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도 이런 충격이 있을 수 없다. 억장이 무너질 학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려보니 한숨과 탄식이 절로 난다. 교육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자신의 일처럼 부끄러워 고개를 둘 수 없을 지경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올봄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한 고등학생의 성매매 제보를 접한 모 방송국이 지난 8월 밀착 취재를 통하여 사실을 확인하고 그 충격적인 장면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했다. 방송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더한 것은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그 어떤 교육적 조치도 없었다는 데 있다. 수학여행은 책상 위에서만 접하던 지식을 현장을 방문하여 직접 둘러보는 등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말로만 듣던 명승고적을 찾아 떠나는 수학여행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 설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여행지에서 보는 것 하나하나가 신기했고 또 비좁은 방안에서 십 여명씩 포개서 자는 불편한 잠자리였으나 그 자체가 추억이었다. 물론 어려웠던 시절의 수학여행 풍속도지만 그 나름의 원칙은 분명했다. 수학여행은 놀고 즐기기 위한 관광이 아니라 배우고 익히기 위한 학습활동이었다. 행여 가정 사정이 어려워
결국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사단은 내신 실질반영률을 둘러싼 대학과 교육당국의 힘겨루기에서 비롯됐다. 교육당국은 2008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내신 실질반영률을 30%이상으로 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대학에 행․재정적 제재라는'전가의 보도'를 빼들었다. 그 첫 번째 타깃은 교육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일찌감치 내신 실질반영률(17.96%)을 정한 고려대로, ‘교수충원 부족’을 빌미로 내년도 학생정원을 160명 줄이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교육 당국의 조치는 교육의 미래를 가두는 비교육적 처사임에 분명하다. 학생정원을 줄이는 것은 대학 운영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사안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교육당국이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교육부는 고려대에 대한 정원 감축 통보는 교수 미충원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라며 이른바 ‘꽤씸죄’와는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으나, 이를 믿는 사람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교육당국이 내신 실질반영률에 집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교육 정상화의 관건이 내신에 달려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사교육으로 인한 국민적 고통과 국가적 낭비를 줄이는 유일한 방안으로 내신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명분은 그럴듯 하
일본 효고(兵庫) 현 니시노미야(西宮) 시 고시엔야구장. 5만 관중이 꽉 들어찬 가운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일명 고시엔대회) 결승전이 열리고 있다. 8회까지 0-4로 뒤져 패색이 짙던 사가키타(佐賀北)고의 3루수 소에지마 히로시(副島浩史)가 타석에 들어섰다. 밀어내기로 1점을 빼낸 뒤 계속된 1사 만루 찬스에서 히로시가 친 타구는 왼쪽 관중석을 훌쩍 넘어갔다. 사가키타고가 무려 4,081개 학교가 참가한 이 대회에서 우승기를 거머쥐는 순간이었다. 이 경기는 89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시엔대회에서 가장 극적인 승부였으나, 이보다 더 감동적인 사연은 구장 밖에 있었다. 18명의 선수로 구성된 사가키타고는 야구 특기생 제도가 없다. 선수들은 모두 현지 사가의 중학교에서 진학한 일반 학생들로서 대부분 운동을 하기에는 왜소한 체구라고 한다. 학교측에서 나오는 운영비도 연 60만엔 정도로 야구방망이와 공을 사기에도 빠듯하고, 연습장도 축구부와 함께 썼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감독은 야구 선수 경험이 없는 이 학교 국어 교사가 맡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연습 스케줄이다. 정과 수업을 마치고 하루 2, 3시간 정도 연습을 했으나 이마저도 절반 이상은 기초 체력을
바야흐로 가짜가 판치는 시대다. 먹는 음식부터 입는 옷까지, 생긴 것은 모두 가짜로 의심받는 판국에 학력마저 가짜가 등장했다. 진리의 산실이자 양심의 보루라는 대학 교수는 물론이고 종교인과 학력이 크게 필요치 않은 연예인까지 확산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예술감독, 오랜 침묵을 깨고 흥행몰이에 나선 영화 감독, 국내 연극계의 대표적 스타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분들이 학력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가짜 학력에 집착한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특권의식에 기인한다. 조선시대처럼 사농공상의 정형화된 계층 구조는 사라졌지만 출신 대학에 따라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가 달라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과거보다 더 심화된 측면이 있다. 전국의 200개가 넘는 4년제 대학 가운데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의 영문 약자)라 불리는 대학이 입법, 사법, 행정의 요직을 싹쓸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력은 곧 사회적 권능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고 이를 틈탄 사교육은 보란듯이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에서도 능력보다는 학력이 우선한다.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고소득 유망직
