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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초등학교] 토끼 뻥튀기 뻥! 이요~ 추억과 재밌는 상상의 만남! 이 책은 뻥튀기 기계의 원리를 이용해 키가 작고 몸집이 작아서 놀림 받던 토끼를 숲에서 가장 큰 동물로 변화시킨다는 내용의 상상 동화다. 매일 작다고 놀림을 받던 토끼는 숲을 떠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 마을에서 뻥튀기 기계를 보게 되고, 자기도 그 기계 안에 들어가면 커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몰래 들어간다. 뻥~! 소리와 함께 거인 토끼가 되어 나타난 꼬마 토끼. 지금까지 자신을 놀리던 동물들을 혼내주러 숲으로 간다. 토끼는 어떻게 되었을까? 모든 어린이들에게 재미를 주지만 특히 콤플렉스로 고민하거나 자신감이 없는 아이들이 읽는다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양들은 지금 파업 중 우리에게 제대로 된 권리를 달라! 장 프랑수아 뒤몽 지음 | 이주희 옮김 | 봄봄 출판사 불공평이란 인간 세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관계를 맺는 것은 그 안에 위·아래가 있고, 지배와 피지배가 있기 마련이다. 다 같은 농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동물인데 왜 양들만 자신의 털을 내어주어야 하는가? 그렇다고 더 좋은 음식이나 잠자리가 제공되는 것도 아닌데! 불공평하다고 양들은 외친다. 양들을 지지하는 동물들과 반대 동물들, 양을 지키는 개의 관계에서 인간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묘미는 이런 어려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는 동물들의 행동에 있다. [중학교] 특별한 사하라 특별한 선생님 되기 왠지 제목만 보면 사하라 사막이 먼저 떠오른다. 주인공의 이름인 ‘사하라’는 사막 이름과 무관하지 않음을 책에서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특별한’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일까? 이 책은 한 여자아이의 학교생활 이야기다. 엄마와 살고 있는 사하라는 너무 보고 싶은 아빠에게 편지를 쓰지만 보내지 못한다. 특별반 선생님은 그런 사하라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생활기록부에 남겨 유급 당하게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다른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서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아이들의 내면 성장 과정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히틀러의 딸 히틀러의 숨겨진 딸 재키 프렌치 지음|공경희 옮김|북뱅크 우성인자를 만들기 위해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에게 ‘장애가 있는 딸이 있었다면 어떠했을까?’라는 상상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다.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야기 마지막에 숨겨진 반전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책의 내용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점이 흥미롭다. [고등학교]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저희가 보이지 않나요? 9·11테러 이후로 이슬람교도와 불법 체류자에 대한 압박이 심해진 미국사회에서 방글라데시가 고향인 나디라 가족은 캐나다 국경을 넘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많은 사람이 몰려 있어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되자 위기가 닥친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인권을 누릴 수 없고, 친구도 마음 놓고 사귈 수 없는 나디라와 가족들은 미국 사회에서 투명인간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20만 명이 넘는 불법 외국인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우리 현실과 비교하며 읽어 보아도 좋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다산이 보내준 선물 정약용 지음 | 박석무 편역 | 창비 조선후기 최고의 학자인 다산이 유배 생활 중 보낸 편지를 엮어 편찬한 글 모음집이다. 1부는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2부는 두 아들에게 주는 가훈, 3부는 둘째 형님에게 보낸 편지, 4부는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말로 구성되어 있다. 아들에게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와 공부 방법 등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옆에 있는 것처럼 일러주는 글에서 다산의 부성애가 느껴진다. 인성 교육, 가족 간 관계 회복을 외치는 지금 200여 년 전의 훌륭한 조상이 남긴 선물 같은 글이다.
누구에게나 사춘기는 있어 “엄마, 짜증나니까 그냥 내버려 둬요!” 필자도 사춘기 시절 가장 많이 쓰던 단어가 “짜증나”였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지만 그것을 표출하는 모녀간의 관계는 부녀나 부자, 모자 관계와는 또 다른 세계임이 분명하다. 작가는 엄마와 딸의 관계를 ‘생명의 고리로 순환되는 모녀’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말대로 여자 대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모르는 그런 보이지 않는 끈이 존재하고 있나 보다. ‘왜 아빠가 아닌 엄마한테 더 많은 상처를 주면서 청소년기를 보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던 필자에게 신기루는 그 해답을 준 셈이다. 하나의 이야기, 두 명의 화자 신기루를 보면 제일 먼저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일본 소설이 떠오른다. 같은 제목으로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각각 써내려간 구성이 이 책과 비슷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상황이 보는 사람의 관점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도 닮았다. 그러나 냉정과 열정사이와는 달리 이금이 작가는 혼자서 하나의 이야기를 두 가지 색으로 이끌어 간다. 그것도 딸이 되고 엄마가 되면서 말이다. 1부는 딸 다인이의 목소리로 2부는 엄마 숙희의 목소리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글은 배경은 몽골의 고비 사막이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비에서 다인이와 엄마는 같은 장소지만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생애 첫 비행과 학교에 빠진다는 기쁨 하나로 따라온 다인이와 자궁암 초기 진단을 받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온 엄마! 1부에서는 마치 사춘기 소녀가 일기를 쓰듯이 자연스러우면서 약간 들뜬 듯한 느낌의 글이 이어진다. 어쩌면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이리도 잘 표현했는지 글 속에서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인다. 이와 달리 2부는 조금 더 안정감이 느껴지는 글로 엄마 숙희의 생각들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어린 시절 엄마에 대한 아픈 기억과 학창 시절 꿈과 추억, 현재의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안타까움과 아픔으로 다가온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엄마 말을 어기더라도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아들 형인이가 보낸 문자 메시지. 엄마 숙희는 자신이 신기루를 보고 울었던 이유를 지금까지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들의 메시지에 자신이 지금까지 온 힘을 다해 부여잡고 믿고 있던 것이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신기루처럼 허상이었는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울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작가는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신기루를 좇는 여정이 아닐까? 다인이의 말처럼 사막에 신기루가 없으면 불안하고 무섭고 지루하고 심심할 수 있다. 우리는 복권을 사서 행복을 꿈꾸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꿈으로 지금의 힘든 것을 견디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것들이 이루어지지 않을지라도 이루어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눈앞에 있는 것처럼 앞으로 달려나간다.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읽는 상황마다, 읽는 사람마다 시시각각 느낌이 달라지는 책이다. 책을 덮으며 엄마와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엄마와 또는 자녀와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또 다른 엄마의 모습, 자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보다 훌륭한 선생님 되고자 대학원에 입학했다는 한 교사는 학교 근무 후 라면이나 만두로 식사하고, 대학원에서 10시까지 공부한 후 집에 돌아와 시장기를 달래려 밥이나 간식을 먹고 밤 2시까지 리포트를 쓰며 앞만 보고 달려갔다. 그러다 보니 체중도 나날이 늘어만 갔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보다 25kg이 증가했는데, 2013년 들어서며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두 가지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체중 감량을 통한 건강관리와 저축 생활이 바로 그것. 그래야 학교를 떠난 노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봉사활동하며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어느 날 문득 자신을 돌아보며 노후의 보람된 삶과 건강을 생각하는 교사들을 위해 이번 호에서는 성인병에 대해 정리해 본다. 당뇨병 균형 잡힌 음식 섭취, 규칙적 운동을 성인에서 발생하는 당뇨병(diabetes mel litus)은 대부분 제2형 당뇨병으로 췌장에서의 인슐린 분비 저하와 인슐린 효과 감소가 주원인이다. 당뇨병 초기에는 고혈당으로 다음, 다뇨, 식욕증가, 피로, 체중감소 등이 나타나며, 만성적으로 고혈당이 지속되면 신경장애, 시력장애, 신기능장애,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된다. 당뇨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뇨 환자 자신과 가족이 이 질환을 충분히 이해하고 치료에 임하는 것과 관리를 철저히 해 혈당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당뇨관리를 위해서는 과음, 과식, 간식과 같은 잘못된 식습관을 개선하고, 적정 칼로리로 조리된 균형 잡힌 음식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또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혈당 조절에 필요한 약을 적절히 처방받아 치료받아야 한다. 당뇨병은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부모 한 쪽이 당뇨병일 경우 자녀가 당뇨병에 걸릴 확률은 15~20%, 부모 모두가 당뇨병일 경우 30~40%로 높아진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당뇨병을 예방하기 위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체중관리를 해야 한다. 고혈압 치료약 임의 중단 시 합병증 우려 고혈압(hypertension)은 혈압이 정상(120/80mmHg 이하)보다 높은 120~ 139/80~90mmHg인 경우는 고혈압전단계, 140/90mmHg 이상을 고혈압이라 한다. 대부분의 고혈압 환자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극히 일부에서 ‘뒷머리가 아프다’, ‘머리가 띵하다’, ‘어지럽다’, ‘피로하다’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혈관 혹은 뇌혈관 합병증이 발병하면 호흡곤란, 흉통, 부종, 두통, 시야장애, 심한 경우 구토나 의식장애가 동반되기도 한다.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혈압을 정상화하는 것이므로 항고혈압 약물을 복용하고 생활습관을 개선해 정상 혈압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항고혈압 약물은 평생 복용해야 하는데 혈압이 정상이라고 임의로 약을 끊거나 규칙적으로 복용하지 않는 등 고혈압 치료를 소홀하게 되면 동맥경화 및 혈관 손상에 의해 심장, 뇌, 신장, 눈과 같은 장기에 합병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사망률이 높아지게 된다. 혈압조절에는 정상 체중 유지, 저지방 및 저염 식사, 규칙적인 운동이 도움이 된다. 고혈압 발생에서도 가족력이 매우 중요해서 부모 한 쪽이 고혈압일 경우 자녀가 고혈압에 걸릴 확률은 25~40%, 부모 모두 고혈압일 경우 대략 80%로 높아진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거나 고혈압 전 단계인 경우는 규칙적인 운동과 체중관리를 통해 비만을 피하고, 지방과 염분 섭취를 줄이며 스트레스를 조절해 고혈압을 예방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혈압을 측정해서 기록하고 변화를 지켜보며 보건교사와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에서 단체급식으로 식사하는 경우에는 학교에서 저염 식사를 준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만 과다 내장지방은 질병 유발 비만(obesity)이란 체내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하며, 체질량지수{체중(Kg)/[신장(m)]2}를 이용해 진단할 경우 23~24.9를 과체중, 25 이상을 비만으로 진단한다. 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유로는 신체활동의 저하, 식습관의 변화(고칼로리 식사), 스트레스와 같은 환경적 요소와 유전적 소인이 원인이다. 우리 몸은 섭취한 칼로리 중 활동으로 소모하고 남은 것은 지방으로 만들어 체내에 저장해 두기 때문에 반복적인 고칼로리 음식 섭취와 운동 부족은 체지방량을 급속히 증가시켜 비만을 유발한다. 체지방은 피하지방(피부 바로 밑에 있는 지방)과 내장지방(복부 내 내장을 싸고 있는 지방)으로 나눌 수 있는데, 내장지방이 많은 복부비만이 질병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비만이 지속되면 또 다른 질병인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 수면무호흡증, 심지어는 각종 암 발생도 증가시킨다. 그러므로 비만을 치료하는 것은 다른 질병의 발생을 예방하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비만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와 간식과 음주를 피하고 칼로리가 낮은 식품을 먹는 등 칼로리 섭취를 줄여야 한다. 또 활동량을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당뇨,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부모 한 쪽이 비만일 경우 자녀가 비만에 걸릴 확률은 40%, 부모 모두 비만일 경우 대략 70%로 높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거나 현재 과체중일 경우, 비만을 유발하는 잘못된 식사습관 개선 및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체중을 관리하고 비만을 예방해야 한다. 대부분의 성인병은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질병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철저히 치료하면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사전에 잘못된 식생활습관 개선과 규칙적인 운동, 과도한 스트레스를 피하는 등 자신의 노력으로 성인병 발생을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 특히 소아·청소년기의 성인병 예방 및 관리에 대한 교육은 학생들의 평생 자기건강관리에 필수적이다.
