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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이주호 교육부 장관(왼쪽 두 번째)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늘봄학교 어린이 경제금융교육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동원 MBN 대표이사, 신제윤 청소년 금융교육협의회 회장.
서울 강북구 창문여고(교장 배윤근) 3학년 학생이 6일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1교시 국어영역 시험을 치르고 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마지막모의평가가 실시되는 6일 서울 강북구 창문여고 3학년 학생이 9월 모의평가 시험을 치르고 있다.
군산 초등교사사망 사건에 대해 전북교총(회장 이기종)이 “많은 양의 업무와 살인적인 수업시수가 주는 스트레스에서 안전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해당 교사의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북교총은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선생님께서 왜 고귀한 목숨을 버리셨는지 수사당국뿐만 아니라 관할 교육청도 철저한 조사 및 수사를 통해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며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섣부른 추측을 삼가고 고인의 아픔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소규모 학교에 대한 업무 및 수업 지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학교의경우 연륙교로 연결된 도서지역 소규모 학교로 정교사 3명이 근무하고 있다. 실제 일부 언론을 통해 해당 교사의 업무량이 상당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교총은 “학교는 하나의 기관이기에 학교 규모와 관계없이 업무량은 비슷할 수밖에 없다”며 “교사 수가 3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맡아야 하는 업무량은 지나치게 많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소규모 학교에 대한 교과전담교사 지원이 없어진 작년부터 초등 5~6학년 담임은 주당 28~29시간, 3~4학년 담임은 25~26시간, 1~2학년 담임은 21~22시간의 살인적인 수업을 혼자서 감당해야 할 만큼 수업에 대한 부담도 컸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기종 회장은 “수업, 생활지도, 상담, 평가 이외의 업무는 교육지원청에 이관하거나 업무를 대폭 축소, 폐지해 선생님들이 깨어있는 수업을 하고 학생 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최근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신 선생님들도 심각한 교권 침해와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과중한 업무 부담은 우리 교육력을 약화시키는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5일 서울 삼경교육센터에서 ‘에듀테크 진흥방안(안)’의 주요 내용에 대한 전문가 의견청취를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현장 교사들은 교육현장에서의 에듀테크 적용에 대해 교사들 간 디지털 역량 편차가 상당해 각각의 수준과 역량에 맞는 ‘맞춤 연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단순한 기술지원을 넘어선 디지털 장학(코칭)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또한 교사들이 쉽게 교육 정보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정보 플랫폼을 운영하되, 플랫폼에 탑재되는 정보의 질적 관리를 위한 교육 정보 기술 실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모두 교육의 디지털 대전환과 공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관의 역량 결집돼야 하고, 일관된 정책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교육 정보 기술 기업 측은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디지털 교육 전환 사업과 연계해 발전된 기술이 공교육 내 교수‧학습의 질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확대되기를 희망했다. 교육부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현장의 요구와 아이디어를 적극 검토해 ‘에듀테크 진흥방안(안)’을 보완하고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맨 왼쪽)이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삼경교육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에듀테크 진흥방안 전문가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에듀테크 진흥방안 전문가 토론회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삼경교육센터 6층 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송인수 교육의봄 공동대표(왼쪽 세 번째)가4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고졸 취업 안전망 10년 보장제 실현을 위한 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4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고졸 취업 안전망 10년 보장제 최종안 및 실현 방안 제시' 포럼이 열리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과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체육기자연맹(회장 양종구)와 함께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체육없는 한국교육, 미래도 없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는 유상건 상명대 교수와 유영만 한양대 교수, 채용현 연세새봄의원 원장이 발제를 했으며, 고영종 교육부 책임교육지원관, 최보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종합토론에 참여했다.
인권은 보편적이며 절대적인 인간의 권리 및 지위, 자격으로 규정된다. 최근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계속해서 논의되는 인권 문제는 사실상 인간 존중 가치를 어떻게 조성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다툼으로 누가 더 많은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왜곡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방향 재정립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과거 과도한 교권으로 생긴 우리 사회의 상처로 인해 현재의 과도한 학생 인권이 생겨나게 한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교권을 강화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시대에 맞지 않는 과도한 교권 강화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또 교사만 지지하는 교권이 아닌 보편적인 교권이어야 한다. 이는 정치적인 입장보다는 교사 스스로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언론은 교사의 편에 설 것이고, 그것이 국민적 지지와 동의를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제화가 됐다고 해서 교권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의 지지를 받아야 진정한 의미의 교권 확립이 가능하다. 학생‧학부모 인권 포용 노력으로 지지와 동의받는 교권 만들어야 두 번째로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교육 자체가 변화해야 하는 시기임을 기억해야 한다. 교권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의 인권에도 이러한 변화가 반영돼야 한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의 삶에 녹아들었고, 교육 분야에도 점차 도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권 조례에는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과 함께 학생과 학부모들의 공감도 이끌어낼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인공지능은 협력하면 유용한 기술이지만, 비협력적으로 사용되면 인간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 앞으로는 협업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며, 대립이 아닌 협력 가능한 인권의 가치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학생, 학부모 그리고 교사 모두가 협력할 수 있는 인권 규정이 더욱 절실하다. 지금 언론은 선생님들이 극단적인 상황에 놓여 있고, 화가 나 있고, 분노하고 있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맞다. 이러한 모습들을 세상에 알리는 것도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교사들이 양보와 관대함으로 고통을 이겨내고 정상화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릴 때이다. 학부모를 배제하거나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하여 함께 가고자 하고 있으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제자리를 찾고자 애쓰는 교사가 많다는 것을 알리고 그러한 움직임을 보여야 할 때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는 교육공동체 모두의 인권을 다시 정립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윤리 의식을 담아내고, 미래 시대에 대비한 교육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급변하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도 그 어느 때 보다 우수한 교사 유입이 중요한 시기지만, 교육 현장의 다양한 문제로 오히려 줄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사회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교권의 재정립과 충분한 사회적 보상을 통해 우수한 인재들이 자부심을 갖고 유입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훌륭한 인재들이 교사로서 활약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수많은 교사의 노력을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권이 급격하게 무너져가는 사회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전국적으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다. 이에 맞춰 정상적인 교육활동 보장을 위한 법률적 조치에 대한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시급한 일이다. 이러한 일들을 미리 예방하고 교권을 확립하고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과 ‘동법 시행령’이다. 피해 받은 교원을보호해야 하지만 현장 교원들은 일부 학생의 난폭한 행동에 속수무책이고, 몰지각한 학부모의 폭력적 언어에 무방비 상태다. 최근 교육부에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과한 고시와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등이 발표돼 고무적이지만, 법령에 가장 중요한 사항이 결여됐다. 교원이 신변의 위협을 당하고, 교육활동이 침해되는 상황에 어떤 조치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특정한 현상 발생 시점에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상황이 종료된 이후에 실추된 교원의 명예, 보호받지 못한 교육활동의 훼손은 회복 불가능하게 된다. 결국 법령으로 보완되고 보장돼야 한다. 첫째, 교육활동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문제의식의 명료화가 필요하다. 이 저해 행위는 우선 교원들의 인권과 교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정상적으로 교육활동에 임하고 있는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 침해와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의 인권보다는 그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법령이 개정돼야 한다. 둘째, 교육활동을 저해하는 행위의 초기에서부터 조치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문제의 행위들은 초기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그 조치의 적절성에 따라서 문제가 확산될 수도 있고, 정지될 수도 있다. 이 단계에서 교원과 학교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경고’지만 행위가 멈추지 않을 때는 이후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을 공지해야 한다. 셋째, 교육활동 저해 행위를 촬영·녹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법규를 위반하는 행위는 반드시 그에 대한 책임을 본인에게 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명한 증거 자료가 필요하다. 촬영이나 녹음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를 제약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가 될 수 있다. 보호자 책임 강화 필요해 넷째, 교육활동 저해 정도가 심할 경우는 즉시 신고하여 사법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원과 학생과의 관계는 매우 특수한 관계다. 서로 우호적인 관계가 유지될 때가 아닌 상반된 관계가 형성될 때는 매우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다. 이 경우는 당사자가 직접 다툼을 벌이는 것보다 사법기관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보호자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학생의 경우는 여러 가지 법률적 규정으로 보호한다. 이러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극히 일부 학생들은 이를 적절하게 악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를 위해 보호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람들은 칭찬이 고래도 춤추게 할 정도로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며, 칭찬을 누구나 좋아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칭찬도 상투적이거나 습관적으로 자주 들으면 식상하고 어떤 행동을 촉진하는 자극이 되지도 않는다. 심지어 싫은 사람의 칭찬은 반발을 일으켜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결과 중심적 칭찬역효과 불러 칭찬이 무색해지는 이유는 우선 상대적 평가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남보다 나은 행동을 해야 칭찬이 수반되기 때문에 언제나 평가에 대한 불안을 의식해 수행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시험 불안처럼 불안이 너무 강하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하는 심리적 압력으로 큰 부담을 안게 된다. 게다가 외모나 신체에 대한 칭찬은 아첨이나 판단을 하는 것처럼 보일 위험도 있고 성희롱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칭찬과 같이 행동을 유발하는 외부 요인은 즐거움, 호기심, 흥미와 같은 내적 동기를 약화시킨다. 칭찬받기 위한 행동은 칭찬이 없으면 추진력을 잃게 된다. 칭찬의 궁극적 목적은 자발적인 동기를 강화하는 데 있으나 지나치게 의존하면 그 동기를 잃게 만든다. 칭찬해주는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되면 자율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또한 대부분의 칭찬은 결과 중심적이기 때문에 부정이나 편법을 조장해 의욕이나 노력을 둔화시킬 수 있다. 결과와 성취 지향은 과정을 무시하게 만들어 어떤 수단이나 방법을 사용하든 결과만 좋으며 그만이라는 요령이나 편법을 고취한다. 이와 같은 칭찬의 부작용이나 역효과를 방지하려면 과정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는 결과를 얻기까지의 보이지 않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결과는 자신만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남과 비교해서 잘해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하지만, 과정은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잘했을 때 더 잘할 수 있도록 하려면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 좋다. 과정을 칭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더 많은 관심을 둬야 한다. 결과는 잠깐이면 확인할 수 있지만, 과정은 오랫동안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결과에 대한 칭찬은 최고를 기대하지만, 과정에 대한 칭찬은 최선을 기대한다. 긍정 반응 위해 과정 인정해야 결과에 대한 칭찬은 선천적 능력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과정에 대한 칭찬은 누구나 가능한 노력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칭찬은 타인의 시선과 평가나 비교에 의한 것인데 비해, 과정에 대한 칭찬은 자신의 기준에 따른다. 따라서 과정에 대한 칭찬은 상대방을 조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에서는 학생을 격려하거나 통제해 좋은 성적을 내도록 유도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능하면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고 인정해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실수와 실패를 알고 있어도 최선을 다했음을 인정받는다면 누구든 감동하여 계속 최선을 다하려고 애쓸 것이며 성과도 좋아질 것이다.
