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선생님 한 분이 교정의 한 켠에 심은 조롱박이 탐스런 열매를 맺었습니다. 칡넝쿨 같은 조롱박 줄기가 지주대를 감고 올라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매달려 있는 모습은 풍성함을 뛰어넘어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주렁주렁 열린 조롱박을 보며 교육자의 보람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마치 씨앗과 같은 존재이기에 거름을 잘 주고 가지를 잡아 앞으로 나아가도록 인도한다면 조롱박처럼 행복한 결실을 가져다 준다고 말입니다. 시인 박노해는 '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노래했습니다. 맞습니다. 박노해가 말한 그 희망을 키우는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고 그래서 교육은 선생님의 헌신과 희생을 먹고 자라는 나무라는 것을.
교정에 등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던 지난 5월, 1학년 때 담임을 맡았던 주홍이가 교무실로 찾아왔다. 평소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녀석이 어렵사리 내놓은 것은 바로 깨알 같은 글씨가 적혀있는 원고 뭉치였다. 몇 달 동안 고민해서 쓴 소설인데 선생님이 한 번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주홍이가 다녀간 다음날, 같은 반 대영이가 찾아왔다. 아이들한테는 탤런트로 통할 만큼 발랄하고 재치넘치는 녀석이다. 그런데 여느 때와는 달리 쑥스러운 듯 한참을 서성대더니 "선생님, 제가 쓴 시(詩)인데 한번 봐주세요"라며 빛바랜 누런 종이를 슬그머니 내밀었다. 주홍이의 소설은 입시 중심의 교육 현실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이 주인공이었다. 소설의 주인공이 바로 주홍이 자신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평범하지 않은 문체나 박진감 넘치는 사건 전개 그리고 능란한 서술 기교로 미루어 볼 때 잘만 다듬으면 훌륭한 재목이 될 듯 싶었다. 대영이의 시는 아직은 설익은 풋고추 같았다. 시어 하나하나에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기 위해 애쓴 흔적은 역력했으나 단순한 구성과 상투적인 표현이 눈에 거슬렸다. 시를 쓰겠다는 의욕은 넘쳤지만 감정을 추스르고 적절히 녹여내기까지
지난 여름의 뜨거운 햇살과 풍부한 강수량을 받은 덕택인지 교정의 잔디가 훌쩍 자라 마치 풀밭처럼 변했습니다. 잔디밭 한가운데는 미술 선생님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모녀상이 한가롭게 놓여 있으나 주변 환경이 그래선지 썩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웃자란 잔디가 눈에 거슬렸는지 학교의 자질구레한 일을 맡아 돌보시는 아저씨께서 예초기를 어깨에 메고 나타나서 잔디를 깎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의 정성스런 손길을 거치자 무성했던 잔디도 어느새 가지런한 모습으로 변하면서 마치 새 옷을 갈아입은 것처럼 말끔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잔디 깎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면서 교육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육이란 바로 웃자란 잔디를 다듬는 것처럼 아직은 서투르고 그래서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따뜻하게 품어주고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요즈음 학생들 가운데 이튿날 새벽까지 여러 개의 학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학습 효과와는 별개로 사교육 중독현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학원이나 과외를 받지 않으면 혼자서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을 지칭하는 ‘티처보이’란 말까지 생겼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가 ‘혼자서 도저히 공부할 수 없다’, 45.6%는 ‘혼자 공부하기에는 불안하다’고 답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과반수는 혼자서 공부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여서, 조사 대상자의 51.8%가 ‘자녀가 학원에 가 있거나 과외를 받아야 마음이 편하다’고 응답해 사교육 중독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학원과 과외에 의존하는 학습 형태는 결국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의 상실을 의미한다. 암기 위주의 수동적 학습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능력의 저하를 초래하여 대학교육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이미 서울대에 입학한 신입생 가운데 비교적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강남 8학군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학업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원인이나 현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나 회의도 없이 마치 상품 거래하
3년 전에 고3 담임을 했을 당시, 성적이 부족해서 지방의 모대학으로 진로를 권유하여 합격했던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담임교사를 찾고 있어 보람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비록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자신의 수준에 맞는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제자들을 대할 때마다 고3 담임교사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합니다. 남자로 태어나서 반드시 거쳐야할 과정의 하나가 군대라는 말이 있듯이,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학교를 휴학하고 입대했던 제자들이 휴가를 받아 모교를 찾는 일도 있습니다. 고3 때, 공부보다는 인생 공부(?)에 더 매진했던 아이가 오늘은 군복을 입고 학교에 찾아왔습니다. 담임을 맡았던 리포터를 보자마자 우렁찬 목소리로 거수 경례를 부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왜냐구요? 너무나 멋진 국군아저씨로 변해 있었으니까요. 고3 담임의 어려움도 이 순간 만큼은 보람으로 다가온답니다. 그래서 이 맛을 잊지 못해 고3 담임을 하는가 봅니다.