꿈은 진로교육의 핵심주제이자 결론 우리는 ‘꿈’이 인생에 미치는 놀라운 힘과 꿈을 꾸기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각 분야의 많은 사람들이 힘과 가능성을 자신의 삶을 통해 입증하고 있다. 그래서 늦은 감이 있지만 교육현장에서 진로교육이 강조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간다는 최근의 흐름이 반갑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에서 겪는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진로교육의 주체는 당연히 학생이고, 교사를 비롯한 어른들은 모델이자 촉진자다. 삶에 대한 이해와 방식에 있어 따뜻하고 진솔한 소통이 바탕을 이뤄야 한다. 그 소통의 한가운데에 ‘꿈’에 대한 이해가 있다. 그런데 ‘꿈’의 정의가 명확하지 못하고 그것을 이해하는 방식 또한 당사자들마다 제각각으로 다양하다. 한글학회에서 펴낸 우리말큰사전(1992년 초판본)을 보면 꿈이란 ①잠자는 동안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어떤 사물이 드러나는 현상 ②헛된 생각 ③이상이나 희망으로 정의하고 있다. 진로교육에서 생각하는 꿈은 세 번째 정의에 해당할 것이다. 사전적인 의미로써 우리가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꿈이란 ‘실현하고자 하는 궁극의 목표나 앞일의 바람’을 뜻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면 진로교육 차원에서는 ‘꿈’을 어떻게 생각하고 이야기해야 하는가? 이것이 진로교사로서 2년여의 세월을 보내면서 가지게 된 고민이자 화두라 하겠다. 왜냐하면 우리가 대화하거나 어떤 일을 추진할 때 핵심적인 개념에 대해 공통된 이해를 하는 것이 중요하고 공통 이해에 따라 일의 방향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꿈을 어떻게 이해하고 아이들을 지도하는가에 따라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처럼 ‘실현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 될 수도 있다. 꿈은 꾸는 것이지 고르는 것이 아니다 그럼 진로교육에서 말하는 ‘꿈’은 무엇일까? 꿈은 목표다. 그것도 단계적 목표가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다. 그런데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꿈을 어느 한 단계의 목표로 이해한다. 특정 학교나 대학의 학과로 진학하거나 특정 직업인이 되는 것을 꿈으로 여긴다. 1학년 학생들과 함께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런 설명 없이 각자의 꿈을 써보라고 했더니 “내 꿈은 호텔리어가 되는 거예요”, “경찰관이 되고 싶어요”, “CEO가 되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꿈입니다”라고 적어 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이 말하는 꿈은 인생 어느 단계의 목표다. 자신이 살아갈 삶을 보는 긴 안목과 흥미, 적성과 가치관 등 자신의 특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토대로 이끌어낸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왜 이러한 꿈을 갖게 됐는지 설명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 달 후 자신이 적었던 꿈을 재확인했을 때 기억하지 못하는 학생도 많았다. 학생들은 자신의 꿈이 삶의 단계마다 어떤 관련성을 가지며 변화해 나갈지 전망할 수 없었고, 꿈이 자신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하나로 꿰는 삶의 견인차라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 학교 진로교육뿐 아니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운영하는 커리어넷에서 상담위원으로 진로상담을 할 때도 이와 같은 공통적 현상이 발견됐다. 중학생에서부터 40세의 일반인까지 요청한 진로상담을 보면 “꿈이 없어요”, “제가 뭘 잘하는지, 뭘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고민이 대부분이다. 자신의 진로 결정이나 진로 수정에 대한 어려움은 중·고등학생에서부터 졸업을 앞둔 대학생, 이미 두세 곳의 직장을 거쳐 또다시 이직을 고민하는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 모두가 겪는다. 자신의 꿈과 인생 목표 설정에 대한 고민을 유예하면서 인생에서 마주칠 때마다 고민을 두고두고 반복하는 것이다. 꿈은 한 개인이 일생을 통해 자신이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꿈은 인생과 연관을 가지고 성찰해야 한다. 처음에 그 꿈은 ‘어떻게 살고 싶다’로 시작하지만 ‘이렇게 살아야만 한다’가 되었을 때 진정한 힘을 가진다. 힘을 가진 꿈이야말로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이유와 에너지가 될 것이다. 가슴 속에서 자라나는 꿈 자신의 삶 전체 주제가 될 수 있는 ‘꿈’의 모습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나의 인생 밑그림 그리기’를 주제로 100세 인생시계 만들기, 10년 단계별 생애 계획 세우기 등의 수업을 진행했다. 매 진로수업 활동지의 상단에는 항상 자신의 꿈을 표현하는 공간을 만들어 제공했고, 자신의 꿈을 표현해보도록 요청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신의 꿈을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아예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거나 이러한 활동에 무관심하고 소극적인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에게 꿈은 별로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절실한 그 무엇도 아니었다. 꿈은 머리를 통해서 지식으로 만들 수 없기에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많은 삶의 모습들을 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안목과 영감을 얻는 체험이 필요했다. 직접 체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책과 영상이었다. 그 첫 번째 선택이 영화 ‘패치 아담스(Patch Adams)’였다. 이 영화는 현존하는 인물의 자서전에서 영감을 얻고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은 의사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의사가 되는 것 자체가 그의 꿈은 아니다. 그가 되고자 하는 의사는 치유를 육체적 질병의 치료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환자를 대등한 존재로서 전인적 인격관계를 바탕으로 소통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일로 생각하는 의사다. 아이들의 영화 취향을 대강 짐작하고 있던 터여서 다소 모험적인 시도가 아닐까 걱정도 됐다. 수업을 총 4차시로 계획하고 영화를 3부분으로 나누어 시청했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르게 보기’를 통해 영화를 느껴보도록 주문했다. 학생들의 몰입은 놀라울 정도였다. 좀 더 믿음과 자신감을 가지고 마지막 4차시를 차분한 명상과 본격적인 토론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가 정리하고 자신의 삶에 투영해볼 수 있도록 지도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학생들을 새롭게 이해하고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귀한 경험이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교사(敎師)의 중요한 사명은 모든 의미를 밝혀 주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의 문을 두드려 주는 것이다.” 꿈을 생각한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소망할 수 있는지 성찰한다는 것이 아닐까. 진로교사는 그러한 생각의 능력과 습관을 기르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많은 진로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의 꿈과 더불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축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지 않은 시행착오 탓에 고민하는 진로교사의 모습을 아름답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이런 고민을 통해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꿈’의 힘을 새롭게 인식하고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꿈꾸도록 도와주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핀란드, 친구 괴롭히면 곧바로 경찰 호출 핀란드 교민 식당에서 초등학교 때 이민 와서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학생을 만났다. 그 학생에 따르면 핀란드 학교에서는 학교 이외에 학원과 같은 기관이 없다. 사교육도 없다. 여름방학은 보통 2개월인데 이 기간 동안 숙제도 전혀 없다. 때문에 마음껏 자신의 시간을 갖고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덧붙여서 그 학생은 사교육에 시달리는 한국학생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핀란드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에 대한 규제가 매우 강력해서 만약 학교에서 누군가 고의적으로 친구를 괴롭히려고 콜라를 쏟은 경우 곧바로 경찰을 불러 해결한다고 한다. 교사는 체벌이 완전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스웨덴은 육아 천국 스웨덴의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수업 시작 전에 등교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1교시 시작 전에는 교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므로 학교에 일찍 와도 교실에 들어갈 수가 없다. 학생들이 맑고 깨끗한 자연 환경을 접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스웨덴의 육아휴직 제도를 보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은 스웨덴의 육아를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은 부부를 합쳐 최장 480일(16개월)의 육아휴직(출산휴가 포함)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최소 60일 이상은 반드시 부부 중에 다른 성(性)이 육아휴직을 쓰도록 하고 있다. 아이 엄마가 육아휴직을 대다수 쓰더라도 아이 아빠가 최소 60일은 육아휴직해야 한다는 말이다. 만약 그렇게 사용하지 않으면 육아휴직을 최장 420일밖에 쓰지 못한다. 60일의 권리는 없어지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육아휴직기간 비율이 비슷할수록 인센티브도 준다. 가정을 사회와 양립하는 것으로 보고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육아휴직 급여는 최초 390일간 기존 소득의 80%를 받고, 그 후엔 하루에 기본 육아급여 180크로나(3만 600원)를 받는다. 그러므로 여성들은 아이가 만 1세가 될 때까지 집에서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다. 또 부모들은 아이가 12세가 되기 전까지 60일간의 아동 간병휴직급여를 사용할 수 있다. 이 급여도 통상 병가급여의 80%(소득의 64%) 수준이다. 아동이 중병을 앓으면 60일 외에도 추가로 간병휴직급여를 사용할 수 있다. 또 모든 아동의 부모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아이를 낳은 모든 엄마에게 아이가 만 16세가 될 때까지 정부에서 매월 1000크로나(약 16만 7000원)를 기본소득과 같은 개념으로 지원한다. 어린이집에는 만 1세가 되어야 입학할 수 있으므로 1세까지는 부모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 덕분에 출산율도 증가하고,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이 이루어져 국민들은 양육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치과도 18세까지 무료다. 검사기준이 매우 까다로우나 18세 이전에 치아교정을 하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한다. 단 18세 생일 다음날부터는 매우 비싸다. 기본적인 치료는 무료이나 약값은 비싸다. 그러나 큰 병이라도 본인부담금이 1년에 17만 원 정도며, 기타 금액은 국가가 부담한다. 대한민국 공교육 살리기 방안 핀란드와 스웨덴의 경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교육 문제인 사교육을 없앨 수 있는 방법과 공교육에서의 창의·인성교육 실현을 위한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초등 교과전담제 확대 시행해야 먼저 우리나라도 스웨덴 초등학교처럼 교수조직을 개선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수조직은 전 교과담임제를 원칙으로 하고, 일부만 교과전담제로 운영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전담교사 지원 비율이 확대돼 3학년 이상 학급수의 0.75배를 기준으로 교원이 지원돼 교사들의 담당 수업시수가 적정화되고 있다. 하지만 전담교과는 교수 능력 중심이 아니라 학교 교원조직, 업무, 교사 건강문제 등에 따라 도덕, 실과, 사회, 예체능 등으로 정해지며 매년 바뀌기도 해 비효율적이다. 한 시간의 알찬 수업을 위해서는 적어도 2시간 이상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각기 다른 교과를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사의 경우 하루에 4~6교시 수업을 한다고 볼 때 이를 위한 교재연구 시간은 8~12시간이 소요된다고 할 수 있다. 수업시간까지 합해 총 12~18시간을 근무해야 한다는 소리다. 잡무까지 보태면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교재연구가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단 한 번 써먹는 수업을 위해 충실한 자료를 만들 수 있는가? 그러다 보니 건성으로 가르치고 넘어가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현재 전 교과 지도를 담당해야 하는 초등교사는 한 시간, 단 한 번의 수업을 위한 자료도 만들지 못하고 시행착오만 하다가 한 차시 수업을 끝내고 마는 경우가 있다. 질 높은 수업을 기대할 수 없는 마당에 창의·인성·STEAM 교육 등 새로운 교수-학습 이론들을 적용하기는커녕 흉내도 내기 어렵다. 시범학교 공개 수업만 보고 평가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제 초등학교 교육의 질을 생각해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우리의 교수조직에 스웨덴 초등학교의 교수조직 방법을 도입해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스웨덴처럼 과목 자격증(licence)을 발급해 교사들은 전공교과를 가르치고 학생들은 전공교과 교사로부터 배우도록 해 교수의 질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다.[PART VIEW] 앞서 스웨덴 사례를 소개할 때 스웨덴에서는 1학년부터 전 교과 전공과목 자격증을 가진 교사들에게 배우도록 할 계획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스웨덴의 교수조직을 모델로, 1학년부터 예체능과 외국어, 과학, 실과 등 특수한 기능이 요구되는 교과는 전공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로부터 교육받게 하는 방법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국내 사립초등학교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립초등학교가 경쟁력을 갖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공립초등학교도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교육대학의 교원 양성제도 개선 필요 이를 위해서는 교육대학의 교원 양성제도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교대 입학 때부터 예체능, 영어 전공은 분리 선발하고, 그 외 일반교과 중 주전공, 부전공, 선택전공 등 3~4개 교과를 전공하도록 해 복수교과 자격증을 부여하는 것이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학교 규모와 교원 조직을 고려해 서너 교과 이내로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과 전담제 확대로 염려되는 생활지도를 위해서는 스웨덴의 멘토 제도를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전담교사를 포함해 전 교사들이 한 학급 인원을 반으로 나누어 담임(멘토)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러한 초등학교 교수조직의 개선이 바로 사교육 없는 학교, 질 높은 공교육 천국 대한민국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이번 연수를 통해 스웨덴, 핀란드 초등학교의 모습을 보고 느낀 대로 3회에 걸쳐 소개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고 온 모습이 두 나라 전체의 모습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잘못 전해진 부분이 있다면 독자들의 이해를 구한다. 좀 더 국제이해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 초등교육 방법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진국 교육은 ‘선진교육?’ 현장교사와 리서처로 미국 학교에서 함께했던 시간은 더할 나위 없는 깨달음과 배움을 얻을 기회였다. 단, 소위 말하는 선진국의 선진교육이라는 과장된 허상에 대한 실망감을 제외하면 말이다. 누군가 미국의 공교육은 ‘trash’라고 격하게, 차별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있는 자와 없는 자가 철저하게 다른 형태의 학교교육을 받는 현실을 비꼬는 표현으로, 미국의 사교육 대비 공교육의 질에 관한 비판적인 내용을 말한다. 미국 교육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나타나는 상당수의 학습 부진아 발생과 그와 관련된 사회적, 문화적, 인종적 문제, 교사 역량 문제 등 어찌 보면 우리의 교육 현안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의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 만난 교사들과의 대화 속에서 난 늘 ‘The elephant in the living room’이란 사진을 보여주며 우리 교실 안에서 발생하는 교사의 무관심이라는 가장 두려운 적을 소개하곤 한다. 교사들의 반응은 상당 부분 일관적이었다. 먼저 그림 속 물건들에 대한 열거가 이뤄진 다음 감정, 느낌, 분위기에 대해 언급한다. 그다음 교실 상황을 비유하게 되는데, 보통 코끼리는 아이들이라고 하고 앉아있는 사람은 교사라고 대답한다. ‘학생들과 관련된 문제들은 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실 속에서 무시할 수밖에 없는 것들일까?’하는 의문이 들게 하는 씁쓸함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교육의 질은 교사가 좌우한다’는 말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주목받고 있는 교사 교육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급변하는 이 시대 교육의 역할, 특히 교사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여러 차례의 면밀한 심사를 거쳐 교사가 선발 및 임용되는 것에 반해, 미국 사회에서 가르치는 일은 특히 공립학교 안에서는 상당 부분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교사 채용 방법이 다양해 교사 역량에 관한 문제가 공교육 관련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공교육 시스템에 들어온 경력 3년 이하의 교사가 다양한 이유로 학교를 쉽게 떠난다는 사실은 한국의 교사군과 상당 부분 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영어를 말할 수 있다는 것 외국어라는 틀 속에서만 바라봤었던 영어(ESL/EFL, English as a second/foreign language)교육을 미국 현장에서 모국어 교육, 즉 국어교육이라는 시점에서 영어라는 언어를 바라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큰 혜택이었다. 어느 나라나 존재하는 얘기지만 영어 학습 부진아는 미국 교실에도 존재했다. 그 대상이 단지 다른 피부색을 가진 ‘African American(아프리카계 미국인), Hispanic Minority(소수의 라틴아메리카계 사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실례로 어느 고등학교 교실에서 만난 예쁜 금발 머리 백인 소녀는 유치원생용 동화를 더듬거리며 읽었다.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것에 집중하는 언어교육에서 벗어나, 말하고 이해하며 그 언어로 자신과 타인의 생각을 나누고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영어교육의 궁극적 목표인 의사소통능력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Buddy Reading’을 통해 함께 성장하기 미국의 공교육 안에서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기본·기초 교육에 대한 강조가 상당히 강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문해교육 학습 부진학생들에 관한 이슈들이 교육현안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백인의 영어 학습 부진 소녀를 비롯해 ‘Buddy Reading’이라는 독서교육 프로그램에서 만난 교사들과 영어부진 중·고등학생과 함께 했던 경험은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실질적 접근의 기회가 됐다. 이 프로그램은 영어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학년 학생과 비교적 나이가 어린 학생들을 매칭해 튜터링(Tutoring)하는 독서교육 프로그램으로, 개인 지도 교사인 튜터(tutor)가 1:1로 개인 교습을 받는 학생인 튜티(tutee)를 가르친다는 기존의 튜터링과는 관점이 조금 달랐다. 