한국교총에서 지난해 10월 단체교섭·협의를 요구한 이후 수많은 과정을 거쳐 드디어 지난달 31일 제1차 교섭·협의 소위원회(교섭소위)가 개최됐다. 이는 2017년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그동안 교총 교섭·협의에 대해 과거 교육부가 얼마나 불성실하게 임했는지를 알 수 있다. 과거 정부는 교총과의 교섭소위 개최는커녕 어렵게 합의문을 다 작성하고도, 당시 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일정을 잡을 수 없다는 이유로 반년 가까이 합의문 서명을 미루기도 했다. 이에 교총은 한 달 넘게 한겨울 교육부 앞 시위를 하면서 중앙교원지위향상심의회(중교심) 구성 및 개최 요구, 행정소송 등 초강수를 두고서야 간신히 서면합의라는 형태로 합의를 한 경험도 있다. 앞으로의 교섭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바로 법적 기구인 중교심이 구성됐고, 실질적으로 가동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교섭해태 행위를 엄단하고, 교섭의 원활한 진행과 교섭 이행 결과 점검이 가능해졌다. 또 이제 교섭의 이유 없는 지연이나 평행선을 달리는 교섭안에 대한 중재, 이행 결과 점검 등 교섭 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면 중교심이 나설 것이다. 달라진 것은 법적 기구의 완비뿐만이 아니다. 교육부의 태도도 매우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교섭소위의 구성과 운영에 협조적인 태도로 나서고 있다. 교섭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실무단의 접촉도 전례 없이 활발하다. 과거 의도적인 지연과 불성실한 태도, 실무협의조차 쉽지 않았던 분위기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바로 교총이 제안한 교섭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교심 구성으로 실질적 이행 담보 현장 중심 교섭안에 공감대 형성돼 교총은 이번 교섭 과제로 방과후, 돌봄 등 비본질적 교육행정업무의 과감한 폐지와 땅에 추락한 교권부터 바로 세워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최근 교육계를 뒤덮고 있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대책 수립 등을 지난해 이미 제안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75개 조 120개 항에 달하는 역대급 분량의 교섭안 하나하나가 교육 정상화를 위해, 그리고 교사가 가르침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기 위한 과제들이다. 1차 교섭소위 위원 구성도 현장 정서를 반영하기 위한 교총의 고심이 담겨있다. 교섭소위 대표는 교총 수석부회장이 맡았으며, 5명의 위원 중 2명은 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 분과위원장과 세종교총 2030 청년위원장으로 구성해 젊어진 교총을 내세웠다. 교총은 앞으로도 2차, 3차 교섭소위에서 각 교섭 과제별 대표성을 가진 위원을 포함하고, 학교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교사도 대거 참여토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교총과 교육부의 교섭‧협의는 학교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하는 또 다른 통로의 기능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교육부는 교총과의 교섭·협의에서 과거의 방어적·소극적 태도가 아닌 교총 교섭안에 숨어있는 수많은 선생님의 눈물과 애환에 먼저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교섭·협의 테이블이 서로 간 입장만을 고집하면서 평행선을 달리는 자리가 돼선 안 된다. 당면한 학교 문제가 형상화된 교섭안을 앞에 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을 함께 찾는 자리가 돼야 한다. 교총-교육부의 교섭 석상이 정책입안자인 교육부와 정책의 실행 주체인 교원간 소통과 이해의 장이 될 때 우리 교육의 미래를 더 나아질 것이다.
쌍둥이 등 다태아를 출산한 경우, 배우자 출산휴가가 10일에서 15일로 늘어났습니다. 이 같은 출산 지원을 위한 복무제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다태아 출산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이 개정돼 2023년 7월 18일부터 쌍둥이 등 다태아 출산 시 남성공무원에게 부여되는 배우자 출산휴가가 10일에서 15일로 늘어났습니다. 그동안 다태아를 출산한 여성공무원에게는 회복시간 등을 고려해 90일의 출산휴가를 120일까지 확대 부여하고 있었지만, 배우자 출산휴가는 자녀의 수와 관계없이 10일의 휴가를 부여했습니다. 그러나 다태아를 출산한 산모의 회복 지원과 신생아 돌봄에 있어서 남편 역할의 중요성을 고려해 배우자 출산휴가를 15일까지 확대했습니다. 배우자 출산휴가 분할 사용 횟수도 기존 1회에서 2회로 늘렸습니다. 다만 배우자 출산휴가는 시작일과 마지막일 모두 출산일부터 90일 이내 범위에 있어야 합니다. 확대된 배우자 출산휴가는 7월 18일 이후 다태아를 출산한 경우부터 적용됩니다. 출산 관련 휴가 및 휴직 가. 난임치료시술휴가 여성공무원은 인공수정 시술 시 2일, 동결 보존된 배아 이식 체외수정 시술은 3일, 난자 채취 체외수정 시술은 4일의 특별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남성공무원은 정자 채취일 당일 하루 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나. 임신검진휴가 여성공무원은 임신 기간 중 총 10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 출산휴가 여성공무원은 90일의 출산휴가(다태아 120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분할 사용이 불가하나 유산(사산) 경험이 있거나 임신공무원 연령이 40세 이상, 유산(사산 또는 조산)의 위험이 있다는 진단서를 제출한 경우에는 출산 전 어느 때라도 최장 44일(다태아 59일)의 범위에서 나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라. 모성보호시간 임신 중인 여성공무원은 1일 2시간의 범위에서 휴식, 병원 진료 등을 위해 근무시간 중의 적절한 시간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성보호시간 사용 시 하루 최소 근무시간은 4시간 이상이 돼야 하며, 육아시간과 중복해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마. 질병휴직 난임치료 시 1년 이내(부득이한 경우 1년 범위 연장)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휴직기간 1년 이내에는 봉급의 7할, 1년 초과 시에는 봉급의 5할이 지급됩니다. 바. 육아휴직 출산 후 육아뿐만 아니라 임신 시에도 사용 가능합니다. 출산 관련 복무제도 QA Q. 난임치료시술휴가의 연간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나요? A. 난임치료시술을 받을 때마다 정해진 휴가일수를 받을 수 있고, 사용 횟수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Q. 임신 중에 임용된 경우 임신주수에 따라 임신검진휴가가 차감되나요? A. 임신주수와 관계없이 총 10일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임신검진에 필요한 일수만큼 연속 사용도 가능합니다. Q. 임신 몇 주차부터 육아휴직이 가능한가요? A. 임신확인서 등을 통해 임신이 확인되면 임신 주수에 관계없이 육아휴직이 가능합니다. Q. 육아휴직 중 출산예정일보다 이른 출산을 하게 된 경우 복무를 어떻게 변경해야 하나요? A. 출산휴가는 출산일로부터 90일 이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출산예정일보다 일찍 출산하게 된 경우, 실제 출산일에 맞춰 복직신청을 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있는 출산휴가 일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출산일에 맞춰 복직해 출산휴가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임신 중 병가를 사용할 수 있나요? A. 임신 중 심한 입덧 등 부작용으로 안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일반병가를 연 60일 이내에서 사용 가능합니다. 이때도 연간 6일을 초과해 병가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에는 의사의 진단서가 필요합니다. Q. 출산 전 육아휴직 기간에도 육아휴직수당이 지급되나요? A. 출산 전이라도 30일 이상 휴직한 경우 육아휴직수당은 휴직 시작일을 기준으로 한 월봉급액 80%(상한 150만 원, 하한 70만 원)를 지급합니다. Q. 유산이나 사산 시에도 별도의 휴가가 있나요? A. 유산·사산휴가는 임신 주수에 따라 주어집니다. 15주 이내의 경우에는 10일, 16~21주에는 30일, 22~27주에는 60일, 28주 이상인 경우에는 90일까지 휴가가 주어집니다. 이때도 30일 이상의 휴가에 대해서는 토요일 또는 공휴일을 포함해 휴가일수를 산정합니다. 배우자가 유산(사산) 시 남성공무원에게는 3일의 휴가가 주어집니다.
챗GPT는 세상의 모든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있다.‘내가 당신들만큼 답해줄 수 있는데 굳이 당신들이 필요한가요?’ 얼마 전 KBS 뉴스에 재미있는 사건이 하나 보도되었다. 챗GPT를 통해 수집한 판례를 소송자료로 제출한 변호사들이 법원으로부터 제재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있었던 일인데, 법원에 제출한 자료 중 판례가 가짜였다는 것이다. 이 판례는 챗GPT가 만들어 준 것으로 변호사들이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해당 판사는 판례의 진위를 물었는데, 변호사들은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고, 챗GPT가 찾아준 판례가 진짜 있다고 믿었다. 소송을 맡긴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변호사를 고용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제 전문가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챗GPT의 열풍은 2023년 상반기에 휘몰아쳤는데, 필자가 강의한 대상은 주로 교사그룹이었다. 교육청 단위의 연수는 물론 일선 학교에서도 강의 요청이 쇄도했고, 대상도 교장·교감자격연수를 비롯해서 1급 정교사와 신규교사까지 두루 포함되었으며, 학교급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했다. 최근에는 대학 교수와 학습지원센터에서의 요청도 많아지고 있다. 교사그룹이 요청하는 강의내용은 챗GPT가 교육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실제 교수·학습에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초기 강의내용은 교육에 주는 영향에 중점을 두었다면, 5월을 넘어서면서 수업계획·활동설계·평가방법 등 직접적인 활용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대학 교수들은 강의계획서와 수업계획 작성, 리포트 평가 등에 활용하는 방법을 궁금해했다. 왜 사람들은 챗GPT를 배우고 싶어 할까? 이전에 강의하던 주제와 달리 챗GPT 관련 강의는 교육과 관련된 곳이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교육청 학부모센터에서 학부모 대상으로 강연했는데, 역시 주제는 챗GPT와 미래교육에 관한 것이었다. 왜 사람들은 챗GPT를 배우고 싶어 할까? 특히 교사그룹은 어떤 목적으로 챗GPT를 사용하려고 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교사들의 전문성은 결국 수업이기 때문에 챗GPT를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지 알고 싶다는 요구가 높을 것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을 ‘교수평기’라고 하는데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키워드는 학생중심·배움중심·성장중심 등의 철학을 바탕으로 수업과 평가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일체된 형태의 과정중심평가를 지향하고 있다. 과정중심평가의 목적은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평가를 만드는 것이다. 앞선 2회차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챗GPT를 ‘교수평기’에 활용할 수 있다. 교사들이 ‘교수평기’에 챗GPT를 활용하려면 교사의 역할과 학생의 역할을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정한 평가를 시행하려면 학생들의 숙제나 보고서 작성에 챗GPT를 활용하게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교사·학생의 입장에서 장단점을 살펴보고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기업 교육뉴스를 전하는 Entrepreneur Media에서는 교실 수업환경에서 교사와 학생별 사용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2. - 교사: 다양한 학습자료 만들기, 평가과제 만들기, 문법 체크 및 작문 도움 받기, 행정 및 채점 등을 자동화하기 등 - 학생: 숙제 작성에 도움받기, 글쓰기에 활용하기, 궁금한 것에 대한 답변 받기, 자료조사에 활용하기 등 각 역할별로 활용하는 범위가 다른데 다음과 같은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고 제시한다. - 장점: 정보에 빠르게 접근 가능, 개인화된 학습지원, 보충자료 획득, 언어 연습에 용이, 빠른 피드백으로 접근성 증가 - 단점: 할루시네이션, 문맥의 이해력 부족, 비판적사고 저해, 기본사고(독창성, 초기 사고) 저해, 편견 가능성 존재, 기술 의존성 증가 이상의 장점과 단점은 교육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수업준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기술 의존성이 높아지면서 스스로의 전문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개인화된 학습에 도움이 되나, 초기의 사고를 주체적으로 하지 않고 무조건 챗GPT에게 물어보는 경향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칸 아카데미에서 적용한 챗GPT 시연 영상에도 나타나는데, 살만 칸은 수학문제를 푸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질문이 ‘정답을 알려줘’로 입력되는 상황을 연출했다3.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교실이 이뤄질 수 있을까? 모든 기술과 도구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챗GPT도 그렇다. 교사와 학생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챗GPT를 활용한다면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고, 자신의 역할을 잊고 종속적으로 사용한다면 각자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와 학생의 역할은 무엇이고, 그 역할을 돕는 도구로 챗GPT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먼저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가르쳐야 하는 지식을 내재화하여 학생들의 특성과 수준에 따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전달하는 방법은 단순한 강의식부터 실습·체험·프로젝트학습 등의 다양한 교수·학습모형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의 지식·기능·태도를 평가하기 위해 평가문제를 개발하고, 평가를 시행한 후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생활지도도 교사의 몫이다. 학생들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어떤 부분이 힘든지 상담은 물론 진로지도까지 해야 한다. 나아가 교사 스스로 전문성 함양을 위해 연수를 받거나 교육공동체에 참여하는 역할도 한다. 이런 역할에서 챗GPT에게 맡길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 찾아보면 ‘사람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을 예측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앞으로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교사상이 그려져 있다4. 교사와 인공지능이 협업하면 수업내용과 지식전달은 물론 학생 개개인의 정서적 측면까지 포함한 보다 폭넓은 의미의 개별화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고 한다. 교사의 업무를 역할별로 분류하여 협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양성과정부터 역할별 전문성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제시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챗GPT가 수업의 보조역할을 하면 교사는 수업을 기획하고, 학생들의 정서적인 측면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리라는 것이다. 현재 교육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교사 1명이 담당해야 할 학생수가 많다는 점이다. 정해진 수업시간 안에 모든 학생을 공평하게 지도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면서 기본적인 것은 챗GPT의 도움을 받고, 교사에게는 심화된 질문을 하는 수업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진정한 맞춤형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교사는 촉진자·협력자·연결자·코칭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교실이 될 수 있다. 제대로 알아야 챗GPT에게 제대로 질문할 수 있다. 학생들도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는데 무분별하게 챗GPT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사고는 스스로 하고 부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만 챗GPT를 사용한다면 사고력 증진에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사고의 주체는 학생 자신이라는 것과 사고의 시작과 끝(결정)은 내가 한다는 주체성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학생의 자기주도성(Student Agency)과도 일맥상통한다. 공부는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해야 하며, 공부한 것이 생각과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이는 스스로의 사고와 실천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 3초면 답을 주는 백과사전이 옆에 있다 할지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블룸이 주장한 것처럼 기억-이해-적용-분석-평가-창작의 피라미드에서 가장 기본은 기억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의 머릿속에 핵심지식이 있어야 챗GPT에게 질문도 할 수 있고, 원하는 답도 얻을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그리스 젊은이들을 일깨울 때 무엇을 아는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서 무지를 깨닫게 했던 것처럼 스스로에게 내재된 지식이 없다면 챗GPT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질문할 수 있다. 챗GPT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제 우리가 답할 때이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생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발견하여 스스로 성장을 도모하도록 촉진하는 인류학자이다. 학생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 공부하고 주어진 숙제만 수행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주도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찾아내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능동적으로 공부하는 학습자이다. 교육은 함께 잘사는(well-being)6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교사와 학생이 행복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챗GPT는 스스로 목적으로 가지고 답하지 않는다. 챗GPT는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우리가 교사와 학생, 교육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챗GPT가 절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교육·교사·학생이 무엇인지 답할 때이다.
