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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일본의 여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원인을 모르게 하반신 불수가 자주 일어나 그 원인을 찾기 시작한 것이 1950년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1960년대 전문지에 실린 기사에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신속하게 복귀하기 위해 사용한 콘크리트 교사(校舍)의 바닥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과 천연방사능에 학생들이 과다하게 노출돼 일어난 것임이 밝혀졌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일본에서는 교실 내장재의 중요성을 구명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나무교실 만들기를 바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목재는 황토보다도 원적외선 방사율이 훨씬 높아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질병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 목재교실은 α파를 발생하게 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학습효과를 높여준다.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고음 영역인 20∼30㎑로 변화시켜 α파를 발생하게 해 정서가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또 목재에서 나오는 향기는 울창한 수풀 속에서와 같이 심신의 피로를 풀어준다. 목재는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각특성, 청각특성, 촉각특성, 후각특성으로 구분되는 감각특성이 매우 우수한 재료로, 교육환경에서 정서 불안정이나 피로 등의 해소기능이 우수하여 이 감각특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시각특성은 피로에도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 천연재료인 목재는 '피곤해지지 않는 재료'라고 할 수 있다. 목재는 피로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불안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수한 재료임이 판명되었고, 아직도 그 구체적 기능을 파악하는 중이며, 목재의 촉감은 보아서 느낌이 좋은 것은 만져보아도 확실히 부드러운 감이 느껴지는 재료이며, 목조교실에서는 덜 시끄럽고 교사의 소리가 아동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되므로, 교사나 아동 모두 피로하지 않고 유쾌한 학습시간을 가질 수 있게되어 높은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목조교사(木造校舍)의 교실(敎室)은 목재의 특성에 의해 풍부한 인간성을 키우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 널리 인식되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이 길러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동안 이를 우리의 2세들에게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학교와 교실 환경을 아름답고 쾌적하며 유익하도록 만드는 일에는 소홀히 하였다. 우리의 자녀들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의 반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보내는 것이 사실인데 말이다. 목재 환경 교실 만들기 운동의 방향과 방법 우선 목재 환경 교실 만들기 운동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첫째는 목재 환경 교실의 유익성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 노력이다. 둘째는 시범학교를 지정해 실시하고 그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할 필요성이 있겠다. 셋째는 국가와 지자체가 행·재정적인 지원과 함께 제도마련을 하는 등 정책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목재의 행정 당국인 산림청과 교육시설의 주무부처인 교육부에 간절히 바라는 바는 최근 우리 교육시설환경은 많은 투자를 통하여 현대화 및 정보화를 이루었으나 학생들의 인성을 키워줄 교실 풍경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이 산림청이 나서야 할 적시로 초등 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학교시설은 빈약한 지방교육자치단체에만 의존하지 말고 이들이 교실을 목질환경으로 고치거나, 목조교사를 신축한다고 할 때 당국이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며 또한 지역 임업의 발전을 위하여 지역산 목재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백년지대계를 위하여 우리들의 아이들이 자기 집처럼 아늑한 목조교사에서, 그것도 목재의 향내가 가득한 교실에서 따듯한 사랑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 미래의 꿈을 키워내는데 있어서 행정당국이 크게 키여 해 주시기를 기원한다.
북한과 중국이 동시에 신청한 고구려 문화유적 세계문화유산 등록 심사가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번 심사는 16~18일 파리에서 열리는 전문가회의를 시작으로 오는 6월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28차 유네스코 산하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문제는 심각하다. 유네스코가 중국 측의 신청만을 받아들이든, 아니면 북한과 중국의 신청을 동시에 받아들이든 고구려사(史)가 중국 역사에 편입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공식적인 대책을 미루고 있고,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구려 역사왜곡의 진행상황과 대책을 알아본다. ◆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과정 고구려 역사왜곡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02년 2월부터였다. 중국의 국책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 원에서 중국정부의 예산 3조원을 받아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중국 동북지역의 역사를 왜곡하기 시작했다. 고구려를 중국과 다른 독립국이 아닌 '고대 중국의 지방정부'로 규정하기 시작한 것.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이전에도 간간이 있었다. 1984년 중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왕청리(王承禮)가 발해를 '당나라의 예속정권'으로 규정하면서 고구려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한 것. 이어 1989년 역사학자 쑨위량(孫玉良)이 자신의 저서 '고구려 간사'에서 고구려를 지방정권으로 규정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시작하더니 2003년 4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신청까지 하게 됐다. ◆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배경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움직임은 여러 가지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1980년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국시로 내세우면서 변방의 소수민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옛 소련의 소수민족들이 독립하면서 소련의 국력이 약 해지는 것을 목격한 후 더욱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1992년 외교관계가 수립되면서 한국 학자들이 중국지역의 고구려 및 발해유적 답사를 시작하고 2002년 북한 내 고구려 유적이 세계 문화유산 등록을 신청하자 긴장감은 고조됐다. 최광식 고려대 박물관장은 "동북지역에 거주하던 조선족들이 대거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몰려가자 동북지역 정체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면서 "2001년 한국이 재중동포 지위에 관한 특별법을 상정하자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고구려사의 쟁점 가장 쟁점이 되는 것 조공문제다. 중국 측은 고구려가 중국 중앙정부에 조공을 바치는 지방세력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학계에서는 "당시 조공은 동아시아 전체에서 통용된 외교형식에 불과했다"고 일축한다. 즉 조공이 국가 간의 관계였을 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는 아니었다는 것. 민족문제에서도 양측의 주장은 정면 배치된다. 중국 측은 고구려가 중국 영토 내 소수민족이 수립한 정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 학자들은 고구려 주민들은 분명 고조선 시절부터 중국 동북지역을 차지하고 있던 우리 민족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 정통성은 고구려 멸망 후에도 발해를 거쳐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는 게 정설이다. ◆ 유네스코 어떤 결정 내릴까 현재로서는 비관적이다. 일단 심사는 유네스코가 위촉한 기념물유적위원회(ICOMOS)가 맡게 된다. ICOMOS는 2002년 1월 북한이 신청한 것에 대해서는 보존 미흡을 이유로 1년 간 보류 결정을 했고 이번이 재심사다. 북한의 경우를 지켜본 중국은 유적에 대한 대대적인 발굴 복원 정비사업을 벌여 무난히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28차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의 개최국이자 의장을 맡고 있어 심사 통과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게 현실이다. 북한의 재심사 통과 가능성도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북한이 현재 1건의 세계문화유산도 가지고 있지 않아 형평성에 비춰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중국과 북한이 함께 통과된다고 해도 북한의 유적이 상대적으로 왜소해 중국문화의 일부분으로 비춰질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학계와 문화계에서는 우리 고대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위기를 막으려면 하루속히 정부 차원의 남북 공동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2~16일 고려대 BK21 한국학교육연구단의 한국학 공개 강좌에서 최광식 고려대 교수는 "중국의 역사 왜곡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중앙정부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는 이처럼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노골적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의 대응은 미비하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그들의 논리와, 정치적 요소를 걷어내면 허점 투성이라는 국내 학계의 반박 논리는 무엇인지 쟁점별로 짚어본다. ◆ 고조선사도 중국사?… 중국과는 확연히 다른 독자 문화권 중국측 주장="단군신화는 한(漢)문화의 영향을 받은 중국문화의 반영이며, 기자조선은 상주사(商周史)의 일부로서 은(殷)나라의 후예가 조선반도에 세운 지방정권이다. 위만조선 역시 전한의 외신(外臣)으로 속국이었다." 반박=계통과 문화가 다른 고대종족을 '고민족(古民族)'이란 개념으로 모두 중국사에 포함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단군신화 중 곰 숭배신앙은 중국신화와의 상관성을 찾을 수 없다. '기자동래설'은 이미 한국학계의 연구노력을 통해 허구라는 것이 입증됐다. 위만 정권이 '외신'이라 하더라도 이는 중국의 내적 통치질서에 편입된 것이 아니었다. 