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하늘 아래에서 말이 살찌고 농작물을 수확하는 농부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가을이다. 생활하기 좋은 날씨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마음을 풍요롭고 넉넉하게 만들어 주는 계절도 가을이다. 이때쯤이면 학교도 농부들의 발걸음만큼이나 바쁘다. 학생들의 예능을 발표하고 학예작품을 전시하는 학습발표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손님을 초대해 학생들의 학습 과정이나 결과물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일이니 신경도 써야 한다. 지난 10월 10일, 다목적실 양성관에서 문의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종합학습발표회인 ‘문의꿈나무큰잔치’가 열렸다. 먼 산 여름 햇살 머금은 초록 붉게 타오르고 맑은 하늘 끝 고추잠자리 어지러이 춤추는 이 가을 여리고 고운 손끝에 여물어진 갖가지 솜씨들을 한 자리에 펼쳐 놓았습니다. 부디 오셔서 어여삐 보아 주시고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을에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했던가? 모시는 글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당연히 참석하고 싶은 자리다. 그래서였을까? 손님들이 발표회장을 가득 채웠다. 대한민국 파이팅, 추억속으로 go! go!, 웃어요, 꼬마신랑 꼬마각시, 신나는 재즈댄스, Let's sing together, 무지갯빛 우산을 타고, 기악합주, 신나는 치어댄스 속
젓갈로 유명한 곰소항에서 격포항으로 가는 30번 국도는 시시각각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만큼 풍경이 아름답다. 모항해수욕장 가기 전에 해안에 있으면서 산으로 둘러싸인 농촌체험마을 운호리를 만난다. 산에서 내려오는 찬바람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바람이 만나 구름이 호수를 이룬다는 이곳의 마을 입구에 휘목아트타운(http://www.hmarttown.com)이 있다. 미술관, 조각공원, 미술관펜션, 누드화갤러리가 어우러진 휘목아트타운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린 공간이다. 지나는 길에 들리면 누구나 2000여 평의 잔디밭에서 현대 조각 작품을 만난다. 잔디를 걸으며 산책도 하고, 조각 작품을 배경으로 추억도 남기고, 예술품을 감상하면서 여유도 누릴 수 있는데 대부분 그냥 지나친다. 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운호마을 뒤편까지 가보는 것도 좋다. 전형적인 농촌풍경과 암석으로 이뤄진 산풍경이 멋지다. [교통안내] 호남고속도로 줄포 IC - 710번 지방도 - 23번 국도 - 30번 국도 - 곰소항 - 운호리 휘목아트타운
높은 하늘과 황금색 들판이 어우러진 이 좋은 계절에 코스모스나 단풍같이 아름다운 꽃이나 색깔이 아니면 어떤가? 파란 하늘을 벗 삼아 걷다가 냇가나 산비탈에서 억새나 갈대만 만나도 생각이 깊어지는 계절이 가을이다. 그래서 굳이 사람들 많이 모이는 유명 관광지를 찾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가을은 가까운 곳에서 낭만을 찾아내고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의 풍요를 누리기에 좋은 계절이다. 벼이삭을 닮은 갈대와 달리 새털처럼 가벼운 억새는 고개를 반쯤만 숙인 채 비상을 꿈꾼다. 만발한 억새가 발길을 붙드는 곳이 청원군 문의면 체육공원 앞에 있는 대청호반이다. 하얀 억새가 바람결에 너울너울 춤을 추고, 주변의 산들이 호수의 수면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사색에 잠긴다. 억새밭을 향해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연인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지 키보다 훌쩍 커버린 억새 사이에 연인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자주 눈에 띈다. 억새들도 시샘을 하는지 바람이 불어오면 서로 몸을 비비며 스르륵 스르륵, 사각 사각 밀어를 나눈다. 인근에 문의문화재단지와 대청호미술관, 양성산, 청남대, 대청댐 물문화관 등이 있어 보고 즐길 거리도 많다. [교통안내] 청주 - 방서동 -