어느 해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 여름방학은 그야말로 땀과의 전쟁이었다. 새벽밥 먹고 출근하여 숨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보충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야간자율학습이 시작된다. 빽빽한 일정에도 무더위 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책장을 넘기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등에 식은 땀이 흐르더라도 성심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방학 중에 수업이 없는 선생님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종 연수나 대학원 강의에 참여하느라 학기 중보다 오히려 더 바쁘게 지내게 마련이다. 연수나 강의 장소도 대부분 통학이 어려운 장소에 위치하고 있어 가족과 떨어져 하숙이나 기숙사 생활을 하는 불편마저도 온전히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며 한 가지라도 더 배우기 위해 땀을 흘린다. 필자도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느라 눈 코 뜰 사이없이 바빴지만 가끔 짬을 내서 교사 직무 연수에 출강을 했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이 없는 분야인데도 하나라도 더 알기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가르침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배움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을 수 있었다. 사교육이 주도하고 있는 입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교사들의 노력도 눈물겹다. 대학교육협의회에 속한 상담 교사들이 지방의 모 대
오락가락하던 2008학년도 대입 전형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고려대가 2008학년도 정시모집 내신 실질방영률을 17.96%로, 숙명여대가 19.94%로 확정했으며, 연세대와 서강대도 20%이내에서 반영률을 확정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평균 실질반영률(9.4%)의 2배 수준으로 교육당국의 강권을 못이긴 대학들의 고심어린 선택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에 따라 일 년에 네 차례의 지필평가와 시행 횟수에 제한을 받지 않는 수행평가의 결과를 학교 생활기록부에 기록하여 산출하는 내신은 개별 학생의 학업성취능력을 판단하는데 유용한 자료라 할 수 있다. 단 하루만에 치러지는 수학능력시험이나 대학별고사는 수험장의 분위기나 해당 학생의 컨디션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수도 있으나 내신은 고교 3년간 12차례의 지필평가와 각종 수행평가를 합산하기 때문에 그만큼 객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주요 대학들이 내신 반영을 기피하는 것은 학교마다 시험 난이도가 천차만별이고 특히 학교 간의 실력차를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학교 간 실력차가 엄존하는 비평준화 지역은 물론이고 평준화 지역마저도 교사와 학생들의 열정에 따라 학력이 천차만별인 상황에
교육이란 자연적 인간을 유능한 사회적 인간으로 형성해 가는 의도적인 행위를 의미한다. 즉 교육은 미성숙한 생명체의 잠재가능성을 돕고 사회를 개선하는 수단으로, 학교는 바로 이와같은 교육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고안된 사회적 장치라할 수 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활동은 사회화의 예비 단계로서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정의로운 가치를 가르치고 인도해야 한다. 이처럼 학교 교육이 분명한 목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에서 편법을 가르치고 있는 사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청소년 봉사활동이다. 봉사란 국가나 사회를 위해 자발적으로 헌신한다는 측면에서 교육 목적을 실현하는데 유용한 방법이다. 문제는 봉사활동이 상급학교 진학의 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청소년들의 봉사활동은 내신 성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만 되는 강제성을 띠고 있다. 봉사활동은 일정한 조건을 갖춘 기관이나 단체에서 발급한 확인서를 통하여 그 사실이 인정된다. 문제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자리가 제한적이고 이로 인해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편법을 동원한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봉사활동 자리는 단연 관공서가 으뜸이다. 적당히 하더라도 눈감아주기 일쑤고 덤으로 시간까지 얹어주기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지역 주요 사립대학들이 2008학년도 입시 전형에서 내신 4등급까지 만점을 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정부가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등 내신을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일단 내신을 둘러싼 대학과 정부의 힘겨루기는 한 고비 넘긴 상태지만 언제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공론화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입시를 목전에 둔 수험생과 학부모들만 좌불안석이다. 