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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영어수업에서 왜 환경을? 스스로 환경론자라고 부를 만큼 환경친화적인 사람은 아니다. 종이컵보다는 텀블러를 사용하고, 일회용 종이핸드타올보다는 손수건으로 닦는 것을 선호하지만, 일주일동안 소비하고 배출하는 환경에 대한 대가를 생각해 보면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부끄럽다. 2년 전 수업에서 학생들과 피터 싱어(Peter Singer)의 동물해방(Animal Liberation)을 읽고 공장형 축산업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었다. 실천윤리학자로서의 저자의 삶을 존경하지만 채식주의자로 사는 것은 역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저자의 글 또한 수업에서 다루었던 여러 텍스트 중의 하나로만 여겼었다. 학기가 끝날 무렵 그동안 읽었던 텍스트에 대한 감상을 학생들과 나누고 있는데,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말했다. Animal Liberation을 읽은 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다고. 하지만 학교 급식에서 채식을 고수하기는 너무 어려운 일이어서(영양학적인 관점에서 짜인 식단이겠지만, 거의 매일 고기반찬이 나온다) 일주일에 한 번 채식 도시락을 싸왔다고 했다. 텍스트에서 벗어나 실천하려는 노력을 정작 교사인 내가 하지 않았음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교사만이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학생도 교사를 가르칠 수 있다. 그렇게 배움과 실천을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환경수업을 그리게 되었다. 탐구기반학습이란? 탐구기반학습(Inquiry based learning)이란, 서울미래교육 2030 보고서2에서 제시한 서울미래교육이 추구하는 학생상, 즉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며 난관을 극복하는 책임감 있는 삶의 주체가 되는 서울학생을 기르기 위해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기획한 ‘생각을 쓰는 교실’ 프로그램의 학습방법이다. 조금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학습방법 이름 그대로 주어진 과제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학습방법으로 학생들과 함께 질문하고 답하는 활동이 교과진도 계획에 (그렇지 않더라도 실제 수업시간에) 포함되어 있다면 그 수업에 이름을 붙이지 않았더라도 탐구기반학습인 것이다. 처음부터 탐구기반학습을 하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환경보호에 대해 당연하게만 여겨지는 사회적 당위를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지 않았다. ‘기후위기가 심각하니까’, ‘환경보호를 해야 한다고 하니까’가 아니라 ‘왜 해야 하는가’에서 출발하는 문제인식과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어떻게 학생 스스로 찾아가게 할지 고민했다.[PART VIEW] 감사하게도 그때 마침 ‘생각을 쓰는 교실’ 실천학교 공문이 내려왔다. 문제해결역량의 주체를 학생에게 맞추어 개인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탐구기반학습을 수업·평가에 적용한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질문하기-탐구하기-쓰기’의 단계와 체계적으로 짜여있는 수업·평가설계안은 ‘질문과 탐구’에 멈춰있던 고민뿐만 아니라 수업결과물이자 평가 대상으로의 ‘쓰기’에 대한 훌륭한 안내자가 되었다. 수업설계 의도는? 모두가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교사인 나조차도 행사처럼 치러지는 환경정화 봉사활동의 교육적 의미를 학생들에게 이해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올해 환경수업의 목표는 ‘왜 환경을 보호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각자의 궁금증과 답을 찾아가는 것으로 정했다.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그 의미와 답을 찾기 위해 첫째, 환경문제를 객관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고(질문하기), 둘째,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 그리고 학교 수준에서 할 수 있는 환경보호 활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실천하며 주체적으로 문제해결방안을 모색하고(탐구하기), 셋째, 탐구와 실천을 바탕으로 비평문을 쓰는 것(쓰기)을 교수·학습과정의 큰 틀로 삼았다. 읽고 쓰는 활동이 기존의 수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지만, 환경수업이라고 해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논설문을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또 다른 목표다. 그동안 학생들이 제출했던 많은 과제물(논설문)에는 해결되어야 하는 사회문제와 해결방안이 담겨 있었다. 채점기준에 부합하는 글은 많았지만, 탐구한 내용(인터넷 검색의 결과물이라고 생각되는)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한 글이지 개인의 생각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글이었다(부동산 투기 과열문제부터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까지, 학생 수준에서 해결방안을 떠올리기 어려운 주제가 많았다). 글쓴이와 문제·해결책이 분리되지 않는 글, 즉 자신을 담은 글을 쓸 수 있도록 교사가 제시하는 텍스트는 비판적 읽기를 통해 질문을 끌어내기 위한 하나의 도움판일 뿐, 환경보호의 당위성을 비호하는 글의 근거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준비했던 것들 1. 환경문제 인식에 대한 동기유발 교과안에서 환경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동기유발을 위해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 및 다큐멘터리 시청을 활용했다. 2. 영어 원서 및 한글 도서를 발췌한 텍스트 구성 학교 특성상 영어로 읽고 쓰는 것에 익숙하지만, 탐구를 위한 배경지식 축적 및 다양한 관점의 텍스트를 비교하기 위해서 영어 원서와 한글 도서를 발췌하여 제공했다. 3. 환경보호활동 설계 및 진행 무엇보다 ‘왜 환경을 보호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수업이기 때문에 개인·학급·학교 수준의 환경보호활동을 스스로 설계하고 진행할 기회를 주고, 바꿀 수 있는 결과가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했다. 참여를 강제하지 않았지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 교수·학습과정 STEP ❶ 질문하기 _ 환경문제 인식에 대한 동기유발 STEP ❷ 탐구하기_ 나는/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개인 질문에 대한 탐구 확장하기) STEP ❸ 쓰기 수업을 진행하며 생겨난 고민들, 그러나 즐거운 수업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담기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여러 도서를 선정하고, 발췌해 가는 과정은 (역시나!) 어렵다. 환경전문가가 아닌 입장에서 도서 선정을 위해 도서관과 집 근처 서점의 환경도서코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어렵게 책을 고르고 나면 발췌본 편집이라는 산이 또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수업 전 나 스스로 비평문 초안을 먼저 써보니, 발췌본을 읽으며 질문하고 탐구했던 내용으로만 초안을 작성하게 하려던 ‘쓰기’ 단계의 첫 계획이 어려울 것 같아 추가 도서목록을 만들고 독서과제를 내주었다(교사의 욕심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첫 수업에 담긴 열정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더 좋겠다). 쇼츠와 릴스로 생각 주기가 짧아진 학생들에게 자꾸 책을 읽으라 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라 하니 입을 삐죽거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책을 읽은 친구와 점심시간에 책 내용을 두고 토론했다며 재잘거리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 참 감사하다.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위해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활동거리를 꾸리는 것은 수업준비 외에도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학생들도 선생님들도 모두 즐거워했고 나도 재밌었다. ‘네이버밴드 개인미션인증’, ‘학급별 플라스틱 쓰레기 무게 줄이기’, ‘텀블러데이, 용기내 보세요’ 뿐만 아니라 여기에 싣지 못한 ‘플라스틱 병뚜껑 모으기’, ‘안경 기부하기’ 등의 크고 작은 행사에 학생들 모두가 적극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온 마음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왜 환경을 보호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진부하다고 생각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올해 수업주제는 물론 환경이지만, 주제보다 ‘글쓰기’라는 틀 안에서 학생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의 참신함보다는 생각의 깊이 변화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읽고 쓰는 것으로부터 ‘생각하고 실천하고 행동하는’ 학생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야기가 만들어 내는 혼돈4에서 김현우 PD는 ‘글을 쓰는 과정은 새로운 언어를 익히고 시험해 보는 과정’이라고 일컬으며 ‘내 안의 단어들이 속한 지평이 넓어질 때, 나는 성장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글을 쓰는 일이 학생들이 가진 단어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 모습을, 그래서 학생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고 싶다. Apocalypse Never5에서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의 노력은 기후위기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내용으로 작성된 초안을 얼핏 보았지만, 아직 제출 이전이어서 어떤 글이 나올까 궁금해만 하고 있다. 솔직히 환경보호를 강요하지 않겠다는 마음 반대편에는 기후위기가 개인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봐 달라는, ‘나’부터 기후시민으로서의 인식을 갖자고 외치는 간절함이 꿈틀댄다. 수업과정 전체에서 너무 빤히 보여서 이 또한 고민이다. ‘쓰기’로 완성되는 수업에서 정작 ‘쓰기’와 관련된 내용은 지금 진행 중이라 보여드리지 못해 조금 아쉽고, 아직 시행착오 중인 수업설계안을 보여드려 매우 부끄럽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만큼 더 고민하고 성장하는 교사가 되어, 다음이 있다면 그땐 자랑스럽게 수업을 내보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어 본다
인공지능시대의 도래와 함께 교육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문제해결능력과 정보활용능력을 강조하는 2015년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교육부는 제3차 학교도서관 진흥 기본계획을 통해 ‘교과수업과 연계한 정보활용교육으로 학생의 정보활용능력 신장’ 등 학교도서관을 활용한 교과연계 수업을 제시하였다. 창의·융합적인 인재양성을 위해 학교도서관이 교수·학습센터로서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있으며, 다양한 교과와 협력한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곳으로 그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본교는 2022년 고교학점제 학교공간사업 일환으로 공간을 재구조화시켜 학교도서관을 2·3층으로 연결하여 세종시 관내의 가장 큰 학교도서관으로 재탄생하였다. 학교도서관 공간에서 가장 중점을 둔 곳은 도서관 활용 수업공간이었다. 자기주도적학습 및 프로젝트 기반으로 한 협력학습이 이루어지는 곳이 학교도서관 안에서도 도서관 활용 수업공간이라고 생각하기에 다양한 정보자원을 마련하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정보자원을 바탕으로 학생이 주도적이고 협력적인 학습을 지원하는 교수·학습센터로서 교과교사와 협력수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된다면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학교도서관이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서교사와 정보교사의 협력수업 활성화를 위한 수업설계 협력수업 배경 2월 신학기 시작 전 교사연수를 통해 도서관 활용수업에 대한 연수를 실시한 후 3월 신학기가 시작되면 메신저를 통해 도서관 활용 수업에 관한 안내 및 신청을 받는다. 사서교사와 협력수업을 희망하는 수업, 도서관을 이용하여 교과교사가 수업을 하는 경우, 자료 찾기만 활용하는 수업 등 도서관 수업신청을 받고 일정을 조율한다. 올해 1학기 도서관 협력수업은 정보·여행지리·환경·사회탐구방법 수업으로 진행해 보았다. 그중 정보교사가 정보 과학 분야의 직업과 진로 단원에서 도서관을 이용하여 책 속에서 진로·정보 과학 기술이 활용된 사례에 관한 수업을 함께 진행해 보자고 제안하였다. 제안을 받아들이고 협력수업시간에 정보 교과교사는 정보 과학 기술의 내용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사서교사는 도서관에서 책 찾는 방법, 북매치 시키는 법, 정보원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중심으로 수업을 운영하기로 정하였다. 평가에 있어서도 각자 역할을 구분하여 평가 후 수행평가에 반영하기로 하였다. [PART VIEW] 협력수업관련 실시 계획 협력수업설계 협력수업 지도안과 활동지 학교도서관에서 교과연계 협력수업을 진행하면서 교과교사들의 인식이 달라졌으며, 협력수업을 진행했던 교사들은 다시 협력수업을 하자고 제안한다. 또한 학교도서관 협력수업은 교사들에게 수업혁신에 대한 자신감과 만족감을 주었다. 도서관 활용수업을 통해 가장 큰 소득이라면 학생들의 학교도서관 이용률이 높아졌으며, 과제해결을 위해 도서관을 가장 먼저 찾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급격한 사회변동과 함께 교육패러다임은 전환되고 있으며, 미래교육은 기존의 강의식 수업을 통해 일방적 지식을 전달하는 교사중심적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중심 활동으로 변화되었다. 이에 따라 학교도서관은 다양한 정보자원을 바탕으로 학생주도적이고 협력적인 학습지원센터의 역할을 하는 가운데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함께 하는 협력수업의 중요성은 더 강조되어야 한다고 본다.
