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학 사회생물학 교수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은지식의 세계가 다기한 흐름으로 깊고 넓게 펼쳐져 있음을 보여주며, 그 다양한 지식들이 어떤 내적인 질서와 더불어 유기적으로 통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가 보여주는 학문적 통섭의 범위는 놀랄 만하다. 자신의 전공인 생물학은 말할 것도 없고 신학, 신화학, 문학, 철학, 예술사조, 문화사, 해석학, 심리학, 윤리학, 민속학 등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의 경계를 휘몰아 달린다. 이들 학문의 경계를 가로지르는(통섭하는) 해박한 설명에 정신을 빼앗기게 된다. 통섭이란 지식과 배움이 어떤 통일된 기반을 가진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저자가 전략적으로 택한 말이다. 저자는 모든 진리는 그 내적 토대의 차원에서 통합되고, 상통하는 질서를 가진다는 과학적 신념을 가진다. 그 신념을 표상하는 가장 적절한 표제어로 통섭을 주창한다. 통섭은 지식의 미래, 아니 지식교육의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생겨난 말이라 할 수도 있다. 통섭은 현대 학문 세계의 지식들이 빠른 속도로 분화되어 그 경계가 굳어지는 것을 염려하는 데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학문의 진정한 미래는 분화와 경계가 아닌, 그 반대의 방향을 향해야 한다고 말
2008-05-27 09:00자연주의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밀 졸라(Emile Zola, 1840~1902)와 근대회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세잔(Paul Cezanne, 1839~1906)의 30여 년에 걸친 기나긴 우정 이야기는 한 편의 흥미로운 소설을 방불케 한다. 그들 사이의 우정이 처음 싹트기 시작한 것은 남프랑스 엑상 프로방스 시절의 개구쟁이 소년시절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졸라는 파리에서 태어났으나 엑상 프로방스로 이사함에 따라 거기서 부르봉 중학교를 다니게 된다. 그런데 동급생 중에 세잔이 있었던 것이다. 졸라는 7살 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데다 병약했고 지독한 근시여서 자주 같은 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 때마다 힘이 세고 덩치가 큰 세잔이 나타나 개구쟁이들을 물리쳐주곤 했다. 세잔이 처음으로 못 되게 구는 아이들을 혼내준 다음날 졸라는 고마움의 표시로 사과를 선물했다. 세잔이 훗날 정물화의 소재로 자주 사과를 선택하여 그린 것은 이 ‘유년시절의 사과’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과로 파리를 정복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던 그가 그린 정물화 ‘사과 바구니가 있는 정물’(1890~94, 사진)은 구성원리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한 선구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08-05-26 11:42“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은 흐른다/우리들의 사랑을/나는 기억해야만 하는가/기쁨은 항상 고통 뒤에 왔었다.” 이렇게 시작되는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1918)의 시 ‘미라보 다리’는 아마도 현대 프랑스 시 가운데서 가장 널리 대중들이 읊조리는 비가(悲歌)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폴리네르를 단지 잃어버린 시간과 덧없음의 회환에 잠겨 안타까이 회상하는 현대적 애가의 시인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가 ‘쉬르레알리즘’(초현실주의)이라는 용어를 역사상 처음으로 만들어낸 시인이며, ‘큐비즘’(입체주의)이라는 명칭도 최초로 만들어낸 전위적 미술비평가였음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입체파 운동의 선두에서 이론적 대부 역할을 한 ‘새로운 에스프리’의 기수였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아폴리네르는 ‘미학적 명상-입체파 화가들’(1913)에서, 입체주의가 ‘모방의 예술’이 아니며 새로운 경지에까지 도달하려는 ‘개념의 미술’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인식된 사실 또는 창조된 사실을 표현함으로써 3차원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미학이라 강조한다. 그는 대표적인 입체파 화가로서 조르주 브라크(Geroges Bra
