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말짱’, 즉 말을 잘하는 사람이 인기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듣기가 45%, 말하기가 30%라고 하니, 말 잘하는 사람이 인기를 누리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말하기는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학교 교육에서는 말하기 교육이 중심에 있지 않다. 제7차 국어과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는 국민기본공통과정으로 ‘국어’ 과목을 배우고, 고등학교 2,3학년은 심화선택과목(화법, 독서, 작문, 문법, 문학 중 다수 과목 선택)을 이수하는 이원화 과정으로 되어 있다. 즉 현재 말하기 교육은 고1까지는 국어 교과 영역에서 하고, 그 이후에는 화법 과목으로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현재 고1까지 실시하는 국어 교과는 문학 작품 읽기와 기타 실용적인 글 읽기, 쓰기의 비중이 높다. 실제로 대입 수능 시험에서도 이러한 분야에서만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심화 선택 과목인 ‘화법’ 과목은 국어 과목의 ‘말하기·듣기’ 영역의 내용을 심화시킨 과목으로 말하기 교육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교과이지만, 단위 학교에서는 수능시험과 직결되는 문학, 문법, 작문, 독서 교과 선택에 집중하고, ‘화법’
2006-03-09 14:33어느 날 저녁을 먹다가 큰 아들놈이 불쑥 이런 말을 내뱉었다. “아빠, 담임선생님이 남자였으면 좋겠어요. 여태 한번 빼고는 늘 여자 담임선생님이었어요.” “왜, 여선생님이면 어때서? 문제될 거라도 있어?” “아뇨, 꼭 그런 건 아니고….” 고2인 아들은 학교생활 11년 동안 1년만 남자 담임선생님을 만났던 것이다. 나도 교단에 선 입장이지만 녀석의 불만에 찬 토로는 무심코 넘어가지지가 않았다. 2년 전 남자 담임선생님을 만났다며 우쭐대고 기뻐하던 모습이 문득 떠올라 교육계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함을 느꼈던 것이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초등 신규 교사의 75%, 중등교사 신규 채용자의 경우 79.1%가 여성이었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의 71%가 여성이며, 얼마 안 있어 중·고교에서도 남녀 교사 비율이 역전될 전망이라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도 교단의 ‘여초(女超)’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혹자는 “과거에 남자 교사가 훨씬 많을 때는 아무 말 없더니, 남녀 성차별 아니냐”고 반문할는지도 모른다. 사실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교단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남자의 직업 점유율이 높았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
2006-03-09 14:32
이곳에 발령된 지 두 달이 채 못 되는 지난 해 4월이었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 탐구심을 길러주고, 때마침 ‘과학의 달’이기도 해서 평소에 익혔던 마술을 보여주기로 했다. ‘교장선생님의 마술공연’이라는 말에 아이들은 물론이요 선생님들까지도 시큰둥한 듯 했다. 내심 걱정도 됐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그것은 기우였다. 아이들의 시선은 나의 손놀림에 집중되었고 손가락 사이에서 나는 ‘탁’ 소리는 선생님들의 숨소리까지도 잠시 멎게 했다.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공연 이후, 내 주위에는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곧잘 ‘마술하는 교장선생님’으로 불려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하교하는 1학년 어린이 두 명이 연못가에 서 있는 나에게 달려왔다. “교장선생님, 또 마술 보여주세요.” 한 아이가 반가운 표정으로 내 손을 잡는다. “마술 도구도 없는데 무슨 마술을?” “아무거나 한 가지만요.” “음…, 그럼 너희들이 없어져버리는 마술은 어떠니?” “한 번 해보세요.” 못 믿겠다는 눈빛으로 아이들이 나를 쳐다봤다. “그런데 너희들이 없어지면 부모님께서 슬퍼하시지 않을까?” 그러자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금세 긴장으로 변했다. “그럼, 지금부터 너희들이 없어지는 마술을 보여줄 테
2006-03-09 14:31지난 7일 교육부가 논란 끝에 강행했던 교원평가 시범실시 결과를 발표했다. 교원평가를 교육력 제고의 핵심화두라며 시행을 압박했던 언론들은 교육부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시범실시결과가 기대수준에 크게 밑돌며 10억 원이라는 국고를 쏟아 붇고도 교단 변화의 조짐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반응이다. 교총을 비롯한 교원단체들이 강력히 반대하며 합의도출을 강조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졸속방안을 시간에 쫓겨 시행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지난해 11월17일, 시범실시 학교를 최종 확정발표한 후 속성으로 평가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관계자회의, 평가자 연수와 평가과정, 결과의 분석 등 빠듯한 후속일정을 불과 1~2개월 내에 진행시킨 것은 사실상 무리였다. 부실한 동료평가의 과정이나 학교와 지역실정을 고려한 평가지표나 항목에 의해서가 아니라 교육부가 제시한 매뉴얼을 그대로 활용한 것도 평가가 형식적인데 그쳤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초기와 달리 시범운영을 통해 교원평가에 대해 가졌던 교사들의 오해가 해소되었다”는 등 근거나 비교대상의 제시 없이 정책시행의 당위적인 효과들을 지나치게 내세운 것도 경계되어야한다. 이와 관련 교원들이 시범운영의 효과에 대