자녀의 ‘등급’ 앞에서 ‘소송’도 불사하는 학부모 과학 서술형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화제다. 시험문제는 ‘전류의 세기를 크게 하도록 솔레노이드 도선을 감는 방법을 한 가지만 서술하시오’이다. 교사가 생각한 정답은 ‘많이 감는다’이고, 학생이 쓴 답안은 ‘촘촘하게 감는다’이다. 국어학적 관점에서 ‘많이’와 ‘촘촘하게’는 엄연히 다르다. 과학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왜 ‘많이’는 답이고 ‘촘촘하게’가 답이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건 교사가 학생 답안을 0점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후 진행과정엔 한국교육의 특징이 집약돼 있다. 학생은 전교 ‘1등’이고, 해당 문제를 틀리면 ‘2등급’이 된다. 화가 난 학부모는 ‘서울대’ 출신 ‘교수’ 친구와의 대화를 근거로 ‘촘촘하게’가 더 맞는 답안이라고 주장한다(실제 서울대 교수 친구가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학부모는 소송까지 고민한다. 어떻게 해서든 ‘촘촘하게’를 정답으로 만들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학부모는 이 모든 과정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다. 이 논란은 왜 한국교육의 축소판일까? 학부모는 등수와 등급이라는 ‘서열’에서 자신의 자녀가 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학벌’과 ‘직위’를 내세운 권위를 인용한다.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한다. 이처럼 서열·학벌·직위가 만든 공고한 위계시스템은 한국의 학부모들을 투사로 만든다. ‘민원’과 ‘소송’으로 무장한 학부모의 등쌀은 이제 익숙하기까지 하다. 단언컨대 이 학생의 목표는 분명 서울대일 것이다. 위계시스템의 정상에 올라가는 것일 테다. 최근 교육부는 논·서술형평가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논·서술형 문항만으로 내신평가가 가능하게끔 제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할 수 있게끔 판을 깔아 줄 테니, 막무가내로 부딪쳐 보라는 것일까? 물론 어느 정도 일관성 있는 정책도 포함됐다. 절대평가에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5등급 내신체제를 도입한 결정에서 나름의 고민이 엿보인다. 학교 안에서만큼은 조금이나마 경쟁을 줄여 보겠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타협안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교육 공동체의 불신이다. 교사·학부모·학생의 반응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교사는 부담과 두려움을 호소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를 의심한다. 한국에서 논·서술형평가 안착이 불가능한 본질적 이유 논·서술형평가가 교육과정 문서에 등장한 지도 10년을 훌쩍 넘겼다. 서술형평가는 6차 교육과정 문서에, 논술형평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등장한다. 이후 논·서술형평가는 2차례에 걸쳐 확대 시행되었다. 2011년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에 따라 단위학교에 서술형평가가 의무화되었다. 2015 교육과정 이후 과정중심평가 흐름을 타고 논·서술형평가가 다시 한 번 강조된다. 이제 세 번째 분기점을 맞이한 듯하다. 이 긴 시간 동안 대체 무엇이 논·서술형평가의 안착을 가로막았을까? 유럽과 미국은 가능하지만, 한국은 불가능한 본질적인 이유를 고민할 때다. 이는 한국교육을 지배하는 두 가지 유령, 객관성과 공정성 패러다임 때문이다. 전자는 학생의 능력이 한 치의 오차와 오류 없이 측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자는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객관성 패러다임은 한국교육이 선다형 지필평가 중심으로, 공정성 패러다임은 한국의 모든 교육정책이 사교육 억제를 중심으로 맞춰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 두 가지 패러다임을 뛰어넘지 못하면 논·서술형평가가 성공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논·서술형평가가 객관적이지 않으며, 사교육 부담을 증가시키리라 단언하기 때문이다. 이미 논·서술형평가가 자리 잡은 해외는 오차와 오류를 주관성으로 보지 않는다. 심각한 오차와 오류는 상호 주관성에 의해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학생이 쓴 글을 2명의 교사가 5점 만점으로 채점한다고 가정해 보자. 학생과 학부모는 2명의 평가자가 똑같은 점수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약 한 명은 3점, 한 명은 4점을 부여했다면? ‘서열’과 ‘변별’이 중요한 한국 교육시스템에서 이 같은 결과는 명백한 ‘민원’과 ‘소송’의 대상이 될 게 뻔하다. 그 과정에 ‘서울대’ 출신의 교수와 일타강사가 등장할 것이다. 해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바로 사회적 신뢰 혹은 과도한 주관성을 보완하는 채점 절차다. 프랑스의 경우 오래된 시험 전통으로 바칼로레아 채점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편이다1. 평가유형은 다르지만 구술평가가 일반화된 덴마크의 경우 교실단위평가에서도 학생·학부모 이의제기는 전무하다고 알려져 있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어떨까. IB의 경우 학교 내부평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나친 오차를 바로잡기 위해 평가자료 일부를 외부 평가위원에게 보내 검토를 받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같은 방식을 한국교육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단기간에 사회적 신뢰를 쌓거나, 모든 학교에 외부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설득이다 또 다른 방안은 없을까? 뉴욕주의 졸업시험인 리전트 시험(Regent Exam)을 살펴보자. 해당 시험은 역사가 100년이 넘었고, 공립 고등학교를 졸업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대다수 미국교사가 학생의 졸업시험 통과를 신경 쓴다. 그러니 교실단위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3. 해당 시험은 어떻게 채점할까? 학교가 자체적으로 고용한 채점 인력 2명이 투입된다. 2명의 평가가 동일하면 해당 점수를, 1점 차이가 나면 평균을, 2점 이상 점수 차이가 발생하면 제3의 평가자가 추가로 채점해야 한다. 중요한 지점은 다음이다. 상세한 절차를 준수해 채점을 완료한 경우,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의제기가 어렵다. 이처럼 일정한 규정과 절차를 지켰을 경우 과도한 이의제기가 불가능하다는 제도를 만든다면? ‘점수’와 ‘등급’을 위해 소송까지 불사하는 학부모 민원을 막아 줄 방패막이를 조금이나마 만들어 준다면? 물론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적 설득이다. 논·서술형평가에서 발생하는 오차와 오류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임을, 이 오차와 오류가 교사의 ‘전문성’임을 납득시키는 것이다. 논·서술형평가 때문에 사교육이 확장한다는 논리 또한 허술하다. 안타깝게도 ‘서열’과 ‘변별’, ‘선발’과 ‘배치’ 중심의 현 교육시스템이 달라지지 않는 한 사교육은 줄일 수 없다. 상대평가와 등급이 존재하는 한 공교육의 내실화로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의미 없는 레토릭에 가깝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 사교육은 모든 교육적 변화를 거부하는 가장 손쉬운 만능 근거가 된다. 수행평가를 확대하든,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하든, 논·서술형평가를 확대하든 모든 교육정책을 반대하는 첫 번째 근거로 사교육이 등장하는 이유다. 모든 사람이 ‘사교육’을 한국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뽑으면서도, 모든 변화를 가로막는 근거로 ‘사교육’을 든다.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동안 교육부가 이 두 가지 유령을 없애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문제진단을 잘못하면 처방은 늘 엇나간다. 지난 시간 교육부는 논·서술형평가가 안착되지 못한 이유를 교사의 평가역량 부족으로 단순하게 진단해 왔다. 그래서 평가역량 강화라는 기계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했을 뿐이다. 아무리 대규모 연수를 실시하고 자료집을 배포한들 두 가지 유령을 없애지 않는 한 교사의 평가역량이 나아질 리 없다. 교사는 단순히 평가지식과 기술을 쌓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가를 둘러싼 사회·정치적 맥락을 수용하고 해석하는 평가 정체성(Assessment Idendity)이 바뀌지 않는 한 본질적인 변화는 일어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논·서술형평가를 비롯한 모든 교육적 변화가 경쟁과 서열시스템에서 벗어나려는 미래교육의 방향임을 설득하지 못하는 한, 사교육이라는 반대 근거 앞에 모든 노력은 수포가 될 것이다. 논·서술형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한 선결조건 그러나 희망은 있다. 한국에서는 이상적이지만, 핀란드에서는 현실인 상황을 가정해 보자.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 교사는 핀란드 교사보다 주당 5배 넘는 시간을 행정업무에 쏟아 붓는다. 한국 교사가 모든 근무시간을 수업·평가·연수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평가결과에 대한 과도한 이의제기를 막을 수 있다면? 일찌감치 5등급 체제 혹은 절대평가가 도입되어 서열·변별·경쟁이 줄어든다면? 단언하건대 논·서술형평가는 정착되고도 남았을 것이며, 이미 K-바칼로레아가 시행 중일지도 모르겠다. 현장교사들도 언제까지나 ‘객관성’과 ‘공정성’ 패러다임에 갇혀 변화를 거부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미래형 인재에게 필요한 능력이 ‘고차원적 사고능력’임을 부정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취지에 동의하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대 근거로만 버티기도 힘든 때가 왔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수업과 평가라는 교사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소리쳐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업무 경감, 과도한 민원 금지, 평가 자율성 보장 등을 주장할 때다. 이후 진행될 교육부·평가원·교육청의 고민 없는 연수에도 쓴소리를 날려야 한다. 교사의 수준과 역량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일괄적인 연수에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할 때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조금 양보하고 많이 받는 것이다. 먼저 구체적으로, 크게, 요구하는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효과적인 밀당전략을 구사할 때다, 논·서술형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이를 위해 제대로 된 환경이 필요하다고, 그러니 수업과 평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는 건 어떨까?