작년 여름, 황소뿔도 물러 빠진다는 삼복 더위가 서서히 꼬리를 감출 무렵 선생님은 학교를 떠나셨다.2학기가 시작되고 오색단풍으로 곱게 단장한 교정의 수목들이 하나둘 잎을 떨구기 시작하자 선생님의 빈자리는 한층 커보였다. 만남과 이별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학교에서 유달리 한 분 선생님의 떠남을 아쉬워하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몇년 전, 기숙사를 신축하면서 그때까지 기숙사로 사용하던 건물을 도서관으로 꾸며 개관했다. 비록 용도를 바꾸기는 했으나 고등학교에서 독립 건물의 도서관을 보유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많은 책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자유롭게 읽을 수 있도록 개가식 서가와 영상 세대에 걸맞게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도 설치했다. 또한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정식으로 사서교사 자격증까지 취득한 선생님도 한 분 채용했다. 아직은 모든 면에서 부족했으나 선생님의 전문적인 식견에 남다른 노력까지 더해지자 도서관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틈만 나면 도서관으로 몰려들었고 도서 대출 건수도 날이 갈수록 늘어났다. 물론 새로 생긴 도서관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지만, 항상 따뜻한 미소로 친
화창한 주말을 맞아 딸과 함께 도서관을 찾았다.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자리잡은 시립도서관은 주변의 수려한 풍광으로 가족들이 함께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 숲속에서 들려오는 예쁜 새소리와 곱게 물들어 가는 가을풍경을 바라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도서관에 도착했다. 도서관 한쪽에 위치한 어린이 열람실은 책을 읽으려고 찾아온 아이들과 부모들로 빼곡했다. 책상에 앉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는 아이, 자료를 찾아서 공책에 옮기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는 아이, 서가에서 책을 고르는 아이 등 열람실 안은 독서 열기로 후끈 달아 있었다. 열람실 곳곳에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러 온 부모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주위에서 어린 자녀들이 텔레비전과 컴퓨터에 빠져 지낸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높지만, 이곳에 찾아온 부모만큼은 자녀들에게 책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 몸소 가르쳐주는 듯 싶었다. 딸과 함께 책을 고르고 소파에 앉았다. 바로 옆자리에는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와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을 재미있게 읽고 있었다.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책을 읽어가자 아이는 재미있다는 듯 귀를 쫑긋 세우
교육환경 개선을 위하여 시행중인 학교 외벽 드라이비트 공사가 마무리되고 실내 환경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주말 오후 자율학습을 위해 학교에 나온 학생들이 더운 교실을 피해 복도에 나와 공부하고 있다. 마침 페인트공 아주머니가 학생들 사이를 오가며 열심히 페인트를 칠하고 있다. 행여나 학생들의 공부에 방해가 될까봐 신발까지 벗고 페인트를 칠하는 아주머니의 표정이 무척 진지하다.
교육 현장에서 우리말을 가르치는 국어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편치 않다.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변화와 거대 자본의 논리 앞에 날이 갈수록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는 한글을 보고 있자니 말이다. 인터넷과 휴대폰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들의 한글 파괴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으며, 이제 막 모국어를 익혀야 할 아이들은 영어 배우기에 더 열중하고 있다. 제 나라 글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할 교육마저 그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우리글의 이해력과 적응력을 간접적으로나마 지원했던 수학능력시험에서 외국어영역(영어)의 비중은 늘어났으나(80점에서 100점으로), 언어영역의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었다(120점에서 100점으로). 자연계 학생들은 언어영역을 반영하는 대학이 점차 줄어들면서 아예 경원시하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토익과 토플 등 영어 인증이나 자격 취득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넘쳐나도 한국어인증시험에 응시하는 학생들은 그리 찾아보기 어렵다. 세계의 언어학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글 칭찬에 입이 마를 지경이다. 인간이 창조한 최고의 문자가 바로 한글이라는 것이다. 표음문자인 한글은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를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표현할 수 있고. 자음과
새 학기가 시작되며 주번제도를 과감히 폐지했다. 전부터 두 명의 학생이 한 조가 되어 1주일 동안 교실 청소를 도맡아 왔던 주번제도는 마치 학급 운영의 관례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10년 넘게 담임을 해본 결과, 주번제도에 문제가 많다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주번을 맡은 학생들 사이에는 학급과 동료들을 위해 봉사한다기보다는, 1주일만 적당히 때우면 그만이라는 식의 기회주의가 만연했고, 주번이 아닌 학생들도 자신의 능력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주번에게 미루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니 교실 내에서의 공동체 의식은 눈씻고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주번제도 대신 모든 학생들에게 한 가지씩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우선 두 명이 하던 일을 서른 다섯 명이 나눠 맡게 될테니, 서로 책임을 전가하거나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또한 학급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기 때문에 그만큼 빠르게 끝낼 수 있어 시간 활용에도 효율적이며, 무엇보다도 청결한 교실환경은 학습 능률을 높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물론 아이들의 의견도 중요했다. 지금까지 두 명이 하던 일을 전체가 분담한다는 데 반대할 지도 몰랐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담임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하나 새들의 고향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독도는 우리∼땅 ♪」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아마도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특히 독도 영유권과 관련하여 한일 양국이 외교적 분쟁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독도는 우리땅'이란 노래는 국민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가사 내용은 물론이고 경쾌한 리듬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노래를 불러 무명가수에서 일약 국민가수로 떠올랐던 정광태씨가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의 초청을 받고 내교했다. 