“아, 안 맞아 안 맞아. 쟤랑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안 맞아.” 도대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 만큼 치가 떨리는 사이가 ‘성격차이’이다. 개개인의 독특한 행동양식인 성격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르고, 다른 것 같지만 비슷하다. 같은 상황이더라도 각자의 성격에 따라 생각·가치·판단·인식하는 것이 다르다보니 드러나는 태도·말·행동도 천차만별이다. 성격에 대한 궁금증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별자리·혈액형을 묻던 것이 MBTI 성격유형으로 옮겨왔을 뿐이다. 요즘 아이들은 자신의 MBTI 유형과 특징을 잘 알고 있다. “○○아, 너 T지?”라며 이야기의 물꼬를 트면 아이들은 신이 나서 재잘거린다. MBTI를 잘 활용하면 아이들이 왜 저렇게 행동하고, 저 둘은 왜 서로 못 잡아먹어서 난리이며, 나와 사사건건 의견이 엇갈리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저 아이가 저런 행동을 하는 건 ○○○○유형이라서일까?’라는 생각은 학생의 행동·말·표현 때문에 생길 오해를 줄일 수 있다. 오해 대신 이해가 자리 잡고, 그 자리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면 그 학생을 위한 효과적인 지도 방법도 만들어질 것이다. MBTI의 기본개념 MBTI는 E-I, S-T, N-F, J-P의 8가지 기본개념을 조합하여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16가지로 분류한 성격유형검사이다. MBTI 유형에서 가운데를 차지하는 인식기능인 S-T와 판단기능인 N-F의 조합을 ‘심리기능’이라고 하는데, 흔히 말하는 ‘성격차이’의 갈등을 가져오는 주된 요인이다. 양 끝에 놓이는 E-I와 J-P는 유전적 성향이, S-T, N-F는 환경적 성향이 강하다. 특히 S-T는 교육으로 변화가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흔히 외향적(E)-내향적(I), 계획적(J)-무계획적(P)으로 대표되는 양 끝의 조합은 그 사람의 성격으로 쿨 하게 받아들이지만, 심리기능인 S-T와 N-F는 ‘이성’과 ‘감정’이 부딪치는 부분이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 상처받고, 오해하고, 갈등한다.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인식하고 판단하느냐에 따라서 행동양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MBTI 성격유형을 나누는 기준 _ 인식과 판단 사람은 끊임없이 정보를 받아들이고(인식기능),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결론을 내린 후(판단기능), 행동한다. 즉 자신이 받아들인 정보가 의사결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행동을 결정한다. 따라서 인식과 판단유형은 성격유형을 나누는 기준이 된다. ● 인식방법 S와 N _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 감각형(S)은 현실적·구체적·확실한 것, 즉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일정한 틀(규칙·체계화 등) 안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익숙함)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능력을 발휘한다. 대체적으로 적응력이 뛰어나고, 주어진 매뉴얼이 있으면 그대로 따라하는 편이다. ‘창의·도전’보다는 ‘꾸준함·안정’을 추구한다. 반면 직관형(N)은 정보 자체보다는 그 너머의 연관성이나 맥락을 본다. 확실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촉과 감을 믿는다. 직관형 아이들은 새롭고 낯선 방식에 호기심을 보인다. 그래서 매뉴얼대로 따라 하기보다 자기만의 방식을 선호하며, 촘촘하게 짜인 규칙·틀이 답답하고 숨 막힌다. 그래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직관형 아이들이 많다. 직관형 아이들은 ‘안정’보다는 ‘변화·도전·다양함’을 추구한다. 학교를 졸업한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능력을 인정받는 경우가 더 많다. 교실 속 감각형 아이들은 하나를 알려주면 시킨 그대로 한다. 다소 어려운 일이라도 끝까지, 어느 정도 만족할 때까지 꾸준히 한다. 대신 멀티는 안 된다. 하나를 집중해서 끝내는 것을 선호한다. 덕분에 일처리가 철저하고 정확한 ‘야무지고 똘똘한 녀석들’이다. 학급회의 때도 현실적·실용적인 해결방안을 제안하며, 학급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낸다. 하지만 급훈을 정하거나 어떤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는 재주가 없다.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다. 특히 수학 응용문제에 약하다. 소금물 농도를 왜 구하라는 건지, 그걸 구해서 뭘 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그래도 꾸준한 이 아이들은 이해되지 않으면 그냥 외워버린다. 그래서 시험을 보면 곧잘 점수가 나온다. 반면 사실적·논리적·합리적·체계적인 것에는 자신 있다. 꼼꼼하고 세심하게 교과서 구석에 있는 것까지 샅샅이 훑어 내린다. 이들이 혐오하는 것은 비논리·맥락 없음이다. 앞뒤 논리·맥락이 안 맞거나, 대충 얼버무리려고 한다거나, 자꾸 계획·말을 바꾼다거나, 뜬구름 잡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나 비현실적인 제안을 하는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N(직관형) 아이들은 하나를 알려주면 둘을 안다. 재치 있고, 아이디어가 번뜩이며, 창의적이다. 호기심·상상력이 풍부해서 이것저것 아는 것도 많다. 덕분에 어렸을 때 ‘똑똑하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부모님의 기대를 한껏 받는다. 정보 자체보다는 그 너머의 연관성·맥락을 보기 때문에 선생님의 설명을 쉽게 이해한다. 다 아는 것 같으니 공부를 차분하게 꼼꼼히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보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응용문제에는 강하다. 문제집이나 선생님의 방식과는 다르고, 설명을 정확하게 할 수는 없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푼다. 쉬운 문제는 놓치고 어려운 문제는 풀어내는 황당한 아이들이다. 핵심이 아니라 주변에 관심이 있고, 정보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으며, 호기심이 많다 보니 자칫 딴생각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무엇인가 자주 잃어버리고, 숙제도 잘못해가거나 안 해가고, 시간표를 잘 챙기지도 못하고, 실수로 틀리는 문제도 많다. 어렸을 때 ‘천재일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받았던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거치며 ‘허당’, ‘덜렁이’로 추락한다. 감각형 교사에게 직관형 아이는 골칫덩이 같다. 엉뚱한 질문으로 수업분위기를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아이들은 뭐가 재밌는지 호응하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앉아있는 걸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직관형 아이들은 말에 두서가 없고 비약적이다. 자기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상대방도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전개되어야 이해할 수 있는 감각형 교사에게 직관형 아이의 ‘건너뛰기 화법’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종종 ‘앞뒤가 안 맞는 아이’, ‘믿을 수 없는 아이’라며 신뢰하지 않는다. 감각형 교사의 꼼꼼하고 체계적인 수업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만, 직관형 아이는 감각형 교사의 수업이 지루하기만 하다. 의미 없이 베껴 써야 하는 판서와 반복학습, 모둠활동지 작성 등은 그들을 수업에서 멀어지게 한다. 그들의 불성실한 태도와 성의 없는 노트필기·활동기록지 등은 감각형 교사를 화나게 하는데 충분하다. 직관형 교사에게 감각형 아이는 피곤하다. ‘이게 왜 이렇게 되는거에요?’, ‘여기서 왜 이렇게 넘어가죠?’ 등 자꾸 따져 묻는다. 그냥 원리이고, 원래 그런 건데, 뭘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는지 난감하다. 설명을 한다고 해도 못 알아먹고 자꾸 물어보면 무시 받는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나빠진다. 감각형 아이들도 직관형 교사가 맘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은 필기하고 번호를 매겨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직관형 교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아이들도 다 알고 있을 거라 기대하며 수업을 한다. 그래서 판서도 체계적이지 않고, 열정적으로 설명한 후에 ‘다 알겠지?’라고 마무리한다. 감각형 아이들은 ‘나만 이해 못 한거야?’하며 주변을 돌아보며 동지를 찾는다. 그리곤 교과서를 들고 다른 선생님께 찾아간다. ● 의사결정 방식 T와 F _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가치 우리의 삶은 선택(의사결정)의 연속이다. 무엇을 선택·결정하는 기준은 크게 2가지로 나눈다. ‘무엇이 더 옳고 그르냐’와 ‘무엇이 더 좋고 나쁘냐’이다. 사고형(T)의 판단기준은 정의, 즉 옳고 그름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잘못을 했으면 옳지 않다고 말하고, 싫어하는 사람이더라도 의견·일처리방식 등이 합리적이고 옳다면 그를 인정하고 잘 지낸다. 감정형(F)의 판단기준은 가치, 즉 좋고 나쁨이다. 친한 친구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일단 감싸주며, 선의의 거짓말로 힘을 실어준다. 그것이 나와 친구에게 더 좋은 감정을 가져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의견이 다르거나 싫어하는 사람과는 잘 지낼 수 없다. 얼굴에 다 드러난다. 가치관·믿음·신념은 감정에 가까운 개념이라 의견과 감정 분리가 잘 안되기 때문이다. 감각형과 직관형이 서로 ‘왜 저렇게 생각해?’라며 이해를 못하는 단계라면, 사고형과 감정형은 ‘저 사람 왜 저래. 진짜 극혐이다’라며 파멸을 불러올 만큼 상극 유형이다. 특히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며, 감정을 공유하는 감정형은 자신이 무슨 판사라도 된 양 상황의 옳고 그름과 각자의 잘잘못을 따지는 사고형이 서운하다. 교실 속 사고형 아이들은 외롭다. 상대방의 감정을 생각하지 않고 날린 돌직구에 다들 한 번씩 상처를 받아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맞는 말을 했는데 기분 나빠하는 감정형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소·규칙·벌점·모둠활동 등의 공정성에 끊임없이 시비를 따진다. 그들의 비판은 합리적이지만 피곤하다. 그렇다고 사고형 아이들이 매사 합리적이고 옳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같은 잘못을 저지른다. 하지만 타당한 변명·핑계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며 상대방을 설득한다. 만약 설득이 안 되면, 상대방 말의 허점을 찾아 논쟁을 시작한다. 정말 피곤한 아이들이다. 사고형 아이들을 만족스럽게 하는 것은 ‘사랑’보다 ‘인정’이다. 특히 수행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 자신의 노력에 대해 공정한 대가를 받았다고 생각하며 흡족해 한다. 감정형 아이들은 인기가 많다. 친구 의견에 잘 공감하며, 상대방 입장을 잘 이해한다. 소외된 아이들을 잘 챙기고, 누군가 힘들어 하면 잘 도와준다. 감정표현도 잘한다. 친구·선생님께 애정표현도 잘 하고, 각종 이모티콘이 섞인 문자를 쉽게 날린다. 그래서 주변에 늘 친구들이 많고, 교사에게 예쁨을 받는다. 또한 학급행사·모둠활동 등에 우호적이며, 수업시간 교사의 농담에 리액션을 해주는 것도 이들이다. 그런데 좋은 관계를 위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다보니 버거울 때가 많다. 사람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친했던 친구들과 사이가 멀어지게 되면 공황상태를 경험하는 등 충격이 크다. 그렇다고 자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판단기준은 명확하다. 지금의 선택이 ‘사람’을 위한 것 혹은 ‘모두에게 가치로운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교실에서 누군가 약한 아이를 괴롭히면 평소 신뢰하는 교사를 찾아와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한다. 사고형 교사에게 감정형 아이들은 불편하다. 쉬는 시간마다 특별한 일도 없으면서 호들갑 떨고 가는 것이 귀찮기도 하다. 사실 별로 할 이야기도 없다. 게다가 잘못된 점을 아주 조금, 최대한 자제해서 돌려 말했는데도 아이들이 울먹거리고 주눅 들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말을 아예 하지 말라는 건지, 그럼 왜 자꾸 와서 의견을 묻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감정형 아이들은 사고형 교사가 무섭다. 차가운 말투로 혼내는 것을 보면 자신을 싫어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사고형 교사가 아무리 ‘네가 싫은 것이 아니라 너의 잘못을 혼내는 것’이라고 설명해도, 감정형 아이들은 ‘좋아하는데 어떻게 혼을 낼 수 있지’라며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리 사고형 교사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더라도, 사고형 교사의 톡톡 쏘는 말투는 쉽게 접근할 수 없게 한다. 감정형 교사에게 사고형 아이들은 정이 가지 않는다. 그들의 생각·마음·주장은 충분히 알겠는데, 그냥 싫다. 따박따박 논리적으로 따지고 드는 것이 교사를 이겨먹으려고 하는 것 같아 괘씸하다. 아무리 옳은 말이더라도 그 말을 따르고 싶지 않다. 아무리 잘해줘도 졸업 후에 연락도 없다. 그 무심함이 섭섭하다. 사고형 아이들에게 감정형 교사는 불공정해 보인다. 반티를 정하거나 모둠활동·수행평가 등의 원칙을 한 번 정했으면 바꾸지 말아야지, 아이들이 떼를 부리며 조른다고 회의 결과를 번복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감정형 교사의 따뜻한 말투와 친절한 태도는 고맙지만 부담스럽기도 하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에게 왜 잘해주는지 잘해주는 것이 어떤 의도가 있는 것인지 잘 몰라 거리를 둔다. 감정형-사고형 학생의 흔한 불만에 대처하는 효과적 반응 다음은 감정형-사고형 학생의 흔한 불만이다. 이러한 불만에 교사가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팁을 살펴보자.