고고학적으로도 지석묘와 비파형 동검문화로 대표되는 고조선의 독자 문화내용은 중국의 청동기문화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 조법종 우석대 교수 '동북고대종족 및 고조선 연구동향과 문제점' ◆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 예맥족은 본래 한반도·만주 일대 거주 중국측 주장="고구려 민족의 원류는 서한(西漢=전한)시대 현도군 고구려현 경내의 변강 민족인 부여족 일파를 기반으로 예맥족(濊貊族)·한족(漢族)·선비족(鮮卑族)·숙신인(肅愼人) 등이 흘러들어 이들 민족이 융합된 것이다. 고구려에 대한 중국의 지배는 그 연원이 오래됐는데 '일주서(逸周書)' 왕회해편(王會解篇)에 나오는 고이(高夷)라는 인물은 고구려의 선조였고, 이는 서주(西周) 때부터 중국과 신속관계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박='예맥'이란 명칭은 선진(先秦) 시기부터 요하 동쪽에 거주하며 농경을 영위하던 예족(濊族) 일반에 대한 범칭이다. '예'와 결부되지 않은 '맥(貊)'은 중국 북방의 족속을 지칭하는 것이고, 이들과 압록강 중류 지역의 주민집단을 직접 연결시킬 수 없다. 고구려를 이룬 주민집단은 본래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 거주하던 예맥족의 일원이었으며, 기원전 2세기 후반부터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 기원전 107년 한 무제가 현도군을 설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한이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설치한 것이므로 압록강 중류 일대가 본래부터 중국의 고유영토였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일주서'의 '고이'라는 인물이 고구려 조상이라는 설정은 엄정한 사료비판조차 결여된 허구에 불과하다. 주(周)나라의 역사를 서술했다는 '일주서'는 대부분 전국시대 이후에 씌어진 믿을 수 없는 사료이고, 고구려의 '고(高)'자는 본래의 족속 명칭엔 없다가 나중에 첨가된 글자이기 때문이다. -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교수 ‘고구려의 족속 기원과 건국 과정’ ◆ 평양 천도 이후도 중국사에 포함?… 정치적 목적 위한 자의적 해석 중국측 주장="고구려가 평양으로 천도한 것은 중국 강역 내부에 있던 고구려사의 정치·문화 중심이 이동된 것일 뿐 민족의 속성이나 정권의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므로 결국 중국사의 지방정권으로 해석해야 한다." 반박=중국학계는 1980년대 이후 이른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에 의해 '중국의 현재 영토 안에서 일어난 역사는 모두 중국의 역사'로 여기고 있다. 이 논리에 의하면 평양 천도(서기 427) 이후의 고구려사는 한국사가 돼야 하지만, '평양도 과거에는 고대 중국의 영역 안에 있었기 때문에 중국사로 포함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이댔다. 이는 결국 현재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의 근거를 스스로 폐기한 오류를 저지른 것이다. - 공석구 한밭대 교수 '고구려의 영역과 평양 천도 문제' ◆ 중국 역대 왕조에 '신하'로 자처?… 책봉·조공은 당시 외교형식일 뿐 중국측 주장="고구려는 줄곧 중국 역대 왕조와 신속(臣屬)관계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 그 관계를 끊고 중국 밖에 존재했던 적이 없었다. 이것은 고구려왕이 중원 정권을 대신해 고구려 지역의 백성을 다스린 것이며, 오랜 기간 고구려는 중국과의 신속관계를 통해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박=고구려와 부여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천대회'를 열었다는 '삼국지(三國志)' 위지 동이전의 기록은 이들이 제후국이 아닌 독자적 정치체제였음을 시사한다. - 최광식 고려대 교수 '동북공정의 배경과 내용 및 대응방안' 남북조시대에 중국 세력이 분열돼 주변 국가에 대한 규제력이 약화된 상황에선 책봉·조공은 종속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여러 왕조가 주변국과 갖는 외교관계의 한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고구려와 중국 왕조들은 정치적 정세에 의해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다. - 임기환 한신대 학술원 연구원 '고구려와 중국의 조공·책봉 관계' '삼국지'위지 동이전에 기록된 '고구려가 점차 교만하고 방자해져서 더 이상 현도군 치소(治所)에 오지 않았다'는 내용은 고구려가 전한의 예속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남제서(南齊書)' 고려전에도 "고구려는 강성하여 명을 따르지 않는다"고 기록돼 '신속'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남북조시대에 고구려는 여러 차례 북위 황제의 조서를 따르지 않았고, 오히려 남조의 송(宋)과 등거리 외교를 유지하기도 했다. '광개토대왕비'나 '중원 고구려비' 등엔 고구려의 독자적 천하관(天下觀)이 보이는데, 고구려왕은 '대왕(大王)' '태왕(太王)' '성왕(聖王)' 등을 자처했고, '영락(永樂)'과 같은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면서 문화적 동질성을 지닌 신라를 '동이(東夷)'라 칭하며 속민(屬民)으로 설정했다. 고구려는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중국 및 유목민 세계와 대등하면서도 그와 다른 독자적인 세계를 형성했던 것이다. - 양기석 충북대 교수 '류쯔민(劉子敏) 옌볜대 교수에 대한 토론 요지' ◆ 고구려 유민, 한족(漢族)에 융화?…고구려 자의식은 신라·발해가 계승 중국측 주장="고구려 멸망 후 대다수의 유민들이 한족(漢族)에 흡수·융화됐다. 당시 고구려 인구는 70여 만 명이었는데 당 태종과 고종 때 30만 명이 중원으로 이주됐다." 반박=당나라로 이주한 고구려인은 강제로 끌려간 것이었고, 당은 고구려 유민을 전쟁포로로 인식하면서 그에 대한 지배도 복속민 지배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했다. 그러나 발해와 신라로 간 유민의 경우엔 모두 자의적인 선택이었다. 신라는 당과 달리 '삼국의 통합'이라는 측면을 염두에 두었고, 고구려 유민들로 구성된 보덕국을 만들고 유민들을 신라의 중앙군단인 서당으로 편제하기도 했다. 이후 고구려의 자의식은 신라와 발해를 계승한 고려에서 이어졌다. - 김현숙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연구원 '고구려 붕괴 후 그 유민의 거취문제' ◆ 고구려, 수·당간 70년 전쟁은 내전?… 국익 추구에서 비롯된 '국제전' 중국측 주장="'고구려가 본래 한사군의 땅'이라는 당 태종의 언급은 수·당이 고구려에 대해 영토의식과 수복의식이 존재했음을 말해준다. 반면 백제·신라에는 이런 영토의식이 없었다. 수·당과 고구려의 전쟁은 국가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중원 통일정권이 변강 소수민족 할거세력을 통제하며 전중국을 통일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반박='구당서(舊唐書)'는 당의 창업주인 고조(高祖)가 622년 고구려 영류왕에게 보낸 공문편지에 '이제 두 나라(고구려와 당)가 서로 화평을 통하게 되었으니(今二國通和)'라고 쓰고, 수나라의 고구려 침공 때 잡힌 수나라 군인 포로들을 돌려보내 달라고 요청한 기록을 수록했다. 고구려가 당과 어깨를 나란히 한 당당한 외국 독립국가였다는 의미다. - 신용하 한양대 석좌 교수 2003년 12월 9일자 '조선일보 기고문' 중국측이 제시하는 사료에서 드러나는 수·당의 화이론적(華夷論的) 세계인식은 고구려·백제·신라를 모두 '이(夷)'로 파악하고 있어 유독 고구려만 중국의 '대내정책'의 관철 대상이라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5세기 중국 남북조의 북위(北魏) 정권조차 고구려가 만주와 동몽골 일대의 구이(九夷)를 제압한 독자적 세력권을 확보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결국 고구려의 대수·대당전은 고구려가 국초 이래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대륙정책'이 중국 중심의 일원적 지배질서를 확립하려는 '세계정책'과 충돌한 동아시아 국제전쟁이었다. - 박경철 강남대 교수 '중국학계의 고구려 대 수·당 70년 전쟁 인식의 비판적 검토’ ◆ 발해는 말갈국?…발해 세운 대조영은 고구려인 중국측 주장="발해 건국자는 속말말갈이며 건국세력 다수가 말갈족이었다. 또 발해는 당에 조공하고 당의 책봉을 받았으며 한자를 사용하는 등 중국문화를 향유한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 반박='구당서'라는 중국사서에는 발해를 세운 대조영이라는 인물은 '고구려의 별종'이라는 기록이 있으며 발해가 당과 조공·책봉체제를 맺거나 한자를 사용한 것은 당나라 문화에 대한 수용의지를 나타낸 것일 뿐이다. 발해는 자주국으로서 당과 조공과 책봉이라는 외교행위를 한 것이며 독자 연호도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고구려의 주거특징인 온돌장치가 발해 유적에서 발견된 사실은 발해가 문화적으로도 고구려를 계승한 자주국가였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 한규철 경성대 교수 '발해의 역사적 성격' ◆ 고려·조선은 고구려와 무관?… 당시 중국도 인정한 '고구려 후예' 중국측 주장="고구려는 멸망한 지 250년 후에 등장한 '왕씨 고려'와 하등 계승관계가 없고, '왕씨 고려'의 활동범위는 한반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고려 태조 왕건(王建)도 왕씨가 전한 당시 낙랑군의 귀족임을 생각하면 한족(漢族)의 후예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왕씨 고려'와 '조선'은 고구려와 기자조선을 '도용'한 정권이었다." 반박=고려 태조 왕건은 자손에게 남긴 '훈요십조(訓要十條)'의 제5조에서 "서경은 아국(我國·고려)의 지맥의 근본(根本)이다"라고 했는데, 당시의 풍수설을 빌려 표현했지만 본뜻은 "고려의 근본은 고구려(평양)"임을 자손에게 명백히 밝힌 것이었다. -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 '고려도경(高麗圖經)'에 '왕씨의 선조가 고려(고구려)의 대족(大族)이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사'의 '고려세계'에도 왕건의 조상이 백두산을 유력(遊歷)했다고 기록해 왕건의 조상이 고구려나 발해에서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구려는 건국 직후부터 북진정책을 추진했고,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을 서경(西京)으로 바꿔 고구려의 계승국임을 명확히 했다. 고려의 수도인 송악 역시 본래 고구려 땅인 부소갑(扶蘇岬)이었다. 한반도 중부 일원에는 고구려에 속했던 주민들이 거주했고, 이들은 여전히 '고려인'으로 불리었다. 고려를 건국한 주체세력은 왕건을 비롯한 개성·평주·정주 등 한반도 중부 일원 출신들로 고구려 지향적인 토착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고려 성종 12년 요(遼)의 대군이 침입하자 서희는 요장 소손녕과 회담하면서 "고려가 고구려의 옛 땅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나라 이름도 고려라고 하며 평양을 도읍지로 삼았으며, 고구려 땅의 경계로 따진다면 요의 동경(東京)도 그 경계 안에 있다"고 반박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이규보의 '동명왕편', 이승휴의 '제왕운기'에서도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했음을 명백히 했다. 고려가 발해 유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도 발해가 고려와 마찬가지로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인이 쓴 '송사(宋史)'에서도 '고려는 본래 고구려라 한다'며 '고려열전'을 시작했고, 이는 고려가 고구려를 승계한 국가라고 생각한 당시 사람들의 역사의식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훗날 '명사(明史)'에까지도 유지됐다. - 안병우 한신대 교수 '고구려와 고려의 역사적 계승성'