학교에 도착하니 현장학습 출발시간이 아직 10여분 남았다. 마음이 들떠 운동장에서 뛰놀던 아이들이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우르르 몰려온다. 아이들은 궁금한 게 많다. ‘무엇을 먹었느냐? 어디에 갔었느냐? 잠은 어떻게 잤느냐?’ 우리 반 아이들을 둘러싸고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는다. 아침 일찍 부모님들의 배웅을 받으며 관광버스가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뛰뛰-빵빵, 자동차의 경적소리에 신이 난 아이들은 옆 사람과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다. 관광버스와 관광유람선을 갈아타며 충주의 중앙탑, 충주호의 옥순봉과 구담봉, 단양의 고수동굴ㆍ도담삼봉ㆍ석문을 돌아보는 이번 현장학습은 특별한 게 몇 가지 있다. 지리적으로 기찻길이 멀어 기차를 구경하기 어렵고, 가까운 곳에 대청호가 있지만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유람선을 타본 아이들이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관광버스, 기차, 유람선을 타보고 관광지에서 1박을 하는 현장학습을 1년 전부터 계획했었다. 경비문제로 계획이 축소되었지만 교사들은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어 욕심을 부렸다. 오죽하면 관광버스 기사가 일정이 너무 빡빡하다는 말로 불만을 토로했을까. 그래도 선배님(도원분교 17회)들이 사준 티셔츠를 똑같이 입고 떠나는 현장학습이
가끔 어느 학교에 근무하고 있는지를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양성산의 팔각정 정자가 바라보이는 문의초등학교 도원분교에서 천사들과 생활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나뿐만 아니라 이곳의 아이들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말한다. 일주일에 몇 번씩 분교에서 수업을 하는 전담교사나 특기적성 강사는 물론 KBS 1TV에서 추석특집으로 방영한 '나홀로 학교에'의 작가와 PD도 아이들이 착해 촬영이 쉬웠다며 칭찬을 많이 하고 갔다. 어른의 말꼬리를 잡는 되바라진 아이들은 다른 세상의 얘기다. 유치원까지 다 합해봐야 28명에 불과한 소인수의 분교지만 이곳에는 순진하고 소박한 아이들만 있다. 어떤 일이든 다 자기 할 나름이라고 순진한 아이들은 행동도 귀여움 받게 한다. 그래서 이곳에 근무하는 교원들은 늘 행복하고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한 가지라도 더 챙기려고 노력한다. 〈 ~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다보니 문득 3월에 아이들과 했던 약속이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은 누구나 선생님 집에 가보고 싶어 합니다. 우리 반 아이들도 마찬가지이고, 저의 어린 시절도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소박한 아이들의 꿈을 들어주기로 약속했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을 테니, 꼭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지방분권의 신패러다임으로 수도권을 재정비하고 국가재도약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건설의 목적이었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충남 연기군 남면, 금남면, 동면 일원ㆍ공주시 장기면, 반포면 일원 72.91㎢(주변지역 223.77㎢)에 50만 명이 생활하는 행복도시가 건설된다. 이곳은 지리적이나 교통여건으로도 행복도시로서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원수산ㆍ전월산ㆍ괴화산이 축을 이루고, 금강과 미호천이 합류하고, 10㎞ 거리에 대전과 청주가 위치한다. 이곳은 예로부터 산과 물이 어우러지는 삼산이수의 고장이기도 했다. 경부고속철도와 경부선, 경부고속도로와 2009년 준공 예정인 당진~대전고속도로가 이곳을 지나간다. 청주국제공항도 불과 24㎞거리에 위치한다. 행복도시건설청의 계획에 의하면 2007년 7월 착공된 연기군 일원 272만㎡의 중심행정타운에 정부중앙부처 청사가 들어서고, 행복도시 첫마을은 2009년 분양을 시작해 2010년 겨울쯤 입주가 이루어진다. 또 중앙녹지공간은 농경지를 활용하는 한국전통경관과 문화 및 레크리에이션 활동이 가능한 현대적 도시공원이 조화를 이루는 21세기형 모델로 조성된다. 그런데 2012년까지
11일 저녁, 서울방향 여산 휴게소(상) 주차장 입구에서 연기를 내뿜던 차가 갑자기 불길에 휩싸인다. 급히 출동한 소방차가 불길을 잡아 주변에 주차된 차들이 피해를 입지 않아 다행이다. 사고 난 후 후회해도 소용없다. 장거리 운행하려면 미리 자동차 점검해서 인명이나 경제피해를 막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탈선해 부모나 교사의 속을 썩이는 아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서서히 잘못된 길로 접어든다. 사고 친 후 후회해도 소용없다. 한 번 잘못된 길로 접어들면바른 길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부모가 내 아이의 잘못을 인정하고, 교사가 사랑과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교육공동체가 이뤄질때아이들이 바르게 자란다.
