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엄마의 사랑을 배우게 한 어미 고양이 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새로운 경험이 분명합니다. 우리 집 남매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키운 길고양이가 네 마리 새끼를 낳을 때는 산실을 만들어주고 아기 고양이가 자랐을 때는 우리 반 6학년 아이들에게 선물했습니다. 남매가 하교하고 집에 오면 쓸쓸할까 봐 고양이를 친구 삼아 놀게 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남매는 고양이를 기르며 생명의 소중함을 직접 배우게 했습니다. 산고를 치르는 고양이를 보며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생이던 남매는 눈물을 흘리며, "엄마, 양이가 너무 불쌍해요!" "엄마도 너희 둘을 양이처럼 아파하며 낳았단다." "엄마, 불쌍해!" 하면서 제 품에 안겨서 울던기억이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새롭습니다. 어미 고양이 양이의 산고를 지켜보던 그날의 생생한 체험이후 남매는더 따듯한아이가 되었지요. 지금과 달리 그 당시는 산실의 사진을 남길 수 없었던 시절이니 자신들의 출생 장면을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 엄마의 고통을 간접체험으로 배우며 더 따듯하고 사랑스런자식이 되었으니 고양이를 기르며 얻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언어로 가르치는 교육은 몸으로 체험하는 생생한 배움을 이기기 어려움을 어미
2020-02-04 14:42혜강 최한기를 처음으로 이정우 교수의 철학 강의에서 들었다. 우리도 서구의 니체에 버금가는 철학자가 있다고 하며 혜강의 기학(氣學)에 대한 소개와 그의 우주론과 과학적 세계관은 당시로는 지나치게 앞서간 철학자였다고 하였다. 서구의 철학이론을 좇아가며 공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가진 이러한 철학적 자산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기(氣)’를 연구한 사상이라는 말에 즉시 인터넷 서점에서 최한기의 『기학(氣學)』을 구입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그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이었다. 여름과 가을 내내 『기학(氣學)』은 언제 어디서나 나와 함께하였다. 도올 선생의 서문을 보고, 그의 충고대로 뒤편에 수록된 손병욱 교수의 ‘기학해제’를 읽고 도전하였다. 『기학(氣學)』의 본문은 점점 읽기가 벅차서 읽다가 접어두고 한참 쉬었다가 다시 읽기를 반복하였다. 어느새 새해를 맞이하였다. 나의 책 읽기는 더디고 이해 속도는 더 느리다.^^ 그러나 매력적인 용어들이 나를 빠져들게 한다. 혜강 최한기는 『기학(氣學)』을 통하여 우주의 본질은 '이(理)'가 아니라 '기(氣)'임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기는 일종의 생명 에너지로서 끊임없이 운동한
2020-02-04 14:35가을 송 찬 호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가슴을 스치자, 깜짝 놀란 장끼가 건너편 숲으로 날아가 껑,껑, 우는 서러운 가을이었다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엉덩이를 때리자, 초경이 비친 계집애처럼 화들짝 놀란 노루가 찔끔 피 한방울 흘리며 맞 은편 골짜기로 정신없이 달아나는 가을이었다 멧돼지 무리는 어제 그제 달밤에 뒹굴던 삼밭이 생각나, 외딴 콩밭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산비알 가을이었다 내년이면 이 콩밭도 묵정밭이 된다 하였다 허리 구부정한 콩 밭 주인은 이제 산등성이 동그란 백도라지 무덤이 더 좋다 하였다 그리고 올 소출이 황두 두말가웃은 된다고 빙그레 웃었다 그나저나 아직 볕이 좋아 여직 도리깨를 맞지 않은 꼬투리들이 따닥 따닥 제 깍지를 열어 콩알 몇 낱을 있는 힘껏 멀리 쏘아 보내는 가을이었다 콩새야, 니 여태 거기서 머하고 있노 어여 콩알 주워가지 않구, 다래 넝쿨 위에 앉아 있던 콩새는 자신을 들킨 것이 부끄러워 꼭 콩새만한 가슴만 두근거리는 가을이었다 감상 송찬호 시인의시집을 읽었다. 붉은 나막신이다. 다른 일로 바빠 아직 못 읽고 있다. 어서 읽어야 할 텐데… 새 시집을 읽기 전에 아무래도 예전…
