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화창한 날씨다. 주위의 산에는 희끗희긋 산벚꽃이 연초록 새싹들과 어울려 봄의 생기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게 한다. 금산사로 향하는 입구의 길가 왼쪽, 양지바른 산기슭에 화려하게 만개하여 최고의 자태를 뽐내는 철쭉꽃 뒤편으로 기념비가 우뚝 서 있다. 오가는 관광객들은 기념비와 어우러진 예쁜 꽃무리에 이끌려 기념 촬영에 여념이 없다. 2년 전 어느 날, 동료직원의 선친이 백마고지 육탄3용사였으며 육탄3용사기념비가 금산사 진입로변에 있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과거의 국민학교 ‘바른생활’교과서에 ‘백마고지의 휘날리는 태극기’라는 단원에 실려 있던 그 육탄3용사! 나라를 지키려고 한목숨 초개처럼 바친 전쟁 영웅들 3용사! 당장이라도 찾고 싶었는데 어쩌다가 이제야 찾게 된 것이다. 『육탄3용사고안영권하사전공기념비』라고 오석에 새겨진 비명이 뚜렷했고, 탑 왼족에는 3용사의 무용부조상이 있었으며 오른쪽에는 노산 이은상의 ‘백마고지3용사찬’글이 새겨져 있었다. 비문에는 「육탄3용사의 한 사람인 고 안영권 하사는 이 고장 김제군 금산면 용화리 출신으로 1950년 6.25한국전쟁 당시 군에 입대 제9사단 30연대 1대대 3소대원이었다. 피맺힌 동족상잔의 전란 중에서도 가
4월 21일 오전, 복지시설 ‘평강의 집’(김제시 금산면, 원장 서해인)에서는 30여 명의 원평초등학교(교장 유주영) 학생들이 위문 봉사 체험활동을 벌였다. 6학년1반 학생들이 벌인 봉사활동은 1부에 위문공연활동, 2부에 안마 및 대화나누기를 하였으며 정성스럽게 모은 위문품도 전달하였다. 민요 부르기, 동극, 리코더 연주, 마술 등 틈틈이 연습한 장기들을 자랑하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4학년 때부터 세 번째 왔다는 최수경(6-1 학급회장)은 “제가 어른이 되면 가족이 없는 늙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라며 불우한 이웃을 적극 돕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서해인 평강의집 원장은 다달이 찾아와서 최선을 다해 노인들을 위로해 드리는 어린이들이 너무 고맙다면서 원생들이 더욱 편안하고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운영하겠다고 다짐하곤 한다고 말했다. 원평초등학교는 학생들의 체험을 통한 인성교육을 하기 위해 2005년부터 월 1회씩 학급별로 순환 위문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금년에도 두 번째로 본 시설을 방문 위문 봉사활동을 벌인 것이다.
- SK건설, 원평초에 교육용 체험장 설치 - 어린이들의 안전생활 학습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초등학교 교정에 ‘교통안전체험학습장’을 설치한 기업이 있다. 지난 4월19일 김제 원평초등학교(교장 유주영) 교정에서는 교통안전 학습용 교통표지만 15개를 설치하고, 횡단보도 및 차선을 그렸다. 주차장의 주차라인과 교내 진입로 차선도 산뜻하게 그렸다. 기업이 지역사회나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SK건설 김제시 금구-원평간 도로공사 이종철 현장사무소장은 금년 가을에는 체험학습장에 전자 작동하는 실물 교통신호등을 설치하여 학습의 효과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SK건설현장사무소는 총 500여만 원의 시설비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작년에도 원평초등학교에 ‘어린이안전학습실’을 조성하는데 200여만 원의 안전장비 및 안전도구를 구입 전시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SK사원들은 1년 전부터 어린이들의 안전 등교를 위해 매일 아침 교문 앞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현장사무소 이상모 과장은 고향에 두고 온 자신의 자녀들을 생각하면서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에 더욱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지금은 지구촌 시대다. 