내년부터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초 1·2학년의 놀이를 통한 학습에 강조점을 두고 있으며, 실내·외 놀이 및 신체활동 기회 확대를 주요 사항으로 제시하였다. 초등학교 놀이시간 확대는 1·2학년의 학습자 주도성 발현과 신체적 발달의 측면에서 새롭게 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초등학교 놀이시간 확대의 현장 안착을 도모하고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왜 ‘놀이’에 집중하는가? 2018년에 발표된 대한민국 아동 보고서에 ‘놀고 싶을 때 놀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세상’을 원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우리나라의 ‘포용국가 아동정책’은 이러한 연구결과를 반영하여 ‘창의적 놀이를 통해 아동의 잠재력을 키우는 학교를 운영할 것’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하였다. 또한 제2차 학생건강증진 기본계획(2024~2028)에서는 장기간 코로나로 인한 저체력 어린이들의 증가로 우려되는 현실을 반영하여 초등학교 1·2학년의 신체활동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발표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충분한 놀이 및 신체활동 기회 제공을 초등학교 1·2학년 개정 교육과정 운영의 강조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편 ‘학습자 주도성(agency)’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 구성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학습자 주도성의 강조와 함께 학생을 보는 관점도 변화하고 있는데, 학생을 수동적인 존재로 바라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스스로 배우고 지식을 구성하는 능동적인 배움의 주체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1·2학년을 학습에 몰입시키고, 배움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효과적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버드(Harvard)의 Project Zero 연구팀에서 내놓은 연구보고서 ‘놀이를 통한 배움(Learning through play)’에서는 어린이의 자발적 놀이가 더 깊은 배움을 이끌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즉 학습자 주도성을 발휘하는 학습의 맥락으로 놀이가 강조되고 있다.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교육과정에서 놀이시간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학교 내 놀이공간 확보, ▲놀이수업 운영을 위한 교사의 인식 제고 및 역량 강화, ▲교사가 활용할 수 있는 관련 자원과 자료 개발 및 보급 등이 필요하다. ● 학교 내 놀이공간 확보 및 재구조화 먼저 초등학교 1·2학년 놀이공간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교내 공간활용(체육관·운동장·다목적 강당 등)과 관련하여 1·2학년을 우선 고려하여 배정하는 등의 놀이공간 확보를 위한 학교구성원들의 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의 유휴교실을 활용하여 아이들이 쉽게 활동하고 놀 수 있는 장소로 전환하는 것도 학교 내 놀이공간 확보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놀이전용교실을 조성하여 저학년의 통합교과 운영과 학생들의 신체활동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 교내 유휴교실 확보가 어려운 경우 학교 안 자투리 공간, 틈새 공간, 기존 학교놀이터 등을 저학년 신체활동 강화를 위한 놀이공간으로 재구조화하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공모하는 공간 재구조화 사업에 참여하여 교문 주변의 바닥 공간에 놀이판을 그리거나 놀이를 통한 배움이 가능하도록 교실을 리모델링하는 방법 등으로 학교공간을 놀이가 가능한 배움의 공간으로 깨울 수 있다. ● 놀이와 신체활동 관련 수업운영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발달을 위해서는 대근육을 활용한 신체활동을 통해 실질적인 움직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즐거운 생활 교과가 표현과 놀이활동 중심으로 재구조화되었으며, 입학 초기 적응활동에서도 통합교과 및 창의적체험활동 속 놀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교적응을 돕고, 또래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제시하였다. 즐거운 생활의 성취기준에서는 ‘놀이’를 일정한 규칙이나 방법에 따라 노는 좁은 의미의 놀이활동뿐만 아니라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몰입함으로써 자유로움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사가 체계적으로 놀이활동을 짜서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지만, 학생들이 배움 주제와 관련하여 직접 놀이를 만들어 내도록 유도하고, 교사와 함께 놀이를 만들어 보는 시간 등을 운영하며,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할 수 있다. 학생들이 놀이 만들어 내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교사가 제시한 놀이를 학생들이 방법이나 내용을 조금씩 바꿔 가며 단계적으로 놀이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놀이시간은 학습자 주도성을 발현하는 배움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체활동 지도 및 놀이를 통한 실습중심의 교사연수와 워크숍을 개발하여 지원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 내외 교원학습공동체 운영을 통해 동료교사와 함께 놀이중심의 교수·학습활동을 구안하고 수업자료를 개발하는 등의 자발적인 교사 노력도 요구된다. ● 활용할 수 있는 자원 및 자료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학생들의 신체활동 강화와 놀이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장학자료와 지원자료들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먼저 개발된 자료들을 학급 아이들의 상황에 맞게 재가공해 놀이수업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교육부에서 추가로 2024학년도에 적용할 수 있는 1~2학년용 교수·학습자료를 개발하여 보급할 예정이다. 지역사회의 자원을 활용하여 놀이시간을 풍부하게 할 수도 있다. 학교 주변의 숲·공원 등을 활용하여 생태감수성을 함양하기 위한 놀이수업을 운영할 수 있고, 지역의 전통을 반영한 전통놀이 등도 학생들의 삶과 맞닿은 놀이시간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마을 강사를 활용하여 저학년의 신체활동과 놀이수업을 협력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학교를 둘러싼 지역자원을 놀이시간 확대와 연결하여 활용하면 교육적인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초등학교 1·2학년에서는 변화된 내용으로 인한 혼란이 어느 정도 예상된다. 놀이시간 확대는 결국 교육과정 안에서 구현되기 때문에 현장의 성공적인 안착은 교육과정 운영주체인 교사에 의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놀이를 통한 학습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부터 강조되어 왔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오히려 새로운 변화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초등학교 저학년 교사들의 놀이시간 확대에 대한 인식 제고와 공감대 조성이 우선 요구된다. 또한 놀이시간 운영 및 효과에 대한 학부모들의 오해도 놀이시간 운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초등학교 놀이시간 확대’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 전달 및 홍보를 통해 학부모들의 이해도를 제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교육공동체의 공감을 바탕으로 놀이공간 조성과 놀이중심 교육과정 운영에 학교와 교사가 집중한다면 초등학교 놀이시간의 확대는 ‘놀이를 통한 배움’으로 현장에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여름은 교원들에게 가혹한 시간이었고, 뜨거운 외침의 시간이었다. 광장에 모인 교원들이 밀알이 되어 마침내 교권 4법을 개정해 냈다. 하지만 교원들의 교육활동은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지난 1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아동학대 및 학교폭력 관련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성국 회장 “교권 4법은 응급처치 … 교권보호 근원적 처방 필요” 정 회장은 먼저 교권 4법으로 교육활동 보호의 토대가 마련됐지만, 온전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급우를 때리는 학생의 팔을 잡았다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고, 대변 실수를 한 학생의 엉덩이를 고무장갑을 끼고 씻겼더니 맨손으로 안 했다고 항의 민원을 받은 교사들의 하소연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교권 4법이 교권보호 종합방안의 응급처치라면 이제는 병을 완쾌시킬 근원적 처방을 내릴 때라고 의지를 밝혔다. 이어 「아동복지법」 개정,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악성민원 처벌 강화법」 마련,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등 4대 입법과제를 제시하고 국회가 법 개정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정 회장은 또 교총이 11월 2일부터 전개한 「아동복지법」 등 4대 입법과제 청원내용도 공개했다. 교총은 불과 열흘 남짓한 13일 현재 전국에서 7만 4,613명이 서명했다며 단위학교별 서명까지 포함하면 10만 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열기는 교총이 전국 교원 5,4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 실태 설문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에 따르면 「아동복지법」 개정 99.4%,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 95.6%, 악성민원 가해자 처벌 강화 99.6%, 「학교폭력예방법」 개정 92.1% 등 압도적 찬성율을 보였다. 정 회장은 이를 두고 “현장교원들의 염원이고, 간절한 호소이며, 절박한 외침”이라고 했다. 정부와 국회가 아동학대 및 학교폭력 관련법 개정을 미루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형 “아동학대 억울한 교원 없어야” 김성일 “악성민원 가해자 처벌 강화”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도교총회장들도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대형 인천교총 회장은 연대 발언에서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됐다”며 “법령 개정의 취지를 살려 이러한 내용이 「아동복지법」에도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동복지법」이 개정돼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실효적으로 예방할 수 있어 교권 강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동학대에 대한 조사나 수사를 할 때 교육감 의견서를 반드시 반영토록 해 억울한 교원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도록 해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호소했다. 김성일 서울교총 회장은 악성민원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를 주문했다. 김 회장은 “교권 4법이 통과됐지만,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자체를 막을 수도 없고 되레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골탕 먹이기식 아동학대 신고 때문에 수사를 받은 교사가 무혐의 처분과 무죄가 돼도 신고자에 대해서는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그에 비해 교사는 지자체·경찰·교육청 조사를 이중삼중으로 받느라 심신이 황폐해질 지경”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회장은 “악의적 아동학대 신고를 근절하기 위해 무혐의 및 무죄로 종결된 아동학대 신고에 대해서는 업무방해나 무고죄 등으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훈지 “「아동복지법」 개정 교총이 앞장” 김영식 “교원 기본권조차 보장 안 돼” 주훈지 경기교총 회장은 “악성민원과 불법행위로 교사들의 교육활동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국교총과 시·도교총회장단이 기자회견 자리에 모였다”며 “「아동복지법」등 관련법 개정에 교총이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김영식 충북교총 회장은 “교육이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루는 것임에도 교원의 기본권조차 보장이 안 돼 거리에서 국민들에게 호소해야 하는 현실이 수치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정부와 국회가 「아동복지법」 개정 등에 미온적인 점을 들어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것은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하고 나라의 동량이 되길 바라는 마음일 텐데 정작 학교의 기능과 선생님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토록 이율배반적일 수 있느냐”고 싸잡아 비판했다. 이기종 “교사들 수업 전념 여건 조성을” 조재범 “학폭 경찰 이관 미룰 일 아냐” 이기종 전북교총 회장은 “교권 4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교육현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실망감을 표시한 뒤 “교사들이 마음 놓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조재범 한국교총 정책자문위원(경기 보라초 교사)은 학교폭력 업무의 경찰 이관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수사권은커녕 준사법권도 없는 교사가 학교 밖에서 일어난 학생 다툼까지 조사하고 학부모 불만 없이 처리하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경찰이 학교폭력 사안조사와 처리 주체가 된다면 그 자체로 학생들의 경각심을 고취하고 예방효과도 커 교사들이 수업과 학생교육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적극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교총이 지난 10월 전국 유·초·중·고 교원 등 5,46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5.3%가 교권 4법 통과와 학생생활지도 고시 시행 이후 학교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무분별한 아동학대 고소·고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28.4%)하다는 점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인력·예산·공간 등 교육부·교육청 지원 부족’(16.4%), ‘학교규칙이 아직 개정되지 않아 세부 생활지도 적용 한계’(15.8%) 등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긍정적 변화가 있다’는 답변은 27.0%였다. 긍정적 변화 내용으로는 ‘학부모 민원 또는 연락 감소’(29.7%), ‘학생의 문제행동이 줄거나 조심하는 분위기’(27.4%) 등이 가장 많이 꼽혔다.
나는 하고픈 게 많은 교사입니다 (유경옥 지음, 애플북스 펴냄, 232쪽, 1만4,000원) 바쁜 교직생활 중에도 자신이 성장할 기회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교사의 분투기. 학교생활과 교육정보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버로 활동하며,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꾸준히 글을 올려 작가의 길에도 들어섰다. 대학 겸임교수와 교육행사 사회자 경력도 있다. 저자는 이런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며, ‘나답게’ 삶을 펼칠 용기를 내면 뜻밖의 기회가 온다고 말한다. 대한민국 미래교육 트렌드 (미래교육집필팀 지음, 뜨인돌출판사 펴냄, 392쪽, 2만2,000원) 36명의 현장교육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미래교육의 전망과 해법. 시행착오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해 마련한 수업사례와 교수안을 소개한다. 자기관리·지식정보처리·창의적사고·심미적감성 등 학생의 미래핵심역량을 키울 방법을 상세히 짚었다. 교권침해가 만연한 가운데 폐지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의 올바른 해석과 대안에 대해서도 다뤘다. 질서 있는 교실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애덤 프랭크 지음, 허성심 번역, 한문화 펴냄, 272쪽, 1만5,000원) 경력이 많은 교사에게도 문제학생 다루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훈육과 관계 형성의 중간 지점에서 적절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 책은 교실에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둔 ‘관계 중심 훈육법’을 담았다. 20년 이상의 현장경험을 토대로 여러 교사와 검증을 거친 여러 사례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노하우를 제시한다. 선생님을 위한 애도 수업 (김현수 등 지음, 300쪽, 1만8,000원) 교사나 학생의 죽음, 사회적 참사 등에 대한 애도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현장교사들이 참여해 남은 이들의 마음을 보듬는 방법과 행정실무 매뉴얼, 애도 수업지도안 등을 수록했다. 혼란한 가운데서도 상황을 수습하고 학생과 동료들의 마음을 돌봐야 하는 교사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생 처음 철학공부 (폴 클라인먼 지음, 이세진 번역, 현대지성 펴냄, 368쪽, 1만5,000원) 철학공부에 꼭 필요한 기본지식을 엄선했다.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소크라테스부터 니체까지 24명의 철학자와 23개의 이론, 더미의 역설 등 7개의 난제를 수록했다. 어렵고 불필요한 내용은 과감히 덜어내고 핵심과 요점만 추려내 철학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다. 까다롭지만 탈 없이 배우는 중학 물리 (강태형 지음, 엠아이디 펴냄, 452쪽, 2만2,000원) 중학 과학 교육과정 중 물리 부분을 떼어내어 재구성했다. 183개의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개념을 체득하고, 일상생활과 연계되는 문제의 원인을 스스로 궁리하며, 과학적 태도를 기르도록 안내한다. 물리학의 핵심개념과 다양한 고난도 문제를 담고 있어 물리에 흥미가 있거나, 과학고·영재고를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적합하다. 작전명 말모이, 한글을 지킨 사람들 (김일옥 글, 김옥재 그림, 스푼북 펴냄, 132쪽, 1만4,000원)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조상들의 이야기. 일제의 탄압에도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한 조선어학회와 민중들의 노력을 담았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당시 시대 상황을 보여 주는 정보 페이지와 조선어학회 연표가 있어 사건의 흐름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내 맘대로 유튜브 (송아주 글, 김잔디 그림, 스푼북 펴냄, 104쪽, 1만3,500원) 유해 콘텐츠 모방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생활 동화다. 친구 강민이에게 소개받은 유튜브에 푹 빠져 자신도 모르는 새 나쁜 말과 행동을 따라 하다 친구들과도 멀어진 주인공 시우의 이야기를 통해 올바른 콘텐츠 이용 방법을 알아가도록 안내한다.
