 거리에서 멋진 송림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곳 바로 아래에 주성강당과 목은영당이 있다. 주성강당에 도착하자 충북참여연대 강태재 대표가 고려시대 삼은이었던 목은 이색과 주
서울하면 한강이 떠오르듯 청주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무심천이다. 시내를 가로지르며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무심천이 청주사람들에게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하지만 각종 공해로 수질이 오염되며 시민들의 발길이 끊어졌었다. 몇 년 전부터 청주 시민들에게 자랑거리가 하나 생겼다. 어쩌면 무심천의 수질이 개선되며 생긴 새로운 풍경이다. 물고기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는 모습이나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사람들을 무심천에서 자주 본다. 늦가을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철새무리들도 무심천 어디서나 만난다.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시청과 시민단체들이 함께 노력해 무심천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줬다. 물론 무심천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수질환경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여러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하천의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등 무심천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어 더 희망적이기도 하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수질환경 보존에 앞장서고 있는 다른 지역의 하천을 돌아보고 있다. 지난 9월 안양예술공원과 안양천을 돌아본데 이어 11월 30일에는 수원천을 둘러보며 생태환경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현장을 확인했다. 수원천은 수원화성을 관통하는 물길이다. ‘장안문-북
늘 잊지 않고 소식을 전해주는 은사님이 인터넷에서 발췌한 글이라며 ‘장수의 비결은 친구의 수’라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단명한 사람과 장수하는 사람들의 차이점을 연구한 내용인데 미국인 7,000명을 9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가 흥미롭다. 담배나 술이 인간의 수명을 좌우한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흡연횟수, 음주량, 일하는 스타일, 사회적 지위, 경제 상황,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고 철저하게 조사를 해봤더니 그게 아니더란다. 연구팀이 내린 결론이 뜻밖이다. 인간의 수명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게 친구의 수라는 것이다. 장수하는 사람들은 친구의 수가 많고, 쉽게 병에 걸리거나 일찍 죽는 사람들은 친구의 수가 적더란다. 친구 중에는 오래 사귄 사람도 있고 손위나 손아랫사람도 있다. 한 마을에서 자란 고향의 소꿉친구도 있고, 수학여행을 함께 다녀온 학창시절의 친구도 있다. 유오성과 장동건이 먼저 떠오르는 곽경택 감독의 친구라는 영화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사랑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괴로울 때 찾아가 속마음을 풀어놓기도 하고, 실수하고도 거꾸로 큰소리치면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게 친구사이다. 그러니 친구의 수가 인간의 수명에 절대적으로
11월 22일, 한국상하수도협회에서 주관하는 물사랑 초등교사 자문단 모임에 참석했다. 몇 년 만에 서울로 나들이를 하다보니 옛 서울역사를 비롯해 서울의 풍경이 새로웠다. 이날 강북 아리수 정수센터와 뚝도 수도박물관을 돌아보며 수돗물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우리나라 수도의 역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처음 들른 곳이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강북 아리수 정수센터이다. 이곳에서 상수원 보호, 정기적인 원수 수질검사, 원수 수질 감시, 단계적인 정수처리공정을 거쳐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각 가정으로 공급하는 과정을 견학했다. 취수팀장님의 설명에 의하면 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145항목에 대한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노후 된 수도관을 녹이 슬지 않는 관으로 교체했으며, 각 단계마다 실시간으로 수질을 감시하고 있단다. 서울시에서 자랑하고 있는 ‘아리수’가 크다는 뜻의 순우리말 ‘아리’와 물을 의미하는 한자어 ‘水’를 결합한 단어로 고구려시대 한강을 일컫던 말이라는 설명도 들었다. 물을 소독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품이 염소다. 수돗물에는 이 자극성 냄새가 나는 염소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돗물에서 나는 염소냄새를 싫어한다. 그래서 한국상하수도협회