들어가며 필자의 전공은 교육행정학이다. 유럽교수 중에는 전공이 뭐냐고 물었을 때 교육학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던데 우리나라는 미국적 교육학 전통을 받아들여 기초학문을 바탕으로 교육학이 더해지는 방식으로 전공이 나뉘게 된 것 같다. 신임 교수 때에는 교육행정학 관련 학회만이 아니라 교육철학회·교육사회학회·교육과정학회·교육심리학회에도 기웃거리며 참가하다가 소속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고 움츠러들게 되었다. 그동안 교육행정학자로서 국가차원의 교육행정과 정책부터 시작하여 학교와 학급경영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살아왔다. 그 과정에 점차 교육이 실제로 행해지고 있는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의 만남,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되었다. 내 관심을 글로 써서 세상과 나누다 보니 최고의 교수법이라는 책이 되었다. 교육행정학 관련 연구를 수행하면서도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에서 탈학습(unlearning)이라는 개념을 만나 찾아보니 우리 교육학계에서는 아직 널리 소개되지는 않은 것 같아 생각을 짧게 정리했다. 지구촌을 뒤흔들었던 코로나19 관련한 가짜뉴스, 우리 교육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정치교육,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갈등 등의 주제를 다루다 보니 교원들이 탈학습이라는 개념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글은 교육과정 전공자가 아니라 교육학자의 관점에서 쓴 글임을 감안하며 읽어주기 바란다. 탈학습의 개념과 필요성 피아노·바이올린 레슨 수강생 중에서 강사가 가르치기 힘들어하는 대상은 자기 나름의 연주법이 몸에 배어 바꾸기 힘든 사람이다. 스포츠 강사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초보는 가르치는 것을 금방 따라하는 데 자기 나름의 자세가 굳은 사람들은 이를 바꾸어주기 힘들다고 한다. 잘못된 자세가 몸에 익은 사람에게는 몸이 그것을 잊도록 돕는 데 추가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잊는 데 이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 있다. 성·인종·정치·종교적 편향성은 일단 학습되고 나면 이를 깨기가 무척 어렵다. 학습이 새로운 것을 배우는 활동이라면 탈학습(unlearning)은 이처럼 기존에 배웠던 것을 잊는 활동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학교가 더 고민해야 할 것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교실에 들어오기 전까지 잘못 배운 것들을 어떻게 잊게(unlearn) 하고 제대로 된 지식과 관점을 갖도록 할 것인가이다.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많은 것을 학습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 정보의 참과 거짓을 구분해낼 수 있는 정보의 신뢰성 평가력은 OECD 국가 중에서 꼴찌로 나타났다(구본권, 2021). 이는 잘못된 정보를 참 정보로 알고 학습한 채 교실에 앉아 있을 가능성이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교육자들은 탈학습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이를 수업활동에 적용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탈학습은 ‘새로운 그리고 때로는 더 좋은 방식을 학습하기 위해 기존의 방식을 잊기 위해 노력하는 것’(Cambridge Dictionary)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탈학습의 대상이 ‘무엇을 행하는 방식’에 한정되어 있지만 교육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에 더해 사고방식, 즉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나아가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한 방식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탈학습 개념은 인지심리학자인 포스트만(Postman, 1965)이 학술적 논의에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태윤, 2013). 국내 경영학계와 행정학계에서는 낡은 것을 버린다는 의미에서 탈학습 대신 ‘폐기학습’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정영철, 2004; 김태윤, 2013). 김태윤(2013)은 ‘폐기학습이란 잘못되거나 낡고 불필요한 기존 지식을 버리고 새로운 지식 습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학습방법이다’고 정의함으로써 지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분야 쪽에서는 박화엽(2002) 교수가 속독훈련 기법의 효용성을 검증하기 위한 이론적 배경의 하나로 사용하면서 잠시 소개되었으나. 그 이후에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2019년에는 신한대 신종우 교수가 ‘탈학습의 시대’라는 1분 30초짜리 짧은 공개강의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벗어나기 위한 탈학습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최근에 번역 소개된 탈학습, 한나 아렌트의 사유방식(Knott, 2013)은 탈학습에 대해 깊은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탈학습이라는 용어 대신 뜻이 더 쉽게 와 닿는 ‘비움학습’ 혹은 ‘버리기 학습’ 등을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미 교육계에서 탈학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간편하여 사용하기 쉬운 새로운 용어로서의 특성도 갖추고 있어서 그대로 사용하겠다. 영국의 경험론을 창시한 존 로크는 인간의 마음을 빈 서판(Tabula rasa) 혹은 백지라는 비유로 설명했다. 기존의 대부분 교수·학습모형은 학생들의 마음이 하얀 백지상태에 있다고 가정하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 하면 그 백지에 필요한 것을 잘 채우도록 도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런데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의 아이들은 유튜브 등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백지가 아니라 이미 많은 것을 채운 상태로 학교에 들어오게 된다. 채워진 것 중에 잘못된 지식, 그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잘못된 고정관념들도 많아 학습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가령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이 폭넓은 관점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연결시켜 서로의 신념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수천의 페이스북 친구를 가진 사람의 경우 페이스북은 많은 글 중에서 그가 ‘좋아요’를 자주 눌렀거나 자신의 글에 ‘좋아요’를 자주 눌러준 사람들의 글을 먼저 보여준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인간은 뇌의 특성상 비슷한 사람끼리 붙여놓아야 즐거운 마음으로 오래 대화를 나누게 된다. 유튜브도 어떤 동영상을 시청하면 유사한 내용과 성향을 가진 동영상을 지속적으로 추천해주어 그 관점을 더욱 강화시킨다. 가령 유튜브에서 고양이를 검색하여 시청하면 유튜브는 계속해서 고양이 관련 동영상을 추천해준다. 특정 주제를 검색하면 관련 주제의 동영상을 심지어 자동으로 연결시켜 계속 그 관점을 강화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소셜 미디어가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서도 그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사이트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광고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소셜 미디어는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은 쉽게 관계를 차단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자신의 생각을 자주 비판하는 사람, 정치적·종교적·경제적 견해가 크게 달라 올린 글이 자기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과는 친구 끊기를 하고, 아예 관계를 차단하는 사람도 많다. 이로 인해 비슷한 생각과 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더 자주 접촉하게 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넓어지거나 서로 다름을 관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편견이 강하고 편협하며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는 대화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된다. 이러다 보니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소셜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대학 강의실에서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학습이 아니라 탈학습이라는 주장(Farokhmanesh, 2019)은 이러한 시대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교수들은 백지를 채우기 위한 교수활동만이 아니라 인터넷 등을 통해 습득한 가짜뉴스나 유해한 정보를 학생들의 머리에서 지우도록 돕는 탈학습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탈학습 지원을 위한 교수법 예시 탈학습은 학습과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라 학습의 의미를 새로운 관점에서 깨닫도록 돕는 개념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기존의 교수법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새로운 것을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출발점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는 파악했지만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도록 해야 할 때가 있음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탈학습은 새로운 관점을 배워야 할 경우, 혹은 잘못된 관점을 바로잡아야 할 경우에 학습 출발점이 기존 지식과 믿음에 대한 회의 단계로부터 출발해야 함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나아가 그러한 배움이 일어나도록 돕는 교수활동의 의미 또한 새롭게 돌아보게 하는 개념이다. 학습활동은 개인이 자신의 뇌를 활용하는 사유활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학습결과는 뇌세포 시냅시스(synapsis) 재결합 및 생성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교육자의 역할은 학습자가 자신의 뇌를 능동적으로 사용하여 사고활동 및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 하나의 방법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지식·가치관·행동방식 등을 회의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깨달을 때, 올바른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깨달을 때 인간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학생들이 기존 지식에 대한 끝없는 회의를 바탕으로 참 배움을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하나의 방법이 바로 탈학습 지원 활동이다. ● 1단계 _ 인간 뇌의 특성 공유 탈학습 지원 교수법의 첫 단계는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지식이나 관점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인간이 왜 편견에 사로잡히기 쉬운 존재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우리 인간은 뇌의 불완전성과 자기중심성으로 인해 확증편향성을 드러낸다. 