2008-05-19 10:12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이 찾아오고 있다. 스승의 날은 비록 1년에 단 하루이지만, 적어도 이 날만큼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기를 키워준 선생님을 생각하게 된다. 어버이날이 있기에 부모의 은혜를 다시 생각해 보듯이, 스승의 날이 지속하는 한, 사람들은 단 하루만이라도 스승의 존재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스승을 존경하는 ‘융사(隆師)’의 전통이 있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스승의 날을 제정하여 기리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을 가르쳐준 예전의 선생님들을 향해 단지 마음 속으로 감사의 텔레파시를 보낼 뿐이다. 물론 전화나 문자메일, 혹은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작 자신을 가르쳐준 선생님을 직접 찾아가 뵙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마음 속에 존경할 만한 스승이 있고, 이 분을 그리워하고 기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오늘날 자신이 있도록 키워준 사람에 대하여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 속으로 존경할만한 스승이 있는 사람이 행복하고 성공한 사람이라는 논리는 민족에게도 통할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한 “
2008-05-14 09:31원효(元曉, 617~686) 성은 설씨(薛氏), 아명은 서당(誓幢) 또는 신당(新幢). 경북 경산 출생. 648년 출가 후 경전을 공부하지 않고 타고난 총명으로 전적을 섭렵한 한국불교사 최고의 학자이자 사상가. 20부 22권의 저술이 현존한다. 최치원(崔致遠, 857~?) 자는 고운(孤雲) 또는 해운(海雲). 본관은 경주. 17년간 당나라에 머무르며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토황소격문’ 같은 명문으로 우리나라를 널리 알린 국제인. 정치·사회질서를 수립한 문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안향(安珦, 1243~1306) 자는 사온(士蘊), 호는 회헌(晦軒). 경북 영주 출생. 주자학을 국내로 들여와 보급시킨 우리나라 최초의 주자학자. 학교재건과 인재양성을 통해 주자학의 이상을 확산시킨 교육사적 위치를 갖고 있다. 세종(世宗, 1397~1450) 이름은 도(祹), 자는 원정(元正). 재위 1418~1450. 유교정치의 기틀 마련, 편찬사업 확대, 훈민정음 창제, 과학기술 발전과 기술서적 편찬, 법전 정비 등 다방면에 걸쳐 빛나는 민족문화 건설에 기여했다. 이황(李滉, 1501~1570) 자는 경호(景浩), 호는 퇴계(退溪)·퇴도(退陶)·도수(陶ࡣ
2008-05-14 09:295월 교육주간과 스승의 날을 맞이해 본지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공동기획한 ‘겨레의 스승’ 12명이 선정됐다. ‘겨레의 스승’은 우리 역사 속에서 스승과 교육자의 귀감이 될 인물을 뽑아 그의 사상과 교육자로서의 사표를 집중 소개함으로써 스승상을 되새기고, 스승 존경 풍토를 조성하고자 기획됐다. 이번에 뽑힌 12명의 ‘겨레의 스승’은 다음 달부터 1년간 매월 1회 본지를 통해 소개되며, EBS도 인물별로 4회 정도의 다큐드라마를 제작해 6월부터 매주 방송한다. ▲예비후보 선정 과정=지난달 23일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겨레의 스승’ 선정위원회는 1차 회의를 갖고 예비후보 36명을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시대적 배열, 사상가 혹은 실천가의 비중, 인문 분야와 전공 분야의 안배, 종교인 포함 여부 등이며 무엇보다 교육자로서 민족의 사표가 될 만한 인물을 포함시키는데 중점을 뒀다. 또 EBS를 통해 방송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시각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인물도 고려됐다. 한국사를 크게 고대, 중세, 근세로 구분해 각 시기별로 인물을 결정했다. 고대는 삼국시대부터 고려까지로 설총·안향·원효·이색·의천·지눌·최치원·환웅 등 8명, 중세는 조선 개항 이전까지
2008-05-14 09:21“내 학생 때의 공책 위에/ 내 작은 책상과 나무들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쓴다 그대 이름을” 이라는 외침으로 시작되는 ‘자유’라는 제목의 시를 써서 프랑스 최고의 저항시인으로 알려진 폴 알뤼아르(Paul Eluard, 1894~1952)와 20세기 회화의 위대한 거장 파블로 피가소(Pablo Picasso, 1881~1973)와의 관계는 남다른 예술적 동지애로 묶여진 드문 예에 속한다. 그들은 특히 ‘게르니카의 비극’이라는 처참하기 짝이 없는 인간말살의 전쟁과 파괴에 대항하여 각각 시로, 그리고 그림으로 공동의 예술적 항거를 강렬하게 보여준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스페인 내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1937년 4월 26일 일어난 게르니카 마을의 처참한 파괴는 이 두 예술가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무차별 쏟아 붓는 엄청난 양의 폭탄투하로 거의 모든 주민들이 몰살 당하는 역사상 가장 끔찍스런 인간말살의 비극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국의 불행한 대사건에 눈 감을 수 없었던 피카소는 분연히 붓을 들어 그 해 6월 3일 ‘게르니카’(1937, 사진)라는 제목의 대형 그림을 완성한다. 6월 4일 그 그림은 엘뤼아르의 시(詩) ‘게르니카의 승리’와 함께…
