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교원문인들로 이루어진 교원문학회(회장 김계식)의 발행인 장세진 평론가(전 군산여상 교사)가 지난 5일 문학평론집 ‘서사성과 형식미’(신아출판사, 2만 원)를 펴냈다. ‘서사성과 형식미’는 문학평론집으로만 국한하면 8번째, 영화평론집이나 산문집 등 다른 장르들까지 망라하면 총 49권째(편저 4권 포함) 장세진 지음의 책이다. ‘미국영화 톺아보기’ 이후 1년 만에 펴낸 또 한 권의 새로운 평론집이다. 전북문화관광재단 기금을 지원받았다고는하지만, 왕성한 필력이다. ‘서사성과 형식미’ 수록 글은 대부분 ‘시대현실과 비판의식’(2014) 이후 쓴 평론과 칼럼들로 동인지나 신문 등에 발표한 것들이다. 비평 대상으로 삼은 작품들은 상당수가 밀리언셀러나 베스트셀러, 나름 화제를 모은 소설과 수필들이다. 이 책은 그런 작품들인 ‘82년생 김지영’·‘풀꽃도 꽃이다’·‘정글만리’·‘칼의 노래’·‘한국이 싫어서’·‘무소유’ 등을 꼼꼼히 읽고 구체적으로 조모조목 살펴보는 실제 비평 모음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주례사 비평 따위를 배격하고, 장·단점을 분명히 가려 독자들의 작품이해를 돕는 것이 다른 비평집과의 차별성이다. 무엇보다도 외국 문학이론 원용이라든가 난해하고…
2021-11-09 10:04우리 부부, 라이딩이 취미다. 단골 라이딩 코스는 황구치천. 상류 쪽으로는 왕송호수까지, 하류 쪽으로 고색교까지는 수 십 차례 라이딩했다. 10월의 마지막 낮, 이번엔 칠보산까지 가기로 했다. 매연 마시며 차도 따라서 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부부만의 코스를 마련한다. 오늘 자연과 벗하는 멋진 코스를 발견했다. 구운동 우리 아파트에서 일월천을 따라 가면 황구지천으로 연결된다. 항구지천에서 금곡교를 지나 호매실교 직전 호매실천이 합류한다. 호매실천을 따라 올라가면 바로 호매실천 산책로가 이어진다. 하천 정비가 잘 되어 있고 산책로가 완전 나무 그늘이다. 이어 물향기 공원이 나오고 칠보산 자목마을 입구가 나온다. 맷돌화장실을 지나 용화사 입구 홍단풍이 등산객을 반겨준다. 자전거를 주차하고 본격적인 산행 시작이다. 일요일인데다 날씨도 산행하기에 좋아 가족 단위, 친구 단위 등산객이 대부분이다. 유아들도 가족과 손잡고 즐겁게 산에 오른다. 그렇다 칠보산(238m)은 높이가 낮아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은 뒷동산 오르듯 여기를 찾는다. 등산 초입은 1960~1970년대 조성된 리기다소나무가 많지만 위로 올라가면 활엽수가 대부분이다.…
2021-11-01 19:18“세상에, 유튜브 생방송 출연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TV 방송 출연 몇 차례 경험이 있어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전세계 생방송에 정신적 부담이 컸었나 보다. 또 콘테스트라는 경연 형식이 나에게 긴장감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비대면 시대 평생학습 홍보면에서는 큰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지난 22일 오후 '평생학습 인생토크 콘테스트'에 참가하고 귀가한 나에게 아내가 한 마디 건넨다. ”당신 발표하는 것 보았는데 왜 그렇게 못해요. 평상 시 당신 같지 않고 마치 혼이 빠진 사람처럼 보이는데 무슨 일 있었어요?“ 내 답변은 ”당신 출연자 발표 소감 안 보았나요.발표 중간에 진땀이 흐르고 정신이 혼미해 이러다가 쓰러지는게 아닌가 하는데 간신히 정신차려 버텨 냈어요.“ 수원시가 주최하고 수원시글로별평생학습관이 주관한 제15회 수원시 온(ON/溫)택트 평생학습축제가 22~-23일열렸다. 수원시평생학습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행사 표어는 ’e래야 평생학습? e래서 평생교육!‘. 이번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는 '평생학습 인생토크 콘테스트'였다. 자칭 평생학습 실천자이고 홍보 대사인 필자는 이번 행사를 단체 카톡방, 밴드, 페북 등을 통한 홍보에 나섰다…
2021-10-28 12:18이 책의 저자 앙리 보스코를 알게 된 것은 가스통 바슐라르의 책을 통해서이다. 바슐라르는 보스코의 작품 속 ‘불 켜진 램프’에서 인간의 형이상학적 기다림, 초월을 향한 꺼지지 않는 내밀한 갈증을 읽어내었다. 그의 책에 유난히 많이 인용된 앙리 보스코의 글이 무척 궁금하였다. 그래서 검색하여 우리나라에 번역된 두 권의 책을 주문하였다. 그중 제목이 인상적인 '반바지 당나귀'를 먼저 읽었다. 마치 헤르만 헤세를 연상시키는 푸른 숲이 있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사이프러스 나무에 기대어 서서 푸른 하늘과 그 사이로 지나가는 흰 구름처럼 어떤 세계와 영혼과 사물이 신비로운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듯 느껴졌다. 이야기의 시작은 남프랑스 지방의 시골 마을에 사는 한 소년의 시선이 저 높은 산위에 자리 잡은 어떤 신비한 영토로 향한다. 그곳에는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는 수수께끼 같은 노인이 살고 있다. 그는 필요한 일이 있을 때면 당나귀 한 마리를 마을에 내려 보낸다. 겨울 추위가 시작될 즈음이면 바지를 입은 채 나타나는 이 당나귀는 조용하고 겸손하며 영특하고 어딘지 모를 경이로움까지 느껴진다. 마을의 소년 콩스탕탱은 이 당나귀에게 이끌려 산위 불모의 땅까지 이르고
