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교에서 3학년 담임 때의 일이다. 5월 어느 날, 특별활동 시간에 인원 점검을 해보니 여학생 세 명이 자리에 없었다. 친구들도 모른다고 하기에 잠깐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 후 아이들 몇 명과 이곳 저곳을 찾기 시작했으나 아무리 찾아도 없기에 교내에는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세 명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학부모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 무슨 사연이 있을 거라 짐작하면서도 이런저런 조바심 속에 밤을 보냈다.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곧바로 학교로 향했다. 교장실 앞을 지나려할 때 교장선생님께서 잠깐 들어오라고 하셨다. 안에 들어가니 세 명의 학부모들이 나를 쳐다보며 “어제 학생이 무단으로 수업에 빠진 것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을 거의 동시에 던졌다. 담임인 내가 잘못해서 학생들이 오후 수업을 안 받고 학원에 빨리 갔다면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이었다. 매우 불쾌했고 순간 흥분상태에 이르렀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학급 담임 선생님을 만나서 조용히 상의할 일이지, 아침부터 교장실에 와서 하루 기분을 언짢게 하는 것은 과연 옳은 일입니까.” 교실로 들어와 세 아이들에게 어제 오늘 일을 이야기했더니 아이들이 자기들 잘못이라며 죄송하다고 했다. 아이들
2005-04-25 10:53교육기본법, 교육공무원법, 교원지위법 등 교육관계 법률에 교원의 보수우대 조항이 명시되어 있다. 교총 등 교원단체는 교육부와의 교섭을 통해 해마다 교원보수 및 처우 향상 관련 내용에 합의를 도출하고 있으나 정부의 실천의지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교사 스스로의 교원보수 우대 체감 정도는 매우 낮다. 이는 교총이 최근 교원 대상 설문조사 중 ‘현재의 보수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수준인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75.2%로 나타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결국 법조항의 교원보수우대조항은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올법하다. 지난 주 교총이 2005년 교섭안으로 교원보수체계를 봉급위주로 개편할 것을 요구하였다. 2001년 7월, 정부는 교원정년 단축으로 위축된 교원사기를 진작시킨다는 명분으로 교직발전종합방안을 발표하고 그 내용에 보수체계도 기본급 중심으로 합리적으로 개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또한 공염불로 교원보수체제는 아직 변한 것이 없다. 2003년 기준 시 교원의 연간 보수총액에서 봉급이 약 42.5%, 수당이 57.5%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일반기업체의 보수체계와 비교할 때 약2배에
2005-04-25 09:20아버지는 신문을 보고 어머니는 설거지를 하는 삽화가 교과서에 실려 있을지 추측해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그런 양성평등에 반하는 내용의 삽화는 없을 것임을 예상할 것이다. 그렇다면 교과서에 나타난 장애인의 모습은 어떠한가? 휠체어 탄 사람과 목발 짚은 사람, 검은 안경을 낀 사람 등을 떠올릴 것이다. 또한 휠체어를 밀어주는 사람, 목발을 짚은 사람 옆에서 가방을 들어주고 부축하는 사람도 뒤따를 것이다. 이러한 예상은 실제 연구결과에서 빗나가지 않는다. 2003년도부터 2년 동안 국립특수교육원에서 행해진 유·초·중·고등학교 교과서의 장애관련 내용 분석 연구에 의하면, 적지 않은 분량의 장애관련 내용이 실려 있어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이 확산되어 가는 현 시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교과서에 묘사된 장애인의 모습은 대부분 지체장애와 시각장애인이었으며 이들을 도와주는 방식은 주로 휠체어 밀기, 가방 들어주기였다. 또 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한 장애체험 활동도 제시되어 있는데, 이는 장애인의 ’처지’를 체험해보고 느낀 점을 쓰는 것이다. 장애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려면, 장애인의 불편한 처지를 느껴보는 것이 아니라 장애아동이 또래들과 수업 및 다
2005-04-25 09:19
1952년부터 시작해 올해 제49회를 맞는 전국현장교육연구대회에 전국에서 1만 5천여 명이 참여했다. 그 중 24개 분야에 508편이 올라와 예비심사와 본심사, 발표심사를 거쳐 79편이 1등급으로 선별되고 나머지는 2등급과 3등급을 받게 됐다. 먼저 입상한 교육동지와 그 가족, 연구에 협조해준 모든 분들께 축하를 보내는 동시에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한 동지에게는 위로와 격려의 뜻을 전하고 싶다. 우선 우리 교원의 뜨거운 교육연구열에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한다. 이제 주어진 교과서와 교사용지도서에 의해 단순히 가르치기만 하던 교사에서 연구하고 만들어 가르치는 교사로 격상돼야 하는 이 시점에서 많은 교사들이 열심히 연구해 가르치는 자세에 경의와 박수를 보낸다. 이 연구대회가 반세기를 거치는 동안 교원의 연구 수준이 매우 높아진데 놀라움을 숨길 수 없다. 다음 연구대회를 준비하는 교원을 위해 몇 가지 느낌과 조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주제를 교사생활 가까운 데서 쉬운 문제로부터 찾는 게 좋겠다. 이론연구가 아니라 현장연구이기 때문에 현장성과 실천성, 적용성, 일반화를 강조한다는 점에 유의해야겠다. 둘째, 문제의식이 뚜렷했으면 좋겠다. 교사의 직무수행 중 무
2005-04-21 17:54새 학기 들어 교육 당국은 ‘학업성적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런 대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학업성적 관련 비리와 ‘성적 부풀리기’를 방지하기 위한 경종의 의미도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학업성적관리 문제로 비상이 걸려 있다. 특히 대학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커지는 1학년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예년에 없던 과잉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학업성적관리 규정을 정비하고 교과별 협의를 통해 평가계획을 세우며, 학교 실정에 맞는 공정한 고사 진행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 밖에도 출제의 난이도 문제, 수행평가 개선 방안, 서술형·논술형 문제 출제 여부 등 평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안에 대해 선생님들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번 학업성적관리 종합대책의 핵심은 첫째, 학교생활기록부 평가결과 기록 방식을 변경하였다는 점이다. 1996년 이후 고등학교에서는 절대평가(성취도)와 상대평가(과목별 석차)를 병행 실시해왔다. 그 결과 일부 지역과 학교에서 ‘성적 부풀리기’ 현상이 나타남으로써 평가의 정당성을 훼손시켰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하기 위해 ‘성취도’(평어)를 ‘평균’, ‘표