'동북공정'은 '동북변경지역의 역사와 상황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東北邊境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를 줄인 것이다. 중점 연구과제는 ▲한반도 정세 변화와 그것이 동북지역의 안정에 미칠 영향 ▲고조선·고구려·발해사 ▲동북지역 역사 ▲동북지역 민족사 ▲고대중국 영토문제 ▲발해유적 현황 ▲간도문제 등 한국사와 관련된 문제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사업주체는 중국 정부. 국무원 산하 국책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이 연구책임을 맡고 있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일반 학회조직과 달리 '동북공정'엔 동북3성의 행정조직·공산당 조직·산하 연구기관·대학 등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02년 2월 28일 발족된 이 프로젝트의 총경비는 5년 간 24억 원. 중국 재정부가 1000만위안(약 16억원), 동북3성이 375만위안(약 6억원), 사회과학원에서 125만위안(약 2억원)을 부담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연구비 전액이 지급되는 '국책사업'이다. '동북공정' 취지문(www.chinaborderland.com 참조)은 이 프로젝트에 관해 "학과·지역·분야를 초월, 국가의 장치구안(長治久安 장기적 통치·안정)을 목표로 삼는 대규모 사업"이라며 "국가통일·민족단결·변경안정이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동북공정'은 또 "이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 정치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 이 사업이 '정치적 의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란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윤휘탁 동아대 연구교수는 '현대중국의 변강·민족의식과 동북공정'이란 논문에서 "동북공정은 한반도 정세변화가(조선족 사회를 포함한) 중국 동북지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려는 거대 사업"이며 "통일이후 불거질 수 있는 한·중 국경 및 영토문제에 미리 대비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이전/ 고구려사 = 한국사 1949; 중화인민공화국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 1960년대; '세계통사'에 '고구려는 고대 한국국가'임을 명시 1978: 14개 대학 종합적으로 펴낸 '세계고대중세기사'에 '고구려는 중국에서 일어나 국경 너머에 있는 한 민족이다'고 하여 고구려가 한국사임을 명시 ◆1980년대/ '통일적 다민족국가론' 부활 1981; '중국 민족관련사 학술좌담회'에서 중국 민족과 강역문제 논의 시작 1984: 왕청리 웨이궈종 등 '발해를 당나라 예속하의 지방민족정권'으로 규정 1985; 쑨진지 저 '동북지방사고'에 '수·당과 고구려전쟁은 요동 군현 수복 전쟁이지, 영토확장의 침략전쟁은 아니다'고 주장 1989; 리덴푸 쑨위랑 저 '고구려간사'에서 고구려는 중국 고대 동북경내의 예맥족이 세운 중국의 할거정권'이라 주장 ◆1990년대 이후/ 고구려 귀속문제 본격화 1991: 심양시동아문화연구소 설립 1994; 중국의 고구려 전문기관 '고구려연구소'와 '고구려연구중심' 설립 1995: 통화사범대학 고구려연구소 설립 2001; 북한 ‘고구려 고분벽화’ 유네스코에 신청 2002. 2.28: 중국사회과학원이 중국정부승인 받아 '동북공정' 사업 정식 발족 2003. 6.24: 중국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에 '고구려는 중국의 소수민족 정권'이라는 논문 실림 7.3: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 제27차 총회에서 북한의 고구려 벽화고분 63기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무산됨. 중국측 입김 작용으로 알려짐 11.19: 한국고대사학회 등 한국사관련 학회, 고구려사왜곡 공동대책위 구성 12.13: 국사편찬위 정신문화연구원 등 공동참여 '고구려사연구센터 설립' 결정 12.23,29: 고구려사왜곡저지 100만 서명운동,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고구려부흥 프로젝트 착수 2004.1.9: 정부, 중국의 고구려사왜곡 관련 입장 중국 정부에 전달
나는 스피드를 즐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바람 사이로 나를 밀어 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겨울 저녁 팽팽하게 죄어진 공기 속으로 들어가면 뺨에 찬 기운이 닿으며 상쾌한 바람이 나를 죄여 온다. 그런 기분을 느끼기 위해 겨울 저녁이면 밖으로 나간다. 엄마는 내가 저녁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나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다행히 오늘 엄마는 회식이다. 엄마는 아무리 빨라도 열시 후에나 집으로 올 것이다. 나는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엄마가 집으로 전화를 걸면 통화중이 될 것이다. 엄마는 내가 밤거리를 달리는 것보단 친구들과 통화하는 것을 더 낫게 생각한다. 나는 시시한 수다를 떨 만한 친구가 없다. 베란다로 나가 엄마가 숨겨놓은 인라인을 찾아 신는다.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휙 다가가는 내 콧속으로 반찬 냄새가 훅 끼친다. 감자와 양파와 간장을 섞어 볶는 냄새. 조금 출출하긴 하다. 나는 새우 버거를 떠올리며 출출한 것을 참는다.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소화전 안에 운동화를 넣는다. 아파트를 나가 두 블록을 가면 내가 자주 가는 햄버거 가게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 밖으로 나가니 어두운 곳에서 웅크려 있던 바람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나는 잠바의 자크를 열고 양쪽으로 펼친다. 천천히 겨울 공기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바람이 펼쳐진 잠바 속으로 들어와 펄럭인다. 내 몸은 점점 팽팽한 공기의 깊은 속으로 들어가고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온 바람은 내 몸을 죄여 온다. 모든 것을 잊고 나는 바람을 즐긴다. 이럴 때면 엄마의 헤픈 울음과 잔소리, 아빠의 행방불명을 모두 잊을 수 있다. 도로 앞 전자 마트의 대형 텔레비전에서 아홉 시 뉴스가 시작된다. 익숙한 앵커의 얼굴이 보인다. 앵커 뒷부분의 화면에는 화재가 난 현장이 보인다. 지나가던 사람들 몇 명이 텔레비전 앞에 서서 텔레비전을 본다. 나는 그들 사이를 헤쳐 지나간다. 엄마는 어제 저녁에도 울었다. 남자다. 앵커는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의 변사체가 차안에서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엄마는 그 보도가 나온 다음 스포츠 뉴스가 끝나고 드라마가 시작될 때까지 울었다. 평소 나는 아빠가 어디론가 여행을 갔을 것이라는 말로 엄마의 울음을 달랬지만 어제는 나도 조금 울었다. 누구든 가족을 가진 사람이 칠 개월 동안 연락 없이 여행을 가진 않을 테니깐. 엄마를 울리기는 식은 죽 먹기다. 사실, 식은 죽도 먹기 싫을 때는 어렵긴 하지만. 어쨌거나 엄마는 눈물이 헤프다. 길에서 아버지가 입고 나간 바바리랑 똑 같은 바바리를 입은 아저씨를 봤어, 라는 말 한마디면 엄마는 코가 벌게지며 크리넥스 티슈를 찾는다. 엄마의 눈물을 헤프게 만든 것은 전적으로 아빠의 책임이다. 나는 아빠의 무책임한 행동이 소름끼치도록 마음에 안 든다. 행방불명이라니. 이혼이나 병이라던가 죽음이라던가. 많은 부재의 원인 중에서 행방불명은 엄마에게 기다림과 허튼 상상만 늘게 만들었다. 나는 구질구질하게 아빠의 행방불명을 상상하는 엄마를 위로하는 것도 지겨워 졌다. 잠바를 오므려 더 이상 바람이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신호등 앞에 서서 유리를 통해 보이는 햄버거 가게 안을 들여다본다. 신혜가 앉아 있다. 신혜는 빨간색 머플러와 모자를 쓰고 있다. 콜라가 든 컵을 들어 스트로로 빨아 마시곤 흰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신혜 옆에는 우리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앉아 있다. 맞은편에는 늘 신혜 옆을 졸졸 따라 다니는 은선이 햄버거를 먹는다. 입에 묻은 소스를 보니 새우 버거가 틀림없다. 은선이와 신혜는 나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인 지금까지 같은 반이다. 신혜는 얼굴도 예쁘고 성격이 밝아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여름방학이 끝났을 때, 반에서 신혜네 부모가 이혼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후로 신혜는 우리 반에서 더 이상 밝은 친구가 아니었다. 얼굴 전체에 그림자가 드려져 보였고 늘 어딘가 구석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도 신혜는 이를 드러내고 웃다가 콜라 컵 속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다. 신혜와 함께 앉아 떠들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신혜의 그 모습이, 그늘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나는 신호등을 건너서 햄버거 가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새우 버거와 콜라를 주문하고 신혜네를 등지고 앉는다. 다행히 은선이 아직 나를 발견하진 못한 것 같다. "그래, 신혜야, 오늘 밤 새워 너네 집에서 춤 연습하자." "안 돼. 오늘 바람머리 오는 날이야." "그 날라리 학원강사?" "그래, 안타깝게도 바람머리와 주름 흘러내리는 얼굴이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나는 유리에 비춰지는 내 뒤의 신혜 얼굴을 본다. 오른 손으로 뺨을 받치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창 밖을 쳐다보는 신혜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들어져 있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나는 신혜의 그림자를 봐 버린 느낌이 든다. 나는 밝게 웃는 신혜의 얼굴도 좋아하지만 우울해 보이는 얼굴도 좋아한다. 신혜의 그런 얼굴은 마치 나 혼자 알고 있는 것 같다. 유리 속에서 신혜와 내 시선이 마주친다. 신혜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아이들에게 돌린다. "좋아, 가자. 바람머리한테 문자 날리지 뭐." "그래, 바람머리도 오늘 같은 날은 쉬게 해줘라." 신혜는 커다란 곰 인형이 달려 있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 빠르게 문자를 보낸다. 내가 주문한 새우 버거와 콜라가 나왔다는 말에 나는 일어나 카운터로 간다. "야, 인라인 고양이다. 저 얘 우리 반이야. 고양이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져." 은선의 말에 남학생들이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낀다. "장화 신은 고양이가 아니라 인라인 신은 고양이냐?" 은선이 탁자를 두드리며 까르르 웃는다. "무슨 여자가 이 밤에 인라인을 타냐?" "원래 저래. 말을 걸어도 대답을 안 해, 재수 없어. 저 애 아버지가..." "그만 해, 남의 일에." 은선의 말에 신혜가 끼여든다. 나는 새우 버거와 콜라가 든 종이 봉지를 받아 들고 가게를 나선다. 신호등에서 길을 건너며 뒤를 돌아본다. 신혜가 이쪽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저 아이도 혹, 바람 속을 달리고 싶은 것 아닐까. 신혜네 아파트까지 달려간다. 아파트는 놀이터도 크고 주차장도 넓다. 노란 등이 길 위에 떨어진 은행잎까지 비춰준다. 나는 놀이터에 앉아 신혜네 집을 쳐다보며 새우 버거와 콜라를 먹는다. 신혜는 9층에 산다. 신혜네 집 거실과 방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가끔, 아주 늦은 밤에 이곳에 와 보면 신혜 혼자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아까 그 아이들과 모여 가 춤을 추는 신혜는 즐거운 것일까. 콜라를 마신다. 등에선 땀이 흘러내리지만 얼굴은 차갑고 콜라 속의 얼음은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콜라 속의 얼음을 와삭 깨물어 바닥에 흩뿌린다. 노란 불빛을 받은 얼음은 노랗게 빛나다 금세 바닥에 작은 물방울 점을 내며 사라진다. 휴지통에 봉투와 컵을 넣고 다시 바람 속으로 들어간다. 신혜네 아파트 세 동을 구석구석 한 바퀴 돌고 난 뒤 거리로 나선다. 바람이 한차례 어디선가 몰려든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노란 은행잎이 다시 바람의 부름을 받아 어둔 공기 속을 나비처럼 팔랑거린다. 잎이 모두 떨어진 은행나무에 기대선 바바리 코트를 입은 아저씨가 보인다. 나는 코트의 색깔을 확인하기도 전에 그 쪽으로 간다. 바바리 코트를 마주치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는 등과 어깨를 오므리며 고개를 숙여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나가는 바람 때문에 불이 잘 붙질 않자 몸을 더욱 오그린다. 그가 얼굴을 들 때까지 기다린다. 그가 입에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고개를 들면 그제야 나는 바바리 코트 색깔도 아빠 것과 다르다는 생각에 미친다. 길을 걷는 남자 어른들을 살피며 달린다. 바바리를 입은 남자, 잠바를 입은 남자, 비틀거리며 걷는 남자, 손에 붕어빵 봉투를 든 남자, 둘 혹은 셋이 모여 서 있는 남자들, 택시를 잡는 남자. 한 명 한 명 얼굴을 살피며 거리를 달린다. 