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생활 28년째, 어느새 연륜이 그렇게 쌓여버렸다. 하지만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뚜렷하게 줄 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4년전부터 생각한 것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힘들고 지친 날도 많았고, 정말 책을 읽어주고 싶지 않은 날도 많았지만 그 시간들을 넘기며 읽어준 날은 다른 어떤 날보다도 뿌듯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이젠 나를 스쳐간 아이들이 나를 ‘책 읽어주는 선생님’으로 부르도록 만들어버렸다. 지금 나는 1학년을 맡고 있다. 갓 입학한 아이들에게 ‘딸꾹이는 1학년’이란 책을 읽어줬더니 자신들의 세계와 맞았는지 무척 좋아했다. 요즘엔 ‘선생님이 들려주는 효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는데 하루는 텃밭에 씨앗파종으로 바빠 수업 중 단 5분도 짬을 내지 못했다. 그랬더니 한 아이가 “선생님, 오늘은 효 이야기 안 읽어주세요?” 한다. 이럴 때면 ‘벌써 이 녀석이 동화 읽어주기에 맛 들였나보네’ 생각하며 내가 하는 일에 작은 보람을 느끼곤 한다. 어느 날 ‘딩동’하는 소리와 함께 중학생이 된 제자의 메일이 도착했다. “선생님, 아직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시고 계시겠죠? 선생님 덕분에 우리 반은 많은 책을 알게 되었어요. 전 중학생이 되어서…
2006-06-28 09:48일본의 경우 2005년 4월 현재 공립 초중고 민간인 교장이 103명이다. 이를 4만여 초중고교 숫자로 나누면 대략 0.25%다. 이 정도 문이 열리는데 1998년 이후 8년이 걸렸다. 일본이 민간인에 교장 직을 개방하게 된 배경에는 전후 베이비 붐 세대의 대량 퇴직을 앞두고 퇴직 교원은 물론 민간기업 경험자 등 다양한 인재를 확보해야하는 일본 교육계의 수요가 있다. 교원의 사기는 아랑곳없이 기득권 운운하며 윽박지르듯 교장 자리를 내놓으라는 우리와 사정이 다르다. 근래 우리 교육계는 교장 자리를 교사 출신들로만 채우지 말고 개방하라는 국회, 시민단체, 관료, 언론들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교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승진 자리를 늘리고 승진 개념을 확대하는 방안은 찾지 않고 여기저기서 하늘의 별따기라는 비좁은 교장 자리를 강탈할 궁리만 하고 있다. 언젠가 모 국회 교육위원은 교육부장관에게 “나도 국회의원 그만 두면 교장을 하고 싶은데, 우리 같은 사람이 교육에 전문성이 없단 말인가”고 따져 빈축을 산 적이 있다. 관료와 중소기업 임원 출신들도 눈독을 들이고 새파란 교사들도 ‘교장을 민주적으로 선출하자’고 들이 대는 형국이다. 교육부는 이러한 사회적 압박을 빌미
2006-06-22 13:45지난 6월 9일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의 교원정책개선특별위원회는 현행 교장자격증제를 폐지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운영위원들이 교장을 선출하는 ‘보직형 교장공모제’를 골격으로 하는 교원승진제도 개선안에 대한 비밀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21명 참석자 중 찬성 10명, 반대 11명으로 부결되면서 교직계는 혼돈의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덜 숙성된’ 보직형 교장공모제와 같은 각종 교원정책들이 가시화되면서 집권당과 정부, 교원단체,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는 갈등의 대립각을 더욱 곤두세웠다. 교장공모제 도입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교육혁신위 등은 ‘보직형 교장공모제 도입’이야말로 학교교육 혁신을 완성하는 최고의 대안으로 인식하는 편집증 환자처럼 비춰지고 있다. 교원정책특위는 자신들이 제안한 혁신안이 부결되자, 이에 대한 책임을 남의 탓으로 비난하면서 위원직을 사퇴하는 등 이해 못할 행태를 보였다. 다급해진 혁신위는 지난 6월 16일 전체회의를 소집해 교원정책특위를 정상화되도록 사퇴위원들의 복귀와 7월 초까지 교장승진제에 대한 특위 차원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래도 결론이 없을 경우에는 혁신위 차원에서 교장공모제를 직접 논의키로 했다. 교장공모제 도입에 대한…
2006-06-22 12:57교육부는 지난 달 스승의 날을 맞아 ‘교원 사기진작 7가지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추진 배경을 보면 “극소수 교원의 촌지수수·학생체벌·성적조작 등 사안이 전체 교직사회 현상처럼 침소봉대되어 교원사기가 저하되었기 때문에” 그 대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기진작 대책의 글씨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지난 7일 ‘교원 금품향응 수수관련 징계처분기준’(이하 징계처분기준)을 일선 시·도 교육청에 내려 보냈다. 교육부는 “이보다 강화된 기준은 적용할 수 있으나 완화해서는 적용하지 못한다”고 쐐기를 박아 놓고 있다. 이미 언론에 보도되어 자세한 내용은 피하겠다. 주요골자는 10만원을 받고도 해임, 그 이상이면 파면까지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원의 반발을 의식해서였는지 교육부는 “교육공무원은 특수직 공무원에 걸맞은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999년에 촌지 15만원을 받은 혐의로 대구의 초등학교 교사가 법원으로부터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지난 3월에도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159만 2천원 추징의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이는 교육부의 징계처분기준이 ‘오버’라는 단적인 예이다. 아니나…