감정은 학습 스위치 뇌(신경과학) 연구결과가 축적되면서 감정이 학습에 방해가 된다는 기존의 관점이 깨지게 되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학습과 문제해결능력에 정서적 요소가 중요하다. 이몰디노 양(Immordino-Yang, 2016)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감정 없이는 기억을 만들거나 복잡한 생각을 하거나 의미 있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신경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이찬승, 2023.09에서 재인용). 감정은 주의를 작동시키고, 주의는 인지기능을 작동시키며, 인지작용은 기억의 회로를 만든다. 이렇게 학습과 기억작용에 긍정적 감정과 정서는 필수적이다. 학습자의 감정상태가 부정적일 때(예: 두려움·분노·슬픔 등)는 학습의 뇌로 가는 경로 스위치가 꺼지고 학습이 저하되거나 완전히 중단된다. 반면에 학습자의 감정상태가 긍정적일 때(예: 즐거움·행복·만족 등)는 학습의 뇌로 가는 경로 스위치가 켜지고 학습을 위한 길이 열린다. 그래서 교육신경과학계에서는 감정을 ‘학습을 위한 온·오프 스위치’에 비유하기도 한다”(이찬승, 2024.09). 감정 연구 분야의 저명한 심리학자 에크만(Ekman, 2016)은 감정 중에서 생존을 위해 태어날 때부터 갖추고 있는 것은 슬픔·기쁨·역겨움·분노·공포·놀라움·경멸 등 7가지이고, 나머지 감정(겸손·관대함·공감능력·낙관주의·열정·수치심·협동심·감사 등)은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이찬승, 2023.09). 관련 연구를 통해 밝힌 것이라고는 하지만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감정이라는 것도 타고난 감정을 기반으로 학습되고 개발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아무튼 에크만 주장의 핵심은 감정이라는 것이 단순한 반응이 아닌 학습과 개발이 필요한 일종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뇌학습과학(교육신경과학)계의 연구를 기반으로 한 것이 아니라, 직접 가르치면서 학습과 감정의 관계를 깨닫고, 자신의 실천을 널리 공유한 교육자가 있다. 그의 이야기는 뇌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감동시키는 프로 기노시타 하루히로라는 일본의 유명한 학원강사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책 강요하는 초보, 감동시키는 프로라는 책이 있다. 그는 학원강사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강사로 나섰지만, 학생들이 자기 강의를 좋아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한 달이 멀다하고 학원에서 쫓겨나게 되자 유명한 학원강사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수강을 하고, 그들을 만나 교수법에 대한 가르침을 청하기도 했다. 그가 만난 학원강사 중 한 명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었다. “수업은 처음 1분으로 결정된다네. 그 1분 동안 자네는 학생의 마음을 잡지 못했던 거야. 영혼을 흔들지 못했다는 말이지. 그래서 지루한 시간이 된 거고.” _ 기노시타 하루히로, 2006: 26 이날을 기점으로 그는 영혼을 흔든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자신만의 기법을 발전시킨 결과, 드디어 자신이 일본 최고의 학원강사가 되었다. 그는 ‘수업은 마음’이란 기치를 내걸고 학력만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수법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큰 반응을 얻어냈다. 이를 토대로 능력 훈련 회사(Ability Training Co.)를 설립하여 일본 교사들의 수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세미나·강연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가 깨달은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야단을 맞는 당사자도 사실 머리로는 알고 있다. 수업이 시작되었으므로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것, 일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것,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행동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한다. 도대체 왜 그럴까? 어느 날 갑자기 깨달았다. 그것은 마음이 이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머리로는 알아도 마음으로 이해하지 않으면 행동할 수 없는 생명체다! 그날부터 곰곰이 생각했다. ‘마음으로 이해해서 행동한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리고 마침내 키워드를 찾아냈다. ‘감동!’ _ 기노시타 하루히로, 2006: 9 감(感: 느낄 감), 동(動: 움직일 동). 감동이라는 말의 글자를 풀면 ‘마음으로 느끼어 행동한다’는 뜻이다. 기노시타 하루히로는 감동이란 느끼고 움직이는 것인데, 여기서 느끼는 것은 사람이고,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의 깨달음은 ‘동기란 감정을 행동에 연결시키는 과정이다’라고 한 뇌과학자 앨리스터 스미스(Alistair Smith, 2005. 정영진, 2016:165에서 재인용)의 말과 일치한다. ‘동기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 유발되는 일종의 감정 반응’이므로 학생을 감동시키면 강한 동기가 유발될 것이다. 조나단 헤이트(Haidt, 2006)는 행복의 가설이란 책에서 우리의 감성적 측면을 코끼리로, 이성적 측면을 코끼리에 올라탄 기수로 비유한다. 기수가 고삐를 쥐고 있기 때문에 코끼리가 가는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기수가 코끼리에 비해 너무 작아 기수의 통제력은 크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진행 방향과 관련해 코끼리와 기수가 의견이 불일치할 때면 언제나 코끼리가 이긴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비유에 따르면 강요하는 초보는 기수(이성)에게만 호소하는 사람이고, 감동시키는 프로는 기수와 함께 코끼리(감성)까지 움직이도록 하는 사람이다. 기수에게만 호소한다고 하여 코끼리를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최고의 교사가 되고자 한다면 강의 기술을 고민하기에 앞서 먼저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사로잡아 흔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이를 위한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기노시타 하루히로는 오랜 경험을 통해 “학생은 감동을 받은 후 선생님이 좋아지거나 그 과목이 좋아지게 된다. 억지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무언가에 마음이 흔들려서 ‘공부해야 겠다’고 다짐해야 좀 더 의욕이 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가 사용한 하나의 방법은 수업하기 전에 감동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들려준 이야기에 감동받은 학생들이 마음의 변화를 보이고, 그 감동을 가지고 학습의욕도 보였다. 감동적인 이야기를 모아놓은 감동노트 마련 이외에 학생과 돈독한 정 쌓기를 포함하여 학생을 감동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감동은 목마른 말이 시냇가를 찾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같다. 진한 감동을 받으면 우리는 그 감동을 가지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그러나 감동의 효과는 감동의 크기나 종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가령 영화를 보면서 받은 감동은 때로 영화관을 나서면서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이와는 정반대로 이성간의 사랑은 한 번의 감동을 가지고 평생을 버티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의 감동은 하루에서 일주일 정도가면 그 효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만든 말이 하나 있다. ‘밥은 한나절, 감동은 한주일’이 그것이다. 밥을 먹고 나면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먹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한나절만 지나면 다시 배가 고파진다. 진한 감동을 받고 나면 마음이 움직여 실행에 옮기게 되는데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보여주듯이 한 삼일 지나면 그 감동이 옅어지기 시작해서 일주일쯤 지나면 거의 효력이 사라지는 것 같다. 조금 억지 같지만, 어쩌면 교회나 절에서 신자들에게 일주일 한 번씩은 예배에 참석하여 설교(설법)을 들으라고 하는 이유도 감동의 효력이 길어야 일주일정도여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선생님은 하루에 한 번 정도,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수는 수업시간마다 감동을 줄 수 있는 강의기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재미있는 수업, 감동을 주는 수업을 하고자 할 때 유의할 점이 하나있다. 어떤 선생님들은 재미있는 수업을 위해 농담을 준비해간다. 그런데 농담을 해줄 때에는 학생들이 웃고 교실이 떠들썩하다가도 정작 본 수업으로 들어가면 다시 숨죽은 배추같이 변한다면 이런 수업은 재미있는 수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수업시간에는 웃고 떠들었는데 수업이 끝나고 나서 학생들이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 농담은 재미있지만 수업은 지루하다”라고 말한다면 그 시간은 재미있는 놀이시간이었을 뿐 수업시간은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수업의 재미와 농담의 재미는 완전히 다르다. 양쪽 사이에는 하나의 선이 그어져 있다. 농담의 재미는 계속되지 못한다. 강의시간에 농담만 하고 있으면 결국 학생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만다.’ _ 기노시타 하루히로, 2004: 93 감동적인 수업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생과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제자들로부터 중·고등학교 시절에 선생님 때문에 어떤 과목을 좋아하거나 반대로 그 과목을 싫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학생들은 자기가 존경하는 선생님 과목에는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그 선생님의 인정을 받고 싶은 경향을 보인다. 장학사로 근무하고 있는 제자를 최근에 만났는데 대학 2학년 때 내 강의와 다른 한 교수의 강의에서만큼은 꼭 A를 받고 싶어서 두 강좌에 올인한 결과 원하는 학점을 받아 참으로 기뻤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교사는 학생의 성적을 올리고 싶으면 먼저 자신이 담당하는 과목을 좋아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과목을 좋아하게 하려면 교사, 즉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시작은 교사 자신이 학생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먼저 학생을 좋아하는 것이다.” _ 기노시타 하루히로, 2004: 208 학생을 이해하고 좋아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담당한 학생 개개인이 처한 상황, 특성과 장단점, 그들이 기대하는 것 등을 파악해야 한다. 가르치는 학생이 너무 많은 중·고등학교 선생님이나 대학교수의 경우에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학생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이들이 내 수업에 감동하기를 바라는 것은 영화 중간 한 대목만을 보고 등장인물에 감동하기를 바라는 것과 유사하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방법의 하나는 학생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도록 하는 설문지를 만들어 강의 첫 시간에 배포하고 이를 자료로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조사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다. 성장배경의 특성, 좌우명, 성격적 특성, 당면한 어려움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항, 미래 계획, 친한 친구 연락처 등. 이중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생각할 때 학생들을 이해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수집하면 되는데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유의하며 꼭 활용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정보에 국한하여 수집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나와 내 강의를 좋아하도록 하기 위해 사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칭찬이다. 하지만 아무리 쳐다보아도 예쁜 구석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농담처럼 늘 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수업 중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라도 떠들다가 지쳐서 잠시 멈추고 차분하게 앉아 있는 시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아이에게 다가가서 어깨라도 쓰다듬으며 ‘어쩌면 너는 숨을 그렇게 예쁘게 쉬니?’라고 해보십시오. 아이는 얼굴이 빨개지며 더 얌전하게 행동하려고 할 것입니다.” 농담인 것 같지만 변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어떤 학생의 모든 행동이 미워 보일 때에는 당연히 그 학생에게 문제가 있겠지만, 어쩌면 교사가 그 학생에 대해 이미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게 보일 수가 있다. 특정 학생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특정 반(과)에 대해서도 이러한 편견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다. 비록 가르치는 학생이 많다고 하더라도 한번 수업할 때 3명 정도는 칭찬을 해준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하면 모든 학생이 한 학기에 적어도 한 번은 선생님의 칭찬을 받게 될 것이다. 내 강의를 수강한 지 20여 년이 흐른 제자들을 만나보면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내 수업내용이 아니라 나에게서 받은 칭찬이다. 마음에서 우러난 칭찬거리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칭찬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가질 때 가능해진다. 기노시타가 제안하는 방법은 호주머니 속 동전 옮기기이다. 수업을 시작할 때 오른쪽 주머니에 10원짜리 동전 열 개를 집어넣고 학생들을 칭찬할 때마다 동전을 왼쪽 주머니에 옮겨 넣는 것이다. 혹시 학생들의 문제점이 보이고 화가 나면 동전을 다시 오른쪽 주머니로 옮겨야 한다. 처음에는 10여 분도 지나지 않아 파산하겠지만, 어느 순간 10개가 오롯이 왼쪽으로 옮겨져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때가 드디어 내가 학생들을 좋아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그다음부터는 어렵지 않게 동전을 옮겨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주 힘들더라도 여러분을 탓하지는 말기 바란다. 우리 인간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늘 위험요인, 상대의 불완전한 부분 등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도록 진화되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가르치는 직업을 택한 우리는 이러한 훈련을 통해 의식적으로 학생들의 밝은 점 좋은 점을 찾기 위해 더 노력할 필요가 있다. 