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2004년도 교육예산 GDP 5% 확보의 꿈을 실현했다. 이런 예산 배정의 정신에 비추어 교육정책의 우선 순위를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절실하다. 지금 우리 교육의 위기 는 공교육, 특히 기초교육의 부실에 원인이 있다. 교육부는 국민이 요구하는 기초교육을 위해서 예산을 우선 집행해야 한다. 기초교육의 정상화와 내실화가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조기유학과 사교육비 부담을 구분해서 대처해야 한다. 조기유학은 기초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 충족을 위해서이고 사교육비는 대학 진학을 위한 과외 투자비용이다. 그럼에도 당국은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기유학과 사교육비 문제는 공교육 부실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사실 이 두 문제는 결국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쟁 관계로 비춰지는 데 문제가 있다. 공교육은 넓게 인간 형성에 목적이 있고, 사교육은 좁게 입시나 기능 향상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교육은 마치 사교육처럼 진학률이나 실기 결과에 관심을 보인다. 이 문제는 교육의 본질과 내용의 차이에서 비롯되므로 제도와 체제 관점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마땅하다. 따라서 조기 유학 문제는 기초교육을 정상화함으로써…
2003-10-30 15:54서산에 해가 걸터 앉아있을 무렵 운동장에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있다. 체육대회를 마치고 학교 강당에서 글빛 문학의 밤을 개최하기 위해서다. 며칠 전부터 문예반장 인정과 규현, 현민, 종민, 강희는 글빛 문집을 만들고 순서지를 만들고 사회를 본답시고 시나리오를 작성하면서 신명이 나는가보다.오늘은 드디어 가슴 설레는 문학의 밤, 발표의 날이다. 여학생은 치마 저고리를 입고 남학생들은 한복으로 초립동이처럼 갖은 모양을 내고 또 다른 아이들은 사복으로 저마다 예쁘게 단장을 했다. '꿈과 낭만과 음악과 시가 있는 문학의 밤'이라는 무대 아래에 낙엽을 깔고 무대 정면에는 색색의 알록달록한 풍선에 자기 이름을 쓰고 좋아하는 선생님들의 이름을 써서 매달아 놓았다. 30여명의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고 춤을 추며 무척이나 기뻐한다. 문집을 받아든 순간, 자기 글이 활자화돼 나왔다는 기쁨에 고함을 지르고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난다. 강당 안은 잔치 분위기다. 친구들도, 부모님도, 그리고 선배들과 후배들로 강당이 꽉 찼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조명 아래서 발표를 한다 하니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선생님, 저 꼭 해야 해요?", "이렇게 긴 글을 다 읽어야 해요?", "선생님,…
2003-10-30 15:53제16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회 중에 있다. 대통령 재신임, 정치권이 혼란한 가운데 정작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이 뒷전으로 물러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교육관계법안도 정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제16대 국회에 상정된 교육관계법안의 조속 처리를 촉구하고자 한다. 제15대 국회에서 발의되어 처리되지 못하고 제16대 국회에 다시 상정된 유아교육법 제정이 대표적 사례다. 그간 교육계는 유아교육 공교육화의 기초인 유아교육법 제정을 줄기차게 요구하여 왔으나 정치권이 보육계, 학원계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유아교육법 제정을 미뤄왔다. 유아교육법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일 뿐만 아니라, 각 정당의 대선공약 사항이다. 따라서 국회는 사설학원에 대한 만5세아 무상교육비 지원 조항을 삭제한 올바른 유아교육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또하나는 교원정년 관련 법안 문제이다. 교원정년 단축의 여파는 5년이 되어 가는 이 시점에도 이어지고 있다. 교과전담교사 확보율 50%대, 교원법정정원 대비 교원과부족수 3만112명, 기간제교사수 1만6933명, 이것이 한국교육의 현실이다. 전문직으로의 교원사기는 저하되고 초등교사
2003-10-27 10:17지방분권에 관한 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자 교육계가 들썩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교육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조항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 조항은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지방분권을 위한 선언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계가 우려하는 이유는 이 조항이 교육자치의 정신을 훼손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실 정부는 지금까지 교육자치를 논함에 있어 단 한번도 교육자치를 강화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교육자치의 기능을 일반자치에 흡수 통합 내지는 축소하려는 논의가 있어왔고 교육계는 이를 방어하는 형상을 띄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도지사, 시장의 교육에 대한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곧 교육자치의 취지를 훼손시키지 않을 까 우려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교육계가 우려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교육발전을 크게 후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들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다. 당연히 주민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이는 단기간에 실적이 드러나는 사업에 치중하게 된다. 그러나 교육은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그 가시적인 효과는 몇 년 혹은 몇 십 년…
2003-10-24 16:34요즘 우리사회에는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이 제시한 '2002년 사망원인 통계결과'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률은 19명으로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높았다 한다. 그러나 지난 달 29일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자살 사망률은 28.9였고, 노인(61세 이상)은 62.5명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청의 통계자료로 본다면 우리나라 자살 사망률은 세계 1위이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자살을 현실적인 어려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로 생각하는 사례들이 대부분이다. 순간적인 분노로 인한 충동적 자살이 있는가 하면 자살사이트에서 만나 동반자살하는 경우도 생겨나 충격을 주고 있다. 생활고를 비관해 동반자살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사고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안타까워진다. 더구나 어린 청소년들이 너무나 쉽게 자신의 생명을 버리는 것을 보면 충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자살한다고 해서 자신이 봉착했던 문제가 해결될 수도 없다. 어려운 처지로부터 벗어나려는 생각에 자살을 감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자살한 이후 부딪히게 되는 상황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단지 막연하게 눈앞의 어려운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순간적인 충동으로 자살
