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6 (화)

  • 흐림동두천 2.5℃
  • 구름많음강릉 7.5℃
  • 서울 3.7℃
  • 흐림대전 6.0℃
  • 구름조금대구 8.2℃
  • 맑음울산 9.2℃
  • 흐림광주 7.3℃
  • 맑음부산 9.2℃
  • 흐림고창 6.7℃
  • 구름많음제주 10.7℃
  • 흐림강화 4.1℃
  • 구름많음보은 5.1℃
  • 구름조금금산 5.5℃
  • 흐림강진군 8.0℃
  • 맑음경주시 8.6℃
  • 맑음거제 8.6℃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교양

옛 시인의 풍류 읊던 소리가 들리는 듯

⑪ ‘송강가사(松江歌辭)’의 산실된 담양


강진과 해남이 ‘남도 답사 1번지’라면 담양은 ‘가사문학 1번지’라고 할 수 있다. 가사문학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관동별곡’, ‘속미인곡’, ‘성산별곡’으로 대표되는 송강(鄭澈) 정철(鄭澈)이다. 서포 김만중이 관동별곡을 ‘동방의 이소(離騷)’라고 극찬한 가사문학의 백미가 바로 그다. 정철의 가사와 시조를 수록한 시가집 ‘송강가사’의 산실이 된 담양을 찾아간다.

담양은 문화의 보고라 할 만큼 아름다운 자연과 전통의 문화가 숨 쉬는 곳이다. 수해를 막기 위해 400년 전에 심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관방제림을 비롯해 이국적인 정취는 만들어내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1970년대 초에 조성된 이 가로수 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름다운 추월산과 가마골생태공원, 호남의 3대 산성 중 하나로 그 길이가 무려 7300m에 이른다는 금성산성이 있다. 또 이 산성을 포근히 감싸는 담양호의 절경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일구어낸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담양을 대표하는 ‘대나무 숲’과 ‘정자’
‘담양’을 떠올릴 때면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아 있는 대나무가 연상된다. 죽세품의 고장이라는 말에 걸맞게 담양으로 들어서면 울창한 대나무 숲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죽녹원, 대나무테마공원, 대나무박물관 등 어느 것 하나 대나무와 연관되지 않는 것이 없다.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음식점에 들러도 대나무통밥에 죽순을 찬으로 내놓으니 담양을 찾는 사람들은 누구나 대나무의 매력에 쏙 빠져들 수밖에 없다.

왜 담양에는 대나무가 많은 것일까? 지조와 절개를 지키며 살다간 선비의 넋이 살아 있는 곳이기 때문은 아닐까. 실제로 담양은 대나무 못지않게 선비의 넋이 깃든 정자 문화의 보고이기도 하다. 자연에 순응하고자 했던 생활 철학이 천혜의 자연환경과 결합해 탄생한 것이 정자 문화라고 할 수 있다.

담양에서는 독수정(전신민)을 시작으로 상월정(김자수), 면앙정(송순), 소쇄원(양산보), 식영정(임억령), 환벽당(김윤제), 송강정(정철), 소정(배수후), 취가정(김덕령), 풍암정(김덕보), 관수정(조여충), 명옥헌(오이정), 죽림재(조수문) 등 그 수를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자를 만날 수 있다.

옛 시인들이 풍류 읊던 지실마을
887번 지방도로를 따라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그만 넋을 잃고 10여 분 정도를 달리면 지곡리에 도착한다. 지곡리의 우리말 이름은 ‘지실마을’이다.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가사문학의 1번지’라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멀리 무등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소쇄원을 돌아내리는 물과 만나 이루는 창계천의 물줄기가 광주호로 흘러들고 있으니 그 정취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창계천의 옛 이름은 자미탄(紫微灘)이라고 한다. 식영정 아래 도로 옆에는 광주호를 바라보는 위치에 자미탄의 유래를 담은 작은 기념 표징이 세워져 있다. ‘자미’는 배롱나무인 목백일홍을 가리키는 말이다. 옛날 이곳에 개울을 따라 배롱나무가 늘어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붉은 꽃구름을 이루는 것 같았다고 한다.