2005-04-21 11:30평균수명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가고 있다. 게다가 과학문명과 의술의 발달로 얼마 후면 인간의 평균수명이 120세까지 이른다고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요즘은 나이든 사람을 도외시하고 배제하는 슬픈 현실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나 자신도 44년이란 긴 세월을 교사로 시작해 최근 교장으로 정년퇴임까지 하고 나니 그렇게 바쁘게 뛰어다니던 모습은 한꺼번에 사라지고 할 일 없는 ‘백수’가 되어 허전하고 슬프기도 했다. 이러다가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망상과 잡념마저 들었다. 그러나 주위를 살펴보니 많은 사람들이 취미생활을 하고, 종교활동을 하고, 여행을 다니고 건강유지를 위해 노력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할 일을 찾고자 백방으로 노력했다. 매일 단전호흡을 하고 대학강단에 서고 적십자 후원회에서 봉사활동도 펼쳤다. 육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위해 노력하다보니 인생의 활기를 찾고 새로운 기운이 넘쳤다. 후배 교원들에게도 이렇게 당부하고 싶다. 평균수명은 점점 늘고 있다. 노후를 대비해 지금부터라도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실천하면서 행복하게 여생을 마칠 수…
2005-04-21 11:29촌지와 관련된 기사가 터지고 일부 학부모단체는 만연된 일이라며 사례(?)를 들이댄다. 교육당국은 근절을 외치며 법석을 떤다. 늘 교육주간을 전후해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새로울 것도 없는 풍경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발표한 '교육부조리 관련 특별감찰 결과'도 5월이 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특이한 것은 예년과 달리 일선 교원들 사이에서 '함정ㆍ표적단속' 논란이 거세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18일 "신학기를 맞아 촌지수수, 불법 찬조금 모금 등 교육 분야 각종 부조리 근절 방안의 일환으로 4일부터 16일까지 전 초ㆍ중ㆍ고에 대해 감찰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또 "감찰결과 목동, 중계동, 여의도 지역과 강남권의 아파트가 밀집된 초등학교에서 촌지수수가 이뤄지고 있음이 적발됐으며 관련교사 12명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시교육청은 이번 특감에 7명의 여직원까지 포함한 3인(지역청 2, 본청 1) 1조의 11개 감찰반을 편성, 지역청별 교차 감사를 실시했다. 여직원은 학부모로 위장해 교내에 투입됐다. 시교육청은 특감에 앞서 각급학교에 부조리 근절대책을 지시하고 특별교육까지 실시했기 때문에 이번에 적발된 교사는 '가중처벌' 해야
2005-04-18 18:51몇 년 전 프랑스에서는 수십만 명의 고교생이 길거리로 뛰쳐나와 과밀 학급 해소를 외치며 선생님을 늘려 달라고 데모를 했다. 당시 프랑스 교사 1인당 학생 수에 비해 우리나라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초등 1.7배, 중등 1.8배가 더 많았다. 우리가 프랑스 수준을 따라가자고 해도 어림잡아 초ㆍ중ㆍ고 교사 26만 명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이 발표한 ‘2001년 세계 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의 교육 경쟁력은 조사 대상 49개국 중에서 32위였다. 초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비율은 41위, 중ㆍ고교는 42위, 경제계 요구에 대한 교육 수준은 44위, GNP 대비 교육비 지출은 39위로 49개국 중 바닥권에 속해 있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많은 편인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선진국과의 교육 경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이대로는 안 된다. 우선 5만 명의 교사 일자리를 만들자. 정부가 먼저 3만개의 일자리를 만든다. 1만1000개의 초ㆍ중등 학교에 1~5명의 교사를 더 채용하도록 하여 교사의 법정정원을 확보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7200억의 예산은 정부가 부담한다. 다음으로 전국의
2005-04-18 11:50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이 곧 확정돼 국회에서 법률개정작업이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개정안은 2006년 지방선거부터 적용될 교육감·교육위원 선거는 주민직선제로 하고, 교육위원회는 시도의회 특별상임위원회 형태로 통합하여 상임위원의 절반은 교육전문가로 선출한다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교육감·교육위원 선거의 주민직선제는 그동안 교총 등 교육계가 현행 선거제도의 폐단을 막고자 이의 도입을 꾸준히 주장해온 바로서, 이를 개정안에 반영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의 특별 상임위원회 형태로 통합하는 것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한 헌법정신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지방교육자치법의 입법목적인 “지역교육의 특수성을 살리고, 지역교육의 발전”에도 배치되는 발상이다. 또한 통합논리의 하나인 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에 흡수시켜 행정의 효율성과 교육재정의 확충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왜냐하면 정당 출신인 의회 의원과 시·도지사의 정치적 배경에 따라 교육사업이나 교육투자의 안정성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인기를 위해 교육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교육사업이 추진될 수 있으며, 교육의 특성인 교육효과의
2005-04-18 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