기노시타( 2004: 210)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차피 이 학생은 내 아이가 아니다. 어떻게 되든(물론 잘 되는 편이 좋지만) 이 학생의 인생이다’라는 냉철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멋진 ‘방식’을 실시해도 결국 그 ‘방식’은 멋지지 않은 결과를 낳는다.” 요즈음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에 실망하여 아예 마음의 문을 닫고 최소한의 역할만 하겠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이 늘고 있다. 이런 선생님을 만나는 학생들만 불행한 것이 아니라 교사 자신도 불행하게 될 것이다.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직장에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존경받지 못하고, 동료교사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데 행복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가르치는 과목을 통해서 학생을 만나고 그 과목을 매체로 하여 학생의 성장을 도우며, 그 과정을 통해 함께 성장해 간다. 내가 가르치는 것은 과목이 아니라 학생임을 깨닫고, 가르침의 장이 학생과 교사의 소외된 만남의 장이 아니라 인간 ‘박남기’와 연이 닿아 우연히 같은 시공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존재하게 된 인간 ‘김희엽’의 만남의 장이 되도록 하는 것이 감동시키는 프로의 첫걸음이다. “나는 학생 등 여러 사람에게 감동을 주려고 했는데 오히려 내가 그들에게 많은 감동을 받았다. 사람을 감동시켜서 울게 하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내 자신이 울었고 커다란 힘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기노시타의 이야기는 감동적인 수업을 넘어 감동적인 교육을 하는 사람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감정 활용 효과적 수업기법 기노시타는 ‘감동’에 초점을 맞춰 효과적인 수업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뇌과학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감정 활용 효과적 수업기법은 다양하다(이찬승, 2023.09). 안전하고 긍정적 교실분위기 만들기, 열정적으로 가르치기, 학습자의 열정을 이끌어내기, 수업내용에 감정을 연결시키기, 성공에 대한 칭찬과 자축으로 기억 강화하기, 긍정적 감정을 이끌어내는 다양한 활동하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긍정적 감정을 이끌어내는 활동의 예로는 수행 전 칭찬과 격려, 음악 들려주기, 새로운 것 제시하기, 즐거웠던 사건 회상하기, 2~3분간의 짧은 휴식시간 주기, 학습내용과 연결된 놀이하기, 공상시간 갖기, 3가지 희망 말하기, 감사할 일 생각하기, 성공 스토리 회상하기, 호기심 가는 것, 궁금해하는 것을 짝과 함께 말해보게 하기, 다정한 손길과 접촉해 주기, 시각화하기, 명상하기 등등을 들 수 있다. 수업이 재미있는 반은 생활지도 문제가 적게 발생한다고 한다. 감정을 활용한 수업을 하고,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긍정적 감정을 학습하고 개발하도록 돕는다면 학습성과도 오르고 학생들의 대인관계능력·사회성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학생들을 감동시키고자 했던 기노시타의 노력에 더해 뇌과학이 제시하고 있는 기법을 다양하게 적용하여 교사와 학생이 함께 행복한 교실, 함께 성장하는 교실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정부가 소프트웨어 등 첨단 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하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SW 개발자 양성’을 목표로 세워진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이하 대구소마고)가 주목받고 있다. 올해로 마이스터고 지정 8년째를 맞는 대구소마고는 매너와 에티켓을 갖춘 품격 있는 학생, 풀스택 개발이 가능한 실력이 뛰어난 학생,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는 인문·예술소양을 갖춘 학생으로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SW 분야 마이스터고 취지에 맞게 수준 높은 SW 인재를 양성, 졸업과 동시에 프로그래머로 활동할 수 있도록 취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결과 연평균 94%의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명문고로 우뚝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교육활동과 특색있는 취업프로그램 그리고 헌신적인 교사와 학생들의 노력이 이룬 성과다. 현장실무능력 갖춘 우수한 인재 배출 대구소마고는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현장실무능력을 갖춘 SW 인재를 양성하도록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나르샤 프로젝트, 실무중심 산학협력 프로젝트, 학생 전문가 특강 등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정규교육과정과 방과후교육과정에 현장실무능력을 갖춘 현업 SW 관계자를 산학겸임교사로 초빙해 전문 교과교사와 코티칭을 실시하고 있다. 대구지역에서 가장 유능한 정보컴퓨터 교사가 학생들에게 프로그래밍 능력을 길러주고, 산학겸임교사는 취업과 동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무교육을 담당하는 대구소마고. 학년별 구체적 운영 계획을 보면 1학년은 주로 기초이론교육을 통해 기초를 다지고, 2학년부터는 산학겸임교사와 함께 실무능력 배양 코티칭을 한다. 3학년은 현장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코티칭 수업 비중이 90% 이상이다. 이 학교는 또 실력을 갖춘 학생들을 각종 취업프로그램을 통해 졸업과 동시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먼저 매년 상하반기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 우수벤처 기업 특성화고 전문인력 채용박람회, 스타트업 채용 페스티벌, 대경ICT산업협회 및 창조경제혁신센터(스케일업허브) 채용박람회 등 각종 박람회에 참석해 우수기업체의 채용 경향을 파악하고, 진로지도 효과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다양한 취업처를 발굴하고 100개가 넘는 SW 기업 및 유관기관과 MOU를 체결한 것도 대구소마고의 강점이다. 이뿐 아니다. 산·학·관 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통해 SW 영마이스터 양성을 위한 의사소통 및 협력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산학협력 협약 지속적 확대, 취업처 발굴 지원 및 기업 채용 설명회 지원 등 학생의 교육 및 취업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한다. 취업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을 제공하는 취업특강은 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특강은 취업서류(자기소개서·포트폴리오) 작성 및 첨삭지도, 면접 강의 및 모의 면접, 개별 면접 클리닉 등을 주제로 이뤄진다. 실리콘밸리서 현장체험학습 … 현지 글로벌 기업 취업도 대구소마고는 해외 현장체험학습으로도 유명하다. 약 9주~12주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3학년 10명을 선발해 글로벌 현장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기술 강국의 선진 기술을 습득하고 글로벌 기술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맞춤형 전문 기능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이다. 특히 올해는 3학년 학생 1명이 실리콘밸리 현장실습 중 취업하는 쾌거를 이뤘다. 주인공은 3학년 배진영 군.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9주간의 글로벌 현장실습 인턴십 마무리 단계에서 현지 기업 XL8 Inc.에 취업했다. 학생들의 실력이 뛰어나다 보니 전문대 이상 학력을 가져야 응시할 수 있는 정보처리산업기사 자격증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대구소마고 만의 베네핏이다. 학교 측은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제도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해 3학년 1학기 이후 정보처리산업기사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전국 및 지방기능대회 입상실적을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대구소마고는 대구지역 내 소프트웨어 개발 분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학교로 항상 메달권에 진입해 있으며, 전국대회에서도 경쟁력 있는 학교로 인식되어 있다. 특히 정보올림피아드 모바일 앱 개발 직종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졸업생이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지난 2021년에는 전국기능경기대회 보안 직종에서 금메달(1위)을 수상했고, 올해는 지방기능경기대회에 참여하여 학생 대부분이 메달을 수상하는 등 탁월한 실적을 보여줬다. 지난 4월 열린 대구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는 총 2개의 금메달(게임개발 3학년 류지훈, 웹디자인 및 개발 3학년 이윤성) 그리고 1개의 동메달(웹디자인 및 개발 2학년 정규민)을 거머쥐었다. 마음 따뜻한 엔지니어 … 인문·예술 소양 바탕 인성교육 활발 마음이 따뜻한 첨단 엔지니어를 꿈꾸는 대구소마고는 인문·예술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노벨 엔지니어링 프로그램이다. 소설을 의미하는 ‘노벨’과 공학을 뜻하는 ‘엔지니어링’을 합친 융합교육법의 한 종류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책 줄거리에 나타난 문제를 발견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공학 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 친구들과 토의한다. 책 속에 나타난 여러 문제상황을 공학적인 관점에서 해결법을 찾는 교육활동이다. 예체능교육으로는 1학년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1인 1악기(플롯)와 1인 1스포츠를 시행하고 있으며, 2·3학년 학생들도 학생 선택에 따라 예술·체육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들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목적 구장, 헬스장 수준의 체육관, 대운동장 등을 갖추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실습형 매너에티켓 교육을 통해 장차 사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바른 직장 예절과 겸손하고 친절한 품성을 지니도록 교육하고 있다. 인성교육은 신입생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중학교와는 다르게 기숙사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관계로 급격한 환경 변화로 힘들어하는 신입생을 위해 예비학교 집단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자아정체성 확립을 위해 외부 전문상담기관과 연계해 신입생 전체 인원을 한 팀으로 구성해 집단상담을 실시한다. 이러한 인성교육 결과 취업한 업체들로부터 실력 있고 반듯한 학생으로 각인돼 있다. 대구소마고 출신을 채용한 기업들이 이 학교 학생만을 고집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박유현 대구소마고 교장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는 글로벌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적인 인재의 양성”이라며 “학생들이 SW 개발 능력은 물론이고 동시에 창의력·팀워크·협상능력 등 미래사회의 조직을 이끌 수 있는 리더로서 핵심역량을 익힐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흔히 학교를 ‘작은 사회’라고 부른다. 이는 다양한 배경과 성향의 학생들이 모여 생활한다는 의미로 이해되는데, 학생 관점에서 바라본 학교의 평가로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학교에는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장·교감과 같은 관리자, 흔히 부장이라 불리는 보직교사, 평교사와 행정실 공무원을 비롯하여 교육공무직원, 학교보안관·급식조리사까지 다양한 직위·직급·신분의 사람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어울려 살아간다. 또한 직접 학교에 소속되지는 않더라도, 소속 학생들의 보호자, 학교 인근에 살고 있는 주민들, 방과후수업을 담당하는 강사, 학교와 계약을 체결한 업체 등 다수의 사람이 학교와 얽혀있다. 그렇기에 학교는 그저 ‘작은 사회’가 아니라 ‘사회 그 자체’라고 하겠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은 각자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고, 그러한 이해관계를 추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갈등과 분쟁이 발생한다. 이러한 갈등과 분쟁은 학교에 대한 민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즉 학교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분쟁, 그리고 이에 따른 민원의 발생은 사실 필연적인 일이다. 그런데도 학교는 민원이 발생하면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한다. 민원인을 교사나 학교 관리자 등이 직접 대면해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노력한다. 이런 과정에서 민원인은 민원인대로 학교를 신뢰하지 못하고,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 담당자는 고통을 호소한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그런데 사실 이런 학교에 대한 민원을 공식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담은 법률이 있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이하 ‘민원처리법’)」이 그것이다. 본래 「민원처리법」은 행정기관에 대한 민원 처리방법을 규정한 법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행정기관’에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각급학교가 포함되어 있다(사립학교 포함, 「민원처리법」 제2조 제3호). 따라서 학교로 제기되는 민원의 공식적인 처리방법도 「민원처리법」의 규정에 따른다. 「민원처리법」에 따른 학교 민원 처리는 민원에 대한 대응을 더욱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하고, 민원에 대한 답변 역시 학교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이루어지므로, 민원 처리 실무 담당자가 그만큼 부담을 덜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민원의 신청과 접수 「민원처리법」은 구두나 전화로 할 수 있는 단순한 상담이나 설명이 아닌 이상 민원 신청은 문서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원처리법」 제8조). 민원인은 어쨌건 학교의 교육활동이나 행정에 대한 불만을 가진 사람이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학교를 찾아온다. 때문에 격해진 감정으로 불만을 표현하거나,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횡설수설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한다. 결국 민원인이나 민원을 듣는 사람이나 괴로울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차라리 위 규정에 따라 민원내용을 문서로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도록 한다. 