영어 학습 부진으로 학교교육활동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튜터가 되어 스스로 읽을 책을 고르고 내용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기초적이지만 중요한 문해력을 자연스럽게 익힘으로써, 튜터와 튜티가 모두 함께 성장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Buddy라는 말이 주는 친근함과 편안함처럼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 만나는 그들의 Big Buddy(튜터)를 애타게 기다리고, 눈에 보이는 순간 달려가 안기는 모습들은 학습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무엇이 아이들을 공부하게 하는지, 어떤 상황 속에서 진정한 배움이 발생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이와 같은 독서교육 프로그램은 튜터들의 학습력 향상은 물론, 독서에 대한 관심, 학교에 대한 흥미, 자퇴율이나 결석률 감소 같은 통계적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의사소통 가능한’ 영어교육에 초점을 단일국가, 단일민족, 단일언어 시대가 사라져 가는 이 시대에 교육 주체들과 교육기관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배워야 앞으로 미래 사회에 대비한 역량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돈을 더 많이 버는 직업을 갖기 위한 수단적, 도구적, 맹목적인 영어교육(Instrumentalism of English education)이 아니라 우리 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소중함, 영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만들어가는 영어교육이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PART VIEW] 다소 우스꽝스러운 얘기지만 피부색이 밝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영어권 국가에서 온 English Speaker에게 배우는 영어를 더 신뢰하고, ‘Standard English(표준영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참 부끄러운 현실이다. 사실 누구의 영어를 배우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미국과 영국 영어가 기준인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수많은 사람이 영어로 말하고 있다. 때문에 ‘누군가의 영어’가 아닌 의사소통 수단의 한 형태로써 영어교육에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영어가 모국어인 나라들 안에서도 인종마다 다른 영어가 존재하며 Asian English, Korean English같이 토착화돼 자신들 나라의 문화와 사회적 상황이 반영된 새로운 형태의 영어가 생겨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하나의 모국어를 가지고 있고, 모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 한국인이 한국어에, 미국인이 영어에 유창한 것이 당연하듯, 한국인이 영어에 유창하지 못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이제 더 이상 누구의, 정해진 형태의 영어를 답습하기보다는 우리 것과 어우러져 의사소통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향으로 영어교육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진심이 최고의 교육이다 “처음에는 도전할 엄두도 못 냈어요. 추천서, 자기 소개서 등 14쪽에 달하는 구비서류를 제출해야 하고, 그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동료 교사, 마을 주민들을 상대로 실사도 2번이나 진행하더라고요. 포기하고 있었는데 저를 추천해 주신 신남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신뢰를 차마 저버릴 수가 없었어요. 단지 학생들이 좋아서 신바람나게 가르친 것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고요. 제출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이 나의 교직생활 10년을 되돌아보는 계기로써도 뜻 깊었습니다.” 교단에서만 25년, 현재 몸담은 홍천 반곡초등학교가 이선녀 교사에게는 여덟 번째 학교다. 그의 생애에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대한민국 스승상’은 우리 시대의 참다운 스승상을 정립하고 스승 존경 풍토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교육부의 ‘으뜸 교사상’과 한국교직원공제회의 ‘한국교육대상’을 통합해 제정한 최고 권위의 교육상이다. 수상하기까지의 과정이 녹록했을 리 없다. 이 교사는 강원도에서도 이름난 선생님들과 경합해 대표로 출전했고, 전국에서 단 3명에게만 주어지는 스승상의 주인공이 되어 상금과 ‘옥조근정훈장’을 수여받았다. 기실 이 교사를 아는 이들이라면 놀라울 것도 없는 일. 이 교사는 홍천과 춘천을 아우르는 유명한 별명 대장이다. 계절 따라 ‘붕어빵 굽는 선생님’이었다가 ‘어묵 선생님’, ‘떡볶이 선생님’인 시절까지 있었으니. 교사와 엄마는 다르지 않다 “반곡초등학교에 부임해오기 이전 대룡분교에 몸담았던 시절의 이야기에요. 전교 학생 수가 8명뿐인 시골 학교여서 아이들의 간식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학교에서 지원하는 먹을거리도 인스턴트 간식과 탄산음료가 대부분이었고요. 제가 그 아이들의 엄마라면 아이가 먹을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고 싶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떡볶이를 만들고, 어묵탕을 끓여 학교에 가져가 아이들과 함께 먹었어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는데, 그 모습에 흥이 붙었죠. 겨울이 되고 간식을 고민하던 중에 미니 붕어빵 기계를 판매하는 것을 알고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기계를 구입해 또 붕어빵을 신나게 구웠어요. 아이들과 붕어빵을 먹으며 그 겨울을 달콤하게 보냈죠.” 돌이켜 보니 교사로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대룡분교는 하루에 4번만 버스가 운행했다. 차로 다니면 5분이면 닿을 거리를 학생들은 작은 걸음으로 1시간씩 걸어 등교를 했다. 여름에는 더위에, 겨울에는 추위에 지쳤다. 지켜보는 이 교사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걱정스러운 마음을 행동으로 옮겨, 그는 대룡분교에 재직하던 3년 동안 자신의 차로 아이들의 등하교를 도왔다. 길에서 학부모라도 만날라치면 그날은 차안에서 즉석 상담이 이뤄지기도 했다. 교사로서의 고민도 깊어져, 도시학교 못지않은 다양한 특기 교육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팔방으로 분투해 국악, 소금 등 9개의 교육강좌를 기부받기도 했다. 그러자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부임한 첫해에는 제가 무얼 해도 학부모님들의 반응이 없었어요. 2년째에 접어들자 학교에 아이들 간식으로 떡을 해오시는 분이 생겼고 김치전을 부쳐 오시고 나물을 뜯어다 주시기도 하셨어요. 선생님들이 잠시 머물다 떠날 거라 여기고 마음을 열어주지 않던 부모님들이 한 분 두 분 학교 문턱을 넘으며 변화하는 모습이 정말 기적처럼 반갑고 감동적이었어요.” 학생들에 대한 이 교사의 유난한 애정은 대룡분교 이전에 몸담은 협신초등학교 재직 시절에도 유명했다. 스스로 오카리나 합주단을 조직해 아이들에게 악기의 즐거움을 체득하게 했고, 무대에 서는 경험을 만들어 주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논술강좌를 개설해도 시골학교 여건상 외부강사들이 오려고 하지 않자,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해 아이들을 직접 지도한 경험이 숱하다. 자기주도적학습지도사, 통합논술지도사, 보육교사, 전문상담교사 등 수많은 자격증은 이 교사의 교육 열정을 대변하는 훈장이나 진배없다. 가르치는 본분에 이토록 무구(無垢)한 교사가 있고, 그 한 명의 교사가 바꾸어 놓은 변화의 힘은 이렇게나 위대하다. 하여 궁금해진다. 이 교사를 이토록 끊임없이 더 좋은 선생님으로 노력하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중독이 됐어요. 제가 무언가를 해줄 때마다 기뻐하고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무한한 보람을 느껴요. 이제는 마치 일 중독처럼 제가 즐기게 된 거죠. 떡볶이도 그렇고 붕어빵도 마찬가지에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비실비실 웃음이 나요. 주변에서는 큰 학교로 가고 싶지 않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저는 작은 학교에서 제 몸을 움직여 아이들을 성장하게 하고 학부모의 변화까지 눈으로 보고 체감할 수 있는 삶이 행복해요. 이것이 교사로서 저의 사명이 아닐까요?” 아이의 얼굴은 교사의 거울 이 교사에게 ‘좋은 교사’란 ‘아이들을 웃게 만들면서 존경받는 교사’다. 실제로 스승상 심사 과정에서 두 번의 실사가 이루어졌을 때 심사관이 마을 아이에게 “이선녀 선생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니?”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대뜸 “간식이요!”라고 답한 아이가 상당수. 더불어 “우리 선생님은 무섭지만 참 좋아요”라며 모두가 무한 애정을 표현했다는 후문이다. “연륜이 주는 특혜가 아닐까요? 교사로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을 보는 마음이 넓어지고 아이를 보는 눈이 점점 더 긍정적이 된다는 점이에요. 결혼 전에는 저도 완벽주의 선생님이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워보고 나서야 알았어요. 아이가 운동장에서 아무리 웃긴 행동을 해도 부모 눈에는 그 모습이 사랑스러운 거고, 서툰 그림도 부모의 눈에는 그만한 걸작이 없죠. 실제로 아이를 키워 보고서야 ‘숙제를 했는데 안 가져왔다’라는 아이의 말이 변명이 아니라 진심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어요. 아이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게 됐어요.” 이 교사는 ‘교사는 아이들의 거울이다’라고 믿는다. 교사가 아이를 긍정의 눈으로 봐주면 아이도 긍정으로 바뀐다는 것. 역으로 1년을 함께 보낸 아이들의 마지막 얼굴은 담임선생님, 즉 바로 자신의 얼굴이라고 여긴다. “만약 당신이 찍은 사진이 좋지 않다면, 그 대상에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일갈한 이는 사진가 로버트 카파(Robert Capa)다. 이 교사는 “아무리 장난꾸러기라도 여럿 중 하나로 보지 않고 하나하나 개별로 보면 아이는 다 예쁘다”는 신념으로 아이에 관한 편견을 솎아 낸다. “일직선에서 출발시키지 않고 둥근 원에서 출발시키면 각자 1등이 된다”는 그는 “각자의 방향으로 뛰게 하면 모두가 행복하게 자기 길을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교사에게 교육은 그래서 기다림이다. 우리는 그가 대한민국 최고의 스승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건 그가 누구보다 아이들을 잘 알고 긍정의 눈으로 바라봐주며 끝없이 기다려주는 교사라는 사실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위안이다. Epilogue 알려지지 않은 수상 뒷이야기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건만 스승상 수상은 고맙게도 나눌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이선녀 교사는 스승상 상금 전액을 퇴직할 때까지 자신의 모교인 강릉 명주초등학교에 매년 일정 금액씩 기부하기로 했다. “교직에 있다 보면 도움을 주고 싶은데 장학금 조건이 맞지 않아 그러지 못한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조건 없이, 담임교사가 재량껏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형태로 기부하고 싶어요. 아이들 덕분에 받은 큰 상이니,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교직에 들어온 지 9년이 되었다. 현장의 어려움을 모른 채, 푸른 꿈만 꾸었던 시절. 그때는 단지 ‘교사가 되고 싶다’가 내 삶의 목표이자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고등학교 입시현장 한가운데서 아이들을 지도하고, 함께 생활하면서 그 ‘청운의 꿈’을 잊고 매일 반복되는 일과를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발령 초기의 열정은 어디로 갔을까? 얼마 전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이야기하던 중 아이들이 바라보는 ‘나’를 말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학생’에서 ‘교사’ 신분으로 바뀌어 있었고, 그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이들 또한 나를 ‘선생님’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가끔 수업시간에 나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들은 신기하게 쳐다본다. 흡사 아이들이 “선생님도 학생 시절이 있었나요?”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 나도 예전에 지금 가르치는 아이들처럼 학생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또한 나를 이렇게 성장하게 해 주신 훌륭한 선생님들도 아직 교단에서 나보다 더 열심히 생활하고 계신다. 그렇지만 나는 나의 선생님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다. 그리고 늘 ‘바쁘다’는 핑계로 선생님께 간단한 연락만 드린 채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나에게 배운 많은 제자들이 있다. 그들에게 ‘나’도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과연 나는 그들에게 ‘어떠한 선생님이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미안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나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처럼 그들을 잘 가르쳐 주었을까? 항상 부족한 마음에 미안함이 앞선다. 이렇듯 부족한 나를 하나하나 완성되게 만들어주신 선생님과 좌충우돌하면서도 신뢰하며 따라온 나의 제자들이 있어서 내가 지금까지 아이들과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참 감사할 따름이다. 이렇게 교사로 있게 된 감사한 ‘그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나의 학창 시절 “선생님! 짜장면 사 주세요” 18년 전 고3 시절. 집안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졸업 후 취직하자는 마음으로 학교에 다녔다. 그러던 고2 말에 뒤늦게 대학 진학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안 했던 공부를 해야 했기에 매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성적도 하위권이었고, 해놓은 공부도 없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책을 봤다. 성적은 노력한 것만큼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선생님께 불려 가는 것은 늘 무서웠다. 어느 날 점심시간,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셔서 밖으로 데려가시는 것이었다. 속으로 ‘무슨 일일까?’하는 마음에 주눅이 든 채 선생님 뒤만 쫓아갔다. 선생님은 나를 데리고 학교 근처 분식집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돌솥 비빔밥’을 시켜주셨다. 평소에 무뚝뚝하셔서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분께서 점심이라니……. 점심을 앞에 두시고는 ‘열심히 해라’ 한마디만 하시고 식사를 하셨다. 그때 나는 밥이 목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 모르게 먹고 온 기억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도 잊히지 않고 확실히 기억하는 것은 ‘열심히 해라’는 말씀이었다. 그 말씀 때문이었을까? 이후 나는 더욱더 열심히 공부했고,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진학 시 학과 선택과 진로 선택에서도 고3 담임선생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교직을 이수하게 되었고 교사까지 되었다. 대학 시절, 교육 실습 때 선생님을 잠깐 뵌 적이 있었다. 그때도 선생님께서는 맛있는 점심을 사주셨는데, 그때 선생님께 약속을 드린 것이 있었다. 바로 “선생님, 다음엔 제가 꼭 점심을 대접하고 싶습니다”였다. 하지만 그 약속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못 지키고 있다. ‘선생님의 믿음과 가르침, 그것이 없었다면 현재의 내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SNS로 간간이 선생님께 연락을 드린다. 얼마 전 ‘스승의 날’ 늦은 밤에 SNS로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나는 내 학생들에게 받을 줄만 알았지, 정작 나의 스승님께는 인사를 드리지 못한 배은망덕한 제자가 돼 있었던 것이다. 조심스럽게 스승의 날 감사 인사를 드렸더니 이번에도 따뜻한 문자를 보내주셨다.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 것 알고 있다. 더 가다 보면 찾는 게 보일지도 모르지. 그때까지 가봐. 가는 만큼 이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 짜장면 먹으러 와라 나도 보고 싶다.” 그동안 나의 SNS 게시판의 글을 읽으시고 멀리서 지켜보시고 계신 것이었다. 30대 후반이 된 제자를 아직까지도 지켜봐 주시고 지도해주시는 선생님! 이 분을 통해서 내가 진정한 교사가 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귀원 선생님! 정말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선생님! 올해는 꼭 짜장면 꼭 사주세요. 아니,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나의 교사 시절 惡童들이 삶의 樂童들로 바뀌다 담임을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아이들로 구성된 반을 맡는 경우가 있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는데 그 아이들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2008년, 학교에서 말썽쟁이로 구성된 아이들이 모인 반을 맡게 되었다. 인사 발령이 나던 날 휴직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막막했다. 아니나 다를까, 개학 후 우리 반은 모두의 예상대로 하루하루를 화려하게 보내고 있었다. 무단 결과 및 결석, 무단 조퇴, 흡연, 수업 중 소란함, 여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느낄 수 없는 ‘혼란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담임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안 되겠기에 여러 방법으로 회유하고 혼내면서 차츰 질서를 잡아가게 되었다. 그중에 악동(惡童)으로 K군과 Y군이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어느 날 K군은 병원 진료를 위해 저녁 시간에 외출한다고 했다. 의심스러웠지만 아픈 아이를 그냥 둘 수 없어서 외출증을 써서 내보냈는데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것이었다. 