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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 이름부터 도발적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교육정책의 최전선이자 향후 5년간 교육 판도를 뒤흔들 핵심의제다. 대학입시와 대학 구조개혁은 물론 초·중등교육까지 연쇄적으로 변화를 예고한다. 지방대 몰락을 막고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며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연구 중심 대학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과연 현장의 저항을 뚫고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여전히 물음표다. 어쨌든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단순한 선거용 구호에 그치지 않고 향후 5년간 교육정책의 중심축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대학 입시와 대학 개혁은 물론 초·중등교육에도 큰 파장을 예고하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이 구상의 밑그림을 그린 인물은 홍창남 부산대 교수다. 그는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장을 맡아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 설계의 핵심 역할을 했다. 홍 교수는 “대학이 바뀌지 않으면 초·중등교육도 달라질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역대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수차례 개혁을 시도했지만, 결국 ‘대학 입시’라는 벽에 막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대학이 변해야 초·중등도 변한다” 홍 교수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이 정책의 핵심을 “교육정책의 무게중심을 고등교육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요약한다. 과거 정부들이 초·중등교육에 집중한 반면, 이번 정부는 대학 혁신을 선행조건으로 본다는 것이다. 실제 정책 아이디어는 김종영 경희대 교수로부터 나왔지만, 국정기획위에서 이를 구체적인 청사진으로 다듬었다. 그렇다고 모든 지방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분리해 지원하는 방식이 논의됐다. 학부과정은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전원 기숙사 제공이나 RC(레지덴셜 칼리지) 운영,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 지원 등을 통해 학생 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그러나 진짜 승부처는 대학원이다. 정부는 대학원 중심 특성화를 통해 연구 경쟁력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각 거점국립대는 반도체·인공지능 등 전략 분야 세 곳을 집중 육성하는 모델을 적용한다. 이 가운데 두 곳은 이공계, 나머지 한 곳은 인문·사회계로 배정해 균형을 맞춘다. 사회적 난제 해결이나 글로벌 이슈를 겨냥한 융합 연구가 대상이다. 이렇게 특성화된 대학원과 국책 연구기관을 연계하면 “적어도 특정 분야에서는 서울대 이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지방대 죽이기 아닌 살리기” 정책 발표 직후 가장 많이 제기된 비판은 ‘지방대 죽이기’ 우려였다. 10개 대학에 예산을 몰아주면 나머지 100여 개 지방대는 도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홍 교수는 정반대라고 반박한다. 기존 고등교육 예산을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교육세 증세를 통해 별도의 재원을 마련하기 때문에 다른 대학의 몫은 줄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거점국립대 9곳이 제외되면 남은 대학들에 돌아가는 예산 비중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재원 확보 방식도 관심사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전용을 우려했지만, 홍 교수는 “건드리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증세를 통해 마련한 새로운 재원으로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가 교부금 효율화를 강하게 주장했지만, 교육계 출신 위원들이 반대해 막아냈다. “인서울 열망, 단기간엔 안 바뀐다” 그렇다면 이 정책으로 학생들의 ‘인서울’ 열풍이 완화될까. 홍 교수는 “단기간엔 어렵다”고 인정했다. 오랜 문화적 관성이 하루아침에 바뀌긴 힘들다는 것이다. 다만 특정 분야 대학원이 서울보다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흐름이 서서히 바뀔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학부과정 역시 대학원 경쟁력이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파급 효과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책 추진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임기 초반부터 9개 거점국립대를 동시에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초기에는 4~5개 대학을 중심으로 시범 운영이 예상된다. 성과에 따라 점차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대학도 혁신하지 않으면 생존 못 해” 홍 교수는 이번 정책이 대학에도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강조한다. 정부 지원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대학 스스로 혁신하지 않으면 ‘해운대 모래사장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 IT 기업조차 ‘학벌보다 실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기존처럼 학생을 받아 졸업시키는 역할에 머문 대학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구조조정도 병행된다. 최근 통과된 ‘사립대 구조개선 지원법’에 따라 한계 대학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복지법인 전환 또는 폐교까지도 고려할 수 있다. 홍 교수는 “서울대 10개 정책과 구조개선은 병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컬 대학 사업, “연착륙 필요”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글로컬 대학’ 사업은 연착륙을 추진한다. 현재 30개 대학이 지정돼 있지만,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거점국립대 9곳이 빠지면 21곳이 남는다. 홍 교수는 “이들을 지역혁신형 대학 등으로 재편할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기존 사업을 무작정 폐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투입된 예산이 실제 성과를 냈는지 점검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I 인재 양성도 현 정부 교육정책의 큰 축이다. 하지만 AI 디지털교과서를 단순 보조자료로 격하시킨 데 대해서는 “AI 시대 인재 양성과 교육에서 AI를 활용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설명했다.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보다 AI 시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을 우선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교위, “유명무실했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논의도 있었다. 홍 교수는 “지난 3년간 국교위는 유명무실했다”고 직격했다. 형식적 토론 몇 차례로 ‘국가교육 10년 계획’을 내놓았지만, 실질적 성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국정기획위 논의 과정에서 “폐지든 확대 개편이든 확실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결국 정부는 위원 수를 현행 48명에서 문재인 정부 원안인 104명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교육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장관과 대통령실 교육비서관 인선이 늦어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통령은 교육에 대한 식견이 매우 높고 고민도 깊다. 훌륭한 적임자를 찾다 보니 시간이 걸린 것뿐”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단순히 대학 몇 곳을 키운다는 계획이 아니다. 대학 구조조정, 지역 혁신, AI 인재 양성 등과 맞물린 국가 교육 패러다임 전환 전략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교육 브랜드가 공허한 구호에 그칠지 아니면 지방대 부흥과 국가경쟁력 강화의 전환점이 될지는 앞으로 5년간 교육현장의 가장 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프롤로그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네팔은 여행객들 사이에서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평을 듣는 곳이다. 나는 대학 시절 네팔에 세 번 방문했고, 그중 한 번은 8개월 넘게 머무르며 도시·산촌·평야는 물론, 깊은 계곡까지 다양한 네팔의 지형을 느끼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주민들과 어울려 지내는 동안 네팔 사람들의 순한 성품과 향신료 가득한 음식, 그리고 히말라야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아주 오랜만에,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네팔에 가게 되었다. 동행인은 네팔이 처음이었기에 대표적인 여행지인 카트만두와 포카라를 중심으로 일정을 계획하였다. 1월의 네팔 여행은 어디로 가면 좋을까? 따뜻한데 추운 곳? 수공예 장인들의 나라에서 쇼핑은 못 참지! 네팔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위도에 위치하여 카트만두는 서울에 비해 낮 기온은 약 15℃ 정도 높고, 밤 기온 역시 다소 온화하다. 대체로 한국 초봄 날씨보다 조금 더 따뜻하다고 할 수 있다. 출국 당시 기모 맨투맨과 패딩 점퍼를 입은 채로 트리부반 공항에 도착하면 후텁지근함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경량패딩으로 갈아입은 뒤 여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낮 기온만 고려해 인천공항의 ‘코트룸 서비스’에 옷을 맡기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네팔은 난방시설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곳이 많아 방한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네팔 여행을 시작할 때 카트만두의 ‘타멜 거리’ 방문을 추천한다. 타멜 거리는 좁고 미로 같은 골목길로 이루어진 관광 상업지구로 대부분의 여행객이 들르는 필수 코스 중 하나이다. 게스트하우스와 여행사가 밀집해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고,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종 축제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며, 다양한 수공예품과 아웃도어 의류 전문점도 많아 방한용품을 구매하기에 적합하다. 나는 여행할 때 여행지의 매력이 담긴 기념품을 꼭 구입하는 편인데, 이곳에서 귀마개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야크 헤어밴드와 캐시미어 목도리를 구매했다. 야크는 주로 히말라야 고산 지대에서 키우는 가축화된 동물로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이름에도 쓰인다. 야크 털로 만든 제품은 의외로 매우 부드럽고 따뜻했다. 네팔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소재가 돋보이는 아이템은 착용만으로도 현지인처럼 보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소품샵 구경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카트만두에 수많은 크래프트샵(craft shop)이 있으니, 지도 앱에서 몇 군데 검색해서 들러보는 것도 좋다. 타멜 거리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의 랄릿푸르 지역은 공예 문화가 아주 발달한 지역이라 상점이 많다. 그릇·가구·의류·생활소품과 은으로 만든 장신구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나는 저녁에 조용한 환경을 선호하여 랄릿푸르 자왈라켈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랄릿푸르의 여러 상점에서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특히 ‘Milikara handcraft’ 상점의 섬세하고 소박한 목공예품에 반해 여러 제품을 구매해 잘 쓰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네팔의 전통과 일상 네팔은 전통적으로 힌두교 국가로 알려져 있으며, 전체 인구의 약 81% 이상이 힌두교 신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교활동이 주로 종교시설 내에서 이루어지는 데 비해, 네팔에서는 종교가 생활 전반에 깊이 스며들어 일상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 네팔의 거리, 골목 모퉁이, 공원, 그리고 가옥의 대문과 차량까지 힌두교의 대표적인 종교 상징과 색채로 장식되어 있다. 시민들은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며 집 근처에 있는 돌·탑·사원과 같은 곳에서 붉은색 가루를 묻혀 이마 가운데 ‘티카’를 찍는다. 이는 제3의 눈을 상징하며 주로 축복의 의미이다. 사원과 같은 종교시설은 근린공원처럼 이용되며, 시민들이 탑에 앉아 쉬거나 누워 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박타푸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으로, 중세 말라 왕국 시대의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랄릿푸르 자왈라켈에서 차량으로 약 20분 거리이며, 사설 미니버스·마이크로버스·툭툭이 등 다양한 대중교통 수단이 있어 골라 타는 재미가 있다. 주로 현금으로 요금을 내며, 툭툭이와 같은 삼륜차는 운전사에게, 승합차 및 버스는 요금 징수원에게 낸다. 거리에 따라 요금이 상이하고 가끔 요금 징수원이 자체적으로 외국인 가격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변의 눈치를 잘 살피는 편이 좋다(체감상 네팔인들은 대체로 곤경에 처한 외국인을 잘 도와주는 것 같다). 나는 미니버스를 타고 갔는데 승객을 많이 태우기 위해 좌석을 개조하여 입석 승객도 많이 있었다. 대부분의 승객이 티카를 하고 있었고, 버스 내부에는 화려한 장식과 함께 시바(파괴의 신)·가네슈(번영의 신)의 그림이 붙어 있었다. ‘박타푸르 두르바르 스퀘어’에 도착하여 외국인 가격으로 1,500NPR에 입장권을 구매하여 관람하였다. 박타푸르는 유적지이면서도 주민들이 실제 생활하는 곳으로, 살아있는 역사 공간으로 인정받고 있다. 토기를 만드는 주민들이 있었는데 ‘더히(요거트)의 왕’으로 불리는 ‘주주더히’를 이 토기에 담아 판매한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지역마다 막걸리 맛이 다르듯, 네팔의 더히도 지역마다 특색이 있으며 박타푸르의 더히가 맛이 진해 현지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더히 중 하나로 꼽힌다(나의 동행인은 평소에 요거트를 좋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여행 내내 주주더히를 빠뜨리지 않고 즐겨 먹었다). 대규모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인 유적지가 많았는데, 이는 2015년 7.8 규모의 강진으로 피해를 본 건축물 복구 작업이었다. 네팔은 인도-유라시아판이 만나는 지진대에 위치해 크고 작은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다. 2015 네팔 대지진을 겪은 지인이 내게 “우리가 든든히 딛고 서야 할 ‘땅’이 흔들리니 혼란이 온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무너져 내리는 충격이 있었으리라 짐작해 보았다. 그리고 그 땅에서 여전히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을 보며, 속히 복원이 완료되고 새로 복원된 건축물들이 더욱 안전하게 지어지기를 기원했다. 히말라야와 더 가까이, 포카라 카트만두에서도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건물이 없는 곳에 가면 히말라야산맥을 부분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지만, 네팔의 제주도(제주도는 휴양지의 대명사로 통하는 것 같다)라 불리는 ‘포카라’에 가서 히말라야를 더 가까이에서 느껴보기로 했다. 포카라는 히말라야산맥에 둘러싸여 있고, 가운데 페와 호수를 품고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까지는 버스·항공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버스를 타면 풍경을 관찰할 수 있고, 항공을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상황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히말라야를 느끼려면 산을 올라야 할 것이다. 하지만 네팔까지 왔는데 트레킹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나다. 나는 체력 이슈로 일반적인 장기간 트레킹은 못 하지만, 네팔의 자연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래서 ‘칸데’에서 ‘오스트레일리안 캠프’(1,920m)까지의 미니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약 1시간 정도의 가벼운 등산 코스로 생각하면 된다(캠프의 짐을 옮기는 현지인들은 슬리퍼를 신고도 매우 빠르게 이동한다). 마을과 경사로를 지나면 평평한 지대에 너른 마당을 가진 숙소가 등장한다. 마당에는 네팔 전통 그네가 있어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이곳은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라면과 백숙을 먹을 수 있었다(간간이 한식을 먹어줘야 하는 것 같다). 저녁 기온은 0℃ 내외였고 숙소는 번듯한 실내였음에도 난방이 없어 인생에서 겪어본 가장 추운 밤이었다. 다음날 숙소 옥상에 올라가 일출과 함께 안나푸르나산맥을 바라보았다. 자연의 장엄함이 느껴져 창조주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지난밤의 추위를 이겨낼 가치가 충분한 풍경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안 캠프’에서 내려와 가볍게 아침을 먹고, ‘사랑코트’(1,592m)로 이동했다. 이곳도 안나푸르나산맥을 관찰할 수 있는 뷰포인트로 차량으로 중간 지점까지 가고 도보로 30여 분 언덕을 오르면 된다(현재는 케이블카가 정상 가까운 곳까지 운행한다고 한다). 이번이 사랑코트에 네 번째 방문이었는데, 그중 가장 아름다웠다. 기온 역전 현상으로 골짜기에 거대한 운해가 형성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네팔이 ‘구름 너머, 산 위의 숨겨지지 않는 동네’라는 생각이 들며 다시 한번 네팔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포카라에서는 트레킹 외에도 패러글라이딩·래프팅, 페와 호수 나룻배·카누 등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사랑코트 근처에서 출발해 앞에는 페와 호수가, 뒤로는 히말라야산맥이 보이는 패러글라이딩은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 뷰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도 타보았는데, 정말 신나지만 약간의 울렁거림이 있었다. 함께 타는 전문가인 탠덤 파일럿이 내게 구토봉투를 주었는데 다행히 하지는 않았다(공중 구토를 피하고 싶다면 멀미약을 먼저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페와 호수 근처에 숙소를 잡고 허기를 달래려 달밧떨까리(우리나라의 백반과 비슷한 일상 식사)와 버팔로 짜우멘(버팔로 고기를 넣은 볶음면)을 먹었다. 네팔은 밥과 반찬을 리필해주는 문화가 있어, 대부분 식당에서 고기 외의 반찬을 무료로 추가 제공해 달밧떨까리를 배부르게 즐길 수 있다. 그리고 향신료 맛이 익숙하지 않다면 버팔로 짜우멘이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후 카페에 가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네팔은 커피가 꽤 맛있는데, 이유는 커피 산지이기 때문이다. 네팔은 북위 약 26°~30°에 위치하여 커피벨트로 불리는 북위 25°~남위 25° 범위에서 벗어나 있지만, 고산지대의 특별한 환경 덕분에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기념품으로도 좋으며, 커피 외에 꿀과 핑크 솔트도 인기가 좋다. 에필로그 오랜만에 다시 찾은 네팔은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정돈되지 않은 듯 복잡하지만,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카트만두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포카라 두 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건강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다. 고산 지대인 네팔에서는 체력 저하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 수 있으니, 자기 몸 상태를 면밀히 살피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써버이자나 나마쓰떼!(! 모두 안녕!)