2006-06-20 09:47학교내외 불법적 금품 및 향응수수를 근절한다는 명목으로 정치권과 학부모단체에서‘학교촌지근절법’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한 학부모에게는 실형을 내리고, 받은 교사에게는 금품 및 향응 가액의 50배에 해당하는 과태료를 물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간 촌지에 대한 대가성 인정 여부의 어려움으로 뇌물공여죄나 뇌물수수죄 혐의 적용이 힘들기 때문이란다. 누구라도 잘못하면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직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으로 지적하고 있는 촌지는 당연히 사라져야 한다. 그럼에도 추진하려는 법안이 교사들 전체가 촌지를 상습적으로 받고 있는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전제아래 특정한 집단만을 겨냥한 입법이라는 점에서 교원들은 몹시 불쾌해 하고 있다. 교원이 여타 사회 구성원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하더라도 타 공무원과 비교해 지나칠 정도로 가혹한 제재가 과연 타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금품 및 향응 수수와 관련한 교육부의 강경 지침 및 공무담임권 박탈 등 이중 삼중의 행정적 제재에 더하여 과태료 50배 처분은 균형성을 현저히 상실하고 있다. 촌지와 관련 기존 제도에 문제점이 있다면 우선 실태를 정확히 점검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드러
2006-06-15 14:59교육혁신위가 표결까지 해 부결된 ‘무자격 교장공모제 안’을 다시 논의하려하자 교원들이 완전 폐기를 촉구하는 거리 시위에 나서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교육혁신위는 9일 교원정책개선특위 전체회의에서 특위 위원 일부가 성안한 ‘무자격 교장공모제안’을 표결에 붙였고, 이 안은 반대 11, 찬성 10, 불참 2명으로 부결됨으로써 첨예한 논란이 일단락 됐다. 그런데 이에 반발해 12일 교장공모제 찬성 위원 중 7명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더니 돌연 혁신위에서 다시 교장공모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사부재리 원칙마저 부정하는 몰상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5․31 선거에서 민심은 몇몇 아마추어들이 국정 현안을 하루 밤 사이에 갈아엎는 행태를 보이는 참여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했다. 교육혁신위에서 작금 벌어지고 있는 모습이 바로 그 전형이 아닌가 한다. 이번 표결은 중립적 입장의 교육전문가들이 대거 ‘무자격 교장공모제안’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설동근 교육혁신위원장은 지난해 8월말 “전교조가 교장선출보직제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도록 교원승진제도를 고치고 싶다”는 의욕을 보인 바 있는데, 이번 표결로 그는 부지불식간에 절반을 이행한 셈
2006-06-15 14:57왜 이렇게 교육계를 우습게보고 흔들고 있나? 이렇게 어지럽고, 혼란스럽고, 부산해서야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쳐먹는단 말인가? 정년단축, NEIS, 성과급, 자존심 상하는 스승의 날 휴업, 촌지 처벌, 교장 공모제 등 하루 한날 교육계에 조용할 날이 없다. 왜 이렇게 자꾸 교육계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가? 대통령께 잘못 고하고 보필하여 국민을 인기 높던 대통령으로부터 이반하게 만들어 놓고도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또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가 교장공모제라는 허울로 국민을 호도하고 이반하게 하려는가? 도대체 교장공모제의 목적과 이유의 정체가 무엇인가. 진정 학교에 개혁과 혁신,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어 학생들 공부 잘 가르치게 하자는 목적인가? 역대 5대 정권에 걸쳐 계속 개혁한다고 해놓고도 아직도 개혁할 것이 남아있단 말인가? 개혁에 현기증이 나서 살 수가 없고 차분하게 학생들 교육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지금까지 개혁은 위에서 다 해놓고, 힘없는 교장이 개혁할 것이 무엇이 더 남아있단 말인가? 우수교장을 만들어 학생교육을 잘하려는 것이 진정한 교장 공모의 목적이라면 교장의 전문성과 자격과 자질을 더 높이려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현재 세계의 경향이다. 그런데
2006-06-15 09:14학교 홈페이지에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를 공개하는 것을 두고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체로 교사들은 반대, 학부모들은 찬성하고 있다. 시험문제 공개는 2008학년도부터 실시되는 새로운 대입제도에서 내신의 비중이 50%까지 확대되면서 내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라고 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차치하고서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가 평가의 목적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일이다. 교육에서 평가는 달성하고자 하는 중요한 목적이 있다. 바로 학생의 학습목표 달성도를 파악하고, 교사는 교육활동에 대한 자기반성 자료를 얻는 것이다. 이외에도 많은 평가의 목적이 있을 수 있지만 학습능력과 관련하여 이 두 가지가 우선이라고 본다. 평가원이나 시․도교육청의 모의고사, 학교 자체의 중간․기말고사는 일종의 총괄평가로써, 이들 시험은 어떤 단원이나 학습과제 또는 교과목을 모두 끝낸 다음에 실시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하거나 집단 간의 학습효과를 비교하여 학생들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구안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평가의 결과물을 철저하게 검토하여 교사 자신과 학생들에게 반영하여야 한다. 그래야 학습
2006-06-14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