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를 타고 떠난 우리 부부의 유럽 여행은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다. 남편은 첫 방문이고, 난 대학생 때 떠났던 배낭여행 이후로 두 번째 방문이었다. 처음 파리를 방문했을 때는 한 손엔 자전거 손잡이를 움켜쥐고, 다른 한 손엔 진한 아메리카노를 든 채 바쁘게 출근하는 파리지앵이 먼저 눈에 띄었다. 학창 시절, 그 모습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자전거와 아메리카노는 쏙 뺀 채 그저 바쁘게만 보낸 10여 년이 지난 후 다시 찾은 이번 여행에서는 전혀 다른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바로 프랑스 특유의 여유와 평화움이다. 샤를 드골 공항에 내린 후 복잡한 파리 시내를 벗어나자 그토록 원하던 조용하고 아름다운 진짜 프랑스가 그곳에 있었다. 몽생미셸 천 년을 넘어 그 자리에 파리에서 차를 몰아 서쪽으로 한참을 달렸다. 소문으로만 듣던 환상의 성을 찾아 3시간쯤 달렸을까. 끔뻑끔뻑 해 질 녘 피곤이 몰려와 눈을 크게 떴다 감기를 반복하다 잠시 한 손으로 눈을 비비던 찰나, 붉게 빛나는 천공의 성 몽생미셸이 눈앞에 나타났다. 몽생미셸은 ‘성 미카엘의 산’이란 뜻으로 1984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다. 몽생미셸이 있던 자리는 원래 시시(Forêt de
2017-04-01 00:00
공감의 시대, 공감능력이 필요한 사회 막스 셸러(Max Scheler)는 ‘공감’을 ‘타인의 느낌에 대한 느낌’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느낌을 나도 고스란히 느끼는 것, 즉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을 ‘공감’이라고 한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생각을 읽고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마치 나의 상황처럼 시뮬레이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공감이 가장 빛을 발하는 경우는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겼을 때와 상대방의 슬픔을 위로할 때다.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은 미래 사회를 좌우할 핵심 역량으로 ‘사회적 지능(SQ, Social intelligence)’을 꼽았다. 사회적 지능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능력인데, 그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수준 높은 사회성을 들었다. 이 사회지능의 핵심 요소가 바로 ‘공감’이다.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감정과 의도를 읽고 그 아픔도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공감한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공감은 느끼는 것이므로 감성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감성이 곧 공감은 아니다. 나와 관련이 없는 내용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
2017-04-01 00:00
중학교 때 목련을 소재로 시를 쓴 적이 있다. 방과 후 2층 교실에 혼자 남아 화단을 내려다보면 자주색 목련이 보였다. 털로 덮인 겨울눈을 깨고 자주색 목련꽃이 올라와 개화하는 과정이 정말 신기했다. 그걸 관찰해 ‘뾰족이 찌르더니 / 어느새 피가 맺힌 목련입니다’라는 시를 쓴 기억이 있다. 마무리는 ‘고운 내 물감을 / 뿌리 옆에 고이 묻어 / 화려한 앞날을 기다리고 싶습니다’라고 쓴 것 같다. 시로 써본 소재여서인지 지금도 목련을 보면 친근감을 느낀다. 필자가 평소 관심을 갖는 일은 꽃이 등장하는 문학 작품을 찾는 것이다. 그 결과물로 ‘문학 속에 핀 꽃들’이라는 책을 낸 적도 있다. 우리 소설에서 목련이 주요 소재 또는 상징으로 나오는 작품도 꼭 찾고 싶었다. 그런데 필자가 목련에 대해 가장 문학적인 묘사를 만난 것은 소설이 아니라 김훈 작가의 에세이에서였다. 에세이집 자전거여행에서 목련이 피고 질 때를 묘사한 글은 압권이다. 목련이 피는 모습을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라고 했다. 이어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2017-04-01 00:00
수업은 집에서, 과제는 학교에서! 2014년 ‘거꾸로 교실’을 소개하는 KBS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거꾸로 교실은 일방통행의 강의식 수업에서 벗어나 미리 수업 동영상을 보고 온 후 실제 수업시간에는 질문, 토론, 실습 위주의 학생활동 중심 수업을 하는 교수·학습법이다. 학생들이 흥미를 보이고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TV에 나온 학교와 교사들이 부럽기만 했다. 그러다 그해 9월, 부산에서 있었던 ‘거꾸로 교실’ 수업의 창시자 존 버그만(John Bergmann)의 특강과 겨울방학 때 열린 ‘미찾샘(미래교실을 찾는 선생님) 거꾸로 교실 캠프’를 다녀오고 자신감이 생겼다. 거꾸로 교실 수업을 위한 준비 그렇게 2015년 3월 새 학기에 바로 ‘거꾸로 교실’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들과 약속을 하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니 첫 시간에 “이제부터 수학 시간은 거꾸로 교실 수업을 한다”고 하고 거꾸로 교실에 대한 설명, 모둠 만들기와 세우기, 교육용 SNS 서비스인 ‘클래스팅’ 안내와 가입 등으로 학급별로 3시간의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2017-04-01 00:00