이유야 어떻든 다양한 민족들과 밀접하게 어울려 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도시에서나 흔히 볼 수 있던 유럽이나 미주인은 이미 낯이 익은지 까마득하게 오래 되었다. 근래에는 우리 중소기업에서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 동남아인들을 많이 채용하기도 했다. 이제는 수천 년 간 우리들만이 살아왔던 시골마을에도 국제결혼으로 제법 많은 외국인들이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동남아를 여행하는 모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가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우리의 자연과 기후가 얼마나 좋은지, 우리의 문명이 얼마나 많이 발달했는지 가슴 뿌듯한 자긍심을 느낀다고 한다. 잘사는 선진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부러워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우리를 부러워하는 외국인들이 훨씬 더 많아졌다고 한다. 요즘은 선망의 대상 ‘코리아’에 잘 살고 싶은 꿈을 안고 조국과 가족을 떠나온 결혼이민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그들이 우리들과 잘 어울려 성공적인 한국에서의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은 그들을 위한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의 혜택이 농산어촌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당국이나 교육기관에서는 많은 관심과 배려, 적응을 위한 교육 등의 노력을 하고
-원평초, 과학 꿈돌이 축제 성황- 4월 18일 원평초등학교(교장 유주영) 교정에서는 2007 ‘제40회 과학의 날’을 맞아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고 과학적 마인드를 함양하기 위한 ‘과학 꿈돌이 축제’가 있었다. 이날 학업성적이 우수하고 과학적 마인드가 우수한 이영서(6학년)어린이가 과학기술부총리 표창을 받았으며, 교내 과학경진 모형항공기 공작 및 6개 분야 대회를 벌여 우수한 작품들에 금상 7명을 비롯하여 93명에게 학교장상을 수여하였다. 한편 과학사상 앙양을 위한 경진대회 우수작품 시연, 과학 영화 시청, 과학그리기 및 글짓기 등 학년 수준에 알맞은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유주영 교장은 우리나라가 잘 살 수 있게 된 것은 과학교육에 충실하여 첨단산업이 발달하였기 때문이라며 과학 발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상춘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화창한 날씨다. 모처럼 화사한 날씨만큼이나 환한 미소를 머금은 할머니들이 속속 학교로 들어오신다. 며느리가 운전하는 소형 트럭을 타고 오시는 분, 자전거를 타고 오시는 분, 부자연스런 걸음으로 걸어오시는 분 등 50여 명의 할머니들이 수영장으로 들어가신다. 금년 들어 처음으로 시작하는 원평초등학교(교장 유주영) 평생교육 ‘수영반’에서 건강운동을 하시기 위한 할머니들이다. 걷기가 불편하고, 허리가 아프시고, 숨이 가쁘신 연로하신 할머니도 보인다. 주차장 한쪽에 자전거에 묶여 실려진 지팡이가 눈길을 끌었다. 걸을 때는 지팡이에 의지해야 할 만큼 보행이 불편하지만 다행스럽게 자전거는 타실 수 있는 어느 할머니가 타고 오신 자전거다. 대부분의 6080세대의 시골 할머니들이기에 지체가 부자유스런 분들이 많다. 힘든 농사일 꿋꿋하게 참으면서 인내한 덕분(?)에 체형의 변화와 주요관절의 이상 등을 안고 불편하게 생활하고 계신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3년 전부터 평생교육을 운영하고 있는 원평초등학교에서는 노년층의 건강 증진을 위해서 지역주민 대상 수영반을 조직하여 활동시키고 있다. 오늘 첫날 50여 명이 출석하여 어색한(?) 첫 수영학습을 하
