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시인으로 ‘가을의 기도’를 비롯해 주옥같은 작품을 남긴 다형 김현승 시인과 ‘사평 역에서’로 사랑을 받는 곽재구 시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보다 앞서 한국 문학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며 1930년대 절친한 문학의 동반자인 김영랑과 함께 ‘시문학’을 창간하고 순수 서정시의 세계를 정립한 용아 박용철을 빼놓을 수 없다. 광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민주화 운동의 본산’이라는 말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그 민주화의 현장에서 1930년대 한국 순수 문학의 새 지평을 연 용아(龍兒) 박용철의 추억과 삶을 찾아 나선다. 광주시 광산구에는 박용철이 태어나 살던 집과 송정공원의 시비, 시인의 유년 시절을 간직한 황룡강이 맑게 흐르며 답사객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다. 도심 속 작은 원림, 소촌동 생가 빛고을 광주에서 박용철 시인의 생가를 찾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그 길이 초행길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어설픈 지도 한 장을 들고 시인의 고향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 흔한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지도 한 장이 주는 묘한 매력과 마을 주민들의 정감어린 안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고속도로 광산나들목을 나와 나주로 향하는 13
흙의 작가 이무영의 고향 음성. 음성은 최초의 한글 서사시인 ‘용비어천가’와 경기체가인 ‘상대별곡’을 지어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권제 선생의 고향이요, ‘석인상’의 시인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이상화의 고향이기도 하다. 전원 도시 음성 속으로 이무영의 흙냄새를 찾아 떠난다. 음성은 서울과 멀지 않으면서도 시골의 넉넉하고 온화한 인정이 넘쳐나는 곳이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고향 아저씨와 아주머니 같은 자상함이 묻어나 어린 시절 내가 살던 고향 마을을 떠올리게 한다. 음성의 문화는 소박하고 은은하다. 다른 시․군처럼 뛰어난 자연 경관을 지니고 있지 못하고,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문화 유적도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그러나 도심 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설성공원을 비롯해 역사와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권근 삼대 묘역, 돌의 미학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음성 큰 바위 조각공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문화만큼이나 음성은 소박하고 진솔한 농민들의 삶이 묻어있는 곳이다. 작가 이무영이 이곳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는 과연 농촌 문학의 선구자가 될 수 있었을까. 도시의 바쁜 생활 속에서 먼 여행을 할 수 없다면 이무영의 고향 음성으로 발걸음
강진과 해남이 ‘남도 답사 1번지’라면 담양은 ‘가사문학 1번지’라고 할 수 있다. 가사문학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관동별곡’, ‘속미인곡’, ‘성산별곡’으로 대표되는 송강(鄭澈) 정철(鄭澈)이다. 서포 김만중이 관동별곡을 ‘동방의 이소(離騷)’라고 극찬한 가사문학의 백미가 바로 그다. 정철의 가사와 시조를 수록한 시가집 ‘송강가사’의 산실이 된 담양을 찾아간다. 담양은 문화의 보고라 할 만큼 아름다운 자연과 전통의 문화가 숨 쉬는 곳이다. 수해를 막기 위해 400년 전에 심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관방제림을 비롯해 이국적인 정취는 만들어내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에 조성된 이 가로수 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추월산과 가마골생태공원, 호남의 3대 산성 중 하나로 그 길이가 무려 7300m에 이른다는 금성산성이 있다. 또 이 산성을 포근히 감싸는 담양호의 절경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일구어낸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담양을 대표하는 ‘대나무 숲’과 ‘정자’ ‘담양’을 떠올릴 때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아 있는 대나무가 연상된다. 죽세품의
안동을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역사의 향기와 전통의 숨결이 살아 있는 정신문화의 고향, 안동’이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유교적 사상에 기반을 둔 선비의 고장답게 종택과 같은 전통 가옥이 많고 강직한 지조와 절개를 중시하는 선비들의 삶이 문화유산 속에 그대로 묻어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민족저항시인 이육사가 있다. 이육사의 고향 안동을 찾아 나선다. 안동은 경북의 중심지답게 규모가 제법 크다. 그러나 화려한 도심을 벗어나면 안동 역시 고풍스러운 정취가 묻어나는 전통문화의 고장임을 금방 알아차리게 된다. 이번 답사 일정은 시내 태화동에 이전되어 있는 이육사의 생가를 시작으로 민속박물관 옆에 있는 시비 ‘광야’와 생가터인 도산면 원천리 일대를 돌아보는 것으로 했다.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서안동나들목으로 나오면 안동 시내로 향하는 34번 국도와 연결이 된다. 안동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태화동에 있다는 이육사 생가이다. 생가는 안동공고를 지나 약 1㎞ 정도 가면 왼쪽으로 약수장모텔과 안동축협태화지소 사이의 작은 골목길 안에 있다. 골목길로 들어가서 작은 슈퍼를 지나면 낡은 철 대문이 있는 한옥집이 나오는데 이곳이 원천리에서 옮겨온 이육사의
호반의 도시 강원도 춘천은 문화예술의 도시인 동시에 향토적 정서가 짙은 작가 김유정의 삶과 문학이 고스란히 스며 있는 곳이다. 웃음과 해학 속에서 소박한 농촌 사람들의 진솔한 삶을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로 담아낸 김유정 문학의 고향 실레마을을 찾아간다. 북한강을 끼고 달려가는 경춘가도의 아름다운 풍경은 20대의 젊음을 충동질하며 들뜨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이제는 열차 운행이 폐지되고 전철이 개통되어 옛날처럼 기차에 몸을 싣고 통기타를 치며 흥겨워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경춘가도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정태춘의 ‘북한강에서’를 들으며 넉넉한 마음으로 북한강을 끼고 달리는 것도 재미가 솔솔 느껴진다. 웃음 속에서 진솔한 농촌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담아냈다는 김유정 소설의 배경이며, 작가의 고향인 실레마을을 찾아가는 것은 그래서 더 즐거운지도 모른다. 소설의 배경, 작가의 고향 실레마을 가평 지나 의암댐을 건너 춘천 나들목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도로 왼쪽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을 만나게 되는데 이곳이 춘천시 신동면 증리,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의 고향인 실레마을이다. 초행길이어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정표가 잘 준비돼 있어 김유정을 사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