9월 28일, 아내와 공주로 문화재 답사를 다녀왔다. 백제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넘치는 오인숙 문화유산해설사의 안내로 처음 간 곳이 선화당이다. 출입문 역할을 하는 포정사문루(충남유형문화재 제93호)는 조선시대 공주에 있던 충청감영의 정문이다. 2층의 문루로 된 건물 아래가 감영을 출입하는 큰 출입문이고, 위는 루의 마루로 사용하다 전쟁 때는 장군의 지휘소로 이용했단다. 문루에 들어서면 선화당(충남유형문화재 제92호)이 나타나는데 안내판의 내용대로 조선시대 충청도 도청이 충주에서 공주로 옮겨지면서 관찰사가 행정업무를 처리하던 곳이다. 현 위치로 옮겨 복원하며 정면 8칸, 측면 4칸으로 건물의 규모가 축소되었다. 이곳에서 다도와 사물놀이 체험을 했다. 선화당 옆에 1896년에 건립되어 1911년까지 목사가 정무를 보던 관청으로 지방의 일반 행정업무와 재판 등이 행해지던 동헌(공주시향토문화유적 유형 제1호)과 빗물을 그릇에 받아 강우량을 재는 측우기 중 1877년에 만들어져 공주 감영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금영측우기(보물 제561호)의 모형이 있다. 바로 옆에 있는 관풍정에서 민족 고유의 무예인 국궁을 체험했다. 동쪽에 사는 활 잘 쏘는 민족이라 중국인들이
예전에 비해 쉬는 날이 많아졌다. 그런데도 달력에 빨간 글씨로 써있는 날만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쩌면 쉬는 날에서 제외되며 한글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 늘 쓰는 글이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에게 제일 쉬운 글이 한글이다. 한글이 매우 과학적이고 독창적이라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영어에 매달리느라 한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국어보다 영어 때문에 돈 버는 사람들이 더 많다. 언젠가 국어 실력이 밥 먹여 주는 세상이 온다. 그러려면 한글에 관심을 갖고, 우리나라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게 국어 실력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우리 글로 쓴 멋진 시나 소설, 생활 수필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읽히는 세상이 빨리 와야 한다. 한글 사랑은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다. 대중을 상대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런데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한글을 사랑하는데 앞장서야 할 언론들이 틀린 글자를 마구 사용해 안타깝다. 한글, 우리나라 사람에게 제일 쉬운 글이라고 우습게보다가는 망신당한다.
