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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객원지휘자 김보미가 선사한 <내 마음속 Playlist 콘서트 다이어리>

수원시립합창단 제187회 정기연주회 관람기

 

창단 41년을 맞은 세계 정상의 합창음악을 지향하는 수원시립합창단. 수원시립합창단의 제187회 정기연주회 <내 마음속 Playlist '콘서트 다이어리'>가 지난달 27일 저녁 7시 30분에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번 연주회는 동양인 최초로 그리고 여성 최초로 '빈 소년합창단' 상임지휘자를 4년간 역임한, 현재는 연세대 교수로서 학교합창단과 월드비전 어린이 합창단을 맡고 있는 김보미 지휘자가 객원지휘자로 함께 했다.

 

1부 공연 첫곡으로 독일 낭만주의 음악을 대표하는 프란츠 슈베르트(F. Schubert, 1797∼1828)의 대표작인 'Mass No.2 G Major, D. 167'을 선보였다. 슈베르트가 5일 만에 완성한 작품인데 모두 6악장으로 구성되었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과 화성이 엄숙함보다는 낭만적 감성이 익숙하지 않은 곡이지만 친근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협연은 16명으로 조직된 실내악단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이 맡았다.

 

15분간 휴식 후 시작된 2부 공연은 우리 토종의 한국 창작합창곡 작품으로 시작했다. 작곡가 전경숙이 고려가요 '가시리'를 기반으로 작곡한 '가시리'를 들었다. 김보미 지휘자는 “당시에 불렸던 곡을 추정하여 편곡한 곡”이라고 해설을 덧붙였다. 작곡가 오병희가 함경도 지방의 민요 '어랑타령'을 바탕으로 작곡한 '어랑'을 연주했는데 우리 귀에 익은 곡이다.

 

 

이어 멜로디가 익숙한 '대니 보이'(미국 합창작곡가 마크 헤이즈 편곡), '어메이징 그레이스'(라트비아 출신 작곡가 '에릭스 에센발즈’ 편곡), '유 레이즈 미 업'(미국 합창작곡가 로저 에머슨 편곡)을 연주했다.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때론 흥얼거리면서 음악에 빠져들었다.

 

마지막 3부 무대에서는 작곡 이영훈, 가수 이문세가 노래한 우리 가요가 무대와 객석을 가득 채웠다. 수원시립합창단이 부른 가요 '소녀', '그녀의 웃음소리 뿐', '깊은 밤을 날아서'는 관람객이 모두 아는 곡이어서인지 가요 콘서트장이 된 분위기였다. 그러나 전문합창단은 역시 달랐다. 필자의 귀에는 세 곡 모두 가요가 아니라 클래식으로 들렸다. ‘가요의 클래식화’는 편곡자와 가수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이제 프로그램은 모두 끝났다. 그런데 수원시민 관객들은 알고 있다. 앵콜곡이 있다는 것을. 어떤 곡이 나올까? 3부가 끝나고 합창단원 일부가 자리를 잠시 비웠다. 아마도 그 단원들이 앞에 나와서 우리가 아는 곡으로 흥을 돋우지 않을까? 나의 예감은 적중했다. ‘붉은 노을’(작곡 이영훈, 노래 이문세) 반주가 나온다. 헉, 객석은 덩달아 흥분의 도가니가 된다. 랩이 울려 퍼지고 관객은 기립하여 박수치며 몸을 흔든다. 어허, 지휘자는 춤을 추듯 지휘한다. 지휘자, 합창단, 반주자, 관객이 하나가 된 것이다. “아하, 이래서 콘서트장을 찾는 것이구나!”

 

 

이번 음악회 김보미 지휘자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해맑게 웃는 지휘자’, ‘만면에 미소를 띤 지휘자’, ‘ 밝은 표정의 지휘자’, ‘합창단과 하나가 된 지휘자’, ‘합창단과 관객을 이어주는 지휘자’, ‘무대를 장악하는 지휘자’, ‘명랑 쾌활하고 소탈한 지휘자’라고 말하고 싶다. 한마디로 관객들은 오늘 음악회에 오길 참 잘했다. 우리 부부는 귀가하면서까지 멜로디를 흥얼흥얼거렸다. 필자는 왠지 모르게 몸이 가벼워지면서 속이 개운하고 통쾌한 기분이었다.

 

수원시립합창단 정창준 사무국장의 소개로 김보미 지휘자를 만났다. 역시 표정이 밝고 대화가 시원시원하다. 질문에 대한 답변에 막힘이 없다. 그는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 선곡 기준으로 계절감을 살리고 예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는 곡, 즐겨 부르던 멜로디 곡, 자신이 좋아하는 곡들로 리스트를 만들었다”며 “특히 오프닝 슈베르트 미사곡은 전문합창단의 본분에 충실하면서 관객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곡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등산하듯 연주를 시작했고 제3부에서 단원, 관객과 함께 정상에 오른 기분이었다. 매우 만족한 연주회였다”고 했다.

 

 

혹시 객원지휘자로서의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는 “수원시립합창단이 역사와 전통이 있고 음악적 수준이 자타가 공인하는 바와 같이 뛰어나기 때문에 부담감과 함께 책임감을 느꼈다”며 “합창에서는 리허설 과정에서 단원들과 음악적 교감이 필요하고 호흡과 발성면에서 합을 맞추는 과정이 매우 중요한데 주어진 시간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하루 3시간 총 10회의 리허설 시간을 재미있고 효율적으로 활용했다”고 했다.

 

김 지휘자에게 수원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물었다. 그는 “이번이 187회 정기연주회이니 합창단은 많은 연주회로 수원시민들과 함께 했다. 더 많은 수원시민들이 연주회에 찾아오실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로 시민들과 더욱 가까워졌으면 한다”며 “이번엔 95% 좌석을 채워 주셨지만 다음 정기연주회부터는 빈자리 한 석도 없이 꽉 채워주셨으면 한다. 합창단을 많이 사랑해 주시고 기쁘고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연주회장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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