-13개 취미활동 교실 3년째 운영- 원평초등학교에서는 지나 4월6일 지역주민 대상 평생교육 2007 개강식이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3년째 운영을 계속하고 있는데 금년에도 13개 활동반을 개설 운영한다고 한다. 2005년부터 시작된 원평초(교장 유주영)의 평생교육은 250여 명의 학부모 및 지역주민들이 주 2일씩 취미활동 능력 및 건강 증진을 위한 활동반을 운영해 왔다. 이날 개강식에는 전라북도교육청 관계관과 김제교육장 및 관내 기관장들이 많이 참석하였으며 수강생 100여명이 참석하여 수강 등록을 하는 등 성황을 이루었다. 최규호 전라북도교육감은 격려사를 통해 “시골학교의 유휴 교육시설 및 기자재와 교육인적 자원을 활용한 대 지역민 평생교육은 더욱 활성화 되어야한다.”고 강조하였으며 방과후학교 및 평생교육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였다. 박공우 김제교육장은 인사말을 통해 “학교는 학생들만의 교육공간이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의 것이기에 언제든지 개방하여 지역사회 교육문화의 중심이 되어야한다.”며 원평초등학교는 '농어촌시설현대화학교‘에 걸맞게 수영장 및 우수한 특별교실을 보유하고 있어 평생교육의 장으로써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평초 유주영
전라북도김제교육청(교육장 박공우)에서는 지난 4월 3일 지역화교과서 지도를 위하여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를 대상으로 현장탐방 연수를 실시하였다. 교육의 본질을 찾는 수업혁신 전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연수회에는 관내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 40여명이 참석하여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제교육청에서는 지난 2월에 「우리고장 김제」지도자료를 제작하여 관내 초등학교에 보급한바 있으며 이날 연수에서는 지도자료 개발에 직접 참여하신 문희자(용지초 교사)의 지역교과서 활용방법 및 재구성 방법 등에 관한 연수와 현장 탐방으로 진행되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된 교사들의 현장 탐방 연수는 지역에 산재해 있는 유적 유물과 고장의 지리적 지형적 특색 및 지역산업의 특색에 대해 관내 교감(원평초 이학구)과 문화통역사, 사찰관계자의 협조를 받아 이해의 정도를 높여 학생들의 현장체험 인솔 및 교실수업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연수에 참석한 40여명 교사 중 이 고장 김제 출신은 7명뿐이어서 대부분의 교사들이 고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편이어서 3학년 지역교과서를 가르치는데 애로점이 많았다고 한다. 본 연수에 참가한 이지은(용지초 교사)
김제 원평초등학교(교장 유주영) 전교어린이회(회장 6학년 이나래)가 장애·노인 복지시설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지난 3월31일 김제시 금산면 소재 복지시설 ‘임마누엘 평강의집’(원장 서해인)에 원평초등학교 각 학급별 대표학생 15명이 때 아닌 폭우가 잠시 멎어 이슬비가 내리고 있을 때 정성들여 마련한 위문품을 한 아름씩 안고 방문하였다. 3년 전부터 결연을 맺어 온 어린 학생들은 해마다 7회씩 본 시설을 방문 25명의 장애·노인들을 위로하고, 장기자랑으로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하였으며, 관심어린 대화를 나누며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등 사랑나눔 체험활동을 벌여 왔다고 한다. 전교 12개 학급 중 2개 학급씩 연중 방문시기를 다르게 본 시설을 방문하여 위문 봉사 체험 활동을 하여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고,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자치활동의 역량을 시장시키는데도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이번까지 모두 네 번 째 왔다는 이나래(6학년)학생은 “몸이 아픈지 잘 움직이지도 않고 잘 웃지도 못하는 할머니를 보니 너무 안타깝다.”