교육부가 공을 들인 2008학년도 입시제도의 특징은 내신에 있다. 그 동안 대입 전형에서 내신 반영률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이는 명목상의 반영률일 따름으로 실질 반영률을 따지면 10%를 밑도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나 다름없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교육 양극화 해소에 정책의 주안점을 두고 내신산출방법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는 등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문제는 교육부의 의지와는 달리 대학이 내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현실적으로 내신이 지역과 고교간의 학력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내신 반영률을 높이라고 강요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
트라이앵글은 둥근 강철봉을 세모꼴로 굽혀 정점(頂點)에 끈을 매달고 쇠막대로 밑변을 쳐서 소리를 내는 타악기다. 고대 아시리아․ 헤브라이시대부터 사용되온 이 악기는 음색이 독특하고 강렬하여 오케스트라의 합주에서 애용되고 있다. 오케스트라의 양념 역할을 하며 연주의 감칠맛을 더해주는 트라이앵글이 우리나라에서는 입시 지옥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정삼각형으로 팽팽한 균형 관계를 이루어야 하는 트라이앵글의 원리에서 연유한 것으로 각각의 꼭짓점은 학생부, 수능, 논술을 의미한다.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불리는 이들 세 가지 요소는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삼중고(三重苦)로 인식되고 있다. 2008학년도 입시부터는 내신과 논술의 비중이 높아지고 등급화되는 수능의 비중은 줄어들 것이란 견해가 우세했다. 그러나 고려대, 연세대 등 일부 사립대학들이 정시모집에서 수능우수자 전형을 확대함으로써 당초 예상과는 달리 수능의 비중이 줄어들지 않았다. 또한 상대평가로 전환된 내신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동료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며 비중이 높아진 논술에 대한 부담도 여전하다. 사실 내신, 수능, 논술은 한
시험 때만 되면 학교는 돌연 팽팽한 긴장감 속으로 빠져든다. 특히 교과 성적이 상대평가로 바뀌고부터는 내신을 망치면 대학진학이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한 학생들 간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러니 시험을 출제하는 교사들이나 한 문제라도 더 맞춰야 하는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 끝난 중간고사 때의 일이었다. 시험을 마치면 으레 수업 시간에 문제를 풀어보고 정답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르는 채점 시비를 사전에 차단하고 자신의 점수를 확인함으로써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이 때쯤이면 간혹 교사와 학생 사이에 정답을 놓고 가벼운 실랑이가 오가기도 한다. 물론 학생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늘 따라 맞은 편에 앉은 선배 선생님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평소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라 걱정스런 눈치를 전하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사단은 시험 문제를 풀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객관식 문항 가운데 하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어서 알아들을 만큼 설명했는데 이를 받아들이기는 커녕 오히려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을 내뱉었다는 것이다. 문
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대학별 고사의 비중이 확대됨으로써 논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대학입시에서 논술시험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1994년으로 당시에는 단순 작문 형태였으나 차츰 내용의 깊이를 더해가면서 오늘날의 통합논술에 이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논술시험이 서구에서 들어온 합리주의 교육관의 일부분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그것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인재 선발 방식이었던 과거제도를 간과한데서 온 단견의 소치다. 그렇다면 조선의 관리임용 제도인 과거제도는 오늘날의 논술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대개 과거시험하면 고루한 성리학 서적을 외워서 쓰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제도는 당시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분석력과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문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창의적 능력을 갖춘 우수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한 검증 장치였다. 이 점은 오늘날의 대학입시에서 논술 시험이 추구하는 목표와 별반 다르지 않다. 논술시험은 출제자의 의도가 담긴 논제(제시문 포함)와 응시자의 견해가 담긴 답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과거시험도 논제에 해당하는 책문(策問)과 답지에 해당하는 대책문
