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교장실 문이 열리더니 어린 학생들의 머리가 보였다. 문 쪽을 바라보면 얼른 닫고 또다시 살짝 열어보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들어오라고 했다. “너희들 어떻게 왔니?” “교장실에 들어오고 싶어서요.” 안으로 들어오게 한 후 소파에 앉히고 사탕과 과자를 먹으라고 줬더니 얼른 받아먹으면서 계속 재잘대며 이야기를 한다. “너희들 학교에 들어와서 상을 몇 번이나 받았니?”라고 물으니 자기들이 받았던 상의 종류와 등급까지 정확히 말하면서 자랑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교장 선생님도 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하고 한 명이 묻는다. “어른들도 상을 받니? 상장은 학생들이나 받는 거지.” 다른 아이가 이의를 제기한다. 웃으면서 “어른들도 잘하면 상장을 받을 수 있단다”하고 말해줬다. 그러자 한 학생이 “교장 선생님, 그러면 우리 미술 선생님한테 상장 좀 주세요”라고 말했다. “왜?” “아주 친절하게 잘 가르쳐주시고 우리들을 사랑해주시니까요.” 그러면서 꼭 상장을 주라고 여러 번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언젠가 학교 영양사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느 날 급식 식단으로 도토리묵을 내놓았다고 한다. 식판을 들고온 1학년 꼬마가 배식 중이던 영양사에게
2005-12-28 13:40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다른 건 그대로면서 감독만 교체됐는데도 선수들의 자세는 물론 경기력이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뀌었다. 또 우리나라 팀이 히딩크 감독을 못 만났으면 2002년 축구열기를 끌어내지도 못하고 오늘날의 박지성이나 이영표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내지도 못했을 거라는 말도 나온다. 비슷한 예로 교향악단의 경우도 지휘자에 따라 악단의 칼라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한다. 지도자나 지휘자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학교에 있어서 교장도 마찬가지다. 교장에 따라 학교도 달라지고 교사와 학생도 달라진다.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는 지금 우수한 교장을 확보하기 위해 국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교장 교육과 연수를 강화하고 자격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무자격 교장론, 교사도 아닌 일반인 교장론까지 나오고 있으니 시대에 역행하고 세계적 흐름에 거꾸로 가자는 셈이다. 공도 차보지 않은 사람을 감독으로 영입하자는 논리이고 지도자 수업도 없이 선수 중에서 감독을 뽑자는 한심한 논리이다. 선수들 중에서 선수들이 인기투표하여 자기 팀 감독을 민주적(?)으로 뽑자고 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감독을 하다가 또 선수로 뛰게 한다면 그
2005-12-22 14:51저녁 무렵이었다. 모 기업체에서 현장실습중인 우리 반 A로부터 전화연락이 왔다. “선생님, 잘 계시죠? 전화 자주 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그래, 회사에 잘 다니고 있는 거니? 힘들진 않고?” “예, 잘 하고 있어요. 그런데 선생님, 좋은 소식이면서도 걱정되는 소식이 하나 있어요. 사실은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않고 인터넷으로 대학 수시원서를 썼는데 합격했어요.” “이야, 축하한다. 정말 잘됐네.” “그런데 선생님, 학비가 걱정이에요. 입학금이라도 마련하면 그 다음엔 제가 벌어서 갈수도 있는데….” A를 만난 것은 재작년 3월이다. 으레 새 학년 새 학기가 되면 아이들 신상을 파악하느라 조심스럽다. 아이들의 자존심이나 아픔을 건드리지 않으려 애를 써보지만 아이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가정환경이나 형편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신상파악은 참 어렵고 힘든 작업이다. 실업계 학교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학비보조가 있다. 학비감면에 급식보조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가정환경에 남달리 관심을 갖고 살펴본다. A는 동생과 함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살고 있었지만 밝고 명랑하며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었다. A의 꿈은 간호사가 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대
2005-12-22 14:09다사다난 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작년 세밑에도 갈등과 분열, 혼란을 끝내고 화합의 새해를 다짐했는데, 올 연말에는 사정이 더 나빠진 것 같다.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서로 이반하고 분열하는 현상을 뜻하는 상화하택(上火下澤)을 꼽았듯이 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은 중증이다. 가치관이 다르고 이에 따른 발상, 사업 추진의 우선순위가 다른 데서 오는 분열 현상이어서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만 갈등의 질과 양을 줄이는 총체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올해는 파급 효과가 큰 교육 분야에 갈등의 해일이 밀어닥쳐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갈등을 조정해야할 정치권이 자파 세력의 규합을 위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교육재정을 파탄지경으로 몰아놓고 연말에 교원평가제와 사립학교법 개정 등 첨예한 쟁점 현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해 벌집을 쑤셔 놓았다. 당장 사립학교들의 헌법소원, 신입생 배정 거부, 집단적 학교폐쇄 결의 등 극한대치 상태가 풀릴 기미가 없다. 또한 새해에는 무자격자를 교장으로 임용해 교원들의 사기를 꺾는 정책이 예고되고 있다. 많은 교원들은 우선적으로 정부여당이 파탄 교육재정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고 교육여건 개선에 힘쓰기를 바