정지아 장편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고향에 내려와 빨치산 출신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며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문 온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간 몰랐던 아버지의 삶을 알아가는 내용이다. 전직 빨치산이자 ‘순수한 사회주의자’인 아버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늘 ‘혁명을 목전에 둔 혁명가처럼 진지’한 태도로 살아갔다. 겨울 어느 날 소쿠리를 팔러 왔다가 나갈 때를 놓친 방물장수 여인을 재워주려고 데려오자, 어머니는 “베룩(벼룩)이라도 옮으면 워쩔라고”라고 타박했다. 어머니도 빨치산 출신이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자네, 지리산서 멋을 위해 목숨을 걸었능가? 민중을 위해서 아니었능가? 저이가 바로 자네가 목숨 걸고 지킬라 했던 민중이여, 민중!”이라고 반박했다. 이런 일화도 있다. 어머니는 당신 딸은 절대 담배 태우고 그런 애가 아니라고 계속 항변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넘의 딸이 담배 피우먼 못된 년이고, 내 딸이 담배 피우먼 호기심이여? 그거이 바로 소시민성의 본질이네! 소시민성 한나 극복 못헌 사램이 무신 헥명을 하겠다는 것이여!”라고 했다. 화자는 ‘환갑 넘은 빨갱이들이 자본주의 남한에서 무슨 혁명을 하겠다고 극복 운운하는 것인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블랙 코미디’로 여긴다. 꽃보다 예쁜 빨간 청미래덩굴 열매 이런 식으로 소설을 읽는 내내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 적지 않다. 등장인물이나 작가가 독자를 웃기려 작정한 것이 아닌 듯한데도 그렇다. 하지만 정세 판단을 위해 여전히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모, 장례식장에 몰려와 고인이 (위장) 자수를 했으니 ‘통일애국장’ 대신 ‘통일애국인사 추모제’라고 쓴 플래카드를 걸라는 전직 빨치산들이 나오는 대목에선 웃어야 할지 어떨지 난감했다. 어머니는 ‘조용히 가시게 할란다’며 이 제의를 거절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그사이 아버지의 영정은 흰 국화에 둘러싸였다. 살아생전 꽃 따위 쳐다보지도 않았던 아버지였다. 아니다, 생각해 보니, 가을 녘 아버지 지게에는 다래나 으름 말고도 빨갛게 익은 맹감이 서너 가지 꽂혀 있곤 했다. 연자줏빛 들국화 몇 송이가 아버지 겨드랑이 부근에서 수줍게 고개를 까닥인 때도 있었다. 먹지도 못할 맹감이나 들국화를 꺾을 때 아버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뼛속까지 사회주의자인 아버지도 그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바위처럼 굳건한 마음 한 가닥이 말랑말랑 녹아들어 오래전의 풋사랑 같은 것이 흘러넘쳤을지 모른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아버지 숨이 끊기고 처음으로 핑 눈물이 돌았다. 이 소설을 읽다 오래 눈길이 머문 대목이다. 아버지가 지게에 꽂아온 맹감은 청미래덩굴을 가리킨다. 청미래덩굴은 어느 숲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덩굴나무로, 지역에 따라 망개나무, 맹감 또는 명감나무라고 부른다. 꽃보다 가을에 지름 1㎝ 정도 크기로 동그랗고 반들반들하게 익는 빨간 열매가 인상적이다. 잎 모양은 둥글둥글한 원형에 가깝지만, 끝이 뾰족하고 반질거린다. 덩굴손이 두 갈래로 갈라져 꼬불거리며 자라는 모습이 귀엽다. 경상도에서는 청미래덩굴을 ‘망개나무’라고 부른다. 그래서 청미래덩굴잎으로 싸서 찐 떡을 망개떡이라 부른다. 떡장수가 밤에 “망개~떡”이라고 외치고 다닌 바로 그 떡이다. 망개떡은 청미래덩굴잎의 향이 배어 상큼한 맛이 나고 여름에도 잘 상하지 않는다고 한다. 청미래덩굴과 비슷하게 생긴 식물로 청가시덩굴이 있다. 청가시덩굴도 숲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둘 다 가시가 있고, 잎과 꽃도 비슷하다. 둥글게 휘어지는 나란히맥을 가진 것도 같다. 그러나 청미래덩굴잎은 반질거리며 동그란 데 비해 청가시덩굴잎은 계란형에 가깝고 가장자리가 구불거린다. 열매를 보면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다. 청미래덩굴은 빨간색, 청가시덩굴은 검은색에 가까운 열매가 달린다. ‘연자줏빛 들국화’는 쑥부쟁이 소설에서 ‘아버지 겨드랑이 부근에서 수줍게 고개를 까닥인’ ‘연자줏빛 들국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꽃일까. 들국화라는 종은 따로 없고 가을에 피는 야생 국화류를 총칭하는 단어다. 들국화라 부르는 꽃 중에서 보라색·흰색 계열은 벌개미취·쑥부쟁이·구절초가 대표적이고, 노란색 계열로 산국과 감국이 있다. 이들 들국화 중에서 연자줏빛이라고 했으니, 구절초는 아니고 벌개미취와 쑥부쟁이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벌개미취는 깊은 산에서 드물게 자라는 것을 원예종으로 개발해 88 올림픽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보급한 꽃이다. 소설 속 아버지가 꺾어왔을 가능성은 낮은 것 같다. 그러니 쑥부쟁이일 가능성이 높다. 쑥부쟁이는 꽃은 연보라색이고 대체로 잎이 작고 아래쪽 잎은 굵은 톱니를 갖고 있다. 줄기가 쓰러지면서 어지럽게 꽃이 피는 경우가 많다. 쑥부쟁이라는 꽃 이름은 ‘쑥을 캐러 다니는 대장장이(불쟁이)의 딸’에 관한 꽃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꽃을 감싸는 부분이 총포인데, 총포조각이 위로 잘 붙어 있다. 한 발 더 들어가 보면, 산이나 언덕 등에선 그냥 쑥부쟁이보다는 꽃을 감싸는 총포가 어지럽게 펼쳐져 있는 갯쑥부쟁이(이전의 개쑥부쟁이)를 더 흔히 만날 수 있다. 작가가 빨간 청미래 열매와 연자주색 쑥부쟁이를 등장시킨 것은 사회주의자 아버지에게도 낭만이 있었음을 드러내고 싶었던 의도인 것 같다. 소설 배경이 지리산 인근이라 다양한 야생화들이 많았을 텐데 딱 청미래덩굴 열매와 쑥부쟁이를 고른 것은 가을에 주변에서 가장 흔한 꽃과 열매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지아 작가(1965년생)는 진짜 빨치산의 딸이다. 아버지는 6·25 때 조선노동당 전남도당 조직부부장, 어머니는 남부군 정치지도원이었다. 두 사람은 딸의 이름을 자신들이 활동한 지리산과 백아산에서 한 자씩 따 ‘지아’라 지었다. 정 작가의 아버지는 소설에 나오는 대로 2008년 5월 1일 노동절에 작고했다고 한다. 작가는 장례식을 치르면서 장편소설 작업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데올로기로만 아버지를 볼 것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 보고, 아버지라는 전체 스펙트럼 중에서 이데올로기의 의미를 다시 따져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념·죽음 등 무거운 주제를 비교적 유쾌한 톤으로 풀어내서 그런지 술술 읽혔다. 대학 시절 읽은 김학철의 소설 격정시대를 읽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항일투쟁을 다룬 이 소설에 대해 당시 ‘혁명적 낙관주의’라는 말을 쓴 것 같다.
어쩔수가없다에서 전 세계가 공감한 ‘해고’ 사태 9월 24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영화 어쩔수가없다는 국내 개봉 이전부터 전 세계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먼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이자 칸국제영화제·베를린국제영화제와 함께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8.27~9.6)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됐다. 박찬욱 감독이 20년 전 원작소설(액스,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 저)을 읽고 영화로 만들 기획을 했다. 이번에 완성한 어쩔수가없다가 아쉽게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2005년 친절한 금자씨 이후 베니스를 꼭 20년 만에 다시 찾은 박찬욱 감독은 “내가 만든 어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좋아서 이미 큰 상을 받은 기분”이라고 담담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9월 4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는 주목할 만한 화제작을 소개하는 부문인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초청됐고, 9월 26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리는 제63회 뉴욕영화제의 메인 슬레이트(Main Slate)에 초청됐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 초청됐던 가장 주요한 부문이다.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개막작으로 선정돼 올해로 서른 돌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도대체 어떤 영화였길래 전 세계 영화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외신의 평에서 공감대를 확인해 보자. BBC는 ‘황홀하게 재미있는 한국의 걸작은 올해의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리뷰에서 “경제적 불안을 다룬 ‘암울하면서도 웃긴’ 이 코미디 영화는 세계적으로 큰 히트작이 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영화 전문 매체 스크린데일리는 “이 영화는 극도로 재미있지만, 동시에 장기 실업자들의 절망과 기업 세계의 불필요한 잔혹성에 대한 가슴 아픈 탐구이기도 하다. 인공지능(AI)이 점점 더 노동시장의 큰 부분을 잠식해 감에 따라 우리 모두가 ‘만수’(주인공, 이병헌)가 될 수 있다”라고 평했다. 그렇다. 외신은 어쩔수가없다에서 만수가 갑자기 처한 상황으로부터 세계 각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하고 불편하며 불안한 ‘해고’ 사태라는 접점에 깊은 공감을 드러낸 것이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뤘다’는 생각이 들 만큼 삶에 만족하던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가 회사로부터 돌연 해고 통보를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회사도 입장은 있다.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온실 속 화초 같은 삶을 살아온 아름다운 아내 ‘미리’(손예진)와 두 아이, 반려견을 위해 만수는 3개월 안에 재취업하겠다고 다짐하지만, 1년 넘게 마트에서 일하며 면접장을 전전하고, 급기야 어렵게 장만한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무작정 제지 회사 ‘문제지’를 찾아가 필사적으로 이력서를 내밀지만, 반장 ‘선출’(박희순) 앞에서 굴욕만 당한다. 이 자리는 누구도 아닌 자신의 자리라고 확신한 만수는 면접자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재취업에 성공하겠다는 무서운 계획을 세우게 되고 결국 실행에 옮긴다. 나지막이 “어쩔 수가 없다”라는 말을 내뱉으며. 박찬욱 감독은 베니스영화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감독도 영화 한 편의 작업이 끝나면 잠재적 실직 상태에 들어가 몇 달이고 몇 년이고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나 역시 오랫동안 그런 경험을 했던 사람이다. 내가 20년 동안 이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이 스토리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하면 어느 시기에, 어떤 나라 사람에게 이야기했던 시의적절한 이야기라는 공통된 반응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해 전 세계적인 해고 사태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데뷔작·후속작 실패 딛고 ‘칸느박’이 되기까지… 지금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시작은 여느 감독과 다르지 않았다. 1963년생인 박 감독은 서강대 철학과 졸업 후 1988년 깜동(감독 유영식)의 연출부 막내로 충무로에 발을 들였다. 곽재용 감독의 비 오는 날의 수채화(1989) 각본을 공동 집필하며 작가로서의 면모도 선보였다. 직접 시나리오를 쓴 첫 영화 달은 해가 꾸는 꿈(1992)은 인기 가수 이승철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감독으로 데뷔했지만, 흥행은 실패했다. 이후 각종 신문·방송 등에서 영화 정보를 전하고 영화평을 쓰면서 생계를 유지하며 두 번째 영화 삼인조(1997)를 찍었지만, 역시나 흥행에 실패했다. 김민종·이경영·정선경 등 당시 톱스타급 배우를 내세웠지만, 평론계의 반응마저 싸늘했다. 절치부심의 시간을 3년 더 보내고 나서 찍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관객 583만 명이라는 기록을 달성하고,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분에까지 초청받으며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드디어 성공했다. 박찬욱 감독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것인가’가 기준이다. 당대 흥행이나 좋은 평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의 목표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이 찾아보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는 이미 25년간 사랑받았으니 단기 목표는 달성된 것 같아 흐뭇하다”라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이른바 ‘복수 3부작’의 첫 작품으로 각인된 하드보일드 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으로 박찬욱 감독 특유의 색채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은 그는, 올드보이(2003)로 제5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감독 최초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명성까지 거머쥐었다. 올드보이는 대종상 같은 국내 영화상과 시체스영화제 등의 해외 영화제를 휩쓸었다. 복수 3부작의 마지막 영화이며 “너나 잘하세요”라는 명대사를 남긴 친절한 금자씨(2005)로는 제6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젊은사자상’과 ‘베스트 이노베이티드상’을 받았다. 가히 박찬욱 감독 전성시대라 부를만했다. 이후 박찬욱 감독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소설가 에밀 졸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뱀파이어물로 각색한 영화 박쥐로 2009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올드보이 이후 불과 6년 만에 칸을 찾은 그에게 ‘칸느박’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 이유다. 별명이 허명이 아님을 입증하듯 헤어질 결심(2022)으로 박 감독은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감독으로서는 점점 더 작가주의 색채를 드러낸 박 감독은 본업인 연출 외에 제작에도 힘을 쏟았는데,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 오승욱 감독의 무뢰한(2015)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신인 배우 김태리를 과감히 기용해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아가씨(2016)는 연출을 하며 동시에 제작에도 참여했다. 박찬욱 감독이 말하는 좋은 영화란?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20년이 지나고 봐도 촌스럽지 않다. 미장센에 공을 들이는 건 익히 알려졌다. 아가씨를 찍을 때는 한국 배우들의 일본어 연기를 위해 현장에 5명의 일본인을 성별과 세대를 구분해 참석하게 했다는 일화는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박찬욱 감독의 집요함을 증명한다. 세월이 흘러도 그의 영화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영화 미학은 무엇일까? 베니스영화제 기자회견에서 박찬욱 감독이 한 말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 제가 추구하는 건 아름다움이 아니라 정확성입니다.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늘 고민하죠. 중요한 건 정확성과 철저함인데요. 어떤 것이든 정확하기 위해 철저히 노력하는 데 성공하면 결과적으로 아름다워지고 우아해진다고 믿어요. 설사 추하고 더럽고 역겨운 피사체라고 하더라도 이런 노력이 더해지면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이미지가 얻어집니다.” 누구에게나 인생 영화가 한 편쯤 있다. 오랫동안 기억되는 영화에는 뭔가 공통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많은 사람의 감정을 건드린다는 점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이런 지점에서 전 세계인에게 소구하는 보편성을 띠고 있다. 그리고 한국을 넘어 아시아·북남미·유럽이라는 각각 문화권의 특별하고 구체적인 삶의 형태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21세기를 살아가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이해되고, 나아가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 지구인이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어 공감할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사진 제공=CJ ENM
