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구상 동기 및 배경 급격한 기상 변화와 극단적 환경 파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3월 영남 일대에 산불이 있었다. ‘대한민국 최악의 산불’이었고, 최소 32명 사망, 약 5,000채 이상 건물 파괴, 약 10만 4천 헥타르 면적에서 피해가 발생하였다.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순간까지 온 것이다. 이런 현장성 있는 문제 인식이 이번 수업을 구상하는 직접적 동기로 작용하였다. 사회1(중학교) 성취기준을 보면,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조사한다’라고 나와 있다. 그러나 ‘노력’에 치중하여 학생들이 기후위기 심각성을 느끼기 어려워 보였다. 학생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였다. 전국 지리교사가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공유된 ‘이탈리안 브레인랏1 캐릭터 만들기’ 활동지를 볼 기회가 있었다. 기후적 특성에 적응해 진화한 동물 캐릭터를 창작하며, 학생들이 기후 조건에 맞는 생존 전략을 직접 고안하여 창의적으로 표현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기후위기를 접목시켜 ‘동물들이 만약 기후위기 환경에 산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라는 상상을 하였다. 수업에 적용한다면 지식 습득과 흥미 유발, 창의력 향상을 함께 키울 수…
2025-12-04 10:00
분수 학습의 어려움 4학년 2학기 수학 첫 단원은 늘 걱정이 큰 단원이다. ‘분수의 덧셈과 뺄셈’은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단원 중 하나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3월 학기 초 진단평가 결과를 펼쳐놓고 한숨이 나왔다. 20명의 학생 중 3명은 분수를 그림으로 나타내는 데 어려움을 보였다. 3분의 1을 4칸 중 3칸은 색칠하고 1칸은 색칠하지 않은 것으로 표현하거나, 3분의 1 더하기 3분의 1을 6분의 2라고 쓰는 식이었다. 분수의 기본 의미부터 불안했다. 몇몇 학생은 분자와 분모를 혼동했고, 또 몇몇은 대분수를 가분수로, 가분수를 대분수로 바꾸는 문제에서 오답을 냈다. 분수의 크기를 비교하는 문제도 절반 정도가 틀렸다. 지난 여러 해의 수업을 돌이켜보면 늘 비슷했다. 분수의 덧셈과 뺄셈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왜 분모는 더하지 않을까?”, “왜 4분의 3과 8분의 6의 크기가 같을까?”라는 교사의 질문에 막막해하는 얼굴들. 이런 학생들이 분수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방과후에 남겨서 개별지도를 하고, 쉬는 시간마다 보충 설명을 해도 따라잡기 어려운 학생들이 있었다. 반면 이미 분수 덧셈을 할
2025-12-04 10:00
근래 교육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education)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교육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법원에 의탁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사법 권력이 확대되는 현상을 지칭할 수도 있다. 한편 교육의 법화(juridification of education)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사법 작용에 교육 문제 해결을 맡기는 일 외에 교육에 관한 법령이 증가하는 현상, 즉 과거에는 교사의 전문적 판단과 재량에 따라 해오던 활동을 법령에 의거하여 수행하는 일, 즉 법률이 규율하는 영역이 확장되는 현상도 포함할 때, 교육의 법화라고 한다. 교육의 법화는 교육의 사법화를 포함하는 더 큰 개념이다. Rosén과 Arneback, 그리고 Bergh(2021)는 교육의 법화 개념을 다섯 가지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교육에 관한 각종 법 규범을 제정하고 헌법을 제정하는 일을 구성적(헌법적) 법화라고 하고, 법률이 규율하는 사항을 차별화하거나 기존에 법 규율 밖에 있던 사항을 법 규율 안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법률이 수평적·수직적으로 팽창하고 차별화하는 양식의 법화가 존재할 수…
2025-12-04 10:00
“김기홍 선생님 맞으시죠? 여기 T 경찰서입니다. 학부모가 아동폭행과 상해로 고소를 했어요. 서에 한 번 나오셔야 하는데….” 2017년, 나는 한 학부모가 자신의 아이를 폭행하고 상해를 입혔다며 경찰에 고소하고, 교육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일을 겪었다. H 부모님께서 욕설과 폭언을 쏟아내며 협박한지 일주일이 지난 후였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담담할 줄 알았지만, 이 과정이 마무리되는 1년여 기간 동안 답답함·자책·분노·두려움 등의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혹시 잘못되어 교사를 못할 수 있다는 실존적 위협에 처했었다. 이는 주변 동료교사들까지도 교직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건은 타인에게 드러내기 힘든 치부로 여겨져 감춰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박사과정에 있던 나에게 지도교수님은 개인적인 일로 보이는 이 사건을 사회적 맥락에서 분석해 보길 권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에 대한 성찰적 글쓰기와 학문 공동체에서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의 논의를 통해, 이러한 일이 운이 나쁜 누군가에게 우연히 일어나는 특수한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와 교육체제 속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임을 깨달았다. 연구…