2005-12-22 10:2912월 9일의 사립학교법 개정이 정부 및 여당 대 사학 및 야당 측 사이의 충돌을 촉발시킨 가운데, 중앙 10대 일간지들이 연일 관련 단체들의 찬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개정 내용을 검토해보면 이해관계에 따라서 찬반양론이 대립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즉, 이사회의 운영에 개방형 이사가 참여하게 되고 내부 감사가 강화되며, 교장 임용의 임기가 제한되고, 교사 채용에 공개전형 방법이 적용되며, 학교예산 편성 때도 학교운영위원회 혹은 대학평의원회의 자문을 거치게 된다. 여기에 관할청의 감독권이 강화되어 그 시정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임원 직무가 정지당하게 된다. 현재 여론 중에는 통일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방향으로의 개정이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찬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사학 관련 단체들은 이로 인하여 사학의 특수성과 자주성 확보에 치명적인 제약을 받게 된 것으로 보아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학법에서 주목할 부분은 임원 승인 취소 사유가 대폭 확대된 점이다. 법 개정 전에는 법령을 위반하거나 임원간의 분쟁 등으로 학교법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경우에만 그 취소가 가능하였지만 이제 단지 관할청의 명령…
2005-12-19 10:23자립형 사립고의 향방에 교육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2002학년도부터 민족사관고 등 6개교에서 시범 운영되어 왔다. 올해 상반기에 교육개발원에서 시범 6개교에 대한 종합평가가 있었고 지난 9월 발족한 교육부의 자립형사립고제도협의회는 시범 운영 연장과 정책 결정 2년 유보 등을 교육부총리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립형 사립고는 고교 교육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촉진하고 평준화 정책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하였다. 현재 전국 또는 시·도에서 학생을 선발하되 국·영·수 위주의 지필고사는 금지하며, 재단전입금의 학생납입금 대비 20% 이상 부담, 학생납입금의 당해 지역 일반계고교의 3배 이내 책정, 장학금의 학생 15% 이상 지급, 자격증 미소지자의 교장 임용 가능 등의 지침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우리 나라 사립 고교는 전체 고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준화 정책의 적용을 받아 학생 선발, 교육과정 운영, 학생등록금 책정 등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함으로써 사학다운 사학의 모습을 지니지 못해 왔다. 최근 한국교총의 설문조사에서 전국 고교 교원과 학부모 등이 평준화 정책의 축소 또는 폐지에 대
2005-12-19 10:21학교폭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그동안 많은 대책들이 논의돼왔다. 그 결론의 하나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 ‘스쿨폴리스’ 제도인 것 같다. 이미 부산 지역을 비롯한 몇몇 학교들에서 시범학교 운영을 거쳤고 그 결과가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판명돼 가까운 시일 안에 이 제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 굳어지고 있는 것 같다. 폭력이 두려워 자녀를 마음 놓고 학교에 보내지 못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무슨 방법인들 쓰지 못하겠는가. 학교에 몸담고 있는 우리 역시 이 막다른 골목에서 무슨 방법을 쓰든 그저 고마워해야만 할 일인지 모르겠다. 교육력이 극도로 허약해진 상황에서 이제 교사들의 힘으로는 학교폭력을 어쩌지 못하겠다는 심정으로 경찰력의 도움을 받는 것이 차라리 속편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쿨폴리스 제도는 학교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일 가능성이 크다. 학교교육이 교육의 논리를 벗어나 물리적인 힘이나 강제력에 의존하여 통제하는 일이 관행으로 굳어지게 되면 자칫 우리 교육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널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의 움직임은 교육자들의 공감에 기초하기보다는 학교를 불신하는 사회풍조에 편승해서 이뤄지는 감이
2005-12-15 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