어쩌다 리더가 된 당신에게 (최재천 지음, 창비 펴냄, 100쪽, 1만 3,000원) 학교폭력, 경계선 지능, 발달장애,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사회와 학교에 적응이 힘든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다룬다. 저자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노력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섣부른 응원이나 무분별한 위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고 지적한다. 그들 개개인이 처한 복잡한 환경과 심리 구조를 이해하고 의욕과 동기를 끌어낼 구체적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지리 (최준영 지음, 교보문고 펴냄, 304쪽, 1만 8,800원) ‘경제·주택·에너지·인구·기후’ 5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리적 조건이 국가의 운명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관적인 데이터와 스토리텔링으로 소개한다. ‘경제·주택’ 편에서는 오스트리아의 주택 가격 안정 비결과 최저임금·퇴직금·상속세가 없는 스웨덴의 사례 등을, ‘에너지’ 편에서는 수소·셰일·희토류 등 핵심 자원을 둘러싼 국제 관계를, ‘인구·기후’ 편에서는 인도·카자흐스탄·플로리다의 인구정책과 중국·호주의 기후 위기 사례를 살핀다. 머리 좋은 아이는 이렇게 키웁니다 (에일린 케네디 무어·마크 S. 뢰벤탈 지음, 박미경 번역, 레디투다이브 펴냄, 436쪽, 1만 8,900원) 40년 경력의 세계적 아동 심리학자가 자녀의 특별한 재능을 어떻게 지키고 키울 수 있는지 분석한다. 핵심은 ‘남들처럼 키우면 남다르던 아이도 남들과 같아진다’는 경고다. 중요한 것은 섬세한 균형감이다. 영재성은 그대로 두면 금방 사라지지만, 발달을 재촉한다고 더 빨리 자라지도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요즘처럼 ‘아이를 잘 키우는 공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기에 부모가 더욱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육아포비아를 넘어서 (이미지 지음, 동아시아 펴냄, 300쪽, 1만 7,500원) 17년간 사회부 기자로 일하며 네 자녀를 기른 저자가 취재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출산·육아의 위기를 ‘육아포비아’로 규정하고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높은 집값과 양육 비용 증가 등 사회·경제적 이유보다는 육아 자체에 대한 공포를 살피는 것이 저출산 정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진단한다. 단순히 하기 어려운 선택이 아닌 무섭고 피하고 싶은 일이 되어버린 이유를 찾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AI시대, 10대를 위한 디지털 트렌드 영단어 교양 (서지예 지음, 알파미디어 펴냄, 264쪽, 1만 8,800원) AI, 클라우드, 디지털 디톡스 등 첨단 기술과 미래 사회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를 살피면서, 필수 영어 교양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구성한 학습서다. 단순한 단어 암기를 넘어, 각 개념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과 미래 전망을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AI와 클라우드가 왜 중요한지, 그린테크가 앞으로 산업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아가다 보면 어느새 영어 실력이 늘어 있을 것이다. 맛에 진심이라면, 교양 한 그릇 (박찬일 지음, 북트리거 펴냄, 232쪽, 1만 6,800원) 우리에게 익숙한 18가지 음식을 통해 한국인의 식탁이 지닌 문화적 깊이를 탐색한 에세이다. 음식은 그것을 먹는 사람들의 삶과 긴밀히 맞닿아 있고, 나아가서는 그 자체로 문화가 된다. 이제는 어엿한 한국 음식 대접을 받는 짜장면과 치킨이 자리 잡는 과정이나 파스타와 스파게티의 차이 같은 이야기는 우리의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진실한 동물도감 (최형선 글, 차야다 그림, 북스그라운드 펴냄, 152쪽, 1만 6,800원) 동물도감과 관용 표현을 엮어 과학적 사고력과 국어적 상상력을 함께 기르도록 구성했다. ‘고래고래’처럼 의성어·의태어를 활용한 표현부터, ‘뿔이 나다’ 등 우리말 속 동물 관련 관용구를 소개하고, 동물의 생태와 특징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알려준다. 오래된 속담뿐 아니라 캥거루족 같은 시사용어까지 연결해 사회 상식까지 기를 수 있게 했다. 사춘기 소녀들을 위한 안내서 (이지현 글, 김푸른 그림, 주니어김영사 펴냄, 104쪽, 1만 4,000원) 사춘기 소녀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몸과 마음, 관계의 변화를 섬세하게 다룬 성장 안내서다. 책은 크게 ‘마음의 변화’, ‘몸의 변화’, ‘관계의 변화’, ‘세상과 나’ 4개 장으로 이뤄져 있다. 20년 넘게 보건교사로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감정 다루기, 감정 근육 키우기, 유방 변화, 월경 용품 선택과 같은 실질적 팁을 전한다. 또한 타인과 적절한 경계를 세워 의사소통하는 방법, 그리고 사회 이슈에 대한 성찰까지 폭넓게 다룬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눈앞에 성과가 안 보이니 문득문득 불안해지지?” 요즘 들어 이유 없이 눈물이 나고 힘들다는 학생에게 ‘툭’ 한마디 던지자, 금세 눈시울을 붉히며 울먹거린다. 무슨 마법을 부린 것도, 특별한 상담기법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학생에게 건넨 말은 지극히 보편적이고,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이처럼 애매모호하고 일반적인, 즉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을 ‘나에게만 해당하는 특별한 설명’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고 부른다. 그리고 바넘 효과를 실제 대화에 활용하는 대표적 기법이 바로 콜드 리딩(Cold Reading)이다. 바넘 효과 _ 누구나 공감하는 말의 함정 바넘 효과는 19세기 미국의 서커스·쇼 비즈니스의 거장이었던 피니어스 T. 바넘(Phineas T. Barnum)에서 유래했다. 지금 우리나라로 치면 SM이나 JYP 정도의 엔터테인먼트 CEO였던 셈인데, 바넘은 ‘누구에게나 맞는 말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홍보전략으로 대중의 호기심과 보편적 욕구를 파고들었다. 바넘은 ‘우리 쇼에는 누구든 흥미를 느낄 만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모두를 위한 오락. 가족·아이·어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유일무이한 볼거리!’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반적 욕구’지만, ‘나도 여기에 포함된다’라는 개인 맞춤형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심리학자들이 보편적인 문장을 개인 맞춤형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심리적 오류를 ‘바넘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심리학자 버트럼 포러(Bertram R. Forer)는 이 현상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는데, 포러가 실험한 성격검사에서 학생들은 평균 4.26/5점, 즉 학생들 대부분이 “와, 이건 딱! 내 얘기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 포러가 작성한 문장은 인간 마음의 보편적 작동 원리이다. 글을 읽으며, 나는 몇 개나 해당하는지 체크해 보자. •당신은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관심과 호감을 원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만의 독립적 시간을 갖고 싶어 합니다. •당신은 어떤 한계점이 있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잠재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때때로 당신은 자신이 올바른 결정을 내렸는지 확신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당신은 외부적으로는 자제력이 강하고 차분해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불안과 초조함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당신이 솔직하고 개방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신은 일부 진실을 숨기기도 합니다. •당신은 변화를 좋아하지만, 동시에 안전과 안정성을 필요로 합니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친절한 편이지만, 그만큼 타인의 인정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왜 우리는 ‘뻔한 말장난’에 속아 넘어갈까? 우리는 모두 인정(사랑)받고 싶어 하고, 이해받고 싶어 하며, 때때로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바넘 효과와 콜드 리딩은 이 단순한 진실, 즉 인간 마음의 보편적 작동 원리를 이용하여 ‘너를 잘 안다’는 심리적 착각을 만들어내는 트릭일 뿐이다. 그럼 우리는 왜 이런 ‘뻔한 말장난’에 속아 넘어가는 걸까? 여기에는 크게 세 가지 심리적 기제가 숨어 있다. ● 첫째, 자기참조 효과(Self-Referential Effect) 우리 뇌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무질서 속에서도 패턴을 찾으려 하고, 모호함을 견디는 것보다 ‘대충 맞는 설명’이라도 붙잡아 확실한 의미를 만들려 한다. 이 과정에서 자기참조 효과, 즉 어떤 말이든 자신의 경험을 덧칠하여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는 건강에 유의하라’, ‘재물운이 좋으나 조심할 필요가 있다’와 같은 말은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지만, “아, 맞아. 지난달에 병원 다녀왔는데 역시 건강 조심하라는 거였구나”라며 우연한 일치를 ‘특별한 통찰’로 착각하는 것이다. ● 둘째, 긍정 편향(Positivity Bias) 우리는 본능적으로 ‘나를 이해해 주는 목소리’를 원한다. MBTI·심리테스트 등 오늘날 청소년들이 SNS에서 끊임없이 심리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내 마음을 정확히 아는구나”라는 착각이 비판적 사고를 무너뜨리는 순간, “나는 원래 INTP라 발표를 못 해”라며 자기를 섣불리 규정할 위험이 있다. 만약 ‘나는 ST라서 공감이 어려워’, ‘나는 불안형이야’라고 스스로 한정 짓는다면 변화와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이런 심리테스트를 단순한 ‘놀이’로 즐기되, 그것이 절대적인 자기규정이 아님을 분명히 가르칠 필요가 있다. ● 셋째, 선택적 주의와 기억(Selective Attention Memory) 사람들은 자신에게 맞는 부분만 골라 기억하고, 맞지 않는 부분은 무시하거나 쉽게 잊는다. 그래서 전체 문장 중 특정 구절이 자기 경험과 연결되는 순간, 쉽게 마음을 연다. 특히 자신을 긍정하거나 이미 믿고 있는 성격 이미지를 확인해 주는 설명은 더 잘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자신이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신은 감수성이 풍부하다”라는 문장을 특별히 진실처럼 느낀다. 우리가 재미 삼아 보는 토정비결·타로·별자리·혈액형·MBTI 등은 모두 바넘 효과의 전형적 작동 방식이다. ‘자기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인간 심리를 파고드는 바넘 효과는 그래서 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딱! 내 얘기 같다’는 느낌만으로 판단을 멈춘다면 잘못된 믿음에 빠져 의존적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말에 현혹되어 사기를 당하는 등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사이비 종교, 유사 과학, 사기성 심리검사처럼 바넘 효과를 이용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수법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늘 비판적 사고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콜드 리딩 _ 나를 꿰뚫어 본 듯한 기술 바넘 효과를 실제 대화에 활용하는 콜드 리딩은 상대방의 구체적 정보 없이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진술을 던져 ‘마치 내 마음을 꿰뚫어 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대화 기술이다. 단순히 보편적 진술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읽어내고, 그것에 맞춰 다시 진술을 조정하는 과정까지 포함하는 상호작용적 대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콜드 리딩은 특별한 사람만 사용하는 기법이 아니다. 사실 교사들은 이미 활용하고 있다. 다만 약간의 기술 차이가 있을 뿐이다. “넌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으론 걱정이 많구나?” → 보편적 진술 “(지각했다고 혼나서 울먹이는 아이의 머리가 부스스한 걸 보고) 아침에 늦어서 놀라서 준비하고 나왔는데, 결국 지각해서 무척 속상하겠다.” → 옷차림·표정·말투 등 관찰 단서 활용하여 맞춤형처럼 말하기 “아, 지각하지 않으려고 네 딴에는 노력했는데, 그 마음을 몰라줘서 속상했구나” → 상대의 반응을 은근히 끌어내 그 내용을 되풀이하며 ‘맞춘 것처럼’ 보이기(역질문 기법) 콜드 리딩은 보편적 말을 ‘특별하게 들리도록’로 포장하는 기술이다. 멋진 포장은 첫 시작을 매끄럽게 한다. 하지만 멋진 포장에 기대하며 열어 본 내용물이 별것 아니라면 실망은 배가 된다. 뭐든 과유불급이다. 너무 남용하거나 과해서 학생이 ‘뻔한 말장난’으로 느끼면 오히려 신뢰를 잃는다. 반대로 ‘○○선생님만 나를 이해해 줘’라며 특정 선생님에게 의존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마음을 읽어주는’ 방식에 익숙해져서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구체화하는 힘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바넘 효과나 콜드 리딩은 마음을 여는 도구로만 활용되어야 한다. 이후에는 구체적 상황, 발달 단계, 개별적 맥락 등에 맞춘 실제적인 이해와 지도로 이어져야 한다. 교육현장에서 콜드 리딩이 어떻게 신뢰 관계를 강화하고 자기성찰과 동기를 끌어내는 심리적 도구로 작동하는지 살펴보자. ● 심리적 위로와 라포(rapport) 형성 학생들은 ‘나를 이해해 주는 선생님’을 만나면 더 쉽게 마음을 열고, 신뢰 관계를 구축한다. 콜드 리딩은 닫혀 있는 학생 마음의 문을 두드릴 때, 마치 ‘열쇠’처럼 작동하여 쉽게 자물쇠를 풀어준다. 어떤 학생이 자꾸 지각을 할 때, “늦잠 자서 지각했다는 게 말이 되냐!”, “등교시간 하나 제대로 못 지키는 그런 정신상태로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살라고 그러냐!”는 말 대신 ‘심호흡’을 깊게 한 후, 다음과 같은 콜드 리딩 대화 기법을 사용해 보자. “너도 일찍 오려고 했을 텐데, 몸이 마음을 잘 안 따라주는 순간이 있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말이지만, 학생에게는 “너도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서 너도 참 답답하고, 속상하긴 하겠다”라는 맞춤형 위로처럼 들린다. 이처럼 잘 활용한 콜드 리딩은 단순한 진술을 넘어 ‘아, 선생님이 내 마음을 알아주시는구나!’라는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며, 라포 형성을 하게 한다. ● 자기성찰 유도 혼날까 봐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되면 조금 심화된, 즉 개인 맞춤형 질문으로 자기성찰을 꾀할 수 있게 된다. “몸이 마음을 잘 안 따라주는 순간이 있지?”라는 콜드 리딩은 ‘맞아, 나도 그런 순간이 있었어’하며 자신의 경험을 되짚어보게 하기 때문이다. “몸이 왜 마음을 왜 안 따라줄까? 너에게 그럴만한 사정이 있니? 얘기해 볼 수 있겠어?” 콜드 리딩으로 라포가 형성되고, 대화의 물꼬가 트였기 때문에 아마도 학생은 ‘노력한 자신의 마음’과 ‘몸이 안 따라주는 이유’를 털어놓을 것이다. 