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26일 인도네시아교원협의회(PGRI) 주최 ACT(ASEAN Council of Teachers) 국제세미나에 다녀왔다. 이번 세미나의 주목적은 한국교총이 아세안교원연합회와 협력단체로 활동하기 위해서 서로의 활동을 배우고 공유하는 데 있었다. 필자는 이번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교육과 교총의 역할에 관한 발표를 맡았다. 그동안 공립학교 교사로서 외국 학교 선생님들과 많은 활동을 했지만 이런 국제적 세미나에서 1시간 동안 발표를 하는 것은 무척 긴장되고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자카르타에 도착할 때까지 6시간 동안 세미나를 위한 자료를 점검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인도네시아 교포의 도움을 받아 간략한 소개와 인사말 등을 인도네시아어로 준비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4시 넘어 출발한 비행기는 저녁 8시 자카르타에 도착했고 호텔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다 되었다. 인도네시아 선생님 파이살(Faisal)이 내일 아침 일정과 인도네시아 전통의상 '바틱(Batik)'을 가져다주며 다음날 일정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한 자료를 가지고 세미나 장으로 향했다. 외국 손님들 중에서는 필자가
2011-12-08 10:0512월, 또다시 학년 말이 되었다. 기온 뚝 떨어진 거리에는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딸랑거리고 직장인들은 망년회 얘기로 의기투합을 한다. 학교도 기말고사가 끝나고 진학문제와 학년 마무리로 바쁘다. 그리하여 선생들은 나이스를 붙잡고 손가락이 뻐근하다. 선생은 그렇다 치고 학생들은 안녕한가. 아침에 까맣게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 꼭 무슨 콘서트의 방청객으로 오는 아이 같다. 왁자지껄 발걸음도 가볍다. 패션 가방을 매고 오는 아이, 빈손으로 오는 아이, 제각각이다. 가방을 맨 아이가 기특하다 싶어 물어보면 등을 따뜻하게 해주니까 맨단다. 그리고 가방을 매야 패션이 완성된단다. 가방 속엔 달랑 책 한두 권과 머리빗, PMP가 전부인 아이. 여학생 가방에는 BB크림과 매니큐어, 헤어 스트레이터가 눈에 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천만다행 슬리퍼를 신고 등교하는 아이는 줄었지만, 학생 차림이 아니다. 머리를 퍼머하거나 염색하고 쉬는 시간마다 거울 속으로 들어가려는 아이들. 교복이 아닌 패딩점퍼를 입고 멋스러워 하는 아이들. 아, 우리 선생들도 저렇게 입고 다녀볼까나. 자율이란 명분으로 일탈 한 번 누려볼까나. 학생들의 80% 정도가 이런 모습이라면 과언일까. 이제는 너 나 할
2011-12-08 09:59부산 벡스코에서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세계개발원조총회가 2박 3일 동안 있었다. 세계 160여 개국 대표와 70여 개 국제기구 대표 그리고 의회·민간단체·학계 대표들은 ‘효과적인 개발협력을 위한 부산 파트너십(부산선언)’을 채택하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그리고 민간까지 함께 동참하는 협력체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했다. 원조를 받던 나라들 중에서 유일하게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된 우리나라. 그리고 원조물자를 받아들이던 부산항에서 새로운 원조의 패러다임을 논하고 전파하는 제 4차 세계원조총회가 열리는 부산항. 벡스코 회의장에서 많은 내외국 귀빈들과 젊고 아름다운 우리의 젊은 자원봉사자들의 활발한 물결을 흐뭇하게 바라보노라니 문득 옛일이 생각난다. 40여년 전 초등학교 다닐 때 점심시간에 지급받은 구호물자로 만든 옥수수빵과 우유가루과자. 차마 혼자 먹지 못하고 입만 다시다가 고스란히 들고 집으로 가면 환호하며 반겨주던 세 여동생들. 그들과 나눠먹던 그 시절의 그 빵이 주는 달콤함과 행복감은 벌써 아득해졌지만, 우리나라는 어느새 가난한 이웃 국가들에게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나라가 된 것이다. 이 얼마나 복된 일인가. 이번 총회가 한 가지
2011-12-05 10:46입학사정관 제도가 도입되더니 2011년에는 고등학교에 ‘진로진학상담 부장’이 새롭게 임명 됐다. 교육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진로교육의 이론적 토대 위에서 입시위주의 교육을 창의성과 개성을 존중하는 21세기 선진 교육 패러다임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개혁이 시동된 것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과 더불어 정부가 추진해 나가고자 하는 교육 패러다임 선진화의 방향을 진로교육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제시해 본다. 우리나라는 1997년 경제위기로 인해 국제 통화기금(IMF)의 관리를 받게 되었다. 경제 주권을 잃고 타의적 구조조정에 의해 국민들이 대량적 실직, 조기 퇴직, 파산 등의 고통을 당하게 된 것이다. IMF 경제위기 이후에도 만성적 고실업 저성장이 지속되고. 소득의 양극화 및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다. IMF 경제위기는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실천을 모색하는 시발점이 됐다. 광복 이후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은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어 왔지만, IMF 경제위기 이후 학부모들의 교육비 부담이 더 어려워지면서 개혁이 절실해졌다.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은 무의미한 단편적 지식의 암기교육 심화, 협동 보다는 비인간적