한참 후 K군이 교실에 돌아왔는데 옷과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병원에 다녀왔다”는 말만 반복했다. 결국 병원에 전화해 진료 기록을 조회해 본 이후에야 병원에 온 기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고 나서야 아이가 “병원에 안 가고 PC방에 가서 흡연을 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부모님께 연락이 간 상태라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K군의 아버지는 군인이셔서 무척 엄하셨다. 결국 한걸음에 달려오신 K군의 아버지는 아이를 혼내고 집으로 데려가셨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아이를 데려가 연병장에 속옷 바람으로 세워 놓으신 후 엄청나게 혼내셨다는 것이다. 그 후 K군의 아버지를 따로 만나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니께서 암으로 돌아가시고 유치원 다니는 동생과 K군 그리고 아버지 셋이 군인 아파트에서 사는데 친할머니·할아버지가 가끔 와서 아이를 봐 주신다는 것이었다. 또한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버지께서도 K군에게 많이 의지를 한다고 하셨다. 아버지의 애틋한 부성애에 K군을 ‘지도’의 대상이 아닌 ‘관심’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그 후 K군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상담을 해 본 결과 아이의 심성이 매우 곱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동생에 대한 사랑이 유독 남달랐음을 알 수 있었다. 아버지 역시 아들에 대한 관심이 정말 크셨다. K군도 상담을 통해 나와 신뢰를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형성된 잘못된 습관은 빨리 쉽게 고쳐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1년간 많이 좋아졌고 학기 말에는 2학년 초기와 같은 문제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K군은 매우 성실한 학생으로 변해 있었고 3학년 때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도 진학하게 되었다. K군은 졸업 후에도 종종 찾아오곤 했다. 그 후 더욱 놀라운 사실은 K군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직업군인의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훈련소에서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반듯하게 자란 K군에 무척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 휴가 중에 나를 찾아와 인사하는 늠름한 모습에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나라를 지킬 K군을 생각하면 무척 뿌듯하다. 이제는 자신의 삶을 즐기는 악동(樂童) K군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또한 우리 반 부반장이었던 Y군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Y군은 껄렁하고 반항기가 눈에 가득했다. 그 아이가 우리 반 부반장이 되었을 때 사실 걱정이 많았다. 반장과 부반장이라면 뭔가 모범을 보여야 할 텐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아이가 부반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부반장이라고 해서 마음을 다잡던 중에 일이 하나 터졌다. Y군이 급우를 때린 것이다. Y군을 불러 이리저리 이야기하면서 혼내는데 갑자기 “XX, 학교를 관두면 될 거 아냐!”하며 울면서 교복을 내치고 뛰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결국 그의 반항기가 터지게 된 것이다. 뒤쫓아가서 아이를 잡고 다독여주기 시작했다. 아이는 펑펑 울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의 반항과 분노는 학교가 아닌 그의 삶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녀석도 내가 품어야 할 녀석, 부모님과 전화 상담을 통해 아이를 한 번 더 잘 알게 되었고, 이후 아이와 상담을 자주 하게 되었다. Y군 역시 한바탕 울고 나서야 마음의 문을 연 것이다. 상담을 통해 아이가 고민하고 있던 문제 중 하나가 ‘진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운동을 좋아하지만 성적이 안 좋아 자신의 미래에 대해 막막해하는 모습을 보고, ‘직업군인’을 소개했다. 아이와 함께 직업군인이 되는 방법을 함께 알아보았다. 아이도 ‘이러한 방법이 있구나’하면서 무척 좋아했다. 결국 이 녀석도 K군과 같은 직업군인의 길을 택하게 되었고, 지금도 열심히 군 생활을 하고 있다. 가끔 “선생님, 보고 싶어요”라며 전화해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너 예전에 선생님한테 한 짓 기억하니?”하고 농을 던지면, 부끄러운지 “아이, 선생님, 부끄럽게 왜 또 질문하세요? 그때는 제가 너무 철이 없었습니다”하며 너스레를 떨곤 한다. 간간이 SNS로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정말 자신의 삶을 잘 설계하고 꾸미고 있는 삶의 ‘악동(樂童)’으로 보인다. 그 해 이 두 녀석과 함께한 우리 반은 하루하루가 갈수록 좋아지고 있었다. 물론 여러 사건들도 많이 있었다. 아침에 교실 유리창을 깨서 단체로 혼나고, 그 날 점심시간에 교실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몰래 라면을 끓여 먹다 걸려서 또 혼난 일, 단체로 떠들어 교실에서 혼난 일,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처음보다 많이 성숙해지고 어른스러워지는 모습에 나 역시 그들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게 됐다. 무조건 혼내기보단 이유를 물어보고 원인을 살피게 되었던 것이다. 학년이 끝나고 그 녀석들은 3학년으로 진급했다. 그 후 교정에서 그들을 만날 때는 슬그머니 다가와 애교도 부리고 “안 하던 공부를 하니 몹시 피곤하다”며 나에게 와서 투정도 부리곤 했다. 품에 있을 때보다 더 다가오는 녀석들을 보면서 ‘교사로서 보람이 이런 것이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비록 그들과 마지막 학년을 함께하지 않았지만 그 녀석들이 졸업할 때는 왠지 모를 아련함과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지금도 많은 학생들이 졸업하지만 그때만큼의 아련함이 없는 것은 왜일까? 무척이나 미워하고 혼냈던 녀석들, 그렇지만 서로의 마음에 파고든 ‘정’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마음을 뗄 수 없던 녀석들, ‘미운 정’은 떼기도 어렵다고 하는데 아이들에게 ‘미운 정’이 들었나 보다. 나에게 혼이 나면서도 큰 사랑을 주고 떠난 아이들 덕분에 한 해, 한 해 맡게 되는 아이들에게 그들의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아이들을 통해 한 뼘은 더 성장한 나를 발견할 수 있게 있었다. 그들에게 감사와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경기과학고등학교 ■‘공부하고 돈 벌어 남 주는 인생’ 경기과학고등학교(교장 전영호)는 2012학년도부터 ‘진로 비전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자아탐색과 진로탐색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고, 리더십 수업을 통해 ‘공부해서, 돈 벌어서 남 주는 인생’, ‘도전하며 개척하는 인생’에 대한 방향을 잡자는 데 학습목표를 두고 있다. 수업 특징은 ‘코칭’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 진로설계를 통해 개인을 최대 성장하게 하고 개인차를 고려하면서 개인의 존엄성과 미래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선 일회성 진로탐색 검사를 통해 제공되는 진로정보의 단순 정보제공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코칭은 자신의 미래 비전과 잠재력을 발견하게 하고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는지의 기본 원리들을 모든 삶의 영역에 적용하게 해서 코칭을 받는 사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때문에 코칭하는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 학교 역시 진로 비전스쿨 운영에서 가장 중요시한 것이 교사의 명확한 자기정체성 확립이다. 코칭은 단순히 가르치거나 상담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코칭을 수행하는 교사의 자아상, 가치관, 인생관, 자아정체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체 교원연수과정을 통해서 비전스쿨 지도자 양성에 주력하고 비전스쿨 교육콘텐츠 개발 모임을 운영하며 질 높은 프로그램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진로 비전스쿨은 5년의 검증 기간을 거친 프로그램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염광고등학교, 대안학교인 난나학교 등에서 비전스쿨을 수료한 학생들의 리더십 함양과 진로 설계 능력이 탁월하게 향상됐음이 검증됐다. 경기과학고는 2012학년도부터 지원자를 받아 비전스쿨 1기 수업을 진행했고 2013학년도 들어서 그 대상을 1학년 전체 학생으로 확대해 비전캠프, 인문학 주간 비전 수업 참여, 전 학생 졸업 전 필수 이수 선택형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고교 1학년은 비전캠프, 자아탐색 중심의 수업, 진로적성, 능력검사, 의사결정 방법을 통한 계열 선택, 전문인과의 만남, 직업 체험학습, 비전탐색과 구체화, 비전선포식으로, 2학년은 비전캠프, 전문인과의 만남, 비전스쿨 심화과정으로 운영한다. 고등학교 1학년 1학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자기탐색, 체계적인 진로지도가 압축적으로 선행돼야 계열선택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고 가치관, 세계관, 인성교육, 의사결정 방법, 학습방법에 대한 교육이 직업탐색과 동시에 이뤄져야 진정으로 비전다운 비전을 가지고 가치를 실현하는 삶을 살 수 있다. 1학년 때부터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이유다. 특히 이 학교는 자신의 비전설계가 희망적일수록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문제행동 대부분이 해결되고 예방된다고 보고 있다. ■협동학습 통해 인성교육, 가치관교육 비전스쿨 운영은 1학년 신입생 적응교육부터 시작한다. 사이언스캠프 비전 특강 및 워크숍, 적성검사로 이어지며 1학년, 2학년에 올라가면서 ALP(A Level Program) 방식으로 비전스쿨을 신청하고 이수토록 하고 있다. 이는 졸업요건이 된다. 개인 사명선언문에 대한 개별코칭 및 인생헌법, 사명선포식 작성도 이뤄진다. 수업 방식은 12명 이하로 한 반을 구성해 코치 교육을 이수한 교사가 코칭형 수업으로 진행하며 협동학습으로 이뤄진다. 보통 4명의 모둠원으로 나눠 협동학습, 과제 제시와 점검활동, 학생 참여 발표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서로 돌보고 협동하고 인내하고 화해하며 서로 돌보는 가운데 다른 학급원들의 진로탐색에 도움을 주면서 자신의 독특함을 가치 있게 여기고 스스로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존중하는 인성교육, 가치관교육이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사회성을 키워주는 것이 이 수업의 목표다. 학교 측은 “교과과정 속에서 이뤄지는 진로 비전스쿨 프로그램은 자신만의 분명한 목표와 선명한 비전을 설계하도록 하고 글로벌리더로서의 꿈과 비전을 갖게 한다”고 말한다. 경기과학고는 교수-학습 코칭 센터(Coa ching center for Teaching and Learning, CTL)를 통해 지원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교사들의 콘텐츠 개발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토록 할 방침이며 영재교육기관뿐 아니라 초·중등교육에 전이 가능한 교육과정으로 변환하거나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수서중학교 ■꿈·끼·깔을 키워 ‘꾼’을 기르는 행복학교 수서중학교(교장 전종보)는 노래와 춤, 연기가 복합된 뮤지컬 학습을 통해 인성교육을 실현한다. 그의 일환으로 먼저 과도한 경쟁과 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꿈과 끼(열정, 재능), 깔(독창성, 창의력)을 키우는 행복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 뮤지컬 만들기 수업을 도입했다. 각 과목에서 분절적·독립적·일시적으로 시간을 내 인성교육을 실현하기보다는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합한 프로젝트 수업으로써 뮤지컬을 제작하기로 했다. 뮤지컬을 만들어 지역 어르신, 학부모, 조부모를 모신 경로잔치, 학교 축제에서 발표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획기적인 인성교육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뮤지컬 학습은 1학년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수업 방식은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합해 프로젝트 수업 형태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노래와 춤, 연기가 함께 어우러지는 종합 무대예술인 ‘뮤지컬’은 음악교과 수업의 외연을 넓혀주고 학생들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예술장르다. 음악이 갖는 절대적인 미적체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삶과 생각을 이야기로 만들어 내고, 춤을 추며 연기하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음악이 갖는 역할과 가치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한정된 수업시수와 바쁜 학생들의 여건으로 볼 때 뮤지컬을 창작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음악·국어·기술교과와 협력수업 수서중은 뮤지컬 창작을 목표로 1년간의 음악수업 계획을 짜임새 있게 구성한다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뮤지컬 창작에 필요한 노래와 반주, 창작활동이 음악교육과정의 내용영역에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어교과와의 협력수업을 통해 대본을 완성하고, 미술수업을 통해 무대미술을 준비하며, 기술수업에서 음악(음향)편집 등의 협력수업이 이루어진다면 뮤지컬 창작은 한결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총 16차시로 수업을 구성하고 생활국어, 미술, 기술 등의 교과와 협력수업을 진행했다. 국어교과에서는 뮤지컬 대본 구성과 창작, 노래가사 만들기를, 기술교과시간에는 사운드 및 영상편집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조명과 음향의 실제 사용방법을 안내했다. 음악시간엔 뮤지컬 이해와 감상, 음악 선곡 방법을 안내했다. 미술교과에선 학급별 포스터 제작과 무대 소품 만들기를 수업했다. 이런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시나리오 작가, 작사가, 영상편집전문가, 그래픽디자이너, 작곡가, 보컬, 기획, 퍼포먼스, 분장, 무대미술가, 의상디자이너 등의 관련 직업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또 학생들은 이 같은 수업을 통해 협동심과 창의력을 기르고 너와 나, 우리 모두 꼭 필요한 소중한 존재임을 인식하게 되는 인성발달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뮤지컬을 만들고 공연하면서 학생들이 삶과 일에 대한 긍정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기도 한다. 1학년 각 반이 제작한 뮤지컬 경연을 벌여 전체 학급별 예선을 거친 후 3개 학급을 선정해 강남구청 무대에서 전교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 어르신 앞에서 공연도 펼쳤다. 발표력도 기르고 적극적인 태도와 협동심을 학습하는 것은 물론 배려와 나눔의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삶의 자세를 체득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도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82%의 만족도가 나왔다. 수서중은 이처럼 뮤지컬 만들기 수업을 통해 학교생활에 적응 못 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의 경우 스스로 역할을 맡으면서 책임감이 생기고 소극적인 학생들도 차츰 목소리를 내는 등 학교생활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또 소위 문제아라고 생각했던 학생들은 댄스와 연기 등에 몰입하면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고 자신감도 키우고 심성을 가다듬는 기회가 됐으며 뮤지컬 공연을 통해 진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충동적 선택을 하는 청소년기 학생들 학업중단과 학업지속은 선택의 한 과정이다. 선택 뒤에는 그 책임이 반드시 따른다. 때문에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은 무엇이고 그 책임에 따르는 부담은 무엇인지 확실히 파악한 후 그것을 기꺼이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겼을 때 내리는 선택을 비로소 “선택했다, 결정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기 학생들의 선택은 이성적인 검토를 거친 판단에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분법적 논리에 의해 극단의 선택을 택하거나 충동적인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인지와 이해가 없다면 부모와 교사들은 부지불식 간에 학업중단을 고민하는 학생들의 충동을 방조하는 일에 가담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단순히 그 이유?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일반계 고등학교 2학년인 진혁(가명)이는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다. 학업성적은 중위권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성향을 지녔으며 친구와 어울리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이들과의 교류를 삶의 중요한 과정으로 여긴다. 이런 진혁이가 지난 5월 중반에 부모님을 대동하고 센터를 방문했다. 학교를 그만두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중학교 때부터 절친한 친구인 종만(가명)과 그 무리들과 심한 다툼이 있었고 급기야 의절하게 돼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그만큼 진혁이에게 종만이는 형제와 같이 친밀한 관계이고 많이 의지했는데 하루아침에 마치 몰랐던 사람처럼 행동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학교에 가면 더는 웃고 떠들며 장난기 어린 치기 속에 우정을 나눌 수가 없다고 했다. 화해를 제시했지만 냉랭한 반응의 종만이 태도가 자신을 더욱 좌절하게 하고 도무지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괴로움이라고 했다. 학교에 있는 동안 무의식중에 자신의 시선이 종만이를 비롯한 그 무리에게 가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고 했다. 