그들은 모두 집으로 가는 중일 것이다. 술집이 즐비한 골목 구석구석과 네온사인이 화려한 모텔이 늘어선 골목을 달린다. 바람은 언제나 내 얼굴과 몸의 구석을 졸졸 따라 다니거나 내 몸 구석을 부드럽게 혹은 차갑게 쓰다듬어 준다. 손목시계에서 알람 소리가 울린다. 나는 달리는 것을 멈춘다. 초록괴물인 둘리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시계는 열 시를 알려준다. 손목을 들어 귀에 대본다. 척척척,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바람 속에서 들려온다. 중학교 입학 때, 아빠가 사준 선물이다. 나는 중학생이고 유치하다며 이 시계를 차고 다니지 않았다. 아빠가 행방불명이 된 후로 나는 시계를 귀에 대고 자는 버릇이 생겼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살핀다. 예스25 편의점과 엔틱 가구 전문점 앞이다. 집에서 한참이나 멀리 왔다. 집으로 향하다 가구점의 진열장을 들여다본다. 은은하게 불을 켜 둔 진열장 안에는 가구들이 보인다. 엄마가 아빠를 몇 달을 졸라 샀던 침대와 똑같은 침대가 가게 안쪽에 있다. 저 침대에는 아직 아무도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는 침대를 산 후, 다음에는 화장대를 사달라고 했다. 엔틱 화장대 거울 속에 노란 잠바를 입고 서 있는 내 얼굴이 비춰진다. 식탁 위에는 플라스틱 과일과 꽃이 놓여져 있다. 갑자기 무서운 느낌이 든다. 나는 서둘러 달리며 제발 엄마보단 내가 먼저 도착하기를 바란다. 엄마는 내가 한번만 밤에 인라인을 탄 것을 알게되면 인라인을 버리겠다고 말하며 눈물 바람을 해댈 것이다. 엄마가 협박을 제대로 실천을 했더라면 아마 나는 세 달 전에 인라인과 작별을 했어야 할 터였다. 그나마, 엄마는 눈물이 헤픈 반면, 눈물의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곤 했다. 나에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선물해준 사람은 삼촌이다. 그는 한쪽 다리가 길어 늘 비틀거리며 걷는다. 그가 걸음을 걸을 때면 한쪽 어깨도 덩달아 비틀거렸고, 그림자까지 흔들거렸다. 삼촌은 오리농장 주인이다. 삼촌이 기르는 오리들도 삼촌을 닮아 모두 뒤뚱거렸다. 삼촌은 엄마의 울음 섞인 전화를 받고 시골에서 올라왔다. 삼촌이 왔지만 행방불명된 아빠를 찾는데 딱히 좋은 수가 나오지는 않았다. 삼촌은 중학생이 된 나에게 어른이구나, 하며 상자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회색에 남색 물결 무늬가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가 있었다. 삼촌의 농장에서 나는 달리기를 했다. 삼촌 앞에서 바람 사이로 들어가는 느낌을 말했고, 삼촌은 나의 그 말들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짧다면 짧지만 어쨌든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러니깐 삼촌은 나에게 바람을 선물해 준 것이다. 아파트 아래에서 쳐다보니 거실 불이 꺼져 있다. 이따금씩 파란 불꽃이 흔들린다. 내가 나올 때 거실 불을 켜 놓았으니 아빠가 돌아온 것은 아닐 테고 분명, 엄마가 돌아왔다는 흔적이다. 엄마는 소파에 팔짱을 끼고 앉아 텔레비전과 시계를 쳐다보며 벼르고 있을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까지만 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인라인을 벗고 계단을 오른다. 10층에서 조심조심 소화전을 열어 운동화를 꺼내 신는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넣어두고 현관 앞으로 가 열쇠로 문을 연다. 현관문을 열자 요즘 엄마가 즐겨보는 드라마의 여주인공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의 잔소리가 날아올 줄 알았는데 조용하다. 살금살금 거실로 들어간다. 현관 앞에 엄마의 가방이 속이 벌어진 채로 놓여져 있다. 가방 안에는 아동 전집류 팜플렛이 보인다. 엄마는 아빠가 행방불명이 되자마자 출판사에 다녔다. 책을 편집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팔러 다니는 것이다. 주로 아동전집을 팔러 다니지만 엄마는 생각보다 실적이 좋은 편은 아니다. 누군가의 집으로 가서 가방 안에서 책의 자료를 꺼내며 엄마는 어떻게 책을 팔아달라고 말할까. 엄마는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어 있다. 손에 쥐고 있는 리모컨이 바닥에 닿을 듯 흔들린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옛사랑을 만나 커피를 마시며 자신을 용서해달라며 울고 있다. 그녀는 울고 있지만 슬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리모컨을 손에 쥐고 온기 없는 거실 소파에 웅크려 있는 엄마의 모습이 더 슬프다. 나는 텔레비전 볼륨을 낮춘다. 그러자 전화기에서 뚜우뚜, 하는 신호음이 들린다. 전화 수화기는 내가 내려놓은 그대로다.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소파에 꼬꾸라졌을 것이다. 수화기를 올려놓는다. 안방으로 들어가 보일러를 켜고 장롱 문을 연다. 하얀 레이스가 달려있는 침대 시트가 아무렇게 개켜져 있다. 엄마는 아빠가 행방불명된 지 삼 개월이 지나자 침대를 내다버렸다. 동사무소에 전화하자마자 다음 날 침대를 가지러 온 아저씨들은 새 것이라며 좋아했다. 침대는 아빠가 엄마의 생일 날 사 준 것이었다. 엔틱 가구를 가지고 싶어하던 엄마는 침대에 맞춰 시트를 새로 샀다. 아빠는 침대를 사준 후, 일주일만에 사라졌다. 엄마는 가구를 새로 들일 때, 가구 뒤에 왕, 자를 한문으로 써야 하는데 안 써서 집에 우환이 생겼다며 울었다. 그러나 아빠가 힘들어했던 것은 침대를 사기 훨씬 전부터였다. 다만, 엄마는 침대에 원인을 퍼붓고 싶은 것이었다. 나는 장롱에서 푹신한 이불을 꺼내 바닥에 깐다. 침대가 차지하던 자리의 반도 채우지 못하는 이불은 안방을 더욱 크게 보이게 한다. 거실에서 엄마를 일으키려하자 엄마는 놀란 듯 눈을 번쩍 뜬다. 엄마의 눈에 화장이 번져 검게 뭉개져 있다. "너 어디 갔다 온 거야?" 엄마의 입에서 쉰내와 술 냄새가 난다. "신혜 알지? 걔네 집에서 춤 연습했어, 얘들이랑. 아 피곤해." "공부나 하지. 무슨 춤? 허긴 인라인 타는 것보단 낫다." 엄마는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켜 검은 쫄 바지와 스커트를 벗어 던지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엄마 화장이라도 지우고 자, 낼 아침에 얼굴에 주름 생겼다고 짜증 부리지 말고." "우리 착한 딸이 좀 지워져." 엄마는 베개를 머리에 베지 않고 가슴에 끌어 앉고 눕는다. "아까 전화했더니 통화중이더니 신혠지 뭔지랑 통화를 했구나. 그 아이 한번 집으로 데리고 놀러와라." 엄마는 신혜와 내가 무지 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신혜에 대해 엄마에게 많은 거짓말을 했다. 나와는 단짝이며 반에서 공부도 잘하고 아주 평범한 집의 외동딸이라고. 물론, 외동딸인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신혜는 나와 헤어지는 것을 싫어해 매일 같이 자자고 한다고, 그래서 귀찮기도 하지만 신혜가 예쁘니깐 봐주는 것이라고. 그럴 때마다 엄마는 말했다. 예쁜 것이 다가 아냐, 착해야지. 어릴 때 친구가 평생 가기도 해. 가끔, 좋은 거짓말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아기는 아빠가 사랑이라는 씨앗을 엄마에게 주어 엄마가 뱃속에 품고 있다가 태어나는 것이라는 거짓말을 믿었다. 나는 꽃가게에 가서 사랑이라는 씨앗을 달라고 했다. 그런 씨앗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엄마에게 속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만약, 그때 엄마의 배에 있는 칼자국이 내가 태어날 때 생긴 것이고, 자세하게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을 설명했더라면 어렸던 나는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대로 나는 친구가 한 명도 없고, 공책에 이상한 상상 얘기를 쓰는 것이 취미고 밤의 거리를 달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면 엄마에게 걱정만 던져 주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은 표정을 숨기고 좋은 거짓말을 해서 남에게 걱정을 끼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아마, 아빠도 그래서 엄마와 나에게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아빠는 어른이니깐. 칠이 벗겨진 화장대에서 화장수를 솜에 묻혀 엄마의 얼굴을 닦는다. 눈가에 검게 흐르다 만 눈물을 닦아내고 눈썹을 지우자 눈썹이 반쪽만 남은 엄마는 아주 많이 늙어 보인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눈가와 입가의 주름을 닦는다. 다시 솜에 화장수를 묻혀 닦아낸다. 금세 닦아낸 엄마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인다. 낮게 코를 골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엄마는 정말 눈물이 헤픈 여자다. 안방의 불을 끄고 거실로 나온다. 가죽이 벗겨진 레몬 색 레자 소파 앞에 엄마가 벗어 놓은 스커트와 쫄 바지가 아무렇게 있다. 스커트를 펼쳐 소파에 놓는다. 바지를 집으려다 그 앞에 웅크리고 앉는다. 엄마의 다리가 빠져나간 모양새가 뱀의 버려진 허물처럼 쓸쓸하다. 무릎 부분과 발 뒷부분이 늘어난 바지는 엄마가 더 이상 멋 부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엄마는 다리를 좀 더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한 겨울에도 얇은 스타킹을 신었다. "당신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래? 멋 부리다 다리 빨갛게 얼면 쳐다 도 안 볼 꺼야." 아빠가 농담을 건네면 엄마는 얇은 스타킹을 다시 내리고 다리에 로션을 듬뿍 바르며 호호 웃었다. 아빠와 내가 엄마의 다리 하나에도 맘껏 웃을 수 있었던 때였다. 쫄 바지를 들어 차곡차곡 갠다. 언제부터 엄마는 추위에 떨고 있었을까. 책가방을 싼다. 생각해보니 수학숙제가 있다. 수학 책을 꺼냈다가 그냥 가방 안에 넣는다. 내일 아침 일찍 가서 하자. 잠옷으로 갈아입고 베개를 들고 안방으로 간다. 엄마는 다리와 팔로 베개를 안고 웅크려 있다. 엄마의 옆에 누워 손목시계를 빼서 엄마와 나의 귀 사이에 놓는다. 척척척,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는 아빠의 심장이 뛰는 소리 같다. 아빠는 보상금 지급도 없이 사퇴를 당했다. 아빠는 지금은 이미 유행이 지난 노래처럼 엄마와 나에게 말하지 않고 늘 아침에 출근했다. 엄마가 미처 다림질을 못 해 놓은 와이셔츠를 손수 다려 입고, 급하게 아침 신문을 읽으며 우유를 마셨다. 나는 한번도 아빠의 우울한 뒷모습을 본 적이 없었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언제나 나의 고민은 친구들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나였다. 집에선 평범한 척 재롱을 떨었지만 도무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점심시간이면 늘 혼자 도시락을 먹었고 책을 들여다보았다. 아이들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 왜 성적은 그 모양이지? 하며 뒤에서 비아냥거렸다. 나는 가끔,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기도 했지만 그들과의 대화에 끼어 드는 방법을 몰랐다. 아이들은 한 명이 어떤 가수를 좋아하면 우르륵 몰려들어 그 가수를 좋아했다. 만약, 누군가 그 가수를 나쁘게 말하면 금세 왕따, 라는 말을 했다. 가수들의 유행가를 공책에 적어가며 외웠고, 그들의 춤을 따라 했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나에겐 대부분 시시했고, 흥미롭지 못했다. 나는 공상에 빠져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그런 상상을 글로 써 놓았다. 가장 마지막에 쓰고 있던 것은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아빠가 행방불명이 된 후로 그 공책을 펼치지 않았다. 내가 유일하게 친하고 싶은 신혜와 나는 우주의 낯선 별에 단 둘이 있게 된다. 신혜는 처음에 거만하게 앉아만 있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 별의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그러다 우리는 동굴을 발견하고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동굴 속에서 별의 비밀을 발견한다. 커다란 웅덩이 속에 작은 난쟁이가 있다. 난쟁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고 웅덩이 속으로 우리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들의 부모님을 볼 수 있고, 난쟁이의 도움으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구하게 된다. 