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조선일보의 ‘교사가 써야 할 학생부, 학생이 입맛대로 대필’을 읽고 현직교사로서 몇 마디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은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가 한 몫을 했다고 본다. 인문계고교에서 담임의 역할은 가히 초인적이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아침 7시30분까지 출근해 현관에 설치된 출근체크기에 카드를 찍고 8시에 교실로 입실하여 아침청소를 시킨 뒤, 10분간 아침독서를 시킨다. 아침 독서가 끝나면 8시 35분. 서둘러 화장실에 들러 소변을 보면 8시40분이다. 그리곤 바로 1교시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 하루 네 시간의 정과수업이 끝나면 8교시에 보충수업이 시작된다. 보충수업이 끝나면 식당에 가서 아이들 급식지도를 하고 5시40분에서 50분 사이에 허겁지겁 늦은 저녁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나면 6시20분부터 10시30분까지 야간자율학습감독에 들어가야 한다. 물론 야자는 사흘에 한번 꼴로 돌아오지만 정신적 신체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는 가히 살인적이다. 이러한 일을 모두 소화해내고 남는 시간에 생활기록부를 작성해야 한다. 생활기록부에 기록할 내용으로는 38명이 제출하는 봉사활동확인서를 일일이 확인하여 기록하고 1학기와 2학기에 걸쳐 읽은 여
2013-12-29 18:20학교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받았지만 학교평가 시행 방법이 바뀌면서 올해도 또 받았다. 연속해서 받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지난해 받았던 경험을 토대로 쉽게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다. 지난해와 올해 평가단의 평가 방법이 아주 많이 상이했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평가단의 평가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그 차이는 매우 컸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지난해의 평가는 거의 감사수준으로 이루어졌고 지적사항이 너무 많았다. 지적사항이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어쩌면 현실을 벋어난 평가였다고 보는 것이 좀더 타당하다 하겠다. 가령 교육과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봉사활동의 방향설정이 잘못 되었다거나,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의사가 희망직업인 학생들이 환경정화활동을 하는 것은 그 학생의 특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원 등의 의료기관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관심있는 학생들은 자동차 공장에서 봉사활동을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딱 맞는 이야기이긴 하다. 그러나 1천명이 넘는 학생들을 분야별로
2013-12-26 19:27지난 10일 교육부는 8종(1종은 지난 달 승인)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최종 승인했다.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됐던 대부분의 문제가 해소됐기 때문에 학교에서 교과서를 채택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논란이 비등했던 한국사 교과서 파장이 일단락된 모양새다. 이에 따라 12월 18일 서책형 전시본 일선 학교 제공, 12월 30일 일선 학교 교과서 주문 완료 등 일정이 잡혔다. 내년 3월 신학기부터 쓰일 한국사 교과서인 점을 감안하면 번갯불에 콩 구워 먹기식 교과서 채택 일정이다. 참고로 한국사외교과서 채택은 9월 14일 전시본 학교 공급에 이어 10월 11일 주문 마감 등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없어도 될 한국사 교과서 논란 및 채택 지연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대한민국이 제대로 된 나라인지 하는 의구심이다. 새삼스럽지만, 한국사 교과서 논란의 단초는 교학사 교과서가 제공했다. 친일, 독재에 대한 미화가 그것이다. 논란이 심해지자 교육부는 이미 검정을 통과한 6종의 다른 교과서에 수정명령을 내렸다. 예컨대 ‘피로 얼룩진 5․18’이 부정적인 표현이라며 고치라고 한 수정명령이 그렇다. 결국 6종…