하버드대 심리학자인 데이비드 퍼킨스(David Perkins)에 따르면 우리는 자신의 입장에 맞는 그럴싸한 증거를 찾아내면 생각을 멈추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Haidt, 2006: 125). 자신이 선호하는 신념이나 행동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를 찾아낸 후 자신은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존재라는 환상을 갖게 된다. 나아가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비합리적인 존재라고까지 생각하게 된다. 다양한 자료가 있더라도 그 자료를 활용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고 강화하려는 이러한 특성을 확증편향성이라고 한다. 이를 포함한 인간이라는 HI(Human igence)를 움직이는 알고리즘(본성 특성)에 대해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 2단계 _ 편견 사례 공유 다음으로는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편견 사례 즉, 역사 속의 사례, 다른 나라의 사례, 그리고 쉽게 깨달을 수 있는 우리의 사례 등을 들어 인간이 가진 편견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양에서는 유럽 중세의 마녀사냥, 미국의 흑인에 대한 편견,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백인종과 유색인종에 대한 편견 등을 그 예로 사용한다. 우리 학생들에게는 2020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코로나19와 관련된 중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 백신에 대한 갈등사례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교육에서는 지역에 따라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신은 어떤 선호도를 가지고 있는지 등등을 돌아보며 편견과 차별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할 수도 있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역에 대한 편견, 외국인에 대한 편견 등도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3단계 _ 탈학습 활동 우리들이 편견을 가진 존재가 되기 쉬움을 깨달은 기회를 가진 다음에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조금은 민감한 주제를 택해 탈학습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 일상의 삶이나 교실 안의 삶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소재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활동을 위해서는 먼저 논의 주제에 대해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신념을 드러내도록 도와야 한다. 이 활동은 친구들이 서로 다른 다양한 관점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하기 위함임을 먼저 밝힐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각자가 그러한 관점을 갖게 된 근거, 타인의 관점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을 토론할 기회를 제공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세상에는 다양한 관점이 존재함을 알리고, 정보 생성 과정, 서로 다른 관점의 정보를 찾아보아야 하는 이유, 다양한 관점의 정보 찾는 법, 정보 해석 방법 등을 다양한 교과목 내에서 가르침으로써 학생들이 보다 유연하고 열린 사고를 하도록 유도한다면 편견에서 조금은 더 자유롭게 될 것이다. 탈학습지원 교수법 활용 시 유의점 ● 교사의 자각 학생들의 탈학습 활동을 돕는 과정에서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는 교사의 자각이다. 학생만이 아니라 교사도 인터넷을 비롯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한 가짜정보나 뉴스를 바탕으로 특정 정치적·종교적·이념적 편향이나 각종 편견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교사와 학교가 특정 종교교육을 금지하는 지침을 마련하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교사와 학교가 특정 편향에 근거한 교육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교사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하나의 현상에 대해 서로 다른 다양한 시각이 존재함을 깨닫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혹시라도 교사나 학교 경영자가 자신의 특정한 이념이나 시각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자 한다면 교육은 고정관념과 기존의 관점에서 자유롭게 하는 탈학습 지원 활동이 아니라 세뇌 활동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그 사회구성원들은 기득권층의 이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교조주의 사회의 신민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이에 크게 반발하는 또 다른 극단으로 가게 되어 양극단만 존재하는 사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 ● 교사의 자기보호 파로크메네쉬(Farokhmanesh, 2019)는 ‘게이머게이트 (Gamergate conroversy)’에서 나타난 극단적인 갈등이 대학 강의실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며, 교사(교수)들이 어떻게 자신을 보호해야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게이머게이트’는 남성들이 한 여성 게임 개발자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림으로써 시작되었는데 나중에는 페미니스트들로부터 남성 게이머들 전체가 성차별과 여성혐오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방향으로 비화되면서 양쪽이 사이버상이 아니라 실제 세계의 범죄로까지 번진 사태이다. 파로크메네쉬는 대학 강의 중에 학생들이 비디오 게임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의미와 힘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가르치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많은 학생이 그의 강연을 녹화했고, 이를 제지해도 듣지 않았다. 조교를 통해 확인해보니 수강생이 아닌 학생들까지 다수가 강의실에 들어와 그러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는 강의 중에 조그마한 말실수라도 할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잘 알기에 교수들은 극히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는 “교수들은 자신이 제대로 교육시키고자 하는 학생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가짜정보를 통해 인터넷 게임과 남성 게이머에 대한 강한 편견과 분노의 감정마저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사태를 바라보게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하기까지 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편향적인 가짜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관점을 확립하고 강화해가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민감한 주제인 젠더·성문화·정치이슈 등을 다루는 것이 교수들에게 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뉴욕타임즈 표현대로 ‘후기 진짜뉴스 전쟁(post-truth information war)’이 벌어지고 있다. 탈학습 교수법을 시도할 때 신중하지 않으면 이 전쟁의 전사자가 될 수도 있다. 나오며 탈학습은 기존의 지식이나 습관을 버리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고쳐서 정확하거나 더 나은 것을 배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지식을 제공받는다고 해서 과거의 지식이 저절로 새것으로 대체되지는 않는다. 탈학습은 학습할 때보다 학습자의 주체적 노력이 더욱 필요한 활동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또한 더 발전된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낡은 지식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적극적인 탈학습 자세가 요구된다. 의식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전제로 하는 ‘탈학습’ 개념은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학습 개념과 더불어 우리 교육계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교사] 인정 욕구 버리기 (모로토미 요시히코 지음, 최화연 번역,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248쪽, 1만6,800원) 인정 욕구는 말 그대로 인정받고 싶은 심리적 욕구다. 대다수 사람이 이런 인정 욕구를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마음이 너무 커지고 변질되면 문제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삶을 제약받거나, 인정받지 못한 나는 가치가 없다는 식의 논리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인정 욕구로부터 삶의 주도권을 찾아올 방법을 소개한다. 하버드의 달력은 열흘 빠르다 (하지은 지음, 센시오 펴냄, 288쪽, 1만 7,000원) 아무리 일이 많아도 전혀 쫓기지 않고 좋은 결과를 내는 사람들. 저자는 이들의 비법이 ‘열흘 먼저 해치우기’에 있다며, 사이클만 한 번 만들어놓으면 다른 차원의 삶이 열린다고 말한다. 일정에 따른 압박 강도가 현저히 낮고, 예상치 못한 일이 터져도 여유 시간이 충분해서다. 점검 시간도 충분하고, 자연스럽게 개인 시간도 확연히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함규진 지음, 260쪽, 2만8,000원) 오랜 풍파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여러 도시의 숨은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풀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워싱턴DC를 빼닮은 평양, 일본인들과 미군이 남기고 간 물건으로 시작해 세계 최대 규모 수산시장으로 자리 잡은 부산 자갈치시장, 독일풍의 도시 함흥 등 전국 8도 30개 도시에 남은 역사의 자취를 읽을 수 있다. 새로운 사회 수업의 발견 (이종원 지음, 창비교육 펴냄, 220쪽, 1만8,000원) 사회 수업에 학생 참여형 탐구활동을 접목하려는 시도를 담았다. 사진 분석, 그림, 모형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더하고, 다양한 질문과 야외 조사를 통해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 나가는 방식이다. 저자는 실증적으로 연구한 수업방법을 ‘교실수업에서의 탐구’, ‘야외 조사활동으로서의 탐구’, ‘탐구 기반의 글쓰기’로 나누어 제시한다. [청소년] 인디고 바칼로레아❶ (인디고 서원 지음, 궁리 펴냄, 200쪽, 1만5,000원)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적이다. 문학, 역사·사회, 철학, 예술, 교육, 생태·환경 등 6개 분야의 이슈를 나누어 담았다. ‘문학이 세계를 구할 수 있을까?’, ‘교육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인간의 생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등 거시적이지만 우리 삶과 떼어놓기 어려운 이슈에 대한 생각과 토론을 유도한다. 나의 첫 AI 수학 (오세준 지음, 맘에드림 펴냄, 302쪽, 1만7,000원) 인공지능이 일상화된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책. 인공지능에 많이 쓰이는 확률 이론과 최적화 이론 등 수학 개념을 중심으로 원리를 파악할 수 있게 안내한다. 인공지능의 역사와 ‘지능’의 개념, 머신러닝·딥러닝·신경망 등 관련 용어의 의미와 원리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어린이] 홍 탐정님 장래희망 좀 찾아주세요! (채화영 글, 홍그림 그림, 팜파스 펴냄, 138쪽, 1만3,000원) ‘장래희망 뽐내기 대회’를 앞두고 고민에 빠진 우빈과 세율은 무엇이든 해결해준다는 ‘홍 탐정 사무소’를 찾아간다. 거기서 만난 홍 탐정의 정체는 우빈의 삼촌. 멋진 직장을 다니던 삼촌은 왜 허름한 탐정 사무소를 차린 것일까? 그리고 얼결에 홍 탐정의 조수가 된 우빈과 세율은 과연 장래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이토록 불편한 쇼핑 (오승현 지음, 순미 그림, 그레이트북스 펴냄, 108쪽, 1만5,000원) 무시무시한 환경문제에 직면한 2053년의 세계 각국은 ‘쇼핑 금지법’을 만든다. 물건을 살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단 하루. 정당한 이유 없이 같은 물건을 또 사면 쇼핑세도 물어야 한다. 도대체 사람들이 쇼핑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법이 생겼는지 궁금해질 무렵, 작가는 이야기의 시점을 현재로 되돌려 우리의 모습을 낱낱이 조명한다.