종만이는 심리적으로 힘든 자신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친구들의 태도를 보면서 진혁이는 화가 나다 못해 보란 듯이 학교를 그만두고 이들과의 만남을 끝내고 싶은 심경이었다. 자존심 문제다. 문제의 발단은 단순하다. 3월 초 종만이를 비롯한 그 무리와 축구를 하면서 승부욕이 발동돼 친구들에게 과하게 비난조의 언행을 한 것이 다툼의 발단이다.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자신들을 비난하는 말투를 자주 사용해서 감정이 상했는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 종만이 무리의 생각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부모를 힘들게 한 적이 없는 진혁이는 부모님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자신의 문제이고 자신이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석 달 동안 나름 노력을 했으나 학교에 가면 분명 존재하나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종만이 무리의 행동과 혼자 먹는 점심이 너무 괴로웠다. 이런 심리적 반응은 신체 반응으로도 드러나 토하고 기분이 처지고 무기력해져서 조퇴를 반복하다 보니 부모에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신중한 선택을 돕는 것도 ‘교육’ 처음 진혁이의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은 친구 간에 있는 흔한 다툼으로 여기고 진혁이의 나약한 마음을 탓하며 등교를 종용했다. 그러나 한 번도 등교를 거부한 적이 없고 학교생활을 누구보다 즐거워한 아이인데 아침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가지 않을 이유를 나열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은 마냥 아이를 종용하며 학교에 가라고만 할 수 없다는 것을 감지하고 센터의 상담을 요청한 것이다. 이렇게 된 이면에는 심리적 반응을 넘어서 신체적 이상 현상을 나타내는 아이를 제대로 점검해 보기 위해 부모님이 진혁이를 데리고 병원을 방문해 심리검사를 진행한 일이 있었다. 검사 결과 진혁이는 높은 우울증세를 보이고 있어 이대로 두었다가는 진혁이를 잃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상담센터를 찾게 된 것이다. 센터를 찾은 후 부모님은 곧 자녀가 호소하는 문제를 진심으로 경청하고 어른들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먼저 진혁이가 현재 어떤 상황에 노출돼 있으며 어떤 불편을 호소하고 어떤 식의 해결 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가족 간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또 부모의 바람에 짓눌려 자신이 생각한 바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줬다. 그를 통해서 진혁이의 진정한 생각을 탐색했다. 그것이 부모가 해야 할 적절한 태도다. [PART VIEW] 그 결과 진혁이는 종만이 문제 외에도 일반계 고등학교에서의 과도한 학업수행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했고, 자퇴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부모님은 진혁이가 현재 처한 여러 가지 상황을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고등학교 2학년인 현재 시점에서 과연 자퇴만이 최선의 방법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살펴보자며 현재의 위기상황을 차분히 이끌었다. 이후 진혁이와 부모님은 자퇴보다 대안학교나 전학하는 것을 대안으로 찾아 상담자와 더불어 더 나은 방향으로의 전환을 꾀해보기로 했다. 상담 결과 진혁이는 공립형 대안학교인 Wee스쿨 위탁을 최종 결정했다. Wee스쿨 위탁이 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인내가 요구되었다. 위탁되기까지 3개월간의 Wee센터 상담에 성실히 임해야 하는 것은 물론 원적교 출결과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더불어 Wee스쿨의 1주일간 적응교육과 많은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면접에도 통과해야 비로소 Wee스쿨에 다닐 수 있다. 진혁이는 이 모든 과정을 성실히 수행해 9월부터 Wee스쿨에 위탁되어 밝고 환한 미소로 잘 다니고 있다. 긴 터널 지나니 ‘고객’ 간 상부상조까지 모처럼 나의 고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여기에서 ‘고객’이라 함은 내가 맡은 상담 학생을 지칭한다. 학업중단을 고민하는 또 다른 나의 내담자를 위해 몇 개월의 긴 터널을 지나 비로소 즐겁게 학교에 다니는 고객 즉 나의 내담자였던 세 녀석이 멘토 역할을 자청하며 나선 것이다. 자신들이 헤쳐 온 일들을 회상하며 새로이 등장한 친구를 돕겠다고 했다. 나로서는 대환영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문제는 이들만이 바라보는 관점과 해법이 있고, 그 속에는 성인들이 미처 모르는 고유하면서 드러나지 않은 암묵적 문화와 묵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해법과 의견도 분명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여겨지며 학교현장에서는 이를 ‘또래상담’ 또는 ‘또래중조상담’이라 한다. 때에 따라서는 상담학생을 ‘고객’이라 지칭한다 해서 불편하게 여기는 분들도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결코 상담을 위해 오는 학생을 희화화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그와 반대로 상담실을 찾는 학생들을 보다 정성껏 보살피자는 의도를 표현한 것이다. Tip 1 청소년기의 심리·정서적 이해 ■ 청소년기는 공격적인 충동성에 대한 호기심과 충동을 가지고 있는 시기 ■ 자율적으로 충동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시기 ■ ‘자신은 누구인가? 나라는 존재는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 것인가? 앞으로 사회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등 자신의 고유한 주체성을 확립해 나가는 시기 ■ 주체성의 혼돈을 겪는 청소년의 경우 사이버 상의 자아와 현실세계의 자아를 혼돈 ■ 소외감이나 외로움을 느끼기 쉬워 이를 사이버 상에서 달래주는 손쉬운 대상을 찾게 됨(게임에 몰입 이유). ■ 친구들 중 다수가 특정한 게임을 하거나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한다면 그런 경험을 공유하지 못할 경우 따돌림의 대상이 되는 것을 두려워함. Tip 2 전국 공립형 대안학교 Wee스쿨 현황 학교명 개교년도 주소 전화번호 입교대상 1 충무학교 2010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444번지 041-539-5449 중·고(기숙) 2 청명학생교육원 2010 충북 문백리 은탄면 3번지 043-530-5824 중(기숙) 3 돈보스코학교 2010 광주시 광산구 하남동 395번지 062-956-4700 고(기숙) 4 인천해밀학교 2012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1089번지 032-432-7157 중·고 5 강원 Wee스쿨 2013 강원도 춘천시 남면 가정리 충효로 1394 033-263-6603 중·고 6 마음이 자라는 학교 2013 대구시 동구 팔공산로 237-147 053-982-2591 중 --- 박영희 2005년 전문상담교사 1기로 학교폭력예방과 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자살위기 중재와 예방에 관한 현장 전문가로 최근 자전거 타고 가는 희망 동행의 학교 현장 교육 자료를 전국 최초로 개발해 보급했다. 성폭력 가해 청소년 인지행동 프로그램 지역대표자, 교원능력개발 평가 ‘전문상담교사’영역 원격연수 콘텐츠 개발팀장, 인천지방법원 국선보조인 및 유관기관 상담 자문활동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8월 학교폭력 예방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통합수업시간에 장애학생과 멘토링 면목고등학교에서는 통합수업시간에 특수반 학생이 학습지 푸는 것을 도와주면 봉사시간을 최대 20시간 부여(학교 차원에서 시행 중)할 수 있다. 그러나 봉사 활동을 하고자 할 때는 지도봉사활동 대상 학생 및 담임(혹은 지도교사)과 사전 협의를 거쳐 개인봉사활동 실시 계획서를 특별활동부에 제출하고 학교장의 승인을 얻은 후 실행해야 하는 등 절차가 간단치 않다. 때문에 필자는 봉사시간과 별도로 영어학습도우미 활동에 대해 생활기록부에 누가기록해주고 입학사정관 추천서를 써주겠노라고 약속하고 신청자를 받았다. 그러자 신청자가 바로 나왔다. 우선 특수반 예산으로 구입할 생각으로 특수반 아이의 멘토로 활동할 학생에게 초등용 네 권의 영어쓰기 책을 사비로 먼저 사 줬다. 그리고 홈피(http://ket21.com) 학급게시판에 몇 월 며칠 몇 교시에 어느 책의 몇 쪽부터 몇 쪽까지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는지 적어달라고 했다. 멘토 학생들이 올린 내용은 교정을 본 후에 복사해서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입력해 줄 생각이다. 제한선인 1500자를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멘티인 특수반 학생은 음악팀장을 맡겠다고 했다. 반 아이들 전체에게 이면지를 나누어 준 다음 신청곡을 적어 내라고 했다. 지난해 급우들로부터 괴롭힘과 폭행을 많이 당해 생활지도부 사안으로까지 다루었던 아이다. 적극적 예방 훈육을 하는 것이다. 특수반 담임교사의 협조는 필수 특수반 학생의 경우 수련회나 체험학습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통합학급의 의미를 제대로 살리려면 거의 모든 활동에 특수반 학생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수련회나 수학여행 등은 일상적으로 겪는 경우가 아니므로 특수반 담임이나 학부모와 충분한 정보가 사전에 공유되어야 한다. 다음은 참고 사례이다. ·특수반 담임교사에게 보낸 문자 수련회 내내 또래상담자인 학생 외에도 저희 반 모든 학생들에게 멘토의 역할을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영어시간에 시간 여유가 있어 ADHD 동영상을 함께 보고 난 다음 보내 주신 내용으로 아이들과 진지한 시간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소중한 정보에 감사드립니다. ·특수반 담임교사가 보낸 글 안녕하세요. 회의실에서 교감선생님, 학년부장선생님들과 특수학급 학생들 수련회에 대한 염려와 예방책을 논의했습니다. 학년은 모두 모범적이고 별로 염려가 없는 아이들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김OO은 학생의 어머니나 저도 통제가 안 될 때가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 수도 있어, 특수학급 자체 수련회에만 적극 데려가기로 하고 수련회 때는 집에 있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OO만은 조금 염려가 됩니다. OO의 중학교 시절 특수학급 담임이 학교에 오셔서 OO에 대한 얘기를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남학생들에게 관심이 많고 특히 선생님 보기에는 불량스럽게 보이는 아이들을 멋있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말씀을 해줬습니다. 요즘 중학교에서조차 남녀 간 이성문제로 시끄러운데, 생각이 부족한 OO가 못된 학생들의 말에 넘어가지 않을까 염려가 됩니다. 작년 수학여행 때도 자신이 멋지게 생각하는 남학생들 주위에서 맴돌거나 혼자 숲 속의 외진 길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절대로 혼자 외진 곳에 있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습니다만, 제 말보다는 담임선생님 말씀이 더 부담될 테니 한 말씀 해주시고, OO의 남학생 관계에 대한 주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장애학생 이해 위해 관찰일기 쓰기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는 구절이 있다. 도우미 학생은 돕기 전에 충분한 관찰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멘토로 나설 학생에게 장애학생을 도우라고 하기보다는 친구를 관찰하고 일기를 써보라고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아이들은 두려움 없이 멘토를 시작할 수 있다. 담임했던 반에 정신지체 2급 장애학생이 있었다. 장애학생을 제대로 돕기 위해 한 학생에게 학기 동안 관찰일기를 쓰도록 했다. 그 학생은 장애학생을 관찰하려다 보니 대화도 나누게 되고 그러다 보니 도울 일도 생겨나 자연스럽게 멘토링이 진행되었다. 다음은 학생의 관찰일기다. [PART VIEW] 사례-관찰일기 1년 동안 같은 반을 하면서 내가 알게 된 장애학생 OO이의 모습들입니다. 처음 우리 반에 들어왔을 때 OO이라는 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보통 평범한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았을 때 저는 솔직히 그 학생이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1학년 때에도 이런 아이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같은 반이 되니 약간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학기 초에 저는 장애학생 OO과 좀 더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먼저 마음을 열고 친해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 모두 OO에게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그런지 OO은 많이 낯설어하고 마음을 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OO은 수업시간에 앉아있다가도 자기 마음대로 수업 도중에 밖으로 나가기가 일쑤였고 수업도 제대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다른 친구와 짝이 되었으면 했지만 이런 경험도 괜찮은 것 같아 OO과 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OO에 대해서 왠지 모를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때부터 OO에 대해서 전보다 더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OO도 그걸 느꼈는지 서서히 저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놀랐지만 정신지체가 있는 OO에게도 이런 면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제가 수업시간은 꼭 지켜야 하는 거라고 당부를 하며 같이 수업 듣자고 했더니 그다음부터는 수업시간에 빠지지 않고 자리에 와서 앉아 있었습니다. 그전에는 선생님께서 설명을 하실 때 필기는 물론 하지 않았고, 그 시간에 다른 짓을 하던 아이가 수업시간에 펜을 꺼내 필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자 OO은 나에게 먼저 말을 건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할 때면 OO이 정신지체가 있는 아이라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릴 만큼 정말 다른 평범한 아이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실 굉장히 놀랐고 신기했지만 그게 당연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도 나 싫어하면서 좋아하는 척 하는 거지?” 순간 나는 뜨끔해서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이 아이도 사람들이 자신에게 대하는 태도에서 그게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인지 아닌지를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중략) OO에게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데 그것에 맞추려니까 상대방이 너무 지치는 것입니다. OO은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하고 미래의 꿈은 가수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OO은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여러 행동들을 하는데 땅에 있는 쓰레기를 주워서 가지고 놀거나 사람들을 때립니다. 처음에 OO이 저를 때리기 시작했을 때는 그냥 넘어갔는데 계속 때리고 꼬집고 하니까 저도 화가 나서 하지 말라고 화를 내며 말을 했습니다. 그러면 안 그러다가도 또 하루가 지나면 때리면서 관심을 끌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제가 OO과 1년 동안을 같이 지내면서 알게 된 점이고 느낀 점입니다. 학생의 관찰일기를 보면서 다음과 같은 말이 떠올랐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 송형호 2012년 서울시교육청 파견교사로서 비폭력 평화교육을 전담, 200여 개교를 순회하며 학생, 학부모, 교사 연수를 진행했다. 교과부 학교폭력 QA 공동연구, 교과부 문제행동의 이해 및 대응 매뉴얼 개발 연구원으로 참여했고 교사 리더십을 다룬 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를 집필했다. 현재 네이버 카페 ‘돌봄치유교실(http://cafe.naver.com/ket21)’을 통해 새로운 생활교육 시스템 보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2 학교폭력 예방 유공자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1. 오늘날 만연된 욕설언어현상은 괴물과도 같다. 특히 청소년의 욕설 행태를 관심 있게 지켜보면 괴물을 대할 때의 당혹감을 가지게 된다. 괴물은 정체가 모호하다. 오늘날의 욕설과 막말은 그 정체(正體)가 쉽사리 구명되지 않는다는 점, 무섭게 번져나가서 그 위세가 걱정스럽고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괴물을 연상하게 된다. 이런 욕설현상을 어떻게 한 칼에 처치해 버릴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점, 궁극에는 선량한 사람들 다수가 속절없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괴물과 흡사하다. 더구나 이 괴물을 은근히 즐기고 편드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처럼, 욕설과 막말을 즐기고 편드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면, 오늘날의 욕설·막말 현상이 참으로 괴물의 속성을 지닌 것임을 깨닫게 된다. 더 그럴싸한 비유로 말하면 ‘욕설과 막말의 만연’은 ‘좀비(zombie)의 준동’처럼 느껴진다. 좀비는 부활한 시체를 일컫는 말이다. 좀비는 호러와 판타지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작품 속에서 좀비는 ‘인간을 적대시하는 몬스터’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완전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고, 타인에게 조종되거나 생전의 생물적인 본능과 반사행동에 의하여 움직이는 것이 많다(위키 백과사전). 오늘날 청소년들에게서 행해지는 욕설과 막말의 모습이 그러하다. 좀 더 정확하게 대응시키면 다음과 같은 점들이 드러난다. 첫째, 지저분하고 비속한 욕설과 심한 막말을 하면서도 아이들은 아무런 죄의식이나 반성적 자각이 없다. 마치 영혼이 뽑혀 버린 좀비처럼 행동한다. 욕하는 아이들은 바른말 사용은 애써 외면하고, 마치 보이지 않는 어떤 악령에 조종을 받는 것처럼, 욕설과 막말의 도가니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간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거침없이 욕을 입에 달고 다닌다. 