교사는 마음은 이해해 주고(정서적 부분), 몸이 안 따라준 이유는 살펴서 지도해주면 된다(인지적 부분). ● 동기부여의 언어 콜드 리딩은 단순한 격려 이상의 동기부여로 작용하기도 하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훌륭한 심리적 도구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그럼 뭐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라며 구체적 행동으로 옮기도록 한다. “마음먹은 대로 다 된다면 뭐가 걱정이겠니? 넌 아직 스스로 다 보여주지 않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힘이 있어.” 마음의 문을 여는 진짜 열쇠는 ‘진심’ 진심이 담긴 말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있다. 바넘 효과와 콜드 리딩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의 심리적 기술일 뿐이다. 만약 교사의 진심이 빠진 채 기술만 남아 있다면 교육적 힘을 잃고 말 것이다. 심리학적 기법을 교실에 활용할 때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교사의 태도다. 일반적인 말 한마디도 교사의 진심과 따뜻한 관심이 깔려있을 때, 학생에게 특별한 메시지가 된다. 바넘 효과와 콜드 리딩은 작은 열쇠에 불과하다. 진짜 문을 여는 힘은 여전히 교사의 진심 어린 시선과 학생의 삶을 이해하며 함께 길을 찾으려는 교사의 성실한 동행에서 완성된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에서 내 집 마련의 의미 한국 사회에서의 ‘내 집 마련’은 단순히 거주 공간을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집은 일상을 이어가는 삶의 기반이자 자산을 축적하는 수단이며, 동시에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는 표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집은 실거주의 안정성을 보장한다. 전세나 월세로 거주할 때는 계약 만료라는 불확실성이 따라붙고, 아이 학군이나 생활권을 유지하는 데에도 늘 제약이 생긴다. 반대로 자기 집을 가진 순간, 최소한 거주만큼은 안정이 확보되고 삶의 흐름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이 안정감은 가족의 생활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된다. 그러나 집은 단지 편안한 거주의 수단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에서 부동산은 전통적으로 가장 확실한 자산 축적의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오른다는 믿음이 강하게 작동하고, 실제로 부동산 보유 여부가 세대 간 자산 격차를 크게 갈라놓았다.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노후와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투자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에 사회적 가치까지 덧붙여진다. 집을 가졌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결혼을 앞둔 청년 세대에게는 중요한 선결 조건이 되기도 한다. 또한 집은 보여지는 자산으로서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주거의 안정, 자산의 축적, 사회적 인정이라는 세 가지 의미가 겹치면서, 한국에서 내 집 마련은 인생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려 하고, 내 집을 마련한 순간 심리적 안도와 자부심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내 집 마련하는 데 있어 유리한가? 교사는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으로 꼽힌다. 그래서 내 집 마련이라는 과제에 있어서 분명히 유리한 점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월급이 꾸준히 들어온다는 점이 크다. 경기가 침체해도 해고 위험이 적고, 매달 일정한 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상환 계획을 세우기에도 유리하다. 이런 특성은 내 집 마련 과정에서 ‘안정적인 기반’을 제공한다. 하지만 불리한 점도 분명하다. 교사의 급여 체계는 안정적이지만 빠르게 오르지 않는다. 치솟는 물가와 빠른 자산 가격의 상승 앞에서, 교사의 월급 인상 속도는 느리게만 느껴진다. 또한 겸업이 제한되어 부수입을 얻기가 쉽지 않다. 결국 교사의 장점인 ‘안정성’은 ‘자산 증식 속도의 한계’라는 약점이 되기도 한다. 특히 서울·수도권의 핵심지 집값을 생각해 보면 그런 약점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대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교사는 안정적인 직업이지만, 소득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따라잡기 어렵다. 그래서 내 집 마련을 위해서는 대출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보통 첫 내 집 마련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점은 결혼을 앞둔 때인데, 나이로 보면 대체로 30대 초반 무렵이다. 그렇다면 부부 교사의 경우, 이 시기에 내 집 마련을 위한 자본금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을까? 특별한 지원이 없는 상황이라면 예비부부가 현실적으로 모을 수 있는 금액은 약 2억 원 내외이다. 연차와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교사 한 사람이 자력으로 모을 수 있는 금액은 약 1억 원 정도이고, 그것도 생활비를 절약하고 꾸준히 모았을 때 가능한 수치다. 결국 두 사람이 힘을 합쳐도 2억 원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2억 원이라는 금액이 결코 작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울·수도권에서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아파트 가격은 훨씬 더 비싸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 ‘내가 가진 자산’과 ‘내가 원하는 집의 가격’ 사이에는 뚜렷한 간극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차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결국 대출을 활용하는 수밖에 없으며, 이는 교사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겪게 되는 현실이다. 대출은 ‘한도’가 아니라 ‘감당 가능성’이 핵심 대출은 흔히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 내 보폭보다 훨씬 더 큰 걸음을 내디딜 수 있고, 평생 도달하기 어려운 집값에 비교적 빠르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높은 곳에서 떨어져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위험도 동시에 안고 있다. 즉 대출은 ‘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그 대출을 ‘실제로 감당해 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은행이 정해주는 한도는 단순히 ‘빌릴 수 있는 최대치’일 뿐이고, 그것이 곧 나에게 적정한 수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숫자로는 같은 금액이라 할지라도, 그 대출이 각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출 한도’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상환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월 원리금 상환액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따져보고, 그것이 내 생활비와 소비 구조 속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계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작정 한도에 맞춰 대출을 끌어안는다면, 내 집은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될 수도 있다. 약 2억 원의 시드가 있다면 내 집 마련, 얼마까지 가능할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가 내 집 마련을 하려고 한다고 하자. 두 사람이 모은 자본금이 약 2억 원 수준이라면, 이 부부가 현실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집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먼저 소득을 가정해 보자. 30대 초반의 부부 교사라면, 합산 연 소득은 세전 9천만 원 정도 될 것이고, 실수령은 약 500만 원 정도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월 실수령 500만 원은 연중 비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수당이나 상여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교사 소득의 특성상 상여금이나 수당이 몇 차례 들어오지만 1년 내내 크고 작은 목돈 지출이 반복되기 때문에, 이 금액은 예비비 성격으로서 제외하고 계산한다. 그럼 이 정도 소득 규모를 기준으로 대출 가능 금액을 계산해 보자. 금융권의 대출 규제 기준 DSR 40%1를 넘길 수 없으므로, 연간 원리금 상환 가능 금액의 한도는 약 3,600만 원이다. 이를 월 단위로 환산하면 대략 300만 원 수준이 된다. 즉 월 원리금 상환액이 300만 원이 되는 대출금이, 이 부부의 대출 한도라는 것이다. 숫자에서는 보이지 않는 대출 상환의 무게 다음에서 제시한 표는 ‘연이자 4%,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 방식’의 대출을 실행했을 때의 대략적인 원리금에 대한 정보이다. 숫자만 보면 부부 교사의 월 소득 500만 원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대출 원리금으로 보인다. 그리고 6억 원을 빌려도 월 원리금 상환 금액이 300만 원을 넘지 않으니, 6억 원 모두 대출이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그러나 실제 삶은 숫자와 다르다. 예를 들어 3억 원을 대출했을 경우, 매달 약 143만 원을 갚아야 한다. 이는 실수령의 약 28% 수준으로, 생활비와 저축, 유동성 유지가 가능한 범위 안에 있다. 이 정도 선에서는 재정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으며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대출이 4억 원을 넘어서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 월 상환액은 200만 원에 육박하고, 실수령 대비 원리금 비율도 40%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이 구간부터는 생활비를 일부 줄이거나 저축을 희생해야 하는 선택이 필요해진다. 일상에서 체감되는 재정 압박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대출금이 5억 원을 넘어가면 부담은 한층 더 가파르게 늘어난다. 월 상환액은 240만 원 수준까지 올라가고, 이는 부부 중 한 명의 월급이 대출 상환에 소진되는 구조다. 자녀 계획이나 비정기 지출(명절·병원비·경조사 등)을 고려하면 여유 자금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그러면 작은 돌발 변수 하나만으로도 가계가 흔들릴 수 있다. 6억 원 이상의 대출은 현실적으로 맞벌이가 아니면 유지하기 어렵다. 설령 가능하다 해도 임신·출산·육아를 생각하면 장기적으로 버텨내기 힘든 구조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대출을 ‘얼마나 빌릴 수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갚아나갈 수 있느냐’이다. 숫자 속에 숨어 있는 부담의 무게를 냉정하게 따져보는 것이 내 집 마련의 출발점이다. ‘실수령 대비 원리금 30%’가 일반적인 기준 월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이 몇 %가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보수적인 관점에서는 월 소득의 30% 내외에서 원리금 상환이 이뤄져야 안정적인 구조라고 말한다. 이 기준을 넘는 순간부터는 생활비에서 조정이 필요해지고, 40%를 넘어가면 소비 여력과 저축 가능성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월 소득 자체가 커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득이 높은 가구라면 원리금 상환 비율이 40%를 넘더라도 남은 60%만으로 생활을 충분히 꾸려갈 수 있다. 생활 수준을 특별히 높게 잡지 않는 한,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서 기본적인 생활비까지 급격히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득이 1,000만 원인 가구가 500만 원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것과, 소득이 500만 원인 가구가 250만 원을 원리금 상환에 쓰는 상황을 비교해 보자. 산술적으로는 둘 다 소득의 50%로 생활을 해야 하지만, 남는 여유 자금의 절대 금액은 2배 차이가 난다. 따라서 ‘소득 대비 몇 %가 적정하다’라는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실제 소득 규모, 소비 패턴, 부부의 지출 성향 등 개별적인 요인을 고려해 자신만의 적정 상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같은 소득이라도 달라지는 가격대의 범위 소득 수준이 같더라도 부부의 성향과 의지에 따라 감당할 수 있는 대출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대출 규모가 달라지면, 당연히 매수할 수 있는 집값의 범위도 달라진다. 앞에서 가정했던 부부 합산 소득 9천만 원, 월 실수령 500만 원인 상황을 기준으로 몇 가지 시나리오를 나눠보자. 먼저 보수적인 부부의 경우이다. ‘빚은 최소화하고 생활의 여유와 저축을 유지하고 싶다’라는 성향을 가진 부부는 무리한 대출보다는 안정감과 저축 여력을 더 중시한다. 이 경우 자본금 2억 원에 3억 원 정도를 대출하여 5억 원 내외의 주택에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중간 성향의 부부는 ‘입지와 상품성도 어느 정도 보되, 무리는 하지 않겠다’라는 태도를 가진다. 입지와 실거주 만족도를 고려하면서도 대출 부담이 일정 선 이상을 넘지 않도록 조절한다. 미래 자녀 계획, 출퇴근 거리, 생활 인프라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유형이다. 이 경우 자본금 2억 원에 4억 원의 대출을 활용해 6억 원 내외의 주택에 접근할 수 있다. 반면 공격적인 부부는 ‘입지가 최우선, 지금 아니면 못 들어간다’라는 태도를 보인다. 이들은 미래 자산 가치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다소 무리를 감수하더라도 상승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먼저 진입하려 한다. 따라서 자본금과 대출 규모 모두에서 보다 과감한 선택을 하게 된다. 이 경우 자본금 2억 원에 5억 원의 대출을 활용해 7억 원 내외의 주택에 접근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 자금을 더 끌어 쓰기도 한다. 결국 부부의 합의, 목표 의식, 재정 관리 능력, 그리고 부가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역량에 따라 매수 전략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동일한 소득 조건이라도 선택에 따라 다른 가격대의 아파트를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내 집 마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 절대적인 대출 금액으로 본다면, 연 소득 1억 원인 부부가 6억 원 이상의 대출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실제로 6억 원 이상의 대출을 받아 생활하는 부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더 큰 대출을 버텨내고, 또 다른 누군가는 훨씬 적은 대출에도 불안함을 느낀다. 내 집 마련에 있어 정답은 없다는 뜻이다. 물론 내가 살 수 있는 아파트의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가 가진 자본금의 크기’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느냐’이다. 같은 조건, 같은 자본금, 같은 연봉을 가진 부부라 하더라도 어떤 삶을 지향하는가에 따라 선택지는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부부는 넉넉하지 않아도 여유 있는 일상을 중시한다. 또 다른 부부는 다소 빠듯하더라도 입지와 자산 상승 가능성을 우선시한다. 어떤 부부는 당장 매수를 서두르기보다 청약을 기다리며 시간을 투자하는 전략을 택한다. 결국 ‘좋은 선택’은 남들과의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남들보다 더 큰 수익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스스로 감당 가능한 범위 안에서 스트레스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선택을 했는가이다. 따라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일까?’를 자문하며, 그 선 안에서 현명한 내 집 마련을 하시길 바란다.