10월 5일, 청주삼백리 회원들이 충북에서 가장 먼저 기독교가 들어온 신대교회(청주시 신대동)로 답사를 다녀왔다. 이곳에 처음 기독교를 들여와 예배를 보던 오천보의 집(현재 오영석 장로 거주)이 교회 바로 옆에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대문의 문패 밑에 청원군수가 발행한 ‘의례준칙 시범가정’ 표찰이 붙어있다. 이곳 신대동이 1983년 청원군에서 청주시로 편입되었음을 생각해볼 때 요즘 쉽게 볼 수 없는 물건임이 분명하다. 1999년 대통령령으로 건전가정의례준칙이 제정되기 전만해도 가정의례의 모든 의식절차는 가정의례준칙에 따라 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가정의례준칙에 대해 네이버 백과사전에 소개된 글을 옮겨본다. 혼례ㆍ상례ㆍ제례ㆍ회갑연 등 가정의례에서 허례허식을 일소하고, 그 의식절차를 합리화함으로써 낭비를 억제하고 건전한 사회기풍을 진작할 목적으로 제정한 대통령령이다. 1973년 5월 17일 대통령령 제6680호로 처음 제정되었다. 모든 국민은 가정의례의 의식절차를 이 준칙에 따라 엄숙하고 간소하게 행하도록 되어 있다. 어떤 일이든 강제로 규제하면 여러 가지 병폐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정의례준칙 때문에 빠른 속도로 허례허식이 줄어들고 의식절차가 합리화
“청원, 그 영원한 생명의 바다!”라는 주제로 충북 청원군 오창읍 송대공원 일원에서 ‘2008 푸른청원 생명축제’가 열리고 있다. 청원군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축산물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한 생명축제는 10월 3일부터 12일까지 10일간 자연 그대로의 논, 밭, 산에서 펼쳐지는 친환경 축제다. 대한민국 행복1번지 청원에서 개최되는 국내 유일의 특별하고 독특한 축제에 여러분을 자신있게 초대합니다. 생명 가득한 먹거리를 맘껏 드시고, 생명을 온 몸으로 체험하시고, 생명을 한아름 담아가시길 기원합니다. 초대하는 글에 써있듯 청원군은 대한민국 행복1번지를 내세운다. 전국 쌀 품질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한 생명쌀 생산지이고, 오송 생명과학단지를 건설 중인 행복1번지답게 축제의 내용도 알차다. 매표소를 지나면 생명의 숲과 친환경농산물판매장이 맞이한다. 생명의 광장에 설치된 조형물도 볼거리다. 생명을 테마로 송대공원 일원 18만4800㎡에 조성된 자연 그대로의 숲 속 축제장에는 코스모스 꽃길과 허수아비, 왕우렁이 농법·오리 농법·쌀겨 농법을 관찰하고 생육 단계별 벼를 관람할 수 있는 유기농 푸른 논, 약용 식물과 기능성 밭작물이 재배되고 있는 유기농 푸른
가을은 따뜻한 햇살처럼 풍요로운 계절이다. 천고마비의 계절, 결실의 계절, 독서의 계절 등 가을을 지칭하는 말도 많다. 하나 더 덧붙여야 할 게 바로 축제의 계절이다. 10월에 들어서며 전국이 축제장이 되었다. 들국화로 불리는 구절초는 산기슭의 풀밭에서 자란다. 9∼11월 줄기 끝에 연한 홍색이나 흰색 꽃이 핀다. 향이 좋아 베갯속으로 사용하거나 꽃으로 술을 담그기도 하고, 모양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재배할 만큼 이용되는 곳도 많다. 구절초 꽃으로 축제를 여는 사찰이 있다. 행복도시 건설현장에서 가까운 공주시 장기면 산학리의 장군산 아래에 위치한 영평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0월 4일부터 19일까지 가을빛 들풀향기를 주제로 구절초 꽃 축제를 여는 영평사를 개천절 날 미리 다녀왔다. 큰길가와 담장에 꽃을 피운 구절초와 맨드라미를 보면서 사찰의 진입로로 들어서자 온통 구절초 꽃 세상이다. 우리나라의 토종 꽃들이 그러하듯 구절초 꽃은 수수해서 정감이 간다. 사찰 주위 3만여 평에 꽃을 피운 산구절초와 바위구절초가 아름다운 구절초 정원을 만들었다. 흰색의 구절초 꽃 때문에 대웅보전, 적묵당, 설선당이 더 고즈넉하다. 사찰을 찾은 사람들도 구절초 꽃길에서 조용히