여느 여름보다 뜨겁게 느껴졌던 2023년의 8월은 수백억 원이 투입된 밀수(감독 류승완), 더 문(감독 김용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 등 BIG 4 영화들이 책임졌다. 이제 선선한 가을을 감동으로 여는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린다. 일장기를 달고 금메달을 땄던 손기정 옹의 이야기가 영화 보스톤 1947(감독 강제규)으로 탄생했다. 세계 3대 콩쿠르에 나선 결선 진출자들의 뜨거운 경쟁을 다룬 뮤직 샤펠(감독 도미니크 데루데르)부터 감성 가득한 프렌치 시네마 어느 멋진 아침(감독 미아 한센-러브), 광활한 알프스의 대자연에서 피어난 두 소년의 우정을 다룬 여덟 개의 산(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까지. 폭염 이후 선선해지는 가을의 정취 속 관객의 마음을 감동으로 수놓을 영화 네 편을 소개한다. 다시 심장이 뛴다! 스크린에 피어오르는 그날의 감동 한국인에게 가장 슬펐던 올림픽은 언제였을까?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이었다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한국인 최초로 마라톤 우승이라는 놀라운 쾌거를 이뤘지만, 일제강점기 상황에서 일본인 국적으로 출전해야 했던 고 손기정 선수는, 우승의 기쁨보다 태극기를 달고 출전하지 못한 슬픔을 금메달리스트에게만 주는 올리브나무로 가슴에 박힌 일장기를 가렸다. 비극의 영웅 손기정 선수에 대한 영화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저 놀랍다. 하지만 태극기 휘날리며(2004)로 천만 감독에 등극한 강제규 감독은 손기정 선수 이후에도 명맥을 이어간 한국 마라톤 역사를 스크린으로 그려냈다. 영화 1947 보스톤은 광복 이후 다시 뛰고 싶은 국가대표 마라토너들이 첫 국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염원과 레이스를 담은 이야기. 1947 보스톤의 배경이 되는 보스톤 마라톤 대회는 1897년 처음 열린 이후 매년 4월 셋째 주 월요일에 개최되는 세계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이다. 영화 1947 보스톤에서는 광복 이후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딛고 이 대회에 대한민국 최초로 참가한 선수들의 여정과 일화가 펼쳐진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와 동메달리스트 남승용 선수가 마라톤 지도자로 분해 후배 서윤복 선수를 1947년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출전시키는 이야기가 주 내용. 지난여름을 뜨겁게 달군 BIG 4 중 하나인 비공식작전의 하정우가 고 손기정 선수 역으로 분했고, 이제는 가수 본업보다 연기자가 더 어울리는 배우 임시완이 보스톤 마라톤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서윤복 선수 역을 맡아 해방 이후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의미 있는 아니 놀라운 성과를 이뤄내는 내용을 감동적으로 담았다. 여기에 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ENA)에서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박은빈 배우가 특별출연으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후반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인 영화 1947 보스톤은 올해 추석 개봉 예정이다. 콩쿠르 결선 진출자 12명의 숨 막히는 경쟁과 가슴 벅찬 전율 뮤직 샤펠(감독 도미니크 데루데르)는 지난달 제1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뮤직 샤펠은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불리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특별한 경선 방식을 소재로 한 클래식 심리 스릴러다. 치열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진출자는 총 12명. 결선 진출자로 선정된 12명의 연주자는 일주일간 ‘뮤직 샤펠’이라 불리는 외딴 성에 격리된 채 주최 측이 지정한 곡과 자신이 선택한 곡만을 연습하는 것이 특이한 룰이다. 방문·전화·편지 등 외부인과의 접촉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TV·라디오·컴퓨터·스마트폰의 사용도 당연히 금지. 이들은 일주일 동안 세상과 완벽히 단절된 상태에 놓인다. 그러니까 ‘뮤직 샤펠’에서는 연주자 자신과 음악만이 존재한다. 다른 점은 자신과 같은 수준의, 아니면 더 나은 수준의 천재적 재능을 가진 세계 각국의 경쟁자 11명이 함께 있다는 것뿐. 어릴 때부터 피아노 영재로 불렸던 제니퍼(타커 니콜라이) 역시 12명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이 폐쇄적인 공간과 경쟁 상황에 갇힌다. 처음에는 순조로웠던 연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의 트라우마까지 되살아나게 할 만큼 커다란 압박과 불안으로 다가온다. 전 세계 예비 음악인이 선망하는 꿈의 공간이자, 냉혹한 경쟁의 장을 배경으로 한 뮤직 샤펠은 예술가의 고뇌, 음악에 대한 열정, 최고를 향한 갈망이 휘몰아치는 서스펜스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하나 더. 뮤직 샤펠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완성도 높은 피아노 연주 장면으로 음악적 충족감을 가득 채워준다. 귀에 익은 여러 클래식 명곡 중에도 제니퍼가 선택한 결선 자유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웅장한 선율은 그야말로 영화의 백미.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펼쳐지는 결선 무대 장면은 보는 이에게 가슴 벅찬 전율과 황홀경을 선사한다. 제니퍼 역으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나는 배우 타커 니콜라이는 실제 피아니스트를 방불케 하는 리얼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무아(無我)의 세계에 빠져드는 듯한 뛰어난 표현력과 날카로운 내면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올해 첫 감성 프렌치 시네마 가을 감성을 자극하는 2023년 첫 프렌치 시네마는 바로 어느 멋진 아침(감독 미아 한센-러브)이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였고, 최우수유럽영화상을 수상한 이 영화는 끝없이 이어지는 삶에 관한 진지한 질문을 주인공들의 무겁지 않은 일상으로 드러낸다. 산드라(레아 세이두)는 5년 전 남편을 잃고, 홀로 여덟 살 딸 린(카밀 르방 마르탱)을 키우는 싱글맘이자 직장인이다. 혼자 일하며 육아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그녀는 퇴행성 인지장애를 앓는 아버지(파스칼 그레고리)마저 돌봐야 한다. 일·육아·간병이라는 쳇바퀴 일상을 보내던 산드라에게 어느 날 문득 사랑이 찾아온다. 죽은 남편의 오랜 친구였던 클레망(멜빌 푸포)이 마음속으로 들어온 것. 이쯤 되면 불운으로 가득했던 주인공이 새로운 사랑으로 행복해진다는 뻔한 스토리를 예상할 법도 하지만, 프랑스 영화에서 그런 할리우드 스타일의 스토리텔링을 기대해서는 안 될 이야기다. 클레망은 유부남이다. 산드라와의 만남을 즐기면서도 혹시나 부인에게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캐릭터. 게다가 부친의 병세는 점점 심각해지고, 산드라의 벌이로는 좋은 요양원은 엄두도 못 내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겹친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서 삶은 계속되고 때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한다. 하지만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찬란하게 찾아온다. 그것이 감독이 말하는 어느 멋진 아침이 아닐까. 이 영화는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담겨 있어 관객에게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봉쇄되었을 때, 10여 년 벤슨증후군을 앓던 감독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한창 어느 멋진 아침 시나리오를 쓰던 그는, 더 이상 부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긴박감을 느꼈고, 글을 쓰는 것이 그의 존재에 대한 흔적을 남기는 일이라 여겼다. 이는 극중 산드라의 대사 “아버지의 몸뚱이는 요양원에 있지만, 영혼은 그의 서재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책을 보는 것이 더욱 아버지를 만나는 일인 것 같다”라는 대사로 표현되었다. 미아 한센-러브 감독은 어느 멋진 아침으로 가족, 특히 부모에 대한 두 편의 영화를 완성했다. 전작 다가오는 것들(2016)에서 어머니의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 어느 멋진 아침에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결국 자신의 영화 모두가 가족과 관련되어 있다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산드라 역을 맡은 명실상부한 현재 프랑스 최고의 여배우 레아 세이두의 새로운 얼굴과 연기 변신을 확인할 수 있다. 9월 6일 개봉. 알프스 대자연, 가장 높은 곳에서 피어난 두 소년의 우정! 여덟 개의 산(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은 프랑스 3대 문학상인 ‘메디치상’ 수상에 빛나는 이탈리아 작가 파올로 코녜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탈리아 알프스 ‘아오소타’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친구 ‘피에트로’와 ‘브루노’의 눈부신 우정과 재회를 담은 드라마이다. 연출·각본·연기의 뛰어난 3박자에 힘입어 여덟 개의 산은 제7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도시 아이 피에트로는 여름을 맞이해 알프스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산에 남은 유일한 아이 브루노를 만난다. 초록빛이 우거진 풀밭과 눈부신 호수 등 알프스 곳곳의 자연을 함께 누비는 그들의 모습은 유년 시절의 아름다운 우정 그대로를 보여준다. 피에트로의 아버지 ‘지오바니’와 함께 설산을 등반하는 어린 피에트로와 브루노의 모습은 황홀한 대자연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 이후 둘은 헤어진다. 어른이 되어 알프스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과 새로운 주변인들의 등장은 그들의 상황이 어린 시절과 같지 않음을 암시한다. 하지만 다시 만난 두 친구 뒤로 펼쳐진 광활한 산과 푸른 하늘의 모습은 그들이 어쩌다 산 위에 집을 짓게 되었는지, 또 ‘내가 뿌리내릴 곳은 우정이었다’라는 대사에서 소년에서 청년이 되기까지 산 위에서 단 하나의 우정을 나눈 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산들의 풍광 속에서 가슴 먹먹하게 다가온다. 마틴 에덴으로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루카 마리넬리, 내 피부 위로로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파시네티상 최고 연기상을 수상한 알렉산드로 보르기 등 세계 영화제가 사랑한 연기파 배우들이 두 친구를 맡아 감동을 선사한다. 여기에 스웨덴의 실력파 싱어송라이터 다니엘 노르그렌이 음악으로 참여해 자칫 영상미로 그칠 뻔했던 영화에 노스탤지어가 가득한 사운드를 입혔다. 실제 산속의 집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음악활동을 하는 다니엘의 음악에 대해 감독은 “순수하고 마음을 울린다”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별자리를 밤하늘의 지도, 혹은 하늘의 이야기책이라 부른다. 