가을은 운동회의 계절이다. 학교 운동장에서는 단체 경기와 매스게임 등 운동회 연습이 한창이다. 많은 학부모는 학교 운동회를 통해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자녀들이 운동장에서 뛰고 달리는 모습을 보며 함께 즐거워한다. 최근에는 운동회를 이벤트사에 맡기는 경우가 늘면서, 교육적 의미보다는 노는 것을 추구하는 이른바 ‘외주형 운동회’라는 비판과 함께 운동회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외주형 운동회에 대해 긴 시간의 준비 단계를 없애고 축제로 즐기려는 새로운 시도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 시간이 줄고, 지나치게 흥미 위주라 교육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이제 운동회는 체육교육과 학교교육의 결과물이라기보다 단순한 명랑운동회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확산은 불가피하게 학교교육의 정체성과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운동회의 본래 의미를 되새기고, 학교의 상황과 여건들을 고려한 정합성이 있는 미래지향적 운동회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위탁형 운동회의 확산 배경과 문제점 ● 위탁형 운동회 확산의 배경 최근 위탁형 운동회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교사들이 운동회 준비와 진행을 큰 부담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대도시 초등 학교장들은 교직원의 특정 성 비율이 90%를 넘고 심지어 100%에 이르는 상황에서 운동회 진행이 어렵다고 말한다. 어떤 초등교사는 체육수업도 스포츠 강사가 하는 상황에서 누가 운동회를 반기겠느냐고 반문한다. 둘째, 학생 안전사고에 대한 학부모 민원 제기에 대한 부담이다. 과거에는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학부모들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은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교육활동에 대해 방어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셋째, 일부 학부모들의 과도한 사교육 의존으로 인한 공교육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다. 자녀를 특목고와 의대 준비 등 사교육 경쟁에 내몰면서, 학교에서는 편안한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 그 결과 학부모들은 정신적·신체적으로 힘든 운동회보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노는 운동회를 선호한다. ● 위탁형 운동회의 문제점 위탁형 운동회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학교 측은 수백만 원이 들더라도 색다른 프로그램으로 재미를 더해 교사와 학생의 반응이 좋다고 주장한다. 준비가 필요 없는 당일 이벤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과 교사가 수업에 더 집중하게 되어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교육적 의미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제기하는 교사들도 있다. 외부 사람의 진행으로 교사와 학생 간 의미 있는 상호작용의 시간이 없어져 운동회 본래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어떤 교사는 위탁형 운동회에서 학생의 선언문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한다’라는 등의 비교육적인 문구가 들어가 있어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또한 운동회가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흘러 교육적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한다. 운동회의 의의 ● 교육적 의미 교육적 의미란 학생 시절에 배운 내용이 성인이 되어서도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가치를 말한다. 그렇다면 운동회의 교육적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정의적·정서적인 면에서 운동회는 친구와 부모님과 함께하는 유대감과 즐거움·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노력을 통해 어려운 과업을 해냈다는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집단활동을 통해서 협력·협동의 가치를 배우고, 세계 시민의식 고취 등과 같은 인성 함양의 효과가 있다. 경쟁활동을 통해 승패를 경험하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기를 수 있다. 하지만 반복되는 연습 과정에서의 피로감, 학생 간의 갈등, 승패에 대한 부담감 등과 같은 부정적인 경험도 하게 된다. 인지적 측면에서 학생들이 운동회의 기획과 평가 등에 직접 참여하며, 함께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획력과 실행력 등을 기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신체활동을 통해 자신의 신체 능력을 평가하고, 집단활동을 통해 나와 타인의 공간을 인식하는 기회도 얻는다. 아울러 집단 경쟁 속에서 승리를 위한 전략과 전술을 익히며, 미래 사회생활에 필요한 예비 경험을 쌓게 된다. ● 학교공동체에 주는 의미 운동회가 학교공동체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운동회는 학교공동체의 축제로서 학부모·학생·교직원은 물론 지역 주민이 모여 서로 협력하고 연대하는 기회의 장이 된다. 이 과정에서 각 집단이 학교공동체에 기여한 것과 앞으로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보를 나누고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운동회는 학교공동체가 함께 노력한 총체적인 결과물로서, 바람직한 교육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상호토론의 장이 된다. 셋째, 운동회는 학교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의 노고를 격려하며 친교를 나누는 장이다. 즉 운동회는 학교공동체 구성원 간의 만남과 연대, 협력과 소통을 실현하는 시간이자 공간이 된다. ● 가정에 주는 의미 학부모는 운동회를 통해 자녀와 함께 소통하고 어울리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실에서는 알기 어려운 자녀의 학교생활을 엿볼 수 있다. 운동장에서는 교실과 달리 신체활동을 통해 자녀가 자신의 감정과 끼를 본능적으로 표현하고 발산하기 때문이다. 물론 운동회가 갖는 부정적인 비교육적 요소들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창 시절 운동회의 경험이 어른이 된 현재의 부모들에게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학생 시절의 운동회 경험이 어른이 된 후의 삶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강력한 증거라 할 수 있다. 미래형 운동회 ● 기본 전제 이제 학교는 여러 가지 요인으로 교직원만으로는 운동회를 운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학부모와 지역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여 프로그램 지도, 행사 진행·준비 등을 보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 미래형 운동회① _ 여러 학교가 함께하는 연합형 운동회 전국적으로 소규모학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인구소멸·지역소멸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학교가 폐교되면 지역공동체의 붕괴가 가속화되기에 지자체 차원에서 폐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의 소규모학교들은 교사 수와 학생 수가 너무 적어 체육활동조차 학교 자체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미 다수의 지역에서는 ‘작은 학교들의 큰 운동회’, ‘작은 학교 어울림 운동회’ 등과 같은 연합 운동회를 실시하고 있다. 이런 연합 운동회는 현재까지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고, 교육적 효과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결과 ‘연대와 협력’의 가치를 담고 있는 연합형 운동회가 점차 확산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형태의 운동회는 학교 간 연대감을 강화하고 농·어촌교육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 미래형 운동회② _ 여러 학년이 함께하는 모둠형 운동회 이 운동회는 대도시의 대규모학교에 적합한 형태다. 대규모 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를 보통 3개 학년씩 오전·오후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이런 경우 학생들이 활동 후 다음 활동을 하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불편하다. 또한 전통형 운동회의 단점인 지나친 연습으로 인한 교사의 업무 가중과 학생들의 피로감 등의 문제도 필연적으로 남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평소 이루어지는 신체활동을 기반으로 힘과 지혜를 겨루는 활동에 초점을 둔다. 운영 방식은 학년당 단체 경기나 매스게임 중 1개와 개인달리기를 실시하되, 연습은 최소화한다. 그리고 3개 학년이 한 모둠을 이루어 학부모들이 진행요원으로 운영하는 부스를 방문하여 과제를 수행한다.5 이 경우 모둠별 활동은 긴 줄넘기나 큰 공 넘기기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종목으로 구성하되, 별도의 연습 없이도 체육교육의 효과를 살리고 교사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한다. 단, 청백 계주는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사의 의견을 반영하여 실시 여부를 정한다. ● 미래형 운동회③ _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지역사회형 운동회 기성세대의 추억 속에 자리 잡은 운동회는 지역 주민들이 학생들의 활동을 함께 지켜보며 학교교육에 동참하고 후원을 하는 자리였다. 더 나아가 어른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껏 즐기는 기회였으며, 마을 간 대항전을 통해 공동체의 단합을 도모하는 장이기도 했다. 이러한 마을과 지역이 함께하는 좋은 전통은 오늘날 다시 되살릴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역 전래의 민속놀이와 같은 지역 전통문화를 운동회 프로그램에 접목한 새로운 형태가 필요하다. 어느 고장·지역마다 옛날부터 전해오는 전래 민속놀이를 학생들이 운동회에서 공연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특히 민속놀이를 지역 주민들이 방과후 자원봉사자로 지도한다면 그 효과는 더 클 것이다. 이는 학생들에게 마을 조상들의 전통을 이해시키고, 전통을 보존하려는 정신을 함양하는 데 큰 교육적 가치를 지닌다.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한 백석고등학교는 1992년 개교했다. 일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고등학교다. 2000년대 초반 ‘비평준화’ 체제 속에서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문고로 꼽혔다. 한 반에 절반 이상이 소위 SKY 대학에 합격할 정도로 대학 입시 성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한 일간지가 주관한 전국연합 학력경시대회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은 지금도 회자되는 기록이다. 당시 백석고에서 평교사로 근무했던 김영인 교장은 그 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교무실 앞에는 선생님에게 질문하기 위해 줄을 선 학생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희미한 복도 불빛에 의지해 책을 펴고 있었다”며 “특히 국어·영어·수학·과학 같은 주요 과목 질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지금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회상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백석고는 여전히 지역의 대표적인 명문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달 백석고는 전국에서 단 25개교만 선정된 자율형공립고 2.0(이하 자공고)에 이름을 올렸다. 자공고는 학교가 지자체·대학·기업 등과 협약을 맺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자율적인 교육모델을 운영하는 제도다. 자공고 지정은 백석고가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이어간다’는 차원을 넘어, 앞으로의 교육혁신을 이끌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실제 백석고는 자공고가 되면서 AI 교육에 특화된 학교로 탈바꿈한다. 교과수업은 물론, 동아리와 방과후활동까지 AI를 활용한 교육이 이뤄진다. 한국항공대, 경기 북부 AI 캠퍼스 등과 손잡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AI 활용교육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고 교육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사실상 국내 유일의 ‘AI 특목고’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 교장은 “AI는 이미 학생들의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10년, 20년 뒤 사회는 지금과 전혀 다를 것”이라며 “공교육 안에서 AI 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AI는 특정 전공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백석고는 자공고에 선정되면서 인근 초·중·고교와 연계·협력을 통해 경기 서북부 지역의 AI 교육 거점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지역 내 학교들과 교육과정을 공유하고, 학생들이 서로 다른 학교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다. 나아가 학술제와 세미나를 공동 개최해 학생들이 함께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김 교장은 “미래 사회의 핵심 역량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이라며 “학생들이 프로젝트와 협업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을 경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학습터이자 삶터 … 지금이 행복해야 미래도 행복 지난 2020년 9월 백석고 교장으로 부임한 김 교장은 평교사 시절 고3 담임과 학년부장을 전담하다시피 한 진학전문가로 명성을 날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수능 출제와 검토를 2005년부터 2009까지 5년 동안 했고, 경기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 출제위원·컨설팅위원·출제팀장을 역임했다. EBS 교재 등 각종 학습서를 집필했으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전국 사회과 교사 평가 전문성 연수를 도맡다시피 했다. 아울러 교원임용고시 출제 및 채점, 교육전문직원 선발 평가위원, 교육장 평가위원, 경기도교육청 서·논술형 평가 출제위원, 경기도교육청 교사논술동아리 회장 등 수업과 평가 분야에서 독보적인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백석고 교장으로 부임한 직후 학교구성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학교상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뒤 협조를 구했다. 그가 제시한 새로운 학교상의 핵심은 네 가지였다. 첫째, ‘집보다 좋은 학교’다. 학교가 단순한 학습의 공간이 아니라 집처럼 편안하고 안전하며 친밀한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둘째,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부모와 같은 교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심리와 정서까지 돌봐주는 역할을 포함해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내 자녀처럼 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학부모는 단순히 자녀만 챙기는 존재가 아니라 ‘스승과 같은 학부모’로서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보다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길 바랐다. 마지막으로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직접 시도하고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길 원했다. 즉 학교는 학생들의 요구와 참여 속에서 진정한 학습이 이루어지는 장이 되어야 한다는 비전이었다. 김 교장은 이러한 철학을 교사뿐 아니라 행정실과 급식실 직원들에게도 동일하게 강조했다. “행정실 직원도 행정으로 아이들을 돕는 교사이며, 급식실 직원도 학생을 위해 헌신하는 교육자”라며, 학교구성원 모두가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교사들에게는 학교가 단순히 학습공간으로만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각별히 주문했다. “학교는 아이들의 학습터이면서 동시에 삶터이다. 