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실시하는 교사 임용고사가 다음 달로 다가왔다. 교·사대 4학년 학생들의 2학기 학습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도서관은 임용고사 준비생으로 붐빈다. 그들은 자정까지, 휴일에도 하루종일 문제집과 씨름한다. 교육 당국은 이런 사태를 언제까지 지켜보기만 할 것인가. 지금 시행되고 있는 교사 임용 제도는 문제가 많다. 교·사대 지방 학생은 방학 동안 임용고사를 대비하여 서울에 있는 학원으로 유학을 떠나거나 인터넷 강의에 매달린다. 순전히 교육학과 교육과정 선택형 문제 풀이 방식을 익히기 위해서 3학년 겨울방학부터 시달린다. 그런데 이들이 공부하는 교육학이나 교육과정 문제들은 교사 능력이나 자질 향상을 위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선발을 위한 '정답 고르기'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임용고사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까닭은 교육 당국의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연유한다. 출제와 채점이 간편하고, 그에 따라 예산을 절감할 수 있으며, 평가 결과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발상이 예비교사의 교직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우리 교육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조기 유학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임용고사 문제를 개선하지
2003-10-09 16:16대학원 행정 실무자와 상담한 결과 박사학위 제도는 학문적 특성상 계절제나 야간제로 운영할 수가 없어서 현직교사가 참여할 수 있는 박사학위는 주간제 밖에 없다고 들었다. 수년간 교육부와 교총 등 교육계가 목표로 설정해오고 있는 것이 평생 교육체제의 이념이었다. 초·중등 교원은 평균적으로 퇴근시간이 17시 전후이기 때문에 주간에 운영되는 현행 박사학위 과정은 사실상 수업 듣기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결국 교원들의 자율연수 겸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교원 스스로의 확고한 의지와 열의가 없는 한 휴직을 하고 박사학위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 많은 수의 교원들이 야간제 교육대학원 석사 학위 과정 중에 있거나 이미 석사 학위를 완료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종학위인 박사 학위까지 지속되지 못한 이유는 주간에 실시되고 있는 현행의 제도가 교원들의 퇴근시간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의 주간 과정 이외에도 현실적으로 교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음의 대안적 모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야간제 6학기 집중 과정(한 학기 6학점 이수를 통한 총36학점 이수 및 논문심사)모형이다. 이 모형은 퇴근 후 수업에 참여하는 것인
2003-10-09 16:16처음 S가 입학하던 날 부모님이 오셔서 우리 아이 잘 부탁드린다고 하고 가시더니 S의 어머니가 날마다 한두번씩 꼭꼭 전화를 하셨다. "오늘 우리 아이 별일 없었나요?" 날이 갈수록 별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종합장을 다 찢는 날, 색연필 12개의 종이를 벗겨 도막도막 자르는 날, 가위로 아무거나 다 오린 날…. 어느 날은 쉬는 시간에 교무실에 잠깐 갔다 왔더니 그 사이에 아이들의 책 몇 장씩을 모두 찢어놔서 아우성치는 아이들을 달래며 테이프로 정신 없이 조각그림 맞추는 선수가 돼야 했다. 무엇보다 나를 제일 힘들게 하는 것은 숨바꼭질이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사라지는 S를 찾아가면 개미집을 헤집고 있기가 일쑤였다. 손이 온통 흙투성이라 데려가 손을 씻기고 교실에 앉혀놓으면 어느새 또 사라져버린다. S와의 숨바꼭질에서 나는 항상 술래다. 비가 온 다음날이면 S는 꼭 물이 고인 웅덩이로 간다. "선생님 제 신발이 없어졌어요." 다른 아이들의 신고로 찾아보면 영락없이 S가 신고 나가서 물웅덩이에 빠뜨려 놀고 있다. 흙탕물로 엉망이 된 양말과 신발을 가져다가 그날은 빨래터 아낙네가 돼야 한다. 다른 아이의 신발을 신고 갈 때마다 신발과 신발장에 써있는 S의 이름을 몇…
2003-10-09 16:15
판교신도시를 건설하면서 학원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보도와 관련하여 많은 논란이 일게되었다. 가뜩이나 조령모개니 조변석개니 하는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져온 터에 정책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이번 파동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과 함께 앞으로의 대처 방안이 더욱 신중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다. 이번 파동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생각할 점들이 있다. 첫째, 정책의 형성과정에서 관련 부처간에 충분한 조율과 논의를 거쳐 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특히, 교육문제에 관한 교육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기대가 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부처 장관들의 모임인 교육인적자원개발회의에서 교육부총리의 활발한 역할이 필요하다. 둘째, 교육부는 고교평준화정책을 비롯한 중등 교육정책에 확고한 철학과 원칙을 확립해 제시해야 한다. 사실, 서울 강남의 집 값을 잡기 위해서 관계 부처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너무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응을 해왔다. 앞으로 관련 부처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교육관련정책을 선도적으로 제시하고 추진해야 한다. 셋째, 교육의 자율화·다양화·특성화에 부응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개발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특수목적고나 자립형사립고 등…
