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장맛, 고추장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고장 순창! 해마다 10월 말경에는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 일원에서 순창장류축제를 연다. 순창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물이 강천산이다.
강천산은 전국 최초 군립공원으로 깊은 계곡과 맑은 물, 기암괴석과 절벽이 어우러져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한때는 순창의 옛 이름 옥천에서 따온 옥천골이나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습의 용천산이라 불렀다. 이곳의 붉은 단풍, 맨발 산책로, 50m 높이의 구름다리, 120m 높이에서 떨어지는 구장군폭포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지난 11월 2일 청주의 백두오름산악회원들과 매표소, 병풍폭포, 깃대봉, 왕자봉, 북문터, 송낙바위, 구장군폭포, 구름다리, 강천사,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산행을 다녀왔다.
7시 40분 청주실내체육관 앞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호남고속도로 벌곡휴게소에 들렀다 88올림픽고속도로 순창IC를 빠져나온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을 지나고 792번 지방도를 달리는데 이른 시간부터 나들이 나온 차량들이 길을 막아 가다서다 거북이걸음을 한다.
강천산은 가을철에 제일 예쁘다. 이른 시간부터 나들이 나온 차량들이 길을 막아 10시 20분경 차에서 내려 매표소까지 한참을 걷는다. 입구를 지나 작지만 붉은 잎이 선명한 애기단풍이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처럼 일렬로 늘어서 맞이하는 산책길을 걸으면 가까운 곳에 병풍폭포가 있다.
병풍폭포는 높이 40m의 인공폭포로 자연형상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연미와 웅장함이 그대로 살아있다. 주변의 고운 단풍이 폭포와 어우러지며 등산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데 이 병풍폭포 밑으로 지나가면 죄지은 사람도 깨끗해진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고추장의 고장답게 병풍폭포를 막 지나면 고추모형이 많은 금강교를 만난다.
금강교를 건넌 후 오른편 산길로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금강교에서 깃대봉삼거리까지는 급경사 오르막이 길어 산행이 힘든 구간으로 처음부터 고생을 한다. 능선의 등산로를 따라 깃대봉을 지나고 조릿대가 늘어선 산길을 걸으면 왕자봉삼거리를 만나는데 이곳에서 200여m 거리에 왕자봉(높이 583m) 정상을 알리는 표석이 서있다. 강천산 최고봉이지만 나무들에 둘러싸여 조망이 없다.
왕자봉에서 직진하면 바로 구름다리로 내려가는 길과 연결된다. 금성산성 방향으로의 산행은 다시 왕자봉삼거리로 나가 형제봉삼거리를 지난 후 한참을 걸어 북문터로 올라가야 한다. 이곳에 오르면 병풍처럼 이어진 성벽에서 금성산성의 역사와 전통이 느껴진다.
조망이 좋은 곳인데 날씨가 흐려 지나온 봉우리만 보일뿐 담양호와 뒤편의 추월산은 구름이 가렸다. 그래도 강천산이 전북 순창과 전남 담양의 경계에 있어 읍내를 가로질러 섬진강의 물길이 되거나 담양호에 고였다가 영산강의 물길이 된다는 것을 이곳에서 확인한다.
성벽 길을 걷다가 강천저수지갈림길에서 왼쪽의 구장군폭포 방향으로 성벽을 내려선다. 철제계단이 길게 이어지는 산길을 지나느라 송낙바위를 보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비룡폭포에도 들리지 못했지만 늘 2%가 부족해도 재미있는 게 여행이다. 산 아래 사방댐 주변의 멋진 단풍이 산행의 피로를 단숨에 풀어준다.
구장군폭포는 높이 120m의 인공폭포로 마한시대 아홉 명의 장수가 죽기를 결의하고 전장에 나가 승리를 얻었다는 전설이 담겨있다. 시원스레 물줄기를 뿜어내는 폭포와 주위의 오색단풍이 비경을 만들어 늘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강천산 최고의 볼거리다.
폭포의 물줄기가 남근과 여근 형상이라 이곳에 성 테마공원을 설치했다. 팔각정자 등 쉴 곳이 많아 쉼터로 좋고 폭포 건너편의 절벽 중간에 보이는 굴이 수좌굴이다.
구름다리는 높이가 50m로 길이 78m의 주황색 현수교가 협곡 사이를 가로지른다. 구름다리에 오르면 관광객들의 움직임에 마음을 맡겨야 하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길게 줄서 사람들에 떠밀려 가야하지만 유난히도 곱게 물든 오색단풍으로 울긋불긋 사방에 한 폭의 그림을 그려놔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 드는데다 바닥에 구멍이 촘촘하게 뚫려 발아래편의 계곡이 그대로 보인다.
강천사는 선운사의 말사로 887년 도선국사가 창건 하였다. 임진왜란과 6.25동란 때는 전체 건물이 소실되는 화를 입었는데 옥개석의 일부분이 총탄에 의해 파손된 5층석탑(전북유형문화재 제92호)이 대웅전 앞뜰에 서있다.
사찰 밖 냇가에 억울하게 폐위된 신비를 복위시키려던 순창군수 충암 김정, 담양부사 눌재 박상, 무안현감 석현 유옥이 맹세의 표시로 관인을 소나무 가지에 걸고 상소를 올리기로 결의한 삼인대(전북유형문화재 제27호)와 수령 300여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모과나무(전북기념물 제97호)가 마주보고 있다. 여기서 삼인(三印)은 세 개의 인장을 뜻한다.
강천사를 나와 아래편으로 계곡을 따라 한참동안 단풍길을 걷는다. 이곳의 메타세콰이어가 늘어선 길과 맨발 트레킹코스가 있는 숲속산책로도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