2021-10-20 17:50오늘은 노트북을 펼치고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지난주 읽은 책을 손에 들고 뒤적거렸습니다. 이렇게 서평쓰기는늘 숙제처럼 저와 함께합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도서관과 오래된 책 냄새를 아끼는 사람이지만, 막장 책에 관한 글의 서두가 풀리지 않을 때는 참 난감합니다. 결국 낡은 수첩을 뒤적거렸습니다. “신이 선물을 보낼 때는 ‘문제’라는 종이에 포장해서 보낸다.”, “결국, 원칙을 지키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이야기이다.” 수첩에는 몇 년 전의 고민이 가득하였고 자신을 다독이는 글귀들로 스스로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힘들지 않은 때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첩에 해야 할 일들을 번호를 붙여 꼬박꼬박 적어 나가고 있었습니다. 매주, 매월 언제나 일이 없었던 적은 없었고 새로운 일들도 만들었습니다. 원고 마감 날짜, 학교 독서장원선발대회 준비, 고사 출제, 학생부 마감 외에도 수많은 고민과 자신에 대한 질책들을 행간에서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중 제 마음에 들어온 한 구절은 “관심은 마음에 심는 것이다. 신데렐라처럼 마법의 구두가 있다면 그것은 관심이다. 구두는 발에 신는 거지만 관심은 마음에 심는 것이다. 아이에게 보내는 관심은 아이의 미래
2021-10-08 12:22인간관계의 고통 나는 모임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한 번 가입한 모임은 쉽게 나오지 못한다. 모임을 즐기는 편은 더욱 아니다. 모임의 총무 역할 때문에 나오고 싶어도 빠지지 못하는 모임도 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모임을 못한지 1년 반이 넘었다. 그런데 모임을 하지 않아 오히려 마음이 편한 측면도 있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만든 모임이라 오래된 모임이지만 만날 때마다 괴로움을 안기는 친구가 있어서다. 시작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말을 끊지 않고 그것도 큰 소리로 계속해서 말하는 친구다. 다른 사람의 말은 들을 생각이 아예 없으니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는 순간까지 들어주다보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아프다. 모임에 가서 친구들과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수다를 떠는 것은 가끔 재미를 안긴다. 그런데도 그 친구 말을 들어주다보면 뭘 먹었는지 음식 맛조차 생각이 안날 정도로 정신이 혼미하다. 학창 시절엔 말없는 친구였는데 그렇게 변할 걸 보면 사람의 모습은 천차만별로 변하는 모양이다. 오늘의 나 역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곱게 늙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럴지도 모르지 않은가. 대화가 불가능한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엄청난…
2021-09-23 09:409월 14일오후 두 시, 수강생 7명이 모두 모였다. 여기는 권선구 구운동 코오롱하늘채 아파트 경로당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스마트폰이 즐거워‘ 수업을 하기 위해서. 오늘이 4회차 수업인데 진도를 나갈수록 배움의 열기가 뜨겁다. 오늘은 또 무엇을 배울까? 손 안의 컴퓨터라는 스마트폰 활용법을 배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업이 있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이 기다려진다. 경로당 어르신들, 정보화 시대에 정보 소외 계층이다. 정보 사각지대에 놓였다.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교류를 해야 하는데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 겨우 한다는 것이 전화걸기와 받기다. 초보를 간신히 벗어난 분은 문자나 카톡 보내고 받기 하는 정도다. 모르는 것 자식에게 물어보면 처음엔 가르쳐 준다. 다시 물어보면 자식이 답답해 하면서 면박을 준다. 결국 스마트폰 배우기를 포기하고 만다. 세상과 동떨어지는 출발인 것이다. 김재섭 경로당 회장은 수원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아파트 학교 네모의 꿈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여 지원 통보를 받았다. ’스마트폰이 즐거워‘ 수업을 11월 11일까지 총 10주간 20회차 40시간을 배운다. 경로당이 교실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 주에는 강사가 제시한 단락을