접수증 서식. 「민원처리법」 시행규칙(별지 제2호 서식) 이러한 민원 제기 문서에는 특별한 서식은 없으나, 적어도 민원인의 신상·연락처·주소, 처리된 민원을 회신할 때 원하는 방법(우편·이메일·전화·문자메시지 등), 민원 내용의 요지를 기재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민원인이 작성한 문서를 제출하면 민원을 처리하는 주무 부서(먼저 크게 교무 관련, 행정 관련 민원으로 나눌 수 있겠다)에서 비전자문서로 등록하도록 하며, 민원인에게 접수증을 제공한다. 접수증의 서식은 「민원처리법」 시행규칙(별지 제2호 서식)으로 정해진 바 있으니 이를 이용해야 한다. 민원의 종류와 처리 기간 접수증에는 처리 완료 예정일을 기재하게 되어있다. 「민원처리법」과 시행령은 민원의 종류별로 처리기간을 따로 정하고 있으므로, 먼저 민원의 종류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결정하도록 한다. 「민원처리법」에 따른 민원의 종류, 학교에서의 예시, 처리기간은 다음과 같다. 가. 일반민원 1) 법정민원 관계 법령에 따라 인가·허가 등을 신청하거나, 특정한 사실 또는 법률관계 확인을 요구하는 민원이다. 학교에서는 생활기록부 발급, 경력증명서·재직증명서 발급 등이 관계될 수 있다. 법정민원은 신청하는 민원의 처리기간을 행정기관에서 미리 정해두게 되어있다. 예시와 같은 문서의 발급은 대부분 신청 즉시 이루어질 것이다. 2) 질의민원 제도·절차 등 행정업무에 관하여 행정기관의 설명이나 해석을 요구하는 민원이다. 학사일정, 주요계획 등에 대한 문의도 이에 속한다. 질의민원의 처리기간에 관해 법령 해석은 14일, 기타 사항은 7일 이내에 처리한다. 3) 건의민원 행정제도 및 운영의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이다. 예컨대 급식이 부실해 개선을 원한다는 등의 민원이 이에 속한다. 14일 이내 처리가 원칙이다. 4) 기타민원 위 이외의 민원으로 간단하게 전화통화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민원이다. 즉각 처리한다. 나. 고충민원 행정기관의 위법, 부당하거나 소극적인 처분, 불합리한 행정제도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 부담을 주는 내용에 관한 민원이다. 예컨대 학교폭력 사안처리가 미흡하다, 수업내용이 편향적이다 등 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민원의 대다수가 이에 속한다. 7일 이내 처리가 원칙이다. 이처럼 민원의 종류에 따라 기간이 다르나, 학교에 상당한 수준의 부담을 주는 민원들은 7일 내지 14일의 처리기간을 두고 있다. 이렇게 정해진 기간에 민원 관련 업무담당자와 학교의 관리자 등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법을 고민할 수 있는 것이다. 불편한 상황을 빨리 해결하여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혼자 해결하려고 할 때 오히려 문제가 커질 수 있다. 또한 민원인 역시 문제가 발생한 당시에는 심리적으로 격앙되어 있다가 이렇게 시간을 가지고 처리되는 기간 중 냉각기를 거치면서 상황이 안정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므로 법령이 정해준 시간을 적절히 이용해 보도록 하자. 민원에 대한 답변 작성과 통지 사실 민원인이 제기한 민원 내용을 보면 그 자체로 도무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그때에는 먼저 생각되는 민원의 요지를 정리하여 서두에 ‘귀하의 민원 내용의 요지는 ○○○에 대한 불편으로 이해됩니다. 이하에서 이에 대해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요약하여 기재하고, 그에 한정해서 답변하면 된다(알 수 없는 상대방을 마음을 너무 깊이까지 알려고 고통받지 말자). 이후에는 일반적으로 ‘○○○로 인해 불편함을 겪은 마음은 공감되는 부분이 있으나’라며 정서적인 공감을 표현하여 주기도 한다. 다음으로는 보통 관련한 규정과 해석, 민원에 따를 수 있다면 그에 대한 계획, 민원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를 수 없다면 그러한 사정을 작성한다. 내용은 길게 작성할 필요는 없지만, 정확한 내용을 담도록 노력한다. 부정확한 정보에 바탕하는 경우, 이후 이에 대해 꼬투리를 잡혀 계속되는 어려운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필요하다면 교육청 등 상급기관의 업무 담당자나 전문가의 조력을 구하도록 한다. 의외로 민원과 관련된 매뉴얼이나 유사사례를 쉽게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정리된 민원에 대한 답변은 문서로 통보함이 원칙이다. 다만 민원인이 요청한다면 구술·전화·문자메시지·이메일 등으로 통지할 수 있다(「민원처리법」 제27조 제1항). 간혹 민원인들이 문서로 받는 것을 원하지 않고 직접 담당자를 만나 설명을 듣고 싶다고 하는데, 오히려 담당자는 민원인을 대면하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위 규정은 ‘통지할 수 있다’라고 할 뿐이므로, 민원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문서로 통지할 수 있다. 민원 처리의 예외와 반복 민원의 종결처리 「민원처리법」에서는 민원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이를 처리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민원처리법」 제21조(민원 처리의 예외) 행정기관의 장은 접수된 민원(법정민원을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민원을 처리하지 아니할 수 있다. 이 경우 그 사유를 해당 민원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1.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거나 국가기밀 또는 공무상 비밀에 관한 사항 2. 수사·재판 및 형 집행에 관한 사항 또는 감사원의 감사가 착수된 사항 3. 행정심판·행정소송·헌법재판소의 심판, 감사원의 심사청구, 그 밖에 다른 법률에 따라 불복구제절차가 진행 중인 사항 4. 법령에 따라 화해·알선·조정·중재 등 당사자 간의 이해 조정을 목적으로 행하는 절차가 진행 중인 사항 5. 판결·결정·재결·화해·조정·중재 등에 따라 확정된 권리관계에 관한 사항 6. 감사원이 감사위원회의의 결정을 거쳐 행하는 사항 7.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행하는 사항 8. 사인 간의 권리관계 또는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 9. 행정기관의 소속 직원에 대한 인사행정상의 행위에 관한 사항 예컨대 학교폭력에 관한 민원에 대해 이미 관련한 행정심판이나 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면, 이는 위 「민원처리법」 제21조 제3호에 따라 민원 처리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민원을 다수 접하다 보면 특히 특정한 업무를 담당한 교사를 징계해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징계는 인사행정에 해당하므로 위 「민원처리법」 제21조 제9호에 따라 민원 처리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문의가 많다. 이에 대한 행정안전부의 민원 처리에 관한 법령 해설(2017.3.)에 따르면, ‘접수된 민원에 ‘담당 직원의 징계’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하여 무조건 민원으로 처리하지 않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것이며, 민원의 취지와 내용을 고려하여 민원의 내용 중 일부가 고충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처리를 하여야 할 것임’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곧 징계해달라는 원인이 되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 정도는 거쳐봐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해된다. 한편 민원에 대한 공식적인 처리는 특히 반복되는 민원을 처리할 때 유용하다. 「민원처리법」은 민원인이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반복하여 제출한 경우에는 2회 이상 그 처리결과를 통지하고, 그 후에 접수되는 민원에 대해서는 종결 처리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민원처리법」 제23조 제1항). 민원에 대한 당당한 대응이 나와 학교를 지키는 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민원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민원에 주눅들 필요도 없고, 학교의 공적인 업무의 일환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설령 나에 대한 민원이고 실제 내 업무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면, 사과하고 시정하여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실수를 덮으려고 하거나, 민원인을 설득해(혹은 금전적인 대가를 주고) 넘어가려고 한다면 반드시 더 큰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당당하게 대응하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구하자. 그것이 민원에서 학교와 나를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부디 이번 호를 통해 알아본 내용들이 어려운 학교 민원 대응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최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학교업무과정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학부모 민원의 소지가 되기도 합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교육부의 개인정보보호 업무사례집 등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업무처리에 대한 사항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정보의 정의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주민등록번호·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이다. 해당 정보만으로 특정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것도 포함한다. 개인정보 수집·이용 가.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은 경우(수집 및 이용 목적, 수집항목, 보유 및 이용기간, 동의거부권과 그 거부에 따른 불이익) 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 다.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하는 소관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라. 명백히 정보주체나 제3자의 급박한 생명·신체·재산의 이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개인정보 보호 업무 QA Q. 학교 홈페이지에 교직원의 성명을 ‘왕**’ 라고 게시하는 경우 학교에 성이 왕 씨인 직원이 한 명이면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요? A.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왕**으로 비식별 조치를 하더라도 관련성 있는 다른 정보 등과 쉽게 결합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으면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 Q. 교무실 옆에 부착된 교사 사진은 개인정보에 해당하나요? A. 해당 사진은 정보주체를 식별할 수 있어 개인정보에 해당하므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고 부착해야 합니다. Q. 학교에서 각종 행사 운영 시 참가여부 확인이나 설문조사 등을 위해 학교·반·이름 등을 수집할 경우 개인정보수집·이용동의서를 받아야 하나요? A.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공공기관이 법령에 규정된 소관업무 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각종 행사나 설문조사는 명시적으로 법령에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 동의를 받아 추진해야 합니다. Q. 교직원 비상연락망(성명·교내전화번호·휴대전화번호)을 만들어 전 교직원에게 내부 이메일을 통해 보내는 경우 동의를 얻어야 하는지요? A. 교직원 비상연락망은 공공기관이 법령 등에서 정한 소관 업무의 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교직원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교직원 내부에 한하여 이메일로 전송·배포하는 경우도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능합니다. 다만 문서형태로 관리할 때는 외부인에 의한 침해를 막도록 안정성 확보를 위한 필요 조치를 해야 합니다. Q. 학생 건강에 관한 특이사항은 본인과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만 보건교사가 다른 교사에게 알릴 수 있는지요? 교직원회의에서 학생의 정신질환에 대해 알려 수업 시 고려하도록 해도 되나요? A. 학생의 건강기록은 「학교보건법」에 따라 교육적 목적으로 처리될 수 있으므로 학생 동의를 받지 않고 담임교사 또는 수업 담당교사가 활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직원회의 등을 통해 다른 교사에게 알려 이용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학교가 홍채나 지문을 이용한 출퇴근 처리를 할 경우에 동의를 받아야 하나요? A. 복무처리를 위해 출퇴근 관리를 하는 것은 법령이 정한 업무 수행을 위한 것이지만, 출퇴근을 관리하는 방법은 다양하기 때문에 반드시 홍채나 지문에 의한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별도로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교직원에 대해서는 대체수단을 마련해 출퇴근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Q. 학교 공개수업을 촬영해 학부모들에게 이메일이나 SNS 등으로 전송하는 경우 학생(학부모 포함)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나요? A. 학교 공개수업을 학부모에게 공유·전달하는 것은 공공기관이 법령에 근거해 소관 업무 수행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라고 판단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공개수업의 학생 영상은 개인정보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이를 위해서는 학생의 동의, 만 14세 미만의 아동인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Q. 학교폭력 사안을 심의하기 위해 학교 내 설치된 CCTV 영상을 정보주체 동의 없이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 제공할 수 있나요? A. 「학교폭력예방법」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학교폭력에 대해 조사할 수 있고, 학교장에게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장에게 CCTV 영상정보 열람을 요청할 수 있고, 학교장도 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학교폭력과 관련이 없는 자는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까르르 까르르! 한기 속 하얀 입김도 뒤로한 채 아이들은 은행잎 한 아름 파란 하늘에 뿌린다. 웃음은 노란빛 물들어 나비가 되어 팔랑거리며 쏟아진다. 12월이 시작되었다. 아직 겨울이라고 말하기엔 가을 시간의 흔적이 이곳저곳에 묻어 있다. 갈바람에 말라서 신음하는 억새꽃, 잿빛으로 갈무리되어 투명한 물소리에 숨죽이는 갈꽃의 너울거림, 상수리 숲 바스락거림에 낙엽 마르는 냄새. 계절의 변화를 가을 끝 겨울 시작이란 단절음으로 말하는 것은 나만의 억척이 아닌가 싶다. 운동장 넓은 시골 학교의 가을을 황금빛으로 거두는 은행나무 8그루가 운동장 남쪽 가장자리를 지키고 있다. 11월 초입에는 푸른색이 많더니만 12월을 앞두고 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출근할 때마다 노란빛의 진해짐을 사진으로 담는 게 소소한 두근거림이 되었다. 