2020-02-04 14:34문맹률 제로, 공교육의 책무입니다 저는 1980년 10월28일, 부임 나흘째 되던 날,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바닷가 마을 00초등학교 4학년학생48명 앞에 섰습니다. 간단한 소개와 부임인사를 하고 그날 일정대로 10월말 학력평가지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학생 실태조차 미리 알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선생님이 열심히 가르칠 테니 여러분도 열심히 공부해주기 바랍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10월 말 시험을 치르는 날입니다. 국어 시험지를 잘 읽고 답을 적어서 내주기 바랍니다." 그런데 시험을 나눠준 지 10분도 되지 않아 다 했다는 아이들이 열 명을 넘었습니다. "우와, 공부를 참 잘하는 친구들이 많은 가 보구나. 자기 이름을 꼭 썼는지, 빠뜨린 답은 없는지 꼭 확인하세요. 다했다는 친구들 시험지를 좀 볼까요? " 그 순간 저는 놀라고 말았습니다. 15명의 아이들이 보여준 시험지에는 아는 글자 한두 글자를 칸마다 적어놓았습니다. 번호를 쓴 것도 제대로 맞춘 것이 없었는데 더욱 놀라운 것은 너무나 태연한 아이들 모습이었습니다. 48명 중에 15명이 글자를 모르다니! 그것도 고학년을 바라보는 10월 말에! 겁에 질린 24살
2020-01-28 13:27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교육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중에 교사의 자질과 능력을 깊게 신뢰하지 않는다는 결과는 충격적이다. 신뢰도 점수가 5점 만점에 2.79점에 불과했다. 또 교사 자격증이 없더라도 학원 강사 등과 같은 현장 경험 전문가를 교사로 초빙하는 방안에 학부모의 56.1%가 동의했다. 98%에 달하는 응답자는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킨다고 했다. 한마디로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깊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에서 비롯된 요인이 있다. 교육은 국가의 백년대계로 구축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교육에 대한 철학과 성찰이 없이 진영 논리에 따라 정책들이 빈번하게 만들어진다. 그에 대한 부작용과 파행이 결국 학부모들이 교육에 불만족을 갖게 했다. 교사의 신뢰도가 낮은 이유도 정부의 오락가락 하는 정책의 혼란을 교사들이 그대로 뒤집어쓴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교사의 수준은 이미 세계에서도 인정을 했다. ‘매킨지 보고서’는 한국 교사를 OECD 국가 중 가장 우수한 교사 집단으로 꼽았다. 교육 강국인 싱가포르는 상위 30%, 핀란드는 상위 20%의 인력이 교사가 되는데, 한국은
2020-01-28 11:48토인비가 부러워한 한국의 아름다운 가족제도 1년을 살려거든 곡식을 심고, 10년을 살려거든 나무를 심으며, 백 년을 살려거든 德을 베풀어야 한다. 덕이란 人物을 두고 하는 말이다.『화식열전』에서 ▲ 아이들이 직접 쓴 대본으로역할놀이 중인 영암 덕진초 2학년 제자들, 그리움으로 남은 풍경 德이란 곧 인물이니 敎育을 말함이다. 금세기 최고의 지성 토인비에게 어느 기자가 물었다. 만약 지구가 멸망해서 다른 별로 이주할 때 오직 한 가지만 가져가야 한다면 선생님은 도대체 무엇을 가져가겠느냐고. 토인비는 촌각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한국의 가족 제도를 가져가겠노라고. 율곡 선생은 선비의 온갖 행위 중에 효제가 근본이라 하였으며 삼천 가지 죄목 중에 가장 큰 죄목이 불효라 하였다. 민족의 명절 '설날'이지났다.며느리 사표니, 고부간의 갈등이니, 말들이 많다. 명절을 없애자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이러다가 가족 간에 최소한의 예조차 거부하는 세상이 도래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하기야 교실에서조차 온당한 가르침을 거부하는 학생들이 배움을 방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상이니 더 말해 무엇 하랴! 이제 바
2020-01-28 11:19‘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손꼽아 기다리는 설날을 맞이한 기쁨과 즐거움이 노랫말에 스며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마음이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달력에 빨강 색으로 칠해진 설날, 아이들이 손꼽아 기다렸던 명절 설날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19세기 세시기(歲時記)인 경도잡지(京都雜誌), 열양세시기(列陽歲時記)에는 음력 새해 첫날인 설날에는 아침 차례상을 통해 조상에게 인사를 하고 웃어른에게 세배하는 것으로 전한다. 그리고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설날에 떡국과 만두를 먹는 것은 돈 많이 벌고 복 받으라는 중국 풍습에서 왔다고 한다. 한편 설날을 원단(元旦), 세수(歲首), 연수(年首)라 하고 한자로는 신일(愼日)이라고 쓰기도 하는데 ‘근신하여 경거망동을 삼간다.’는 뜻이다. 묵은 1년은 지나가고 설날을 기점으로 새로운 1년이 시작되는데 1년의 운수는 그 첫날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던 탓이다. 이러한 설날은 가족, 이웃, 지인들끼리 덕담을 주고받으며 한해의 운수대통을 축원하는 세시풍속으로 대보름까지 15일 정도 지속하였다. 설날은 언제나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내일, 모레, 고페(글피), 고고페(그글피)…. 설레는 마음으로
