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내를 관통하는 14번 국도를 따라 애마는 신나게 달린다. 때마침 가을을 재촉하는 이슬비가 흑갈색의 아스팔트길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나는 지금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는 외고산리 옹기마을을 찾아가는 중이다. 들판에는 벼들이 누릿누릿 익어가고, 야트막한 산 능선에 자리한 과목들은 가지마다 과일들을 주렁주렁 매단 채 탐스럽게 여물어가고 있다. 아, 싱싱하다. 울산에 대한 나의 첫 느낌은 이렇듯 깔끔한 형용사로 시작되고 있었다. 문득 산비탈의 위태로운 나무들을 보노라니 스무 살에 농촌을 떠나 그동안 척박한 도시의 땅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그동안의 과거가 떠오른다. 저 나무들도 나처럼 처절한 생명의 고독을 느낀 후에야 뿌리를 내린 것이라 동병상련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이리라. 외고산리 옹기마을은 제14호 국도변에 위치해 있었다. 동해남부선과 접해 있고 교통 또한 사통팔달 편리해서 이곳에서 생산된 수많은 옹기들이 전국으로 반출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제일 먼저 차가 멈춘 곳은 길가에 아늑하게 자리한 허진규 옹기장님의 요업장이었다. 집 주변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각종 옹기들을 첩첩으로 쌓아놓아서 한눈에 보아도 이곳이 옹기장이 집이란 걸 쉽게 알…
2013-11-11 12:05가지각색 나무들이 짧은 가을을 아쉬워하며 농촌의 들녘은 물론 도시의 가로수까지 오색물결로 잔치를 열었다. 도심 가까이 내려온 단풍이 사방천지를 화사하게 만들었지만 골이 깊은 계곡이나 높은 산의 단풍이 더 아름답기에 거리 불문하고 단풍으로 유명한 산들은 인산인해다. 지난 10월 28일, 청주토요산악회원들과 합천의 남산제일봉으로 단풍산행을 다녀왔다. 7시에 용암동을 출발해 2차 집결지인 청주의료원으로 가니 청주실내체육관 주변에 관광버스가 가득하고, 고속도로 휴게소의 여자화장실 앞은 이른 아침부터 줄이 길게 이어져있다. 합천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과 경판전을 보유하고 11월 10일까지 45일간 ‘2013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을 열고 있는 해인사와 옛날부터 ‘조선팔경’ 또는 ‘12대명산’의 하나로 꼽히며 남쪽 산자락이 해인사를 품고 있는 가야산(높이 1433m)부터 떠올린다. 오늘의 목적지는 해인사의 정남쪽에 위치하고 가야산국립공원에 속한 남산제일봉으로 가야산의 명성에 가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을단풍이 무척 아름다운 곳이다. 해인사의 서쪽에 남산(높이 1113m)이 따로 있고 서울의 남산과 경주의 남산 때문에 남산제일봉의 이름이 궁금하다
2013-11-11 12:04천년의 장맛, 고추장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고장 순창! 해마다 10월 말경에는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일원에서 순창장류축제를 연다. 순창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물이 강천산이다. 강천산은 전국 최초 군립공원으로 깊은 계곡과 맑은 물, 기암괴석과 절벽이 어우러져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한때는 순창의 옛 이름 옥천에서 따온 옥천골이나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습의 용천산이라 불렀다. 이곳의 붉은 단풍, 맨발 산책로, 50m 높이의 구름다리, 1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구장군폭포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지난 11월 2일 청주의 백두오름산악회원들과 매표소, 병풍폭포, 깃대봉, 왕자봉, 북문터, 송낙바위, 구장군폭포, 구름다리, 강천사,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산행을 다녀왔다. 7시 40분 청주실내체육관 앞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에 들렀다 88올림픽고속도로 순창IC를 빠져나온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을 지나고 792번 지방도를 달리는데 이른 시간부터 나들이 나온 차량들이 길을 막아 가다서다 거북이걸음을 한다. 강천산은 가을철에 제일 예쁘다. 이른 시간부터 나들이 나온 차량들이 길을 막아 10시 20분경 차에서 내려 매표소까지 한참을 걷는다
2013-11-11 12:04청주교육대 6회 동창회원 중 충주지역에 살고 있는 회원들과 지난 6일 문경새재 단풍길을 걸으며 찍은 사진입니다.