대학 본고사를 포함한 이른바 ‘3불정책’과 관련하여 또다시 교육계는 물론이고 나라 전체가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폐지와 존속을 놓고 교원 단체가 주장하는 내용이 다르고 학부모 단체들도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정당 간의 입장 차이가 확연하다. 대선 주자들 간에도 의견을 달리하고 있어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민감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4년 내신 부풀리기로 인한 일부 사립대학의 고교 등급제 적용과 관련하여 3불정책이 여론의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물론 대학 본고사와 기여입학제도 논의의 대상이기는 했지만 국민 정서를 감안할 때 핵심 쟁점은 내신의 신뢰성 확보에 맞춰져 있었다. 이에 따라 내신제도는 이듬해부터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뀌고 점수 부풀리기로 인한 논쟁은 일단락됐다. 대학 측에서도 고교 간 학력차는 여전했으나 내신에 대한 신뢰성은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서울대와 일부 사립 명문대학이 또다시 3불정책 폐지를 들고 나왔다.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윈원회는 3불정책이 서울대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주장했고, 고려대와 연세대 등은 3불 정책이 대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규제라며 한 목소리를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되는 대입 전형의 핵심은 내신과 논술의 비중을 높이고 상대적으로 수능의 비중을 낮추는 데 있다. 교육 당국이 대학의 반발을 무릎쓰고 이같은 결정을 한 배경에는 공교육 정상화라는 해묵은 숙제가 담겨있다. 이미 예고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일선 교사들도 새로운 입시 전형에 대비하기 위하여 각종 연수에 참여하는 등 이번만큼은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부푼 기대감도 잠시, 이달들어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각 대학의 전형 내용이 알려지면서 교육현장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사립대학들이 내신이나 논술은 배제한 상태에서 정시모집 정원의 50%를 수능성적만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했다. 2007학년도까지 제공됐던 표준점수와 백분위 대신 등급만 제공함으로써 수능 시험을 자격고사화하려던 당국의 의도는 보기 좋게 빗나갔고 오히려 수능이 과거보다 더 강화된 것이다. 이들 대학이 수능 중심 전형을 확대된 것은 일반고에 비해 내신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는 특목고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 있으며 특히 수능 등급만으로도 우수 학생을 충분히 가려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이기도 하다. 특히 고려
각급 학교가 입학식을 마치고 차분한 가운데 새로운 학기를 시작했다. 교사나 학생들은 달라진 환경과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다소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지만 출발은 언제나 희망이 있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올 해, 교육계의 가장 큰 화두 가운데 하나는 수능의 변별력이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논술의 비중이 높아진 입시제도에 있다. 위상이 높아진 논술은 과거처럼 단순 주제에 대한 글쓰기가 아니라 교과목 간의 연계를 통하여 다양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통합 교과적 능력을 요구한다. 이런 장점 때문에 중상위권 대학들(45개)은 한결같이 통합논술을 전형 요소로 채택하고 있다. 문제는 사교육에 치인 채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공교육이 통합논술을 책임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학생이나 학부모뿐만 아니라 교육계 내부에서 조차 통합논술이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육 개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말하자면 통합논술이 교육 현장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겨울 방학을 이용하여 통합논술 연수에 참여하거나 교사들끼리 팀을 이뤄 지도 방법을 연구한 정성 때문인지는 몰라
작년 가을쯤만 하더라도 교육현장은 온통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수능의 비중은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통합논술의 비중이 높아짐으로써 당장 교사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교사는 입시제도를 볼모로 잡고 수시로 교육 현장을 뒤흔드는 정책 당국을 향해 볼멘소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내신과 수능 준비만으로도 벅찬 학생이나 학부모도 통합논술의 실체와 학습방법을 몰라 갈팡질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대도시와는 달리 논술 학원에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등 사교육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지방의 경우는 더욱 암담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4개월 남짓 시간이 흘렀다. 불평만 늘어놓고 허송세월하기에는 아이들의 처지가 너무나 절박하다는 인식이 교사들 간에 조금씩 확산되면서 나름대로 통합논술의 취지를 분석하고 지도 방법을 찾기 위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우선 통합논술이 개별 교과의 지식에 한정되지 않고 쟁점을 중심으로 교과 간의 지식 전이를 통한 통합적 사고력을 요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가장 먼저 나타난 변화는 교실 수업이었다. 지금까지 그 어떤 입시제도로도 바꾸기 어려웠던, 그래서 마치 화석처럼 굳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