은행나무가 내려다보는 운동장은 통학버스가 도착하여 아이들의 발소리가 울리기 전까지 늦잠을 자고 있다. 12월 첫날 아침은 빙점으로 시작된다. 갈색 바랜 잔디에 쌓인 가랑잎과 두터운 은행잎들은 서리로 덮여 있다. 사그락 바사삭, 밤새 쌓인 은행잎 낙엽 위로 걸음을 옮긴다. 얼마 만에 낙엽 밟는 소리를 듣는 걸까? 잠깐 고개 들자 파란 하늘에 담긴 노란 은행잎의 미소가 상큼한 아침 공기를 베어 물게 한다. 모니터만 보던 목과 어깨가 아프다고 아우성친다. 11월의 마지막 날은 늦가을 속에 찾아온 한기가 서리를 내리게 했다. 차가운 공기 때문에 은행잎은 더 물들었다. 사그락사그락 소리도 부드럽다. 밤새 노란 잎들이 겹겹이 솜이불 같다. 그네가 있는 지붕, 탁자와 의자에도 소복한 노란 잎들이 곤히 잠들어 있다. 그 노란색에 이끌려 셔터 누르기에 바쁜데 후두 둑 빗방울 소리가 들린다. 하늘이 이렇게 파란데 무슨 비? 아니다. 그 소리는 밤새 서리로 무거워진 은행나무가 잎을 버리는 소리이다. 가는 가을 색이 아쉬워 이 소리까지 순간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져본다. 울리는 내 발소리를 들으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실로 간다. 현관에 서서도 계속 은행나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제 저 풍경 볼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매단 잎들을 모두 떨구고 나면 나목으로 남아 긴 겨울의 묵념 속에 봄을 기다릴 것이다. 폭신한 은행잎이 전하는 계절의 감촉을 아이들에게 느끼게 해 주면 좋겠다. 첫 시간이 지나고 햇살이 제법 두꺼워졌다 싶어 1, 2학년 10명의 아이와 은행나무 밑으로 간다. 너무 많이 떨어졌어요. 아이들은 마치 눈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손으로 은행잎 무더기를 만든다. 성에 차지 않은 녀석들은 웃옷을 벗어 은행잎들을 담아서 모은다. 이제 은행잎을 뒤집어쓰고 뒹굴고 하늘 높이 뿌린다. 발돋움하여 뛸 때마다 예쁜 배꼽들이 보일락 말락 한다. 공기는 차갑지만 아이들의 이마에는 땀이 송송 맺혀있다. 십여 분 가까이 깔깔거리고 뒹구는 아이들을 보며 시골 학교의 청정한 자연이 주는 혜택에 고마움을 느낀다. 노랗게 물든 아이들의 마음이 파란 하늘에 메아리친다. 땀이 식으면 감기 들까 싶어 서둘러 교실로 가자고 하지만 아이들은 조금만 더 놀아요 떼를 쓴다. 도시의 아이들이 느낄 수 없는 계절의 마주함을 시골 아이들은 행복해하고 있다. 겨우 달래어 교실에 들어와 달력을 넘긴다. 올해도 한 장밖에 남지 않았다. 계절은 겨울 속으로 계속 진행한다. 마지막 달력을 넘기다 물끄러미 바라본 12월은 꽉 찬 시간의 마디 속에 일 년 치의 아쉬움이 몰려온다. 귓전에는 조금 전 깔깔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이 사그라지지 않았는데 꼭꼭 찍어둔 세월의 발자국이 뒷걸음질 치며 때 없이 웅성거린다. 하는 일이 아이들과 같이 웃고, 어르고, 야단치고, 보듬는 만큼 3월을 시작으로 봄, 여름, 가을을 거쳐 겨울이 깊어지니 아쉬움이 많이 물든다. 후회 없이 걸어왔잖아하며 애써 위안하지만, 여전히 가슴속엔 달려온 숨 가쁜 사연들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지금 서 있는 곳이 진부한 몸짓 남루한 뒷모습이라 해도 모두가 나의 노래다. 잘한 일도, 후회되는 일도 있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최선이었다 포장하며 아픈 후회의 상처를 무딜게 보듬지 말자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12월은 1년의 종착역이라 한다. 하지만 시작과 끝은 인간의 생각이 만들어 낸 것이다. 지나간 시간에 발목 잡혀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게 담지 못하는 회한의 마음은 차가울 뿐이다. 그래도 회한은 가질 수 있어도 미련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교실 창문 너머 올려 본 하늘에 비행운이 직선을 긋는다. 정오가 되자 기온이 오른다. 아이들은 다시 은행나무 아래 낙엽을 모으고 그네에 태우며 걱정 없는 시간을 보낸다. 노랗게 물든 저 모습도 이제 일 년이 지나야 맞이할 수 있다. 결과에 치우치며 생각할 틈도 여유를 간직할 틈도 없이 달려온 우리의 한 해에 아쉬움과 위로를 물들여 본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세상 그곳 내 삶의 무늬는 어떤 결을 가졌을까? 겨울을 맞아 나목으로 서는 은행나무를 보며 버림으로 새로움을 준비할 수 있다는 반성문을 쓴다. 아이들의 웃음이 12월에 기대어 일기장에 노랗게 물들어 간다.
교직을 위해 애쓰다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교원의 희생을 예우하고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순직’을 인정해야 한다는 교육계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달 29일과 30일 한국교총과 전국교사일동 등은 故 서울서이초 교사에 대한 순직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국회와 인사혁신처에서 잇달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서울서이초 교사를 비롯해 유명을 달리한 많은 교원의 순직 인정을 조속히 처리하고, 또 교직의 특수성을 반영한 교직 순직 인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총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원의 경우 순직 신청 17건 중 3건만 순직 인정을 받았다. 이는 소방, 경찰공무원은 물론 일반직공무원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다. 교원의 극단 선택 원인을 개인 문제로 치부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교직 사회는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멍든 지 오래다. 그동안 곪았던 문제가 올해 폭발하면서 전국 교원들이 거리로 나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반 국민도 교권 추락에 대한 교원들의 외침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제 교원 순직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한 때다. 순직 심사과정에서 교직과 교원의 특수성을 반영해 신속하게 처리돼야 한다. 또 입증책임과 소송비 등을 전부 유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절차상의 문제도 손봐야 한다. 이로 인해 교육자의 헌신과 희생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다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더 이상 교원이 눈물짓지 않고, 안전한 환경에서 존중받는다는 인식이 하루빨리 확산되길 바란다.
교원이 정당하게 시험을 감독하는 과정에서조차도 악성 민원을 남발하며 교사를 괴롭히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이미 학교 현장은 과도한 교권 침해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서 부정행위로 적발된 수험생의 학부모가 감독관을 맡았던 교사를 찾아내 무례하게 항의하고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부모가 수능 시험 다음 날 감독관이었던 교사에게 전화상으로 “(내가) 변호사인데 우리 아이의 인생을 네가 망가뜨렸으니, 네 인생도 똑같이 망가뜨려 주겠다”라고 협박과 폭언을 했다고 한다. 교육계는 이 학부모의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당한 시험감독 과정이었음에도 사건이 재발하자 수능 감독에 대한 교원들의 기피 현상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이렇게 부당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차고 넘치는데 누가 힘들게 수능 감독을 나갈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수능 감독을 꺼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활동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다. 학교에서 치러지는 정기고사는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인정되지만, 수능시험과 같은 특수 상황의 경우에는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인정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것은 수능시험 감독도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과도한 교권 침해와 명예훼손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라도 불법적인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 대상 일벌백계의 처분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수능시험 감독관의 명찰은 감독관으로만 표기하고, 이름을 무기명으로 처리하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오랫동안 ‘스승’, ‘선생님’으로 불리며, 존중 또는 보호되었던 교원들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간 매우 익숙하게 사용되던 ‘선생님’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교육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교원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 사회적으로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교권 흔들리는 현실 안타까워 초·중등교육법 상 교원은 학교의 교장, 교감, 교사를 일컫는다. 교원은 모두 자격증을 소지하고 역할을 수행한다. 교사는 자격증을 소지하고 학생을 지도하며, 교장과 교감은 교사로서 일정 기간의 교육 경력을 갖춘 후에 선발 과정과 연수를 통해 자격증을 받는다. 자격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신분이나 지위를 가지거나 일정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4년간 전문적 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 교사로 임용되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교감과 교장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20년 이상의 교사 경력 후에 지난한 선발 과정과 직위에 따른 연수를 이수해야 한다. 이러한 교원자격증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교원의 전문성과 권위, 국가교육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격연수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 교원 자격연수는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실시된다. 1급 정교사 자격연수와 교(원)감 자격연수는 90시간 이상, 교장·원장 자격연수는 180시간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1급 정교사 자격연수는 향후 20년 이상 학생들을 직접 지도할 실질적 능력을 갖춰야 할 연수다. 교육에 관한 최고 권위자로서의 역량이 있어야 한다. 교감 자격연수는 교사에서 벗어나 교무를 총괄하는 관리자로서의 역량을 부여하는 중요한 연수다. 교장 자격연수를 통해서는 한 학교의 책임자로서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 모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자격연수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내용도 심도 있게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당 직위와 역할에 부합하는 교육철학에 대해 보다 깊게 고민하고 스스로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 미래 교육에 대한 식견을 넓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 간 관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 현장에서 자신의 롤모델을 찾아 배우는 시간도 넉넉하게 가지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선진국의 교육 흐름과 사례를 폭넓게 인지하는 것도 매우 필요하다. 자격연수 강화해 전문성 더해야 교원 자격연수는 국가 교육력을 한층 높이는 일이다. 국가는 교원들이 각각의 역할에 맞는 충분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넉넉한 시간과 충실한 내용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단지 교원에게 부여하는 혜택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교원은 자격연수를 통해 자신의 전문성과 업무상 권위를 갖춰야 한다. 혹여 시간에 따라 거치는 과정 중 하나로 치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교원 자격증의 무게만큼 우리 교육도, 교권도 함께 성장할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업지도와 생활지도’와 ‘행정업무 처리’ 중 어떤 것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교육청은 매년 학교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왜 현장 교사들은 업무가 줄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실질적 업무 경감 대책 필요해 지난달 21일 한국교육정책연구소가 주최한 ‘교원의 교육전념여건 조성을 위한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및 효율화 방안 연구’에 대한 현장 토론회에서 나온 주요 내용은 ‘외부 기관으로의 이관’, ‘필수불가결한 학교 행정업무는 디지털 시스템 구축’, ‘학교 밖으로부터 오는 행정업무 부담 유발 요소의 과감한 규제’, ‘교원들 간 업무수행 형평성 제고를 위한 업무 재구조화’, ‘공문발송시 업무 영역을 표시하는 등의 공문 관행 개선’, ‘교무행정 지원인력의 업무 이해도 제고를 위한 매뉴얼 개발·제공’, ‘유관기관 간, 구성원 간 실효성 있는 협업․소통 채널 확보’ 등이다. 이 중 2023년부터 각 시·도에서 조직·운영 중이거나 계획 수립단계인 ‘학교지원센터’(시·도별 명칭 상이)가 현장을 지원하는 사례를 발표할 기회가 생겼다. 지역별 상황이 모두 다르기에 모든 학교급에 일괄적인 지원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지원센터’에서 현장을 ‘지원’한다면 현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충북교육청의 인력풀통합시스템에서는 기간제 교사에서부터 고교학점제 강사, 학습지원튜터, 생존수영 강사, 지방공무원 및 조리종사자, 초등돌봄전담사 대체 인력 등 학교에 필요한 모든 인력 채용과 관련된 일을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여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고교의 경우 교육과정에 편제된 과목 수가 80개 과목 내외고, 이중 공통과목은 7개 과목뿐이다. 따라서 교과서 배부 업무가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다. 대구교육청은 이를 위해 ‘고등 교과서 배부’를 지원한다. 충남 공주시 학교지원센터는 2~5일 단기수업지원, 장서점검, 과학실험실 정리, 기간제교원 위탁채용, 드론촬영, 폐기물 처리, 학교 교가 오케스트라 음원 제작, 기록물 디지털화 제작 등 업무지원, 기간제 교원이나 시간강사 등 인력풀 지원, 교육용 SW 활동교구, 방송장비, 유치원 졸업가운과 같은 공유물품 대여 등 여러 사업을 지원한다. 별도의 양식을 다운받아 작성 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등의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홈페이지에서 바로 날짜를 클릭하여 신청할 수 있도록 사용자 편리성을 기한 점이 눈에 띈다. 시·도별 역할 확대 기대 이 외에도 입학식, 졸업식, 교내체육, 학예발표회, 프로젝트 학습, 찾아가는 학생 체험교실 등 활동형 수업 업무 보조인력을 지원(부산)하거나, 쟁점 학교 행정업무인 불법촬영 카메라 점검, 먹는 물 수질 검사, 공기 질 점검, 어린이 놀이시설 환경 관리 등을 지원(대구)하는 등 현장에 실질적으로 와닿는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교사가 학생들의 수업지도와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교육청의 노력이 드러나는 ‘학교지원센터’가 널리 홍보되고, 점차 그 역할이 확대되기를 기대해본다.