2011-12-01 17:56내년에 새로 발간하게 될 중학교 국사교과서 가운데 현대사 부분 기술의 기준이 될 집필지침문제가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인가, 혹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 단순한 민주주의 국가인가 하는 문제들이 제기된 것이다. 사회일각에서는 이 논란을 단순히 좌파와 우파의 ‘이념전쟁’ 혹은 ‘문화전쟁’ 정도로 치부하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명실공이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좌․우나 진보․보수라는 당파적 입장을 떠나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해야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공동체의 정당성과 엄숙성을 음미하는 문제에 있어 좌파라고 해서 다르고 우파라고 해서 다르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더욱이 청소년 세대가 건강한 국가의식과 건전한 역사의식을 가져야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또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정체성을 구성하는 도덕적 가치관이 어디 있으며, 우리 삶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가를 ‘올바로’ 또 ‘정확하게’ 인식하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광복된 지 3년 뒤 같은 날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건국됐다. 그리고 1948
2011-12-01 17:52정말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내 주위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대학을 갓 졸업한 신임 교사가 학업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 몇 명을 데리고 방과후에 지도하려고 했더니 아이들은 학원 버스를 놓치기 때문에 안 된다고 아우성이고 다음날 학부모는 학원 버스 놓치게 했다며 항의했다고 한다. 하교하다가 염소가 쳐다본다는 이유로 몽둥이로 때려죽인 중학생, 복도에 가래침 뱉는 모습을 본 선생님이 나무라자 “언제 뱉었느냐”며 “학생이 말하면 선생님이 믿어야지 누가 믿느냐”고 오히려 큰소리치는 고등학생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교원들은 절망하고 회의론자나 방관자가 될 수밖에 없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우선 학교에서 애를 많이 써보자. 경쟁보다는 바른 품성 교육을 해야 한다. 대구에서 ‘아침 10분 독서 운동’이 많은 효과를 본 것처럼 ‘아침 10분 바른 품성 교육’을 전개하자. 기본 질서를 지키고 자신을 절제하며 웃어른에게 공손한 태도를 갖추고 가족과 친구, 사회를 소중히 여기도록 하는 교육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해나가야만 한다. 참으로 다양해 어떤 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학생들의 생활 지도를 위해 교원들이 부단한 연
2011-12-01 17:51이제 곧 겨울이 찾아옵니다. 나무는 자신이 지니고 있던 나뭇잎을 떨구어 내고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아픔일지라도 제 때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나무는 서슴없이 그 일을 합니다. 이는 위대한 자연이 제 때 제 할 일을 스스로 하는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해야 할 일을 제 때 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자연에게서 배우고 느낍니다. 필자는 지난 3월부터 갓 태어난 외손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스스로 해야 할 일을, 그것도 앞뒤를 가려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다’라고 답할 사람이 많을 줄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는 생각을 다르게 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아기는 제 때 해야 할 일을 놓치지 않고 스스로 터득하며 자라고 있기 때문입니다.(이는 필자에게 감동으로 다가와 너무 감격한 나머지 어떤 때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가누지 못하던 목을 가누고, 몸을 옆으로 뒤집고, 배로 기다가 어느 순간 무릎으로 기고, 앉고 일어서고. 이 모든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누구인들 감동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는 마치 자연이 제 때 해야 할 일을 제 때에 하는 것과 같은 자연스런 현상과 다르지 않다고 저는…
