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매장이나 자동판매기에서 청소년유해약물·매체물 등을 판매할 때 사용하는 성인인증장치에 국가 인증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타인 명의 도용이나 위·변조된 신분증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현행 인증 방식의 허점을 보완해 청소년의 유해환경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현진 의원(국민의힘)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에는 배 의원을 비롯해 고동진·정성국·박정훈·김성원·우재준·유용원·김형동·김예지·조경태·한동훈 의원 등 11명이 참여했다.
현행법은 청소년에게 유해매체물이나 담배 등 청소년유해약물을 판매·제공하거나 청소년유해업소에 출입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해당 영업자가 이용자의 나이와 본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무인매장이나 자동판매기에 설치된 성인인증장치가 타인의 신분·명의 도용이나 신분증 위·변조·복제 여부를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무인매장이나 자동기계·무인판매장치에 부착하거나 연계해 이용자의 나이와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기기·설비·소프트웨어 등을 ‘성인인증장치’로 법률에 새롭게 정의했다. 이를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사업자는 성평등가족부장관의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인증 기준도 강화한다. 신분증이나 휴대전화 본인인증 등으로 나이와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신원확인수단의 정당한 이용자인지 확인하거나 타인의 신원정보 부정사용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제시된 신분증 등의 위조·변조·복제 여부를 판별하는 기능도 갖춰야 한다. 개인정보는 본인 확인에 필요한 최소 범위에서만 수집·이용하고 목적 달성 후 지체 없이 파기하도록 했다.
미인증 장치의 유통과 사용도 제한한다. 인증받지 않은 성인인증장치를 판매·공급할 수 없으며 청소년유해매체물이나 유해약물 등을 취급하는 사업자와 청소년유해업소도 이를 설치·운영할 수 없다. 인증 이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장치는 인증을 취소하거나 최대 6개월간 효력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사후 점검도 의무화한다. 성평등가족부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조·유통되거나 설치·운영 중인 장치의 인증 여부와 기준 유지 여부를 매년 1회 이상 방문 점검해야 한다. 미인증 장치이거나 인증이 취소·정지된 경우, 고장이나 훼손으로 기능을 상실한 경우에는 제조·판매 또는 설치·운영 중지를 명할 수 있다.
담배자동판매기에 부착된 성인인증장치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미인증 장치를 영리 목적으로 판매·공급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은 경우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기존 사업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근거도 마련했다. 법 시행 당시 운영 중인 성인인증장치를 인증 제품으로 교체하거나 기준에 맞게 개조·보완할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 기존 장치에는 시행일부터 1년간 미인증 장치 설치·운영 금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배 의원은 무인 방식의 영업이 늘면서 성인인증장치의 허점을 이용해 청소년이 담배 등 유해약물을 구입하거나 유해업소에 출입할 수 있는 만큼 신분·명의 도용과 신분증 위·변조 여부까지 판별할 수 있는 인증체계를 마련해 청소년의 유해환경 접근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