2020-01-28 11:16생각하지 않는 독서는 위험하다 -쇼펜하우어 스위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영어나 산수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가만히 앉아 선생님 말씀에 집중하기, 줄 서기, 다른 아이 괴롭히지 않기 같은 것을 배운다는 것. 노르웨이 초등학교에서는 장래 희망을 이야기할 때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를 포함해서 이야기하도록 가르친다고 한다. 패자에게 벌을 주지 않는 북유럽 사회의 모습은 생각해 볼 여지가 많다. 그렇다고 뭐든지 따라 하자는 건 아니지만 취사선택은 할 수 있으리라. 지난 해 스승의 날을 폐지하자며 청와대 청원 글을 올린 선생님의 이야기에 한숨이 나온다.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선생님을 힘들게 하는 것도 학생보다 학부모 민원이라고 하니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모든 인간관계는 양면성이 있으니 어느 한쪽만을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도덕률이나 인간다운 자세만은 그곳이 어디든 지켜져야 함을 생각하게 된다. 서두에 인용한 스위스 유치원 교육의 모습이나노르웨이 교육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는 요즈음이다. 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은 얼킨 실타래처럼 풀기 어려운 문제로 보여서다. 대단한 독서가였던 쇼펜하
2020-01-21 16:05십여 년 전으로 기억된다. 전라남도 장흥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물과 숲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장흥읍을 가로질러 흐르는 탐진강에선 물축제를 하여 사람들이 무척 많았었다. 편백숲 야영장에서 텐트를 치고 산림욕을 하였고, 장흥 삼합(쇠고기, 키조개 관자, 표고버섯)을 구웠다. 이 아름다운 장흥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다시 읽었다. 오래전 여행지에서 본 구불구불한 해안선과 한적한 바다 풍경, 소등섬의 일몰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아이들은 해수욕장에서 파도와 놀았지만 나 혼자 비상학의 전설을 찾아 계속 바다 위를 바라보았었다. 소리꾼 아버지와 눈먼 딸 그리고 이복 오라비의 기구한 운명은 가슴에 한을 품게 하고, 그 한을 다만 소리로 풀어내고 있다. 사내가 찾아갔던 그 장흥의 마을 주변에서 나도 내 마음에 얽혀있던 어떤 것을 풀어내고 싶었으리라. 사내는 갈수록 발길을 서둘러 댔다. 사내는 새삼 표정이 긴장되기 시작했다. 산길이 제법 높아 그런지 저녁 해는 회진 쪽에서보다는 아직 한 뼘 길이나 남아 있었다. 이제 마지막 산모롱이를 하나 올라서고 나면 거기서 다시 오른쪽으로 길게 뻗어 들어간 선학동 포구의 긴 물길이 눈앞을 시원히 막아 설 것이었
2020-01-21 16:05어느새 교단을 떠난지 4년이 되어간다. 흔히들 시원섭섭하다는 말을 하는데, 나 역시 교단을 떠나는 마음이 그랬다. 무너진 교실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 시원했다면 교직 32년간 기본적인 수업외 눈썹 휘날리게 해온 학생들 글쓰기며 학교신문 및 교지제작 지도를 계속할 수 없음이 섭섭하게 다가왔다. 지금도 그렇다. 그런 섭섭함과 상관없이 흐뭇한 소식들이 지난 달 연달아 전해졌다. 먼저 ‘제17회올해의 스승상’ 시상식 소식이다. 7명의 교사가 교육부·조선일보사·방일영문화재단이 공동 제정·시상하는 ‘제17회올해의 스승상’을 수상했다. 수상 교사들에게는 각 2,000만 원의 상금과 해외연수 기회가 주어진다. 2002년 제정돼 지금까지 221명의 교사가 상을 받았다니 흐뭇한 일이다. 사실 나로선 아쉬움이 있는 올해의 스승상이다. 군산여자상업고등학교 근무 때 1차심사를 통과해 2차 현지실사까지 받은 적이 있지만, 어찌된 일인지 최종 수상 교사 명단엔 들지 못해서다. 이후 ‘남강교육상’ 수상자가 되어 눈썹 휘날리게 해온 학생 지도에 대한 공적을 인정받은 셈이 되긴 했지만, 올해의 스승상 시상식 소식을 대할 때마다 그때의 아쉬움이 솟구치곤 한다. 그런 아쉬움이 전혀 없는,…
2020-01-15 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