고 아쉬워했으며, 처음으로 찾아 온 1학년 어린이들은 생소한 시설의 환경과 노인들의 모습에 약간은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부상된 것도 모두 질적·양적으로 우수한 교육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부족한 부존자원과 약소한 국력으로 인한 강대국들의 핍박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길은 오직 교육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오랜 체험을 통해 깨달은 선대들의 교육열이 높았기 때문이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몰랐지만 후손에 대한 교육열은 당장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려도, 빚더미에 허우적거려도 꺾일 줄 몰랐다. 그 결과 훌륭한 인재들이 양성되고, 농경문화는 최첨단 산업사회가 되어 선진국 대열에 끼게 된 것이다. 우리 부모들의 교육열과 국가의 교육정책과 교육자들의 교육수행과 학생들의 향학열이 잘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열악한 교육환경을 감당하면서 교육을 맡아왔던 교육자들의 공로도 과소평가 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자들은 정치적 중립과 안정된 신분보장 속에서 학생들의 존경을 받으면서 묵묵히 제자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 며칠 전에 지지체가 주관하는 아주 특별한 행사를 참관했다. ‘○○ 교육발전을 위한 시민 토론회’였다. 우선 성격상 교육청에서나 주관할만한 토론회라고 생각되었다. 공교롭게도 오전에는 지역교육청 주관 ‘○○교육 설명
-전북교육청지정 평생교육시범학교 3년째 운영- 농촌학교의 교육시설 및 교육인적자원을 활용하여 학부모 및 주민 대상 평생교육을 2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 널리 알려진 김제 원평초등학교(교장 유주영)가 금년에도 3년째 운영을 시작하게 된다. 4월 6일 개강식(원평초 강당)을 시작으로 한글미해득 노인층을 대상으로한 ‘우리글교육반’과 도내 유일의 수영장을 보유하고 있어 노인층 건강 증진을 위한 ‘수영교실’ 등 13개 취미활동교실을 개설하여 강좌를 시작한다. 2005년 4월부터 시작했던 원평초 평생교육의 장에서 학습을 받은 수강생은 매주 260여 명의 지역 주민 및 학부모들이었다. 특히 30여 명의 할머니들이 공부하고 있는 ‘우리글교육반’과 90여 명의 수영을 익히고 있는 중·노년층의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은 인기 절정의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 외 개설된 강좌로는 ‘사물놀이반’ ‘서예반’ ‘사군자반’ ‘종이공작반’ ‘어머니배구반’ ‘음악줄넘기반’ ‘한지공에반’ ‘수채화반’ ‘생활영어반’ ‘초급한글반’ ‘중급한글반’ ‘생활도예’ ‘컴퓨터’ 등이다. 특히 한글 문맹자들과 결혼이민 온누리안 5명을 위한 ‘초급한글반’을 개설 한글교육을 할 계획이다. 3년째 한글교육을 받
생동감이 넘치는 춘삼월호시절, 긴 동면에서 부스스 잠을 깨어 기지개를 켜는 자연의 모습이 싱그럽다. 쏘옥 머리를 내미는 새싹이나 꽃망울 잎망울이 통통하게 부풀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흐릿했던 상록수의 녹색들도 진해지고, 거칠게 메말랐던 나무줄기들도 촉촉한 물기가 번지는 듯하다. 해마다 3월이 되면 움츠렸던 학교가 기지개를 켠다. 2월의 을씨년스런 날씨만큼이나 풀기 없던 학교에도 생기가 돋는다. 자는 듯 조용하던 교정에는 어린 새싹들이 활짝 웃으면서 재잘거린다. 1년의 시작은 1월이지만 학년도의 시작은 춘삼월이다. 학생들은 한 학년씩 진급하여 새로운 담임교사를 만나고, 새로운 교실에서, 새로운 교과서를 가지고 새로운 마음을 다짐하면서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교사들은 새로운 제자들을 만나고,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학교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고, 새 식구들을 맞아 새로운 교육의 요람이 된다. 모두가 금년 한 해 농사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학교는 자라나는 인간에게 절대 필요한 공간이다. 인류가 만든 그 많은 문명들 중에서 가장 중추적이고 핵심적인 지식과 정서와 가치와 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다.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삶