아이들이 지금 행복을 경험해야 미래에도 행복을 만들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학생들에게는 학습과 삶이 공존하는 공간, 교사와 직원들에게는 삶과 배움이 함께 이루어지는 터전으로 학교가 기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악성 민원, 백석 하이패스로 해결 … 학부모 목소리 존중해야 그래서일까. 김 교장의 학교운영은 남다르다. 특히 교육현장의 최대 현안인 민원 대응 정책은 일품이다. 백석고는 지난 2020년부터 ‘백석 하이패스’라는 민원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백석 하이패스’는 교장·교감·교무부장·행정실장 네 사람으로 구성된 민원 대응 전담팀을 일컫는다.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김 교장이 주도해 만들었다. 그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교육받으려면 교사가 안전해야 한다”며 “교사들이 긴장과 불안 없이 출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교장의 책임”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백석 하이패스는 민원의 경중에 따라 처리 방식도 달리한다. 단순한 안내는 교무부장이나 행정실장이 맡고, 좀 더 복잡한 사안은 교감이 담당하며, 원한다면 교장에게 직접 말할 수 있도록 열어 두었다. 실제로 김 교장은 매년 수차례 학부모와 학생들의 민원을 직접 듣고 해결해 왔다. 악성 민원에 대해서는 학교 차원의 적극적이고 공정한 대응으로 문제를 풀어 나간다. 악성 민원이 발생하면 해당 교사는 민원 대응의 최전선에서 제외한다. 대신 학교에 구성된 관련 위원회에서 조사와 응대를 맡는다. 예를 들어 체험학습 관련 민원은 ‘현장체험학습 활성화 위원회’가 맡아 처리하고, 모든 과정은 사실 중심으로 기록해 교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당사자가 불필요한 감정 소모에서 벗어나고, 편견과 억측 없이 객관적인 절차가 유지된다. 더 나아가 학교는 모든 민원 처리 과정을 문서화하고, 필요하면 학부모회 대표나 학생회 임원까지 참여시키며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교사의 교육 활동권을 철저히 보장하되 동시에 학부모의 목소리도 존중하는 균형을 통해 교육공동체가 신뢰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학교가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교직원 간의 문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교장은 교사들에게 “곁의 동료가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은지 늘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의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방치하는 학교문화가 아닌 서로 손을 잡아주고 곁을 내어주는 동료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석고는 학생들도 남다르다. 이 학교는 2021년부터 ‘학생리더제’를 통해 학생 주도 프로젝트를 교육과정의 핵심으로 삼아 운영하고 있다. 보통은 각 교과별로 담당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수업하지만, 백석고에서는 학생이 선생님이 돼 교과주제를 정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학생 주도형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수업을 하고자 하는 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를 정해 교육과정부에 제안하고, 학습목표와 차시별 계획, 기대되는 학습효과까지 발표한다. 이후 담당교사의 심사를 거쳐 보완점을 반영하면 정규교과시간에 해당 내용으로 수업할 수 있다. 강좌를 개설한 학생은 홍보물을 직접 제작해 복도에 부착하고, 다른 학생들은 이를 보고 수업을 선택한다. 학년 구분이 없는 무학년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 실제 1학년 학생이 교사가 돼 2·3학년 학생이 수업을 듣는 경우도 흔하다. 글쓰기· 낭독교육 활발 … 교사들 열정에 학부모들 감사의 눈물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함께 책 읽고, 함께 글쓰기’ 프로그램이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전쟁과 평화 또는 일리아드 오디세이 같은 장편 고전을 읽고 토론하며, 이후 글을 쓰는 과정을 정례화했다. 단순히 학생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교장까지 함께 참여한다. 이렇게 집필된 글은 매년 두 권씩 책으로 묶여 ‘하얀섬돌’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고 있다. 시·소설·에세이 등 장르의 제약 없이 학생들이 자유롭게 창작한다. 글만 쓰는 게 아니라 낭독도 강조한다. 김 교장은 “생각은 말로 나오는 것이다. 듣는 아이로 만들지 말고, 말하는 아이들로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글쓰기와 낭독회·토론회를 통해 말하기와 사고를 강조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학문적 성장을 돕는다. 백석고는 불이 꺼지지 않는 학교다. 지난 2021년부터 3학년의 경우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21시까지 도서관 자기주도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방학 중에도 원하는 학생들은 오전 9시부터 17시까지 자기주도학습을 하도록 도서관을 개방한다. 올해는 특히 오전 7시부터 8시 30분까지 얼리버드학습반도 운영하고 있다. 1~2학년 학생 100여 명이 매일 도서관에서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등 향학열을 불태운다. 학교 측의 열정에 학부모들은 깊은 신뢰를 보낸다. 일부 학부모들은 눈물을 흘리며 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한다. 백석고가 전통의 명문으로 불리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 5월 교육부에서 발표한 ‘2024학년도 교육활동 침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전국 지역교권보호위원회의 개최 건수는 4,234건이었다. 2023학년도 5,050건에 비해 감소하였으나, 초등학교의 경우 오히려 늘어났다(2023학년도: 583건 → 704건). 이는 교육활동 침해의 저연령화, 특히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의 증가라는 추세를 의미한다. 필자 역시 서울 소재 학교들에 직접적인 법률 자문을 하며,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가 늘어나고 있음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에 대한 보호자 민원에 ChatGPT 등 AI까지 동원되는 것을 보고 달라진 추세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렇게 현장은 엄청난 속도로 변화됨에 비하여 우리의 제도 개선은 너무 느리다. 사실 제도에 대한 비판은 쉽지만,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제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피해교원에 대한 심리적 지원과 같은 정책도 물론 필요하지만, 근절과 대책을 위한 더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디 관련 정책을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약간의 아이디어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다. 교육활동 침해 보호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필요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교권보호위원회에서 할 수 있는 결정은 ‘서면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과 ‘교육감이 정하는 기관에서의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 두 가지뿐이다(「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제26조 제2항). 서면사과 및 재발 방지 서약은 이행하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고,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는 이행하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과태료는 형사적인 제제가 아니어서 경제적 부담 외에 특별한 불이익이 없다. 특히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이므로 그 자녀인 학생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고, 따라서 교원은 해당 학생을 계속 지도해야 한다. 결국 교원은 교육활동을 침해한 보호자와 분리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교육활동 침해 보호자의 보복이 발생하는 일도 생긴다. 수업과 지도 방법에 관한 계속된 민원이나 상담의 요청, 극단적으로는 교원을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방식이다. 학교는 공공기관이므로 민원에 응해야 하며, 학생에 관한 상담이란 명분으로 요청하는 면담을 거부할 수도 없다. 아동학대 신고를 당한 교사는 설령 억울할지라도 경찰의 수사에 대응해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은 의무적으로 검찰로 송치되어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받기까지 적어도 수개월이 소요된다. 이는 첨단 무기를 들고 온 상대방에게 맨주먹으로 대응하는 셈이다. 이러한 보복의 우려는 교원들이 교육활동 침해 피해를 당했음에도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현행법에서도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가 범죄까지 되는 행동이라면 피해자인 교원이 고소하는 등 법적인 절차에 나설 수 있다. 또 교원을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것에 대해 무고로 응수할 수도 있다. 그런데 법리적으로 쉽지 않다. 계속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행동이 범죄가 될 수 있을까? 「형법」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죄나 업무방해죄가 고려될 수 있다. 그런데 「형법」의 공무집행방해죄 관련 규정을 들여다보면 공무집행방해의 방식을 ‘폭행 또는 협박’, ‘위계’로 한정하고 있다. 때리는 행동이나 위협하는 언행, 허위의 신고를 하는 등으로 매우 제한되는 것이다. 업무방해죄는 ‘위력’이 포함되어 공무집행방해보다 그 범위가 넓지만, 대법원은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가 별도로 있으므로 업무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다(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4166 참조). 따라서 공무원인 교원은 업무방해죄로 보호받을 수 없고, 공무집행방해죄의 인정 범위는 너무 좁다. 무고죄는 또 어떠한가? 흔히들 무고죄가 존재하는 이유는 억울하게 고소당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무고죄의 주된 목적은 국가의 형사사법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국가를 속이는 행동을 한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다. 개인이 부당하게 처벌받지 않게 하는 것은 부수적인 목적일 뿐이다. 또한 범죄 피해를 당한 사람의 관점에서 쉽게 무고죄를 인정하게 된다면 신고를 꺼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무고죄의 인정은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 보호자가 폭행이나 협박과 같이 드러나는 방법을 통해 교원을 괴롭히는 것은 드물다. 아동학대 신고의 경우에도 자녀인 학생이 피해를 주장하기에 고소하게 된 것이지 허위는 아니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가 현행의 법체계에서 범죄로 인정되기가 극도로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필요하다. 보호자들도 자신들의 행동이 엄격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이를 통해서야 비로소 교원들도 교육활동의 보호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는 마음, 최소한 상대와의 무기가 대등해졌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접근금지 등 학교에서의 배제를 위한 근거 필요 물론 형사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다. 자녀의 일로 어려움을 겪어 민원을 제기하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하여 과도한 언행을 할 수도 있다. 교원들도 이런 경우까지 무조건 보호자의 형사처벌을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같은 행동이 반복되거나 보복이 있지 않기를 바라는 게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처벌 외에도 법원을 통한 접근금지 등이 가능하게 구성하는 것이 어떨까?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검사는 아동학대 사안에서 행위자에게 형사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생각될 때는 사건을 가정법원으로 송치하여 보호처분을 할 수 있게 규정한다. 그리고 이러한 보호처분의 종류 중에서는 행위자가 피해아동 또는 가정 구성원에게 접근하거나,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게 하는 결정이 포함되어 있다. 비단 아동학대 사건뿐만 아니라 가정폭력범죄에 대해서도 유사한 규정이 확인된다. 아동학대·가정폭력 사건에 이런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는 취지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한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으므로, 당장 처벌한다고 하더라도 다시금 재발할 우려가 크니 이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고려가 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보호자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는 학생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으니, 교원은 계속하여 해당 보호자의 자녀를 교육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해자인 보호자와 피해자인 교원이 계속하여 만날 수밖에 없다.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사건과 유사한 지점이다. 이런 유사 법제를 고려하여 충분히 현실성이 있는 제도를 만들 수 있고, 입법 자체의 난이도가 몹시 어려워 보이지도 않는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캐나다 등 해외 각국에는 교원과 보호자를 분리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고, 보호자를 학교교육 참여에서 일부 배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하면 세계적 표준에서 배치된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다. 산발적 민원 제기 방지를 위해 대한 통합적 처리 절차 필요 학교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행정기관으로 해당 법에서 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민원을 처리해야 한다. 또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교육감의 지도·감독의 대상이 되므로 교육청을 통하여 제기된 민원에 대한 처리 과정에 협조해야 하며 감사나 특별장학이 있는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교육청 외부 학생인권센터 등이 있는 시도에서는 이에 의한 조사가 별개로 진행되기도 한다. 그 외에 국민권익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 기관에 민원이 제기되는 일도 많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는 각자 개별적인 법률에 근거하여 운영되고 있고, 그에 따른 조사 권한과 권고 등 의견 표명에 대한 권한이 있다. 학교로서는 이에 응해야 한다. 결국 학교는 한 명의 보호자가 학교로 직접 제기하는 민원, 교육청에 제기하는 민원, 학생인권센터로 제기하는 민원, 국가인권위원회 등 외부 기관에 제기하는 민원 등 다수 기관의 동시다발적인 민원에 각기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학교폭력 관련 민원이 가장 흔한 편이다. 학교폭력 사안을 축소하거나 은폐했다는 내용, 조사 과정에서 강압적이었다는 내용, 피해·가해학생의 분리가 부적절했다는 내용, 처리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불만족, 예방을 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한 책임 추궁 등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이를 처리하는 기관마다 학교폭력에 관한 법령이나 절차 등에 대한 부분, 학교라는 기관의 특징이나 현장에 대한 이해도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규정과 사실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각 기관의 담당자들에게 설명하고 이를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학교의 민원 처리 담당자와 민원의 대상이 된 교원들의 고충이 극심하다.