2021-09-23 09:09"지르렁 지르렁 지렁 지렁 지르렁” 작은 방울을 흔드는 것처럼 계속해서 울어대는 가을벌레들 때문일 것이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유난히 잠이 많은 나에게 이런 일은 드문 일이다. 어쩔 수 없어 책 한 권을 들고 같이 자는 사람을 방해할 수 없어 거실로 나왔다. 제법 서늘한 바람이 창문을 넘어서고 그 사이로 내가 사랑하는 화단에는 무수한 꽃무릇이 살아있음을 증명하듯 꽃망울을 땅으로부터 밀어 올리고 있다. 겨우내 푸른 푸른 잎으로 창창하던 모습이 사라진 자리에 그리움처럼 붉은 꽃이 피어난다. 이제 곧 '어리석자의 정원'에 붉은 꽃잔치가 열릴 것이다. 가지고 나온 책의 제목은 『인생의 황혼에서』였다. 이 책은 헬렌 니어링이 수많은 글에서 깨달음을 얻었던 부분을 모아놓은 노년의 삶에 대한 명상서이다. 예전에 무척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그녀 부부의 이야기를 쓴 다른 책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와 건강한 자연 요리에 대한 책 『소박한 밥상』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늘 바쁘고 정신없는 삶을 사는 나는 그녀의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을 동경하였다. 이 책의 저자인 헬렌 니어링은 남편 스콧 니어링과 1932년 도시를 떠나 낡은 농가
2021-09-09 13:42인생의 길잡이 책 여행길에 단 한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고를 것이다. 365일 동안 금언처럼 읽을 수 있도록 편집된 책이다. 붓다의 어록을 바탕으로 깔고 있지만 현대적이고 시사적인 문제들을 함께 다루고 있는, 매우 세련된 책이다. 책을 읽을 수 없는 날, 마음이 불안한 날, 삶이 서글픈 날, 세상이 무섭고 사람이 싫어지는 날에는 친구를 찾듯 이 책 속으로 숨곤 한다. 이젠 책장이 닳아서 너덜거리지만 그래도 가장 눈길이 가는 책이다. 누군가 나에게 딱 한 권의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젊은 날 나는 성경을 달고 살았다. 힘든 서울 생활 속에서 주경야독의 시간을 견뎌낼 때, 내 곁에서 스승의 역할을 해준 건 성경의 잠언과 시편이었다. 나에겐 여러 권의 성경이 있다. 내 신앙생활의 길이만큼, 깊이만큼 책장 곳곳에 자리한 성경책. 그러나 목회자에 데인 상처로 성경마저 내 곁에서 밀어낸지 10년이 다 된다. 그 성경을 믿는 사람들이 보여준 다양한 형태의 눈속임에 질려서 교회를 뛰쳐나오고 말았지만 후회는 없다. 종교도 사람이 만든 것이니 어찌 완벽하랴! 그럼에도 내 인생을 지켜낸 일등공신은 성
2021-09-02 17:46책으로 만나는 미래 인간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지구 상에 등장한 이후 가장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 중이다. 나는 지금 휴대폰의 메모 기능을 활용하여 병원대기실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하는 중이다. 펜도 종이도 없이 휴대폰과 손가락 두 개만으로 무한정 기록이 가능한 세상속에 살고 있으니 참으로 매력적인 세상이 아닌가! 중요한 것은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씨앗이다. 생각도 씨를 심어야 자란다. 빌미를 제공해주고 부지런히 물을 주는 일은 식물을 기르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생각하는 뇌로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일이 중요하다.직접 체험이 가장 좋지만 대부분의 경험은 책이라는 시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것만으로 대체할 수 있다. 10여년 전 어떤 계기로 평생의 종교를 내려놓은 후, 미래가 불안하고 현실이 힘들 때가 더 많다. 절대신은 꼭 있어야만 된다고, 억울한 현재를 사는 사람들을 보생해줄 신은 인위적으로라도 만들어서라도 곁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에 의지하여 기도를 하고 감사로 마무리하며 잠들던 시간들이 참 좋았다. 어쩌면 내가 믿었던 신 덕분에 나는 삶에 희망을 걸고 달릴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2021-08-31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