2025-12-04 10:00
우울증 걸리는 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말해 줘도 관심을 가질까 말까 한데, 우울증에 걸리는 법이라니! ‘참 할 일도 없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세상에는 존경받는 법, 인정받는 법, 통솔하는 법 등 뭔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는 법, 더 나은 역량을 갖춘 사람이 되게 하는 법에 대한 말과 글이 넘쳐난다. 마찬가지로 행복해지는 법에 대한 글도 아주 많다. 하지만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행복으로 향하는 길인 줄 알고 열심히 갔는데, 알고 보니 불행으로 향하는 길인 경우도 있다. 행복해지려면 ‘불행론’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조언은 많지만, 우울증에 걸리는 법을 알려주는 조언은 많지 않다. 우울감에서 벗어나겠다고 하는 행동이 오히려 우울증을 심화시키지 않게 하려면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법만이 아니라 우울증으로 향하는 경로도 알아야 한다. 현대인의 몸과 마음은 석기시대의 활동적인 야외생활에 적합하도록 설계되고,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하지만 현대인의 생활환경은 ‘움직임 부족, 실내 중심, 달콤한 열량, 화면 과다’로 채워지
2025-12-04 10:00
학생들 사이의 사소한 다툼이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면서, 양측 모두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학교폭력 조사 과정이 적절하지 않다면서 절차상의 문제를 삼거나, 일부 학부모는 교사의 언행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를 더해 아동학대 신고를 감행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사안이 학교폭력, 아동학대, 교육활동 침해의 경계에서 얽히며 결국 ‘법의 문제’로 비화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교육현장이 점점 사법적 판단에 기대게 되는 현상,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교육(학교)의 사법화’입니다. 교육의 사법화 시작, ‘학교폭력’ 학교폭력 사안은 교육의 사법화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학교폭력예방법」은 2004년 제정 후 20년간 스무 번도 넘게 개정되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 발생 건수가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불복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조치에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불복하여 제기한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은 총 6,400여 건입니다. 행정심판은 2021년 1,295건에서 2023년 2,223건으로 두 배가량 증가하였고, 행정소송 역시 2021년 255건에서…
2025-12-04 10:00
내 집을 마련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길다. 교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월급을 모아 시드를 만들고, 작은 투자로 종잣돈을 불린 다음, 은행 대출 한도를 계산해 가며 ‘지금 내 상황에 맞는 집’을 찾아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가족과 상의하며, 여러 번 발품을 팔고, 계약서를 앞에 두고도 망설이게 된다. 내 집 마련은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방향과 마음의 무게가 함께 걸린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 집을 마련했을 때의 만족감과 안도감은 그만큼 크다. 매달 나가는 월세의 부담에서 벗어나고, 내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안정감은 삶의 큰 위로가 된다. ‘이제 나도 내 집이 생겼다’는 감정은 오랜 시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자, 어쩌면 성취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내 집 마련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많은 사람이 이 말을 가볍게 지나치지만,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내 집을 한 채 마련했다고 해서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 시장의 변화 속에서 점점 뒤처질 수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 시장은 멈춰 있지 않다. 금리와 정책, 인구 구조, 지역 가치의 흐름이 수시…