2013-12-23 13:24최근 북한의 변동이 심상치 않다. 최고 통치권자의 고모부이자 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인 장성택을 체제전복모의 혐의로 숙청한 후 대대적인 체제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탈북자 중 재입북자들을 방송에 내보내 남한에 대해서 거짓 모략선전을 일삼고 있다. 북한도 공식 국가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하여 ‘민주주의’를 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재판 후 나흘 만에 숙청을 단행하였다. 여타 공산주의 국가에서의 허울 좋은 삼심제도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이 사태야말로 현대판 인권유린의 한 전형이라 하겠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북한은 3대세습으로 김정은이 정권을 승계하였다. 백두혈통 운운하지만, 선거도 없이 세습으로 정권을 물려받는 북한은 왕조국가와 다르지 않다. 김정은 체제에서 그동안 비교적 합리적인 성향으로 개혁ㆍ개방을 이끈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이 실각하고, 최근 매스컴의 보도대로 강경파인 최룡해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득세한다면 이전보다 대남 강경책을 쓸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과 결부하여 내부 결속과 체제 보호를 위해 외부와의 갈등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으며, 이로 인하여 앞으로 4차 핵
2013-12-23 13:12얼마 전 경상북도 칠곡군청에 다녀왔다. ‘2013칠곡역사문화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제자를 인솔하여 시상식에 다녀온 것이다. 제자는 시상식에서 칠곡군의회 의장 상패와 함께 150만 원을 부상으로 받았다. 지난 10월 제자들을 데리고 칠곡 나들이에 나선 이유 중 하나도 사실은 두둑한 상금 때문이었다.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1명씩만 뽑았지만, 상금은 최고 300만 원부터 최저 50만 원이었다. 응당 상금이 두둑해야 수상의 기쁨도 배가되는 게 아닌가? 자연스럽게 지난 해 일이 하나 떠오른다. 경상북도 영천시가 예산지원한 ‘제1회포은문학제 전국청소년문예백일장’에서 제자가 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자의 시상식 불참은 예의가 아닐 듯했다. 이른 아침 제자를 태우고 애써 먼 거리의 시상식에 간 이유이다.그러나 제자는 영천시장 상장만 받았을 뿐 공지되었던 상금 20만 원은 받지 못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영천시청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운운하며 관련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생긴 불상사였다. 지금도 필자는 그때 실망의 빛이 역력했던 제자의 얼굴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어느 지자체 예산지원 공모전에선 수상자에게 상금을 주고, 또 어느 곳에선 상
2013-12-18 17:04현행 2009 개정 교육과정은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의 집단지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집단지성(集團知性)을 핵심역량으로 신장해야 함을 중점적으로 지향하고 있다.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역량, 즉 바람직한 삶의 힘인 지혜와 슬기를 강조하고 있다. 과거의 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말이 있다. 공동체에서 무엇인가 일사분란하게 통일되지 않으면 일의 성취가 어렵고 큰 문제에 부닥친다는 예고적 메시지이다. 이는 어쩌면 상의하달식으로 윗 사람, 상급자들이 결정하여 명령, 지시하면 그대로 따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의 처리와 업무 수행의 방법이라는 점을 저변에 깔고 있다. 조직의 갈등과 대립이 조직의 업무 성취에 백해무익이라는 의미를 깔고 있지만, 오늘날 집단지성과 리더십의 입장에서 보면 일정한 조직의 건전한 갈등과 대립은 조직 발전의 활력소이자 기제인 것이다. 오히려 상급자 내지 의사결정자의 지시와 명령에 아무런 이의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다른 것이야말로 오늘날 가장 경계해야 할 백해무익한추종자 리더십인 것이다. 사회학적 용어로 '공동묘지의 고요'가 만연한 조직은 조직의
2013-12-16 10:30요즘 교원임용시험이 ‘교원임용고시’라 불릴 정도로 그 경쟁률이 치열하다. 교대나 사범대를 졸업한 예비교사는 많아도 현장에 설 신규교사의 자리가 부족하다보니 그만큼 임용시험이 어려운 것이다. 대학입시보다 더 어려운 또 하나의 관문인 것이다. 그래서 예비교사들은 다시 고시학원을 찾아 몇 년을 더 공부하는 어려움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교원임용시험의 경쟁이 이렇게 치열은 것은 비단 오늘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과거의 임용시험이 없는 시대도 교대나 사대 졸업생들의 수급조절이 잘 되지 않아 몇 년을 허송세월로 기다렸던 사람들도 있는가하면 때론 교사가 보족하여 임시양성소나 검정시험으로 교사자격을 주고 임용할 때도 없지 않았다. 이렇듯 우리나라 교원임용에 대한 역사는 복잡다양하다. 그 이유는 한 마디로 교원수급에 대한 정책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 교사자격증은 수용에 맞추어서 공급해야 하에도 자격증을 주는 대학이 이에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에 맞게 교대나 사대의 입학생수를 어느 정도 조절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현상을 다소 완충작용을 할 수 있다. 물론 요즘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먼저 극심한 취업난으로 다른 직업보다 안정된 교직을 선호하고 있고, 여기에