예쁘고 잘생긴 외모와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가수 활동을 하는 이들을 흔히 아이돌(Idol)이라고 부른다. 아이돌은 우상(偶像)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인간에게, 그것도 보통 나이가 아주 어린 이들에게 우상의 권위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그 아이돌을 추종하는 팬들은 팀별로 마치 올림픽처럼 팬덤을 구성해 ‘멜론 실시간 차트’라는 전쟁에 참전한다. 전쟁 중인 이들의 표정은 매우 진지하다. 아이돌의 승리가 곧 그들 자신의 승리이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공인인증서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돌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올라간 사람이 있다면 그때부터는 우상 정도가 아니라 아예 신(神) 취급을 해준다. 요즘 들어 사람 이름 앞에 ‘갓’을 붙이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을 것이다. 갓재석(유재석), 갓우성(정우성), 갓석희(손석희) 뭐 그런 식이다. 여기서 갓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고 할 때의 그 ‘갓’이 아니다. 신(God)을 의미하는 ‘갓’이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도달하기 힘들어 보이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저 너머로까지 상승한 인류를 한국인들은 ‘갓○○’이라고 부른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 조어법에는 일말의 시대정신이 들어 있
2017-04-01 00:00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고 때로는 초월하는 정보기술의 위력이 현실로 다가오는 오늘을 4차 산업혁명기라고 한다. 세계를 바꿀 대전환점이 될 4차 산업혁명기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학교가 준비해줘야 할 것은 지식보다 미래를 살아갈 핵심역량이다. 학교는 지능화, 가상화, 초연결 되는 사회에서 복잡한 문제해결력과 융합적 사고, 그리고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감성적 지능을 가진 인재 양성과 더불어 인간 간 상호 존중과 배려를 할 줄 알고, 자존감을 갖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교육을 추구해야 한다. 미래 인재를 위한 교육 변화의 하나가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이다. 자유학기제에서는 지필 평가를 하지 않고 학생활동 중심 수업을 통해 학습자의 꿈과 끼를 찾도록 해야 한다. 한문교과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제시해 보고자 한다. 교과교육과정 재구성 학생활동중심의 수업을 위해 교과교육과정을 재구성하기로 했다. 활동중심 수업의 성패는 학습자를 스스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치밀한 계획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첫째, 학기 단위 수업목표를 정했다. 교과교육과정, 학습자의 수준, 교과서를 분석하고 교사의 교직관을 반영해 이번 학기 한문 수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수업목표를…
2017-04-01 00:00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과 우리와 다른 존재들이 공존한다는 생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는 의식이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죽음이기에 사후세계의 존재들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서양에서도 모두 그런 것은 아니나 귀신은 사람을 해치는 존재로 그려지곤 한다. 드라큘라, 미라 등 영화에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캐릭터들만 봐도 이런 사실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전통 속에 등장하는 존재들은 조금은 다른 모습과 특징을 갖고 있다. 그중 특이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존재가 바로 ‘도깨비’다. 지난겨울 ‘도깨비 열풍’이 불었다. 깊은 한이 서려 있는 우수에 찬 눈빛,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한 헌신, 잘 생긴 외모. 드라마를 통해 현대판으로 등장한 도깨비의 모습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험상궂은 도깨비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 드라마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도깨비는 우리에게 친근한 존재였다. 동화나 동요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때론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지만 착한 일을 한 사람들에게 상을 내려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다. 드라마 도깨비는 최근에