2013-11-11 12:01우리 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족을 중심으로 집안, 지역 등 연고를 중시하는 사회였다. 그래서 이전에 사회복지가 그렇게 발달하지 않았어도 그런대로 사회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 경제적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문화의 변화가 급속하게 일어나면서 공동체 지표가 나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얼마 전 통계에 의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조사한 ‘더 나은 삶의 지수’(Better Life Index) 평가에서 한국이 36개국 중 27위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는 먹고살 만해졌다. 하지만 개인의 삶의 질이나 개개인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그와 달리 훨씬 열악하다는 얘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시민참여 3위나 교육 4위 같은 지표에선 상위권이나 삶의 만족도 26위, 건강 31위, 일과 생활의 균형 32위라는 지표에선 최하위권을 차지하는 조사 결과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우리나라처럼 직장밖에 모르는 아빠와 자녀교육에 목을 매는 엄마, 또 공장의 노예가 된 노동자들이 어디 있을까? 세상살이는 문제 투성이고 이 문제는 누구나 안고 해결해 가야 할 과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생겼을 때 즉,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있느냐”는…
2013-11-07 16:46가을이 깊어간다. 신갈나무 숲에서는 우수수 바람에 황금빛 잎사귀가 쏟아진다. 화려한 금은보화처럼 그렇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잎들이 바람에 날린다. 지난 주 만들었던 국화차를 꺼냈다.작고 동글동글한 감국들을 뜨거운 물에 담구었다. 노오란 꽃들은 배시시 짙은 향내를 풍기며 꽃잎들을 다시 피운다. 사르르 풀리는 작은 꽃잎들을 한참 들여다 보았다. 환한 감국 송이는 시간의 교차점에서 다시 꽃을 피우나보다. 경계에 꽃이 핀다는 말이 생각난다. 모든 것은 경계에서 발생한다고 했다. 노자 도덕경을 지난 여름 읽으리라 하다 놓여버렸다. 깊어진 가을, 나는 노자를 만나리라 결심하고 최진석 교수의 책을 읽어나간다. 첫장, 도가 말해 질 수 있으면 도가 진정한 도가 아니고 이름이 개념화될 수 있다면 진정한 이름이 아니다. 무는 이 세계의 시작을 가리키고 유는 모든 만물을 통칭하여 가리킨다. 언제나 무를 가지고는 세계의 오묘한 영역을 나타내려 하고 언제나 유를 가지고는 구체적으로 보이는 영역을 나타내려 한다. 이 둘은 같이 나와 있지만 이름을 달리하는데, 같이 있다는 것은 그것을 현묘하다고 한다. 현묘하고도 현묘하구나. 이것이 바로 온갖 것들이 들락거리는 문이구나. 道可道也, 非恒
2013-11-07 16:40지금 박대통령이 유럽을 순방중이다. 어제는 프랑스에서 오찬을 하는 모습이 TV자막을 통하여 나왔다. 유창한 프랑스어로 기업인들에게 한 연설은 분명 자국어를 지극히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에게 자존감을 확인하여 주었으리라 생각된다. 이를 보면서 지난 해 11월 5일 프랑스 파리의 상징 에펠탑 앞 광장. 2만여 명의 유럽인이 일제히 어깨 너비로 다리를 벌린 뒤 한쪽씩 다리를 들어올리며 카우보이처럼 오른팔을 머리 위에서 둥글게 휘두르고 있었다. 이들은 “나는 싸나이” “오빤 강남스타일~”을 한국어로 외친 모습이 생각난다. 한국 가수 싸이의 말춤을 추는 플래시 몹(미리 정한 시간과 장소에 불특정 다수가 모여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위해 모인 관중은 싸이가 등장하자 환호하면서 이렇게 ‘떼춤’을 췄다. 유럽 각국에서 모인 2만여 명에게 한국어 ‘강남스타일’을 말하게 한 싸이의 힘. 바로 ‘소프트 파워(Soft Power)’의 위력임을 실감나게 한다. 소프트 파워는 문화와 예술, 지식, 가치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말한다. 군사력·경제력을 축으로 하는 ‘하드 파워(Hard Power)’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세계화로 국가 간 상호 의존과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 강압의 힘이…