까마득한 옛날부터 인류는 별의 위치를 측정해서 어두운 밤바다를 항해하고, 별자리를 지도 삼아 길을 찾았으며, 별들을 어떤 동물이나 인간의 형태로 상상해 무리를 지어 나누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는 전 세계에 걸쳐 별자리에 얽힌 매혹적인 이야기의 유산을 갖게 되었다. 지난 7월 호에 이어, 헤라클레스자리·뱀주인자리·궁수자리·왕관자리 등 여름철 별자리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 헤라클레스자리 _ 괴력을 지닌 영웅 헤라클레스의 12과업 헤라클레스자리는 여름철 북쪽 하늘에서 거문고자리와 왕관자리 사이에서 거꾸로 있는 건장한 남자의 모습으로 보인다. 여섯 개의 별이 약간 찌그러진 H자 모양을 하고 있는데, 헤라클레스가 몽둥이로 물뱀 히드라를 힘차게 내려치는 모습이다. 히드라는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한 뒤 별자리에 올라 뱀자리가 된다. 고대 수메르인들은 헤라클레스자리를 무릎 꿇은 남자의 형상으로 보고 ‘무릎 꿇고 몽둥이를 든 자’라고 불렀는데, 알파별 라스 알게티(Ras Algethi)는 아랍어로 ‘무릎 꿇은 사람의 머리’라는 뜻이다. 겨울 별자리의 영웅 오리온이 밝은 일등성을 갖고 있어 화려한 자태를 자랑하는 반면, 헤라클레스는 한 개의 일등성도 없는 어두컴컴한 별자리다. 그러나 헤라클레스자리에는 밝고 아름다운 볼거리가 있는데, 일명 헤라클레스 대성단이라고 불리는 구상성단 M13이다. 18세기에 발견된 M13은 지구에서 25,100광년 떨어져 있다. 약 30만 개의 별들로 이루어진 이 성단은 북반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구상성단이며, 지름이 75광년 정도이고, 총질량이 태양의 65만 배에 달하는 크고 작은 별들이 공 모양으로 뭉쳐있다. 겉보기 등급이 5.8등급이어서 맑은 날이면 맨눈으로도 볼 수 있으며, 망원경으로는 밤하늘의 보석가루가 뿌려진 것같이 아름답게 보인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영웅인 헤라클레스는 힘센 남성의 아이콘이자 모든 남성의 로망이다. 알렉산더같이 스스로 전설이 된 역사의 인물들은 모두 헤라클레스를 선망했다. 헤라클레스는 고대부터 미술·문학 등 예술의 단골 소재였고, 현대의 대중문화에서도 높은 상품적 가치를 지닌 인물이다. 아마도 슈퍼맨·배트맨·스파이더맨·캡틴 아메리카 같은 수많은 현대 대중문화의 슈퍼히어로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의 괴력과 수많은 모험·고난을 극복하고 이룬 인간적 승리를 보여준 헤라클레스의 ‘12과업’은 너무나 유명하다. 12과업 이야기는 어떤 칼이나 창으로도 뚫을 수 없는 가죽의 네메아 사자를 물리치기, 괴물뱀 히드라 죽이기, 케리네이아의 황금뿔 암사슴과 에리만토스의 멧돼지 생포하기, 아우게이아스 왕의 마구간 청소하기, 스팀팔로스의 청동 괴물새 퇴치하기, 크레타의 황소 잡기, 디오메데스 왕의 식인 암말 데려오기,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의 허리띠 빼앗아 오기, 게리온의 소 훔치기, 헤스페리데스의 황금사과 따오기, 지옥의 개 케르베로스 생포하기 등 매혹적인 상상으로 가득하다. 그중 하나가 음습한 늪지대 레르네에 사는 독뱀 히드라를 퇴치하는 것이었다. 히드라는 머리가 아홉 개 달린 괴물로, 대가리를 하나 자르면 금방 그 자리에 두 개가 새로 생겨 아무도 죽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매우 강력한 독을 갖고 있어 히드라의 독이 닿거나 그것이 내뿜는 숨을 살짝 들이마시기만 해도 생명을 잃었다. 헤라클레스는 자신이 히드라의 대가리를 자를 때마다 조카 이올라오스에게 불로 지져서 새로운 머리가 못 나오도록 하는 꾀를 써서 마침내 괴물을 죽여 버린다. 헤라클레스자리는 한 손에 몽둥이를 치켜들고 물뱀의 목을 내리치는 헤라클레스의 형상을 상징하고 있다. 뱀주인자리 _ 뱀을 쥐고 있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헤라클레스자리의 남쪽, 전갈자리의 북쪽에는 뱀주인자리가 있다. 여름철 남쪽 하늘에서 관찰되는 뱀주인자리(Ophiuchus)는 2세기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에 의해 기록된 바 있는 오래된 별자리다. 오피우크스는 라틴어로 ‘뱀을 든 자’를 의미한다. 인류 문화사에서 뱀은 오랫동안 종종 의사·의학·치료와 관련지어져 왔다. 로마인들은 이 별자리를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와 연관시켰다. 뱀주인자리는 뱀을 쥐고 있는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의 모습이다. 아폴로는 코로니스라는 여인을 사랑했는데, 그녀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까마귀의 말을 듣고 격분해 화살로 쏘아 죽였다. 코로니스는 숨을 거두기 전에 아폴로에게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밝혔다. 뒤늦게 자신의 성급한 행위를 후회한 아폴로는 그녀를 살리지 못했지만, 아기는 황급히 그녀의 자궁에서 꺼내 구할 수 있었다. 그 아이가 바로 아스클레피오스였다. 아폴론은 현자 켄타우로스 케이론에게 아들을 양육하게 했다. 케이론에게 의술을 배운 아스클레피오스는 죽은 사람까지 살려내는 신통한 의사가 되었다. 특히 아스클레피오스는 우연히 뱀 한 마리가 다른 뱀을 신비한 약초로 치료하는 것을 보고 불사의 비결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아스클레피오스가 자꾸 사자를 살려내어 저승에 죽은 자가 더 이상 오지 않자, 저승의 신 하데스가 제우스에게 찾아가 하소연했다. 하데스의 말을 들은 제우스는 벼락을 던져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여 버린 후, 그에게 하늘의 별자리를 내주고 그 업적을 기렸다.뱀 한 마리가 똬리를 틀면서 지팡이를 기어오르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는 의학의 상징이 된다. 궁수자리 _ 반인반마 켄타우로스 케이론의 별자리 궁수자리는 전갈자리의 동쪽, 염소자리의 서쪽에 있는 별자리다. 고대 그리스인은 이 별자리를 활을 당기는 켄타우로스(Centaurus)의 모습, 즉 현인 켄타우로스 케이론으로 생각했다. 사실 그 생김새가 반인반마 켄타우로스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별자리의 형태가 물이 끓는 주전자에서 김이 내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고 하여 ‘주전자별’, 혹은 ‘우유 국자(Milk Dipper)’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궁수자리, 또는 사수자리라고 한다. 지구에서 볼 때 우리 은하의 중심 방향에 궁수자리가 있다. 우리 은하계 중심부에는 막대한 양의 가스와 에너지가 분출되고 있고 거대한 블랙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궁수자리 전체를 보기가 힘들고 윗부분만 비교적 잘 보인다. 이 부분은 주전자 형태의 손잡이와 뚜껑을 이루는 별들인데, 그 전체적인 모양이 북두칠성과 매우 비슷하다. 동아시아에서는 중앙의 여섯 개의 밝은 별이 국자 모양이어서 북두칠성과 비슷하다 하여 남두육성이라고 부른다. 중국 점성술에서는 북두칠성을 죽음을 결정하는 별, 남두육성은 탄생을 결정하는 별로 보고, 사람이 태어나면 북두 신선과 남두 신선이 서로 상의해서 그 사람의 수명을 정한다고 한다. 케이론은 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가 아름다운 바다 요정 필리라를 강탈해 낳은 자식이다. 필리라는 대양의 신 오케아노스와 양육의 여신 테티스 사이에 태어난 총 3,000명의 딸, 오케아니데스 중 한 명이다. 케이론이 반인반마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은 어머니 필리라가 암말로 변신하여 크로노스의 겁탈을 피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혹은 크로노스가 아내 레아에게 발각되지 않으려고 종마로 변신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원래 원치 않았던 데다 모습마저 괴물 같은 아기를 낳고 심한 혐오감을 느낀 필리라는 그를 산에 버리고 신들에게 간청해 자신은 보리수나무로 변신해 버렸다. 한편 케이론을 가엾게 여긴 태양신 아폴로가 그를 데려다 키우며, 케이론이 동물의 본성을 억누르고 고귀하게 살아갈 수 있는 품성을 길러주었다. 이 때문에 케이론은 난폭하고 야만적인 다른 켄타우로스들과 달리 기품·지혜·의학·음악·무예에 능한 학자이자 헤라클레스·페르세우스·이아손·테세우스 등 그리스 신화 속 수많은 영웅의 스승이 되었다. 한편 케이론은 불사의 운명을 타고났다. 한번은 헤라클레스와 시비가 붙은 켄타우로스족이 힘에 부쳐 케이론이 살고 있는 동굴로 도망치자, 헤라클레스가 성급하게 화살을 쏘았는데, 그만 케이론의 무릎에 맞고 말았다. 헤라클레스의 화살은 레르네의 독사 히드라의 피를 바른 독화살이었다. 죽지 않는 운명을 지닌 케이론은 극심한 고통을 끝내는 방법은 오직 죽는 것뿐이라고 생각해 제우스에게 그의 불멸성을 없애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제우스는 독 중독으로 영원히 고통을 받아야 하는 케이론을 불쌍히 여겨 죽을 수 있게 했고, 수많은 영웅을 길러낸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하늘에 올려 궁수자리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켄타우로스가 활을 겨누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용사 오리온을 죽이고 그 공으로 성좌가 된 전갈이 하늘에서 말썽을 일으켰을 때 곧바로 쏘아 죽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왕관자리 _ 보석 왕관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바쿠스와 아리아드네의 러브 스토리 라틴어로 ‘북쪽의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 보레알리스(Corona Borealis)는 우리말로 북쪽왕관자리로 번역된다.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가 기록한 48개의 별자리 중 하나로, 매우 오래된 별자리다. 북반구에서 3월~7월 사이에 볼 수 있으며, 특히 7월에 잘 보인다. 일곱 개의 별이 반원 형태로 배열되어 왕관의 형상과 비슷하다. 알파별 알페카(Alphecca)는 ‘진주’를 의미하는 ‘겜마(Gemma)’라고도 부르는데, 왕관 한가운데 유난히 밝게 빛나는 진주가 박힌 모양새라 별자리 이름과 잘 어울린다. 알페카는 지구로부터 약 76.5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알페카를 제외하고는 별자리를 구성하는 다른 별들이 작고 어두워서 찾기가 어려운 편이다. 원래는 그냥 ‘왕관자리’라고 불렸으나, 후에 남쪽왕관자리가 생기면서 북쪽왕관자리로 불리게 된다. 아랍지역에서는 ‘거지의 밥그릇’, ‘가난한 자의 그릇’이라고 불렀는데, 아닌 게 아니라 화려한 왕관이라기보다 소박한 그릇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밖에도 켈트족은 성으로 중국인들은 엽전 꾸러미로, 호주인들은 부메랑으로 보았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크레타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의 왕관이 이 별자리가 되었다고 전한다. 미노스 왕은 다이달로스에게 미궁을 짓게 해 괴물 황소 미노타우로스를 가두었다. 미궁은 미로와 같아서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이었다. 아테네는 당시 크레타에 매년 미소년과 미소녀 7쌍을 미노타우로스의 제물로 바쳤다. 아테네 왕자인 테세우스는 괴물을 없애고 백성을 구하기 위해 그들 틈에 끼어 몰래 크레타로 잠입했다. 테세우스를 본 순간 첫눈에 사랑에 빠진 아리아드네 공주는 아버지 몰래 실타래를 주어 테세우스가 미궁 안의 괴물을 해치우고 빠져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아리아드네는 그 대가로 테세우스와의 결혼을 요구한다. 마침내 미노타우로스를 퇴치하고 도망쳐 아테네로 돌아가는 도중, 두 사람은 낙소스라는 섬에서 잠깐 쉬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테세우스는 깊게 잠이 든 아리아드네를 버리고 떠난다. 잠에서 깬 공주는 조국과 아버지까지 버리고 헌신했던 연인에게 버림받은 것을 깨닫고 슬피 울다가 바쿠스를 만나게 된다. 아리아드네에게 열정적인 사랑을 느낀 바쿠스는 일곱 개의 보석이 박힌 금관을 청혼 선물로 주었다. 후에 아리아드네가 죽자, 바쿠스는 금관을 하늘에 걸어 장식했는데 이것이 바로 북쪽왕관자리라고 한다. 배신과 비극이 난무한 그리스 신화 이야기치고는 매우 낭만적인 해피엔딩 스토리다.