좀비가 밝고 선한 것을 일부러 외면하면서 어둡고 나쁘고 음습한 것에 탐닉하며 선한 영혼을 소멸시키려고 하는 것과 같다. 둘째, 욕설과 막말을 하는 동안 증오와 단순화된 공격성 행동을 주저 없이 표출한다. 이런 양태를 보이는 아이들의 표정과 마음을 상상하노라면 좀비의 무섭고 찌그러진 표정이 연상된다. 욕설중독의 아이들이 실컷 제 좋아하는 욕설에 탐닉하면서도(좀비들이 시종일관 충동적 죽음의 욕구를 추구하면서도), 마음의 위안이 없고 감정의 자극과 갈증이 더욱 심해지는 것은 좀비나 욕설언어의 사용에서나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셋째, 멀쩡한 사람을 자신과 같은 부류로 끌어들이기(남과 같은 부류가 되기 위해서) 위해서 일부러 욕설과 막말을 한다. 사춘기 청소년들의 또래 의식이 욕설언어를 통해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가 같은 편이라는 것을 욕설행위를 공유함으로써 확인하고 쾌감까지 가진다. 좀비들이 함께 몰려다니면서 선량한 인간을 하나라도 더 좀비로 만들기 위해서 해 보이는 행태와 유사하다. 2. 욕설과 막말은 모두 한통속의 언어이지만, 욕설은 상대를 모욕하기 위해서 쓰는 말이고, 막말은 마구 함부로 쓰는 말이다. 막말을 하는 사람 쪽에서 보면, 막말은 내가 내 감정을 못 이겨서 터져 나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막말은 이성 실종의 상태, 불합리로 가득 찬 말의 모습, 아니 그런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막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백번 양보해서 이해하더라도 그때의 막말에 담긴 감정 노출이 정당한 것이라고 동의해 주기는 어렵다. 오갈 데 없이 천박한 것이 막말이다. 물론 하고 난 뒤의 후유증도 엄청나게 크다. 누가 가장 큰 피해자인가. 말할 것도 없이 막말을 휘둘러 댄 본인 자신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마음이 황폐해지기 때문이다. 복원되기보다는 막말 쪽으로 점점 더 중독되어 갈 가능성이 많다. 부모가 자식을 야단칠 때도 마찬가지이다. 돈을 훔치거나 거짓말을 둘러대는 자녀를 부모가 준열하게 꾸짖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준열하게 꾸짖는다는 것의 방법을 지혜롭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엄하게 야단친다고 해서 막말로 야단을 치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손모가지를 잘라 버리겠다”라고 한다든지, “너 같은 놈은 나가 죽어라”고 말한다든지 하는 것은 폭력과 다를 바 없는 막말이다. 자녀에게 화가 난 한국의 어머니들이, 그 감당할 수 없는 좌절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서 “이참에 아예 너 죽고 나 죽자”라고 말하는 경우는 막말로 치면 극치에 이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막말로 핏대를 올릴 때의 그 일그러진 표정은 얼마나 악마적인 표상으로 자녀들의 뇌리에 남겠는가. 자녀를 불러 놓고서 이런 식의 막말을 들이대기보다는 차라리 자녀와 함께 상당한 침묵을 공유하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로울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PART VIEW] 자식이나 배우자에 대한 막말은 그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데서 나오는 온당치 않은 감정의 발산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자식을 인격으로 대하지 않고 소유물로 대하는 태도가 나올 수밖에 없다. 너무도 부모 말을 안 듣고 너무도 한심해서 정말 내가 못 참겠다, 너 때문에 내가 못 살겠다 하는 감정에 지배되는 순간 막말로 아이를 닦달하게 된다. 그러고서는 어떻게 자신을 합리화 하는가. 네가 범한 잘못에 비하면 내가 이렇게 화가 나서 야단을 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네 잘못에 값하는 야단은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렇게 감정에 휘둘리면서도 그것을 이성의 작용인 것처럼 착각하는 데에 있다. 그러니 막말로 된 질책이 당당하게 등장한다. 언어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자녀를 폭력적으로 다루는 부모를 이웃이 고발하고 경찰이 처벌하는 서양 선진국의 발상과 인식이 옳다. 부부 싸움의 경우에는 훨씬 더 이런 심리 기제가 작동하여 그야말로 대판 싸운다. 대판 싸웠다는 싸움의 장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그것은 싸움의 규모가 크거나, 싸움의 장비가 위력적이거나 싸움의 시간이 길었다거나 싸움에 임한 사람들의 신체적 힘이 컸다는 것과는 사실 별 관계가 없다. 대판 싸웠다는 싸움의 실체는 원도 한도 없이 막말을 주고받았던 것에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판 싸웠다’고 말하는 상황 맥락을 잘 들여다보라. 무언지 모를 신명에 가까운 기분이 은연중에 그 말에 묻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한번 후련하게 잘 밀어붙였다, 확실하고도 강력한 모욕을 주었다, 상대방 기를 옴짝 없이 죽여 놓았다 등등의 심리적 분위기를 동반하면서 언뜻 자랑 비슷한 뉘앙스를 비치면서 ‘대판 싸웠다’는 말을 한다. 일종의 가학적 즐거움이 비치기도 한다. 이런 자리에 내 언행에 대한 부끄러움의 분위기는 없다. 그렇다. 그렇게 대판 싸우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막말들을 끝 간 데 없이 주고받았을까. 우리는 이래저래 막말에 대해서 별다른 각성이 없는 편이다. 막말에 대해서 너그럽다 못해서 심각한 불감증을 공유하고 사는 사회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런 식의 감정 해방이 참으로 싫다. 천박한 감정을 극히 자기중심적인 막말로 배설하는 댓글의 주인공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댓글이 너무 무섭고 더러워서 아예 인터넷 소통 공간에 끼어들지 않는 사람이 많다. 그들이 확실한 다수이다. 따라서 악성 댓글로 지배할 수 있는 여론은 없다. 건강한 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공간 자체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막말이 지배하는 인터넷 공간이 여론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극단에 매몰된 사람들의 착각이다. 인터넷에 나타난 감성 여론에서는 늘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선거에서는 지는 현상이 이를 잘 입증한다. 악성 댓글로 도배가 되는 인터넷 공간은 마치 좀비들의 수용소 같은 곳이다. 악성 댓글을 극단의 막말로 구사하는 사람들은 막말을 억압에 대한 자유의 표현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리고 정의의 투사인 양 막말의 칼을 아무데서나 휘두른다. 무슨 대단한 인권 의식이라도 있는 양 사안마다 막말 댓글로 가해자 편들기를 한다. 당연히 피해자에게는 상처 깊은 막말을 해 댄다. 이런 것을 민주화 사회의 자유나 평등의 모습이라고 한다면 진정한 민주화가 설 자리가 없다. 우리의 사회에 막말이 패거리를 지어서 떠돌아다니는 한, 제아무리 그럴싸한 인권의 법률과 제도들이 넘쳐난다 해도 우리 사회의 ‘인권’은 겉돌 수밖에 없다. --- 박인기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한 교육학 박사다. 교육방송 프로듀서,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을 지냈으며 한국독서학회 회장을 역임, 현재는 경인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학교육론, 교사와 책, 국어교육과 미디어 텍스트, 스토리텔링과 수업기술, 교과는 진화하는가 등의 저서와 산문집 송정의 환, 사계의 전설이 있다.
해방된 다음 해, 이리(지금의 익산)에서 국민학교에 입학한 나는 김제와 고창을 거쳐 결국 전주에서 졸업을 했다. 교육자인 아버지를 따라 여섯 가족이 함께 옮겨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네 번을 옮겨 다니는 동안 가장 오래 머문 학교가 고창국민학교다. 거기 있던 3년 남짓한 동안에 전쟁을 치러야 했다. 겨우 여남은 살밖에 먹지 않은 아이가 무슨 전쟁을 겪었겠는가 생각할지 모르지만, 매일 밤마다 마을 어귀의 논두렁에 파놓은 구멍에 들어가서 죽창을 들고 실제로 보초를 섰으니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 해방 때는 미군 지프차 뒤를 쫓아다니며 껌이며 초콜릿을 받아먹었고, 6·25 때는 소련군이 타고 들어오는 지프차를 향해서 누군가 마을사람이 손에 쥐여준 인공기를 흔들기도 했다. 전쟁 통에는 정말 별의별 일들을 다 보고 겪었지만, 그런 얘기 듣고 싶어 할 사람 없을 테니까 여기선 접어두기로 한다. 고창으로 이사를 오기 전에 살았던 곳에서는 돈을 주고 물을 사 마신다는 얘기를 해도 애들이 도무지 믿으려 들지 않아서, 선생님에게 몰려가 수돗물에 대한 설명을 들어야 했던 적도 있다. 심이 까칠해서 잘 써지지도 않는 연필은 종이를 찢어먹기 일쑤였고, 잘못 쓴 글자를 지우려고 손가락에 침을 발라서 조금만 문질러도 누런 종이 공책은 금세 구멍이 뚫리곤 했다. 여름철에는 ‘퇴비 증산운동’이라는 것이 있어서, 풀을 베어 등에 한 짐씩 짊어지고 낑낑대며 학교에 가야 했다. 지금도 TV에서 개미들이 저보다 큰 나뭇잎을 잘라 물고 줄지어 가는 장면을 보면 그때 일이 생각난다. 그러고 보면 그렇게 지어 나른 풀들이 모두 어떻게 쓰였는지 궁금하다. 200년 된 구렁이 시계 중에서도 제일 정확한 것이 배꼽시계다. 점심이라고 해 봤자 납작한 알루미늄 도시락에 근처 밭둑이나 길가에서 뜯어온 쑥에다가 약간의 꽁보리를 섞은 죽처럼 생긴 밥과 참기름에 볶은 소금반찬이 전부였지만, 점심시간은 왜 그렇게 기다려졌는지. 아버지가 중학교 교장선생님이어서 나는 그래도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었다. 우리 반에는 그런 도시락도 못 가져와서 점심시간만 되면 교실 밖으로 나가는 애들이 여럿 있었다. 지금의 북한이 아마 그럴까, 거기서는 아직도 하얀 ‘이팝’에 고깃국을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 소원인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고창국민학교의 운동장은 항상 눈부시고 따뜻했다. 하지만 딱 한 군데 가까이 가기 싫은 장소가 있었다. 운동장 한비짝(한쪽, 한켠의 전라도 지방 방언)에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는데 그 밑동에 뚫린 시커먼 구멍 속에는 200년 묵은 흰 구렁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동네 강아지쯤은 한입에 먹어 치운다고 했다. 그때는 학생 수가 많지 않아서 남녀가 한 교실에서 공부했다. 아무리 전쟁 통이라고는 해도 미묘한 시기라서 여자애들 앞에서 괜히 심술을 부리는 녀석이 있기 마련이었는데, 그 녀석들도 어둑할 무렵만 되면 슬금슬금 느티나무를 피해서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초등학교 시절이라고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어두운 하늘에 거인처럼 팔을 뻗치고 서 있던 느티나무와 그 음침한 구멍 안에서 사는 흰 구렁이다. 아이들은 놀이의 천재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노는 일에는 모두 천재였다. 항상 배가 고팠지만, 사시사철 놀 거리가 없어서 심심하거나 시간이 남아돌던 때는 없었다. 종이(산수 책이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를 접어서 만든 딱지치기는 기본, 새끼줄을 둥글게 만 공으로 운동장을 누비는 축구, 못 치기, 땅 따먹기, 실은 공깃돌과 소꿉놀이도 조금은 해봤다. 산에 가면 철마다 먹을 것 천지였다. 부드러운 삐삐, 달콤한 찔레 순, 물오른 소나무의 연한 껍질……. 학교가 파하고 나면 동무들과 근처 야산에 올라가서 새집을 뒤져서 알도 꺼내 먹고, 이른 봄에는 보리 서리에 콩 서리도 거르지 않았다. 하루에 몇 차례씩 기차가 지나다니는 정읍이 삼십 리쯤 떨어져 있었는데,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도 멀리서 ‘삐익’ 하고 기적이 울리면 모두 전기를 맞은 것처럼 꼼짝 안 하고 멈춰 서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디 먹을 것뿐인가. 매미와 말잠자리, 풍뎅이, 딱정벌레, 하늘소, 여치, 땅강아지, 벼메뚜기에 송장메뚜기, 무당벌레, 사마귀, 송사리, 고동, 개구리, 물방개……. 산이고 들판이고 물속이고 장난감 천지였다. 어른들 눈에는 착하고 귀엽게 보일지 몰라도 아이들에게는 어딘가 잔인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고추잠자리를 잡아서 꽁지를 잘라내고 거기에 강아지풀을 꽂아서 날려 보내는 것도 재밌는 놀이었다. 얇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안간힘을 써보지만 무거워서 날지 못하는 불쌍한 고추잠자리. 때로는 개구리나 방아깨비가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그 뒤로도 그런 잔인한 놀이가 줄곧 이어졌더라면 지금쯤 내가 어떤 성격을 가지게 되었을지, 생각하면 두려움이 생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못된 장난을 두 번 다시 할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인자하신 선생님과 잔인한 아이들 한 번은 점심시간에 몇몇 악동들과 운동장에 나가 연필통에 넣어온 풍뎅이를 꺼내어 재주를 보기로 했다. 풍뎅이 머리를 비틀고 땅 위에 뒤집어서 눕혀놓으면 완전히 지칠 때까지 필사적으로 날개를 붕붕거리며 그 자리를 빙글빙글 맴돈다. 우리는 그것을 보면서 손뼉을 치며 깔깔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천둥 같은 목소리에 우리는 그 자리에서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주저앉고 말았다. 담임선생님이었다. 정말 죄송한 얘기지만 키가 작고 둥근 얼굴에 둥근테 안경을 썼다는 것 말고는 선생님 성함이 아무래도 생각이 안 난다. 전쟁이 막 끝나고 큰 도회에서 전근을 오신 선생님은 항상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를 가르치셨다. 그 선생님을 따라서 난생 처음 교회에 가서 유년주일학교라는 것도 다녀보았다. 선생님은 성가대에서 멋진 목소리로 노래도 불렀고, 아이들에게 성경에 관한 얘기도 해주셨다. 어떤 날은 점심을 가져오지 못한 아이를 교실 밖으로 조용히 불러서 삶은 고구마를 나눠주는 것도 본 적이 있다. 그렇게 인자하신 선생님이 터질 듯 새빨간 얼굴로 우리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더듬거릴 정도로 화를 내시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선생님이 왜 그처럼 화를 내시는지 영문을 몰랐다.[PART VIEW] 벌레도 아파한다는 것을 그렇게 야단을 치던 선생님은 교정 한쪽에 놓인 긴 나무의자에 우리를 앉힌 다음, 다시 평소의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얘기했다. 지구 상에 곤충이 나타난 것이 얼마나 오래되었으며 얼마나 많은 종류의 곤충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지, 그들에게도 가족과 친구가 있고, 그들은 사람보다 훨씬 약하고 짧은 시간밖에 살지 못한단다. 그들도 아픔을 느낀단다. 곤충도 사람과 같은 생명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의 모든 생명은 소중하단다……. 전부를 자세하게 기억해낼 수는 없지만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때 선생님의 말씀이 나의 심성을 만드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가는 새삼 말할 것도 없다. --- 김승곤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에서 사진학과 시각 커뮤니케이션, 인지심리학 등을 전공했다. ‘대중문화와 사진의 지체현상’ 등 사진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한편, ‘한국현대사진의 흐름, 1945-1994’ 전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많은 사진전을 기획·운영했다. 동강사진축제, 서울사진축제 운영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립순천대학교 인문예술학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Q 취업컨설턴트로 활동하기 전 꿈은 무엇이었나요? A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직업적 롤모델을 찾긴 어려웠어요. 대신 농사일로 바쁘신 부모님 때문에 혼자 책 읽는 시간이 많았죠.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도 많이 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노하우가 생겼고, 글짓기부에서 활동하면서 상도 여러 번 받았어요. 왜 초등학생들은 유치하지만 친구들 이름 가지고 많이 놀리잖아요? 제 이름이 신길자니까 신달자 작가와 무슨 사이냐는 얘기를 참 많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그분의 책을 접하게 됐고,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때 글 쓰는 소질을 계속 계발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대학에 진학해 보니 작가가 되기에는 타고난 글쓰기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대신 취재한 뒤 글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야 하는 기자가 더 잘 맞겠다 싶어서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인터넷 기자로 활동하게 됐어요. Q 기자의 삶을 접고 전혀 다른 분야인 취업컨설턴트로 과감하게 변신한 이유가 있나요? A 기자의 삶을 이어가기에는 현실적인 여건이 잘 안 따라줬어요. 회사 사정들이 좋지 않아 본의 아니게 꿈이 계속 단절됐죠. 그래서 직업의 범위를 좀 더 넓게 가지려고 했어요. 물론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고 싶기도 했고요. 그때 한 취업사이트에 홍보담당자로 취직했는데, 기자의 경험을 살려서 인사담당자를 만나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취재하거나 작년 대비 취업 트렌드를 조사하는 일을 맡았어요. 또 회사 대표의 강의 자료를 만들기도 하고, 몇 번은 직접 강의를 하기도 했죠. 그런데 취업컨설팅 일이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컨설팅과 강의에 나서게 됐어요. Q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라’, ‘다양한 경험을 해봐라’ 등 말은 쉽지만 실제로 자신의 적성을 찾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개인의 적성을 찾고 진로를 정하는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Q 적성이란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무언가를 말하는데, 이를 찾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어요. 먼저 그림, 축구, 발명 등 다양한 키워드 중에서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거예요. 각각의 키워드를 토너먼트 식으로 하나씩 제외한 뒤 마지막에 남는 것이 바로 나의 적성이죠. ‘나는 A보다 노래를 못해’, ‘나는 B보다 영어를 못해’라고 남들과 비교하면 곤란해요. ‘나는 그림은 못 그리지만 글쓰기는 자신 있어’라고 비교 분석해야 내가 제일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어요. 두 번째 방법은 다른 사람이 발견해주는 거예요. 제 경우에는 초등학교 때 글짓기 상을 많이 받았어요. 글을 잘 쓰는지 잘 몰랐지만 학교에서 상을 줬기 때문에 ‘아, 내가 글쓰기에 소질이 있구나!’라고 깨달은 거죠. 마지막으로 남이 가지고 있는 재능 중 질투가 나는 분야도 자신의 적성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축구를 잘하는 사람이나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은 전혀 질투가 나지 않아요. 