2006-03-09 11:00열린우리당과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학생생활지도를 담당하는 교사들에게‘준 사법 경찰권’인 특별사법경찰권을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원론적 입장에서 보면 학교폭력은 교권만으로도 충분히 선도돼야 한다는 점에서 ‘준 사법 경찰권’부여 운운 자체가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고 학생도 학부모도 변하였다. 학교폭력은 갈수록 흉포화 되고 조직화되고 있다. 더 이상 교사의 권위만으로는 학생지도가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 또한 지금까지 학교폭력 담당 교사에게 책임과 의무만 지웠지 권한을 부여해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지 못했다. 학교 밖의 유흥업소 등 학생에게 유해한 환경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불가피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사법권 남용 및 인권침해 소지는 기우에 불과하다. 교사는 교육전문가이고 학생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으로 지도할 수 있는 사람이다. 폭력 학생에 대한 지도에서 교육적 차원의 판단을 가장 앞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폭력 담당 교사에 ‘준 사법 경찰권’의 부여가 학교폭력 근절 및 교권확립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이 반드시 고려돼야 할 것이다. 첫째, 과중한…
2006-03-09 10:59새 학년도가 시작되는 3월은 학교운영위원을 선출하는 시기이다. 학교 구성 주체들은 학운위원을 ‘제대로’ 선출해야 한다. ‘제대로’ 학운위원을 뽑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두 측면에서 그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학운위원으로서 역할 수행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제도이든지 간에, 그것은 요새(要塞)와 같아서 잘 짜여 지고 각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적절하게 배치돼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학운위원을 뽑을 때 적법한 선출절차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위학교 학운위 구성에 관한 규정들을 준수해 학운위원을 선출해야만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선출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출과정의 정당성을 의심받는 학운위는 제대로 기능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누구를’ 학운위원으로 뽑을 것인가? 법령에 규정된 학운위원이 될 수 없는 자, 또는 당연히 퇴직해야 하는 조건 등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의 소극적인 관점보다는 학운위원으로서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가라는 보다 적극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원위원이든, 학부모위원이든, 지역위원이든지 간에 학운위 제도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사람을 뽑
2006-03-09 09:36이제 신학년도의 시작이다. 교직경력 40년이 다 되어가는 오늘에도 언제나 이때쯤이면 마음이 설렌다. 나와 함께 생활하게 될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일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매년 입학식을 치르게 되는 것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호기심을 가지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교육자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무한한 책무를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어엿한 세계인으로 자랄 수 있도록 기초적인 소양을 쌓아줘야 한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입학시즌만 되면 볼 수 있는 새로운 풍경이 생겨나고 있다. 1,2월생의 아이를 둔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입학유예를 신청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도 16명의 적령 아동 중에서 입학유예를 신청한 아이들이 4명이나 된다. 입학유예를 신청하는 학부모들에게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주된 이유가 ‘1년 더 키워서 학교에 보내면 더 잘 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인 것 같다. 이러한 경우는 자녀를 적게 두는 요즈음 젊은 부모들 자녀교육관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내 자녀를 다른 아이들보다 시작부터 더 우수한 상태에서 출발시키고자 하
2006-03-02 16:12미술교육을 전공하고 특수교육에 몸담았기에 나는 특수교육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방법이 무엇인지 찾고 고민하는 것뿐이었다. 처음 시골학교에 첫발을 딛었을 때, 교실에서 다 큰 아이들에게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야기에 열변을 토하면서 차츰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회의가 들었다. 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대로라면 이 아이들도 분명히 조금 부족하지만 씨 뿌리고 김매어 추수하며 잘 살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들로 많이 다니기 시작했다. 나물이름, 나무이름을 알려주고 밤을 주우며 숫자를 세고…. 그러던 중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교장선생님의 허락을 받아 나는 아이들과 농사일을 시작했다. 700여평의 텃밭에 온갖 종류의 작물과 채소를 심었다. 그 곳 시설관계자와 보육사들은 하나같이 혀를 찼다. 배추마저도 다 자라기 전에 속을 파먹는 아이들이 태반인데 무슨 토마토며 수박, 참외, 메론 농사까지 하냐고 비웃고 수군거렸다. 그러나 그 해 여름 그리고 가을, 그 곳 농작물은 아주 튼튼히 남았다. 농작물이 익으
2006-03-02 1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