지곡리에는 식영정과 환벽당, 소쇄원, 독수정 등 이름난 정자들이 맑은 창계천을 따라 건립되어 있다. 이 중에 어느 곳을 찾아들어도 옛 시인들의 풍류를 읊던 소리가 귀가에 들려올 듯하다. 정자 안에 앉아만 있어도, 그것 자체가 자연이 주는 축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선 최고의 원림, 소쇄원

담양 답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소쇄원이다. 소쇄원은 소쇄처사 양산보가 은사인 정암 조광조가 기묘사화에 연루되어 능주로 유배되었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자, 출세의 뜻을 버리고 자연 속에서 은둔하며 살기 위해 꾸민 원림(園林)이다. 보길도의 부용동, 영양의 서석지와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원림으로 불린다. 소쇄원은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몸을 싣고 오솔길을 따라 오르는 재미를 더해 준다.
소쇄원의 ‘소쇄(瀟灑)’는 깨끗하고 시원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소쇄원에 들어서면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만 들어도 몸과 마음이 깨끗해짐을 느낀다. 양산보는 ‘이 집의 주인’이라는 의미로 자신의 호를 ‘소쇄처사(瀟灑處士)’라고 했다.

소쇄원은 자연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자연에 순응하는 단아한 선비의 삶을 보여주는 곳이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경관을 훼손하지 않고 그 속에 제월대와 광풍각 등을 지어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냈다. 제월대에는 하서 김인후가 쓴 ‘소쇄원사십팔영시’와 ‘소쇄원도’가 걸려 있다.

양산보가 처음 원림을 꾸밀 때에는 제월당, 광풍각, 애양단, 대봉대 등 여러 건물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몇 개밖에 남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원림 앞에 세워져 손님을 맞이하던 대봉대와 주인의 생활공간인 제월대, 풍류의 공간으로 계원의 중심인 광풍각 등이 비교적 그 모습을 잘 갖추고 있다.

소쇄원은 단순히 풍류를 즐기고 은둔자의 피난처가 아니라, 선비들이 모여 학문을 논하고 문장과 시를 지으며 문학을 이야기하던 그 정신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삶의 공간인 것이다.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의 산실 송강정

담양에 은거했던 선비들 중 정철의 가사문학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휘한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송강 정철은 아버지가 유배 생활에서 풀려난 16세부터 문과에 급제해 출사를 하는 27세까지의 젊은 시절을 이곳 담양에서 보냈고, 40세와 43세까지 약 3년간 동인과의 갈등으로 낙향했을 때에도 이곳에서 생활했다. 1585년에는 관직을 내놓고 낙향한 50세부터 약 4년간 이곳에서 생활하며 ‘사미인곡’, ‘속미인곡’의 주옥같은 작품을 완성했다.

담양에서 광주로 가는 29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고서나들목 직전에 송강정 안내판을 만나게 된다. 성산(星山)의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송강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 형태의 정자로 안에는 여러 개의 편액(扁額)이 걸려 있다.

정자에 앉아 그 옛날 송강 정철이 바라다보았을 산과 들과 개울을 바라본다. 송강정에서 보이는 개울의 옛 이름이 죽록천 또는 송강인데, 정철의 호와 정자의 이름도 이 개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송강 정철은 50세의 나이에 송강정에서 가사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을 썼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송강정 옆에는 1955년에 세워진 시비가 있다. 시비 앞면에는 ‘송강정선생시비’라고 쓰여 있으며 측면과 뒷면에는 ‘사미인곡’ 전문이 정갈하게 새겨져 있다. 비록 시비의 모습이 볼품없지만 다른 어느 곳보다 일찍 시비가 세워진 것을 보면 송강정과 ‘사미인곡’이 갖는 문학적 가치를 새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 식영정
성산의 식영정(息影亭)은 이름부터 재미가 있다. 식영정이라는 이름은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라는 의미이다. 정자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이 얼마나 아름다웠기에 그림자조차 쉬게 하는 것일까.