며칠 전 혼자서 등산을 하였다. 일찍 찾아온 봄기운으로 냇물의 흐름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고, 언덕배기 잔디밭에는 새싹들이 고개를 살짝 내밀어 아주 연한 녹색이 곱게 물들고 있었다. 행렬을 이룰 만큼 많은 등산객들이 붐비고 있었다. 혼자서 온 사람,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 온 가족이 함께 온 사람들 모두 봄 날씨 같은 화사한 미소와 홍조 띤 얼굴이 싱그러웠다. 주고받는 대화들엔 정감이 넘쳐 난다. 친구들 동정, 건강 유지 비법(?), 작금의 정치 이야기, 지루함을 달랠 수 있는 유머 등의 대화를 살짝 살짝 들으면서 빠른 발걸음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꽤 넒은 마을길에 들어섰다. 부부인 듯한 남녀와 몇 걸음 앞에 자매인 듯한 여자 어린이들이 걷고 있었다. 동생인 듯한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어린이는 다 내려와 기분이 좋아서인지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마 3시간 정도는 족히 걸렸을 등산길이기에 어린이들에게는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끝까지 참고 내려왔다는 자기 만족감도 무척 컸을 것이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목이 터져라 노래할 만큼 기뻤는지 모른다. 그런데 뒤쪽에 따라가던 아버지인 듯한 사람이 “야, 조용히 해. 노래도 잘못하는 것이 시끄럽게
설날, 어릴 때의 설렘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는 듯하다. 설날을 기해 한 살 더 먹게 되고, 새 옷을 입게 되고,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된다. 동네를 휩쓸면서 세배를 다니고, 친구들과 정다운 놀이를 한다. 설날은 진정 넉넉하고 즐거운 마음을 갖게 하는 1년 중 단연 최고의 날이었다. 설날 새벽, 일찍 잠에서 깨면 어머니의 손길에 의해 목욕을 한다. 미지근하게 데워 진 통속의 물을 찌클어 가면서 묵은 때를 벗긴다. 살갗에 생채기가 나게 하는 까칠한 목욕수건이 아닌 맨손인데도 잘도 벗겨진다. 몸 여기저기 까맣게 끼었던 때가 벗겨지면 날아갈 것 같이 개운하다. 하얀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추위는 몸을 웅크리게 하고 덜덜 떨게 하지만 하나씩 입는 새 옷 때문에 기쁨의 미소가 절로 인다. 양말부터 속옷까지 특유한 새 옷 냄새가 싱그럽다. 소독약 냄새인지 옷감 냄새인지 알 수 없지만 향기로운 꽃냄새보다 더 좋았다. 새 옷이라고 해야 겨우 무명에 검정 물들인 옷이었지만, 오리털은 그만두고 솜털조차 들어있지 않은 홑겹뿐인 옷이었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방한복이 아니라 교복 같은 볼품없는 옷이었지만 설빔이었기에 그냥 좋았다. 어서 나가서 친구들에게 새 옷 자랑을 해야지…… 밥상
지난 1월 필리핀을 여행하였다. 3박4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우리의 자연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많은 호기심을 자아냈다. 마닐라에서 머무는 동안 이질적인 문화에 대해 생소하기도 신기하기도 하였지만 아직도 첨단 과학문명의 생활화는 요원하다는 생각도 했다. 일찍 유럽과 미국의 식민통치를 받아 발달된 서구적인 문화생활을 할 것이라 믿었지만 전봇대 하나에 수백 개의 전선이 거미줄보다 빽빽하게 얽혀 있는 모습이나, 도심의 휴식공간인 공원에 벤치 하나 설치해 놓지 않은 점, 비싼 전기요금 때문에 어두운 실내와 거리의 모습들이 우리와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교통수단도 지하철, 승용차, 버스 중심의 우리나라와 너무 달랐다. 3-4인을 더 태울 수 있도록 개조한 자전거, 5-6명을 더 탈 수 있게 만든 오토바이, 지프차를 개조하여 십수 명이 탈 수 있게 만든 지포니, 추위가 없는 탓이겠지만 유리창 없는 낡은 버스 등이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물론 택시도 있었지만 그 수효가 무척 적은 것 같았다. 도로의 차선이나 주차장의 주차라인이 잘 보이지 않았다. 페인트가 비싸서 선명하게 도색할 형편이 안 된다고도 했다. 시내 도로를 질주하는 온갖 교통수단들이 굉음을 질러대며 어딘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