2011-12-01 17:49학생은 왜 학교에 가는가? 학교가 학생에게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표현대로 매우 썰렁한 농담이다. 여기 농담보다 더 썰렁한 현실이 있다. 한 교직단체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잠을 잘 권리가 있다’라는 문항에 설문 대상 학생 1649명의 65.3%는 ‘그렇다’라고 대답했단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설문을 실시한 의도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가뜩이나 요즈음 학생의 인권과 교권이 충돌하며 내는 파열음에 학교 현장이 어지러운 시점에서 말이다. 수업 시간에 잠을 자지 말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권리일 수 없다. 등굣길에서 선생님을 만날 때 인사를 나누는 것은 상식이며 예의이다. 웃어른에게 인사하지 않는 것도 권리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미숙한 사고의 소치이다. 수업 시간에 잠을 자지 않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상식이며 나아가 학생의 본분이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에 ‘잠잘 권리’ 외치는 학생 이런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날이 지난 11월 2일이다. 공교롭게도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하루 앞둔 날이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은 어떤 날인가? 일제 치하에서 우리 학생들이 민족적 자존심과 독립정신으로 누구의 지시도 없이 자발적으로 분연히
2011-12-01 17:48사람을 그리워 해 본 적이 있는가. 사람이 사무치게 그리워 목숨이 사위어 간 적이 있는가. 나는 절해고도(絶海孤島)에서 1년 넘게 머물며 사람을 갈망해 본 적이 있다. 파도와 바람과 갈매기 울음이 전부인 바다. 밤이 되면 악몽처럼 사람이 그리워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멀리서 어선의 통통거리는 소리만 들려도 눈물이 났다. 물고기는 물고기끼리, 갈매기는 갈매기끼리 어울려 산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사람 냄새에 굶주린 나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젊은 시절, 끝없는 전라도 길을 여행하면서 사람을 그리워 해 본 적도 있다. 어두운 밤 산 하나를 넘으면 또 산이 가로막고. 듣는 소쩍새 소리는 무섭다기보다 차라리 반가웠다. 정말이지 아무 집이나 숙식을 청하면 하룻밤을 재워 주었고, 초로의 집주인이 정갈한 밥상을 챙겨주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폰만 터치해도 아무에게나 연락할 수 있다. 그토록 바라던 사람과의 어울림이 이루어졌건만 왜 허망함이 앞서는 것인가.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면 외롭지 않을 줄 알았는데, 섣부른 판단이었다. 사람이 늘면 늘수록 역설적으로 외로움이 깊었다. 어쩌면 ‘외로움’이
2011-12-01 17:41‘인간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일까?’ 모든 사람이 갖는 원론적 질문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질문을 적용하고 풀어가는 방식은 각자 다를 수 있다. 교육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교육의 관점에서 인간의 지향 정신을 소화해 낼 것이다. 하지만 인간과 교육을 연결하는 원론적 질문은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교사에게 먼 이야기처럼 들리기 쉽다. 쏟아지는 사무와 밀려오는 수업․학생지도의 부담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교사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들은 외형적으로 소위 ‘준비된’ 교사를 배출한다. 만약 그 대학들이 교사자격증 수여를 대학 존립의 요건으로만 여기고 그것의 본질적 가치를 소홀히 하면, 그 양성교육은 근무요령이나 교수기술 습득에 주력하는 생계형 직업 교육의 틀에 머물 수 있다. 그런 과정에 의해 양성된 교사는 특히 초임 시절 시행착오가 많기 마련이고 그들이 담당하는 학생들은 불확실성에 노출된 실험 집단 또는 방치 집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적 가치를 지향하면서 그것을 학교현장에서 구현해 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는 탐구형 교사가 배출되어야 한다. 그런데 거시적 교육관과 미시적 수업 내용 및 교수법을 포괄하는 다양
2011-11-29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