2008-05-14 09:15“내 귀는 소라껍질 / 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 ‘귀’라는 제목의 시로 널리 알려져 있는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의 이 시는 실은 ‘칸느’ 연작 단시 중 제5번 시이다. 귀와 조개껍질과의 유사점에서 출발하여, 그 조개껍질이 파도소리로 이어지고, 다시 그 파도소리로부터 자연스럽게 귀로 돌아오는 원환적 구성을 이루고 있는 이 짧은 시에서 우리는 콕토의 재기 넘치는 이미지 구사 솜씨를 한껏 맛볼 수 있다. 파리 근교 메종 라피트에서 부유한 가정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콕토는 1906년 17세 때 페미나 극장에서 시낭송의 밤을 개최함으로써 조숙한 시인으로 시단에 등장했다. 그는 시인으로서, 소설가로서, 문학비평가로서, 화가로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넘나들었다. 그러나 무슨 일에 매달리든지 콕토는 시인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자신의 작품을 명명할 때에 그냥 시, 소설, 평론, 연극이라 하지 않고 반드시 시, 소설의 시, 평론의 시, 각본의 시, 회화의 시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그의 시사랑이 얼마나 깊고 열렬한 것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다소 사치스런 고독을 산 시인 콕토가 평생 가난과 술과 아
2008-05-06 16:2631세 때 ‘고무지우개’(페네옹상 수상, 1953)란 소설을 발표하여 문단에 데뷔한 알랭 로브그리예(1922~)는 프랑스 ‘누보 로망’(새로운 소설)을 대표하는 가장 뛰어난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1978년 11월과 1997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친한파 작가이기도 하다. ‘어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정념으로 인하여, 혹은 정념의 부재로 인하여 생기는 갈등’을 그리는 전통소설 기술방법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그의 소설은 오브제로서의 사물과 현상만을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묘사할 뿐, 이야기의 줄거리도 인물의 성격도 묘사하지 않는다. 그는 “인간의 행동과 오브제들은 그 무엇이기 이전에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물은 어디까지나 사물이고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세계를 인간이 멋대로 인간화하여 묘사하기를 그만두고, 대상을 순순하게 외면적인 것으로 규정하여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특한 소설관을 가진 로브그리예가 1975년에 발표한 소설 ‘아름다운 포로’는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복제화 80점을 배열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특이한 작품이다. 전체 150페이지 중 대부분이 80
2008-04-25 15:5718세기 프랑스 회화에 대해 말할 때면 으레 부셰, 그리고 프라고나르를 들먹이기 나름이다. 그러나 주로 ‘우아한 향연’의 세계를 묘사한 이들과는 달리, 자연과 일상적 현실에 눈을 돌린 또 하나의 빼어난 선구적 화가가 있었으니, 그가 다름 아닌 샤르댕(Jean Baptiste Chardin, 1699~1779)이다. 그는 1728년 ‘식기대’와 ‘가오리’라는 작품을 발표하여 뛰어난 화가로 인정받아 왕립 아카데미 회원이 되었으며, 그 후 네덜란드 루벤스파 화가들의 경향을 받아들여 정물화나 서민의 가정생활에서 취재한 정겨운 풍속화를 많이 그렸다. 계몽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백과전서’파의 작가인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 1713~1784)가 샤르댕의 그림에 이끌린 것은 당시 풍미하던 로코코 미술 양식의 흐름에 매몰되지 않은 채, 사물과 현실의 실재성을 생동감 있게 드러내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디드로가 ‘라모의 조카’ 같은 소설 작품에서 애써 시도했던 외부적 자연의 묘사, 즉 우리들 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생명 그 자체의 서정적인 동시에 사실주의적인 묘사 태도와 상통한다고 하겠다. 디드로가 ‘미술비평’이란 새 장르를 개척한 선구자가 된 것은…
2008-04-21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