청주삼백리와 대전옛생돌 회원들이 대청호를 답사 산행하는 날이다. 청주삼백리 회원들을 만나 약속장소인 대청댐으로 차를 몰았다. 이른 아침이고 날씨마저 흐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데다 단풍이 지는 늦가을이라 대청댐 주변의 풍경이 을씨년스럽다. 4대 강 유역 종합개발계획의 하나로 1980년에 완공된 대청댐이 금강의 물줄기를 가로막으며 인공 호수 대청호를 만들었다. 대청호(大淸湖)라는 이름에서 정이 느껴지는데도 이유가 있다. 대청댐이 가로막은 대전시(大田市)와 청원군(淸原君)의 첫 글자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이름이라 이곳에서는 흔히 말하는 지역이기주의도 없다. 대청호는 대전과 청주뿐만 아니라 금강의 중하류 지역까지 식수, 생활용수,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한려수도를 닮은 작은 섬들이 호수에 떠있는 풍경이나 인공으로 만든 광장주변의 문화공간이 쉼터 역할도 한다. 상수원보호구역이라 물이 맑고 깨끗한 것도 자랑거리다. 하지만 대청호반에 위치한 대통령 별장 청남대의 보안 때문에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뛰어난 경관이나 주민들의 애환과 향수가 뒤늦게 알려졌다. 옛생돌 회원들을 기다리는 동안 대청호 광장을 둘러봤다. 철모르고 꽃을 피운 철쭉 옆에서 붉은 단풍이 마지막 핏빛을 토하고 있
대둔산은 전북 완주군과 충남 금산군의 경계에 있다. 수석으로 만든 분재가 군락을 이룬 대둔산은 전북과 충남에서 모두 도립공원으로 지정할 만큼 경치가 빼어나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충남 방향의 북쪽은 산세가 완만하고 숲이 무성한 반면 전북 방향의 남쪽은 독특한 형상의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있다. 확연히 다른 두 지역의 생김새와 같이 흙보다 돌멩이가 많고, 평지보다 계단길이 많은 산의 생김새도 특이하다. 사람들을 가득태운 케이블카가 대둔산으로 향하면 바위 위에 얹혀있는 큰 바위가 곧 떨어질 것 같은 동심바위를 비롯해 금강구름다리, 삼선구름다리, 장군봉, 칠성봉, 왕관바위, 형제봉, 허둥바위가 눈앞에 다가온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경사 60도의 계단을 숨 가쁘게 오르면 금강구름다리를 만난다.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연결하는 이 다리를 건너노라면 아래편으로 계곡이 아스라이 보여 심술궂은 사람들은 옆 사람 놀래키면서 스릴 만끽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삼선휴게소를 지나면 고려 말 한 재상이 나라가 망하자 딸 셋을 데리고 와서 살았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한 대둔산의 명물 삼선바위를 만난다. 삼선바위에 걸쳐놓은 경사 45도의 삼선구름다리를 살금살금 오르면 해발 670m의 삼선대다.
대천해수욕장에 들렀지만 11월이라 시간을 보내기가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보령시에 있는 남포읍성과 보령관아문을 돌아보기로 했다. 보령시내를 거쳐 21번 국도를 달려 남포읍성으로 갔다. 남포읍성(충청남도지방기념물 제10호)은 충남 보령시 남포면 읍내리에 있다. 성의 입구에 있는 안내판에 의하면 고려 말 우왕 때 서해로 침입하는 외적을 막기 위하여 평지에 쌓은 옹성이다. 900여m의 수직성벽이 길게 이어지는데 남포관아(충청남도유형문화재 제65호)가 있던 자리에 당시의 건물인 동헌, 옥산아문, 진서루가 있다. 남포초등학교 정문에서 왼쪽으로 옛 담장을 끼고 돌면 옛 남포현의 출입문이던 외삼문 진서루를 만난다. 진서루 주변은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떨어지며 가을 분위기를 북돋운다. 성 안의 빈터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는 키가 큰 노송들도 볼 만하다. 진서루 바로 앞에 동헌의 출입문이던 내삼문 옥산아문이 있고, 그 안으로 들어서면 남포현의 업무를 보던 동헌이 있다. 당시의 건물들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듯 보존상태가 허술해 을씨년스럽다. 이곳에서 만난 지역민은 읍성 안에 있는 마을과 남포초등학교를 이전하는 읍성복원작업이 대대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전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