백제의 24대 왕이 동성왕(東城王)이다. 그는 무령왕의 배다른 동생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동쪽에 성을 많이 쌓았다. 그래서 옛 금강줄기인 대청호 주변에는 크고 작은 성들이 많다. 9월 21일, 그중 하나인 마산동산성과 가까이에 위치한 미륵원지, 관동묘려를 답사하기 위해 청주삼백리와 대전옛생돌 회원들이 대전광역시 동구의 직동 농촌체험마을에서 만났다. 전날 비가내린 탓인지 함께 할 인원이 적다. 최근에 완성된 체험마을을 둘러보고 마산동산성안내판이 세워져 있는 곳까지 차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산성까지는 마을 풍경이 아름답고 먹을 게 지천이라 눈과 입이 모두 즐겁다. 길가에는 금방 떨어진 알밤이 굴러다니고, 감나무에는 가지마다 붉은 홍시들이 매달려있다. 황금빛 논두렁 옆에 어른 키만한 토란도 보인다. 은진 송씨 재실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능선에 묘소들이 보인다. 묘소를 새로 정비하며 나온 회덕 황씨의 지석을 살펴보고 산길로 접어드니 외대덧버섯(밀버섯)이 여기저기 머리를 내밀고 있다. 정상까지는 거리도 가깝고 길도 완만해 버섯을 따며 여유를 누려도 된다. 정상은 둘러싸고 있는 잡목들이 경관을 가린다. 무너져 내린 부분이 많아 본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여름 내내 무던히도 덥더니 9월 하순까지 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졌다. 밖에 나가면 햇볕이 따가웠던 날씨가 만추를 재촉하는 비가 내리면서 긴팔을 입어야 할 만큼 선선해졌다. 토요일, 수업을 하다 우연히 밖을 내다봤다. 흰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하늘이 마음을 빼앗을 만큼 예쁘다. 아름다운 풍경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운동장으로 내보냈다. 농촌의 작은 분교이고, 운동장이 놀이터인 아이들이지만 신이 나서 밖으로 뛰쳐나간다. 전부래야 6명이지만 우르르 몰려가 놀이기구에도 올라가고 운동장이 좁을 만큼 힘차게 뛰어다닌다. 아이들은 눈이 시릴 만큼 파란 하늘에 흰 구름으로 그린 멋진 그림을 올려다보며 즐거워한다. 영리한 새침데기 신행, 친구들 잘 웃기는 경호, 달리기 잘하는 성수, 이해심 많은 홍일점 현정, 행동이 민첩한 원준, 리더십이 강한 현중이가 놀이를 멈추고 카메라 앞에 섰다. 맑은 날씨 때문인지 오늘따라 아이들의 표정이 더 밝다.
학교 계획에 의해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은 학교를 내려다보고 있는 양성산의 팔각정 정자까지 등반을 하는 현장학습의 날이다. 하지만 이번 현장학습은 문화재를 공부하기 위해 학교에서 15㎞ 거리의 안심사에 다녀오기로 했다. 안심사는 청원군 남이면 사동리 구룡산 자락에 위치한다. 신라 때 진표가 창건한 사찰로 제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에서 안심사라고 이름 지었을 만큼 규모가 아담하고 조용하다. 사찰의 오랜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영산회괘불탱(국보 제297호), 대웅전(보물 제664호) 등 문화재도 많다. 어느 곳이건 농산어촌의 학교는 실정이 비슷하다. 문의초등학교 도원분교의 아이들도 유치원생까지 다 합해봐야 28명이다. 올해는 입학생이 단 1명에 불과했다. 이런 소식이 나홀로 입학생 수정이에 관한 얘기를 내가 오마이뉴스에 글로 옮기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번 추석 전날에는 강호동이 처음으로 내레이션을 선보여 더 관심을 끈 KBS 1TV 추석특집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나홀로 학교에'서 넓은 들녘 귀퉁이에 남아 있는 작은 분교로 전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적어서 좋은 것도 많다. 인원이 적다보니 전교생이 선생님들의 승용차를 타고 현장학습을 다녀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