처음에 신혜는 별을 떠날 궁리만 하다가 나와 친해진다. 우리가 별에 정을 붙일 때, 난쟁이가 우리에게 지구로 돌려보내 준다는 제안을 한다. 난쟁이의 제안을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신혜에게 그 공책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신혜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다. 신혜는 그 별에서 나와 단둘이 있고 싶은지 친구들과 부모님이 있는 지구로 돌아오고 싶은지. 그러나, 신혜와 나는 3년 동안 친해질 수 없었다. 늘 신혜 주변에는 친구들이 있었고, 나는 그 속에 들어가지 못했다. 내가 그런 고민에 몰두할 때, 아빠는 어디를 돌아다녔을까? 공원이나 오락실, 동시상영 영화관 같은 곳에서 담배를 피우며 한숨을 쉬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지금, 아빠는 어디를 헤매고 있을까. 시계를 귀 가까이 댄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면 어느새 나는 또 꿈을 꾼다. 아빠는 둘리처럼 다른 공간으로 여행을 갔다. 아빠는 아주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귀가 커다란 사람들 사이에 있다. 그들은 아빠의 작은 귀를 당기며 놀려댄다. 아빠는 엄마와 내가 그립지만 이곳으로 오는 통로를 잃어버려 낯선 공간과 시간 속에 갇혀 있다. 다행히 아빠는 선량해서 둘리처럼 그 공간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을 받는다. 귀가 커다란 사람들은 아빠의 사정을 듣고 비밀 통로를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이곳으로 오는 통로를 찾으면 아빠는 돌아올 것이다. 엄마가 뒤척이는 소리에 내가 꿈을 꾼 것이 아니라 상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다시 꿈인지 상상인지 구분이 안 가는 그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귀를 시계에 바짝 댄다. 아파트 앞 놀이터에 신혜가 서 있다. 빨간 목도리와 모자를 쓴 신혜가 오른쪽 신발 끝으로 흙바닥을 툭툭, 치며 서 있다. 엄마 심부름으로 아파트 상가에 갈 때만 해도 그곳은 그냥 텅 빈 놀이터였다. 그러나 지금 놀이터에는 신혜가 서 있다. 신혜에게는 정말 빨간 색이 잘 어울린다. 신혜의 뒤에 있는 미끄럼틀의 빨간색도 신혜를 위해 꾸며놓은 배경처럼 느껴진다. 두부와 파가 들어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든손에 힘을 주고 신혜가 있는 놀이터를 지난다. 일부러 놀이터 쪽을 쳐다보지 않는다. 신혜도 나를 못 보았는지 신발로 흙을 파헤치고 있다. 아파트의 통로로 천천히 들어선다. "야, 인라인 고양이." 신혜의 목소리는 둘리 시계처럼 내 귓속을 부드럽게 파고든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신혜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신발로 땅을 파헤친다. "너, 지금 시간 있어?" 나는 손에 들고 있는 비닐 봉지를 뒤로 감춘다. 엄마는 두부 전골로 요리를 하기 위해 지금 부엌에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라면 얼마만큼?" 나도 모르게 놀이터 앞으로 다가가며 말한다. "많이. 나한테 인라인 타는 법을 가르쳐 줄만큼. 싫으면 관두고." 신혜는 가방 안에 인라인을 꺼내 보인다. 바람이 분다. 그네가 철겅거리며 바람을 태운다. 혼자 밥을 먹으라면 엄마는 또 헤프게 울어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신혜를 집으로 데리고 갈 수는 없다. 그 동안의 거짓말이 들통날 것이다. 분명, 엄마는 이것저것 캐묻다가 청소년을 위한 문학전집을 읽었느냐, 로 시작해 신혜네 집에 방문할 계획을 세울 것이다. "야, 빨리 대답해." 신혜는 신발 끝으로 흙을 파헤치다 목도리를 입가로 끌어당긴다. "잠깐만 기다려. 이것 두고 나올게."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엘리베이터는 14층에서 내려온다. 나는 다시 통로 입구로 가 놀이터를 쳐다본다. 신혜는 그네에 앉아 있다. 그네를 움직이지 않고 그냥 앉아만 있다. 노란 가로등이 신혜의 빨간 목도리와 모자를 따뜻하게 비춰주고 있다. 나는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면서 어떻게 할까, 궁리를 한다. 현관문을 열자 엄마가 만드는 육수냄새가 난다. 엄마는 식탁 위에 전골 냄비를 올려놓고 버섯과 갖가지 야채를 썰어 놓은 커다란 접시를 식탁 위에 올린다. 내가 건네준 비닐 봉지를 받아 두부를 꺼내 썬다. "엄마, 나 엄마 쏙 빼 닮았나봐. 어떻게 해?" "전골 냄비 전선을 꽂아라. 그런데 왜?" 엄마는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두부 썬 것을 접시에 담는다. 나는 엄마를 뒤에서 안고 베란다로 데리고 간다. 베란다의 창을 열고 놀이터를 가리킨다. 그네에 앉아 있는 신혜의 어깨에는 커다란 가방이 매달려 있다. "저 아인 누구야?" "신혜, 내 단짝. 오늘 생일이었어. 내가 깜빡했지 뭐야." "그래서? 들어오라고 해. 같이 밥 먹자." 엄마는 고개를 내밀어 신혜를 쳐다보곤 창을 닫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햄버거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어. 날 데리러 온 거야. 만약, 내가 지금 안 가면 나 왕따 당할지도 몰라. 어떻게 해?" 엄마는 두부를 썰던 손을 멈추고 소파에 가 앉는다. "그래, 다녀와. 일찍 와. 선물은?" 나는 내 방에 있는 커다란 곰 인형을 집는다. 신혜의 핸드폰에 매달려 있는 것과 똑같은 테디 베어다. "이것 주지, 뭐." 엄마에게 곰 인형을 들어 보이고 커다란 쇼핑백에 넣는다. 엄마는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켠다. "엄마, 미안. 얼른 두부 전골해서 먹어." "혼자 무슨 맛으로." 이제, 엄마는 내가 현관문을 나서면 바로 울어댈 것이다. 술술 나오는 나의 능숙한 거짓말에 감탄하면서도 엄마에게 미안함으로 심정이 복잡해진다. 엘리베이터 앞 소화전을 열어 곰인형을 소화전에 넣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꺼낸다. 신혜는 인라인을 처음 타보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신혜에게 바람을 느끼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 나는 신혜의 손을 잡아주며 넘어지는 법과 앞으로 걷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신혜는 불평 없이 넘어지며 내가 잡아 주는 손을 잡고 일어난다. 지금 신혜는 온전히 나의 단짝이 된다. "나 그만 쉬고 싶어, 네가 달리는 것 보고 싶어." 신혜는 학교 진입로 앞 도로에 걸터앉는다. 나는 신혜의 시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신경 쓰며 바람 속을 달린다. 잠바를 펼쳐 바람이 내 몸과 겨드랑이 사이로 움직이는 것을 보여준다. 신혜는 말없이 나의 움직임을 좇아온다. 신혜를 바라보며 뒤로 달린다. 뜨문뜨문 지나가는 차들이 모두 나의 방향과 반대로 달려간다. 가로수가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보면서 신혜에게 다가간다. "너, 잘 달리는구나. 기분이 좋니?" "바람이 몸을 죄어오는 느낌이 상쾌해. 너도 느껴봐." 신혜를 일으켜 손을 잡고 천천히 달린다. 바람에 추위를 느끼던 신혜는 곧잘 달리기 시작한다. 이따금 넘어지기도 하지만 내 손을 꼭 잡은 신혜는 말 잘 듣는 아이 같다. 검은 하늘에서 말간 솜사탕 같은 구름들이 우리를 빠르게 지나간다. 우리는 천천히 바람 속으로, 찬 공기 속으로 밀려들어간다. 신혜도 터플 코트의 단추를 연다. 갑자기 내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준 신혜는 멈춰 서서 웃는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신혜의 웃음은 정말 맑고 쾌활하고, 건강하다. 나도 따라 웃는다. 우리는 웃다가 다시 손을 잡고 달린다. 나와 신혜의 통로는 바람이 된 것이다. 우리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바람을 느낀다. 신혜를 따라 다니는 아이들은 결코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신혜는 목도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말한다. "야, 인라인 고양이. 너, 매일 나랑 달리자." "그래. 그래, 좋아." 신혜의 발갛게 얼어붙은 사과알 같은 볼에 깊은 보조개가 패어진다. 아파트의 통로 앞에서 신혜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엘리베이터로 올라탄다. 소화전에 둥글게 말려있는 테디 베어를 꺼내 엘리베이터를 내려오며 쫙 편다. 아파트 앞에 나가니 신혜는 어느새 인라인을 벗어 가방에 넣고 운동화를 신고 있다. 우리들의 통로 수단인 인라인 스케이트를 벗은 신혜의 모습도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테디 베어를 안고 가는 신혜의 뒷모습이 작아질 때까지 나는 아파트 통로 앞에 서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편지함으로 시선을 던진다. 우리 아파트 편지함에 가로로 놓여져 있는 하얀 사각봉투를 발견한다. 봉투는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편지함에 꼭꼭 숨겨져 있다. 혹시, 신혜가? 세금 납부고지서와는 다른 직사각형의 봉투를 집는 내 손은 떨렸다. 엄마는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다. 잠이 든 것인지 엄마가 싫어하는 범죄 사실을 재연하는 프로가 나오고 있다. 식탁 위에는 전골 냄비에 육수만 있고 두부와 갖가지 야채를 썰어 담아 놓은 접시가 그대로 있다. 엄마의 손에서 리모컨을 빼 텔레비전을 끈다. 그 바람에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난다. "지금 왔어?" "엄마, 밥 안 먹었어?" "어, 피곤해서 잠깐. 몇 시니?" "그것보다 엄마. 이것." 나는 혹시 편지의 내용이 안 좋은 것 일수도 있으니깐 먼저 뜯어보려고 했던 봉투를 내민다. 봉투 겉의 글씨체는 신혜의 글씨체가 아닌 아빠의 것이었다. 엄마는 봉투를 받아들고 아빠의 글씨체를 확인하자마자 마치 아빠를 안듯 와락 안는다. 엄마가 편지를 읽는 동안 나는 엄마의 얼굴 표정을 살핀다. 엄마의 얼굴은 금세 밝았다가 화를 내는 표정이었다가 결국,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그리고, 나를 안는다. "네 아빠. 우리를 잊지 않았어. 바다에 나갔단다. 아주 먼바다에." 엄마는 편지를 다시 한번 읽고 나에게 편지를 건넨다. 그리곤 식탁 앞으로 가 전골 냄비에 불을 켜고 밥솥에서 밥을 푼다. 밥 냄새에 갑자기 맹렬하게 허기가 진다. "엄마, 나도 더 먹을 수 있어. 엄마랑 먹으려고 밥 조금만 먹었거든." "그래, 알았어. 편지를 소리내어 읽어봐라, 다시 듣게." 엄마는 냉장고를 열어 반찬을 꺼내며 나를 돌아보며 웃는다. 엄마의 얼굴에 있던 주름들이 그 웃음에 사라진다. "어릴 때, 나의 꿈은 마도로스가 되는 것이었어. 그러나 생각보다 바다는 힘이 드오. 나는 지금 남해에서 고기잡이배를 타고 먼바다에 나왔소. 이곳에는 물이 아주 좋아 물고기가 쉴 틈을 안 준 다오. 바다를 멀미날 정도로 느끼며 육지에 있는 당신이 너무 그립소. 당신과 나의 딸, 해진이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소." 아빠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편지를 읽는다. 엄마는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어달라고 한다. "당신과 나의 딸, 해진이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소." 내 목소리는 아빠와 너무 닮아 마치, 아빠가 돌아와 화장실에서 고개를 내밀고 말하는 것 같다. 아빠는 언제 돌아온다는 말도 없었지만 엄마는 마냥 기쁨에 들뜬다. 엄마와 나는 김이 폴폴 나는 두부 전골을 먹는다. 엄마는 뜨거운 두부를 입에 넣고 고개를 흔들어대며 웃는다. 우리는 모처럼 기분 좋게 국물을 식탁 위에 철철 흘리며 많은 양의 밥을 먹는다. 엄마는 그릇들을 개수대에 아무렇게 담가두고 소파에 누워 습관처럼 채널을 돌린다. 한번도 엄마의 손에서 고정된 적 없던, 내셔널 지오 그래픽 채널을 튼다. 화면 가득 바다가 출렁거리고, 해양 어류 연구가들은 고래의 울음소리를 좇아가며 고래를 기다린다. 엄마 옆에 눕는다. 좁은 소파지만 엄마와 내가 눕기에는 넉넉하다. 손으로 엄마의 배를 만진다. 배에 있는 상처를 더듬는다. 엄마는 간지럽다고 웃는다. 그러니깐, 이 상처를 통해 나는 세상으로 나온 거다. 그 전에 아빠는 엄마에게 사랑의 씨앗을 주었을 것이다. 아빠의 목소리를 흉내내 엄마의 귓속에 말한다. "바다를 멀미날 정도로 느끼며 육지에 있는 당신이 너무 그립소." 아빠는 집으로 돌아오는 통로를 잊지 않고 있다. 언젠가, 어쩌면 빠르면 내일이면 아빠가 돌아올 지도 모른다. 돌아온 후에 어쩌면 싸울지도 모르지만 아빠가 돌아오는 것은 엄마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내일부터 신혜랑 인라인을 타고 한 시간씩만 달리겠다고 말한다. 엄마는 아주 늦은 시간이 아니면 허락하겠다고 말하고 내 어깨를 안아준다. 엄마에게서 달콤한 냄새가 난다. 신혜와 손을 잡고 바람 속을 달리고 있는 것처럼 경쾌한 느낌이 든다. 나는 신혜에게 아주 천천히 바람이 몸을 죄어오는 느낌을 알려줄 것이다. 우리는 내일부터 겨울의 바람 속을 달릴 것이다. -끝-