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답변서와 관련 자료를 매번 정리하는 일만 하더라도 행정력 낭비가 심하다. 일부 보호자들 역시 이를 알고 있기에 소위 ‘민원 폭탄’ 방식으로 악용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 민원에 대한 통로를 하나로 통합하여, 학교가 다수 기관의 민원 처리 요청에 시달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기존 학교 내부 민원대응팀 구성이 한계가 있음을 고려하여 교육청 등 학교 외부에서 민원을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관을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현행 중복적이고 방만한 민원 처리 시스템을 정리한다면 필요한 인력이나 예산은 오히려 절감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부양가족이 있는 교원에게는 가족수당을 지급하게 됩니다. 가족수당 지급 요건을 명확히 알지 못해 추후에 환수 조치를 당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족수당의 부양가족 지급 요건 등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근거: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3장(가계보전수당) 부양가족 기본 요건(다음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함) 1) 부양의무를 가진 공무원과 주민등록표상 세대를 같이 하여야 한다. 2) 해당 공무원의 주소 또는 거소에서 실제로 생계를 같이 하여야 한다. 3) 공무원수당규정 제10조 제2항 각 호에 해당하는 부양가족이어야 한다. 부양가족의 범위 1. 배우자(혼인관계가 성립된 경우로서 사실혼은 제외한다.) 2. 본인 및 배우자의 60세(여자인 경우는 55세) 이상 직계존속(계부 및 계모를 포함한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과 60세 미만 장애가 있는 직계존속 *직계존속은 조부모(외조부모 포함) 및 부모(양부모 포함)를 말한다. 3. 본인 및 배우자의 19세 미만 직계비속(재외공무원인 경우는 자녀로 한정한다)과 19세 이상 장애가 있는 직계비속 *여기서 직계비속은 자(子) 및 손(孫, 외손 포함)을 말한다. 4. 본인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 중 장애가 있는 사람, 또는 부모가 사망‧장애로 부양능력이 없는 경우의 19세 미만 형제자매 지급액 •배우자: 월 40,000원 •직계존속・비속(배우자‧자녀 제외): 1명당 월 20,000원 •자녀 - 첫째 자녀: 월 50,000원 - 둘째 자녀: 월 80,000원 - 셋째 이후 자녀: 월 120,000원 ※ ‘셋째 이후 자녀’란 19세 미만 자녀 중 셋째부터 해당되며, 가족관계증명서 등으로 입증해야 함. 셋째 이후 자녀 수당 지급 예시 - 첫째 또는 둘째 자녀가 19세 이상이 된 경우: 지급 - 첫째 또는 둘째 자녀가 사망한 경우: 지급 - 이혼 후 실제 양육 자녀가 3명 미만으로 줄어든 경우: 미지급 - 재혼으로 양육 자녀가 3명 이상이 된 경우: 지급 - 셋째 이후 자녀가 장애인으로서 19세 이상인 경우: 지급 변상 1) 소속 공무원이 가족수당을 과다 지급 받은 경우 : 소속기관장은 전액 환수 조치(소멸시효 5년 이내) * 소멸시효에 관하여는 「국가재정법」」제96조 제1항(5년) 2) 소속 공무원이 거짓으로 가족수당을 지급 받은 경우 : 소속기관장은 전액 환수 + 최대 1년간 가족수당 지급 정지 + 징계조치 3) 부부 공무원의 이중 수급 : 소속기관장은 전액 환수 + 최대 1년간 가족수당 지급 정지 + 징계조치 유의사항 1) 가족수당은 부부 공무원 중 1인에게만 지급 2) 지급 요건 충족 여부는 가족관계증명서·주민등록등본 등을 통해 반드시 확인 3) 요건 미비 또는 허위 신청 시 환수 및 징계 처분 가족수당 QA Q. 부부 공무원 중 한쪽이 육아휴직 시 가족수당 지급 여부는? A. 육아휴직자는 육아휴직수당만 지급받으므로 가족수당 지급 불가. 배우자가 가족수당을 새로 받으려면 ‘부양가족신고서’와 ‘상대방 동의서’를 제출해야 함. Q. 사립학교 교원으로서 가족수당을 지급받고 있는 경우, 배우자인 공무원도 가족수당을 받을 수 있는가? A. 사립학교 교원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등에 따른 인건비 보조를 받고 그 기관에서 가족수당을 받는 경우, 공무원 배우자에게 가족수당 이중 지급 불가. 단, 인건비 보조를 받지 않는 사립교원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공무원 배우자가 받을 수 있음.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토록 하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정성국 의원(국민의힘)은 학생이 교원을 폭행하는 등 중대한 교권 침해로 출석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을 경우, 그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1일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학생부 기록은 입시에 불이익을 주기보다는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실효적으로 교권 침해를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교사·학교를 존중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학생 다수의 학습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교총은 1일 “무너진 교실을 바로 세우고, 학교 현장에서 수년간 일관되게 요구해 온 과제가 발의된 것은 교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 조치로서 의의가 있다”며 환영했다. 이어 “학생 간 학교폭력 가해 사실은 학생부에 반드시 기재되는 반면, 교사에 대한 폭행과 같은 중대한 교권 침해가 기록되지 않는 것은 법적 불균형이자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며 “학생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명확한 책임감을 부여하고, 자신의 문제 행동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인식을 통해 강력한 예방 효과를 발휘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총은 2023년부터 ‘교권 침해 학생부 기재’를 위해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전방위적 활동을 펼쳐왔다. 2023년 7월 교총이 실시한 교원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3만2951명 중 89.1%가 학생부 기재 찬성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교원 대상 학생의 폭행 사건은 심각한 수준이다. 교총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4월 충북의 한 고교생이 학교장과 교직원 등을 흉기로 공격하고, 5월에는 수업 중 학생이 야구방망이로 교사를 폭행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수업일 기준 매일 2~3명의 교원이 폭행을 당하고 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선생님이 폭행당하고 성희롱당해도 아무런 공식 기록이 남지 않는 현실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면서 “학생부 기재는 교권 보호의 마지막 보루이자 교실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회를 향해 “89%에 달하는 현장 교원들의 절박한 요구에 응답해야 할 것”이라며 “조속한 법안 심사와 통과에 적극 나서달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가을, 산과 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기상정보업체 웨더아이에 따르면 10월의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돼 첫 단풍 시기가 평년보다 늦어질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첫 단풍은 9월 30일 설악산을 시작으로, 중부지방에서는 10월 10~22일, 지리산과 남부지방에서는 10월 13~29일 사이에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가을, 마음속 깊은 곳까지 물들일 전국의 단풍 명소로 떠나보자. 1. 내장산 (전라북도 정읍시) '단풍산'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내장산은 빨간 단풍나무가 특히 많아 가을이 되면 산 전체가 불타는 듯한 붉은빛으로 물든다. 내장사로 향하는 3km 구간의 단풍 터널은 국내 최고의 단풍 명소로, 하늘을 가릴 정도로 촘촘한 단풍잎들이 만들어내는 터널을 지나면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백양사까지 이어지는 길목에서는 끝없이 펼쳐지는 단풍 대행진을 만날 수 있다. 신정호 주변에서는 잔잔한 호수에 비친 단풍이 마치 거울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연자봉에서 내려다보는 내장산 전경은 온 산이 붉은 보석으로 장식된 듯 화려하다. 2. 오대산 (강원도 평창군·홍천군) 월정사의 은은한 목탁소리가 울려 퍼지는 오대산은 깊고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 그리고 천년고찰이 어우러진 신비로운 단풍 여행지로 유명하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어지는 9km 구간은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불린다. 천년 세월을 품은 전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과 오색 단풍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선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소금강 일대에서는 기암괴석 사이로 피어나는 단풍이 자연의 조각품 같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비로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태백산맥의 붉은 물결은 가슴 깊숙이 감동을 새겨준다. 3. 설악산 (강원도 속초시·양양군·인제군) 전국에서 가장 먼저 가을의 전령사가 되어주는 설악산은 대청봉을 중심으로 웅장한 암벽과 깊은 계곡, 그리고 화려한 단풍이 어우러져 마치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대작 같다. 소청봉에서 중청봉을 거쳐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걸으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단풍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울산바위 정상에 올라 발아래 펼쳐진 설악산 전경을 내려다보면 자연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비선대와 천불동계곡에서는 기암절벽 사이로 흘러내리는 단풍의 물결이 마치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오색온천지구에서 주전골까지 이어지는 계곡 트레킹은 맑은 물소리와 함께 단풍의 향연을 선사한다. 권금성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노약자도 쉽게 설악산의 웅장한 단풍을 감상할 수 있어 가족 여행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4. 지리산 (경상남도·전라북도·전라남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산악 국립공원 지리산. 천왕봉을 주봉으로 하는 거대한 산군은 워낙 넓어서 지역별로 전혀 다른 단풍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노고단 일대에서는 억새밭과 단풍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바람에 일렁이는 은빛 억새와 붉은 단풍이 만들어내는 대비는 마치 한국화 속 한 장면 같다. 천왕봉에서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따라 걸으면 끝없이 펼쳐지는 단풍 능선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피아골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이름 높았던 단풍의 절경을 만날 수 있는데, 빼곡한 활엽수림이 만들어내는 오색 단풍이 특히 아름답다.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천년고찰의 고즈넉함과 함께 다채로운 단풍을 감상할 수 있어 많은 이가 즐겨 찾는다. 5. 북한산 (서울·경기도)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단풍 명소 북한산은 백운대, 인수봉, 만경대의 삼각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백운대 정상에서 바라보는 서울 시내 전경과 단풍의 조화는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우이령길의 완만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차량 통행이 금지된 옛 도로에서 편안하게 단풍을 감상할 수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도봉산 자락의 계곡에서는 맑은 물소리와 함께 단풍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교향곡을 들을 수 있다. 정릉 코스를 따라 오르면 기암괴석 사이로 피어나는 단풍이 마치 자연이 조각한 예술품 같은 감동을 준다. 6. 한라산 (제주도) 백록담을 중심으로 한 한라산국립공원은 고산식물의 독특한 단풍 풍경을 선사한다. 성판악 코스를 따라 오르면 구상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단풍 숲을 만날 수 있는데, 마치 외국의 알프스를 연상시키는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관음사 코스의 탐라계곡에서는 제주만의 독특한 식생과 어우러진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어리목 코스를 통해 영실의 기암괴석을 만나면 화산섬 제주의 독특한 지형과 단풍이 어우러진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돈내코 코스의 계곡에서는 아열대와 온대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만의 특별한 단풍을 만날 수 있다. 7. 속리산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은 법주사의 천년고찰과 어우러진 깊고 고요한 단풍이 특별한 감동을 준다. 법주사에서 세심정까지 이어지는 단풍 산책로는 정이품송으로 유명한 고찰의 운치와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문장대에서 내려다보는 속리산 전경은 산과 계곡이 온통 단풍으로 물든 장관을 선사한다. 화양구곡의 아홉 개 명승지를 따라 걸으면 각각 다른 매력의 계곡과 단풍이 어우러진 절경을 만날 수 있다. 백악산에서 금강문까지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웅장한 암벽과 단풍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조각품 같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8. 덕유산 (전라북도·경상남도) 덕유산국립공원은 깊은 계곡과 폭포, 그리고 울창한 숲이 만들어내는 단풍 풍경이 장관이다. 무주 구천동의 33개 명승지를 따라 걸으면 각각 다른 매력의 단풍을 즐길 수 있는데, 마치 자연이 만들어낸 갤러리를 거닐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향적봉에서 바라보는 덕유산 전경은 끝없이 펼쳐진 단풍 바다의 장관을 볼 수 있다. 무주리조트의 곤돌라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덕유산의 단풍은 땅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감동을 준다. 백련사 일대에서는 고즈넉한 사찰과 어우러진 단풍이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준다. 9. 월악산 (충청북도 제천시·단양군) 월악산국립공원은 기암괴석과 깊은 계곡이 어우져 있는데, 특히 충주호와 함께 만들어내는 단풍 풍경이 아름답다. 덕주사에서 영봉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을 걸으면 산 위에서 바라보는 단풍을 만날 수 있다. 용하구곡의 아홉 개 명승지는 각각 다른 매력을 선사하는데, 수경대에서 바라보는 단풍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월악영봉에서 내려다보는 충주호의 푸른 물과 단풍의 대조는 마치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미륵리 마애불 일대에서는 천년의 세월을 품은 석불과 어우러진 단풍이 깊은 사색에 잠기게 한다. 10. 두륜산 (전라남도 해남군) 우리나라 최남단의 산악 단풍 명소 두륜산은 대흥사의 천년고찰과 어우러진 단풍으로 유명하다. 대흥사에서 가련봉까지 이어지는 단풍길은 조선후기 불교문화의 중심지였던 고찰의 역사와 함께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북미륵암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푸른 바다와 단풍의 조화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이다. 일지암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만나는 단풍은 마음 깊숙한 곳까지 평온함을 가져다준다. 두륜산 자연휴양림의 편안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전국에서 가장 늦게까지 이어지는 단풍의 여운을 만끽할 수 있다.