2003-10-23 16:08최근 기획예산처가 확정한 2004년초 교육관련 예산은 26조3904억원이다. 이는 올해 예산인 24조9036억원보다 6% 증액된 것이다. 이로써 처음으로 교육예산이 GDP 대비 5%를 넘어서게 됐다. 그러나 교원 처우개선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당초 교육부는 담임수당 3만원, 보직수당 3만원, 보건활동수당 2만원 등 740억원의 교원처우 예산을 요구한 바 있다. 따라서 교총 등 교원단체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바빠지게 됐다. 앞으로 있을 국회 심의과정에서 다만 얼마라도 '건지기' 위해 진력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전액 삭감됐던 담임수당이 국회심의 과정에서 1만원 살아나 오히려 교원들에게 치욕감을 안겨준 바 있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치욕감과는 별도로 '짜고 치는 고스톱'을 연상하게 됐다. 정보는 전액 삭감하고 국회에선 교원단체의 압력으로 '1만원씩이나' 살려줘 낯을 세우는 관행이 또 재현될 것 같으니 말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까지 있어 2만원쯤 '부활'하지 않을까. 하지만 교원처우 개선은 그렇게 이뤄져선 안된다. 무너진 학교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교원의 사기를 진작시켜 열정과 사명감으로 교육에 전념케 해야 한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2003-10-23 16:07창 너머 골목길을 내려다보고 앉았는데 느닷없이 커다란 봉투가 눈앞에 쑥 내밀어 놓여졌다. '선생님께 올리는 탄원서' '탄원서라고…. 이 녀석들 또 장난기가 서서히 발동했구먼.' 놓여진 봉투를 책상 모서리 쪽으로 밀어붙이고는 다시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이 창문 쪽 길 너머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모여 섰던 녀석들이 모두들 넙죽 엎드려 큰절을 하고는 "선생님!"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하나같이 교실 바닥에 엎드리는 것이었다. 아이들의 등줄기를 한참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올려진 봉투를 뜯었다. "선생님께 드립니다. 선생님, 졸업하기 전 마지막 부탁입니다. 좋아하는 남자애들하고 짝꿍 되어 같이 앉고 싶어요. 선생님께서는 웃으실지 모르겠지만 저희들의 간절한 바램입니다. 저희들의 간절한 소원입니다. 저희들에게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멋쟁이 여학생 일동." 또박또박 글씨가 박혀져 있었다. '꽤나 솔직한 녀석들이군!'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정작 할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고 꿇어앉아 있는 녀석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 일으켜 가까운 걸상에 앉혔다. 장난기 가득 섞인 웃음들을 머금은…
2003-10-23 16:06학생들의 인격 형성과 학습 지도에 전념해야할 우리 교단이 언제부터인가 학습 지도와는 전혀 관계없는 문제들로 인해 갈등하고 고민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첨예화된 문제가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와 관련된 것들이다. 나이스 문제는 학생 지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정보 통신의 발달에 따른 단순한 행정 편의를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 과거에 이러한 것들은 수기로 작성하여도 불편함은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정부가 교사들의 이러한 불편을 없애고 학습지도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업무의 효율성 증대를 위한 전산화를 시도한 것은 무척 잘한 일이고 또한 대단한 자부심을 실어주는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한번도 교육현장의 실상 조사나 문제점을 검토해 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강행하여 실시한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어도 일선 교사들 대다수는 불평보다는 묵묵히 프로그램을 배우고 사용하여 왔다. 특히 지난 CS 시스템은, 수년에 걸친 시행착오와 수정을 통하여 거의 정착될 때까지 교육정보부 교사들을 위시한 많은 교사들의 업무과중과 고통이 있었다. 정부가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면서 모든 교육 단체의 반발을 무릅쓰고 전자 정부 구현을
2003-10-18 21:38학교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교육 위기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위기 현상에 대한 최근의 정책방안들은 원인 진단도 미흡하고 정책 또한 미봉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낮은 질의 교육을 제공하면서 공교육을 선호하기를 바라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다. 근본적인 대안은 학교교육의 품질개선을 통해 학생을 끌어안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교육의 질을 사교육시장과 비슷하거나 높게 하지 않고는 '공교육 불신, 사교육 선호'의 위기현상을 극복하기 어렵다. 교육의 질은 교원의 질이다. 교원들이 '국민의 교사'로서의 자긍심을 바탕으로 한 헌신적 교육열을 쏟아놓지 않고는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 헌신적 교육열은 강제로 나오지는 않는다. 국가와 국민이 교원들에게 호소하는 길밖에 없다. 호소의 방법은 추락한 교원의 지위를 높이고 사기를 진작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질 관리 체제를 만드는 일이다. 바로 이 방법이 우수교원을 확보하고 교원의 전문성을 향상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미 이 특별법 제정의 당위성이 인정되고 법제정의 요구가 있은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교육위기의 중핵에는 교직위기가 있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교육개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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