초등교에 이어 중·고교 교단도 여성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16개 시도교육청이 발표한 2004학년도 중등 신규 임용고사 1차 시험 결과, 합격자의 80% 이상이 여성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일 27개 과목에 대한 1차 시험 합격자 568명을 확정·발표한 결과 전체 합격자의 88.2%에 이르는 501명이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남자는 67명으로 11.8%에 불과했다. 2003학년도에도 중등교사 최종합격자 422명 중 여자가 373명으로 88.4%에 달했다. 전북교육청도 1차 시험 합격자 145명 중 73%에 이르는 106명이 여성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17개 교과에서 최종 106명을 선발하는 이번 시험에서 1차 응시자 1130명 중 약 80%가 여성이기도 했다. 과목별로는 1차에서 24명(최종 18명)을 뽑은 국어과목에 남성은 단 1명에 그쳤고 영어과목도 합격자 16명중 남성은 2명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국어, 수학, 영어 등 3개 과목에서 35명을 선발했는데 최종합격자의 74.2%인 26명이 여성이었다. 대전도 2일 20개 과목에 걸쳐 310명의 1차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중 남자는 54명(17%)에 그친 반면 여자가 256명(83%)으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반면 남자의 경우는 체육·기술 등 일부 과목에만 집중된 상태로 주지교과인 국·영·수의 경우 여성이 거의 90%에 육박하는 상태다. 인천교육청 중등교육과 담당자는 "작년에도 최종합격자 중 82퍼센트가 여자였고 올해도 1차 합격자 중 남녀비율이 약 2대 8 정도로 보이는 데 타 시도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며 "중등의 여성화 속도가 이미 초등을 앞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등교단의 여성화는 이미 수 년 전부터 가파른 상승세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군 가산점이 폐지된 다음해인 2001년부터는 중등 여성합격자 비율이 초등 여성합격자 비율을 앞질렀다. 2001년 이후 초등 여성합격자 비율은 75% 이하로 떨어진 반면 중등 여성 합격자 비율은 80%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중등교원의 여성 비율은 매년 2%씩 증가해 2002년 현재 46.3%를 기록하고 있다. 10년 후면 7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중등교단의 여성화는 무엇보다 여학생들의 교직선호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교·사대 재학생의 70%가 여학생이니 만큼 여성합격자가 80%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 황영준 사무관은 "정년보장에 근무여건이 여학생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게 사실이어서 우수한 여학생들 사이로 남학생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4년 전 헌법재판소가 공무원 채용시험의 군필자 가산점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가산점 폐지 후 서울시교육청 등은 남학생 응시연령을 40살에서 43살로 높였지만 사실 서울 같은 도시 지역에서 그 연령에 합격할 확률은 없어 효과는 제로였다는 게 일선의 반응이다. 서울교육청 교원정책과 담당자는 "남학생에게 주어지던 3점의 가산점이 없어져 여학생들과 동등한 경쟁을 치르게 되면서 합격률 증감에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수한 남학생들이 교직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올해 교육예산은 지난해보다 1조 4805억 원(5.9%) 증가한 26조 3840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 중 지방대학 지원과 중학교 의무교육 확대 비용이 크게 늘었고,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하나로 사이버 가정학습과 가정교사 지원 예산 및 퇴직교원의 평생교육활동 지원비가 첫 선을 보였다. 그러나 교원 처우 관련 예산은 봉급 3.88% 인상 수준에 그쳤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 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117조 5000억 원 규모에서 8000억 원이 증액된 118조 3000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교육예산 26조 3840억 원은 정부 전체 예산의 22.45% 규모이다. 교육예산 중 약 85%를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은 지난해보다 6.1% 증가한 22조 4천 억 여원, 중앙교육재정은 4.8% 늘어난 3조 9천 억 여 원을 차지한다. ■중 의무교육비만 8342억 지난해까지 중학교 2학년까지만 실시되던 무상교육이 올해부터는 3학년까지 확대됨에 따라 교육부는 중학교 의무교육비를 지난해보다 2892억 원 증액된 8342억 원으로 편성됐다. 또 중학교 과정의 비정규학교(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에 대한 학비 지원도 1·2학년에서 3학년까지 확대돼, 지난해보다 21억 원이 증액된 51억 원으로 책정됐다. 장애아 교육지원을 위한 장애유아 교육비 36억 원 및 장애학생 통합교육보조원 채용 28억 원이 올해 예산에 신규로 반영됐다. 아울러 저소득층 유치원 학비 지원 대상이 만 5세아에서 만 3, 4세아까지 확대됨에 따라 지난해보다 89억 원이 증액된 320억 원으로, 저소득층 고교생 및 실업계 고교생에 대한 입학금 및 수업료 지원비도 939억 원 책정됐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원)생 28만 명을 대상으로 한 학자금 융자 지원액은 912억 원 편성됐고 이자율(9.5%)에 대한 국고 부담은 확대(4.25%에서 4.75%)하고 학부모 부담은 낮추었다(5.25%에서 4.75%). 고교직업교육 확중 비용은 50억 원 정도 줄었다. 실업계 고교 체제 개편 및 특성화·내실화 비용이 454억 16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5억 400만원 감소했고, 일반고 직업교육 예산도 1억 9600만원 줄어 8억 9600만원, 농어촌 지역 실업고 학과개편 예산은 2억 6600만원 감소해 24억 6400만원으로 편성됐다. ■사이버가정학습 예산 반영 올해 초중등교육정보화예산은 369억 67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47억 9600만원 늘었다. 이 중에서 수능 방송 프로그램 제작 확대 및 무료 인터넷서비스 비용 200억원과 사이버가정학습 및 가정교사지원체제 구축비 21억 5200만원이 신규로 편성됐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 초중학생에게 무료 사이버 가정학습을 지원함으로써 학교교육을 보완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맞춤형 수준별 컨텐츠 개발에 15억 4000만원, 사이버 가정학습 지원시스템 구축 6억 1200만원을 신규로 반영해 두 개 시·도교육청에서 시범 운영토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초중등학교 인터넷 통신비 예산도 지난해 58억원에서 67억 4700만원으로 다소 증가했다. 이는 모든 초중등 학교에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코자 하는 취지로, 국립 28개 교에 대해서는 전액 국고 지원하고, 공립학교는 20% 국고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다.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구축예산은 17억 정도 늘어 32억 4200만원이 편성됐고, 교육정보자료 개발 및 활용 능력 배양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20억 원으로 동결됐다. 아울러 정부는 방송고교 사이버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15억원을 신규로 반영했다. 현재 공중파 라디오 방송 중심의 방송고 운영 방식이 가지고 있는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방송대 사이버 강의 시스템 구축비 5억원도 신규 반영됐다. ■삼락회 지원비 10억 신규 반영 교원의 전문성 제고 및 사기 진작 예산은 지난해보다 151억 8300만원이 줄어든 3195억 6400만원이 편성됐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7월 퇴직교원평생교육활동지원법이 제정됨에 따라 퇴직교원의 평생교육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 10억 원을 신규로 책정했고, 교대 성적 우수자에게 지급하는 사도장학금도 2억 8800만원 증가한 7억 5100만원으로 늘렸다. 또 각 교대에 2006년경 완공예정인 교사교육센터 건립비로 지난해 100억에 이어 올해는 177억 2400만원으로 책정했다. 사립학교 교직원의 연금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국고부담금을 지난해보다 61억 7100만원 늘려 2997억 6200만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교원단체와의 교섭 자료집 발간 및 단체교섭 협의운영비 1억 2500만원, 초중등교원국외연수비 2억 200만원은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됐다. ■지방대 지원 급증, 국공립대 지원은 감소 정부는 또 지방대학 중심의 지역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에 2200억 원을 반영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600억원 증액된 예산이며, 반면 수도권 위주의 대학 특성화 사업비는 지난해보다 550억원 줄여 600억원에 그쳤다. 또 신 산학협력 활성화를 통한 지방대학과 지역산업의 동시 발전을 위해, 권역별 신 산학협력 우수대학 지원 200억 원, 학교지원기업지원비 100억원이 편성됐다. 아울러 고등교육 분야의 연구능력 제고를 위해 학술연구조성사업비가 지난해 보다 12억 원 줄었지만 2264억원으로, 세계 수준의 대학원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BK21 사업비가 200억원 늘어난 1800억 원으로 책정됐다.
교무·학사, 보건, 입·진학 등 3개 영역의 나이스 서버를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결정할 제9차 교육정보화위원회가 오는 29일과 30일 양일 중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별 나이스 입력자료를 네트워크로 연결할 것인지 여부도 교육정보화위원회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학교별 자료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대입전형과 전·출입, 입·진학자료를 출력해 직접 제출해야 하고, 교육통계등 2차 자료 생성이 어려워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 진다. 이에 앞선 지난달 30일 교육정보화위원회는 제8차 전체 회의를 열고, 3개 영역에 대한 서버 구축 기준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3개 분과별 2명씩의 대표로 구성된 합동분과위원회는 특수학교와 고교는 학교별로 서버를 설치하고, 초중학교는 15개 학교씩 묶는 방안을 전체 회의에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합동분과위원회 제안대로라면 전국에 2500여개 정도의 서버가 구축돼야 한다. 여기에 대해 교총측 대표는 '고교는 광역교육청 단위로, 초·중학교는 지역교육청 단위로 200여 개 정도의 서버'를 제안했고, 전교조는 4000여 개 서버를 주장해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교육부 측은 학급수 규모에 따라 서버를 묶되 200여 개 정도가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정보화위원회는 새 시스템이 도입될 때까지 3개 영역 관련 정보는 단독컴퓨터(SA),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NEIS 등 현재 사용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고, 수기 처리하던 학교에 대해서는 SA로 통일하도록 했다. 아울러 정보의 수집, 관리뿐만 아니라 유지, 관리, 백업을 포함하는 기술적인 관리 권한도 학교장의 권한 범위 내에 속하며, 학교 필요에 따라 기술적 관리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해 실질적으로 정보교사의 부담을 덜 수 있게 했다.