운동과 음악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말이나 연기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질투가 나요. 내가 관심이 있고, 끼가 있는 분야에서 남들이 잘하면 질투가 나는 거죠. 아직 적성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세 가지 방법의 교집합을 찾아보면 돼요. 그러면 자신이 뭘 잘하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방법도 어렵지 않아요. 제가 학생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너의 안에는 보물이 숨어 있는데 아직 그것을 찾지 못했을 뿐이다’예요. 보통 세 가지 질문을 하면 보물을 찾을 수 있어요. ‘지금까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가장 열심히 했던 것이 뭐니?’, ‘돈을 받지 않더라도 해보고 싶은 일이 뭐니?’, ‘지금까지 힘든 줄 모르고 했던 일이 뭐니?’가 바로 그것이죠. 그러면 학생들이 했던 일을 떠올리면서 하고 싶은 일과 내가 좋아하는 일을 금방 찾을 수 있어요. Q 우리나라 학생들은 그간 진로보다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교육을 받아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진로교육에 집중해 한 학기 자유학기제 운영을 도입하고, 각 학교에 진로교사를 배치하는 등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진로교육이 되기 위해 공교육이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A 학점관리와 입시 때문에 고민이 많은 요즘 학생들의 부담을 덜고 다양한 체험을 만들어 준 점에서 새롭고 참신한 제도라고 생각해요. 아쉬운 점은 한 학기에 한한다는 거죠. 그러면 자유학기제 이후에는 결국 입시와 성적관리에 치중하던 예전과 다를 바 없잖아요. 이벤트성 교육이 아닌 주기적인 진로교육이 돼야 해요. 1~2주에 한 번이라도 학생들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안타깝게도 학창시절 똑똑하고 성실한 학생일수록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알지 못해요. 자신이 잘하는 분야뿐만 아니라 못하는 것까지 노력해온 삶을 살았기 때문에 나중에는 모두 다 잘하게 되더라고요. 우리는 천재가 아닌데, 요즘 학생들은 모두 다 잘해야 하니까 나중에는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하나를 찾지 못해 헤매게 되는 거죠. 부모들도 마찬가지예요. 잘하는 것보다는 못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자녀들이 잘하는 강점을 살려주지 않고, 못하는 축구나 악기를 후원해줘요. 그렇게 모든 것을 다 90점으로 만들어 놓는 거죠. 가정과 사회 모두 약점보다는 강점을 살리고 후원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해요. 또 이번 제도를 통해서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자신의 적성을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Q 현행 학교 진로교육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A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다녀온 학생을 만나보면 학창시절부터 활성화된 인턴제도를 가장 부러워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인턴제가 도입된 지 몇 년 안 됐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잖아요. 그런데 외국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다양한 직업,체험이 이뤄진다고 하더라고요. 사회와 연관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제도와 후원이 잘 뒷받침돼있는 거죠. 현실적으로 공교육에서 인턴을 하기는 어려우니 직업체험이나 다양한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를 많이 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는 약 2만 개의 직업이 있는데, 학생들이 아는 직업은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몇몇 직업에 한정돼 있어요. 학생들이 직업을 폭넓게 이해하고, 다양한 직업에 노출될 수 있도록 공교육이 나서야 해요. Q 소장님이 생각하는 초등, 중등, 고등 시기별 진로 교육법이 궁금합니다. 청소년 진로교육에 관해 교사들에게 지도 팁을 준다면요? A 초등학교 때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다양한 직업에 대한 노출이 필요해요. 꿈도 많고, 자주 바뀌는 시기이므로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뿐 아니라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을 설명해줄 필요가 있어요. 역사 속 위인들도 중요하지만 현재 활동하고 있는 인물의 하는 일과 업적을 알려주면서 관심을 이끌어 내야 해요. 학생들과 같이 신문을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에요. 피플면을 보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나오잖아요. 하는 일과 존경을 받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자연스럽게 관심을 유도할 수 있어요. 중학교 때부터는 특성화고, 인문계고 등으로 진학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관심 영역을 좁히는 것이 중요해요. 다양한 직업군 중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닮고 싶은 멘토를 선택해서 그분의 경력과 어떤 길을 걸었는지 알아보면 자신의 목표를 정하기가 쉬워지죠. 예를 들어 요리사를 선택했다면, 그분이 요리와 관련된 특성화고를 나와서 어느 과에 진학했고, 어느 호텔에 입사했는지 삶에 대한 로드맵을 그려보는 거죠. 그 사람의 삶과 길에 대해 알면 명확한 목표의식이 생길 수 있어요. Q 마지막으로 공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고심하는 많은 교사들을 위해 진로와 취업컨설팅을 잘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세요. A 제 경험상 노력만큼 중요한 게 없더라고요. 자신의 경험과 시야가 넓어져야 학생들에게 전하는 노하우도 많아질 수 있잖아요. 다양한 직업과 연계된 준 자서전 같은 책을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이 돼요. 현실적인 팁이나 직업의 장단점이 책 속에 많이 녹아 있기 때문이죠. 이런 책을 많이 읽어야 직업에 대한 장단점을 학생들에게 균형 있게 알려줄 수 있어요. 이것이야말로 진로교사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해요. 또 하나는 의사결정권은 반드시 학생에게 넘겨야 한다는 거예요. ‘내가 보기에는 이 직업이 잘 어울릴 것 같지만 좀 더 탐색을 해봐’ 이런 식으로 열린 조언을 하는 자세가 좋을 것 같습니다.
전문성 신장 위한 강의와 연구 활동 경기도 의왕시 모락중학교 영어도서관, 영어 교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잡는다. 이날은 경기도교육청 영어독서교육 지원단의 정기모임이 있는 날. 영어독서교육에 뜻있는 교사들이 모여 현장 밀착형 교육 모델을 제시하고, 의무가 아닌 즐거운 독서를 통해 공교육만으로 영어를 완성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늦은 저녁 시간에도 20여 명의 회원이 모여 자리를 꽉 채웠다. “교사 전문성 향상을 위해 필요할 때마다 강의를 들어요. 오늘은 에듀카 코리아 이성현 강사에게 영어독서 컨설팅을 받기로 돼 있어요. 영어독서의 중요성과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수업 활용 방법을 배울 계획이에요.” 우리나라는 평소에도 영어를 쓰는 환경이 아니어서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배우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영어에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독서가 유용하다는 것이 경기도교육청 조영민 장학사의 설명이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창의지성교육을 강조하면서 비판적 사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영어교육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영어능력을 키우는 데 영어독서교육이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여기는 교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작년에 경기도교육청 영어독서교육 지원단을 꾸리게 됐죠.” 이 지원단은 특이하게 회원이 둘로 나뉜다. 올해부터 도교육청의 정책을 싣는 방향으로 운영 방침이 바뀌면서 동아리 회원과 연구진으로 구분돼 운영되고 있는 것. 동아리 회원이 순수하게 배우는 역할이라면, 연구진은 독서교육을 처음 시작하고자 하는 지역교육청과 학교 등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컨설팅해 주고 있다. 그간의 연구 결과물을 제작하거나 일반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연구진의 몫이다. “컨설팅을 위해 여러 곳으로 다니다 보니 공통되는 기본 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연구진들이 모여 초등과 중등 독서교육 매뉴얼을 개발하고 있죠. 현재 1차 작업이 거의 끝나서 오늘 강의가 끝나고 나면 교정 작업을 같이 할 계획이에요.” 많이 읽을수록 자라나는 영어 실력 사실 이곳 연구진들은 모두 지원단에 가입하기 전부터 영어독서교육을 실천하고 있었다. 연구진을 공모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영어독서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를 직접 추천받아 구성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열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이곳 연구진들이 말하는 독서교육 목표 중 하나는 다독이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어휘력이나 표현 등 영어 능력이 향상되는 것은 물론이고, 독서라는 매개를 통해 논리적인 사고력과 창의성, 풍부한 감성 등이 길러지고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과서 수업만으로는 독서량이 턱없이 부족해 영어습득이 어려워요. 중학교 1학년의 경우 1과당 영어로 읽는 양이 고작 3~4페이지밖에 되지 않아요. 이렇게 제가 쭉 따져보니 중1부터 고3까지 교과서 독서량은 총 432페이지밖에 안 되더라고요. 학생들이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지만, 6년 동안 읽은 책이 고작 3권 뿐이죠.” 때문에 자발적 영어독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향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 회원들의 생각이다. “제가 1년 동안 교과서를 열심히 지도해도 그걸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향상됐다고 자신 있게 말하긴 솔직히 힘들어요. 그렇지만 영어독서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실력에 맞는 텍스트를 선택해서 읽기 때문에 자기주도적인 학습법이 가능해요.” 학생들이 자신의 수준에 맞고 흥미 있는 책을 골라서 스스로 읽고 있기 때문에 영어독서가 요즘 강조되는 자기주도학습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교과서를 많이 읽으라고 해봤자 잘 읽지 않아요. 그렇지만 자기 수준에 맞고 흥미에 맞는 책은 학생들이 많이 읽어요. 물론 독서의 즐거움을 찾고 다독할 수 있도록 교사가 옆에서 도 와줘야 하죠.” 과거 영어교육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던 부분이 본인과 관련 없는 내용을 의지 없이 배우다 보니 흥미가 떨어지고, 앵무새처럼 떠들기만 한다는 점이었다. 그런 점에서 독서교육은 학생들의 흥미와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한 학기에 150권의 책을 읽은 학생이 있어요. 제가 강요하지 않아도 본인 스스로 재미를 느꼈기 때문에 읽은 거죠. 영어 교과서 1권을 지도하는 것과 본인 스스로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은 단어, 어휘, 독해력 등 어느 면에서도 습득량 자체가 달라요.” 독서교육, 현장 활용 방안을 찾다 독서교육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습득할 수 있고, 독서 후 토론과 독후감을 쓰면서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이에 신재철 교사는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외국어로서의 영어 환경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영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면서 실력이 늘어야 해요. 사고를 먼저하고 이를 통해 영어를 습득하므로 책을 읽을 때 사전을 보지 않을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또 독서를 마치고 나면 짧게라도 독후감을 쓰도록 지도해요. 물론 영어로 쓰는 것이 더 좋지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편한 언어를 사용하라고 말했어요. 비판도 하고, 줄거리 요약도 하면서 사고를 생성해 나갈 수 있도록 말이죠.” 학생들에게 열린 교육을 실천한 덕일까? 수업태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교과서 수업 때는 졸음을 참는 기력이 역력했던 학생들이 독서교육을 할 때만큼은 열심히 책을 읽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뜻밖에도 책을 가장 많이 읽는 학년도 수능을 앞둔 고3 학생이라는 것이다. 영어독서 하는 시스템 도입을 이런 이유로 거창하지는 않아도 학교교육과정에 접목시켜서 책을 읽게끔 만드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 회원 모두의 생각이다. “옛날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영어를 잘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해외 거주경험이 있거나 부모의 경제적 지원, 사교육 경험이 많은 학생들 성적이 더 좋아요. 공교육만으로는 이런 아이들을 따라오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기본 출발선부터가 다른 거죠.” 아무 혜택을 못 받고 공교육으로만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독서교육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교사 각자의 영역에서 조금씩 독서교육을 하고 있어 연결된 교육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교육에서 성공하려면 초등과 중등, 고등으로 이어져 나가는 교육이어야 하는데, 한 사람이 일시적으로 해서는 체계적인 수업이 될 수 없고, 다독으로 이어지기도 어려워요.” 다행히 최근에는 영어독서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이 커져 경기도교육청 영어독서교육 지원단이 운영하는 카페 가입자가 늘었다. 16명에서 시작했던 지원단도 어느새 44명으로 인원이 부쩍 늘었다. 초등, 중등, 고등으로 이어지는 영어독서교육 모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지원단 회원들. 영어독서교육 매뉴얼 개발이 완성되면 연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과물을 다른 학교에 공유하고 활성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미술뿐만 아니라 과학에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 최초의 습도계를 설계했어요. 이후 프란체스코 폴리에 의해 공기의 수분 함량을 측정하는 실용적인 습도계가 발명되었죠. 이번 시간에는 리하르트 아스만의 통풍건습계와 같은 원리의 건습구 습도계를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진천여자중학교(교장 김갑숙) 3학년 과학시간. 5명의 학생이 한 조를 이뤄 건습구 습도계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스탠드에 온도계 2개를 매달고, 그 중 하나의 온도계 구부를 거즈로 감싼 뒤 끝부분을 물에 담그자 습구 온도계가 완성됐다. 권민경 과학교사의 지도에 따라 건구온도와 습구온도를 측정한 학생들은 습도표를 이용해 습도를 구했다. 조별로 실험과정과 각자의 느낀 점을 정리하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나서야 수업이 끝이 났다. “다음 시간에는 재활용품을 활용한 변신의자를 만들어볼 거예요. 여러분들의 기발하고 참신한 아이디어 기대할게요.” 다가올 수업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눈빛이 벌써부터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특허청 지정 발명교육 시범학교 선정 진천여중은 2012년 특허청 지정 발명교육 시범학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 말까지 2년간 교사와 학생들의 발명의식 함양을 위한 다양한 발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발명과 관련된 요소를 각 교과에 적용하는 ‘교과별 팀프로젝트 발명수업’을 전 과목에 걸쳐 진행 중이다. 교과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발명수업은 전교생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교실로 운영한다. 권 교사는 “지역 특성상 우리 학생들은 발명 관련 체험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발명 동아리와 발명 체험교실을 비롯해 과학관을 견학하는 발명 체험학습 등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4월에는 외부강사를 초청해 ‘찾아가는 발명 체험교실’을 열고, 1학년 학생들과 함께 풍구를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날은 단순히 풍구 제작뿐만 아니라 풍구 속에 담겨있는 과학적 원리를 이해하고, 조상들이 농사에 사용한 여러 발명기구들을 살펴봤다. 6월에는 1, 2학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각각 태양광 비행기와 빛 합성기를 만들기도 했다. 발명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고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프로그램 역시 풍성하다. ‘착한 에너지 홀씨 되어’라는 주제로 교내 발명 영상물 감상문쓰기 대회를 여는가 하면, 발명 만화, 발명 캐릭터, 발명 아이디어, 발명 상상화 등 다양한 발명대회를 열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였다. 