이 정자는 조선의 대문장가인 서하당 김성원이 장인인 석천 임억령을 위해 지은 것이다. 임억령은 식영정이라는 이름을 짓고 시인 묵객들을 불러 문장을 짓고 시를 읊으며 풍류를 즐겼다. 정자에 앉으면 소나무 사이로 광주호의 푸른 물빛이 신비롭게 드러난다.

송강 정철은 25세에 이곳에서 ‘성산별곡’을 지었는데, ‘성산별곡’은 식영정의 주인인 김성원의 풍류 생활을 예찬하고 철마다 변화하는 성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스승 김윤제와의 운명적 만남, 환벽당



환벽당(環碧堂)은 나주목사를 지낸 김윤제가 낙향해 건립한 곳으로 제자들을 가르치던 교육의 현장이다. 송강 정철은 서하당 김성원과 함께 김윤제의 문하에서 학문을 닦았다.

환벽당 입구 조대(釣臺)와 용소(龍沼) 앞에는 ‘성산별곡’의 일부가 새겨진 시비가 있는데, 이곳에는 김윤제가 정철을 처음 만난 사연이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하루는 김윤제가 환벽당에서 낮잠을 자다 꿈에 창계천의 용소에서 용 한 마리가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꿈을 깬 후 용소로 가보니 용모가 비범한 소년이 목욕을 하고 있었고, 그 아이가 바로 송강 정철이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송강 정철은 환벽당에 머물며 공부를 했고, 후에 그의 외손녀와 혼인해 인척 관계까지 맺게 됐다.

가사문학의 보고, 한국가사문학관
한국가사문학관은 담양의 가사문학을 발굴․연구․보존하기 위해 2000년 10월에 개관한 우리나라 유일의 가사문학 박물관이다. 정원에 조성된 연못이나 나무 한 그루, 조각상 하나에도 조경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며 성산과 창계천이 아름다움 더한다.

영상자료실에서는 담양의 가사문학과 정자 문화를 담은 영상물을 상영하고 있다. 제1전시실에는 송순의 ‘교지’, ‘시호장’, ‘면앙집’, ‘면앙정가’와 정철의 ‘문청공연행일기’, ‘문청공유사’, ‘송강집’ 목판 등의 자료가 준비되어 있다.

제2전시실에는 규방가사를 비롯한 기타 가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제3전시실은 소쇄원과 관련된 자료, 가사문학권 인물의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고 장서실에는 ‘송강집’과 ‘기암집’의 목판 530여 점이 소장되어 있어 가사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 문학답사를 위한 여행 코스
담양 도착 ⇒ 대나무박물관 ⇒ 죽녹원 ⇒ 면앙정 ⇒ 송강정 ⇒ 식영정 ⇒ 부용당 ⇒ 서하당 ⇒ 환벽당 ⇒ 소쇄원 ⇒ 한국가사문학관 ⇒ 담양 출발

◈ 가는 길
-고속버스(서울-담양)=강남고속버스터미널 매일 2회 운행 (요금 1만5900원) 소요시간 약 3시간 45분
-기차(서울-광주-담양)=용산→광주 매일 3회 운행. 요금 무궁화 요금 성인 2만1500원. 소요시간 약 4시간 20분. 광주→담양은 시외버스 이용. 배차 20분 간격, 요금 1900원. 소요시간 약 30분
-승용차(서울-담양)=호남고속도 백양사나들목에서 사가삼거리를 지나 1번 국도로 진입 후 15번 지방도로를 지나 담양으로 진입

◈ 문의 사항
담양군 문화 레저관광과=061-380-3151
한국가사문학관=061-380-3240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