2025-12-04 10:00
“나는 네가 잘되길 바라서 그런 거야.” “다 너를 사랑하니까 하는 말이야.” “내 말 들어. 지금은 듣기 싫어도, 나중에 분명히 나한테 고맙다고 하게 될 거야” ‘살아보니 중요한 건 ○○이더라’, ‘문과보다는 이과가 네 미래에 더 도움이 돼’, ‘△△랑 어울리지 마. 네가 상처받을 거야’,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그림 그리는 건 대학 가서 해도 늦지 않아’…. ‘너를 위해’ 건네는 선의의 조언은 차고 넘친다. 분명 의도는 선했고, 판단은 옳았으며, 상대방을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 역시 진심이다. 하지만 상대방은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다. 기껏 조언해 줬더니 퉁명스러운 얼굴이다. 고마워는 못할망정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며 거절한다. 아니, 오히려 화를 낼 때도 있다. 엄마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데, 왜 아이들은 말을 안 듣는 걸까? 도대체 어떤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길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나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통제, ‘선의의 폭력’ 누군가의 인생을 걱정하며 건네는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라는 말 속에는 사실 ‘너의 생각·선택보다 내 말이 맞아’라는 확신과 ‘그러니 너는 내 방식대로 해…
2025-12-04 10:00
착한 교사 포기하기 (나세진 지음, 지식의날개 펴냄, 284쪽, 1만 9,000원) 교육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나쁜 교사’로 불리는 동료들을 위한 변론서. 저자는 학교가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와 민원에 잠식당하면서, 민원을 받지 않는 ‘착한 교사’가 늘어난 것이 공교육의 서비스업화를 초래했다고 진단한다. 그는 공교육을 진정으로 지키려면 교사들이 학생들이 불편할 수 있는 뼈아픈 피드백과 성장의 과제를 내줄 수 있는 소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공고 선생, 지한구 (지한구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232쪽, 1만 6,000원) 나무보다 학생을 키워야겠다며 교직에 뛰어든 농대 출신 국어교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2011년 기간제교사 시절부터 줄곧 공고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각종 교육통계에는 드러나지 않는 공고생들의 현실과 그들의 꿈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단순히 공고의 현실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서 느낀 교사의 심정과 학생을 향한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루소의 숲 (김영철·김재영 지음, 두번째테제 펴냄, 292쪽, 2만 2,000원) 장 자크 루소의 사상과 그의 삶을 조명한 철학 입문서이자 교육 에세이. 루소의 모순을 지닌 인간으로
2025-12-04 10:00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올해의 블록버스터 _ 아바타: 불과 재 2009년, 이전과는 전혀 달랐던 기술력으로 전 세계에 신드롬을 일으키며 글로벌 흥행 수익 29억 2,371만 달러(약 4조 551억 원)를 거두며 역대 월드 와이드 흥행 순위 1위를 16년째 지키고 있는 바로 그 영화, 아바타(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세 번째 이야기 아바타: 불과 재가 2025년 마지막 달 드디어 관객을 만난다. 아바타: 불과 재에서는 그동안 아바타를 관통해 온 ‘나비족은 선하고 인간은 악하다’라는 세계관과 정면충돌하는 ‘재의 종족’이 등장한다. 중무장한 인간과의 전투도 버겁던 나비족은 재의 부족까지 상대해야 하는 이중고의 상황에 맞닥뜨린다. 전편과는 완전히 다른 위기를 맞이한 ‘설리’ 가족의 스토리에 바다 너머 재로 뒤덮인 판도라의 모습까지, 팔순을 넘긴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한층 더 강렬해진 시각적 향연과 전례 없는 규모의 전투씬을 선보일 예정이다. 눈만 즐거운 게 아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 OST ‘My Heart Will Go On’으로 1999년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레코드상’을 수상한 사이먼 프랭글렌, 아카데미 수상에 빛나는 스…
2025-12-04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