유아교육법안이 지난 1월 8일 드디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지난 7년 동안 국회 상임위원회에서조차 통과되지 않았던 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100년이 넘는 우리나라 유아교육 역사에 있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이 번에 국회가 유아교육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한국교총을 비롯한 유아교육계의 오랜 숙원이자 절실한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유아교육 발전을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지금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유아교육 발전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과 행·재정적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유아교육법이 제정됨으로서 유아발달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교육과 보호를 가능하게 하고, 학부모들에게는 질 높은 유아교육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 및 효율적인 유아교육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체제를 구축하게 되었다. 또한 그동안 유치원 교육은 초.중등교육법에 포함돼 있었으나 별도 법률이 제정되어 교육기본법 아래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평생교육법의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법제정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 2학년까지 실시되던 무상 의무교육이 올해부터 중3까지 확대된 데 이어 초등학교 취학 직전 1년이 더해져 '10년 무상교육 시대'가 열리게 됐다. 사실 이번에 통과된 유아교육법은 한국교총과 유아교육대표자연대 등 유아교육자들과 일선 교원들의 단결된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법제정을 반대하는 보육관련단체들의 집단이기적 주장과 정치권의 눈치보기에 이번 국회에서도 실종될 위기에 처한 법안이 막판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유아교육법 제정을 위하여 한국교총이 그 동안 정부와 수차례 단체교섭 합의를 하고, 한국교총 내에 유아교육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가 하면 '유아교육법제정을위한유아교육대표자연대'를 조직화하여 전국의 국공사립유치원교원 및 대학교수, 대학생연합, 대학원생연합 등이 참여한 가운데 강력한 법 제정 활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는 법제정에 따라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어떻게 마련하여 법제정 취지를 구체화하는가의 문제가 남아 있다. 이번 법제정 과정에서 유아교육계와 보육관련단체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갈등이 표출된 바가 있음을 상기할 때 앞으로도 유아들을 위한 교육적 관점에서 후속 조치가 차질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육부는 물론 교육구성원 모두 합심하여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유아교육계도 질 높은 유아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한국, 중국, 일본의 유명 초상화를 선보이는 '위대한 얼굴-한·중·일 초상화 대전'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3월 14일까지 계속된다. 중국과 일본의 국보급 초상화는 물론 우리나라 초상화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조선시대 '윤두서 자화상' 등 굵직굵직한 인물화가 전시된다. 3국의 초상화를 비교해보는 재미뿐 아니라 중국 초상화의 이해를 도와줄 공예품과 유물, 공자, 진시황, 왕희지 등 중국 위인 220명의 초상과 약력이 수록된 화첩도 감상할 수 있다. 문의=02)2124-8944
여느 해보다 따뜻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바람이 매서운 겨울. 하지만 날씨가 춥다고 해서 방학을 그저 흘려보낼 수만은 없다. 각종 연수에, 평소 시간 내기 힘들어 미뤄왔던 동호회 활동 등을 챙기다 보면 추위쯤은 금세 잊게 마련이다. 겨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스포츠가 바로 스키. 김건철 한국교사스키연구회 회장(건대 부속고 교사)에게서 스키동호회의 겨울나기를 들어봤다. -교사스키연구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우리 연구회는 2000년 12월, 스키를 즐겨 타던 동료 교사들끼리 '서울교사스키연구회'를 발족시키면서 시작됐다. 다음해에 명칭을 '한국교사스키연구회'로 바꿨고 회원수도 점차 늘어 현재는 87명에 이르고 있다. 회원 교사들은 초급부터 상급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는 편이다. 2000년 겨울방학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스키 오리엔티어링 직무연수를 실시했고 내년에도 60시간 직무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세미나나 강습회, 가족캠프 등을 매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스키하면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운동으로 알기 쉬운데. 사실 스키는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이고 그러다 보니 교사들 사이에서 스키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동호회의 가장 큰 목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용료도 거의 받지 않고 회원교사들도 강사비를 받지 않고 봉사하고 있다. 비싸다는 이유로 교사들이 제대로 배우지 않고 스키를 타는 경우도 있는데 캠프 등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해질 내용이기 때문에 제대로 탈 수 있는 스키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운동에 비해 스키만이 가진 묘미가 있다면. 우선 자연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활동이 줄어들기 쉬운 겨울철 운동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아시아 지역 중에서 우리나라 스키장들이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라 생각한다. 눈이 없는 동남아 국가에서 스키를 타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다는 기사를 자주 접했을 것이다. 이러한 장점을 살린다면 스키가 앞으로 아시아 지역교류의 기회도 제공할 수 있지 않겠나. -겨울방학이라 스키동호회는 특히 바쁠 것 같다. 이미 지난 7일까지 용평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스키교육캠프를 열었다. 이 달 중순까지 중학생 스키교육캠프, 청소년 대상 스노우보드캠프 일정도 잡혀있다. 이달 26일부터 29일까지는 교사들을 위한 강사과정캠프가 계획돼 있고 올해로 4회째를 맞는 교직원 가족 스키캠프도 2월 4일부터 6일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다면. 올 여름방학에는 첫 번째 하계 해외전지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교사출신 자원봉사자 강사를 많이 양성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질 높은 스키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방학이 있는 교사들에게는 스키가 시기적으로 매우 적합한 운동이다. 교원가족의 스키캠프에 주력함으로써 앞으로 교사스키연구회를 더욱 활성화시켜 나가겠다. -한국교사스키연구회 문의:0502-801-5000, www.ktsa.ce.ro
택배가 배달됐다. 발신인은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는 제자의 이름이다. 상자를 열어보니 사이즈에 맞는 최고 상표의 구두였다. 초년 시절, 중3학생들과 대승사에서 1박을 하는 가을소풍 겸 졸업여행이 있었다. 고등학교 진학률이 70%를 밑돌았고 여학생들은 더욱 진학이 힘든 상황이었기에 어찌 보면 재학시절에 마지막으로 갖는 소풍이기도 했다. 저녁 식사 전에 벌써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녀석들이 있었다. 학교를 벗어나 풀어진 마음에 술을 마신 것이다. 생각다 못해 학생들에게 음주방법을 가르치기로 선생님들간에 합의를 했다. 숨겨준 소주를 전부 회수했더니 자그마치 2박스나 됐다. 큼지막한 절간방에서 학생들을 가지런히 앉히고 희망자에 한해 주전자의 소주를 한잔씩 따라주기 시작했다. 힘든 농사일을 하다가 새참 때면 농주 마시는 데 이력이 난 녀석들이라 두 손으로 소주를 받아들고 고개를 약간 돌려 얌전히 마신다. 비록 1박인 산사의 밤이지만 불안하기도 했다. 지도교사가 손수 소주잔을 돌렸으니 누가 아는 날이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동인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벽이 되어서야 깜빡 잠이 든 모양이다. 눈을 떴는데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장난끼 많은 녀석들이 체육복의 팔과 몸통을 바늘로 꿰매고 바지 가랑이를 이불에 꿰매어 놓았으니 나무등걸 그 자체였다. 소리를 질러보지만 내 모습에 박장대소할 뿐 어느 녀석 하나 도울 기미가 없다. 가까스로 밖으로 나왔더니 내 신발이 옹달샘에 잠겨 있었다. 아이들은 들뜬 기분에 장난을 쳐놓고 행여 선생님이 화를 내면 어쩔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역력했다. 신발을 건져 툭툭 털고 절벅거리는 신발을 아무말 없이 신었다. "어어, 시원해서 좋구나." 물 속에 잠긴 그 신발이 27년만에 오늘 교무실에 배달된 것이다. 강산이 세 번 변할 즈음에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오늘, 더 열심히 교육에 매진하련다.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실현하기 위한 유아교육법이 제정됐다. 이에 따라 만 5세아에 대한 무상교육의 길이 열리게 됐으며 유아교육계의 7년에 걸친 입법추진 활동이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고 유아교육법안을 찬성 188, 반대 5, 기권 19로 통과시켰다. 국회는 동시에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영유아보육법도 의결했다. 제정된 유아교육법은 초등학교 취학 직전 5세 유아의 무상교육과 유치원 종일반 확대, 국가 및 지자체의 사립유치원에 대한 운영경비 보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또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나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 5세 미만이라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교육비용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유아교육법은 15대 국회에서 맨처음 발의됐으나 국회종료로 자동 폐기됐고, 16대 국회에선 이재정, 김정숙 의원이 각각 발의했지만 2년간 심사가 미뤄져 왔었다. 유아교육법은 이날 제정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지난달 11일 2년 동안 16대 국회에 계류돼 있던 법안이 교육위를 통과하면서 제정을 눈앞에 두는 듯 했지만 법사위에서의 진통이 계속됐다. 법사위에서는 몇차례의 심사소위가 개최됐고 소위를 통과한 뒤에도 일부 의원의 반대로 의결이 지연되는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었다. 다행이 지난달 26일 극적으로 법사위를 통과해 연내 의결을 점쳐졌었다. 하지만 보육시설측이 극렬하게 반대하자 다수당인 한나라당은 총선을 앞둔 정치적 변수를 고려해 본회의 상정을 유보하는 등 교육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교총과 유아교육계는 거세게 반발했고 한나라당사에서의 시위와 관계자 방문 및 설득이 연일 계속됐다. 교총은 한나라당과의 결별을 경고하기도 했다. 유아교육기관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와 보육기관인 전국 어린이집·놀이방연합회가 3일 기자회견에서 "유아교육법과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동시에 통과시키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발표해 합의에 이르는 듯 했지만 다른 보육기관이 반대를 계속했고 한나라당도 입장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유아교육법 제정을 열망하는 19대 단체는 일간지 광고를 통해 제정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정치권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상호보완적으로 기능햘 때 질 높은 교육과 보육이 이뤄진다"며 "정치권은 보육시설장의 집단이기주의보다는 대다수 학부모와 유아들의 권리를 먼저 생각하라"고 주장했다. 보육시설도 이에 맞대응에 광고전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한나라당 이강두 정책위의장은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유아교육계와 보육계 모두 공적지원에 의해 함께 할 수 있는 수정안을 마련, 본회의에 유아교육법수정안을 제출, 처리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날 "유아교육계가 요구한 사립유치원 교사 인건비 지원을 수용한 유아교육법 수정안과 보육계가 요구한 민간보육시설 설치 및 운영비 지원 등 5개 요구조건을 수용한 영유아보육법 수정안을 마련했다"며 "8일 본회의에서 두 법안을 함께 올려 처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8일 황우여 의원외 38인이 수정안을 제안했고 수정안이 통과됐다. 통과된 유아교육법 수정안은 '교육·보호'조항에서 보호를 삭제하고 사립유치원 교사 인건비 지원 등이 포함됐고 영유아보육법 수정안은 ▲민간보육시설 설치 및 운영비 지원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 ▲초과 보육에 대한 운영비 보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서울교총은 8일 임직원과 교육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덕담을 나누고 놀이판을 벌이는 등 신명나는 신년교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교총 이군현 회장은 지난 해 교단 갈등으로 중요한 현안들이 미루어진 것을 염두에 둔 듯 "올해는 꿈꾸는 교총, 춤추는 교총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공교육이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뜻과 지혜를 모으고 행동을 통일해 나가자"고 말했다. 서울교총 박희정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총선과 함께 서울교육감 선거가 있는 해"라면서 "교육발전을 도울 후보와 그렇지 않을 후보를 가려 당선·낙선 운동을 벌이고 서울 교육감 후보를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교육감 후보에 19명이 자천타천으로 나서고 있고 이들은 저마다 2등을 하면 2차 투표에서 1등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최근 정치권의 불출마 선언과 같은 바람이 교육감 후보 군에도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영수 서울교위의장도 동감을 표시하고 단합과 단결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상진 국공사립초중고교장회 회장은 "사회 전체에 만연된 왜곡된 평등주의로 인해 국가발전이 정체되고 있다"면서 "올해는 왜곡된 교육평등주의를 깨는 데 최선을 다하는 해가 돼야 하고 특정 교원단체를 제어하는 중요한 한해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부두완 서울시의회의원은 "교육 백년대계에 두 갈래 흐름이 있어 안타깝다"면서 "서울 교총이 추진하는 교원전문대학원 신설을 위한 부지·예산 확보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교총 신년교례회 인천교총도 5일 각계 인사가 참석한 가운데 인천교육의 발전을 기원하고 다짐하는 신년교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나근형 교육감, 안상수 시장, 황선근 인하대부총장, 안상원 교위의장과 인천교총 회장단·임원, 교육장, 각급학교 교장 그리고 한나라당 황우여, 이윤성, 이경재 의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인천교총 김흥규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씻고 한 단계 도약하는 해가 되도록 교육계는 분발하고 사회는 지원을 아끼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상수 시장은 "인천을 국제적 교육도시로 만드는 데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경기도내 사립학교의 재정 상황과 예·결산 내용이 공개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사립학교의 세입·세출 예산서 및 결산내역을 학부모 및 교직원에게 공개토록 하는 내용의 '건전 재정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사립학교 회계운영 지침'을 마련, 오는 3월 학기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지침에 따르면 도내 230개 사립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들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모든 학교예산 및 결산서를 확정한 지 10일 이내 해당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해야 한다. 공개대상에는 입학금 및 수업료, 국가·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과 지원금, 학교운영지원비 같은 세입내역과 교직원 인건비, 교수학습활동비, 시설비와 같은 세출내역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학교발전기금과 업무추진비 등에 대한 세부 내역이 공개돼 조성과정과 사용절차상의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예·결산 내역을 공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게재하는 학교법인에 대해 행·재정적 지원을 제한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되 법인전입금이 학교예산 총액의 50%를 넘는 학교의 경우 공개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에서는 한국디지털미디어고가 예산의 전용, 재산임대료 집행 부당 등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적발된 바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ICT 활용 수업을 위한 자료로 국가기관 개발자료보다는 민간기업이 개발한 자료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교대의 ICT 활용능력 관련 이수학점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전국 시·도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된 인터넷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참여한 1021명의 교사중 교육과정 속에 ICT 운영과 활용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이 현장에서 수업에 활용할 때 효율성이 높다는 응답자가 72%나 됐지만 현재 학교교육과정에 ICT활용을 포함해 편성하고 있는 학교는 57%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교수-학습 활동시 ICT 활용에 대해 교사들의 정서에서 부정적인 응답자 18%보다 긍정적인 응답자가 36%로 두배가 많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컨텐츠 사용에서 초등학교의 경우 299명 응답자중 287명이 특정 민간기업 개발 컨텐츠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 CD자료(257명), 직접 제작한 자료(190명), 에듀넷 자료(167명), 시·도별 정보센터의 자료(60명)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인터넷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에듀넷 자료와 시·도별 정보센터의 자료가 민간기업 개발 컨텐츠의 응답자수보다 훨씬 적어 이들 기관의 새로운 자료개발의 필요성이 지적됐다. 응답자들은 또 컨텐츠를 개발할 때에는 활용이 용이하고 학습목표 달성에 적합해야 하며 교사가 재구성하기 쉬워야 하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구성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개발한다고 지적했다. 수업에 도움이 되기 위한 ICT활용 연수 방법으로는 ICT 도구와 활용 방법의 병행 연수가 43%로 가장 많았으며 교과별 연수가 32%, ICT활용 방법별 연수가 뒤를 이었다. 또 예비교원의 ICT활용능력 향상을 위한 직전 이수학점에 대해 76%의 응답자가 현재 교대 평균이수학점인 2∼4학점보다 높은 이수학점을 선택했다.