2017-04-01 00:00문제행동은 다의적이고 그 경계를 분명하게 설정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아동·청소년의 문제행동에는 수업 중 문제행동, 교사와의 갈등, 생활규정 위반, 학교폭력, 성폭력, 우울증 및 자살, 미디어 중독, 약물 중독 등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행동을 예방하려면 우선 문제행동의 원인과 목적을 최대한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 어떤 학생이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만 있다면, 문제의 반은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생이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들러(Adler) 학파의 드라이커스(Dreikurs)는 1930년대에 수업 중 문제행동의 목적을 네 가지 ‘잘못된 목적(Mistaken Goals)’으로 파악한 바 있다. 관심 끌기(Attention), 힘의 추구(Power), 앙갚음(Revenge), 실패의 회피(Avoidance of Failure)가 그것이다. 이는 21세기 한국의 교육상황에도 잘 들어맞는다. 여기에 송형호 서울 천호중 교사는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최근의 경향을 고려해 방과후 준비(Preparation after School)를 추가했
2017-04-01 00:00
신학기와 함께 이전비의 지급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교원이 부임의 명에 따라 새로운 근무지역으로 전출돼 이사할 경우 이사비용과 가족(배우자, 본인 및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으로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의 여비를 「공무원 여비 규정」 제19조 내지 제21조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전비 및 가족여비의 지급기준과 지급액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비 ◎ 지급대상- 부임의 명에 따라 구임지에서 신임지로 거주지와 이사화물을 이전한 교원 ※ 부임의 명 : 전보·파견·신규임용 등에 의해 새로 임용된 직위 소재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 구임지에서 신임지로 가지 않더라도 이전비를 지급하는 경우① 구임지가 아닌 지역의 거주지에서 신임지로 이전 : 부임의 명에 따라 신임지에서 근무하기 위해 이전한다는 것이 명백한 경우② 구임지에서 신임지가 아닌 인근지역으로 이전 : 신임지가 아닌 인근지역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유(자녀교육, 경제사정, 배우자 직장 등)가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③ 구임지가 아닌 지역의 거주지에서 신임지가 아닌 인근지역으로 이전 : ①과 ②의 조건을 충족 하는 경우- 지급제외 대상 : 동일 시·군…
2017-04-01 00:00
논어가 논어인 이유 지난 시간에 스승 공자에 관해 이야기했습니다. 최초로 ‘사제’라는 인간관계의 모형을 만든 사람이라는 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요. 네, 공자는 사제관계를 만든 사람, 스승입니다. 그런 교육자 공자가 생각하는 제자의 존재란 무엇이었을까요? 아니면 그가 원하는 제자의 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그와 제자들의 대화를 보면 그의 제자상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그런데 그에 앞서 텍스트의 이름부터 이야기해 보고 싶네요. 묵자, 맹자, 장자, 순자 등 우리가 흔히 고대 중국의 고전이라는 제자백가 시대 텍스트는 대부분 특정인의 이름으로 되어 있습니다. 관자나 한비자도 그렇고요. 그런데 유독 논어만 공자가 아니라 논어입니다. 도덕경도 있지 않냐 할 수 있지만, 도덕경은 노자로 많이 부르기도 하고 그 이전에 노자 자체가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설도 있어 경우가 다릅니다. 하지만 공자는 엄연히 실존인물이고 논어라는 텍스트는 공자라는 사람의 사상을 오롯이 담고 있는데도, 공자가 아니라 논어입니다. 논어의 뜻은 뭘까요? 한자 그대로 보시면 됩니다. 논(論)하고 어(語)한 책입니다. 인(仁)이란 가치에 대해서 논했고, 군자란 존재는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군자가 될 수…
2017-04-0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