2003-10-06 10:40
일본 역사교과서 파동으로 빚어진 반일 캠페인의 기억이 생생한 가운데 11일 한일 양국의 현장교사들이 참여하는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 한국교총과 일본교직원조합("일교조")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제1회 한·일평화교재실천교류회'가 그것이다. 금년 2월 일교조의 초청으로 동경을 방문한 한국교총측에 일교조측이 제안한 이후 10개월 정도의 실무협의와 준비과정을 거쳐 11일∼13일 사흘간 서울에서 개최된다. 일교조는 이에 앞서 8월 중국 북경에서 '교육과학문화위생공회'와 같은 취지의 교류회를 가졌다. 일본측에서는 초·중·고 교사들이 일본의 가해사실을 발굴하여 교재화해 수업실천을 하고 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하고, 중국측에서는 '일본군국주의의 부활에 반대하고, 중일 우호와 세계 평화를 옹호한다', '일본군의 중국침략의 역사와 사실을 충분히 인식시킨다'는 교육목표와 교과서의 내용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교과서 기술문제는 뿌리깊이 내재되어온 자국중심의 역사인식과 이념적인 입장이 맞물려 있어 쉽게 해소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각국의 교육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교원단체들이 이 같은 움직임은 여론형성과정 등에 무게감을 가지고 있어 다소 시
2003-10-06 09:23요즘 우리 교육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개탄에 가까울 지경이다. 그러나 속수무책 개탄만 일삼고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우선 우리교육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이유가 그 무엇이고 그것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보완책을 강구하려 하거나 원상복귀로라도 해결하려는 노력이 전무하다.법의 잣대에 따라 어떤 사람이라도 그 잘못은 단죄돼야 마땅하다. 그러나 예외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더더욱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 한 예로 현재 우리교육이 30년 뒷걸음질쳤다고 교육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지만 그 총체적 책임자는 버젓이 활보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우리의 어린 아이들만 내팽개쳐버린 상태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미 이에 대해 잊은 지 오래고 그 내용과 원인을 알고 있는 교육자들은 힘이 없기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가슴만 저미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현실의 위정자들에게서 항상 교육사안은 우선 순위에서 아예 뒷전이 되고 말았다. 우리 정치사에 유일무이하게 0.1%의 요식 절차만을 남겨둔 교원정년 연장안이 1년이 다 되도록 아무런 대책 없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2003-10-02 15:23"큰일났습니다. 2학기 교육과정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 불을 보듯 훤해요. 젊은 선생님들이 동요하고 있거든요. 대도시 임용 고시 준비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에요. 중초 교사들도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이러다간 머지않아 우리 전남 교단은 60세 넘은 고령자 일색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제가 10여 년을 봉직해 온 전남 교단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어요. 평생을 안착하지 못하고 이곳 저곳 떠돌아다니며 살 수는 없거든요. 이제 아이들도 웬만큼 자라고 보니 아이들 교육 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들 때문에 결국 전남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비어 가는 전남 교단을 염려하는 현장 교장 선생님과 교단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직 교사의 변이다. 교사 임용 고사에 현직 교사도 응시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옴에 따라 탈지방, 향도시 돌풍이 불기 시작한 우리 전남 교단의 일면이다. 무리하게 단행한 교원 정년 단축으로 인해, 교사 공황이라고까지 불릴 만했던 사상 초유의 교사 부족 사태를 겪었던 적이 바로 엊그제이다. 텅 빈 교단을 채우기 위해 교대 학생들
2003-10-02 15:22학기말에 뭔가 추억에 남을 학급행사를 하기 위해 이 책 저 책을 보던 중 발견한 것이 양초공예 활동이었다. 글을 쓰신 선생님이 학기말 정리활동으로 좋다고 강력한 추천글을 써놓았기에 나도 실천해보기로 결심했다. 단체로 활동하기 전에 한번쯤 미리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날 청소를 끝내고 교실에 남아있던 몇명의 아이들과 양초공예를 미리 연습해보기로 했다. 책에 실린 대로 석유난로 위에 주전자를 올리고 양초를 넣어서 걸쭉하게 만든 다음 양초심을 빼고 크레파스를 넣어서 색깔 양초를 만들었다. 이렇게 한 다음 주전자에 있는 양촛물을 종이컵에 붓고 차갑게 식히도록 아이들에게 창문을 열어놓게 했다. 그때 부장선생님이 갑자기 나를 찾으시기에 아이들만 남겨둔 채 잠시 협의실로 갔다. 잠시 후 교감 선생님이 방송을 하시는 것이다. "학교에서 타는 냄새가 납니다. 교실에 가서 잘 살펴보세요." 얼른 우리 교실 생각이 났다. 설마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교실 쪽으로 뛰어가보니 이미 우리반 앞 복도는 하얀 연기로 꽉 차있었다. 교실에 들어서니 아이들은 '엎드려 뻗쳐'를 하고 있고 남자선생님들이 활짝 열어놓은 교실 창문으로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었다. 양초 덩어리를 석유난로 표면
2003-10-02 15:21