2차전지 주식은 왜 올랐을까? 주식투자의 교훈을 딱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대중과 반대로 가라’라고 말하고 싶다. 주식이 오르는 이유는 그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기 때문이다. 왜 사람들은 그 주식을 사려고 하는 것일까? 그 질문에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주식투자다. 전 세계는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로 전환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 번에 바꿀 수는 없기에 2030~2040년까지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국가들이 많다. 이제 10년 뒤에는 자동차 매장에서 휘발유차를 살 수 없는 세상이 된다. 그럼 전기차는 무엇일까? 모터로 가는 자동차다. 모터는 전기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콘센트에 전기를 꽂고 달릴 수는 없기에 전기차는 배터리가 중요하다. 배터리는 무겁고 비싸다. 전기차 가격의 1/3 정도를 차지한다. 배터리 가격만 낮출 수 있다면 전기차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다. 반면 배터리가 가벼워지면 한번 충전으로 더 멀리 갈 수 있다. 또한 배터리 속 소재가 다르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한국 배터리가 중국산보다 더 멀리 간다. 반면 중국산 배터리는 저렴하다. 이렇게 시장을 양분할 줄 알았는데 미국이 전기차 산업을 키우기로 발표하고 「IRA법」을 통해 중국산 배터리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산은 보조금을 받을 수가 있게 되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산을 제외하면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 빼고는 한국산이 유일하다. 전기차 브랜드는 다양하지만, 배터리는 한국산만 써야 한다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될까? 주식은 이런 기대감으로 오른다. 배터리 주식은 1년 만에 30배가 오른 것도 있을 정도로 엄청난 상승을 했다. 2022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가 8,000만 대 정도 되는데 전기차가 10%를 차지했다. 그리고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배터리 주식들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했다. 대중과 반대로 가라 제주도 날씨보다 맞추기 어려운 것이 주식시장이다. 분명히 올라야 하는데 안 오르는 상황도 종종 있다. 산업은 발전하는데 그 기업의 주식은 점점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닷컴버블 시절의 인터넷기업들 주가는 기대감으로 엄청난 상승을 했고, 그때 상승했던 거의 모든 기업이 아직도 그 주가를 넘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산업도 2000년대 후반에 각광을 받아 엄청난 주가 상승을 했다. 대표적으로 OCI는 100배가량 올라 66만 원까지 올랐다. 그 후로 계속 내리면서 2020년 주가는 2만 원까지 내려갔다. 물론 인터넷 기업은 내수산업이었고, 태양광은 중국에 밀렸기에 벌어진 일이지만 공통된 특징은 산업 초반에는 엄청난 관심을 받아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대부분 부모는 우리 아이 천재병에 걸린다. 그러다가 아이가 자라면서 기대감이 빠지고 이내 객관적인 부모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주가가 오르는 것은 파는 사람보다 사는 사람이 많을 때 오른다. 기대감이 한껏 오르면 팔려는 사람은 없고 사려는 사람만 있다. 이때 주가는 급등한다. 주가가 급등하려면 기대감이 중요하고, 한번 오른 주가가 또 오르려면 추가적인 호재가 연이어 나와야 한다. 추가적인 호재가 없다면 단단한 실적이 계속 뒷받침되어야 한다. 증시에서 오래된 격언이 있는데 파티에서 펀드매니저가 인기가 최고조에 이르거나, 치과의사가 펀드매니저에게 주식을 가르쳐주거나, 할머니가 아이를 안고 주식을 사러 증권사를 오면 주식을 팔라는 말이 있다. 그 이유는 아까 말한 주식을 사는 사람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주식을 살 수 있는 돈을 가진 사람을 끌어올 수 있는 데까지 다 끌어오고 나면 주식을 더 사줄 만한 자금이 부족해진다. 대중의 관심도 영원할 것 같지만 어느 시기를 지나고 나면 가라앉는다. 주식열풍이 불었던 2020년에는 식당·카페·지하철에 가면 너 나 할 것 없이 주식이야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관심이 사라지면 그만큼 주식을 사고 싶은 사람이 줄어들고 주식시장으로 돈이 들어오지 않고 빠져나간다. 그러면 정점을 찍은 주가는 이내 하락하게 된다. 투자는 장기로 해야 한다 워런버핏이 매번 하는 말은 사업을 하듯이 주식을 사라는 것이다. 기업이 실적을 향상시키는 데는 최소 3개월이 필요하다. 분기마다 실적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공장을 확장하는 것도 2년은 지나야 본격적인 생산이 이뤄진다. 그런데 주가는 증설 발표만으로 하루 만에 주가가 오른다. 2년 뒤의 일이 벌써 주식시장에 반영되는 셈이다. 기대감은 수명이 짧고 기업의 실적은 수명이 길다. 그래서 기업의 실적이 나날이 좋아지는데도 불구하고 기대감은 커졌다 줄었다 하고, 주가는 요동치며 움직이지만, 실적이 증가하는 좋은 기업들 주가는 길게 보면 결국 상승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부자들 순위를 보면 대부분 기업의 CEO들이다. 그 이유는 CEO는 주식을 팔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CEO가 주식을 판다는 소식이 발표되면 주가는 크게 하락한다. 그래서 긴급한 이유가 아니면 거의 팔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기업이 날로 성장하고 수십 년 뒤에 보니 우리나라 부자 서열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정리하자면 장기간 보유할 수 있는 훌륭한 기업에 투자하되 단기적으로는 대중의 관심이 쏠린 시기는 피하라고 정의할 수 있다. 주가는 대중의 관심이 쏠렸을 때 크게 오른다는 것을 이해하면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무렵을 찾는 연습도 주식투자에서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올여름은 이상기온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나거나, 평소 안 보이던 벌레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는 여름에 출몰하는 벌레들의 특징과 퇴치 방법을 준비해 봤습니다. Q1. 여름이 되면 항상 보이는 초파리! 음식물을 잠깐만 상온에 방치해두면 초파리가 귀신같이 달라붙어 있는데, 초파리는 어떻게 해서 생기는 건가요? 초파리는 주로 따뜻한 곳에서 부화되기 때문에 여름에 주로 발생합니다. 사실 초파리는 갑자기 과일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과일에 이미 알을 깠는데 그걸 모르고 과일을 사 와서 따뜻한 날씨에 빠르게 부화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초파리의 초는 식초 초(醋), 영어로는 fruit fly입니다. 그래서 달달하고 새콤한 냄새를 아주 좋아하는데, 몸집도 2~5mm로 엄청 작기 때문에 이러한 과일이나 시큼한 냄새에 이끌려서 일반 방충망 뚫는 건 아주 쉽다고 해요. 초파리가 금방 많아지는 이유는 강력한 번식력 덕분입니다. 초파리는 성충이 된 후 12시간 정도 지나면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을 수 있는데 한 번에 수천 개의 알을 낳습니다. 게다가 임신기간은 고작 10일입니다. 그러면 퇴치는 어떻게 할까요? 과일이나 음식은 최대한 냉장 보관하고, 산란 장소를 공략해 줘야 합니다. 초파리는 주로 하수구·싱크대 쪽에 알을 낳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화장실 하수구나 싱크대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는 것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초파리에게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초파리 유전자는 사람이랑 60% 겹치고, 한 세대가 10일 정도로 아주 짧기 때문에 유전학 연구에 엄청나게 활용됩니다. 실제로 한 연구 분야 중에서 노벨상을 최다수상한 게 바로 초파리 관련 연구들입니다. 초파리 덕분에 여섯 번 넘게 노벨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Q2. 서울·경기 도심지에 검은색 빨간색을 띠는 벌레 두 마리가 붙어서 떼로 다녀서 많은 분이 놀라셨을 텐데 이 녀석의 정체가 뭘까요? 최근 유튜브에서도 북한산에서 엄청나게 떼를 지어서 다니는, 심지어 1+1행사처럼 둘이 붙어 다니는 이 녀석 때문에 아예 등산을 못 한다는 영상이 떠돌았습니다. 정식 학명은 플리시아 니어티카(계피우단털파리)이지만, 하루 종일 짝짓기를 하고 다녀서 러브버그(사랑벌레)라고도 부릅니다. 이 녀석은 원래 5월 말에서 6월 초에 간간히 산발적으로 나타나는데, 왜 올해는 유독 7월 초에 이렇게 엄청나게 대량으로 발생했을까요? 이 녀석의 부화조건 때문입니다. 러브버그는 하천에서 발생한다는 말이 떠도는 데, 사실이 아닙니다. 산의 흙에서 발생합니다. 중요한 건 아주 습한 축축한 흙 조건이 되어야 부화가 됩니다. 올해는 이상기후로 인해 장마가 엄청 길었고, 러브버그의 부화조건과 딱 맞아떨어지면서 한꺼번에 많이 부화해서 서울 및 경기지역을 점령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왜 붙어서 날아다닐까요? 러브버그 즉, 계피우단털파리는 성충이 되면 죽을 때까지 짝짓기만 한다고 합니다. 러브버그를 자세히 보면 덩치가 작은 게 수컷이고(사진의 오른쪽), 덩치가 큰 게 암컷입니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가 끝나도 계속 붙어있는데, 그 이유는 다른 수컷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려고 저렇게 붙어있는 거라고 하네요. Q3. 그럼 러브버그는 해충일까요? 그나마 다행인 게 러브버그는 해충이 아닙니다. 익충이라고 해요. 독성이 없고, 인간을 물지도 않으며, 질병도 옮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썩은 잡초를 먹어 치우고, 꽃에 꿀을 먹기 때문에 꽃들의 수분을 돕고 환경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짝짓기하는 괴상한 모습, 사람·외벽·물건 등에 날아드는 습성과 대량 발생이 혐오감을 일으켜서 해충 취급을 받는 거죠. 가장 큰 문제는 약간 산성을 띠는 이 녀석들의 내장입니다. 대량으로 몰려다니며 며칠간 짝짓기를 하다가 죽으면 그 시체가 부패하며 드러나는 내장이 산성을 띠는 탓에 한두 시간만 지나도 치우기 어려워지며, 자동차에 달려드는 습성으로 인해 달라붙어 죽은 시체가 도장을 부식시키기 때문에 골칫거리이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Q4. 회색깔 하트모양 나방파리를 아세요? 다음 준비한 건 바로 여름만 되면 화장실에 날아다니는 회색깔 하트모양의 나방파리입니다. 날개가 하트모양이라서 좀 귀엽기도 한 이 녀석은 나방일까요? 파리일까요? 네, 파리입니다. 이 녀석은 우선 털이 아주 빽빽해서 샤워기로 막 뿌려도 전혀 날개가 젖지 않습니다. 방수에 모든 스탯을 찍었죠. 나방파리 역시 해충은 아닙니다. 파리처럼 윙윙 큰 소리를 내거나, 사람 몸에 붙거나, 모기처럼 사람 피를 빨거나, 병을 옮기지도 않습니다. 하수구 마개를 열고 손가락을 넣어 관을 만져보면 미끌미끌한 물때가 끼어있는데 거기에 주로 알을 낳습니다. 이 녀석을 없애는 방법도 초파리와 동일합니다. 싱크대·하수구·정화조 등에 뜨거운 물을 부어 주면 예방이 가능합니다. Q5. 예전에는 러브버그 대신에 그 빨간색 매미 중국꽃매미가 엄청 떼로 돌아다녔잖아요? 그런데 요즘 잘 안 보이더라고요? 중국꽃매미는 나방파리·러브버그랑은 다르게 익충이 아닌 엄연한 해충입니다. 2007년~2008년에 전국 각지에서 다수 발견된 이후, 2009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 전역에서 꽃매미 수가 급증하여 일약 네임드 해충으로 등극하게 되었어요. 이 꽃매미들은 유충일 때도 농가의 과일 등을 먹으며 피해를 주고, 성충인 꽃매미로 탈바꿈해서도 피해를 줍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꽃매미는 추위에 약하다는 것입니다. 2010년 겨울, 역대급 한파가 찾아왔을 때 대부분 동사한 덕분에 이듬해부터는 거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도심과는 다르게 아직도 농가 쪽에는 피해를 주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꽃매미의 주된 먹이원인 복숭아나무·배나무·포도나무가 괴멸상태라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이러한 해충들을 더 자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해충은 기온이 상승하면 번식을 더 활발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연평균기온이 계속 상승하면서 서식에 유리한 열대기후 조건이 되어서 다시 조금씩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포식종들은 개체수가 줄었기 때문에 러브버그처럼 몇 년 안에 대량 번식을 해서 한 번에 폭발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Q6. 익충은 참고 살 수 있어도 이런 해충들은 제거할 방법은 없을까요? 생태계를 잘 관찰해보면 특정 종만 죽어라 노리는 천적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실제로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이러한 해충들만 노리는 천적들이 한둘씩 발견이 되는데, 최근 오직 꽃매미만 노리는 천적이 발견되었습니다. 벌 중에는 다른 곤충에게 알을 낳아서 그 곤충의 몸속에서 부화한 애벌레가 곤충을 먹고 성장하며 곤충을 죽이는 기생벌들이 많습니다. 그 기생벌 중에서 꽃매미만 노리는 꽃매미벼룩좀벌이 있습니다. 이러면 농약 없이 친환경적으로 생태계를 안 건드리고 자연방재가 가능한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실제로 농진청에서는 이렇게 생물 천적을 발견하고 개량하여 자연친화적으로 해충을 섬멸하려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이 성공적으로 통해서 국내에 해충들이 말끔히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