한해도 겨우 한 달여를 남겨두고 있는 지금.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허무함과 허전함을 따뜻한 감동으로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연말을 흥겹고 따뜻하게 마무리하고, 연초를 신나고 힘 있게 시작할 수 있는 두 편의 뮤지컬을 소개한다. 뮤지컬 시스터 액트 "I will follow him~♪" 전 세계에 '노래하는 수녀'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시스터 액트. 1992년 개봉한 작품은 흥겨운 음악과 웃음 속에서 어우러지는 감동으로 큰 인기를 끌며 셀 수 없이 패러디됐다. 영화를 원작으로 15년 만에 뮤지컬로 재탄생한 시스터 액트는 초연부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클럽의 삼류 가수 들로리스는 우연히 암흑가 거물의 범죄를 목격하고, 신분을 감추고자 경찰의 보호 하에 외부와 단절된 수녀원에 숨어든다. 수녀원의 엄격하고 보수적인 생활에 답답해하던 들로리스는 우연히 성가대에서 지휘봉을 잡게 된다. 그의 에너지와 매력적인 목소리는 엄숙하기만 하던 성가대의 공연을 파격적으로 바꿔 놓는다. 뮤지컬은 전 세계에서 당시 6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기록했다. 또 토니 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외부비평가상 등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1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작품성을 증명했다. 인기의 비결 중 하나는 음악이다. 영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의 명곡을 작곡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이끈 앨런 멘켄이 작곡에 참여해 흥겹고도 드라마틱한 음악을 완성했다. 무대 위의 개성 있는 캐릭터들 역시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극 속 캐릭터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화하며 작품에 새로운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들로리스는 수녀들이 음악적 재능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과정에서 수녀들과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자신 역시 진정한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된다. 이렇듯 사랑, 우정 등 보편적인 가치의 소중함을 전하는 메시지는 나이를 뛰어넘어 폭넓은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제작사 EMK는 이번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캐스팅에 만전을 기했다. 3개월간의 뉴욕 현지 오디션을 통해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이들은 서울에서의 공연 이후 국내 투어, 아시아 6개국 투어 공연을 이어가며 다시 한번 '시스터 액트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2023년 11월 23일~ 2024년 2월 11일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스쿨 오브 락 한 해의 시작은 파이팅 정신 가득한 힘찬 록으로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음악을 통해 자유를 찾고, 본래의 자신을 발견하라는 응원을 전하는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작품은 '뮤지컬계의 대부'라는 수식어가 손색없는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이다. 오페라의 유령, 캣츠을 비롯해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킨 웨버는 동명의 영화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작품을 "음악의 힘에 대한 이야기로 음악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큰 행복을 주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작품은 화려한 창작진의 참여로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 라푼젤의 글렌 슬레이터 작사, TV 시리즈 다운튼 애비의 줄리안 펠로우즈 극본, 레미제라블의 로렌스 코너 연출 등 아카데미상, 에미상, 토니상 등 화려한 수상 이력을 자랑하는 전 세계 정상급의 창작진이 참여했다. 작품에는 영화에 삽입된 'School of Rock' 등 세 곡에 새롭게 작곡한 14개 곡이 추가됐다. 강렬한 록과 오페라 아리아, 발라드까지 파워풀한 멜로디는 관객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든다. 록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록커 딥 퍼플, 스티비 닉스의 아이코닉한 곡도 깜짝 등장해 즐거움을 더한다. 극장에는 200개가 넘는 스피커를 설치해 라이브를 더욱 파워풀하게 전달한다. 배우들의 놀라운 에너지는 객석을 들썩이게 만든다. 학생들의 록 스피릿을 깨우는 교사 '듀이'가 대표적이다. 그는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친다. 그가 러닝타임인 두 시간 동안 달리는 거리는 평균 5.6km에 달한다고. 평균 연령 10세인 밴드 멤버들의 넘치는 끼는 감탄을 자아낸다. 기타, 드럼, 일렉기타, 키보드 등을 직접 연주하며 놀라운 공연을 선보이는 이들은 '아역 배우'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2024년 1월 12일~2024년 3월 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학교에 전문상담교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를 전문상담교사로 배치할 수 있는 법안이 추진돼 현장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문정복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17일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르면 동법 19조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문상담교사의 배치를 전문상담교사 등의 배치로 바꾸고 조문에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또는 사회복지사(학교사회복지사 자격자)를 둘 수 있도록 했다. 법이 개정되면 학교 전문상담교사 역할을 사회복지사가 할 수 있게 된다. 법에서 규정한 학교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 1급 중 1년 이상 1000시간의 관련 수련을 한 자로서 학교 내에서 학교사회복지 실천 여건 조성, 학생 대상 활동, 지역사회 연계활동 등을 맡고 있다. 문 의원은 “학교폭력, 아동학대와 교육활동 침해 문제 등 학교 내외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환경에서 학교사회복지사의 역할이 증대될 필요가 있다”며 “초·중등학교에 사회복지사를 둘 수 있도록 명시함으로써 이들의 지위를 보장하고 교육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개정 추진이 알려지면서 상담교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서울의 한 초등 전문상담교사는 “현재 임용 부족으로 전문상담교사 배치율이 절반에 이르지 않을 정도지만 그렇다고 역할과 전문성이 다른 사회복지사에게 학생 상담을 맡기는 것은 말이 안되는 처사”라고 말했다. 또 수도권 Wee센터에 근무한 다른 전문상담교사도 “상담교사가 되기 위해 교·사대를 졸업하고 또 상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대학원이나 상담대학원을 다니며 노력하고 있는 일선 교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법개정”이라며 “임용 정원이 부족해 자격을 갖고도 현장에 배치되지 못하는 많은 예비 교원들을 생각한다면 다른 직역에서 인원을 수급할 것이 아니라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총도 입장을 내고 “2023년 기준 전문상담교사의 법정 정원은 1만321명인데 비해 배정 인원은 4765명으로 배치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전문상담교사 확대 배치에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같은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법개정이 추진된다면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학생 교육과 상담에 매진하는 전문상담교사의 사기만 떨어질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마감한 입법예고 의견 등록에는 80% 이상이 반대의견을 내는 등 법안 심사 단계부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총이 전국교사일동 등 교원단체와 함께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인정과 아동복지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 교사와 시민 12만 5912명의 서이초 사건 진상 규명 및 순직 인정 촉구 서명을 국회에 제출했다. 교총 등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권보호 4법이 개정되고 교육부의 생활지도고시안이 발표됐지만 전국에서 교사를 상대로 한 아동학대 신고가 여전히 하루 한 건 이상 발생하고 있고, 서이초 교사 사건의 진상규명과 순직 인정 역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수사기관은 서이초 사건에 대한 수사 자료와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달라”며 “적극적인 재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도 없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14일 사건 4개월 만에 해당 사건에 대한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발표해 교원단체를 비롯한 교육계와 국민들로부터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어 교총 등 참여단체는 “과도한 나이스 업무,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 학부모의 잦은 민원 등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죽음은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규정한 공무상 재해 세부 인정기준에 해당한다”며 인사혁신처에 서이초 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했다. 이 밖에도 아동복지법의 개정, 추가 입법을 통한 아동학대 범위의 명확화,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아동학대’ 조항의 성립요건 구체화를 국회에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전국 교사와 시민들로부터 받은 서이초 교사 사건 진상 규명과 순직 인정 촉구 서명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교육위원회에 접수하고, 서울경찰청을 방문해 사건 재수사와 정보공개 촉구서를 제출했다.
브라질에서 처음으로 브라질인 한국어 교사들이 나왔다. 주상파울루 한국교육원과 상파울루 대학교(USP)가 함께 진행한 제1기 한국어교원 양성 과정 졸업식이 11월 20일(현지시간) 한국교육원에서 열렸다. 이번 과정은 상파울루대학교 교수진의 지도로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9개월간 진행됐으며, 총 16명이 졸업했다. 수강생은 상파울루대 한국어문학과 전공자, 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을 보유한 자 중에서 추후 한국어 교원으로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선별됐다. 고급 한국어, 한국어 교수법, 교육 실습 등 총 180시간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후 상파울루대에서 인증하는 수료증을 받았다. 이날 졸업생 대표로 소감을 발표한 아만다 팔레르모(27)는 "오랜 시간 각자의 자리에서 외롭게 한국어를 공부해 온 실력 있는 브라질 친구들이 모여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값진 기회"라며 "앞으로 브라질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발표했다. 신일주 주상파울루 교육원장은 "이번 제1기 한국어교원 양성 과정 졸업식을 계기로 브라질 현지인들에 의한 한국어 교육이 공식적으로 이뤄지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교육원은 졸업생을 브라질 현지 초·중·고교 한국어 교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2024년에도 제2기 과정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가 학부모 지원을 전담하는 과장급 정규조직인 ‘학부모정책과’를 10여 년 만에 부활시킨다. 교원, 학부모, 학생을 지원하던 책임교육지원관은 교원학부모지원관과 학생건강정책관으로 나뉜다. 일몰되는 대학규제혁신국은 인재정책실로 이관된다. 교육부는 조직개편 추진을 위해 1일부터 8일까지 직제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진행한다. 법령 정비가 마무리되면 내년 1월 1일자로 시행할 예정이다. ‘학교폭력, 교권 침해, 학교 구성원의 건강 및 사회·정서 지원’ 등 각종 현안에 효율적·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책임교육정책실 내 ‘교원학부모지원관’ 및 ‘학생건강정책관’을 신설한다. ‘교원학부모지원관’은 교원정책과 학부모 대상 지원에 대한 독립적·전문적인 업무 수행체계 조성을 위해 만들어진다. 초·중등 교원정책,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교원 양성체계 총괄, 교원 연수 및 복리·후생, 교원단체 등과의 협력체계 조성 및 학부모 지원 정책을 맡는다. 특히 교육 주체의 큰 축인 학부모에 대한 보다 세심하고 촘촘한 지원을 위해 ‘학부모정책과’를 10여 년 만에 과장급 정규조직으로 되살린다. 지난 2013년 3월 이후 학부모정책 관련 업무는 임시조직을 통해 지원해 왔다. ‘학생건강정책관’은 건강, 인성, 예술·체육교육 및 학교폭력 대책에 관한 사항을 담당한다. ‘사회정서성장지원과’도 과장급 조직으로 신설된다. 유보통합, 늘봄학교 확대 등 과제를 담당했던 ‘교육복지돌봄지원관’은 ‘교육복지돌봄지원국’으로 분리된다. 지난 1월 1일 출범한 ‘대학규제혁신국’은 일몰된다. 잔여 사무는 인재정책실 등으로 이관된다. 또한 ‘사회정책분석담당관’과 ‘사교육·입시비리대응담당관’도 신규 자율기구로 설치된다.. 자율기구는 국정과제, 기관장 역점 사업, 국민 안전 등 긴급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경우 ‘임시정원’을 활용해 설치·운영하는 과장급 조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