얼마 전에는 교내 발명 골든벨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발명과 관련된 도서를 두 권 선정해 학생들에게 읽도록 한 뒤 책 속의 내용을 퀴즈로 함께 풀어보는 발명 골든벨 대회는 전교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진천여중은 이밖에도 교사들을 대상으로 발명 원격연수와 발명 체험활동을 벌이는 한편 학부모를 위한 발명교실을 여는 등 교사와 학부모가 참여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진천여중은 발명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된 지 2년도 채 되기 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제35회 충북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 학생 3명이 참가해 금상 1명, 장려상 2명 등 참가자 전원이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 가운데 금상을 차지한 2학년 이경희 양은 7월에 열린 제3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도 ‘손가락이 잘 들어가는 유아용 장갑’을 출품, 특허청장상인 은상을 받으며 발명왕이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양은 “영유아 시기의 아이들이 스스로 장갑을 끼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엄지손가락 부위에 지퍼를 달아 손가락이 잘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허검색사이트에 접속해 기존의 발명품들을 확인한 뒤 그와 겹치지 않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노력했어요. 전국대회에서 은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학교에서 평소 들어왔던 발명수업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발명에 대한 지식을 쌓는 이론수업에서부터 실제 발명품을 만들어보고 체험하는 기회까지 고루 제공돼 좋았습니다.” 권 교사는 “발명이란 결코 어렵고 힘든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불편한 점을 개선해나가는 과정”이라며 “단순한 아이디어를 개선하고 발전시켜나가는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과학적 탐구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증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전개 노랫소리를 따라 어느 교실로 들어가니 학생들이 영어합창 연습에 한창이다. ‘I Will Follow Him’, ‘Edelweiss’ 등의 영어원곡에 화음을 넣어 합창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기까지 하다. 진천여중은 음악이 흐르는 학교 만들기를 통한 학교폭력근절 및 예방의 일환으로 매주 수요일 6교시 수업이 끝난 후 학급별 합창 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오는 12월에는 학부모와 지역주민을 초청해 공연도 벌일 예정이다. 이호성 체육교사는 “합창 연습을 통해 학생들에게 협동심과 화합 등을 길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합창이기는 하지만 영어교육보다는 정신보건 분야에 초점을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진천여중은 지난해 3월, 건강증진모델학교로 선정된 이후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1주일에 3일 60분 이상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1360 웰니스 프로그램’, 1주일에 5번 60분 이상 걷는 ‘7560 걷기운동’ 등은 이미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교 주변을 걷는 학생들의 비율이 70%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실시해 온 ‘전교생 아침 10분 눈 건강체조’는 실제 시력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사는 “우리 학생들의 눈 건강체조 모습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지역 내 학교들에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매주 수요일은 ‘수다날(수요일은 다 먹는 날)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식습관 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하며 잔반을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영어교육 활성화로 사교육비 절감 이 학교는 또 2011년 충북도교육청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학교로 선정됐다. 김명숙 복지부장은 “우리 학교의 복지대상 학생은 138명으로, 전체의 약 20%를 차지한다”며 “복지지원 사업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한가족 캠프’다. 복지지원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매 학기마다 운영되는 한가족 캠프는 가족 간의 친밀감과 유대감 상승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지난 1학기에는 학생과 학부모 80여 명이 전북 부안에 위치한 모항갯벌체험장에 다녀왔고, 올 겨울에는 스키캠프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도 독서캠프, 스포츠 치료 등 교육복지 우선지원 대상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진천여중은 학생들의 영어능력을 키우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영어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 아침 자습시간을 활용해 호주 교육기관과 원격화상강의를 진행하는 한편 교내에 잉글리시 존을 마련,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와 자유롭게 영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방학 중에 운영되는 원어민 영어캠프 역시 학생들의 영어능력 신장에 도움이 되고 있다. 또한 외국인을 초청해 함께 그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보고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국제이해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성낙원 영어교사는 “영어사용 환경을 확대하고 원어민과의 접근성을 강화해 학생들이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영어교육 활성화를 통해 영어 사교육비 절감 효과도 톡톡히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감성이 살아 숨쉬는 행복한 학교 만들 것” 21세기는 여성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그 어느 때보다 여성들의 따뜻하고 품격 있는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중학교 과정은 이러한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 기본예절과 상식 등을 배우는 시기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배려심 많은 학생들로 자라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성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소외된 이웃돕기운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고, 교직원들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기부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마음가짐이 바르고 기본이 바로 선 학생들은 사회에 나가서도 여러 가지 공헌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나뿐만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고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저를 비롯한 교직원 모두는 따뜻한 감성이 살아 숨쉬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2013년 노벨문학상은 캐나다 여성작가 앨리스 먼로에게 주어졌다. 먼로는 83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다. 하지만 그녀의 첫 작품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출판사들이 출간을 꺼린 원고였다. 원고는 그녀가 태어나고 자란 온타리오 주 휴런 호 인근 지역 주민들의 일상을 꼼꼼히 묘사해 새로운 시각으로 그들의 삶을 볼 순 있지만 드라마틱한 스토리 전개도 없고 통쾌한 결말도 없다. 아마도 그런 점들이 출판사들에게 부담을 줬을 것이다. 그녀의 첫 작품집은 15개 단편이 수록돼 있는데 그 중 표제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집에서 아이들에게 피아노 교습을 하는 마실레스 선생님이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파티에 관한 이야기다. 마실레스 선생은 6월만 되면 그동안 피아노 교습을 받은 제자들을 초대해 파티를 연다. 이미 주부가 되거나 엄마가 된 제자들도 있고 엄마를 뒤이어 피아노 교습을 받는 아이들도 있다. 엄마들은 마실레스 선생의 초대에 부담감을 느끼지만 선생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나름대로 신경을 쓴다. 하지만 해마다 파티에 참석하는 인원은 줄어 현재 열 명 가량만 모일 뿐이다. 그 파티는 주로 교습을 받고 있는 아이들의 피아노 연주로 이뤄진다. 엄마들은 파티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데 학생들의 연주가 끝나갈 무렵 한 떼의 다른 아이들이 몰려온다. 그 아이들은 마실레스 선생이 과외로 가르친 근처 그린힐 학교 학생인데 모두 다운증후군 증세가 있는 지적장애아들이다. 지적장애아들의 서툰 연주를 들어야 하는 엄마들의 이중적인 심리가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아이들을 대하는 마실레스의 선생의 태도’이고 작가도 글에서 강조하고 있다. 마실레스 선생님은 당신이 어린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고 아이들에게서 선한 것이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천성을 간직한 보물고를 찾아낼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다. 독신여성의 감성과 아이들의 선한 본성을 믿는 아동관이 접목된 교육관은 어마어마한 전설 같다. 이렇듯 아이들의 심성이 거룩한 무엇처럼 말하는 선생님이다 보니 부모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해한다. 마실레스 선생의 눈에는 정상아들과 지적장애아들이 조금도 다르지 않다. 엄마들의 시각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엄마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실레스 선생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만도 한데 지적장애아가 연주한 ‘행복한 그림자의 춤’, 그 음악의 힘에 눌려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 독일 작곡가 글루크의 오페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에 나오는 발레곡을 편곡한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아이들을 종교처럼 믿어온 마실레스 선생의 일생을 상징하는 피아노곡인 셈이다. 아이들은 원래 선하다고 철석같이 믿기 때문에 마실레스 선생은 비록 실망스러운 일들이 있다 하더라도 행복한 그림자를 끌며 춤추는 인생을 살았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믿어준 만큼 성장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도 마실레스 선생처럼 아이들을 좀 더 믿어주고 그 존재 자체를 받아들여주는 배려심을 더 베풀 때 우리의 아이들도 행복한 춤을 추며 자라날 것이다.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고유영토입니다.’ 2010년 대한민국 최초로 ‘독도의 날’을 제정해 매년 10월25일 기념식을 개최해온 한국교총 1층 로비에 독도 실시간 영상 중계 모니터가 생겼다. 대한제국 칙령 제41호 제정 113주년 및 제4회 독도의 날을 기념해 우리은행의 기증으로 설치된 모니터에서는 KBS가 제공하는 실시간 독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6일 안양옥 교총회장, 한국교총 이사, 시·도교총 사무총장, 조재현 우리은행 서초영업본부장, 신영재 우리은행 우면동 지점장 등 참석자들이 ‘독도 실시간 영상 중계 모니터’ 개통을 하고 있다.
“동료 교사, 학생들, 관리자까지 이름만 들어봤지 NCS가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당장 1~2년 후에는 적용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홍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갑자기 도입하려면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경남 A특성화고 교사) 교육부는 내년까지 NCS를 개발하고 2015년 시범운영 및 교사 연수를 거쳐 2016년 이후 부터는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나 교사들은 “성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의욕적인 정부 추진 정책에 비해 학교는 아직 NCS의 존재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충남의 한 특성화고 교사 역시 “아무리 연수를 늘리고 수업모듈을 제시해도 수십 년 동안 정착된 이론 중심의 수업 분위기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다”며 “교사의 산업현장 체험 및 교수법 변화에 대한 연수는 지금부터 동시에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도입 후 혼란을 겪기 때문에 교사들이 무용론을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경기 B공고 교사도 “3학년 2학기에만 집중돼 있는 현장 실습을 2학년 2학기나 3학년 1학기로 앞당겨 미리 경험해보도록 교육과정을 바꾸면 학생 스스로 자신이 어떤 능력을 보완해야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거점 실습실, 공동 실습실, 위탁 실습 등 실제 현장과 가까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수업방식 변화, 대규모 연수 참여 등 결국 교사들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결국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올해 시범 운영학교로 선정된 광주공고 문경호 교사는 “교사들이 지역 폴릭텍대나 각종산업협회에 연수를 다니며 현장을 배우고 있고 방과 후 수업에 현장 전문가를 초빙해 실습하는 등 대안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실습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교사는 관리, 이론, 인성교육 등에 더욱 신경 쓰면 오히려 부담을 덜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문 교사는 “강사를 초빙할 때 수백 명 대상의 특강은 강의료를 넉넉히 줄 수 있지만 방과 후 수업과 같은 20~30시간짜리 교육에는 회계규정이 시급 3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우수한 인력을 데려오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며 “현재는 교사 인맥에 의존하고 있는데, 강사 인력풀을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시범학교인 양영디지털고 박기철 부장은 “시범학교에 비해 일반 특성화고에서는 준비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도입 시 컨설팅 시스템 마련이 성공의 선결조건”이라고 주장했다. 학과개편, 지역 특성, 학생 수준 등 학교 특성을 분석하고 어떤 NCS를 도입해야 하는지 제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전문가들이 나서 단위학교별로 도움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기 B공고 교사도 “몇 개 시범학교 운영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NCS 도입 대상이 되는 전체 학교들로부터 사전에 도입의 필요성을 충분히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는 구직자와 기업이 취업․채용에 있어 각기 다른 이유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구직자는 전공과 별개로 취업에 필요한 ‘스펙 쌓기’에 전념해야 했고 기업은 이들의 자격증이 현장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기업체들은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평균 19.5개월간, 1인당 6000만원을 들여 재교육을 시킨다. 교육과정과 업무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의 불일치, 인력 미스매치(mismatch)가 발생하는 이유다. 인생의 ‘클래스’를 결정짓는 고질적 병폐 학벌. 이제는 능력중심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는 기치로 등장한 것이 바로 국가직무능력표준(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이다. NCS란 쉽게 말해 모든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지식이나 능력을 국가차원에서 표준화 해 제시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특성화고․마이스터고․전문대의 교육과정을 실무중심으로 개편하고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이 골자다. 전체 833개 직무분야로 구성된 NCS는 내년까지 개발 완료될 예정이며 올해 250개, 내년 245개가 추가 마련된다.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개발하고 교육부가 교육과정 개편 및 학습모듈을 만들어 현장 착근을 돕는다. 학습모듈은 NCS를 학교교육으로 전환하기 위해 구체적 직무를 학습할 수 있도록 이론 및 실습 내용을 풀어낸 표준 교재를 뜻한다. 현재 교육훈련 전문가, 현장 종사자, 자격전문가, 직무분석가, 고용주 등을 망라한 개발진이 모여 학습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하나의 NCS는 평균 10개의 핵심능력단위로 구성되며 대체로 1~8까지의 수준이 제시된다. 8수준(박사), 7수준(석사), 6수준(학사), 4~5수준(전문학사), 3~4수준(특성화고졸)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고급수준을 의미한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NCS가 도입되면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 대폭 신장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교사들은 지역사회 환경과 학생 수준, 교육 목표에 따라 학습모듈 및 핵심능력단위를 자유롭게 추출해 기업의 요구대로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교육과정이 자격과 연계되면 ‘교육과정 이수형 자격제도’가 운영된다. 일자리 중심 교육뿐만 아니라 자격증 취득까지 한 번에 개편 가능한 것이다. 구직자들은 자신이 이수한 능력단위를 포트폴리오로 관리하면서 수행가능한 직무능력을 명확히 보여줄 수 있게 된다. 시범 운영학교로 선정된 아주자동차대의 경우 모듈단위의 과정을 이수하면 자기평가, 동료평가, 교수평가는 물론이고 자동차산업협회 등 관련 기관의 최종 평가를 거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임창빈 교육부 인재직무능력정책과장은 “현장과 교육훈련 및 자격이 일원화되면서 채용 시 개인의 능력을 합리적으로 비교하는 근간이 될 것”이라며 “배우고 평가하는 과정이 훨씬 복잡해지면서 교육의 질뿐만 아니라 자격의 수준 또한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