전국 대학의 e-강의실 구축률이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도권 등 대도시보다 지방이 컴퓨터 한 대당 학생수가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하 KERIS)이 최근 펴낸 '2003 교육정보화 백서'에 따르면 2003년 6월 교육부에서 실시한 전국 204개 대학 e-강의실 구축률 조사결과 전국 대학의 e-강의실은 일반 강의실 2만1663실 중 1만1568실로 53.5%의 구축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전문대학이 일반 강의실 98 중 59실을 e-강의실로 구축해 60% 이상의 구축률을 보이고 있고, 사립 4년제 대학은 55.2%, 국립 4년제 대학은 50.2%, 교육대학은 46.6%의 구축률을 보이고 있다. 국립산업대학은 30.6%로 현재 가장 낮은 구축률을 보였다. e-Learning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학습체제 및 e-강의실 구축, 인터넷을 통한 멀티미디어 강의자료의 실시간 활용, 사이버 교육 및 온라인 원격교육의 실시 등을 통해 교육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구현하는 교수-학습 방법. 이미 미국의 MIT, 미시간, 스탠포드 등에서는 대학 내에 e-Learning 지원센터를 마련해 e-Learning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으며, 프레즈노 주립대학에서는 전체 2500여 강좌 중 38%인 950여 강좌를 e-Learning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 및 대학원에서의 e-Learning 활동은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지만 전자칠판, 영상, 음향 장비, 웹 등을 이용해 적극적인 쌍방향 교육을 제공하는 e-강의실 구축률이 50%를 넘어서면서 대학 및 대학원에서의 e-Learning도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정보격차로 인한 불균형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0년 '저소득층 자녀 정보화교육 및 PC 보급 계획'을 수립하고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정보화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모두 1158억원이 투입됐으며, 2003년에는 모두 261억원이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정보화교육에 지원됐다. 이중 PC보급을 위한 비용이 133억원, 통신료 부담을 위한 비용이 128억원으로 정부는 이를 통해 매년 5만여명의 학생들에게 무료로 PC임대료를 지급하는 한편, 인터넷 통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학교컴퓨터 1대당 학생수는 지방이 수도권보다 2배정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전국에서 컴퓨터 1대당 학생수가 가장 적은 지역은 경북(3.9), 전남(4.1), 강원(4.3)의 순이고,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8.1), 울산(7.4), 인천(7.2)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전국을 통털어 평균을 내보면 컴퓨터 1대당 학생수는 6.1명으로 대략 6명에 1대꼴로 컴퓨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백서는 "이같은 결과는 지방 및 저소득층 학생들도 교육정보화를 통한 교육서비스 혜택을 수도권 학생들 못지 않게 누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앞으로 교육정보화 인프라를 활용한 ICT활용 수업 및 사이버 학습이 활성화된다면 지역간, 계층간 교육정보 불균형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제1과 인솨하기. 철쑤눈 하껴에 가쑴당. 운덩장에 쌔임이 계셨숨당. 철쑤눈 언넝 쌔임께로 텨가 인솨를 했숨당. "쌔임, 안뉴ㅇ~? -_-" 임더 빵갑게 인솨했슴다. "철쑤 떠샤?~" 거때 영휘가 철쑤와 임이 있는 쪄그러 거러가쑴당. 철쑤와 영휘는 방갑께 인솨를 나누었슴당. "철수 할라당발라당살라당 ^^*" "영희 빵까루~"…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2015년 국어교과서 내용'이라는 유머중의 일부입니다. 외래어에 의한 우리말의 오염,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인성이나 가치관형성 등에 적절치 않은 내용이 심심찮게 국어 교과서에 발견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2015년 우리는 국어 교과서에서 '제1과 인솨하기'를 실제로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국어교과서에 얼마나 많은 오류가 범해지고 있는 지, 최근 지적된 오류들을 용례 별로 분석해본다. #영어 전치사에서 한문, 일어 번역투까지 국어 교과서에는 한문과 일본어 번역투에 비해 영어 번역투가 압도적으로 많다. 특히 전치사구의 전이가 가장 빈번하다. 경남대 김정우 교수가 '배달말'에 기고한 '국어 교과서의 외국어 번역투에 대한 종합적 고찰'을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초중고 국어 교과서 51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그 사람으로부터 잘잘못을 들은 다음(중학 생활국어 2-2 103쪽) ▲누나와 나는 할머니로부터 무섭게 지청구를 먹어가며(중학 국어 2-1 146쪽) ▲웃음의 유일한 기능은 '긴장으로부터의 해방'이다(초등 읽기 6-1 97쪽) 등의 문장에서는 시원(始原)을 나타내는 영어 전치사 '프롬(from)'의 흔적이 보인다. 각각 △그 사람에게(서) △할머니에게(서) △'긴장에서 벗어나는 해방'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변형의 멋도 선보이고(중학 국어 1-2 170쪽)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중학 국어 1-2 232쪽) 등의 문장은 영어 전치사 'through'를 번역한 것이고 ▲문자 언어는 필요에 의해서 오랜 기간을(중학 국어 1-1 213쪽) ▲제일 긴 그 다리가 폭격에 의해 아깝게 끊어진 뒤로는(중학 국어 2-1 143쪽) 등의 문장은 전치사 'by'를 번역한 흔적이 짙다고 분석했다. 역시 △이번 기회에 △소설 속에서 △필요에 따라 △폭격으로 등으로 고쳐야 자연스럽다. 김 교수는 이외에도 영어의 소유 구문을 나타내는 동사 'have'가 그대로 번역된 듯한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고등 국어 상 84쪽), 수동태 구문 형식이 그대로 드러난 '아이들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창작된 놀이'(중학 생활국어 2-2 91쪽) 등의 문장도 영어 번역투 문장으로 지적했다. 그는 이를 '사랑하는 처자가 있는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자연 발생적으로 창작한 놀이'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그는 또 '소리로 인해 고통받는 내 심정'(중학 국어 2-1 27쪽), '그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중학 국어 1-1 134쪽) 등에서는 한문의 기능어 '인(因)'과 '사(使)'의 자취를 읽어낼 수 있다면서 이를 각각 '소리로 고통받는 내 심정', '그들이 친근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으로 수정했다. 이밖에 일본어 번역투로는 '닫혀진 약국'(중학 국어 1-2 36쪽), '잘리어진 나이테'(고등 국어 상 29쪽), '이 글이 잘 짜여졌는지'(고등국어 상 181쪽) 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닫힌' '잘린' '짜였는지'로 써야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모국어의 자연스러운 문장 규칙을 깨뜨리는 수동적인 번역투 문장을 쓰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우리의 언어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국어 교과서는 여러 가지 기준에서 '모범적'인 문장을 구사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맞춤법, 띄어쓰기 오류만 1000여 건 최근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가 발간한 '중학교 국어교과서 오류실태 분석'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중학교 1학년 1·2학기, 2학년 1·2학기 등 모두 4권의 교과서에 △맞춤법, 표준어규정 오류 81건 △띄어쓰기 오류 526건 △문장부호 및 형식오류 28건 △부적합한 낱말사용 40건 △어법에 어긋난 표현 73건 △논리, 내용이 어색한 표현 34건 등 모두 793건의 잘못이 드러났다. 보고서는 또 아라비아숫자와 단위명사의 띄어쓰기 오류도 수백 건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중학교 1학년 2학기 교과서 78 80 81쪽의 '평양 감사'는 조선시대 행정구역상 '평안 감사' 또는 '평양 부사'가 맞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194쪽 '몸뚱아리'는 표준어 '몸뚱어리'를 써야 하고, 73쪽 '백발 백중'은 한자성어이므로 '백발백중'으로 붙여써야 하는데 띄어썼다. 이밖에 2학년 2학기 교과서 56쪽에서는 '뾰조록하니'가 '뽀조록하니'로 표기되고, 불교용어 '십대왕(十大王)'의 한자가 96쪽에서 '十代王'으로 오기된 것을 비롯해 '우루루'(우르르의 오기), '아뿔사'(아뿔싸의 오기), '세익스피어'(셰익스피어의 오기), '혼자말'(혼잣말의 오기) 등 한글맞춤법이나 외래어표기법에 틀린 단어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국정교과서의 이 같은 부실은 편수담당자 한사람이 한 두 달만에 평균 32권을 검수하는 인력 및 절차상 문제점 때문인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외국어 교과서의 경우 독일어 담당자가 아랍어까지 감수하고 있으며 화학 담당자가 물리를, 가사·실업 담당자가 생물을 맡는 사례도 있어 원천적으로 내용 감수는 물론 오·탈자 감수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 국정교과서 편찬비용은 검인정교과서 편찬비용의 17.5% 수준인 평균 3500만원에 불과해, 발간 뒤 오류 수정을 위한 검수 예산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현재의 편수인력 및 예산으로는 방대한 양의 교과서 편찬작업을 제대로 관리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정서, 가치관 형성에 좋지 않은 표현도 희곡 작가이자 아동 교육 전문가인 정순열 씨가 초등 국어 교과서 내용의 일부가 어린이들의 바른 정서나 가치관 형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 지난해 화제를 모았다. 정씨는 지난해 5월부터 청와대와 광주시교육청 등의 홈페이지에 국어 교과서의 잘못된 부분 30여 곳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엄마, 교과서가 잘못됐어요'란 제목의 이 시리즈는 특히 인성 논리 원칙의 차원에서 일리 있는 비판으로 공감을 얻고있다. 1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84쪽의 경우, 경호라는 어린이가 사촌 형 윤호에게 "형은 장난감이 많으니까 이 비행기 나 줘."라는 부분을 "남의 것을 달라고 억지를 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비행기 나 빌려 주면 안 돼"라고 바로잡아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또 2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 68쪽에 나오는 노루 토끼 두꺼비가 서로나이를 자랑하며 음식을 먼저 먹겠다고 말다툼하는 우화를 두고, "셋이 똑같이 나눠 먹도록 하는 내용으로 바꿔야 옳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밖에 4학년 1학기 국어 교과서 80쪽의 아버지 말을 듣지 않고 반대로만 행동하던 아들이 끝내 목숨을 잃고 만다는 내용을 담은 '반대로만 하는 아들'에 대해서는 "억지 비유 탓에 황당한 내용이 되고, 공포 분위기만 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 동호회(cafe.daum.net/greatthink)까지 개설한 정씨는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일생 동안 공부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작은 잘못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학부모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교과서 개정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6세 이상 인구의 20%정도인 820여만 명이 중고등학교 교육을 필요로 하는 교육소외계층이며, 이들을 위한 방송중학교 설치·운영에 88%가 긍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 이종재)이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졸 학력이하가 전체인구의 10.1%인 420만 명, 고졸 학력이하가 400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9.5%에 이르는 반면 중졸과 고졸 학력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은 검정고시제와 학력인정학교 뿐이어서 이들 교육소외계층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약 420만 명에 이른 중학교 잠재 수요자에 비해 검정고시제를 통한 중학교 학력 취득 기회 제공 현황은 '03년 현재 잠재 수요자의 0.55%인 2만3479명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전국의 학력인정학교 현황은 43교(631학급, 2만6841명)로 대부분 고교이며, 그나마 경북, 충북, 충남, 제주지역에는 학력인정학교가 설치조차 되어 있지 않다. 심웅기 한국교육개발원 평생교육센터 소장은 "현행 평생교육체제는 성인고등교육 문턱는 낮지만 초·중등교육 문턱은 높은 기초가 부실한 가분수형"이라며 ""매년 늘어나는 학업중단 청소년도 끌어안기 위해서라도 뉴질랜드 정부가 표방하는 이음매 없는 학제, 유수지 없는 학제(Seamless Education System)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심 소장은 또 "현재 방송통신고는 운영되고 있지만 전 단계인 중학교 과정이 없다"며 "방송중학교의 설립을 위해 빠른 시일 내에 근거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