2013-12-13 14:20교원들에겐 교원연구년제가 있다. 10년 이상 근무한 교원들은 대상으로 1년 간 학교현장을 떠나 교육과정, 교수학습ㆍ평가 및 학생상담에 필요한 새로운 교원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이다. 최근에는 각 시도마다 교원들의 관심과 인기가 있어 선발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선발을 위한 계획서도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재교육에 대한 열정과 우수 교원의 연구 욕구가 담긴 창의적인 내용이어야 한다. 과거의 단순한 힐링과 재충전의 개념과는 달리 수업과 교실을 혁신으로 경쟁력 있고 지속 발전할 수 있는 교원의 전문성 개발에 목적을 둔 것이다. 요즘과 같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평생직장의 개념은 이미 사라지고, 평균적으로 비근로인인 퇴직까지는 4-5번이 직장을 옮겨야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많은 직장인들은 새로운 직업을 위하여 월 평균 100만 원 이상을 자기 개발비로 쓰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이와는 달리 대부분의 교원들은 한 직장에서 40여년을 근무하고 있어 교육역량을 충전할 기회가 없었으나최근에애 교원연구년제가 실시되어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힘들고 피곤할 때 소진(Burnout)이란 말을 한다. 아이들과 하루종일 학교에서 시달리다 보면 이런 말이 너무 쉽게 나
2013-12-10 09:23이른바 경제 살리기는 어느 정권이든 피하기 어려운 화두였다. 특히 1997년 IMF 이후 경제 살리기는 대선이든 총선이든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비근한 예로 이명박후보가 대통령이 된 것은 순전 경제 살리기 덕분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CEO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은, 그러나 경제 살리기라는 국민 뜻에 확실히 부응하지 못했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했지만, 여전히 경제 살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일자리 창출 계획’이 그것이다. 일자리 창출 계획의 핵심은 ‘시간선택제 일자리’다. 박근혜대통령은 11월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3년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에 참석, 시간제 일자리는 “어떻게 보면 시대의 흐름에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겨레(2013.11.29)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때 “국내 주요 대기업에 내년 상반기까지 도입하기로 한 시간제 일자리 가운데 열에 일곱은 정규직이 아니라 6달~2년짜리 임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간선택제 교사’(이하 ‘시간제 교사’) 도입이다. 교육부는 11월 25일 교육공무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내년 2학기부터 시간제 교사제도를…
2013-12-10 09:23현행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논술 과목이 추가돼 현재 중3~고2 학생들은 내년부터 학교에서 정규 과목으로 논술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최근 교육부는 고교 교양 교과 영역의 일반 선택 과목에 논술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행정 예고된 교육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일선 고교에서 논술을 정규 교과로 편성할 때 5단위 운영을 기본으로 한다. 1단위는 50분 수업을 한 학기에 17회 동안 교육하는 수업량을 뜻한다. 따라서 고교 1학년 2학기부터 3학년 2학기까지 5개 학기 동안 주 1회로 논술 수업을 편성하거나, 고교 2학년 2학기에 주 1회 수업으로 시작해 고교 3학년 때 주 2회씩으로 시간을 늘여 운영할 수도 있다. 대신 논술 과목의 내용은 학생들 요구를 반영해 단위 학교가 정하도록 했다. 사실 과거 대학입시에서 논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대입논술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평범한 논술이 아니다. 교육과정에서 정식으로 다루어지지 않는 논술이 대학입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에 문제 지적도 있다. 학교에서 시험을 치를 때 교육과정 외의 문항이 출제되면 문제가 되는 현실에서 유독 대학입시에서 만큼은 고등학교
2013-12-09 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