2013-11-06 11:41지난 주 뜻밖에 문학 강연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20여 년 전에 한번 인천문인협회 행사에서 문학 강연을 해 본 적은 있지만, 학생들을 상대로 문학에 관한 강연을 한 적이 없기에 망설이면서 나 대신 다른 좋은 시인을 소개해 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원고료를 많이 못 드려 죄송하다며 거듭 부탁하는 분에게 자꾸 거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수락하고 말았다. 그때부터 나는 어떻게 무슨 말로 시간을 채워야 할지 몰라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겨우 생각해 낸 것이 문학 창작 강의 같은 형식은 안 된다, 문학의 효용이라든지 문학의 본질 같은 것을 얘기하면 아이들의 관심을 끌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다른 시인들을 벤치마킹하기로 하고 아주 사소한 일상생활이나 시가 태어난 과정을 자연스럽게 낮은 톤으로 이야기하기로 했다. 나는 강연의 제목을 '고향과 어머니에 관한 시 몇 편'으로 정하고 부제로 '우리는 왜 시를 쓰는가?'라고 달아 원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 칼럼은 그때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중에 고향 이야기는 빼고 어머니에 관한 부분만 발췌하여 다시 칼럼 형식으로 손을 본 것이다. 고향에 관한 부분은 다음 기회에 소개할 수 있기를 기대하
2013-11-06 11:40영동고속도로 여주IC에서 1.3㎞ 거리의 능현리에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가 태어난 생가가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화려하지 않지만 3000여 평의 터에 명성황후 생가(경기도유형문화재 제46호), 기념관, 문예관, 감고당, 민속마을이 있어 여주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다. 조선의 역사를 승리의 역사로 이끈 철의 여인 명성황후! 명성황후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로 엇갈린다. 민치록의 외동딸로 태어나 9살 때 부모를 여의고 조선 26대 임금 고종황제의 황후가 되어 개화기에 쇄국정책을 펼치던 시아버지 흥선대원군과 대립한다. 뛰어난 외교력으로 개방과 개혁을 추진하다가 을미사변으로 일본인에 의해 시해당하여 파란만장한 일생을 마쳤다. 명성황후는 어렸을 때부터 총명하였고 친인척관계였던 대원군의 부인 민씨의 적극적인 추천과 명성황후의 친정이 단출한 것이 마음에 들었던 흥선대원군에 의해 16세에 왕비의 자리에 올랐다. 안동김씨의 외척 세도정치를 경계하던 흥선대원군이 가문은 빠지지 않으나 정치에 개입할 사람이 없다는 판단아래 명성황후를 왕비로 간택했지만 훗날 며느리에게 보기 좋게 당한다. 일본은 동학농민전쟁과 청일전쟁을 거치면서 조선정치에 깊이 개입하였고, 명성황후는 러시아를
2013-11-05 09:17우리말 사전에 ‘디지털 치매’라는 말이 생겨났다. 아는 길도 내비게이션을 켜놓고 가야 안심을 한다. 지도를 보고 찾아가는 것은 생각하기도 두렵다. 휴대전화 단축번호 사용으로 가족 간의 전화번호가 가물거릴 때가 많다. 모니터를 보지 않고 노래방에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다섯 손가락 셀 정도이다. 계산능력이 떨어져 스마트폰이나 계산기를 꺼내서 확인해야만 한다. 이것이 디지털 치매 현상이다. 지하철을 타면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대다수 사람들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전화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자책을 읽는 사람도 드물다. 메시지 읽고 보내기, 인터넷 검색, 음악듣기, 게임 등에 몰두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채팅과 게임이다. 사람들 손에서 신문과 책이 사라지고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문명의 이기를 따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스마트폰은 대인간의 관계를 단절하고 생각하는 능력도 퇴보시킨다. 무엇보다 중독 상태로 이르게 한다. 청소년 폭력문제도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가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는 소리도 늘고있다. 보도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 7명 가운데 1명이 스마트폰에 중독되어…
2013-11-05 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