정광태씨는 1983년 독도는 우리땅이란 노래로 KBS TV 남자신인가수상을 수상하였고, 1998년에 미국영주권을 포기하고 1999년에 독도로 호적을 옮겼다. 2003년에 정부로부터 독도를 대표하는 명예군수로 임명되었으며, 얼마전에는 독도지킴이들과 함께 독도명예군수로서 뗏목을 타고 독도를 다녀오기도 했다. 학생들의 열렬한 환영속에 등장한 정광태씨는 딱딱한 얘기보다는 독도가 왜 우리땅 인지를 적절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또 강의 중간 중간에 학생들과 함께 재미있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최근들어 청소년들의 역사의식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학진학을 목전에 두고 있는 고3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대학들의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면서 각종 홍보물도 홍수를 이룰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다. 거의 모든 대학들이 고급 종이에 컬러로 인쇄한 홍보물을 고교로 발송하고 있다. 몇몇 대학은 한 달에 한 번꼴로 학교홍보물을 보내는 등 그야말로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입시를 준비중인 학생들이 각종 안내책자나 홍보물을 이용하여 학교선택에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이로 인하여 각종 쓰레기를 양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귀중한 자원을 낭비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도 대학마다 자체적으로 홈페이지를 활용하여 입학전형 자료를 제공하고 있어 학생들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료를 다운받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굳이 홍보물을 만들 필요는 없다. 그리고 대학진학을 전문으로 하는 일부 입시 사이트의 경우, 대학별로 전형자료를 올려놓고 있어 수험생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비싼 돈을 들여 홍보물을 제작하는 것은 교육력의 낭비가 아닌가 하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차라리 그런 곳에 쓸 돈이 있다면 학생 교육에 활용하는 것이
얼마전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있었다.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밟는 자식이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며 받은 장학금 전액을 모아 모교에 장학금으로 다시 내놓은 분과, 사업을 해 얻은 이익은 반드시 국가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에 환원하라는 부친의 유언을 받들고자 힘들게 일해서 마련한 거액의 발전기금을 들고 찾아와 조용히 기탁하고 떠난 분이 있었다. 서구에서는 일반화한 기부문화가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교육기관에 기부한다는 말이 들어가면 기부자 자녀와 관련하여 모종의 거래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 탓에 선의의 기부까지 그 본뜻이 훼손되는 일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교육적 특혜를 대가로 한 기부금 출연은 국민 정서상 용납할 수 없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진국 기부문화에 비하면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월마트·듀폰·보잉 같은 대기업들이 출연하는 기부금만도 매년 2000만∼1억달러가 넘는다. 또 빌 게이츠, 테드 터너, 조지 소로스 등의 거부들도 수시로 교육기관을 비롯한 공익재단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부한다. 최근 외국의 기부문화는 돈만 내는 것에서 벗어나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는 이번 2학기 보충수업부터 온라인 수강신청제를 도입했다. 교사들은 해당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강좌를 개설한 후, 강의계획서를 첨부한다. 학생들은 교사들의 강의계획서를 참고로 하여 학습할 강좌를 선정하여 수강신청을 하게 된다. 교사와 학생이 모두 이같은 과정을 마치면 일정한 기준(15명 이상)을 충족한 강좌에 한하여 보충수업을 시행한다. 일단 수업이 시작되면 해당 강좌에 속한 학생의 출결 여부는 해당 홈페이지를 통하여 체크되고, 학습과제나 유인물은 온라인을 통하여 제공된다. 따라서 과거처럼 보충수업을 하기 위해 몇 차례에 걸쳐 수작업을 하고 또 필요한 경우 수동적으로 조정작업을 거치는 등의 잡무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도 교사들이 무슨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수업할지를 미리 확인하고 수강신청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좀더 자율적인 입장에서 자신이 학습할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공부를 우선으로 하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취미와 흥미에 따라 방과후 활동을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대학입시에 따른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과활동이 아닌 취미활동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리포터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방과후를 이용하여 취미생활은 물론 자신의 특기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몇몇 동아리가 있고, 그 중에서도 관악부는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평소 음악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모여 설립한 관악부는 현재 30여명 남짓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물론 이 동아리가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지도교사인 음악선생님의 헌신적인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매년 여름방학이면 일주일 정도 합숙훈련까지 하면서 자신들의 기량을 향상시키기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번 여름방학도 예외는 아니여서 보충수업을 마치고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함께 호흡을 맞추며 회원간의 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이처럼 순수 아마추어 동아리 차원에서 운영되는 관악부 학생들이 지난 9월 1일 원광대학교 학생회관에서 개최된 제30회 대한민국 관악경연대회에 출전하여 고등부 은상이란 쾌거를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