서울 위례초(교장 박용구)가 지난 3월 1일, 긴 기다림 끝에 다시 문을 열었다. 2018년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으로 휴교에 들어간 지 7년 만이다. 교문 앞을 가득 메운 아이들의 발걸음과 웃음소리가 교정을 다시 밝히며, 마치 멈춰 있던 시간이 한순간에 흐르기 시작한 듯했다. “학교가 다시 문을 연다는 소식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는지 몰라요.” 한 학부모의 말처럼, 이번 재개교는 단순한 개교가 아니라 교육공동체 모두에게 새로운 출발의 상징이었다. 이 기쁨과 희망을 나누기 위해 준비된 축제가 바로 『위례 Re:new Festa』다. 9월 22일부터 26일까지 이어진 ‘학교 사랑 주간’은 아이들이 스스로 학교와 관계를 맺고,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시간이었다.아이들은 작은 종이 타일 하나하나에 자신이 느끼는 학교의 모습과 바람을 그려 넣었다. 그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대형 벽화가 완성되자, 아이들은 환하게 웃었다. 복도에는 ‘우리 학교의 좋은 점’, ‘앞으로 바라는 점’이 적힌 수많은 메시지가 바람처럼 걸렸다. 작은 글씨마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담겨 있었고, 지나던 학부모들은 발걸음을 멈춰 글을 읽으며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이 직접 쓴 글을 보니 우리 학교가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 새삼 느껴졌어요.” 한 학부모의 말처럼 메시지 로드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교육공동체의 목소리를 모아낸 길이었다. ‘20년 후의 나와 가족, 학교’를 주제로 쓴 편지는 곧 타임캡슐에 봉입되었다. 학생들은 미래의 자신에게 말을 걸 듯, 또 학교와 다시 만나게 될 날을 약속하듯 편지를 적었다. “20년 뒤 어른이 된 제가 이 편지를 다시 읽을 수 있다니 설레고 기대돼요.” 6학년 학생의 말이 축제의 무게와 설렘을 함께 전했다. 9월 25일 저녁, 위례초는 낮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시청각실에서 열린 음악회에는 학생과 학부모 140여 명이 참여했다. 무대 위에서는 “새로운 시작, 가족, 사랑”이라는 주제로 연주와 합창이 이어졌다. 한 학부모는 “아이와 함께 무대에 올라 연주하니 평생 잊지 못할 가족의 추억이 되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음악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가족과 공동체를 이어주는 끈이 되었다. 옥상 광장에서는 조명이 은은히 켜지고 돗자리가 펼쳐졌다. 감성적인 캠핑 분위기 속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책을 읽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책을 별빛 아래서 읽으니까 진짜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어요.” 어느 학생의 말처럼, 그날의 시간은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꿈을 확인하는 체험이었다. 9월 26일, 체육관에서 열린 재개교 기념식에는 강동송파교육지원청과 강동구청, 지역 학교장 등 250여 명이 자리했다. 학생들의 공연과 기념 영상 상영, 교가 제창이 이어지면서 교정은 벅찬 감동으로 물들었다. “아이들의 공연을 보니 학교가 살아 있다는 게 실감났다. 이 순간이 참 감사하다.” 지역 주민의 소감처럼, 기념식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공동체가 다시 호흡하는 자리였다. 행사 후 이어진 시설 탐방에서는 지하 1층의 AI 체육 교실이 첫 공개됐다. 스마트 체력 측정 장비와 AI 건강관리 시스템이 소개되며 미래형 체육 교육의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앞으로는 운동도 AI랑 함께 한다니 신기하다. 건강해질 것 같다.” 어느 5학년 학생의 반응은 교실이 품은 미래의 의미를 잘 보여주었다. 9월 26일 오전 10시 40분, 위례초 체육관에서는 특별한 의식이 진행되었다. ‘타임캡슐 봉입식’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행사는 재개교와 광복 80주년을 함께 기념하며, 오늘의 위례초를 미래와 연결하는 상징적인 시간이었다. 체육관 무대 한쪽에는 반짝이는 은빛 타임캡슐이 준비되어 있었고, 전교생과 교직원은 실시간 방송으로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이번 봉입식에는 학교장과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교육장, 강동구청장, 학부모회장, 그리고 전교 어린이회장이 함께 자리해 지금의 학교와 미래 세대를 잇는 약속을 함께 다졌다. 봉입된 물품은 다양했다. ‘응답하라 2025’라는 이름으로 재개교식 리플릿, 학교 신문, 생활 통지표, 학교 로고 패치, 재개교식 폴라로이드 사진 등이 담겼다. 현재의 학교를 보여주는 기록물들이 그대로 미래로 건너가는 것이다. 또한 모든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함께 작성한 ‘미래 편지함’도 타임캡슐에 들어갔다. '20년 후의 나에게, 20년 후의 우리 학교와 가족의 모습'이라는 주제로 작성된 편지는 작품과 함께 스캔되어 USB에 저장되었다. 교사들은 ‘나의 교직 이야기’와 ‘교사 일기’를 기록했고, 학생들은 학급 이야기와 개별 작품을, 학부모들은 ‘우리 가족 이야기’를 담았다. 이렇게 모인 자료는 현재의 모습이자 동시에 미래 세대에 전하는 메시지가 되었다. 이 모든 기록은 중앙정원에 묻혀 20년 뒤,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에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그날, 지금의 어린 학생들은 성인이 되어 자신의 글과 그림을 다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번 봉입식은 단순히 물건을 묻는 행사가 아니었다. 학생·교직원·학부모·동문까지 모든 학교 구성원이 함께 참여해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고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자리였다. 동시에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미래로 보내며, 자신의 성장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20년 후 캡슐이 개봉될 때, 위례초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웃음과 다짐이 그날에도 이어져, 학교와 지역사회 모두에게 긍정적이고 따뜻한 메시지가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서울시교육청이 강조하는 협력교육의 가치는 이번 축제 속에 녹아 있었다. 학생 맞춤형 교육, 심리·정서적 회복 지원, 미래역량 함양, 학교자치 기반 조성, 지역사회 연계라는 교육의 핵심 과제가 자연스럽게 실천된 것이다. 박용구 교장은 “'위례 Re:new Festa'는 학생에게는 꿈과 희망을, 교사에게는 긍지와 보람을, 학부모에게는 신뢰와 감동을 주는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교육공동체가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위례 Re:new Festa'는 단순한 재개교 기념행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멈췄던 시간을 되찾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교육공동체의 약속이었다.아이들의 웃음과 학부모의 응원, 교사의 열정이 하나로 모여 다시 피어난 위례초는 이제 미래를 향해 걸어간다.20년 뒤, 오늘의 편지를 열어보게 될 그 날, 위례초는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설 것이다.
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가 2026년에 활동할 8기 위원을 공모한다. 20~30대 교총 회원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신청은 11월 14일까지 교총 홈페이지(www.kfta.or.kr) 새소식 란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거나 QR코드에 접속하면 된다. 신청서 작성 시 교총 활동 중 관심 있는 분야(조직·정책·교권·연수·홍보)를 선택해 관련 사업을 직접 기획·추진할 수 있으며, 위원 전원에게 명함을 제공한다. 2030 청년위는 교총을 매개로 젊은 교원들이 소통하고 교류하도록 돕기 위해 2017년 조직된 이래 올해까지 7기가 운영 중이다. 위원회는 공모 위원 및 시·도교총 2030 청년위원장으로 구성되며 젊은 세대의 흥미를 끄는 사업을 직접 기획하고, 각종 교육정책에 대한 학교 현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창구 기능을 한다. 특히 매년 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캠프(직무연수), 봉사활동 등에 대한 호응이 높다. 문의=한국교총 조직강화국(02-570-5543)
남경민(사진) 전남 화양고 교장이 제34대 한국중등교장협의회 회장에 선출돼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남 신임회장은 임기를 시작하며 “협의회가 국내 교육 발전을 넘어 KOICA(한국국제협력단), UNICEF(유니세프)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확대해 개발도상국 교육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퇴임 이후에도 교장으로서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국제 교육 협력과 봉사활동에 적극 활용해 대한민국 교육의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 방안으로 ▲교장단 역량 강화 ▲현장 중심 정책 개발 ▲국제 교육 협력 확대 ▲교육 혁신 네트워크 구축 등을 4대 핵심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협의회는 1960년 42명의 교장단으로 출범해 올해로 창립 65주년을 맞이했다.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교육의 본질을 묻다’를 주제로 제123회 한국중등교장협의회 동계직무연수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RISE 사업은 지방대학 생존과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지역과 대학이 협력해 지역에 필요한 인재가 취업·창업 및 정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23년 대구, 부산, 충북,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7개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진행했으며, 2024년에 교육부 훈령 제정, 지역별 RISE 계획 수립 등을 통해 전국 시행의 기반을 다진 뒤, 올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올해 RISE 사업 예산은 2조 원이었다. 그동안 RISE 사업과 관련해 지역 고등교육에 관한 관심과 역량의 차이로 지역 간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고, 추진 성과의 객관적 평가 체계에 대한 법적 규정이 미비하다는 의견도 제기돼 왔다. 또 지방자치단체가 RISE 추진을 위한 인력과 조직을 충분히 확보했는지 점검에 대한 요구도 있었던 만큼 이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ISE와 함께 교육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컬대학30 정책도 이슈가 될 수 있다. 글로컬대학30은 지역대학과 지역발전의 상생을 선도할 수 있는 대학을 육성하기 위해 과감한 혁신을 추진하는 대학에 파격적인 지원을 하는 정책이다. 2023년 10개 대학(군), 2024년 10개 대학(군)이 선정됐다. 선정된 대학(군)은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받고, 지방대학육성법에 근거해 특성화대학 등의 지원을 받는다. 이미 대학(군)별로 50억~230억 원이 예산이 지원됐다. 하지만 정책 추진단계부터 선정되지 못한 대학과의 격차 심화 우려, 단기 성과 위주의 예산집행, 산학협력을 위한 대학 교육과정 개편 부족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글로컬대학30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의 지원방안과 사립대 대학구조개선 추진 여부, 선정 대학의 프로젝트 성과평가제도 개선과 성과 관리방안, 선정 대학을 대상으로 한 교육부의 컨설팅 효과성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국회입법조사처는 직업교육 관련 내용도 질의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소재 직업계고의 신입생 감소 대책은 지역 소멸과도 관련있는 문제인 만큼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전남교육청과 경북교육청이 직업계고에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해 교육하고 있다. 전남에는 목포여자상업고 등 5개교에 베트남 유학생 등 5개국 77명이, 경북에는 의성유니텍고 등 8개교에 태국 등 4개국 113명이 재학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이에 대한 개선사항과 발전대책, 전국 확산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학교 악성 민원 방지가 필요하다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진행되는 이 청원은 1일 현재 2만 5096명이 동의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홈페이지에서 30일 동안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해당 상임위원회에 회부되고, 회부된 청원은 상임위 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청원인은 “최근 학부모에 의한 악성 민원으로 교사뿐만 아니라 다수의 학생이 고통을 받아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며 “악성 민원에 대한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고 학부모의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 조치가 내려지고 있지만 이행하지 않아도 제재나 불이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청 통합민원대응시스템, 학교민원대응시스템도 절차와 규정이 있지만 막무가내식 악성민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며 악성민원을 제지할 수 있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청원 내용은 학교 교육활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악성민원인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제지 방안 법적 근거 마련, 체계적인 민원대응시스템 구축과 악성민원 처벌 강화, 심각한 교권침해 및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청 고발 의무화 등이다. 또 교원을 대상으로 한 무고성, 보복성 아동학대 신고 금지 법적 장치 마련, 서이초 사건과 제주 모 중학교 사건 등으로 촉발된 학교 악성 민원 문제 심각성 공유 및 해결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교권보호위원회 결과 조치 사항 미이행시 과태료를 현행 3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인상하고,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신고, 고소, 고발, 허위제보 및 손해배상 청구’를 추가할 것도 요청했다. 청원인은 “최근 서이초 책임자 진상규명 청원이 5일만에 5만 명을 달성하는 등 학교 악성 민원 문제 해결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과 요구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이번 청원 결과가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한 국회와 교육당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에 따라 공립 중등교원을 1600명 정도 늘린다. 교육부가 1일 발표한 ‘2026학년도 공립 중등·특수(중등)·비교과 신규교사 임용시험 모집공고 현황’에 따르면 중등 교과 신규교사 선발 규모는 7147명이다. 이는 지난 8월 발표한 사전예고 인원 4797명에 비해 2350명, 2025학년도 모집공고 인원 5504명에 비해 1643명 증가한 수치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및 과밀학급 지원을 위한 추가 확보분 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은 “고교학점제와 과밀학급 해소 등 시급한 교육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과거 교육부의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2026년 고교학점제 운영을 위한 추가교원 수요가 제도 도입 이전보다 17.4%(현 기준 약 2만2000명)에 달한다는 분석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 교총의 설명이다. 실제 전국 중·고교 학급의 84% 이상이 학생 수 21명을 초과하는 과밀학급인 상황, 정규교원 감축 기조로 고교 교원 4명 중 1명(23.1%)이 기간제 교사인 불안정한 교육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7000명 정도의 증원 규모로는 현장 교사의 다 과목 지도 해결은 물론, 교육 선진국의 지표나 다름없는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실현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교총은 “이는 학생들에게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직 사회의 불안정성을 심화시켜 교육의 질을 장기적으로 훼손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등은 늘어나지만 특수(중등)·비교과 규모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다. 특수는 4명, 전문상담은 45명 늘어나고 나머지는 모두 줄어든다. 감소 규모는 보건이 49명, 영양이 13명, 사서가 3명이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지금이라도 근시안적인 교원 정원 정책으로 비정규직 교원을 양산하지 말고, 안정적인 정규교원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상한제 도입을 위한 교원 산정 기준을 재수립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제22회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 시상식 및 2025년 평생학습도시 동판 수여식’을 1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다. 대한민국 평생학습대상에서 개인 부문 대상(국무총리상)을 받은 김영진(61) 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야간 공고 졸업 후 직장 생활을 시작했으나, 산업 현장에서 개인의 역량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꾸준히 학습에 매진한 결과 대한민국 명장(전기 직종)으로 선정됐다. 특히 고교생 직업·진로 멘토링 및 장애인 시설 봉사 등 지역사회 나눔을 실천하고 산학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후진 양성에 기여한 노력을 인정받았다. 사업 부문 대상(국무총리상)은 ‘지역과 캠퍼스의 만남 은평 1동 1대학’ 사업을 추진한 서울시 은평구가 수상했다. 은평구는 지역 주민들의 평생학습 접근성을 높이고자 동 주민센터를 지역 캠퍼스로 지정해 생활권에 기반한 근거리 평생학습 거점을 구축했다. 또한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특성이 반영된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등 지역 내에서 지속 가능한 평생학습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날 2025년 평생학습도시로 신규 선정된 3개 도시(대전 중구, 경북 고령군, 경남 사천시)에 대한 동판 수여식과 평생학습도시 재지정평가 우수 도시 5개(경기 연천군, 충북 증평군, 충남 홍성군, 전북 진안군, 경남 거창군)에 대한 시상식도 함께 개최된다. 최창익 평생직업교육정책관은 “수상자 여러분의 노고와 성과가 대한민국 평생학습의 더 큰 도약을 이끄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모든 국민이 삶의 어느 시기에서든지 원하는 학습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